밀린다왕문경

[스크랩] 7. 배다구우(영적인 것)에 관하여

수선님 2018. 9. 30. 12:14

7. 배다구우(영적인 것)에 관하여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베다구우(靈的인 것)가 있습니까. 

장로는 반문했다. 

[존자] 대왕이여, 베다구우란 대체 무엇입니까. 

왕은 말했다. 

[대왕] 안에 있는 생명 원리(個我)는, 눈에 의하여 형상(色)을 보고, 귀에 의하여 소리를 듣고, 코에 의하여 냄새를 맡고, 혀에 의하여 맛을 보고, 몸(身)에 의하여 촉감을 느끼고, 마음(意)에 의하여 사상(事象 즉 法)을 식별합니다. 마치 여기 궁전에 앉아 있는 우리가 동, 서,남,북,어느 창문으로든 내다보고 싶은 창문으로 내다 볼 수 있는 것처럼, 안에 있는 생명 원리는 내다 보고 싶은 어느 문으로든지 내다 볼 수 있습니다. 

장로는 대답했다. 

[존자] 대왕이여, 5개의 문에 관해서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잘 주의해 들어주십시오. 만일 안에 있는 생명원리가 대왕이 말씀하신 것처럼, 창문을 마음대로 고르듯이 눈에 의하여 형상을 볼 수 있다면, 눈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그 밖의 5개의 감관의 하나 하나에 의해서도 형상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소리를 듣는 것, 냄새를 맡는 것, 맛을 보는 것, 촉감을 느끼는 것, 사상(法)을 식별하는 것에 있어서도 다른 5개의 감관(感官)의 어느 것에 의해서나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즉 한 경우만이 아니라 모든 경우를 다 지적해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왕]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그렇다면 그대가 말한 것(창문과 감관을 비교하는 것)은 앞 뒤가 잘 들어 맞지 않습니다. 여기 궁전에 앉아있는 우리가 창문을 모두 열어 제치고 얼굴을 밖으로 내밀어 큰 허공을 본다면 모든 대상을 보다 분명하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눈의 문이 제거(除去)될 때 안에 있는 생명 원리는 모든 대상을 보다 더 명백하게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뿐 아니라 소리를 듣는 것, 냄새를 맡는 것, 맛을 보는 것, 촉감을 느끼는 것, 사상을 식별하는 것 등의 경우에 있어서도 그 문들이 제거될 때 역시 그렇지 않겠습니까. 

[대왕]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그렇다면, 그대가 말한 것은 앞 뒤가 잘 들어 맞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여기 딘나(사람 이름)가 밖에 나가 문간에 서 있다고 합시다. 대왕은 딘나가 밖에 나가 문간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존자] 이번에는, 딘나가 다시 돌아와 대왕 앞에 서 있다고 합시다. 대왕은 딘나가 다시 돌아와 대왕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까. 

[대왕] 그렇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어떤 맛을 지닌 것이 혀 위에 놓여졌을 때, 식별하는 생명 원리(個我)는 그것이 시다던가 짜다든다 쓰다던가 맵다던가 떫다던가 달다든가 하는 사실을 알겠습니까. 

[대왕] 알 수 있습니다. 

[존자] 그러나, 맛을 지닌 것이 위(胃) 속으로 들어갔을 때도 생명 원리(個我)는 맛을 알겠습니까. 

[대왕] 그렇지 않습니다. 

[존자] 대왕이여, 그대 말은 앞뒤가 잘 들어맞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가령 어떤 사람이 백 개의 꿀 접시를 꿀통에 쏟은 다음, 어떤 사람의 입을 틀어막고 꿀이 가득들어 있는 그 통 속에 던졌다고 합시다. 통속에 던져진 사람은 단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겠습니까. 

[대왕] 존자여, 그는 꿀맛을 모릅니다. 

[존자] 어째서 모릅니까. 

[대왕] 꿀이 그 사람의 입속으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그대의 말은 앞 뒤가 잘 들어맞지 않습니다. 

[대왕] 존자여, 나는 그대와 같은 논자에게는 대적할 수 없습니다. 그 도리를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서 장로는 아비담마 론으로부터 도출된 이론으로 써 밀린다 왕을 설득시켰다. 

[존자] 대왕이여, 눈과 형상(色)에 의하여 눈의 식별작용이 생기고 그 밖에 접촉(觸)과 감수(感受 )와 표상(表象態)과 의사(思)와 통일작용(作意 즉 추상)과 생명감과 주의력 등이 함께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것들과 유사한 인과(因果)의 연속은 감각 기관이 작용하게 될때 일어납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사상(事象=法)은 연(緣)을 따라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거기에) 베다구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출처 : 붓다의 옛길
글쓴이 : 실론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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