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공간

[스크랩] 소동파의 무정설법

수선님 2018. 10. 7. 12:51
 

소동파는 중국 당송시대의 사람으로 지금의 쓰촨성(四川省)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에는 당대의 최고 시인이었던 구양수 (歐陽修)에게 격찬을 받았고,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하는등 재주가 남달랐으나, 그가 추가하는 정치적

이상이 달라 옥살이, 복권, 또 다시 유배생활과 복권을 반복하다가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그의 뛰어난 재주에 비해 관운(官運)이 순탄치 못한 그는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재주가 뛰어난 자신을 몰라준다는 자만심으로 가득 찼고

세상을 다소 비관적으로 살고 있던중 말년에 형주고을에 있을 때 자신을 뽐내고자 옥천사라는 절에 있는 승호선사를 찾아갔다.


승호선사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가요?"

소동파 : "나는 칭(秤 저울 칭)가라 합니다."

승호선사가 다시 물으니 소동파 曰 "나는 세상의 지식을 저울질하는 칭(秤)가란 말이요"


소동파의 이 말 뜻은 세상을 가볍게 보고 오직 자신이 뛰어나다는 오만하고 거만함 그 자체였다.

 

이에 승호선사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갑자가 "악”하고 큰 소리를 지르며

“그러면 방금 이 소리는 몇 근 짜리였는가?” 하고 물으니 소동파는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의도는 승호선사가 어떤 논리적인 말을 하면 반박을 하여 콧대를 꺽어 놓을 심산이었지만 승호선사가 말도 안되는 고함을 질러놓고 몇 근이냐고? 그의 질문에 당황하면서도 마음이 갑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후 그는 끙끙 앓고 있다가 또 다시 상총이라는 스님을 찾아가서 설법을 청하였다.

그 때 까지도 그는 설법을 듣고 시시비비를 따지려 했는데

상총스님 曰 “선비께서는 유정설법을 청하면서도 무정설법을 듣지 못하시는구려”하고 그를 꾸짖었다.


유정설법(有情說法)이란 의식을 가진 사람이 말로써 하는 법문이고,

무정설법(無情說法)이란 돌멩이, 풀 한포기, 나무나 산같이 우주만상이

모두 설하고 있는 것을 뜻하는데, 소동파는 자신이 알던 지식의 세계와

다른 무정설법에 자신의 무능함에 가슴속이 갑갑해지면서 온 몸에 기운이 한 없이 빠지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아무런 생각없이 말을 타고 집으로 터벅터벅 가다가

길가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마침 전날 비가 온 뒤라 계곡의 폭포구가

쏟아지는 소리를 듣다가 갑자기 마음이 환하게 뚫리고,

귀가 번쩍 열리면서 어느새 상촌스님이 질타한 무정설법을 듣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 환희에 넘쳐 깨친 바를 읊은 글이 그의 오도송(悟道頌)으로 그 첫 구절은 유명한 공안으로 회자되고 있다.


南嶽示 無情說法


溪聲便是長廣舌 계성변시장광설

시냇물 소리가 그대로 부처님의 장광설이요.


山色豈非淸淨身 산색기비청정신

산 빛이 어찌 그대로 청정법신이 아니겠느냐.


夜來八萬四千偈 야래팔만사천게

밤새 들은 팔만사천 법문의 그 소식을


他日如何擧似人 타일여하거사인

뒷날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을까?



소동파는 그 잘난 지식을 깨치고 깨친 그야말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우주의 삼라만상이 이야기하는 무정설법을 듣고 깨쳤던 것이다.


스스로를 버리고 또 버려야 돌멩이가 이야기 하는, 바람소리, 풀 한포기에서 무정설법을 들을 수 있고 빛나는 별 빛에서도 우주의 근본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지야말로 흔히 말하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 경지인 것이다./K


출처 : 연극무대
글쓴이 : 畵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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