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공간

[스크랩] 누가 널 잡아맸느냐?

수선님 2018. 10. 14. 11:32

 

 

[ 누가 널  잡아맸느냐? ]

 

초조初祖 달마達磨 대사 부터 6조六祖 혜능慧能 대사 까지의 전법傳法 과정에서 우리는 속인俗人의 심부를 예리하게 찌르는 선문답禪問答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혜가慧可 대사는 면벽面壁중인 달마대사를 찾아 간곡히 가르침을 청하였으나 달마대사께서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때마침 내린 폭설은 혜가대사의 허리에 까지 차올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던 혜가대사는 차고 있던 칼로 팔을 끊어 달마대사께 신信으로 바쳐 입실入室을 허락받고 엎드려 애타게 호소했습니다.


“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십시요.”

“그래?  그럼 그 마음을 가져와 보아라.  곧 편안하게 해주겠노라.”

“마음이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으며 얻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져오리까?”

“그러면 나는 네 마음을 이미 편안케 해주었노라.”

이 말에 혜가 대사는 확철 대오하여 대안심大安心을 얻었습니다.  이상이 달마대사와 혜가대사의 만남이며 이 선문답을 안심법문安心法門이라 합니다.


2조 혜가慧可 대사와 3조 승찬僧瓚 대사의 전법傳法은 달마대사와 혜가대사와의 문답과 같은 색채를 띄고 있습니다.  승찬 대사께서 혜가 대사를 참견參見하셨습니다.

“저는 숙세宿世의 죄업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죄장참회罪障懺悔의 법으로서 이 몸을 구해 주십시요.”

“그래?  그럼 그 죄업을 이리 가져오너라. 내가 그 죄업을 소멸시켜 주겠노라.”

“죄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으니 어찌 저에게 가져오라 하십니까?”

“찾을 수가 없다면 난 이미 너의 죄를 전부 참懺하였노라.”


이 말끝에 승찬 대사께서는 대오大悟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문답은 4조 도신道信 대사께서 3조 승찬僧瓚대사를 친견親見할 때도 이어집니다.  도신 대사께서 사미승沙彌僧일 당시 승찬 대사께 가르침을 청합니다.  이때 승찬 대사께서 물으셨습니다.

“너는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고?”

“예, 어떤 것이 부처님 마음 佛心이온지요?”


평소에 궁금했던 의문을 물었는데 승찬 대사께서는 대답 대신 미소를 머금으시며 이렇게 되물으셨습니다.

“너는 지금 무슨 마음인고?”

“아무 마음도 없아옵니다.”

“그러면, 너도 마음이 없는데 부처님께 무슨 마음이 있겠는고?”

“스님, 그럼 저에게 인생의 고뇌로 부터 해탈解脫할 수 있는 묘법妙法을 가르쳐 주시옵소서.”

“해탈이라니?  누가 너를 잡아매었는고?”


이 일언一言에 도신 대사는 깜짝 놀라며 응답했습니다.

“아 아니옵니다.  아무도 절 잡아맨 사람이 없아옵니다.”

“잡아매지 않았다면 다시 무슨 해탈을 구하겠는고?”


빙그레 웃으시며 던진 승찬 대사의 말씀에 홀연히 깨침을 얻은 도신 대사께서는 승찬 대사께 크나큰 절을 올리셨습니다.  초조初祖에서 4조四祖까지의 전법의 색채는 4조 도신道信대사와 5조 홍인弘忍대사와의 만남에서 달라지 게 됩니다.  어느 날 도신 대사께서 길을 가다가 황매산 노상에서 골격이 뛰어난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큰 법기法器가 되겠다 싶어 말을 걸어 보았습니다.

“얘,  네 성명이 무엇인고?”

“제 성명이요?  그 보다는 제게는 본성本性이 있아온데 그 본성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정해놓은 성이 없아옵니다.”


일곱 살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 아이가 똑똑하다 못해 당돌해 보였지만 도신대사께서는 미소를 보이시며 다시 물으셨습니다.

“본성本性이라니?  그러하면 그것은 어떠한 성인고?”

“억지로 이름 붙이면 불성佛性이라고 하옵니다.”


스스럼없는 아이 말에 아랑곳 하시지 않으시고 도신대사께서는 또 다시 물으셨습니다.

“그럼, 네 성명은 뭐라고 하는고?”

“본성이 본래 공空이오니 성명은 무無이옵니다.”


사물의 본성은 원래 공적空寂하며 변하지 않는 게 없다는 불교의 진리를 아는 아이에 반하여 도신 대사는 이 아이를 제자로 삼고 부처님 이래로 전해오는 금란가사金欄袈裟와 의발衣鉢을 전하였는데 이 아이가 바로 5조 홍인弘忍대사가 됩니다.  불입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조사선祖師禪의 진풍眞風을 맛 볼 수 있었는지요?

 

 

출처: 중앙승가대학교

http://www.sangha.ac.kr/2006/info/info_02_2_view.html?page=1&idx=19&table=ML_BBS&id=1724&limit=&keykind=&keyword=&article_num=11

출처 : - 행자실 -
글쓴이 : 매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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