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되새기기

[스크랩] 바람을 향해 흙을 던지지 말라

수선님 2018. 10. 2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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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사밧티의 동쪽 녹자모 강당에 계실 때의 일이다.

 

부처님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 탁발을 하기 위해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탁발이 끝나갈 무렵 뜻밖에 곤란한 일이 생겼다. 사밧티에 사는 파라트파차라는 욕쟁이가 부처님을 따라다니며 차마 입에 담기 거북한 욕을 하는 것이었다.


부처님은 그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파라트파차는 부처님이 자기의 위세에 눌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줄 알고 ‘당신은 나에게 졌다’고 하면서 기고만장하였다.


그러나 일체의 분노로부터 해탈한 분이 부처님이다. 그런 일에 얼굴을 붉히거나 화를 낼 부처님이 아니었다. 약이 오른 파라트파차는 흙을 한주먹 쥐고 부처님을 향해 뿌렸다. 그때 마침 맞은편에서 바람이 불어와 흙먼지는 도로 그에게 돌아갔다. 파라트파차는 자기가 뿌린 흙먼지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말았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 보던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부처님은 딱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타일렀다.


“아무에게나 마음대로 욕하거나 모욕을 주어서는 안 된다. 너를 화나게 하거나 원한이 있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몸과 마음이 청정해서 때가 없는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면 허물은 도리어 자기에게 돌아가게 된다. 마치 바람을 거슬러 흙을 뿌리면 그 흙이 되돌아와 자신을 더럽히는 것과 같다.”

 

파라트파차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참회했다.


“부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왜 미친 사람처럼 부처님에게 거칠고 추악한 말로 욕하고 모욕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참회를 받아주소서.” 


잡아함 42권 1153경 《건매경(健罵經)》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이 45년 동안 펼친 전도의 여정은 고난과 질시의 가시밭길이었다. 외도의 무리들은 부처님의 명성을 질투하여 터무니없는 모함을 하기 예사였다. 어떤 사람은 부처님이 성자인지 아닌지를 시험하기 위해 일부러 곤란한 일을 만들기도 했다. 그때마다 부처님은 아주 인상적인 대응방법으로 그들을 교화해 나갔다. 잡아함 42권에 이런 에피소드들이 여러 가지 소개되고 있는데 이 경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세상을 살다보면 파라트파차와 같은 사람을 만나 뜻밖의 봉변을 당하는 일이 가끔 생긴다. 그럴 때 보통은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하기 쉽다. 하지만 화를 내면 스스로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꼴이 된다. 화를 내면 낼수록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이는 나 자신이다. 크게 화를 내면 갑자기 피가 거꾸로 흐르고 심장이 크게 박동해서 혈관이 터지고 몸을 상하게 하는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부처님이 모범을 보였던 대처방법을 떠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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