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여인 연화색 비구니
서인도 아반티국 웃제에니성에 한 장자의 외동딸이 있었다. 가정이 부유하고 인물이 뛰어나 마치 연꽃과 같이 어여뻤으므로 이름을 웁팔라반나 연꽃이라 불렀다. 그런데 그가 결혼 후 그가 낳은 어린아이를 앉고 아방에서 젖을 먹이고 있는데 남편을 잃고 외롭게 지켜나가던 그의 어머니가 남편과 몰래 정을 통하고 말았다. 하녀의 고소로 이 사실을 안 웁팔라반나는 그의 어린애를 남편앞에 내 전지며 크게 꾸짖었으나 도리어 남편은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그 뒤부터는 공공연히 정을 통하여 사랑을 주고받았다. 참다 못한 여인은 집을 뛰쳐나갔다. 얼마쯤 걷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발에서는 상처가 나 피가 흐르고 아름다운 육체는 먼지와 흙에 뒤덮여 있었다.
그 때 마침 아내을 잃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하여 마차를 타고 저녁 유행길에 나섰던 한 장자가 초점 잃은 그 여인의 가냘픈 미소를 보고 마음이 끌려 가까이 갔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베네레스 입니다. 당신은 어디서 오는 누구입니까?”
“나는 집도 임자도 없는 여인입니다.”
“당신의 원한다면 나는 당신을 내 아내로 맡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그의 아내가 되었다. 비록 결혼을 했던 사람이나 아직 어린애들이 없어 재혼 같지 않았다. 장자는 그 여자가 들어온 이후로 돈도 많이 벌고 명예도 높이 드날려 더욱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루는 행상차 웃제에니성에 갔다가 우연히도 웁팔라반나와 똑같이 생긴 처녀를 만났다.
“어디 사는 누구냐?”
“나는 성도 이름도 없는 종입니다. 일찍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버리고 어디론가 가버려 나는 남의 집 종이 되어 있습니다.”
가련하면서도 귀엽고 아름다운 그 여인을 보고 장자는 슬거머니 마음이 동했다.
“너 나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니? 원한다면 내종의 신분을 벗겨주고 사랑하는 여인으로 삼으리라.”
“종으로서의 해방을 얻고 세상만 편히 살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그의 주인을 찾아 많은 돈을 주고 그를 샀다. 그리고 집을 얻어 신방을 꾸며 놓고는 집에 와서 말했다.
“나는 오늘 도독을 만나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목숨만 이렇게 실아 왔습니다.”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군요”
웁팔나반나는 걱정하며 그를 이렇게 위로 했다. 그런데 남편은 하룻밤도 집에서 머무르지 않고 돈뭉치만 가지고 “도둑을 기필코 잡고야말겠다” 하며 길을 떠났다. 웁팔라반나는 퍽 걱정을 하면서 남편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의 친구가 찾아왔다.
“어디 갔습니까?”
“예, 도둑을 잡으러 간다고 나갔습니다.”
하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친구는 그 말을 듣고 나서,
“도둑이 아니라 여자를 찾아갔을 것입니다.”
하며 그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어디 사는 누구며 어떻게 생긴 여인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웁팔라반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억지로 참고 남편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남편이 왔다.
“여보, 당신은 왜 거짓말을 합니까? 여자를 데려왔으면 집으로 데리고 올 일이지”
남편은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하였으나 이미 다 알고 하는 말이라.
“두 아내가 한 집에 있으면 싸움이 생길 염려가 있어 그랬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 참을 수 있습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하면 자매와 같이 지낼 것이고 나이가 나보다 어리면 딸과 같이 대하겠습니다.”
“감사하오. 당신이 정 그러하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데려오리다.”
하고 그는 집을 나갔다. 과연 그 여자는 닮은 데가 있었다. 반짝이는 눈, 복스런 코, 붉은 입술, 풍만한 육체, 이모두가 어떻게 그렇게 자기를 닮았는지 알 수 없었다.
“웃제에니성서 왔다지?”
“예,”
“내 너를 자식처럼 사랑할 터이니 조금도 어려워 말고 내 낭군을 섬겨라.”
이렇게 부탁한 여인은 그 처녀를 딸과 같이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하루는 남편이 나 간뒤 목욕을 하고 머리를 빗겨주다가 머리에 일찍이 보지 못한 흉터를 보고 물었다.
“이 흉터는 어떻게 하여 생겼지?”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들은 말에 의하면 제가 젖먹고 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움하다가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나를 던저 머리가 터졌다. 합니다.”
아, 이 무흔 운명의 장난인가? 지난 날 에는 자기를 낳은 어머니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이번에는 내가 낳은 딸에게 남편을 빼앗기게 되었으니 그러나 그는 다시 한번 물었다.
“아버지는 누구고 어머니는 누구지?”
“아버지는 할머니와 함께 도망가 이름을 알 수 없고 어머니는 웁팔라반나라 들었습니다.”
그는 손에든 빗을 떨구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웁팔라반나는 비친 듯이 뛰고 또 뛰며 울고 또 울다가 자기도모르는 사이에 허리에 찬 끈을 풀어 목에 매고 나뭇가지에 걸었다. 차라리 죽는 것만이 인생을 복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그가 막 나뭇가지에 올라 끈을 매고 내려오는 순간 옆에서 나무를 하던 추군이 보고 쫓아와 그를 앉고 끈을 풀어 주었다.
“이 어리석은 양반아, 죽으면 무얼합니까? 좋든 궂든 나의 운명은 내가다 받고 이기며 사는 것이 인생입니다.”
하고 꾸짖었다. 웁팔라반나는 그 나뭇꾼의 순박한 인정에 끌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나 같은 사람은 마땅히 죽어야 합니다. 살아서 무얼 하겠습니까?”
그러나 초동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한 일에 죽음을 부른다면 인생은 너무나도 약한 동물에 불과 합니다. 나는 3년 전 천날의 나뭇꾼 보다는 한날의 호화로운 돈서방이 좋다 하고 정부와 눈이 맞아 갓난 아이를 내동댕이치고 도망간 여인을 보고도 살아남았습니다. 사실 나도 한번 죽을으려고 목을 맨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차마 그 귀한 핏덩이들을 보고 그대로 죽을 수 없어 죽음을 포기하고 오늘날까지 살았습니다.“
그는 참으로 착한 남자였다. 인연이란 인연을 부르는 것이라. 이 두 사람은 서로의 사정을 동정하여 또 새로운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었다. 집에는 다섯살난 아이가 있었다. 의식은 비록 빈곤하였으나 그 사내의 깊은 정은 애정이 그 모든 것을 잘 참아 갈 수 있게 하였다. 다섯 살 난 아이가 열일곱살이 되었을 때 그 집안은 퍽 부유해서 마을에서도 몇 째 안가는 부자가 되었다. 남편이 말했다.
“여보당신 덕택으로 우리집이 이렇게 부자가 되었으니 이제 저놈을 출가시켜 며느리를 보도록 해야겠소”
하고 동의를 구했다. 이렇게 아내의 뜻을 얻은 아버지는 사방으로 처녀를 구해다니다가 베나레스의 어느상인의 집에서 예쁜 처녀를 발견하고 청혼했다. 상인은 쾌히 승낙하였으나 너무나도 많은 돈을 요구하여 간신히 값을 치르고 날을 받아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남편은
“처녀의 어머니는 꼭 당신을 닮았고 그 처녀는 꼭 자기 엄마를 닮아 어쪄면 딸과 같은 며느리를 얻게 되었소”
하고 좋아했다. 그러나 웁팔나반나는 ,
“베나레스- 무역상”
이렇게 속으로 되뇌이며, 그는 틀림없이 내 딸의 딸이다. 내가기른 아들과 내 딸의 딸과 결혼한다면 결국 딸은 내 사돈이 되지 않겠는가? 세상에 얄궂은 일도 다 있다. 하고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결혼준비에 열중하였다. 이윽고 결혼식 날이 되었다. 아버지와아들은 기분 마음으로 며느리와 아내를 맞으려 가는 데 그는 뒤에서 멀리 오는 가마를 보고 질색을 해 도망쳤다. 가마 속의 여인은 영락없이 어머니를 닮은 자기의 손녀였다. 그 뒤에는 옛날 자기 남편 노릇을 하던 대상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뛰고 또 뛰고 얼마쯤 가다가 길가 초막이 하나 있어 들어가 쓰러졌다. 얼마쯤 자다 일어나 보니 그 옆에는 보기에도 흉한 거렁배이가 즐거운 미소를 띠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세상 될 대로 되라는 듯 그는 말이 없었다.
“놀라지도 마십시오. 여기는 나의 집입니다. 내가 아침에 밥을 얻어 먹고 오니 당신이 있어 실로 깜짝 놀랐습니다. 하늘에서 주신 은혜가 아니면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내방에 들어와 나를 기다릴까 하고 말입니다. 만일 당신이 괴로워하지 않는다면 나는”
하고 그의 옆으로 바싹 다가왔다. 그는 이미 각오한 몸이라 어떠한 저항도 없이 그의 요구를 순순히 답아 들였다. 이런 수문이 동네에 퍼지자 나봉깨나 피울 줄 아는 얼간이 친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결구 근 창녀가 되었다.
하루는 500명의 노름꾼들이 500백냥의 돈을 모아 그에게 던져주며 산 속 우거진 꽃밭으로 화전놀이를 가자고 청하였다. 웁팔라반나는 약속한 날 약속한 장소에 나가 한창 신나게 노는데 부처님 제자 목건련이 산책하러 나왔다가 그들의 눈에 띄었다.
“저기 사문이 나타났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자 또한 사람이 말했다.
“웁파라반나여, 저 사문을 타락시킬 수 있다면 내 너에게 많은 양의 금을 주리라”
웁팔라반나는 쾌히 승낙하고 그의 앞에 다가갔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목석과 같았다.
“여인이여, 너 자신을 보라, 뼈를 엮어 성을 만들고 살을 바르고피를 돌리어 아흡개의 구명에서는 궂은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호화롭던 임금의 수레도 부서지듯 우리 몸도 늙으면 형체가 썩는 다. 무엇을 웃고 무엇을 기뻐하랴. 세상은 쉼이 없시 타고 있구나. 어찌하여 그대는 어둠속에 덮여 있어 밝은 등불을 찾지 않고 있는가?”
웁팔라반나는 그 말씀을 듣고 엎드려 고했다.
“높으신 분이여, 제가 이제 알았나이다. 미워해야 하고 사랑해야할 것을 진심으로 군자께 귀의를 청합니다.”
“사람이 누가 어리석지 않는자 있으리오, 광석이 용광로에 이르러 진금이 되듯 우치도 굴리면 지혜가 되듯 악을 굴리면 선이 된다. 내 그대가 원한다 부처님께 청하여 출가를 허락하겠노라.”
그리하여 그여인과 목건련과 500의 놀음 꾼들은 왕사성 죽림정사에 이르러 부처님을 뵈옵고 모두 출가하였다.
“부처님, 이 무슨 인연으로 제 어머니와 딸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또 여러 많은 남자들을 상대하는 창녀가 되었다가 오늘 이렇게 불법을 만나출가를 얻게 되었습니까?”
“옛날 가섭불 당시 한 장자가 있었다. 마음씨는 곱고 착했으나 뛰어난 인물 때문에 색을 탐하여 홀로 된 장모를 범하고 아내를 버린 뒤 뭇 여성들을 편력, 마침 내는 남자 기생이 되었다. 하루는산천경계에 꽃놀이를 갔다가 한 사문을 만나 자성을 깨달으니 내세에는 반드시 부처님을 만나 이런 은애에서 벗어나 출리를 얻기 원했으므로 이 생에 그 은애를 갚고 마침내 나를 만나 해탈을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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