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스크랩] 해설

수선님 2017. 12. 17. 12:17
 

                                                       해     설


  이 책은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에 수록되어 있는 경전 <숫타니파타(Suttanipata)>를 완역한 것이다. ‘숫타(Sutta)’는 ‘말의 묶음(經)’, ‘니파타(Nipata)’는 ‘모음(集)’이란 뜻으로, 두 단어가 합쳐져 ‘말의 모음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숫타니파타는 경전을 모은 것이란 뜻이다. 불교의 많은 경전 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경전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과 의미가 크다.

  이 경전이 이루어진 배경은 이러하다. 부처님이 돌아가신 후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을 간추려 간결한 산문의 형태로 묶었다. 암송하기 쉽게 하여 구전되었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 후세에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 최초에는 부처님이 즐겨 쓰던 마가다어(북인도 마가다 지방에서 그는 진리를 깨달아 부처가 됐다)로, 또는 마가다어의 영향력이 큰 속어의 일종으로 구송되다가 그 후 팔리어로 정착됐다. 현재는 팔리어 성전 | 聖典(남전대장경)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경전처럼 시와 짧은 글귀로 결집되어 전해진 또 하나의 경전이 <담마파다(Dhammapada)> 다시 말해 <진리의 말씀(법구경)>이다. 이러한 경전들은 대개 아쇼카 왕(기원전 268년에 즉위 232년까지 다스림) 이전에 성립된 것으로 보는데, 그 중에서도 숫타니파타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제4장 ‘여덟 편의 시’와 제5장 ‘피안에 이르는 길’은 다른 장보다도 더 일찍 이루어진 것이라고 학계에서는 평가한다. 물론 맨 처음부터 숫타니파타(經集)로 한데 묶여 형성된 것은 아니다. 각 장이 따로따로 독립된 경전으로 전해지다가 어떤 시기에 와서 하나의 ‘경집(經集)’으로 묶여진 것이다. 여승(女僧)에 대한 말이 한 마디도 없는 걸 보아도 이 경전이 가장 초기의 불교 형태를 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숫타니파타>는 모두 1,149수의 시를 70경에 정리, 이것을 다섯 장으로 나누고 있다. 그 다섯 장이 ‘뱀의 비유(蛇品)’ ‘작은 장(小品)’ ‘큰 장(大品)’ ‘여덟 편의 시(義品)’ ‘피안에 이르는 길(彼岸道品)’로 이 중에서 ‘여덟 편의 시’와 ‘피안에 이르는 길’ 등 세 장은 처음에는 독립된 경전으로 유포되었던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이다.


  첫째, ‘뱀의 비유’는 열두 개의 경으로 되어 있다. 그 중 제1경에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이라는 구절이 되풀이되어 있어 사경(蛇經)이라고 부른다. 제2경은 소치는 다니야 대목으로 16편의 시구로 된 경이다. 제3경에는 독신 수행자를 위해 모든 집착을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유명한 구절의 반복이 있다.

  둘째, ‘작은 장’은 비교적 짧은 경 열네 개를 담고 있다. 제11경은 8편의 시로 되어 있고, 부처님이 아들인(출가하기 전에 낳은 아들) 라훌라를 위해 말씀하신 부분이다. 부처님의 아들이라고 해서 함께 있는 승단의 선배들을 가볍게 보거나 교만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타이르는가 하면, 다시는 세속에 돌아가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하고 있다.

  셋째, ‘큰 장’에는 상당히 긴 열두 개의 경이 실려 있다. 제1 ‘출가경’ 제2 ‘정진경’ 제11 ‘나라카경’ 등 세 경은 부처님의 전기에 대한 가장 오래된 자료다. 제9 ‘바셋타경’에서는 출신 성분에 의해 바라문(제1계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가 하는 행위에 의해 바라문도 될 수 있고 천민도 될 수 있다고, 사성(四姓) 평등의 이치를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제12 ‘두 가지 관찰’은 소박한 형식으로 모든 사물의 기원이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넷째, ‘여덟 편의 시’는 여덟 편의 시로 이루어진 경이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두 번째의 ‘동굴’과 세 번째의 ‘분노’ 등은 여덟 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일찍부터 16경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한역 ‘의품경(義品經)’은 바로 이 경이다.

  다섯째, ‘피안에 이르는 길’은 앞의 경전들과는 달리 전체가 통일성을 지니고 있다. 열여섯 바라문들이 한 사람씩 부처님께 물으면 대답해 주는 문답식 16절과 서(序)와 결(結)을 합해 18절로 되어 있다.

  팔리어로 된 성전 중에는 수많은 숫타가 있는데 하필 이 경만을 ‘경집’이라 부른 까닭은, 다른 경전에는 그 나름의 특정한 이름이 있지만 이 경에는 그러한 이름이 없어 경집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경집에는 ‘닛데사(Niddesa)’라는 오래된 주석서가 4장과 5장, 그리고 1장 제3경에 대한 주석이다. 이 닛데사의 성립 시대인 아쇼카 왕 시대에는 아직도 경집 전체가 정리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경전은 다섯 장 중에서 제4장만 일찍이 한역되어 대장경(한문으로 번역된 것을 말함) 안에 수록되었고 전체의 번역은 없었다. 한역은 <불설의족경(佛說義足經)> 두 권인데, 쿠샤나 왕조(1세기 후반에서 3세기 전반에 걸쳐 융성했던 인도의 통일 왕조) 치하 서북 인도의 재가신자(在家信者)인 지겸(支謙)이 중국에 와서 오(吳)나라 초기(223 ~ 253)에 번역한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한역 불교 권에서 이 경전이 알려지지 않았던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어떤 경전보다도 최초에 성립되고 역사적인 실존 인물로서의 부처, 그 육성에 가까운 원초적인 설법임에도 우리에게 일찍이 소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단순히 언어의 장벽에만 그 까닭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소승 불교라 해서 무조건 얕잡아 거들떠보지도 않으려 했던 중국적인 배타성과 아집에 있었던 것이다. 초기 불교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없이 대승 불교에 접근했던 그 결과는 여러 면에서 부정적인 현상을 낳았고, 오늘날 승단의 혼미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부처님은 그와 같이 단순하고 소박하게 인간으로서 가야 할 길을, 모순과 갈등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해탈의 저 세계(彼岸)에 이르는 길을 말씀하신 것이다. 진리란 간단명료한 것임을 우리는 이 경전의 통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을 읽는 독자들은 그 단순한 형식이 먼저 눈에 띌 것이다. 어떤 때는 지루하리만큼 같은 말이 반복되기도 한다. 우리는 여기서 초기 경전의 소박한 형태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구절마다 눈을 뜬 사람의 인간미가 배어 있는 점에 주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은 후기 경전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가르침을 듣고자 찾아와 묻는 사람들에게 부처님은 알아듣기 쉬운 표현으로 피안에 이르는 길을 차근차근 말씀하신 것이다.


  이 경전의 중요한 부분은 본래 운문인 시의 형식으로 되어, 읽히기보다는 읊어졌다. 시가 지닌 아름다움을 언어의 구조가 다른 말로 옮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아예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데 치중해 한결같이 산문으로 옮겼다. 그러면서도 이 경전이 지니고 있는 의도적인 표현만은 다치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였다.

  대승 경전만을 읽다가 이 경에서 풀어 쓴 듯한 용어를 만나면 오히려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불교 용어로 굳어진 것은 후기의 일이고, 초기에는 단순한 표현으로 썼다는 것을 이 경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일반 불자들에게는 용어로 굳어지기 이전의 용어가 접근하기 쉬울 것 같아 본래의 표현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에게 미리 당부할 말이 있다. 모든 경전이 다 그렇듯이 지혜의 책인 이 경전도 소설이나 일반 산문과 달리 흥미 있는 글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구절씩 음미하듯 읽어 가면서 현재 자기 자신의 삶을 ‘이 거울’에 비춰 본다면 새로운 인식과 깨달음의 지평이 열릴 줄 믿는다. 그리고 이 경전을 읽어 가는 동안 순수한 초기 불교의 모습과 그 무렵 종교와 사상계의 흐름을 짐작하게 될 것이다

출처 : 불종사
글쓴이 : 현진스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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