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보이는 말씀 (제십이편)
형제여러분들이 십년 이십년 일생에 이르기까지
세상 인연을 끊으며 반연을 잊고 화두 의심으로 이 일만 밝히되
화두 타파 하지 못한 사람은 병이 어디에 있는고.
본래 마음을 밝히고자 하는 수좌스님은 시험해 잡아내어 보라.
이 숙세에 신령스러운 최상승선의 활구 참선의 뼈가 없음이 아니냐.
눈밝은 선지식을 만나지 못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루 공부하고 열흘 해태하고 방일한 게으름이 아니냐
근기가 열등하고 뜻이 미흡하고 나약함이 아니냐.
추번뇌 세번뇌 겹번뇌 속에서 빠져 있음이 아니냐.
한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을 살펴서 없다는 외도의 공에 잠기고
화두 의심을 잡들지 않고 다만 고요함을 지키고 있음이 아니냐.
생각으로 헤아리고 따져서 사량 복탁하는 잡된 독약이 마음에 주인됨이 아니냐.
이 시절이 이르지 못함이 아니냐.
이 화두를 의심하지 않음이 아니냐.
이 화두 의심을 얻지 못하고 화두 의심을 얻었다 거짓으로 이르는 것이 아니냐.
화두를 지어가다가 사량 복탁해서 화두가 타파되어 의심이 없는 경지에서
중도에 다 깨달은 줄 알고 화두에 의심이 안되어 공부를 못짓는
묵조사선의 병을 의론할진대 이상으로 말한 이속에 있지 않을진대
필경 어느 곳에 있는고. 돌,
이상으로 한말은 허물이 있으므로 묻어버리고
사람 하나가 차지하고 있는 서까래 세개가 깔린 넓이에
길이가 일곱자 되는 방석위에 앉아서 모든 선방에서의 생활이 이루어지는데
일곱자되는 방석위에 앉아서 화두를 의심하는 것이로다.
만일 마음을 밝히는 이일을 의논할진대
한 무더기의 높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이 비유할 것이니
삼면은 평이하여 잠깐동안에 가히 오를수 있는지라
지극히 힘이 덜리며 극히 편리하거니와,
만일 말하기를 화두 의심을 돌이켜 화두의심이 계속 이어지게하여
점검하고 살펴보아 의심하여 간다면
소리를 듣는 귀뿌리는 부모를 의지해 태어난 두조각의 가죽이요,
말을 하는 이빨(치아)은 부모를 의지해 갖춘 한 무더기의 뼈니
이것을 가지고 절대적인 진리에 무슨 교섭할 길이 있으며
태어나고 죽음에 이렇게 자유자재할 수 있으리오.
만일 구름을 잡고 안개를 움켜잡는 놈일진대
결정코 화두에 의심이 안되어 공부를 못짓는 묵조사선 가운데 떨어져서
자기의 본래 마음을 밝히는 일을 매몰하거나
출가한 본래의 뜻을 저버리지 아니하고
바로 저 최상승선의 어렵고 어렵더라도 뛰어넘을 수가 없는 곳을 향하여
한 뜀에 뛰어 올라 부처님 말씀에도 속지 않고 조사의 말씀에도 속지 않는 마음을 세우며
화두 참구를 오래오래하되 변함이 없은 뜻을 바탕으로 하여
오르고 또한 오르지 못함과 깨닫고 깨닫지 못함을 묻지 않고
오늘에도 목숨을 버리고 화두를 의심하여 감에
사람과 법을 다 잊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말 길이 끊어짐에 이르러서
갑자기 경계가 바뀌어 뒤집혀지며 화두가 타파되면
마음이 우주와 둘이 아닌 경계에 계합하면
원래 산이 곧 자기의 본래 마음이며
자기의 본래 마음이 곧 산이라
산과 자기의 본래 마음도 오히려 이 원수이거니와,
만일 화두 타파하여 확철대오인 구경각에 이르고자 하는 수좌스님이라면
최상승의 추번뇌 세번뇌를 동시에 항복 받는
절대적인 진리의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바로 모름지기 마음이 우주와 둘이 아닌 경지에 계합하여
태어나고 죽음에 자유자재할 수 있어야 비로소 옳다.
하나, 둘, 세, 넷과 셋, 둘, 하나가 고리와 사슬이 연결되어서
고리가 된 것과 같아서 은으로 된 산이요
무쇠로 된 철벽이니
화두를 의심하여 타파하고 격외에 뛰어나면
삼천대천세계가 바다 가운데 거품이요
일체성현이 번개 같으러니와,
만일 화두를 잡들어 타파하지 못하며 격외의 도리에 뛰어나지 못할진대
간절히 모름지기 하늘을 뒤집고 땅을 엎으며
지식으로 따지고 헤아리는 분별을 여의고 상대적인 관념을 초월하고
문득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고?
화두 의심을 잡들어서 동쪽으로 치고 서쪽으로 치고
가로도 생각이 끊어지고 세로도 의심을 잡들어 다구쳐서
번뇌가 없어지게 하여오고 번뇌가 없어지게 하여 가매
번뇌가 없어져서 화두 의심이 계속 되어짐이 길들어져서
번뇌가 일어날래야 일어날수 없는 곳에 이르러서
진실로 모름지기 더욱 맹렬하게 화두 의심을 더하여
경계가 바뀌어서 한번 뛰어 오르면 흙덩이와 진흙덩이가 모두 성불 하려니와,
만일 이 화두를 타파하지도 못하고 의심이 없는 경지에서 의심이 안되어 공부를 지어가지 못하고
반쯤 화두 의심이 생길 무렵에 반쯤 중도에 다 깨달은줄 알고 기뻐하는
장야가 동시에 곁들여 비유하자면
뱀이 개구리를 삼킴일진대 개구리가 반쯤은 나와 있고 반쯤은 뱀의 입으로 들어가 있는 것과 같이
삼키지도 못하고 �지도 못함일진대
고봉은 감히 점검하여 이르기를
당나귀해에 태어난 사람이라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는다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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