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

[스크랩] 잡아함경 제 1 권

수선님 2018. 12. 30. 12:07
잡아함경 제 1 권
  
  송(宋) 천축삼장(天竺三藏)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한역
  
  
1. 무상경(無常經)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2)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色)은 무상하다고 관찰하라. 이렇게 관찰하면 그것은 바른 관찰[正觀]이니라. 바르게 관찰하면 곧 싫어하여 떠날 마음이 생기고, 싫어하여 떠날 마음이 생기면 기뻐하고 탐하는 마음이 없어지며, 기뻐하고 탐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이것을 심해탈(心解脫)이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수(受)·상(想)·행(行)·식(識)도 또한 무상하다고 관찰하라. 이렇게 관찰하면 그것은 바른 관찰이니라. 바르게 관찰하면 싫어하여 떠날 마음이 생기고, 싫어하여 떠날 마음이 생기면 기뻐하고 탐하는 마음이 없어지며, 기뻐하고 탐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이것을 심해탈이라 하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마음이 해탈한 사람은 만일 스스로 증득하고자 하면
  
1) 고려대장경에는 경명(經名)이 없다. 편의상 경 안에 있는 온타남과 경의 내용을 의거하여 경명을 붙였다.
2) 부처님께서 머무셨던 도량의 하나이다. 수달다(須達多) 장자가 기타(祇陀) 태자(太子)에게 토지를 사서 정사를 지어 부처님께 보시하자, 기타 태자는 그 동산의 숲을 부처님께 보시하였다. 수달다 장자는 항상 가난하고 외롭게 사는 이들에게 보시하기를 좋아하였으므로 급고독 장자라 불렸다. 따라서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기수급고독원이라 하였다.
 
  곧 스스로 증득할 수 있으니, 이른바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무상하다[無常]'고 관찰한 것과 같이, '그것들은 괴로움[苦]이요, 공하며[空], 나가 아니다[非我]'3)라고 관찰하는 것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 정사유경(正思惟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에 대해서 바르게 사유하여 '색은 무상하다'고 사실 그대로 알라. 왜냐 하면 비구들아, 색에 대해서 바르게 사유하여 '색은 무상하다'고 관찰해 사실 그대로 알면 색에 대한 탐욕이 끊어지고, 탐욕이 끊어지면 이것을 심해탈(心解脫)이라 하기 때문이니라.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에 대해서 바르게 사유하여 '식은 무상하다'고 관찰해 사실 그대로 알라. 왜냐 하면 식에 대해서 바르게 사유하여 '식은 무상하다'고 관찰해 사실 그대로 알면 식에 대한 탐욕이 끊어지고, 탐욕이 끊어지면 이것을 심해탈이라 하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마음이 해탈한 사람은 만일 스스로 증득하고자 하면 곧 스스로 증득할 수 있으니, 이른바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이와 같이 '무상하다'고 바르게 사유한 것처럼 '그것들은 괴로움이요, 공이요, 나가 아니다'라고 사유하는 것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3) 7번째 소경인 어색희락경 말미의 올타남(嗢拕南)에 의하면 5온의 고(苦)·공(空)·비아(非我)를 관찰하는 것이 낱낱의 소경으로 분류되어 있다.
 
  
3. 무지경(無知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밝지 못하며, 끊지 못하고, 탐욕을 떠나지 못하면 괴로움을 끊을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밝지 못하며, 끊지 못하고, 탐욕을 떠나지 못하면 괴로움을 끊을 수 없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색에 대해서 잘 알고, 밝으며, 잘 끊고, 탐욕을 떠나면 괴로움을 끊을 수 있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 잘 알고, 밝으며, 잘 끊고, 탐욕을 떠나면 괴로움을 끊을 수 있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4. 무지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밝지 못하며, 끊지 못하고, 탐욕을 떠나지 못하여 마음이 거기서 해탈하지 못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초월할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밝지 못하며, 끊지 못하고, 탐욕을 떠나지 못하여 마음이 거기서 해탈하지 못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초월할 수 없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색에 대해서 잘 알고, 밝으며, 잘 끊고, 탐욕을 떠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초월할 수 있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잘 알고, 밝으며, 잘 끊고, 탐욕을 떠나 마음이 해탈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초월할 수 있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 만일 잘 알고, 밝으며, 잘 끊고, 탐욕을 떠나 마음이 거기서 해탈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초월할 수 있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5. 무지경 ③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을 사랑하고 기뻐하는 것은 곧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는 것이다.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면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없고, 거기에 밝지 못하며, 탐욕을 떠나지 못하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을 사랑하고 기뻐하는 것은 곧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는 것이요,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면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없느니라.
  비구들아, 색을 사랑하고 기뻐하지 않는 것은 곧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지 않는 것이요,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지 않으면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을 사랑하고 기뻐하지 않는 것은 곧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지 않는 것이요,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지 않으면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느니라.
  비구들아, 색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밝지 못하며, 탐욕을 떠나지 못하면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고, 탐욕에서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면 그는 괴로움을 끊을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밝지 못하며, 탐욕을 떠나지 못하여 탐욕에서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면 그는 괴로움을 끊을 수 없느니라.
  만일 색에 대해서 잘 알고, 밝으며, 탐욕을 떠나 마음이 해탈한다면 그는 괴로움을 끊을 수 있느니라. 이와 같이 만일 수·상·행·식에 대해서 잘 알고, 밝으며, 탐욕을 떠나 마음이 거기서 해탈한다면 그는 괴로움을 끊을 수 있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6. 무지경 ④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밝지 못하며, 탐욕을 떠나지 못하여 마음이 거기서 해탈하지 못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초월할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밝지 못하며, 탐욕을 떠나지 못하여 마음이 거기서 해탈하지 못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초월할 수 없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색에 대해서 잘 알고, 밝으며, 탐욕을 떠나 마음이 거기서 해탈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초월할 수 있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 만일 잘 알고, 밝으며, 탐욕을 떠나 마음이 거기서 해탈한다면 그는 태어남·늙음·병듦·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초월할 수 있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7. 어색희락경(於色喜樂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을 사랑하고 기뻐하는 것은 곧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는 것이요,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면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을 사랑하고 기뻐하는 것은 곧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는 것이요,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면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없느니라.
  비구들아, 색을 사랑하고 기뻐하지 않는 것은 곧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
 
  하지 않는 것이요,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지 않으면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을 사랑하고 기뻐하지 않는 것은 곧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지 않는 것이요, 괴로움을 사랑하고 기뻐하지 않으면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무상(無常)·고(苦)·공(空)과
  비아(非我)와 정사유(正思惟)와
  무지(無知)에 네 가지
  그리고 어색희락(於色喜樂)4)에 대해 설하셨다.
  
8. 과거무상경(過去無常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와 미래의 색(色)도 무상하거늘 하물며 현재의 색이겠느냐? 거룩한 제자들아, 이렇게 관찰하는 사람은 과거의 색을 돌아보지 않고, 미래의 색을 바라지 않으며, 현재의 색에 대해서도 싫어하고, 탐욕을 떠나며, 소멸해 다함[滅盡]으로 바르게 향하느니라.
  수(受)·상(想)·행(行)도 마찬가지이며, 과거와 미래의 식(識)도 무상하거늘 하물며 현재의 식이겠느냐? 거룩한 제자들아, 이렇게 관찰하는 사람은 과거의 식을 돌아보지 않고, 미래의 식을 바라지 않으며, 현재의 식에 대해서도 싫어하고, 탐욕을 떠나며, 소멸해 다함으로 바르게 향하느니라.
  무상한 것과 마찬가지로 괴로움[苦]이요, 공하며[空], 나가 아닌 것[非我]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5)
  
4) 이것을 올타남(嗢拕南)이라 한다. 『분별공덕론(分別功德論)』 에 의거하면, 삼장을 편찬한 뒤에 후대 암송자들이 기억하기 편리하도록 10개의 소경 제목을 엮어 하나의 게(偈)를 만들었다고 한다.
5) 온타남에 의거하면 3세 5온(蘊)의 고(苦)·공(空)·비아(非我)가 낱낱의 소경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9. 염리경(厭離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은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은 곧 나[我]가 아니며, 나가 아니면 또한 내 것[我所]도 아니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을 진실한 바른 관찰이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 또한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은 곧 나가 아니며, 나가 아니면 또한 내 것도 아니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을 진실한 바른 관찰이라 하느니라.
  거룩한 제자들아, 이렇게 관찰하면 그는 곧 색을 싫어하고, 수·상·행·식을 싫어하게 되며, 싫어하기 때문에 즐거워하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기 때문에 해탈하게 된다. 해탈하면 진실한 지혜가 생기나니, 이른바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0. 해탈경(解脫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은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은 곧 나가 아니며, 나가 아니면 또한 내 것도 아니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을 진실한 바른 관찰이라
 
  하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은 곧 나가 아니며, 나가 아니면 또한 내 것도 아니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을 진실한 바른 관찰이라 하느니라.
  거룩한 제자들아, 이렇게 관찰하면 그는 색에서 해탈하고, 수·상·행·식에서 해탈하나니, 나는 이러한 것을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괴로움·번민에서 해탈하였다'고 말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1. 인연경(因緣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은 무상하다. 모든 색을 생성시키는 인(因)과 연(緣)도 또한 무상하다. 무상한 인과 무상한 연에 의해 생긴 색들이 어떻게 항상하겠느냐?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은 무상하다. 모든 식을 생성시키는 인과 연도 또한 무상하다. 무상한 인과 무상한 연에 의해 생긴 식들이 어떻게 항상하겠느냐? 이와 같이 비구들아, 색은 무상하고, 수·상·행·식 또한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은 곧 나[我]가 아니며, 나가 아니면 또한 내 것[我所]도 아니다.
  거룩한 제자들아, 이렇게 관찰하면 그는 곧 색을 싫어하고, 수·상·행·식을 싫어하게 되느니라. 싫어하면 즐거워하지 않게 되고, 즐거워하지 않으면 해탈하여 해탈지견(解脫知見)6)이 생기나니, 이른바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6) 무학(無學)의 경지에 이르러 '나는 해탈했다'고 스스로 아는 지혜를 말한다.
 
  
12. 인연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색은 무상하다. 모든 색을 생성시키는 인(因)과 연(緣)도 또한 무상하다. 무상한 인과 무상한 연에 의해 생긴 색들이 어떻게 항상하겠느냐?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은 무상하다. 모든 식을 생성시키는 인과 연도 또한 무상하다. 무상한 인과 무상한 연에 의해 생긴 식들이 어떻게 항상하겠느냐? 이와 같이 비구들아, 색은 무상하고 수·상·행·식 또한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은 곧 나가 아니며, 나가 아니면 또한 내 것도 아니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을 진실한 바른 관찰이라 하느니라.
  거룩한 제자들아, 이렇게 관찰하면 그는 곧 색에서 해탈하고, 수·상·행·식에서 해탈하나니, 나는 이러한 것을 '태어남·늙음·병듦·죽음·근심·슬픔·괴로움·번민에서 해탈하였다'고 말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3. 미경(味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중생들이 색(色)에 맛들이지 않는다면 색에 물들지 않을 것이다. 중생들은 색에 맛들이기 때문에 곧 거기에 물들어 집착하느니라. 수(受)·상(想)·행(行)도 마찬가지이며, 중생들이 식(識)에 맛들이지 않는다면 그 중생들은 식(識)에 물들지 않을 것이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중생들이 식에 맛들이기 때문에 그 중생들은 식에 물들어 집착하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색이 중생들에게 재앙이 되지 않는다면 중생들은 응당 색을 싫어하지 않으리라. 색이 중생들에게 재앙이 되기 때문에 그 중생들은 곧
 
  색을 싫어하는 것이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이 중생들에게 재앙이 되지 않는다면 중생들은 응당 식을 싫어하지 않으리라.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이 중생들에게 재앙이 되기 때문에 그 중생들은 식을 싫어하는 것이다.
  비구들아, 만일 색이 중생들에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중생들은 응당 색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색은 중생들에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중생들은 색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이 중생들에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중생들은 응당 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식은 중생들에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중생들은 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비구들아, 만일 내가 이 5수음(受陰)7)에 대해서 맛들임[味]을 맛들임으로, 재앙[患]을 재앙으로, 벗어남[出離]을 벗어남으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였다면, 나는 모든 하늘과 악마·범·사문·바라문 등 모든 하늘과 사람들 가운데서 벗어나지도, 나오지도, 떠나지도 못하여 길이 뒤바뀜[顚倒]에 머물렀을 것이고, 또한 스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8)를 증득하지도 못하였을 것이다.
  비구들아, 나는 이 5수음에 대해서 맛들임을 맛들임으로, 재앙을 재앙으로, 벗어남을 벗어남으로 사실 그대로 알았기 때문에, 나는 모든 하늘과 악마·범·사문·바라문 등 모든 하늘과 사람들 가운데서 스스로 증득하여 벗어나고, 나오고, 떠나고, 결박에서 해탈하여 길이 뒤바뀜에 머무르지 않게 되었고, 또한 스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수도 있었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4. 미경 ②
  
7) 5취온(取蘊)이라고도 한다. 5수음 또는 5취온은 유루(有漏)의 의미만을 가지는 점에 있어서 5온(蘊) 또는 5음(陰)과 구별된다. 수(受)와 취(取)는 번뇌의 이명(異名)이다.
8) 팔리어로는 anuttara sammasambodhid 이고,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으로 한역한다. 무한하고 완전하며 정확한 최고의 깨달음을 뜻한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색에 맛들임[色味]에 대해서 궁구하고 수행하였다. 그래서 만일 색에 맛들임을 그대로 따라 깨닫게 되면 지혜로써 색에 맛들임을 사실 그대로 보았느니라. 이와 같이 수(受)·상(想)·행(行)·식(識)에 맛들임에 대해서 궁구하고 수행하였다. 그래서, 수·상·행에 맛들임도 마찬가지이며, 만일 식에 맛들임[識味]을 그대로 따라 깨닫게 되면 지혜로써 식에 맛들임을 사실 그대로 보았느니라.
  비구들아, 또 나는 색의 재앙[色患]에 대해서 궁구하고 수행하였다. 그래서 만일 색의 재앙을 그대로 따라 깨닫게 되면 지혜로써 색의 재앙을 사실 그대로 보았느니라. 수·상·행의 재앙도 마찬가지이며, 식의 재앙에 대해서 궁구하고 수행하였다. 그래서 만일 식의 재앙을 그대로 따라 깨닫게 되면 지혜로써 식의 재앙을 사실 그대로 보았느니라.
  비구들아, 또 나는 색에서 벗어남[色離]에 대해서 궁구하고 수행하였다. 그래서 만일 색에서 벗어남을 그대로 따라 깨닫게 되면 지혜로써 색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보았느니라.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서 벗어남에 대해서 궁구하고 수행하였다. 그래서 만일 수·상·행·식에서 벗어남을 그대로 따라 깨닫게 되면 지혜로써 수·상·행·식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보았느니라.
  비구들아, 내가 이 5수음에 대해서 맛들임을 맛들임으로, 재앙을 재앙으로, 벗어남을 벗어남으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했다면, 나는 하늘과 악마·범·사문·바라문 등 모든 하늘과 사람들 가운데서 벗어나지도, 떠나지도, 나오지도 못하여 길이 뒤바뀜[顚倒]에 머무르고, 또한 스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9)를 증득하지도 못하였을 것이다.
  비구들아, 나는 이 5수음에 대해서 맛들임을 맛들임으로, 재앙을 재앙으로, 벗어남을 벗어남으로 사실 그대로 알았기 때문에, 나는 모든 하늘과 악
  
9) 팔리어로는 anuttara sammasambodhid 이고,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으로 한역한다. 무한하고 완전하며 정확한 최고의 깨달음을 뜻한다.
 
  마·범·사문·바라문 등 모든 하늘과 사람들 가운데서 이미 벗어나고, 이미 떠나고, 이미 나왔고, 길이 뒤바뀜에 머무르지도 않고, 또한 스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수도 있었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과거무상(過去無常)에 대한 네 가지 설법과
  염리(厭離)와 해탈(解脫)
  인연(因緣)에 두 가지
  미(味)에도 또한 두 가지를 설법하셨다.
  
  
15. 사경(使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찾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물러서서 아뢰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이제 저를 위해 간략히 법의 요점을 말씀해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수행하며 방일하지 않을 것이고, 수행하며 방일하지 않은 뒤에 '선남자(善男子)들이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서 믿음으로 집에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한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완전히 이루고 현세에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사유하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비구야, 네가 즐거운 마음으로 '마땅히 저를 위해 간략히 법의 요점을 말씀해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홀로 고요한 곳에서 수행하며 방일하지 않을 것이고……(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고 사유하겠습니다'라고, 이렇게 말하였는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비구야, 만일 번뇌[使]를 따라 부려진다면 그는 곧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요, 만일 죽음을 따른다면 그는 취함[取]에 결박될 것이다. 비구야, 만일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는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취함에서 해탈할 것이다."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너는 내가 간략히 설명한 법에서 그 뜻을 어떻게 자세히 이해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색이 번뇌를 따라 부려진다면 색은 그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져 그 번뇌를 따라 죽는다면 그는 번뇌에 결박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번뇌를 따라 부려진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져 그 번뇌를 따라 죽는다면 그는 번뇌에 결박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색이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아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취함[取]에서 해탈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아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취함에서 해탈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간략히 설명하신 법에서 저는 이렇게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비구야,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너는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구나. 왜냐 하면 색이 번뇌를 따라 부려진다면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져 그 번뇌를 따라 죽는다면 그는 취함에 결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번뇌를 따라 부려진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져 번뇌를 따라 죽는다면 그는 취함에 결박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구야, 색이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아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취함에서 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아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취함에서 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홀로 고요한 곳에서 꾸준히 힘써 닦고 익히면서 방일하지 않았고, 꾸준히 힘써 닦고 익히면서 방일하지 않은 뒤에 이렇게 사유하였다.
  '선남자들이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서 믿음으로 집에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한 목적대로……(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
  이 때 그 비구는 곧 나한(羅漢 ; 阿羅漢)이 되어 마음이 해탈하였다.
  
  
16. 증제수경(增諸數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찾아왔다. ……(그가 물은 내용은 앞의 경에서 말한 것과 같고, 다만 다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번뇌[使]를 따라 부려져 그 번뇌를 따라 죽는다면 모든 수(數)10)를 증가시킨다. 만일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아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모든 수를 증가시키지 않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간략히 설명한 법에서 그 뜻을 어떻게 자세히 이해하였느냐?"
  이 때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색이 번뇌를 따라 부려진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
  
10) 윤회(輪廻)하며 떠도는 횟수를 뜻한다.
 
  요, 번뇌를 따라 부려져 그 번뇌를 따라 죽는다면 그는 곧 모든 수를 증가시킬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번뇌를 따른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져 그 번뇌를 따라 죽는다면 그는 곧 모든 수를 증가시킬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색이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아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모든 수를 증가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는다면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을 것이요, 번뇌를 따라 부려지지 않아 그 번뇌를 따라 죽지 않는다면 그는 모든 수를 증가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께서 간략히 설명하신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내지)……그는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해탈하였다.
  
  
17. 비아경(非我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어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간략히 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선남자(善男子)들이 출가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서 믿음으로 집에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한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완전히 이루고 현세에서 증득하여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법의 요점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그 간략히 말씀하시는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고,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겠습니다.……(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겠습니다'라고, 네가 이렇게 말하였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비구야, 너에게 주어지지 않은 법[非汝所應之法]11)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한다. 그런 법을 끊어 버리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이 때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너는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그 뜻을 어떻게 자세히 이해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색은 저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므로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합니다. 수·상·행·식도 저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므로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합니다. 그러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저는 세존께서 간략히 설명하신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비구야, 너는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구나. 무슨 까닭인가? 색은 너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므로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하느니라. 그와 같이 수·상·행·식은 너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므로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하느니라. 그것을 끊어 버린 뒤에는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에 안락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꾸준히 힘써 닦고 익히면서 방일하지 않았고, 꾸준히 힘써 닦고 익히면서 방일하지 않은 뒤에 이렇게 사유
  
11) 팔리어로는 ya natumhaka 이고 '네 것이 아닌 것'을 말한다. 즉 색·수·상·행·식은 나의 소유가 아닌데도 범부들은 이 5온을 '나의 것'라고 여기고 집착한다.
 
  하였다.
  '선남자들이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걸치고서 믿음으로 집에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한 목적대로……(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았다.'
  이 때 그 비구는 아라한이 되어 마음이 해탈하였다.
  
  
18. 비피경(非彼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간략히 법의 요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겠습니다.……(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간략히 법의 요점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겠습니다.……(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겠습니다'라고 말하였는가?"
  이 때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여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만일 너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라면, 그 법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하느니라. 그 법을 끊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이 때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너는 그 뜻을 어떻게 자세히 이해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색은 나[我]가 아니요, 나에게 주어진 것[我所應]도 아니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것[餘人所應]도 아닙니다. 따라서 이 법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합니다. 이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나가 아니요, 나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므로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합니다. 그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입니다.
  이렇게 저는 여래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너는 어쩌면 그렇게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느냐. 무슨 까닭인가? 비구야, 색은 나가 아니요, 나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법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한다. 그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은 나가 아니요, 나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며, 또한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법도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한다. 그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홀로 고요한 곳에서 꾸준히 힘써 닦고 익히면서 방일하지 않았다.……(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았다.
  이 때 그 비구는 마음이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19. 결계경(結繫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법의 요점을 간략히 말씀해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을 것이고, 방일하지 않은 뒤에 '선남자(善男子)들이 바른 믿음으로 집에서 집 아닌 데로 출가한 목적대로……(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사유하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지금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법의 요점을 간략히 말씀해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겠습니다.……(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겠습니다'라고 말하였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비구야, 결박[結]12)에 묶인 법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하느니라. 그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하리라."
  이 때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그 뜻을 어떻게 자세히 이해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색은 결박에 묶인 법입니다. 이 결박에 묶인 법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합니다. 그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입니다.
  
12) 번뇌의 다른 명칭이며 결사(結使)라고도 한다. 이는 중생을 미혹의 경계에 결박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결박에 묶인 법입니다. 이 결박에 묶인 법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합니다. 그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입니다. 이렇게 저는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너는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구나. 무슨 까닭인가? 색은 결박에 묶인 법이다. 따라서 이 법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한다. 그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도 결박에 묶인 법이다. 따라서 이 법은 마땅히 빨리 끊어 버려야 한다. 이 법을 끊어 버리고 나면 바른 이치가 넉넉하여 오랜 세월 동안 안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았고……(내지)……마음이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20. 심경(深經)13)
  심경에서도 또한 위에서와 같이 말씀하셨다.
  
  
21. 동요경(動搖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법의 요점을 간략히 말씀해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겠습니다. 방일하지 않은 뒤에는 '선남자(善男子)들이 바른 믿음으로 집
  
13) 온타남에는 심경(深經)이 경으로 편성되어 있지 않다.

 

 아닌 데로 출가한 목적대로……(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라고 사유하겠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지금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저를 위해 법의 요점을 간략히 말씀해 주소서. 저는 그 법을 들은 뒤에 마땅히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겠습니다.……(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안다)고 사유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비구야, 동요할 때 곧 악마에게 결박되고, 만일 동요하지 않는다면 파순(波旬)에게서 해탈하리라."
  "세존이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시여, 이미 알았습니다."
  부처님께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그 뜻을 어떻게 자세히 이해하였느냐?"
  "세존이시여, 색이 동요할 때 곧 악마에게 결박되고, 만일 동요하지 않는다면 파순에게서 해탈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동요할 때 곧 악마에게 결박되고, 만일 동요하지 않는다면 파순에게서 해탈할 것입니다. 이렇게 저는 세존께서 간략히 말씀하신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너는 내가 간략히 말한 법에서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하였구나. 무슨 까닭인가? 만일 색이 동요한다면 그 때에는 곧 악마에게 결박되고, 만일 동요하지 않는다면 파순에게서 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이 동요할 때 곧 악마에게 결박되고, 만일 동요하지 않는다면 파순에게서 해탈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비구는……(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았고, 마음이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22. 겁파소문경(劫波所問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겁파(劫波)라는 비구가 부처님께 찾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비구는 마음이 잘 해탈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비구는 마음이 잘 해탈할 수 있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겁파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여래에게 마음이 잘 해탈하는 것에 대해 묻다니, 훌륭하구나. 겁파야,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겁파야,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모두 무상하다'고 관찰해 알아야 하느니라. 무상하다고 바르게 관찰하고 나면 색에 대한 애착이 곧 없어지고, 색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고 나면 마음이 잘 해탈하느니라.
  수(受)·상(想)·행(行)도 마찬가지이며, '식(識)도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모두 무상하다'고 관찰해 알아야 하느니라. 무상하다고 바르게 관찰하고 나면 식에 대한 애착이 곧 없어지고, 식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고 나면 나는 그것을 두고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고 말한다.
  겁파야, 이와 같이 비구가 마음이 잘 해탈한 것을 두고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고 여래는 말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애욕이 끊어졌기 때문이니, 애욕이 끊어진 것을 두고 여래는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고 말하느니라."
  그 때 겁파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다. 겁파 비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은 뒤에 홀로 고요
 
  한 곳에서 골똘히 정밀하게 사유하면서 방일하지 않았고,……(내지)……'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알았다. 그는 마음이 잘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23. 라후라소문경(羅羅所問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 계셨다.
  그 때 존자 라후라는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저의 의식이 있는 이 몸과 바깥 경계의 모든 대상에서 나[我]와 내 것[我所]이란 소견, 잘난 체하는 거만[我慢]과 같은 번뇌의 얽맴을 없앨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여래에게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저의 의식이 있는 이 몸과 바깥 경계의 모든 대상에서 나와 내 것이란 소견, 잘난 체하는 거만과 같은 번뇌의 얽맴을 없앨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훌륭하구나,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라후라야,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모두 나[我]가 아니고, 나와 다르지도 않으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해야 한다. 이와 같이 평등한 지혜로 바르게 관찰하라. 무상하다고 바르게 관찰하고 나면 색에 대한 애착이 곧 없어지고, 색에 대한 애착이 없어지고 나면 마음이 잘 해탈하느니라.
  수(受)·상(想)·행(行)도 마찬가지며, '식(識)도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모두 나가 아니고, 나와 다르지도 않으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이와 같이 평등한 지혜로 사실 그대로 관찰하라.
  이와 같이 라후라야, 비구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본다.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면 의식이 있는 이 몸과 바깥 경계의 모든 대상에서 나와 내 것이란 소견, 잘난 체하는 거만과 같은 번뇌의 얽맴이 없어지느니라.
  라후라야, 이와 같이 비구가 만일 의식이 있는 이 몸과 바깥 경계의 모든 대상에서 나와 내 것이란 소견, 잘난 체하는 거만과 같은 번뇌의 얽맴이 없다면, 그 비구는 '애욕을 끊고, 모든 결박[結]을 제거하고, 바르게 빈틈없는 한결같음[無間等]14)으로 고통의 경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있느니라."
  이 때 라후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4. 라후라소문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어떻게 알고 어떻게 보아야 자신의 의식이 있는 이 몸과 바깥 경계의 모든 대상에서 나와 내 것이란 소견, 잘난 체하는 거만과 같은 번뇌의 얽맴이 없겠느냐?"
  라후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법의 주인이요, 중생의 길잡이며, 보호자이십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모든 비구들을 위해 그 뜻을 연설하여 주소서.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들은 뒤에 마땅히 받아 가지고 받들어 행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
  
14) 팔리본에는 이 부분이 abhisamaya 즉 현관(現觀)으로 되어 있다. 이는 번뇌를 바르게 끊고, 혹업(惑業)에 의한 간격이 없다는 뜻이다.
 
  라."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라후라야, '존재하는 모든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모두 나[我]가 아니고, 나와 다르지도 않으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관찰해야 한다. 이와 같이 평등한 지혜로 사실 그대로 관찰하라.
  수(受)·상(想)·행(行)도 마찬가지이며, '식(識)도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일체는 모두 나가 아니고, 나와 다르지도 않으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이와 같이 평등한 지혜로 사실 그대로 관찰하라.
  비구야,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아 자신의 의식이 있는 이 몸과 바깥 경계의 모든 대상에서 내 것이라는 소견, 잘난 체하는 거만과 같은 모든 번뇌의 얽맴이 없게 되면, 그는 의심을 뛰어넘고 모든 대상을 멀리 떠나 완전히 고요해져 해탈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비구가 애욕을 끊고, 모든 번뇌를 제거하고, 바르게 빈틈없는 한결같음으로 고통의 경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는 것이다."
  이 때 라후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사(使)·증제수(增諸數)·비아(非我)와
  비피(非彼)·결계(結繫)·동요(動搖)와
  겁파소문(劫波所問)과
  라후라소문(羅羅所問) 두 가지를 설하셨다.
  
  
25. 다문경(多聞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찾아와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많이 들음[多聞]'을 말씀하시는데, 어떤 것을 많이 들음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지금 나에게 많이 들음의 뜻을 물었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비구야, 마땅히 알라. 만일 '색은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고, 고요하게 해야할 법이다'고 듣는다면 이것을 이름하여 많이 들음이라 한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은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고, 고요하게 해야할 법이다'고 듣는다면 이것을 이름하여 많이 들음이라 하느니라. 비구야, 이것이 여래가 말하는 '많이 들음'이니라."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 뛰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26. 선설법경(善說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찾아와 부처님 발에 엎드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법사(法師)를 말씀하시는데 어떤 이를 법사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지금 여래가 말한 법사(法師)의 뜻을 알고싶으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만일 색에 대해서 '이것은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고, 고요하게 해야할 법이다'고 설명한다면 이런 이를 이름하여 법사라 하며, 만일 수·상·행·식에 대해서 '이것은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고, 고요하게 해야할 법이다'고 설명한다면 이런 이를 이름하여 법사라 하느니라. 이런 이가 여래가 말하는 법사니라."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 뛰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27. 향법경(向法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찾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법을 따르고 법으로 향하는 것[法次法向]15)'을 말씀하시는데, 어떤 것을 법을 따르고 법으로 향하는 것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지금 법을 따르고 법으로 향하는 것을 알고싶으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사유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비구야, 색에 대해서 싫
  
15) 팔리어로는 dhammanudhamma-pa ipanno이다. 12인연에는 선후의 차례가 있고 그 외 다른 법에도 역시 차례가 있으니, 이를 법차(法次)라 한다. 법향(法向)이란 열반법(涅槃法)으로 향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법향법차는 법의 선후 차례에 계합하고 또한 열반법으로 향하는 것을 말한다.
 
  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는 곳으로 향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법을 따르고 법으로 향하는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도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는 곳으로 향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법을 따르고 법으로 향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 뛰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28. 열반경(涅槃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부처님께 찾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법을 보아 열반한다[見法涅槃]'고 말씀하시는데, 어떤 것이 비구가 법을 보아 열반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지금 법을 보아 열반하는 것을 알고 싶으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비구야, 색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소멸하며, 완전히 없애고, 어떤 번뇌도 일으키지 않아 마음이 바르게 해탈하면, 이것을 비구가 법을 보아 열반하는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소멸하며, 완전히 없애고, 어떤 번뇌도 일으키지 않아 마음이 바르게 해탈하면, 이것을 비구가 법을 보아 열반을 얻는 것이라 하느니라."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 뛰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29. 설법사경(說法師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삼밀리제(三蜜離提)라는 비구가 부처님께 찾아와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설법사(說法師)를 말씀하시는데, 어떤 이을 설법사(說法師)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설법사의 뜻을 알고싶으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비구야,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라. 내 너를 위해 설명하리라. 만일 비구가 색(色)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설명한다면, 이런 이를 이름하여 설법사라 한다.
  이와 같이 수·상·행·식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며,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설명한다면, 이런 이를 이름하여 설법사(說法師)라 하느니라."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 뛰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다문(多聞)과 선설법(善說法)과
  향법(向法)과 열반(涅槃)과
  삼밀리제가 물은
  설법사(說法師)에 대해 설하셨다.
  
  
30. 수루나경(輸屢那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기사굴산(耆闍崛山)에 있었다.
 
  이 때 수루나(輸屢那)라는 장자의 아들은 여러 날을 걸어 기사굴산으로 가서 존자 사리불에게 나아가 안부를 묻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존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어떤 사문 바라문이건 만일 무상한 색, 변하고 바뀌며 안온하지 않은 색에 대해 '나는 너보다 낫다. 나는 너와 같다. 나는 너보다 못하다'고 말한다면, 사문 바라문이 이런 생각을 한다면 왜 진실을 보지 못합니까? 또 만일 사문 바라문이 무상하고 변하고 바뀌며 안온하지 않은 수·상·행·식에 대해 '나는 너보다 낫다. 나는 너와 같다. 나는 너보다 못하다'고 말한다면, 사문 바라문이 이런 생각을 한다면 왜 진실을 보지 못합니까?"
  "만일 사문 바라문이 무상한 색, 안온하지 않은 색, 변하고 바뀌는 색에 대해서 '나는 너보다 낫다. 나는 너와 같다. 나는 너보다 못하다'고 말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자는 누구이건 진실을 보지 못한다. 또 무상하고 변하고 바뀌며 안온하지 않은 수·상·행·식에 대해서 '나는 너보다 낫다. 나는 너와 같다. 나는 너보다 못하다'고 말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자는 누구이건 진실을 보지 못한다.
  수루나야,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색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수루나야,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수루나야,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거룩한 제자들이 그런 색에 대해서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이것은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수루나야,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수·상·행·식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수루나야, 만일 수·상·행·식이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거룩한 제자들이 수·상·행·식에 대해서 '이것은 나다.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수루나야, 너는 마땅히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모든 색은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알아야 하나니, 이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如實知]이라 하느니라.
  수(受)·상(想)·행(行)도 마찬가지이며, '식(識)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모든 식은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알아야 하나니, 이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수루나야, 이와 같이 색·수·상·행·식에 대하여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 해탈하면, 해탈지견(解脫知見)이 생겨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그 때 사리불이 이 경을 설명해 마치자, 장자의 아들 수루나는 티끌과 때를 멀리 떠나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장자의 아들 수루나는 법을 보고 법을 얻어서 남을 의지하지 않고 바른 법 안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사리불에게 아뢰었다.
  "저는 이제 제도되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하여 우바새가 되겠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깨끗하게 삼보에 귀의하겠습니다."
 
  그 때 장자의 아들 수루나는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31. 수루나경 ②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기사굴산에 있었다.
  그 때 수루나라는 장자의 아들은 여러 날을 걸어 기사굴산으로 가서 사리불에게 나아가 엎드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사리불이 수루나에게 말하였다.
  "만일 사문 바라문이 색(色)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색의 발생[色集]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며, 색의 소멸[色滅]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색의 소멸에 이르는 길[色滅道跡]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면, 수루나야, 마땅히 알라. 이런 사문 바라문은 그 때문에 색을 끊을 수 없다.
  수(受)·상(想)·행(行)도 마찬가지이며, 만일 사문 바라문이 식(識)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식의 발생[識集]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며, 식의 소멸[識滅]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식의 소멸에 이르는 길[識滅道跡]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면, 그 때문에 그들은 식을 끊을 수 없느니라.
  수루나야, 그러나 만일 사문 바라문이 색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고, 색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며, 색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고, 색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안다면, 수루나야, 마땅히 알라. 이런 사문 바라문은 그 때문에 색을 끊을 수 있다.
  수루나야,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만일 사문 바라문이 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고, 식의 발생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며, 식의 소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고, 식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안다면, 수루나야, 마땅히 알라. 이런 사문 바라문은 그 때문에 식을 끊을 수 있느니라.
 
  수루나야,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색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만일 색이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거룩한 제자가 그런 색에 대해 과연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이것은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수루나야, 이와 같이 수·상·행·식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거룩한 제자가 그런 수·상·행·식에 대해 과연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이것은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보겠는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수루나야, 너는 마땅히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모든 색은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알아야 하나니, 이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如實知]이라 한다. 수루나야, 거룩한 제자는 색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 해탈하며,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괴로움·번민에서 해탈하느니라.
  수(受)·상(想)·행(行)도 마찬가지이며, '식(識)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모든 식은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알아야 하나니, 이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이라 한다.
  수루나야, 거룩한 제자는 식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 해탈하며,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괴로움·번민에서 해탈하느니라."
  그 때 수루나는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32. 수루나경 ③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기사굴산에 있었다.
  그 때 수루나라는 장자의 아들은 여러 날을 걸어 기사굴산으로 가서 사리불에게 나아가 머리 숙여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 때 사리불이 수루나에게 말하였다.
  "만일 사문 바라문이 색(色)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색의 발생[色集]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며, 색의 소멸[色滅]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색에 맛들임[色味]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며, 색의 재앙[色患]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색에서 벗어남[色離]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면, 그 때문에 그들은 색을 초월할 수 없느니라.
  수(受)·상(想)·행(行)도 마찬가지이며, 만일 사문 바라문이 식(識)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식의 발생[識集]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며, 식의 소멸[識滅]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식에 맛들임[識味]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며, 식의 재앙[識患]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식에서 벗어남[識離]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다면, 그 때문에 그 사문 바라문은 식을 초월할 수 없느니라.
   그러나 만일 사문 바라문이 색과 색의 발생·색의 소멸·색에 맛들임·색의 재앙·색에서 벗어남에 대해 사실 그대로 안다면, 그런 사문 바라문은 색을 초월할 수 있느니라. 수·상·행도 마찬가지이며, 만일 사문 바라문이
 
  식과 식의 발생·식의 소멸·식에 맛들임·식의 재앙·식에서 벗어남을 사실 그대로 안다면, 그런 사문 바라문은 식을 초월할 수 있느니라.
  수루나야,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색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수루나야, 만일 색이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거룩한 제자가 그런 것에 대해 과연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하겠는가?"
  "아닙니다."
  "수루나야, 너의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와 같이 수·상·행·식은 항상한가, 무상한가?"
  "무상합니다."
  "만일 무상하다면 그것은 괴로운 것인가?"
  "그것은 괴로운 것입니다."
  "수루나야, 만일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바뀌는 법이다. 그런데 거룩한 제자가 그런 것에 대해 과연 '이것은 나다. 이것은 나와 다르다. 이것은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이다'라고 하겠는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수루나야, 마땅히 '색(色)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모든 색은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알아야 하나니, 이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如實知]이라 한다.
  수(受)·상(想)·행(行)도 마찬가지이며, '식(識)은 과거에 속한 것이건 미래에 속한 것이건 현재에 속한 것이건, 안에 있는 것이건 밖에 있는 것이건, 거칠건 미세하건, 아름답건 추하건, 멀리 있는 것이건 가까이 있는 것이건, 그 모든 식은 나도 아니요, 나와 다른 것도 아니며, 나와 나 아닌 것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알아야 하나니, 이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이라
 
  한다.
  수루나야, 거룩한 제자는 5수음(受陰)에 대해서 '그것은 나도 아니요, 내 것도 아니다'라고 바르게 관찰한다. 이와 같이 바르게 관찰하면 모든 세간에 대해서 거두어 받아들일 것이 없게 되고, 거두어 받아들일 것이 없으면 집착할 것이 없게 되며, 집착할 것이 없으면 스스로 열반을 얻어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
  이 때 장자의 아들 수루나는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CD굽던노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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