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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6권 |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
13. 이양품(利養品)1) |
[ 1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남에게서 이양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중하고 쉽지 않은 일이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함이 없는 곳에 이르지 못하게 한다. 왜냐 하면, 만일 수라타(修羅陀) 비구가 이양을 탐내지 않았더라면 끝내 내 법 안에서 세 가지 법의(法衣)를 버리고 속가(俗家)로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
수라타 비구는 예전 아련야행(阿練若行)을 할 때에 때가 되면 걸식(乞食)을 하였고 한곳에 한 번 앉아 일어나지 않았으며, 하루에 점심 한 끼니만 먹었고 나무 아래나 한데에 앉고 한적한 곳을 좋아하였으며, 다섯 가지 누더기 옷[五納衣]을 입고 혹은 세 가지 법의를 지녔으며, 혹은 무덤 사이를 좋아하기도 하였고 부지런히 고행을 닦는 등 이런 두타행(頭陀行)을 실천하였다. |
그 때 수라타 비구는 항상 포호국왕(蒲呼國王)으로부터 공양을 받았는데, 그 왕은 온갖 맛있는 음식을 날마다 가지고 왔다. 그래서 저 비구는 그 음식에 맛을 들여 점점 아련야행을 버리게 되었다. 즉 때가 되어 걸식하는 것, 한 |
1) 내용으로 보아 이 「이양품(利養品)」의 제명은 제5권 일곱 번째 소경에서부터 해당되는 것 같다. 제6권 말(末)의 올타남에서는 「이양품」의 내용을 그렇게 보고 있다. 아마도 소제명(小題名)을 잘못 여기에 달아놓은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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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에 한 번 앉는 것, 점심때에만 끼니를 먹는 것, 나무 밑이나 한데에 앉는 것,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것, 다섯 가지 누더기 옷을 입는 것, 세 가지 법의를 지니는 것, 무덤 사이를 좋아하면서 부지런히 고행하는 것 등, 이런 일들을 다 버렸다. 세 가지 법의도 버리고 속가로 돌아가 백정이 되어서는 수없이 많은 소를 잡고 또 양(羊)을 죽였다. 그리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
모든 비구들아, 이러한 일로써 이양이란 매우 무거운 것이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바르고 참된 위없는 도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만약 이양을 탐내는 마음이 아직 생기지 않았거든 다시는 생기지 못하게 하고 이미 생겼거든 방편을 구하여 바로 없애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2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한 가지 법만은 꼭 없애라. 그러면 나는 너희들이 신통(神通)을 얻어 모든 번뇌[漏]를 다 끊게 될 것이라고 증명하리라. 어떤 것이 그 한 가지 법인가? 맛에 대한 욕심[味欲]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꼭 이 맛에 대한 욕심을 없애야 한다. 그러면 나는 너희들이 신통을 얻어 모든 번뇌를 다하게 될 것이라고 증명하리라." |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중생들이 만일 이 맛에 집착하면 |
죽어서 나쁜 세계에 떨어지리니 |
지금 꼭 그 탐욕을 버린다면 |
그는 곧 아라한이 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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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이 맛에 집착하는 생각을 항상 버려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3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사위성에 살고 있던 어떤 장자가 마침 애지중지 사랑하여 잠깐도 놓지 않던 외동아들을 잃었다. 그 장자는 애지중지하던 아들이 죽자 그만 미쳐서 빙빙 온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한곳에 가만히 머물러 있지 못하였다. 그는 사람을 볼 때마다 곧 이렇게 말하였다. |
"혹 내 아들을 보았는가?" |
그 때 그 사람은 자꾸만 돌아다니다 기원정사(祇園精舍)까지 오게 되었고 세존의 처소에 이르러 한쪽에 머물렀다. 그 때 그는 세존께 아뢰었다. |
"사문 구담(瞿曇)이시여, 혹 제 아들을 보셨습니까?" |
세존께서 그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
"무슨 연고로 안색이 그리도 어둡고 모든 감관[根]이 그리도 산란한가?" |
그 때 장자가 구담에게 대답하였다. |
"어떻게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왜냐 하면, 저에게 외동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가 저를 버리고 죽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를 너무도 애지중지하여 잠깐도 눈앞에서 떼어놓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죽었으니 그 아이가 불쌍해 저는 미칠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사문께 여쭙니다. 혹 제 아들을 보셨습니까?"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그렇겠구나. 장자여, 네가 질문한 것과 같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세상의 변하지 않는 법이다. 은애(恩愛)하는 이와 이별하는 것도 괴로운 일이고, 미워하는 사람끼리 만나는 것도 괴로운 일이니라. 사랑하던 아들이 너를 버리고 죽었으니 어찌 생각나지 않겠느냐?" |
그 때 장자는 세존의 말씀을 들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 버리고 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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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다.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을 보고 또 이렇게 말하였다. |
"사문 구담은 은애하는 이와 이별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사문이 한 말이 옳습니까?" |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
"은애하는 이와 이별하는데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
그 때 사위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도박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 장자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
'저 남자들은 총명하고 지혜로워 모르는 일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저들에게 이 일에 대해 물어보리라.' |
그는 곧 도박이 벌어진 곳으로 가서 그 사람들에게 물었다. |
"사문 구담이 내게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괴로움, 미운 이와 만나는 괴로움, 이런 것들을 즐거운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그 때 도박꾼들이 대답하였다. |
"은애하는 사람과 이별하는데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즐겁다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
그 때 그들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
'여래께서 하시는 말씀은 절대로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어떻게 은애하는 이와 이별하는 데 즐거울 수 있을까? 그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
그 때 그들은 사위성으로 들어가서 궁문 밖에 이르러 외쳤다. |
"사문 구담이 '은애하는 이와 이별하고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라고 가르친다." |
그 때 사위성과 궁중에 그 말이 두루 퍼져나갔다. 그 때 대왕 파사닉(波斯匿)과 마리(摩利) 부인이 높은 누각 위에서 서로 즐기면서 놀고 있다가 파사닉왕이 마리 부인에게 말하였다. |
"사문 구담께서 '은애하는 이와 이별하고 미워하는 이와 만나는 일이 즐거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하오." |
부인이 대답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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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설령 여래께서 그렇게 가르치셨다 하더라도 거기에는 틀림없이 그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
파사닉왕이 말하였다. |
"마치 스승이 제자에게 '이것은 하라. 이것은 버려라' 하고 가르치면 그 제자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승님' 하고 대답하는 것처럼, 지금 그대 마리 부인도 또한 그와 같구려. 저 사문 구담이 비록 그런 말을 하였다 하더라도 부인께선 '그러하여 틀림이 없고 허망한 말이 아니다'라고 하오. 그대는 썩 물러나시오. 잠시도 내 앞에 머물러 있지 마시오." |
그러자 마리 부인은 죽부(竹膊)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
"너는 지금 기원정사에 계시는 여래의 처소로 찾아가서 내 이름으로 여래의 발에 예를 올리고, 다시 이 뜻을 부처님께 자세히 아뢰어라. 즉 '사문 구담께서는 은애하는 이와 이별하고 미워하는 이와 만나는 것이 다 즐거운 일이라 말씀하셨다고 사위성 안과 궁중 사람들이 말합니다. 그 뜻을 알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정말로 그렇게 가르치셨습니까?' 하고 말이니라.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시거든 너는 잘 받들어 가지고 돌아와 내게 말해다오." |
그래서 죽부 바라문은 부인의 분부를 받고 곧 기원정사의 세존께서 계시는 처소로 찾아가 문안을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
그 때 그 범지(梵志)가 세존께 아뢰었다. |
"마리 부인이 세존의 발에 예배를 올리고 문안드리나이다. |
'여래께서는 기거가 편안하시고 걸음 걸으시기가 건강하시며, 어리석어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들을 교화하시기에 얼마나 수고가 많으십니까?' |
그리고 다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
'이 사위성에 이런 말이 퍼졌습니다. (사문 구담께서는 은애하는 이를 이별하는 것과 미워하는 이와 만나는 것이 다 즐거운 일이라고 가르치신다)고 말들을 합니다. 알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과연 그렇게 가르치셨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
그러자 세존께서 죽부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
"이 사위성에 사는 어떤 장자가 애지중지하던 외동아들을 잃었다. 그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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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생각 때문에 정신 이상이 생겨 동쪽 서쪽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사람만 만나면 곧 '누가 내 아들을 보았느냐'고 묻곤 하였다. 그런 이유로 내가 '바라문아,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요, 미운 이와 만나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이 두 가지에는 아무런 즐길만한 것이 없다'고 하였던 것이다. |
또 옛날 이 사위성에 어떤 나이 많은 어머니가 죽었다. 그 아들이 미쳐서 동쪽과 서쪽을 분별하지 못하였다. 또 어떤 나이 많은 아버지가 죽었고, 또 형·동생·누이·누이동생이 모두 죽었다. 저들은 그렇게 죽어간 변란을 당하고는 모두들 정신 이상이 생겨 동쪽과 서쪽을 분별하지 못하였다. 바라문아, 옛날 이 사위성에 살았던 어떤 사람은 얼굴이 매우 단정한 아내를 새로 맞이했다. 그런데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집안이 가난하게 되었다. 그의 장인과 장모는 그 사람이 가난해진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
'우리가 딸을 빼앗아다가 다른 이에게 시집보내는 것이 타당한 일이다.' |
그는 장인과 장모가 제 아내를 빼앗아 다른 이에게 주려 한다는 말을 몰래 전해 들었다. 그는 잘 드는 칼을 옷 속에 감추어 가지고 곧 처가로 달려갔다. 그 때 그 아내는 담 밖에서 길쌈을 짜고 있었다. 그는 장인과 장모에게 가서 물었다. |
'제 아내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
장모가 대답했다. |
'자네 아내는 담 밖의 그늘에서 베를 짜고 있네.' |
그러자 그는 곧 그 아내에게로 달려가서 아내에게 물었다. |
'그대의 부모가 그대를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시집보내려고 하는가?' |
아내가 대답하였다. |
'그런 말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
그 때 그는 예리한 칼을 빼어 아내를 찔러 죽이고 다시 그 칼로 자기의 배를 찌르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
'우리 둘이 함께 죽자.' |
바라문아, 이 사실로 보더라도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것과 미워하는 사람이 서로 만나는 것이 괴로운 일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걱정과 근심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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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루 다 말할 수 없느니라." |
그 때 죽부 바라문이 세존께 아뢰었다. |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온갖 번뇌는 실로 괴로운 것이요 즐거운 것이 아닙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옛날 제 외동아들이 저를 버리고 죽었습니다. 저는 밤낮으로 생각하며 마음에서 잠시도 잊어버리지 못했습니다. 그 때 나는 아이 생각에 정신 이상이 생겨 동쪽과 서쪽으로 미친 듯이 치달리면서 누구나 만나면 '누가 내 아들을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지금 사문 구담께서 하신 말씀은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나라 일이 많아 저는 이만 돌아가고자 합니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정히 그렇다면 좋을 대로 하여라." |
그러자 죽부 바라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떠나갔다. 그는 마리 부인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동안의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러자 마리 부인이 다시 파사닉왕에게 찾아가 아뢰었다. |
"지금 여쭐 일이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묻는 대로 대답해주십시오. 어떻습니까? 대왕께서는 유리(琉璃)2) 왕자를 사랑하십니까?" |
왕이 대답하였다. |
"매우 생각하고 사랑하여 한 시도 잊을 수가 없소." |
부인이 다시 물었다. |
"만일 장차 왕자에게 무슨 변이 생긴다면 대왕께서는 근심이 되시겠습니까?" |
왕이 대답하였다. |
"그럴 것이오. 부인이여, 그대의 말과 같을 것이오." |
부인이 또 물었다. |
"대왕이시여, 꼭 아셔야 합니다. 은애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데에는 반드시 |
2) 팔리어로는 Vi abha라고 한다. 비유라(鞞留羅) 또는 비유리(毗瑠璃)로 표기하기도 하며, 번역하여 악생왕(惡生王)이라고 한다. 파사닉왕과 마리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로서 뒤에 찬위(簒位)하여 형을 죽이고 가비라위국(迦毘羅衛國)의 석가종족까지 섬멸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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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이 생길 뿐입니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시여. 이라(伊羅) 왕자를 사랑하십니까?" |
왕이 대답하였다. |
"매우 사랑하오." |
부인이 또 물었다. |
"대왕이시여, 만일 그 왕자에게 무슨 변이 생긴다면 대왕께서는 근심하시겠습니까?" |
왕이 대답하였다. |
"매우 근심할 것이오." |
부인이 말하였다. |
"이러한 사실로 보아 은애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데에는 기쁨과 즐거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대왕께서는 찰리(刹利) 종족의 살라타(薩羅陀) 부인을 사랑하십니까?" |
왕이 대답하였다. |
"몹시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오." |
부인이 말하였다. |
"어떻습니까? 대왕이시여, 만일 살라타 부인에게 무슨 변이 생긴다면 대왕께서는 근심하시겠습니까?" |
왕이 말하였다. |
"나는 근심하고 걱정할 것이오." |
부인이 말하였다. |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은애하는 이와 이별하는 것은 곧 괴로운 일이라는 것을 꼭 아셔야만 합니다." |
부인이 다시 말하였다. |
"대왕께서는 저를 사랑하십니까?" |
왕이 말하였다. |
"나는 그대를 진실로 사랑하오." |
부인이 또 말하였다. |
"만일 제 몸에 무슨 변이 생긴다면 대왕께서는 근심하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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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말하였다. |
"만일 그대 몸에 무슨 변이 생기면 나는 진실로 근심하고 걱정이 될 것이오." |
부인이 말하였다. |
"대왕이시여, 이런 사실로 미루어볼 때 은애하는 이와 이별하고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에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꼭 아셔야 합니다." |
부인이 다시 말하였다. |
"어떻습니까? 대왕이시여. 가시(迦尸)와 구살라(拘薩羅) 백성들을 사랑하십니까?" |
왕은 말하였다. |
"나는 가시와 구살라 백성들을 매우 사랑하고 생각하오." |
부인이 말하였다. |
"가시나 구살라에 살고 있는 백성들에게 혹 무슨 변이 생긴다면 대왕께서는 걱정하시겠습니까?" |
왕이 말하였다. |
"가시나 구살라 백성들에게 무슨 변이 생긴다면 내 목숨조차 보존할 수 없을 것이오. 어찌 근심하고 걱정하는 정도겠소? 왜냐 하면 나는 가시와 구살라에 사는 백성들의 힘으로 살아가기 때문이오. 그러므로 나는 알고 있소. 목숨도 오히려 보존하지 못하겠거늘 어찌 근심하지 않겠소." |
부인이 말하였다. |
"이로써 은애하는 이와 이별하는 데에는 모두 이런 고통이 있을 뿐, 즐거움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
그 때 파사닉왕은 오른 무릎을 땅에 꿇어 합장하고 세존께서 계신 곳을 향해 말하였다. |
"참으로 기이하고 기이하십니다. 저 세존께서 이러한 법을 말씀하시다니요. 만일 사문 구담께서 여기 오신다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
그리고는 다시 부인에게 말하였다. |
"지금부터는 평소 때보다 당신을 더 훌륭하고 어여쁘게 볼 것이요, 입는 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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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나와 다름이 없게 하겠소." |
그 때 세존께서 마리 부인이 대왕과 이와 같은 이론의 원리를 주고받았다는 말을 듣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마리 부인은 매우 총명하다. 설사 파사닉왕이 나에게 그렇게 물었더라도 나 또한 저 부인의 말한 대로 왕에게 대답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부인이 왕에게 말한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내 성문(聲聞)들 중에서 제일 먼저 도를 깨달은 우바사(優婆斯)로서 믿음이 독실하고 견고한 이는 바로 저 마리 부인이니라." |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4 ] |
3) 장자가 세존의 처소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조금 뒤에 물러나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발지국(拔祇國)에 있는 시목마라산(尸牧摩羅山) 귀림(鬼林) 녹원(鹿園)에 계셨다. |
그 때 나우라공(那憂羅公)4)"저는 지금 늙어 나이도 많고, 게다가 또 질병도 있어서 온갖 근심과 번뇌가 많습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때를 따라 가르치고 훈계하셔서 중생들로 하여금 오랜 세월 동안 안온할 수 있게 해주소서." |
"저는 지금 늙어 나이도 많고, 게다가 또 질병도 있어서 온갖 근심과 번뇌가 많습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때를 따라 가르치고 훈계하셔서 중생들로 하여금 오랜 세월 동안 안온할 수 있게 해주소서." |
그 때 세존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
"네가 말한 것과 같이 몸에는 두려움과 고통이 많다. 어찌 믿을 만한 것이겠는가? 다만 엷은 가죽으로 그 위를 덮었을 뿐이니라. 장자야, 꼭 알아야 한다. 그 몸을 의지하는 사람들은 실로 잠시 동안 즐거움이 있을지라도 그것 |
3) 이 소경은 『잡아함경』 제5권 109번째 소경인 「모단경(毛端經)」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
4) 팔리어로는 Nakulapita라고 한다. 또 나구라(那拘羅)라고 쓰기도 하고 또는 나우라부(那憂羅父), 나호라부(那酤羅父)라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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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어리석은 마음으로서, 지혜로운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니라. 그러므로 장자야, 비록 몸에 병이 있다 하더라도 마음은 병들지 않게 하라. 장자야,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장자는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곧 물러갔다. |
그 때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
'나는 지금 존자 사리불에게 가서 이 이치를 물어보리라.' |
그 때 사리불은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어느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나우라 장자가 사리불을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사리불이 장자에게 물었다. |
"얼굴 모습이 화열(和悅)하고 모든 감각기관[根]은 고요하니 거기에는 틀림없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장자여, 그대는 부처님께 법을 들었는가?" |
장자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
"존자 사리불이시여, 어떻게 제 얼굴에 기쁜 빛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왜냐 하면, 아까 세존께서 감로법(甘露法)을 제 가슴에 쏟아 부어주셨기 때문입니다." |
사리불이 말하였다. |
"장자여, 어떻게 감로법을 그대 가슴에 쏟아 부으셨는가?" |
장자가 대답하였다. |
"사리불이시여, 저는 세존이 계신 곳으로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세존께 아뢰었습니다. |
'저는 나이 많고, 게다가 또 질병도 있어서 온갖 많은 고통을 이루다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이 몸에 대해 잘 분별해 주시어 널리 중생들로 하여금 오랜 세월 동안 안온함을 얻을 수 있게 해주소서.' |
그 때 세존께서 곧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그렇다, 장자야. 이 몸에는 온갖 쇠퇴만 따르고 고통만 많을 뿐이다. 이 몸은 다만 엷은 가죽으로 그 위를 덮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장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몸을 믿고 따르는 이는 정녕 잠깐 동안의 즐거움은 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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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한량없이 많은 괴로움을 받는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장자야, 이 몸에는 비록 근심이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마음에는 근심이 없게 하라. 장자야,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세존께서는 이와 같은 감로법을 내게 쏟아 부어주셨습니다." |
사리불이 말하였다. |
"장자여, 왜 여래에게 '어떤 것이 몸에는 근심이 있으나 마음에는 근심이 없는 것이며, 어떤 것이 몸에는 병이 있는데 마음에는 병이 없는 것입니까' 하고 그 이치를 다시 묻지 않았는가?" |
장자가 사리불에게 대답하였다. |
"사실 세존께 그 뜻에 대해서는 거듭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몸에도 근심이 있고 마음에도 근심이 있는 것과 몸에는 근심이 있는데 마음에는 근심이 없는 이치를 존자 사리불께서는 틀림없이 아실 것이니 바라건대 자세히 분별하여 주십시오." |
사리불이 말하였다. |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라. 그리고 잘 생각해 보아라. 내가 너를 위해 자세하게 설명해주리라." |
대답하였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리불이시여, 그 가르침을 잘 따르겠습니다." |
사리불이 장자에게 말하였다. |
"장자여, 범부들은 성인을 보지도 않고 성인의 가르침을 받지도 않으며, 그 교훈을 따르지도 않고 착한 벗을 만나지도 않으며, 착한 벗과 같이 일을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색(色)이 곧 나[我]다. 색은 곧 내 것[我所]이다. 나는 곧 색의 것[色所]이다. 색 안에 내가 있다. 나 안에 색이 있다. 저 색과 이 색이 한곳에 합해져 있다. 저 색과 이 색이 한곳에 모여있다'고 생각하다가 그 색이 갑자기 무너지고 변하여 그대로 있지 않게 되면 그로 인하여 근심·걱정·고통·번민을 일으킨다. |
또 통(痛 : 受)·상(想)·행(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며, 식(識)에 대해서 '나에게 식이 있다. 식 안에 내가 있다. 나 안에 식이 있다. 저 식과 내 식이 한곳에 합해져 있다. 저 식과 내 식이 한곳에 모여 있다'고 관찰하다가 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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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너지고 변하여 그대로 있지 않게 되면 그로 인하여 근심·걱정·고통·번민을 일으킨다. 장자여, 이것을 일러 '몸에도 근심이 있고 마음에도 근심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
장자가 사리불에게 물었다. |
"어떤 것이 몸에는 비록 근심이 있지만 마음에는 근심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까?" |
사리불이 말하였다. |
"장자여, 현성의 제자[賢聖弟子]는 성현을 잘 받들어 섬기고 계율을 닦아 실천하며 착한 벗과 일을 같이 하고 착한 벗을 친근히 한다. 그러므로 그는 '나에게 색(色)이 있다'고 관찰하지 않고 '색은 내 것이다. 나는 색의 것이다'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색이 자꾸 변해 그대로 있지 않아도 그 때문에 근심·걱정·고통·번민을 일으키지 않는다. |
또 통(痛 : 受)·상(想)·행(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식(識)을 보지 않으며, '식 안에 내가 있다. 나 안에 식이 있다'고 보지 않고 '식은 내 것이다. 나는 식의 것이다'고 보지 않는다. 또 '저 식과 내 식이 한곳에 모여 있다'고도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식이 갑자기 무너져서 사라져도 그 때문에 근심·걱정·고통·번민을 일으키지 않는다. 장자여, 이것이 바로 '몸에는 근심이 있어도 마음에는 근심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
그러므로 장자여, 그대는 꼭 이와 같이 익혀서 몸을 잊고 마음을 버려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장자여, 반드시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
그 때 나우라공 장자는 사리불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5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
그 때 수천만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설법하고 계셨다. |
그 때 강측(江側) 바라문5)이 무거운 짐을 지고 갑자기 세존께서 계시는 곳 |
5) 팔리어로는 Sundarika-Bharadvaja라고 하며, 또 손타라체리(孫陀羅諦利)라고 쓰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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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르러 짐을 내려놓고는 잠자코 한쪽에 머물러 있었다. 그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
'오늘 사문 구담은 수천만 대중들에게 앞뒤로 빙 둘러 싸여 설법을 하고 있다. 청정하기로 말하면 지금 내가 사문 구담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왜냐 하면 사문 구담은 좋은 쌀밥에 갖가지 맛있는 반찬을 드시지만 나는 과일이나 오이 따위를 먹으면서 겨우 생명을 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 때 세존께서 그 바라문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지금 어떤 중생은 21결(結) 때문에 마음이 더러워져 있다. 마땅히 잘 살펴보아야 하리라. 그 사람은 좋은 곳에 태어나지 못하고 틀림없이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어떤 것이 그 스물 한 가지인가? 성내는 마음의 번뇌[嗔心結], 해치려는 마음의 번뇌[恚害心結], 잠을 자려는 마음의 번뇌[睡眠心結], 조롱하고 희롱하려는 마음의 번뇌[調戱心結], 의심하는 마음의 번뇌[疑是心結], 기피하려는 것이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忌爲心結], 고뇌가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惱爲心結], 시기함이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嫉爲心結], 미워함이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憎爲心結],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마음의 번뇌[無慚心結], 남부끄러운 줄 모르는 마음의 번뇌[無愧心結]·허깨비가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幻爲心結], 간사함이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姦爲心結], 거짓이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僞爲心結], 다툼이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諍爲心結], 교만함이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憍爲心結], 거만함이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慢爲心結], 질투가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妬爲心結], 증상만이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增上慢爲心結], 탐욕이 마음의 번뇌가 되는 것[貪爲心結] 등이니라. 모든 비구들아, 만일 어떤 사람이 이 21결(結)이 있어 마음으로 집착한다면, 마땅히 관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은 틀림없이 나쁜 세계에 떨어지고 좋은 곳에 태어나지 못할 것이다. |
비유하면 마치 흰 천으로 만든 새 옷이 오래되어 먼지와 때가 많이 묻게 되면, 그것은 파랑·노랑·빨강·검정 등의 물감으로 물들이려고 하여도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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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뜻대로 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왜냐 하면 먼지와 때가 너무 많이 묻었기 때문이다. 그와 같나니 비구들아, 만일 어떤 사람이 저 21결(結) 때문에 마음에 집착이 생기게 되면 마땅히 관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은 틀림없이 나쁜 세계에 떨어지고 좋은 곳에 태어나지 못할 것이다. |
만일 어떤 사람이 이 21결(結)로 인해 마음에 집착하는 법이 없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은 틀림없이 천상에 태어나게 되고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새롭고 깨끗한 흰 천은 파랑·노랑·빨강·검정 등 어떤 빛으로 물들이려고 해도 마음대로 무슨 색깔이든 만들 수 있고 또 끝내 지워지지 않는 것과 같다. 왜냐 하면 그 바탕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21결(結)로 인한 마음의 집착이 없는 사람은 꼭 살펴 관찰해 보아라. 그 사람은 틀림없이 천상에 태어나게 되고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
만약 현성의 제자라면 성내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날 때 그것을 관찰하고 나서 곧 그치게 한다. 해치려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수면의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조롱하고 희롱하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의심하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화내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꺼리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번민하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시기하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미워하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남부끄러운 줄 모르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허황한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간사한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거짓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다투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교만한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거만한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질투하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뛰어난 체하는 마음의 번뇌가 일어나거나, 탐내는 마음의 번뇌 일어나면, 그것을 보고 나서는 곧 그쳐버린다. |
만일 현성의 제자로서 성냄이 없고 분노함이 없으며 어리석고 미혹함이 없으면, 마음과 뜻이 화열(和悅)하게 되어 자애로운 마음[慈心]을 한 방위에 두루 채우고 스스로 즐거워한다. 그리하여 2방·3방·4방과 4유(維 : 간방)와 위아래 일체 가운데에도 또한 그러하며, 일체 세간에 한계가 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무게를 달아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인 성냄이 없는 마음으로 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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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즐겁게 노닌다. 이 자애로운 마음으로써 그 가운데를 두루 채워 즐거움을 얻고 나면 마음과 뜻이 곧 올바르게 된다. |
다음에는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悲心]을 한 방위에 두루 채우고 스스로 즐거워한다. 그리하여 2방·3방·4방과 4유와 위아래 일체 가운데에도 또한 그러하며, 일체 세간에 한계가 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무게를 달아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인 성냄이 없는 마음으로 스스로 즐겁게 노닌다. 이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으로써 그 가운데를 두루 채워 즐거움을 얻고 나면 마음과 뜻이 곧 올바르게 된다. |
다음에는 기뻐하는 마음[喜心]을 한 방위에 두루 채우고 스스로 즐거워한다. 그리하여 2방·3방·4방과 4유와 위아래 일체 가운데에도 또한 그러하며, 일체 세간에 한계가 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무게를 달아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인 성냄이 없는 마음으로 스스로 즐겁게 노닌다. 이 기뻐하는 마음으로써 그 가운데를 두루 채워 즐거움을 얻고 나면 마음과 뜻이 곧 올바르게 된다. |
다음에는 평정한 마음[護心 : 捨心]을 한 방위에 두루 채우고 스스로 즐거워한다. 그리하여 2방·3방·4방과 4유와 위아래 일체 가운데에도 또한 그러하며, 일체 세간에 한계가 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무게를 달아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인 성냄이 없는 마음으로 스스로 즐겁게 논다. 이 보호하는 마음으로써 그 가운데를 두루 채워 즐거움을 얻고 나면 마음과 뜻이 곧 올바르게 된다. |
그는 또 여래에 대해 믿음의 근원을 성취하여 그 근원이 흔들리지 않으며 높이 빛나는 깃대를 세워 움직일 수 없게 하여 모든 하늘·용·신·아수륜(阿須倫)·사문·바라문과 혹은 세상 인민들은 그 안에서 기쁨을 얻어 마음과 뜻이 곧 올바르게 된다. |
그는 '이 분을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명행성위(明行成爲)·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도법어(道法御)·천인사(天人師)·불중우(佛衆祐)라 부른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얻어 마음과 뜻이 곧 올바르게 된다. |
다음에는 법을 성취한다. 여래의 법은 매우 청정하여 움직여 옮길 수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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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이와 같이 관찰하고 나서 그 안에서 기쁨을 얻고 또한 승가 대중을 이룩한다. |
그는 또 '여래의 성중은 매우 청정하여 성질과 행동이 순수하고 부드러우며, 모든 법을 다 성취하고 계율을 성취하며, 삼매를 성취하고 지혜를 성취하며, 해탈을 성취하고, 해탈지견(解脫知見)을 성취한다. 성중이란 곧 4쌍8배(四雙八輩)6)를 이르는 말이다. 그들은 여래의 성중으로서 공경할 만하고 귀히 여길 만하며 진실로 받들어 섬길 만한 사람으로서, 그 안에서 즐겁고 기쁨을 얻어 마음과 뜻이 곧 올바르게 된다. 그는 다시 이 삼매로써 마음이 청정하게 되어 티와 더러움[瑕穢]이 없고, 모든 번뇌[結使]가 이내 사라져서 더러움이 없으며, 성질과 행동이 유연(柔軟)하여 신통(神通)을 얻는다. 그리하여 한량없이 많은 전생의 일들과 그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다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 |
즉 '1생·2생·3생·4생·5생·10생·20생·30생·40생·50생·백생·천생·백천생과 성패겁(成敗劫)·불성패겁(不成敗劫)·성패불성패겁·무수한 성패겁·무수한 불성패겁 동안 나는 어디서 태어났으며, 자(字)는 무엇이었고 이름은 무엇이었으며, 성은 무엇이었다. 이와 같은 삶을 누렸고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이러이러한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았고, 목숨의 길고 짧음과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에 태어났다'고 하는 것들에 대해 이와 같이 수없이 많은 전생 일을 스스로 다 안다. |
그는 또 이 삼매의 힘 때문에 마음이 청정하고 티와 더러움이 없어 중생들이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 안다. 그는 또 천안(天眼)으로써 중생들이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을 본다. 받는 몸의 아름답고 추함과 사는 곳의 좋고 나쁨까지도 다 본다. 또 좋거나 나쁜 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라 받는 과보라는 것을 모조리 다 안다. |
'어떤 중생은 몸으로 악한 짓을 하였고 입으로 악한 말을 하였으며 마음으로 악을 행하였다. 성현을 비방하고 삿된 소견으로 그릇된 일을 하다가 몸이 |
6) 소승 4향(向) 4과(果)의 성자를 말한다. 향과 과가 한 쌍으로써 네 종류의 쌍(雙), 곧 8배(輩)를 이르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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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세 갈래 나쁜 세계에 떨어져 지옥[泥黎]에 태어난다. 또 어떤 중생은 몸으로 선한 행동을 하고 입으로 선한 말을 하였으며 뜻으로 선을 행하였다. 성현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을 가졌고 그릇된 소견이 없어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난다.' |
이것을 일러 '깨끗한 천안으로써 중생들이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 받는 몸의 아름답고 추함과 사는 곳의 좋고 나쁨까지도 다 본다. 또 좋거나 나쁜 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라 받는 과보라는 것을 모조리 다 아는 것'이라고 한다. |
그는 또 이 삼매로써 마음이 청정하여 아무 티와 더러움이 없고 번뇌[結使]가 없으며, 마음과 성질이 부드럽고 연해져서 신통을 얻는다. 그는 누진통(漏盡通)을 얻어 스스로 즐거워한다. 그는 이러한 괴로움을 관찰하여 그 괴로움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안다. 또 괴로움의 발생을 관찰하고 괴로움의 소멸을 관찰하며,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관찰하여 사실 그대로를 안다. 그는 이와 같이 관찰하고 난 뒤에는 욕루(欲漏)의 마음에서 해탈하고 유루(有漏)와 무명루(無明漏)의 마음에서 해탈한다. 거기서 이미 해탈하고 난 뒤에는 이내 해탈한 지혜[解脫智]를 얻어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안다. |
비구들아, 이와 같이 현성의 제자로서 마음이 해탈을 얻으면 비록 쌀밥과 여러 가지 맛있는 좋은 반찬을 수미산만큼 많이 먹는다 해도 마침내 허물이 없을 것이다. |
왜냐 하면 탐욕이 다하여 애착이 없어졌기 때문이요, 성냄이 다하여 분노가 다 없어졌기 때문이며, 어리석음이 다하여 어리석음이 다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러 '비구 중에 참다운 비구로서 마음을 아주 깨끗이 씻었다'고 하는 것이니라." |
그 때 강측 바라문이 세존께 아뢰었다. |
"사문 구담이시여, 손타라(孫陀羅)강에 가서 목욕하십시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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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문아, 어찌하여 그 강을 손타라강이라고 부르는가?" |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
"손타라강의 물은 복(福)이 되는 깊은 못이요, 세상의 광명입니다. 만일 어느 누구라도 그 강물에 목욕을 하면 모든 악이 다 없어집니다." |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나는 무수한 겁을 지나는 동안 |
그 강물에 가서 목욕하였고 |
또 수없이 많은 작은 연못을 |
골고루 다니면서 목욕하였다. |
어리석은 이들이 목욕을 즐기지만 |
남몰래 더러운 짓 저지른다. |
묵은 죄 몸 안에 가득 찼는데 |
어떻게 저 강물이 그를 구하리. |
깨끗한 이는 언제나 즐겁고 |
계율이 맑으면 그 또한 시원하다네. |
맑은 사람은 맑은 행을 행하나니 |
그는 원하는 것을 반드시 이루리라. |
주지 않는 것 가지지 않고 |
자애로운 마음으로 살생하지 않으며 |
진실을 지켜 거짓말이 없으면 |
마음이 평등하여 더하고 덜함이 없으리. |
네가 지금 이 계율에 목욕하면 |
반드시 편하고 아늑한 곳 얻으리라. |
구태여 강물로 갈 것 없나니 |
장님을 어둠 속에 던진 것 같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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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바라문이 세존께 아뢰었다. |
"이제 그만 두십시오. 구담이시여, 마치 꼽추의 등을 펴게 하고, 어둠 속에서 빛을 보이며, 헤매는 이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어두운 방에 등불을 켜주며, 장님에게 눈을 주듯이, 사문 구담께서는 무수한 방편으로 그 묘한 법을 말씀하셨습니다. 바라옵건대 저에게도 도 닦기를 허락해주소서." |
그 때 강측 바라문은 곧 비구가 되어 구족계를 받았다. 그는 이름 있는 종족의 아들들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닦아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았다. 그래서 손타라제리(孫陀羅諦利 : 江側)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
그 때 존자 손타라제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6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이 해질 무렵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
그 때 석제환인이 곧 게송으로 여래에게 뜻을 여쭈었다. |
잘 연설하시고 잘 선포하시며 |
흐름을 건너고 무루(無漏)를 이루시어 |
나고 죽음의 깊은 바다 건너신 |
구담(瞿曇)께 이 뜻을 묻습니다. |
저는 이제 이 모든 중생들이 |
짓는 복의 업을 관찰해 보았습니다. |
그들이 짓는 여러 가지 보시 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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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베푸는 복이 가장 높습니까? |
지금 영취산(靈鷲山)에 계시는 세존이시여 |
바라옵건대 그 이치를 말씀해주셔서 |
부처님의 취향을 알려주시고 |
보시하는 자들 위해 말씀해주소서. |
네 갈래 중생들은 지은 복이 없다. |
4과(果)를 원만하게 이룩하여 |
도의 자취를 얻어 공부하는 이거든 |
마땅히 그 법을 믿고 받들어야 한다. |
탐욕도 없고 성냄도 또한 없으며 |
어리석음도 다해 무루를 이루고 |
일체의 깊은 바다 모두 건넌 이 |
그에게 보시하면 큰 결과[大果] 있으리. |
이 모든 중생계의 갖가지 무리 |
그들이 지은 복덕(福德)의 업도 |
짓고 행하는 것 여러 가지 있지만 |
비구에게 보시하면 많은 복 얻으리라. |
그들은 한량없는 중생 건지나니 |
바다 속에 많은 보물이 있는 것처럼 |
성중도 그와 같아서 |
지혜 광명의 법을 널리 연설하네. |
구담이 말씀하신 좋은 곳이란 |
여러 비구들에게 잘 보시하는 것이요 |
헤아릴 수 없는 복을 얻는다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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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훌륭한 이께서 말씀하신 것이라네. |
그러자 석제환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는 곧 그곳에서 물러갔다. |
그 때 석제환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 7 ] |
이와 같이 들었다. |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 기사굴산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
그 때 존자 수보리(須菩提)도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 곁에서 따로 초막을 짓고 몸소 선정을 닦고 있었다. |
그 때 존자 수보리는 몸에 병이 들어 매우 위중하였다. 그는 갑자기 이렇게 생각하였다. |
'지금 내가 받고 있는 이 고통은 무엇을 좇아 생기고 무엇을 좇아 멸하며 또 어디로 가는 것인가?' |
그 때 존자 수보리는 곧 한데에다 앉을 방석을 펴고 몸을 곧게 하고 뜻을 바르게 가지고 전일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가부좌하고 앉아 모든 입(入)의 욕심과 해로움과 고통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
그 때 석제환인은 존자 수보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곧 파차순(波遮旬)7)에게 명령하였다. |
선업(善業 : 須菩提)께서는 모든 결박 벗어나 |
영취산에 머무시더니 |
이제 매우 위중한 병환을 얻어 |
공을 좋아하여 모든 감관 고요해졌네. |
7) 팔리어로는 Pa casikha라고 한다. 또 반차익(般遮翼)이라고 쓰기도 하며, 번역하여 오계(五髻) 또는 오결락자(五結樂子)라고도 하는데, 음악을 담당하는 신(神)의 이름이다. 늘 제석을 위해 연주하는 신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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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빨리 가서 병 문안하고 |
높은 이의 그 얼굴 직접 뵈어라. |
그러면 큰복을 얻을 것이요 |
덕을 심는 것 이보다 나은 것 없으리. |
그 때 파차순이 대답하였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존자여." |
그 때 석제환인이 5백 명 하늘사람과 파차순을 데리고 장정이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만큼 짧은 시간에 곧 삼십삼천에서 사라져 영취산에 내려와 존자 수보리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다시 게송으로 파차순에게 말하였다. |
네가 지금 선정에 들어 삼매를 즐기시는 |
저 선업(善業 : 須菩提)을 깨울 수 있겠느냐? |
부드럽고 맑고 깨끗한 소리로 |
저 분을 선정에서 깨어나게 하여라. |
파차순이 대답하였다. |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
그 때 파차순은 석제환인의 말을 듣고 곧 유리로 만든 거문고를 연주하며 수보리 앞으로 다가가 게송으로 수보리를 찬탄하였다. |
번뇌가 영원히 다 끊어져 남음이 없고 |
모든 생각 고요해져 어지럽지 않네. |
온갖 때와 티끌 다 없어졌으니 |
원컨대 빨리 선정에서 깨어나소서. |
마음은 쉬어 생사의 강을 건너셨고 |
마(魔)를 항복 받고 모든 결박 벗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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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덕은 마치 저 큰 바다와 같으니 |
원컨대 빨리 선정에서 깨어나시라. |
눈 깨끗하기는 연꽃과 같아 |
더러운 때 다시는 붙지 못하네. |
귀의할 곳 없는 이의 귀의할 곳 되었으니 |
저 공(空)의 선정에서 빨리 일어나소서. |
네 흐름의 강 건너 함이 없고 |
늙고 병듦 없음을 잘 깨달아 |
함이 있는 재앙에서 벗어났으니 |
존자시여, 빨리 선정에서 깨어나소서. |
지금 5백 명 하늘 사람 저 위에 있고 |
석제환인도 직접 오려고 하옵니다. |
거룩한 님의 얼굴 뵙고자 하오니 |
해공(解空 : 須菩提)이시여, 빨리 선정에서 일어나소서. |
그 때 존자 수보리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파차순을 찬탄하였다. |
"훌륭하다, 파차순이여. 지금 네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와 잘 어울리고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와 잘 어울려서 다름이 없구나. 그래서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를 떠나지 않고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를 떠나지 않아, 두 소리가 서로 잘 어울려 마침내 묘한 소리를 이루었구나." |
그 때 석제환인이 존자 수보리의 처소로 찾아와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
그 때 석제환인이 수보리에게 아뢰었다. |
"어떻습니까? 선업이시여, 병환은 좀 덜하십니까? 그런데 지금 그 병은 어디서 생겼습니까? 몸에서 생겼습니까, 아니면 마음에서 생겼습니까?" |
그 때 존자 수보리가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
[148 / 1393] 쪽 |
"훌륭합니다, 구익(拘翼 : 석제환인의 다른 이름)이여. 모든 법은 저절로 생겨났다가 저절로 소멸하며, 모든 법은 스스로 서로 움직이고 스스로 그치는 것입니다. 구익이여, 비유하면 마치 독약이 있으면 또 그 독을 제거하는 약이 있는 것처럼, 법과 법은 서로 어지럽게 하고 법과 법은 스스로 그쳐 고요해집니다. 법이 곧 법을 생겨나게 합니다. 검은 법은 흰 법으로써 다스리고 흰 법은 검은 법으로써 다스립니다. |
천제석(天帝釋)이여, 탐욕의 병은 더러운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스리고 성내는 병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리며, 어리석은 병은 지혜로써 다스립니다. 석제환인이여, 이와 같이 일체의 존재는 다 공(空)으로 돌아갑니다. 즉 나라는 것도 없고 남이라는 것도 없으며, 수(壽)도 없고 명(命)도 없으며, 선비도 없고 지아비도 없으며, 얼굴도 없고 모양도 없으며, 남자도 없고 여자도 없는 것입니다. |
석제환인이여, 비유하면 마치 바람이 큰 나무를 넘어뜨리면 가지와 잎사귀가 말라 떨어지고, 눈과 우박이 곡식을 때리면 꽃과 열매가 처음에는 무성하였다가 물이 없어지면 저절로 시들다가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시들었던 싹이 다시 살아나서 존재하게 되는 것처럼 천제석이여, 그와 같이 법과 법이 서로 어지럽혔다가 법과 법이 서로 안정시킵니다. 내가 전에 앓던 아픔과 고통도 지금은 이미 다 사려져서 다시는 근심과 괴로움이 없습니다." |
이 때 석제환인이 수보리에게 아뢰었다. |
"나도 역시 근심·걱정·고통·번민이 있었는데, 지금 그 법을 듣고 나니 다시는 근심과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쓸데없이 많아서 이제 천상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전에도 일이 있었지만, 오늘따라 여러 하늘의 일들이 실없이 많습니다." |
그 때 수보리가 말하였다. |
"이제 갈 때가 되었으니 가도록 하시오." |
이 때 석제환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수보리의 앞으로 나아가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세 번 돌고 나서 떠나갔다. |
그 때 존자 수보리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
[149 / 1393] 쪽 |
능인(能仁)께서 말씀하시기를 |
그 근본을 완전히 갖추었으니 |
지혜로운 사람은 안온을 얻을 것이고 |
법을 들은 사람은 모든 병 나으리라. |
그 때 석제환인은 존자 수보리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조달에 대한 두 가지 경과 |
피(皮)와 사리라(師利羅)8)수라타·죽부·손타리·선업과 |
수라타·죽부·손타리·선업과 |
석제환에게 말씀하셨다. |
8) 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이사라(利師羅)로 되어 있는데 앞에 나온 경, 즉 제5권 맨 마지막경의 내용에 의거하여 사리라(師利羅)로 바꾸었다.} |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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