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

[스크랩] 증일아함경 제8권

수선님 2019. 1. 13. 12:15
[185 / 1393] 쪽
  
증일아함경 제8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17. 안반품 ②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사람이 이 세상에 출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여래·지진(至眞 : 아라한)·등정각이 세상에 출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두 사람이 세상에 함께 출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사람이 세상에 출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벽지불(辟支佛)이 세상에 출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여래의 제자로서 번뇌가 다한[漏盡] 아라한이 이 세상에 출현하기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186 / 1393] 쪽
  비구들아, 이것이 '두 사람이 세상에 출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법이 있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심한 번뇌를 일으킨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 법인가? 이른바 온갖 악(惡)의 근본을 만들어 여러 가지 원망과 미움을 일으키는 것이요, 또 한 가지는 착한 행으로 여러 가지 덕의 근본을 짓지 않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두 가지 법이 있어서 심한 번뇌가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 번뇌를 일으키는 법을 깨달아 알아야 하고, 또 번뇌를 일으키지 않는 법에 대해서도 깨달아 알아 모든 번뇌를 일으키는 법을 끊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번뇌를 일으키지 않는 법을 닦아야 하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삿된 소견을 가진 중생들이 생각하고 행하는 것과 그 밖의 모든 행은 다 귀하게 여길만한 것이 못되어 세상 사람들이 탐내고 즐기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 삿된 소견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저 쓴 과일의 종자와 같다. 쓴 과일이라고 말한 것은 고삼(苦蔘) 종자·정력자(葶藶子)·필지반지자(畢地槃持子)와 그 밖의 쓴 종자를 말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땅에 심어도 이 모든 씨앗들은 나중에 싹이 나면
  
[187 / 1393] 쪽
  옛것이나 다름없이 쓰다. 왜냐 하면 그 종자가 본래부터 쓰기 때문이니라.
  저 삿된 소견을 가진 중생도 그와 같아서 그가 몸으로 짓는 행·입으로 짓는 행·뜻으로 짓는 행과, 취향하고 생각하는 모든 악행은 귀하게 여길 것이 못 되므로 세상 사람들이 탐하고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 삿된 소견은 악하고 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삿된 견해를 버리고 바른 견해를 익히고 행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른 소견을 가진 중생들이 기억하고 취향하는 것과 그 밖의 모든 나머지 행(行)은 다 귀하게 여길만하고 공경할 만하여 세상 사람들이 탐하고 좋아할 만한 것이다. 왜냐 하면 그 바른 소견은 미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저 단 과일인 감자·포도와 그 밖의 달고 맛있는 과일과 같다. 어떤 사람이 좋은 땅을 일구어 그와 같은 단 과일의 종자를 뿌리면, 거기에서 나는 열매는 모두 달고 맛이 있어서 사람들이 탐하고 좋아한다. 왜냐 하면 그 과일 종자는 본래부터 달고 맛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저 바른 소견을 가진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아서 기억하고 취향하는 것과 그 밖의 모든 나머지 행은 다 탐하고 좋아할 만하여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아한다. 왜냐 하면 그 올바른 견해는 미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바른 견해를 익히고 행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1)
  이와 같이 들었다.
  
  
1) 이 소경의 내용은 『중아함경』 제11권 60번째 소경인 「사주경(四洲經)」과 비슷하며,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서진(西晉)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정생왕고사경(頂生王故事經)』과 북량(北涼) 시대 담무참(曇無讖)이 한역한 『문타갈왕경(文陀竭王經)』이 있고, 『장아함경(長阿含經)』 제18권 「세기경(世記經)」 전륜성왕품(轉輪聖王品)과도 그 내용이 비슷하다.
[188 / 1393]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阿難)은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서 홀로 있다가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애욕(愛欲)에 대한 생각을 내고 곧 욕애에 대한 생각을 낸 다음에는 밤낮으로 그것을 익히면서 만족할 줄을 모른다.'
  그 때 존자 아난이 해질 무렵에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입고는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존자 아난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아까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홀로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모든 중생들은 욕애(欲愛)에 대한 생각을 내고 곧 애욕에 대한 생각을 낸 다음에는 오랜 세월 동안 그것을 익히면서 만족할 줄 모른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난아, 네 말과 같다. 모든 사람들은 애욕에 대한 생각을 내고 곧 그 생각을 더욱 키워 오랜 세월 동안 익히면서 만족할 줄 모른다. 왜냐 하면 아난아, 과거 어느 세상에 정생(頂生)이라는 전륜성왕이 있었다. 그는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교화하여 간사한 짓을 하거나 속이는 일이 없었고 7보를 성취하였다. 이른바 7보란 윤보(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주보(珠寶)·옥녀보(玉女寶)·거사보(居士寶)·전병보(典兵寶)이다.
  그에게는 또 1천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들은 모두 용맹스럽고 강하고 씩씩하여 모든 악을 항복 받고 온 천하를 통솔하면서도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 않았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그 정생 성왕(聖王)은 문득 이렇게 생
  
[189 / 1393] 쪽
  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염부제(閻浮提) 땅을 다 차지했다. 백성들도 번성하고 온갖 보배도 많다. 나는 전에 덕망 높은 장로(長老)들로부터 들은 말이 있다. (서쪽에 구야니(瞿耶尼)라고 하는 땅이 있는데 백성들은 번성하고 온갖 보배가 많다)고 하였으니, 나는 지금 거기 가서 그 나라를 통치해야겠다.'
  아난아, 그 정생 성왕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이 염부지(閻浮地)에서 사라져 곧 구야니에 나타났다. 그 때 그 나라 백성들은 이 성왕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나와 맞이하며 예배하고 꿇어앉아 문안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지금 이 구야니 나라는 백성들이 불꽃처럼 번성합니다. 오직 바라건대 성왕께서는 이곳에서 이 백성들을 다스리고 교화하여 법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소서.'
  아난아, 그래서 그 성왕 정생은 구야니에서 그곳 백성들을 통치하면서 수백 천 년을 지냈다. 그 때 저 정생은 또 다른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저 염부제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백성들이 번성하였고 온갖 보배도 많았었다. 또 7보가 비처럼 내려 무릎까지 쌓였었다. 나는 또 이 구야니를 소유하고 있는데, 백성들이 번성하고 온갖 보배도 많다. 나는 전에 또 노인들에게서 (불우체(弗于逮)라는 나라가 있는데, 백성은 불꽃처럼 번성하고 온갖 보배도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지금 그곳에 가서 그 나라를 통치하리라.'
  아난아, 그 정생 성왕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네 종류 군사를 거느리고 구야니에서 사라져 곧 불우체에 나타났다. 그 나라 백성들은 이 성왕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나와 맞이하며 예배하고 꿇어앉아 문안을 올리고 똑같은 말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불우체에는 백성들이 불꽃처럼 번성하고 온갖 보배도 많습니다. 오직 바라건대 성왕께서는 이곳에서 이 백성들을 다스리고 교화하여 법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소서.'
  아난아, 그래서 그 정생 성왕은 불우체에서 그곳 백성들을 통치하면서 백 천만 년을 지냈다. 그 때 저 성왕 정생은 또 다른 날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190 / 1393] 쪽
  '나는 저 염부제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백성들이 번성하였고 온갖 보배도 많았었다. 또 7보가 비처럼 내려 무릎까지 쌓였었다. 나는 또 구야니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백성들이 번성하고 온갖 보배도 많았었다. 지금은 또 이 불우체 나라를 소유하고 있는데, 백성들이 불꽃처럼 번성하고 온갖 진보(珍寶)도 많다. 나는 또 전에 덕 있는 노인들에게서 (울단월(鬱單越)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백성은 불꽃처럼 번성하고 온갖 보배도 많으며, 하는 일이 자유로와 고집스럽게 지키는 것이 없고, 요사(夭死)하는 일도 없어서 정해진 수명은 천 살이며, 그 수명을 마치고 나면 반드시 천상에 태어나고 다른 나쁜 세계에는 떨어지지 않으며, 무명옷[劫波育衣]을 입고 저절로 나는 쌀을 먹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지금 그곳에 가서 그 나라를 통치하되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리라.'
  아난아, 저 정생 성왕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불우체에서 사라져 곧 울단월에 나타났다. 그는 멀리서 그 나라에 푸른빛이 울창한 모습을 보고 좌우의 신하들에게 물었다.
  '너희들도 저 땅의 울창한 푸른빛이 보이는가?'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아주 잘 보입니다.'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부드러운 풀이다. 그 부드럽기가 하늘 옷과 다름이 없다. 여기에 사는 모든 현인(賢人)들은 저 풀 위에 앉느니라.'
  정생 성왕은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가다가 멀리서 그 땅의 황홀하게 눈부신 노란빛을 보고 모든 신하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이 땅의 황홀하게 눈부신 노란빛이 보이는가?'
  대답하였다.
  '다 잘 보입니다.'
  대왕이 말하였다.
  '저것은 저절로 나는 쌀이다. 여기 모든 사람들은 늘 이 쌀을 먹고 살아간다. 그대들도 이 쌀을 먹게 될 것이다.'
  그 때 성왕은 조금 더 나아가다가 다시 그 땅이 다 편편한데, 멀리 높은
  
[191 / 1393] 쪽
  누각들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을 보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저 땅이 편편하고 넓은 것이 보이는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다 잘 보입니다.'
  대왕이 말하였다.
  '저것의 이름은 무명나무[劫波育樹]인데 그것으로 옷을 만든다. 너희들도 이 나무로 만든 옷을 입게 될 것이다.'
  아난아, 그 때 그 나라 백성들은 이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일어나 맞이하여 예배하고 꿇어앉아 문안을 올리고 똑같은 말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울단월에는 백성들이 불꽃처럼 번성하고 온갖 보배도 많습니다. 오직 바라건대 성왕께서는 이곳에서 이 백성들을 다스리고 교화하여 법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소서.'
  아난아, 그래서 그 정생 성왕은 울단월에서 그곳 백성들을 통치하면서 백 천만 년을 지냈다. 그러다 저 성왕 정생은 또 다른 때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저 염부지(閻浮地)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백성들이 번성하였고 온갖 보배도 많았었다. 또 7보가 비처럼 내려 무릎까지 쌓였었다. 나는 또 구야니·불우체·울단월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백성들이 번성하였고 온갖 보배도 많았다. 나는 또 전에 덕이 있는 노인들에게서 (삼십삼천(三十三天)이 있는데, 쾌락은 견줄 데 없고 수명은 매우 길며, 옷과 밥은 저절로 생기고 모시는 옥녀(玉女)들도 헤아릴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지금 그곳에 가서 그 천궁(天宮)을 통치하되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하리라.'
  그 때 아난아, 그 정생 성왕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울단월에서 사라져 삼십삼천에 나타났다. 그 때 천제석(天帝釋)이 멀리 정생 성왕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아난아, 정생 성왕은 곧 석제환인(釋帝桓因)과 한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이 같이 앉으니 모습이 닮아 분별할 수가 없었다. 얼굴이나 행동이나 말소리도 똑같아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192 / 1393] 쪽
  아난아, 그 때 정생 성왕은 그곳에서 수천 백 년을 지내고 나서, 그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저 염부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백성들이 번성하였고 온갖 보배도 많았었다. 또 7보가 비처럼 내려 무릎까지 쌓였었다. 나는 또 이 구야니·불우체·울단월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백성들이 번성하였고 온갖 보배도 많았었다. 나는 지금 이 삼십삼천에 왔다. 나는 지금 이 천제석을 죽이고, 여기서 내 혼자 이 하늘의 왕이 되리라.'
  아난아, 그 때 정생 성왕은 이런 마음을 먹자마자 곧 자리에서 떨어져 염부리지(閻浮里地)로 가게 되었고, 네 종류의 군사들도 모두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는 윤보(輪寶)도 사라져 있는 곳을 알 수 없었으며, 상보(象寶)와 마보(馬寶)는 한꺼번에 죽고, 주보(珠寶)는 저절로 사라지고 옥녀보(玉女寶)·거사보(居士寶)·전병보(典兵寶)도 다 목숨을 마치고 말았다.
  그 때 정생 성왕은 몸에 중한 병이 들었다. 친척들이 모두 모여 문병을 하고 안부를 물었다.
  '어떠하십니까? 대왕이시여, 만일 대왕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어떤 사람이 와서 정생 성왕은 임종할 때 무슨 말을 하였느냐고 물으면 무어라고 대답하오리까?'
  정생 성왕은 대답하였다.
  '만일 내가 죽은 뒤에 누가 와서 묻거든 (정생 성왕은 이 온 천하를 통치하면서도 만족할 줄을 모르고, 다시 삼십삼천에 가서 수백 천 년을 지냈다. 거기서 탐욕[貪]을 마쳤다)고 이렇게 대답하라.'
  아난아, 너는 의심하지 말라. 그 때 그 정생 성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다른 생각을 내지 마라. 왜냐 하면 그 때의 정생 성왕은 바로 나였기 때문이니라. 그 때 나는 온 천하를 차지하고 또 삼십삼천에 가서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누리면서도 만족할 줄을 몰랐다. 아난아, 이런 사실을 거울삼아 자기가 나아갈 바를 깨달아 알아야 한다. 만일 탐욕을 일으키면 그 생각이 더욱 자라 배로 늘어나며, 애욕에 빠져 만족할 줄 모르나니, 만일 만족할 줄 알기를 구하려고 하거든 마땅히 성현의 지혜 가운데서 그것을 구해야 할 것
  
[193 / 1393] 쪽
  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탐욕이란 때맞추어 오는 비처럼
  그 욕심 자꾸 자라 만족할 줄 모른다.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만 많으니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떨어버린다.
  
  비록 하늘의 즐거움 받아
  다섯 가지 욕망을 누리더라도
  그것은 저 애욕의 마음을 끊어버린
  부처님의 제자만 못하느니라.
  
  탐욕으로 여러 억 겁 오래 살아도
  복이 다하면 다시 지옥에 떨어지네.
  향락을 누리는 것 얼마이던가?
  이내 곧 지옥의 고통 받느니라.
  
  "그런 까닭에 아난아, 마땅히 이런 이치로서 탐욕을 알아서 그 탐욕을 버리고 다시는 그런 생각을 일으키지 않도록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생루(生漏) 바라문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와 문안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생루 바라문이 세존께 아뢰었다.
  
  
2) 이 소경은 『중아함경』 제36권 148번째 소경인 「하고경(何苦經)」과 내용이 비슷하다.
[194 / 1393] 쪽
  "나쁜 벗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달을 보듯이 그렇게 보아라."
  바라문이 여쭈었다.
  "좋은 벗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달을 보듯이 그렇게 보아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사문 구담(瞿曇)께서 지금 말씀하신 것은 그 요점만 간단히 말씀하신 것이라 저는 그 뜻을 자세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바라건대 구담께서는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하시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소서."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바라문아,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내가 너를 위해 그 뜻을 자세히 설명해주리라."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바라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아, 마치 보름이 지나면 달은 밤낮 돌아가도 다만 줄어들기만 할 뿐 커지는 일이 없는 것과 같다. 그 달은 자꾸만 줄어들다가 마지막에는 나타나지 않아 사람들이 볼 수 없게 된다. 바라문아, 이것도 그와 같아서 만일 나쁜 벗[惡知識]이라면 그는 시일이 지날수록 점점 믿음이 없어지고 계율도 지키지 못하며, 들음도 없고 보시도 없으며, 지혜도 없어진다. 그 때 그는 믿음·계율·들음·보시·지혜가 없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바라문아, 나는 지금 나쁜 벗을 보름이 지나서 뜨는 달과 같다고 비유하여 말하였다.
  바라문아, 초승달은 날이 가면 갈수록 광명이 점점 늘어나고 커져서 보름이 되면 완전하게 둥글게 되어 중생들이 모두 다 볼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아서 바라문아, 만일 착한 벗[善知識]이라면 날이 가면 갈수록 믿음·계율·들음·보시·지혜가 더욱 늘어나고, 그는 믿음·계율·들음·보시·지혜가 더
  
 
[195 / 1393] 쪽
  욱 늘어남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天上)처럼 좋은 곳에 태어난다. 그런 까닭에 바라문아, 나는 지금 착한 벗에게 나아가는 것을 마치 달이 둥글게 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만일 탐욕이 있고
  성냄과 어리석음이 다하지 않으면
  착한 일이 차츰 줄어드는 것
  마치 달이 그믐으로 향하는 것 같다.
  
  사람이 만일 탐욕이 없고
  성냄과 어리석음 모두 다하면
  착한 일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마치 달이 둥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바라문아, 마땅히 초승달처럼 되기를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생루 바라문이 세존께 아뢰었다.
  "거룩하십니다, 구담이시여. 마치 곱추의 등을 펴주고 소경에게 눈을 주며 헤매는 이에게 길을 보이고 어둠 속에 등불을 밝힌 것처럼 이제 사문 구담께서는 수없이 많은 방편으로 저를 위해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세존·법·승가에 귀의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시면, 저는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겠습니다."
  그 때 생루 바라문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3)
  이와 같이 들었다.
  
  
3) 이 소경은 『중아함경』 제21권 85번째 소경인 「진인경(眞人經)」과 그 내용이 비슷하며, 이역경으로는 후한(後漢) 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역한 『불설시법비법경(佛說是法非法經)』이 있다.
[196 / 1393] 쪽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착한 벗의 법에 대하여 말하고 또 악한 벗의 법에 대하여 말할 것이니,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어떤 것을 나쁜 벗의 법이라고 하는가? 비구들아, 어떤 나쁜 벗은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귀한 종족 집안에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데 다른 비구는 빈천(貧賤)한 집안에서 출가하여 도를 배운다.'
  이렇게 자기의 성씨와 명망을 믿고 다른 사람을 헐뜯고 나무라면, 이것을 나쁜 벗이 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나쁜 벗은 곧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몹시 노력하여 여러 가지 바른 법을 받드는데, 다른 비구들은 정진하지도 않고 계율을 가지지도 않는다.'
  그가 이런 생각으로 남을 헐뜯고 나무라며 스스로 뽐내면, 이것을 나쁜 벗이 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나쁜 벗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삼매(三昧)를 성취하였는데, 다른 비구들은 삼매가 없어 마음이 어지럽고 고요하지 못하다.'
  그는 이 삼매를 믿고 항상 스스로 교만하게 굴면서 남을 헐뜯고 나무란다. 이것을 나쁜 벗이 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나쁜 벗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지혜가 제일인데, 다른 비구들은 지혜가 없다.'
  그는 그 지혜를 믿고 스스로 교만하게 굴면서 남을 헐뜯고 나무란다. 이것을 나쁜 벗이 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또 어떤 나쁜 벗은 이렇게 생각한다.
  
[197 / 1393] 쪽
  '나는 지금 항상 음식·앉을 평상·침구·병들었을 때에 먹는 약을 받는데, 다른 비구들은 그런 공양을 받지 못한다.'
  그는 이런 이양(利養)하는 물질의 공양을 믿고 스스로 교만하게 굴면서 남을 헐뜯고 나무란다. 이것을 나쁜 벗이 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비구들아, 이를 두고 나쁜 벗은 이런 삿된 행동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저 어떤 것이 착한 벗이 하는 일인가? 비구들아, 착한 벗이라면 '나는 귀한 종족으로 태어났는데, 다른 비구들은 귀한 종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도 저들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착한 벗이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 착한 벗은 '나는 지금 계율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비구들은 계율을 가지지 않는다'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도 저들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계율을 빙자하여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남을 헐뜯지도 않는다. 이것을 착한 벗이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 비구들아, 착한 벗은 '나는 삼매를 성취하였는데, 다른 비구들은 마음이 어지러워 안정되지 않았다'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도 저들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이 삼매를 빙자하여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남을 헐뜯지도 않는다. 이것을 착한 벗이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 비구들아, 착한 벗은 '나는 지혜를 성취하였는데, 다른 비구들은 지혜가 없다'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도 저들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지혜를 빙자하여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남을 헐뜯지도 않는다. 이것을 착한 벗이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 비구들아, 착한 벗은 '나는 의복·음식·평상·침구·질병을 치료할 약을 받는데, 다른 비구들은 그런 것을 받지 못한다'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도 저들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저런 이양을 가지고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남을 헐뜯지도 않는다. 이것을 착한 벗이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나쁜 벗이 하는 짓과 착한 벗이 하는 일을 분별해 말하였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나쁜 벗이 하는 짓은 멀리 여의
  
[198 / 1393] 쪽
  고, 착한 벗이 하는 일을 늘 생각하고 그와 똑같이 수행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석시(釋翅) 니구류원(尼拘留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그 나라의 5백 여 부유하고 귀한 큰 석가 종족들이 의논할 일이 있어 보의강당(普義講堂)에 모여 있었다.
  그 때 세전(世典)이라는 바라문이 그 석가 종족들이 있는 곳에 가서 말하였다.
  "어떤가, 여러분. 이 가운데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혹은 세속 사람들 중에 나와 변론할 사람이 있는가?"
  그 때 여러 석가 종족들이 세전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우리 가운데 지금 재주가 많고 학식이 많은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은 지금 가비라월국(迦毘羅越國)에서 지내고 있다. 누가 그 두 사람인가? 한 사람은 주리반특(周利槃特) 비구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석씨 종족인 구담(瞿曇) 여래·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이시다. 여기 있는 대중들은 아는 것이 적고 들은 것이 없다. 또 지혜도 없고 말은 추잡하며, 나아가고 물러날 줄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이 저 주리반특과 같은 사람들이다. 또 이 가비라월국에서 아는 것도 없고, 사람됨이 추하고 더러운 이는 저 구담 같은 사람이다. 너는 지금 가서 저들과 변론해 보아라. 저들과 변론하여 네가 이기면 우리 5백 사람은 때에 따라 필요로 하는 물건을 즉시 너에게 공양할 것이요, 또 순금 천 일(鎰)을 너에게 주리라."
  그 때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가빌라월의 석씨(釋氏)들은 모두 총명하고 온갖 기술이 많으며, 간특(姦慝)하고 거짓이 많고 바른 행동이 없다. 비록 내가 저들과 변론(辯論)해 이긴다 하더라도 무엇이 그리 대단하겠는가? 만일 혹시라도 저들이 나를 이
  
[199 / 1393] 쪽
  긴다면, 내가 저 어리석은 자에게 항복한 꼴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치를 생각하면 내가 저들과 논란을 벌여서는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는 곧 떠나갔다.
  그 때 주리반특은 때가 되어 발우를 가지고 가비라월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그 때 세전 바라문은 멀리서 주리반특이 오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저 사람에게 가서 이치를 물어 보아야겠다.'
  그는 곧 주리반특 비구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사문의 이름은 무엇인가?"
  주리반특이 대답하였다.
  "그만 두시오. 바라문이여, 이름은 무엇 때문에 묻습니까? 이치를 물으러 왔으면 곧 그것이나 물으시오."
  바라문은 말하였다.
  "사문이여, 나와 한 번 논의해 보겠는가?"
  주리반특이 말하였다.
  "나는 지금 오히려 저 범천(梵天)과도 논의할 수 있는데, 하물며 너같이 눈 없는 장님이야 말할 것도 없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장님이면 곧 눈 없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눈이 없으면 곧 장님이 아닌가? 그것은 같은 뜻인데, 어찌 번거롭게 겹말을 쓰는가?"
  그 때 주리반특은 곧 공중에 솟아올라 열 여덟 가지 변화를 부렸다. 바라문은 생각하였다.
  '이 사문은 신통력은 있지만 변론할 줄은 모른다. 만일 나와 같이 이치를 환히 잘 안다면 나는 그 제자가 될 것이다.'
  이 때 존자 사리불(舍利弗)이 천이(天耳)로 주리반특과 세전 바라문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곧 몸을 변화해 반특의 모습을 하고는, 반특의 몸을 숨겨 나타나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바라문이여, 네가 만일 '이 사문은 신통력만 있고 변론은 감당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내가 아까 그대가 물은 뜻에 대하여 대답하리라. 그리고 이 문제의 근본에 대해서도 비유를 들어 말하리라. 바
  
[200 / 1393] 쪽
  라문이여, 지금 그대 이름은 무엇인가?"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내 이름은 범천이다."
  주리반특이 물었다.
  "그대는 장부인가?"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나는 장부다."
  또 물었다.
  "그대는 사람인가?"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사람이다."
  주리반특이 물었다.
  "어떤가? 바라문이여, 장부는 곧 사람이요, 사람은 곧 장부이다. 그것은 같은 뜻이니 어찌 번거롭지 않겠는가? 그러나 바라문이여, 장님과 눈이 없다는 것은 그 뜻이 같질 않다."
  바라문이 물었다.
  "사문이여, 어떤 것을 장님이라고 하는가?"
  주리반특이 말하였다.
  "그것은 마치 금세(今世)와 후세(後世)에 태어나는 이와 죽는 이, 좋은 몸과 나쁜 몸, 고운 것과 추한 것이며, 중생들이 짓는 선악(善惡)의 행(行)을 사실 그대로 보아 알지 못하면, 영원히 보는 것이 없으므로 장님이라고 말한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눈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주리반특이 말하였다.
  "눈이라고 말한 것은 위없는 지혜의 눈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이 지혜의 눈이 없기 때문에 눈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사문이여, 나는 이제 그런 쓸데없는 변론은 그만두
  
[201 / 1393] 쪽
  고 깊은 이치에 대하여 물어보겠다. 어떤가? 사문이여, 혹 법을 의지하지 않고도 열반을 얻을 수 있는가?"
  주리반특이 대답하였다.
  "5성음(盛陰)을 의지하지 않고 열반(涅槃)을 얻는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어떤가? 사문이여, 이 5성음은 어떤 인연이 있어야만 생기는가? 아니면 인연이 없어도 생기는가?"
  주리반특이 대답하였다
  "그 5성음은 인연이 있어서 생기는 것이요,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어떤 것이 그 5성음의 인연이 되는가?"
  비구가 말하였다.
  "애욕이 바로 그 인연이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어떤 것이 애욕인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것[生]이 곧 애욕이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어떤 것을 나는 것이라 하는가?"
  비구가 말하였다.
  "애욕이 곧 나는 것이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애욕에는 어떤 길[道 : 방법]이 있는가?"
  사문이 말하였다.
  "현성(賢聖)의 8품도(品道)가 바로 그것이다. 즉 바른 소견[正見]·바른 업[正業]·바른 말[正語]·바른 생활[正命]·바른 행[正行]·바른 방편[正方便]·바른 기억[正念]·바른 선정[正定]이다. 이것을 현성의 8품도라고 한다."
  그 때 주리반특이 이렇게 자세히 설법하여 마치자, 바라문은 비구로부터
  
[202 / 1393] 쪽
  이 법을 듣고는 모든 티끌과 때가 없어져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몸 가운데에서 도풍(刀風)이 일어나 목숨이 끊어졌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본래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허공을 날아 그의 처소로 돌아갔다.
  그 때 존자 주리반특 비구가 석씨 종족들이 많이 모여있는 보집강당(普集講堂)으로 가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소유(酥油)와 섶나무를 준비해 가지고 가서 세전 바라문을 화장하라."
  그 때 석씨 종족들은 곧 소유와 섶나무[薪柴]를 가지고 가서 세전 바라문을 화장[耶維 : 闍維]한 뒤에 네거리에 탑을 세웠다. 그리고 존자 주리반특에게로 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모든 석가 종족들은 이런 게송으로 존자 주리반특에게 말하였다.
  
  화장한 뒤에 탑 세웠으니
  존자의 분부 어기지 않았네.
  이제 우리들은 큰 이익 얻어
  이러한 복을 만나게 되었네.
  
  이 때 존자 주리반특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존자는 이제 법륜(法輪)을 굴려
  모든 외도들을 항복 받았으니
  그 지혜 마치 큰 바다와 같아
  여기 와서 저 범지를 항복 받았네.
  
  과거와 미래와 또 현재에
  지은 바 갖가지 선과 악의 행은
  억 겁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나니
  그러므로 복을 꼭 지어야 하네.
  
[203 / 1393] 쪽
  그 때 존자 주리반특은 여러 석씨들에게 자세히 설법하였다. 여러 석씨들이 주리반특에게 말하였다.
  "만일 존자께서 의복·음식·평상·침구·의약이 필요하시면 우리가 하나하나 다 대어드리겠습니다. 바라건대 이 청을 받아들여 조그만 정을 물리치지 마십시오."
  존자 주리반특은 묵묵히 허락하였다.
  그 때 여러 석씨들은 존자 주리반특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악한 사람 제바달두(提婆達兜)가 바라류지(婆羅留支) 왕자에게 가서 말하였다.
  "옛날에는 백성들의 수명이 매우 길었다는데, 지금 사람들의 수명은 백 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왕자께서는 꼭 아셔야 합니다. 사람의 목숨이란 정말 무상(無常)하답니다. 왕위에 오르기도 전에 목숨을 마친다면 어찌 애통하지 않겠습니까?
  왕자여, 지금 곧 부왕(父王)의 목숨을 끊고 이 나라 백성들을 직접 통치하십시오. 나는 이제 사문 구담(瞿曇)을 죽이고 가장 높은 지진(至眞 : 아라한)·등정각(等正覺)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이 마갈국(摩竭國)의 새 임금과 새 부처가 되리니 어찌 통쾌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마치 해가 구름을 뚫고 어디든 비추지 않는 곳이 없는 것과 같고, 구름이 사라진 하늘에 달이 많고 많은 별 가운데서 제일 밝은 것과 같습니다."
  그 때 바라류지(婆羅留支) 왕자는 곧 부왕을 무쇠로 만든 감옥에 잡아 가두고 대신을 갈아 다시 세우고 백성들을 다스렸다.
  이 때 비구 대중들이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제바달두가 왕자를 시켜 그 부왕을 무쇠감옥에 잡아 가두고 대신들을 갈아 세웠다는 말을 들었다.
  
[204 / 1393] 쪽
  그 때 모든 비구들은 걸식을 마치고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가사와 발우를 거두어 놓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아침에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다가 저 어리석은 제바달두가 왕자를 시켜 그 부왕을 감옥에 가두고 대신들을 갈아 세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다시 왕자에게 '당신이 부왕을 죽이고 내가 여래를 죽이면, 이 마갈국의 새 임금과 새 부처가 되리니 어찌 통쾌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임금으로서 정치와 교화를 바른 도리로 행하지 않으면 그때는 대신들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요, 대신들이 이미 법이 아닌 일을 행하게 되면 그때는 왕태자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다. 태자가 이미 법이 아닌 일을 행하게 되면 그때는 신하들과 관리들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요, 신하들과 관리들이 이미 법이 아닌 일을 행하고 나면 그때는 백성들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다. 나라 안에 백성들이 이미 법이 아닌 일을 행하고 나면 그때는 군대도 법이 아닌 일을 행할 것이요, 군대가 이미 법이 아닌 일을 행하고 나면 그때는 해와 달이 운행(運行)을 잘못하여 때를 잃게 될 것이다.
  해와 달이 때를 잃게 되면 곧 연세(年歲)가 없어질 것이요, 연세가 없어지고 나면 해와 달은 자리를 잃을 것이고 또한 광채가 없어질 것이다. 해와 달이 이미 광채가 없어지면 그때는 별[星宿]들이 변괴를 나타낼 것이요, 별들이 변괴를 나타내면 폭풍(暴風)이 일어날 것이다. 폭풍이 이미 일어나고 나면 하늘과 땅의 신(神)이 성을 낼 것이요, 하늘과 땅의 신이 성을 내면 그때는 바람과 비가 때를 맞추지 못할 것이니, 그때는 곡식이 땅에 있어도 자라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나 짐승이나 벌레들까지 모두 형색이 변하고 수명이 매우 짧아질 것이다.
  만일 어떤 때에 어떤 왕이 법으로 바르게 다스리면 그때는 신하들도 바른 법을 행할 것이요, 많은 신하들이 이미 바른 법을 행하고 나면 그때는 왕태자도 바른 법을 행할 것이다. 왕태자가 이미 바른 법을 행하고 나면 그때는 관리들도 바른 법을 행할 것이요, 관리들이 이미 바른 법을 행하면 백성들도
  
 
[205 / 1393] 쪽
  바른 법을 행할 것이다.
  
  그리하여, 해와 달은 제대로 돌아가고 바람과 비가 때를 잘 맞추어 재변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하늘·땅·신도 기뻐하고 곡식도 풍년이 들 것이다. 임금과 신하가 서로 화목하여 마치 형제처럼 지내 마침내 증손(增損)이 없을 것이며, 중생들의 형색에서 광채(光彩)가 나고 먹는 것은 잘 소화되어 아무 재해(災害)가 없으며, 수명은 매우 길고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소 떼가 물을 건널 때처럼
  길잡이 소가 바로 가지 못하면
  그 소 떼는 모두 바로 가지 못하나니
  그것은 길잡이 소를 따르기 때문이다.
  
  중생도 또한 그와 같아서
  대중들에게는 반드시 길잡이가 있나니
  만일 길잡이가 나쁜 법을 행하면
  그 뒤를 따르는 이는 말할 것도 없다네.
  
  백성들이 모두 괴로움을 받는 것은
  왕의 법이 바르지 못한 데 있네.
  그러므로 알아라. 나쁜 법 행하면
  백성들도 따라서 그러하리라.
  
  마치 소 떼가 물을 건널 때처럼
  길잡이 소가 바르게 가면
  그 뒤를 따르는 소도 모두 바르나니
  그것은 길잡이 소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아서
  
[206 / 1393] 쪽
  대중들에게는 반드시 길잡이가 있나니
  만일 길잡이가 바른 법을 행하면
  그 뒤를 따르는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네.
  
  백성들 모두 즐거움 누리는 것
  그것은 왕의 법이 바르기 때문이라네.
  그러므로 알아라. 바른 법을 행하면
  백성들도 그를 따라 편안하리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부디 나쁜 법을 버리고 바른 법을 행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그렇게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통달무아법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