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생불멸 (3)
그렇다면, 지금의 내 육체와 7년이 지난 후 내 육체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육체의 모든 세포는 그 동안 생사를 수없이 거듭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지 않고, 7년 전이나, 7년 후나 모두 같은 ‘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다만 우리가 인식할 수 있을까 말까한 정도의 미세한 변화가 있을 뿐입니다. 본래 생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존재의 본성은 불생불멸이기 때문입니다. 세포는 죽고 살지만, 좀 더 크게 인간을 놓고 보니 생사가 없는 것입니다.
현대물리학자들은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입자를 소립자(素粒子)라 일컬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들 소립자들은 다시 수많은(300여개) 소립자들로 상호 형성되어 서로 의존함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다는 우주의 신비를 밝혀 냈습니다. 그러므로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그 어떤 존재라도 고정된 실체는 아무것도 없으며 단지 수많은 인과 연들이 상호 의존함으로써, 즉 인연 화합함으로써 비로소 생멸이 결정지어진다는 것입니다. 다만 인연화합으로 인한 모습의 변화가 있을 뿐이지 본래 자성에서는 생멸이 따로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죽는다고 했을 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본성을 철견(哲見)해 보면, 죽고 사는 것은 우리의 분별심일 뿐이며, 다만 인연의 가합(假合), 가멸(假滅)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모든 존재를 바라볼 때, 생과 사, 유와 무를 초월하여 인연 따라 다만 흐르는 것이라는 것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바로 공성의 올바른 이해인 것입니다.
즉, 연기된 존재이기에 불생불멸이며, 그렇기에 공인 것입니다. 우리의 본성, 모든 존재의 본성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하고, 무한하여 본래 생과 사가 없는 것입니다.
출처: 목탁소리 -법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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