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증불감(不增不減)(2)
무소유를 통해 전체를 소유한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모든 존재가 가진 본성의 원만 구족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모두 행복하고, 부유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돈의 많고 적음이 그를 부유하고 가난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가, 아니면 욕심 내는 삶을 사는가, 이 마음 자세가 우리를 가난하게 혹은 부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본래 우리의 마음은 재산 하나 없이도 당당히 살아나갈 수 있는 원만 구족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풍족하면 그만입니다. ‘나다’, 혹은 ‘너다’ 하고, 너와 나를 갈라놓고 나만을 위해 살아가는 아상(我相), 아집(我執) 때문에 ‘내 것’이라는 관념이 생긴 것입니다.
아상이 없는 곳에 네 것, 내 것은 없습니다. 내가 없는 마당에 어디 내 것이라는 소유 관념이 붙을 수 있겠습니까? 아상을 깨고 보면 ‘내 것’이 사라집니다. ‘내 것’이 사라졌을 때 이 우주 법계의 모든 것이 다 ‘내 것’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 백만 원의 돈이 있다고 합시다. 이 돈은 많은 돈입니까, 아니면 적은 돈입니까? 대답하자면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돈이겠지요. 즉, 어떤 이에게는 많은 돈이며, 어떤 이에게는 적은 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백 만원을 가지고, 평범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해 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재벌들에게 백만 원의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하는 작은 돈일 수 있습니다. 본래 백 만원이란 돈에, 많다, 혹은 적다라는 고정된 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백만 원은, 한없이 가난한 인도나 북한의 불쌍한 가정에서라면, 수억 원과도 맞먹는 값어치가 있으며, 대재벌에게 있어서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몇천 원, 몇만 원과도 같은 돈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출처: 목탁소리 -법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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