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부는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 손님과 주인을인식하라
그렇다면 공부는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능엄회상에서 교진나 존자가 객(客)과 진(塵) 두 글자에 대해서 설명한 것이 바로 우리들 초심자가 공부를 시작해야 할 곳이다. 교진나 존자는 말하기를 『비유하자면 마치 지나가던 손님이 객주집에 들려서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하는데, 먹거나 자는 일을 마치면 행장을 차려 가던 길을 떠나며 머물지 않지만 주인은 아무데도 가지 않는 것과 같다.머물지 않는 것은 손님이요, 머무는 것은 주인이다. 또 비가 개고 밝은 해가 하늘에 떠서 햇빛이 틈새로 들어와 하늘이 밝으면, 허공에 있는 모든 먼지가 요동하는 것이 드러나지만 허공은 고요하다. 맑고 고요한 것은 허공(空)이요, 요동하는 것은 먼지[塵]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손님과 먼지는 망상(妄想)에 비유한 것이요, 주인과 허공은 자성(自性)에 비유한 것이다. 항상 머물러 있는 주인은 본래 손님이 가든지 혹은 오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항상 머물러 있는 자성은 본래 망상이 갑자기 일어나든 갑자기 사라지든 망상에 따르지 않는 것과 같다. 다만 스스로 온갖 일에에 무심하다면, 만물이 무슨 방해가 되겠는가. 항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먼지는 저절로 요동하고 있으나 본래 맑고 고요한 허공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이는 망상이 스스로 일어나든 없어지든 본래 여여(如如)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는 자성에 장애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른바 『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만법에 허물이 없다.』라는 것이 이것이다.
이 가운데 손님[客]이라는 말은 비교적 거칠고[거친 망상] 먼지[塵]라는 말은 비교적 세밀하다[미세 망상]. 초심자가 먼저 「주인」과 「손님」의 뜻을 명확하게 인식한다면 자연히 망상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허공」과 「먼지」의 뜻을 명백하게 인식한다면 망상은 스스로 장애가 되지 못할 것이다. 이른바 『알면 억울한 결과가 되지 않는다』라는 이 도리를 요긴하게 살펴 알아차렸다면 공부하는 길은 반쯤 이룬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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