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덕과 선정, 지혜를 갖추지 못한 아반승이
사사공양을 신도에게서 받는 것은
몸에 독화살이 꽂힌 것보다 더 아픕니다.
한 방울 물도 받아먹기가 죄스러워 참회를 올리나이다.
-자운 스님-
‘열 가지 발원’
자운 스님
신문사에서 법문을 요청하나 한 법도 알지 못하는 아반승(啞半僧)이라 어찌 법문을 말하겠습니까. 부득이 이 기회에 나 자신의 흑업[惡業]을 발로(發露)하여 대중에 참회하나이다.
먼저 불법승 삼보에 경배하고 비로자나 여래와 삼계의 대도사인 석가모니 여래, 시방제불보살의 자비하신 부처님의 원력으로 광명을 비추어 나의 흑업을 꾸짖어주시고 참회를 증명하여 무시겁 이래로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지은 죄업을 소제하여 자심정토를 원하고 열 가지 참회발원을 합니다.
첫째, 무시겁으로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세간의 부모와 출세간의 불법승 삼보와 스승, 그리고 일체 선지식과 수승한 도반에게 불효했던 것을 발로하여 참회하나이다. 참회한 이 공덕으로 세간과 출세간의 큰 효가 법계에 충만하게 되기를 발원합니다.
둘째, 무시겁으로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나의 이익만 취하고 남의 고충을 모르고 지내온 나쁜 근성을 발로하여 참회하나이다. 참회한 이 공덕으로 대자대비한 이타의 보살이 법계에 충만하게 되어지기를 발원합니다.
셋째, 무시겁으로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남의 생명을 해친 것이 광대무변하여 항하사 수와 같은 대죄를 발로하여 참회하나이다. 이 참회한 공덕으로 다생겁으로 오면서 살생한 원한이 풀어지고 삼악도가 없어지고 인간과 시방의 모든 중생이 다 불국정토에 화생하는 자유의 몸이 되어지기를 발원합니다.
넷째, 출가한 이래로 금일에 이르도록 경·율·논 삼장 중에 한 구의 법도 이해하여 얻지 못하였으므로 시방제불보살과 출가대중과 재가대중이 나를 아반승이라 부릅니다.
나 혼자만이 아반승이 된 것을 생각해 보니 다생겁에 경·율·논을 비방한 죄인가 합니다. 아반이 된 원인을 발로하여 참회하나이다. 참회한 이 공덕으로 출가대중과 재가대중이 모두 중국 송나라 때 대선지식인 연수 선사와 같이 무애변재를 얻도록 발원합니다.
다섯째, 출가하여 계·정·혜 삼학 중 하나도 갖추지 못하였으니, 출가대중과 재가대중이 나를 불쌍히 여기사 이 몸을 천참만단(千斬萬斷)하여 주소서. 계·정·혜를 증득하지 못한 허물을 참회하나이다. 참회한 이 공덕으로 일체 중생이 모두 삼학을 증득하기를 발원합니다.
여섯째, 출가한 이래로 대중 가운데 있으면서 대중을 위하여 한 일은 없고 도리어 화합을 깨뜨리고 괴팍만 부렸던 죄를 대중 스님께 참회하나이다. 참회한 이 공덕으로 출가대중이 물과 젖이 서로 합하듯이 서로 화합하여지기를 발원합니다.
일곱째, 출가한 이래로 소위 수도했다는 이 몸이 일체 역순경계에 부동이 되지 못하고 물에 거품이 일 듯 희로(喜怒)가 번갈아 일어나니 지옥, 아귀, 축생 삼악도를 장엄하는 데는 내가 맹장이 될 것입니다. 무생법인을 증득 못한 것을 참회하나이다. 참회한 이 공덕으로 일체 중생이 다 부동지(不動智)를 얻기를 발원합니다.
여덟째, 출가한 이래로 계덕(戒德)과 선정(禪定), 지혜를 갖추지 못한 아반승이 방사(房舍), 집과 의복, 약품과 음식 등 사사(四事)공양을 심도에게서 받는 것이 몸에 독한 화살 천 개나 만 개 꽂힌 것보다 더 아픕니다. 일소황금만냥(日消黃金萬倆)은 대도인의 경계요, 나의 경우는 한 방울 물도 받아먹기가 죄스러워 참회 참회를 올리나이다. 참회한 공덕으로 청신사 청신녀 재가대중이 수명이 길어지고 복덕과 지혜가 구족하기를 발원합니다.
아홉째, 안으로 용맹정진하여 선정을 갖추고 밖으로 육도만행(六度萬行)에 복을 지어 복혜(福慧)가 구족한 양족존을 이루어야 하는데, 나는 지혜도 없고 복덕도 없으니 무어라고 이름을 짓겠습니까?
‘옛적에 해자점(解字點)하는 점사가 있었는데 왕이 평민처럼 차리고 점사 집에 가서 손으로 문(問)자 하나를 짚고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점사하는 말이 왼쪽도 군(君)이요 오른쪽도 군(君)이니, 군왕의 상이 분명하다고 하였습니다. 왕은 다시 걸인의 의복차림으로 그 점사 집에 들어가 문자를 잡고 물으니 이번에는 문두(門頭)에 구(口)를 달았으니 걸인의 상이요’하듯이 아반승은 복덕과 지혜가 구족한 왕이 아니고 걸인의 상입니다. 다생으로 오면서 선지식을 친견하여 지혜도 닦지 못하고 육도만행으로 복도 짓지 아니하였으니, 이 허물을 참회하나이다. 참회한 이 공덕으로 일체 중생이 모두 복덕과 지혜를 함께 닦아서 양족존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열 번째, 항상 참회하옵니다. 나의 참회의 소리가 시방법계에 두루하여 유정무정이 다 참회 법회에 참례하여 자타가 일시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기를 발원합니다.
1968.1.21
종회의원 재직시
자운 스님
1911년~1992년
1928년 경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
해인학원 이사장, 조계종 중앙감찰원장
제13대 총무원장, 대각회 이사장, 동국역경원장
조계종 전계대화상
염화실카페 http://cafe.daum.net/yumhwasil/8Hqs/78 에서 복사한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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