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함께 사는 불교를’
모름지기 마음이 깨끗하면 우리는 곧 불성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탐욕으로 인하여 분별심을 내고 사랑과 미움을 갖습니다.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아첨하게 하고 미움은 원수를 낳습니다. 탐욕이 있는 한 우리의 마음은 맑아질 수 없고 항상 무명의 어둠에 싸여 윤회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오늘 여기에 모이신 대중은 부처님의 법을 그리워하여 모였습니다. 그러므로 휘몰아오는 악업을 없애고 부처님께 돌아가 참 성품을 받고자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오늘 부처의 몸을 얻고자 한다면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오늘 우리가 봉축하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부처인 줄을 누가 아는가? 아직도 석가 세존이 부처인 줄을 모릅니다. 모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쉼 없이 변천하는 사바의 현상계에 올려 있는 우리들의 가슴에 홀연히 떴다가 사라지곤 하는 석가 세존을 누가 감히 부처다, 부처 아니다 하겠습니까? 부처는 본래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것을, 사람들은 흔히 부처를 보았다고 합니다. 본래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부처, 그것은 “부처가 부처를 보지 못하거늘 하물며 무엇을 부처라 하는고?” 하는 옛 선사의 말을 알아두어야만 할 수 있는 말이고 비로소 부처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닙니다. 거듭 말하거니와 우리가 현상계에 머물러 있는 한 불멸의 부처를 찾아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성상은 우리의 눈을 멀게 하였고 49년 설법은 우리의 귀를 멀게 한즉 무엇으로 부처를 보고 듣겠습니까?
눈이 멀고 귀가 먹는 것은 무념무상의 경지입니다. 참으로 눈이 멀고 귀먹는 자가 현상계를 초월하면 적멸무위한 경지에 들고, 그 경지에 들었다는 생각까지 버려서 무아무인이 되면 만물은 공空한 것입니다. 공한 속에서 부처가 어찌 있고 부처를 보고 듣는 자가 어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 모두가 망상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유무를 벗어나 반성할 것입니다.
또 오늘 우리가 부처를 찾고자 이곳에 모였다고 하면 마땅히 다짐하여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는데 굳이 부처는 찾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 까닭을 살피고 다짐하는 일입니다. 부처를 찾아서 나 혼자만이 부처가 되고자 한다면 모두가 틀렸습니다.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함은 중생이 곧 부처라는 말입니다.
중생이 되지 않고 어떻게 그 불성을 내 것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석가 세존께서 가섭에게 법을 전하실 때도 대중 가운데서 하셨습니다. ‘염화시중’이 그것입니다. 우리 속에서 꽃을 들어 보이신 것이야말로 법을 이어받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법이 법상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속에 있음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법을 구하고 부처를 이루고자 하는 자는 중생과 더불어 살아야 함을 가르친 것입니다. 현대에 있어서 불자들이 법을 구하고자 한다면 대중과 함께 사는 길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단 한 사람이라도 제도받지 않은 중생이 있는 한은 성불하지 않겠다고 하는 서원으로 봉사하는 보살도입니다.
둘을 가진 자는 하나를 나누어주고 하나를 가진 자는 반을 나누어 주고 반도 없는 자는 내 몸을 바쳐서라도 봉사해야 합니다. 남을 위하고 법을 위한다는 생각이 없이 행하여야 합니다. 혼탁한 사회를 탓할 것이 아니라 종단의 사부대중은 모두 다 같이 이 혼탁한 사회 속에 뛰어들어 비록 내 몸에 때가 묻는 한이 있더라도 주변을 정화하는 것이야말로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는 불자의 본연한 자세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1970.5.12
정로원장 재직시
염화실 카페 http://cafe.daum.net/yumhwasil/8Hqs/64 에서 복사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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