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불교에서 거사 공동체
- 초기 열반경을 중심으로 -
원혜영 (연세대학교 박사과정)
1. 거사(gahapati)의 사회적 위치
초기 불교 문헌은 계층의 구분에 있어서 이전의 사성계급과 차이가 있다. 초기 불교 문헌에
서 가장 흔한 분류는 크샤트리야, 바라문, 거사, 사문이라는 구분이다.1 이것을 세간과 출세간
의 범주로 나눴다. 세간의 범주에는 크샤트리야, 바라문, 거사가 있고, 출세간적 범주에는 사문
이 있다. 세속에서 크샤트리야, 바라문, 거사의 세 집단은 권력, 종교, 경제의 각 분야에서 기능
적 역할을 했다. 권력, 종교, 경제의 세 가지 범주는 새로운 사상의 전파자인 붓다 초기의 모습
을 엿볼 수 있는 배경적 지식을 줬다. 초기 불교 공동체가 지닌 모습은 그 당시의 사회상에 대
한 핵심적 집단들의 이해가 동반되어야 하며, 이것은 상호의존적이고 역동적인 관계 그물망 속
에서 시작된 불교 공동체의 특징이기 때문에 위상과도 관련됐다.
거사, 즉 ‘가하파티’에 대한 용어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초기 불전에 언급됐다는 사실이
외에도 이들 계층의 등장은 새로운 지위 체계의 변화를 의미했다. 새로운 지위 체계에서 가하
파티의 위치는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농경사회에서 상공업 사회로
경제의 중심이 이동했고, 상가 공동체와 우호적인 관계로 인하여 조명됐다.
거사는 붓다 시대의 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용어임에 틀림없다. 초기 불교 텍스트에
자주 나타나지만, 사실상 다양한 상황 속에서 사용되므로 고정적인 뜻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도 했다. 다른 용어들처럼, 특별한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유의하면서
광범위한 의미 조사가 필요했다.2 그러나, 이런 다양한 의미들에도 불구하고, 초기 불교에서 거
사라는 존재는 바로 경제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증지부니까야?에서 거사는 경제를 대표
하는 아주 귀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들로, 그들 없이는 통치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서술됐다.3 ?
1 Majjhima Nikāya Ⅰ, p. 103; Aṇguttara Nikāya Ⅱ, pp. 305~491.; Saṁyutta Nikāya Ⅱ, p. 246; Majjhima
Nikāya Ⅱ, p. 199.
2 The Structure of Ethical Terms in the Koran: A Study in Semantics, T. Izutzu, p. 33, 참조.
디가 니까야?에서도 그 시대의 사회상황으로 거사가 중요한 집단임을 나타냈다.4 초기 경전들
에서 가하파티에 대한 언급은 불교가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는 실례이며, 불교가 정치와 사회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설득력을 얻었음을 의미했다.
?마하박가(Mahāvagga)?에 의하면, 붓다가 최초의 귀의자들을 얻고 난 직후, 불교문헌에서
중요한 인물로 자주 등장하는 마가다국 왕 빔비사라가 12만의 바라문과 거사들에 둘러싸여 붓
다를 찾아가는 모습이 묘사됐다. 왕과 바라문, 거사들이 붓다의 신자가 되면서부터 붓다는 사
회의 모든 집단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5 마하박가에서 언급된 왕은 실질적으로 국가의 통치자
였고, 바라문은 당시에 정신적인 지주의 역할로 종교적인 지위를 가졌으며, 거사들은 막대한
부를 소유한 집단이었다. 상가 공동체의 발전은 세력 있는 집단들의 지지가 있은 후에, 점차적
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영향력 있는 왕과 바라문, 그리고 거사들의 집단은 상위층에 속
하며, 초기 시대부터 넓은 계층으로 확대할 수 있는 요소를 가졌다.
상가 공동체의 발전으로 붓다는 새로운 교리로 가능한 한 최대한의 청중을 끌어 모아야 한
다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6 이러한 점에 입각해서 본다면, 초기 불교 시대의 거사 집단
은 상가 공동체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이 분명했다.
거사가 상가 공동체의 보시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막대한 재산을 가졌기 때문이었다.7
초기 불교에서 거사는 왕을 제외하고, 상가 공동체의 가장 큰 보시자 집단이라는 점도 거사가
재산을 운영, 관리했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해줬다. 가하파티에 대한 초기 경전들의 언급은 서
술적인 구조를 지닌 것에 비하여, 예외적으로 초기 열반경 텍스트에서는 직접적으로 가르침을
설했다. 초기 열반경 텍스트의 구조를 분석해 보면, 그 당시 영향력 있는 집단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들을 번호로 매겨가며 나열했다. 거사 집단에 대한, 붓다 마지막 설법 내용이라는 면에
서 주의 깊게 거론할 필요가 있는데, 붓다가 파탈리 마을에서 거사들에게 가르침을 설한 에피
소드8가 그 중심 내용이 됐다.
3 Aṇguttara Nikāya Ⅱ, p. 419. 거사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이상적 통치자로 여기는 전륜성왕의 7보(寶)에서
알 수 있다. 일곱 가지 보물은 수레바퀴, 코끼리, 말, 보석, 여자, 거사, 장군으로 열거되고 있다. 여기서는 7보 대신
5보를 언급하였으며, 거사를 5보에 포함시켰다.
4 Dīgha Nikāya Ⅲ, pp. 110~138. 참조. Lakkhana Sutta(32상경)은 전륜성왕을 나타내는 다양한 상호들을 기술
하고 있고, 수많은 거사들을 전륜성왕의 극히 중요한 자산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 경에서 말하기를 “거사가 왕에게
좋은 감정을 품을지 어떨지, 그들이 왕의 바람에 따를지 어떨지, 왕이 그들의 관심을 좌우할지 어떨지, 그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날지 어떨지는 운에 달렸다”고 하고 있다.(p. 114) Dialogues of the Buddha Ⅲ, p. 141.
5 Mahāvagga, pp. 35~37. 참조.
6 Mahāvagga, p. 6.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붓다는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이며, 어려운 결정으로 묘사하고 있
다.
7 The social Dimensions of Early Buddhism, Uma Chakravarti, 1987, p. 70.
2. 거사 공동체의 다섯 가지 법
2.1 불행이 되는 법
초기 열반경 텍스트에 의하면, 거사들은 집단적 성격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
는 용어를 빨리본에서 찾을 수 있는데, 붓다는 ‘거사들이여!’ 라는 호격으로 그들을 불렸다. 여
기서 단수가 아닌 복수로 불렀기 때문에 공동체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봤다. 이 논의에서 공통
적으로 부르는 호격은 생략하기로 했다. ?유행경?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청신사(淸信士)들에게
이른다’는 표현으로 집단성을 드러냈다. 거사들이 집단적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경제적 규모도 상대적으로 컸다.
이 경전에서는 거사들의 특성에 맞게, 범부가 계를 어기면 다섯 가지 쇠모(衰耗)가 있다고
했는데, 쇠모는 ‘쇠하고 줄어드는’ 법을 말한다. 초기 열반경 텍스트의 초반에 거론한 ‘밧지국
의 칠불쇠법’과 ‘비구의 칠불퇴법’에서 언급한 일곱 가지 법들에서 다섯 가지로 축소되는 특징
을 가졌다. 불행과 공덕이라는 두 가지 면으로 나눴다.
?불반니원경?에서는 서심(逝心)과 이가(理家)에게 말하길, 사람이 세간에 있으면9 탐욕이 있
어 스스로 방자하다고 하여 오악(五惡)이 있음을 설했다. 여기서 말하는 ‘서심’은 바라문을 ‘이
가’는 거사를 의미했는데, 세간에 있는 사람들을 대표적으로 지칭했으며, 구체적인 재가자들의
계층을 거론했다. ?반니원경?에서는 모든 범지와 거사에게 말했으며10, 다섯 가지 소모에 대하
여 설명했다. 범지는 바라문을 말한다. ?대반열반경?에서는 대중을 위해 설법한다고 범위를 정
했다. ?근본설일체유부?에서는 재가자들의 범위를 바라문, 장자, 거사로 한정했다.11 각각의 초
기 열반경 텍스트에서 지칭하는 재가자들의 범위는 달랐다. 빨리본을 기준으로 해서 ‘거사들’
로 규정했지만, 다른 텍스트에서 언급된 ‘청신사, 서심, 이가, 범지, 대중, 바라문, 장자, 거사’
등을 살펴보면, 경제적인 계층을 위주로만 한 것만은 아니었다. 청신사는 남자 재가자를 지칭
했는데, 우바새와 같다. 특히, ?대반열반경?이 대승 성향을 지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중’이
라는 표현에서 사부대중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우리는 이 에피소드에서 붓다가 거사 공동체에
8 에피소드 6번.
9 ?불반니원경?, 162b25 佛告逝心理家, 人在世間. …참조.
10 ?반니원경?, 177c07, 佛告諸梵志居士, 人在世間…참조.
11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 384b15, 諸婆羅門長者居士 참조.
당부했다는 사실로 규정해서 논의했고, 이것은 거사 집단과 상가 집단이 초기 불교 시대의 사
회상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에 한정했다. 우선, 초기 열반경 텍
스트들에서 불행이 되는 법들을 거론했다.
첫 번째 불행을 빨리본에서 “계를 범한 파계자는 게으른 결과 큰 재산의 손실을 입는다.”12
고 했다. ?유행경?, ?불반니원경?, ?반니원경?에서는 ‘재산이 줄어듦’13을 강조했다. ?대반열반
경?에서는 금계(禁戒)를 지키고 범하지 말도록 당부했고,14 ?근본설일체유부?에서 “저 바라문
등이 게으를 때는 이 인연으로써, 소유하고 있는 재보와 수용하는 물건이 모두 다 산실한다”15
고 했다. ?대반열반경?을 제외한 다른 경전들의 공통점은 재산이 소멸됨으로 일관했다. ?대반
열반경?에서 ‘계를 지킬 것을 당부한 것’은 재가자들도 붓다의 공동체에 합류시켰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거사 집단은 부(富)를 소유했다는 특성을 가졌는데, 이 집단의 특성에 타당성을
갖는 이유는 첫 번째 불행이 되는 법에서 보인 부유함의 소멸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다만, 빨리
본과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에서 게으름과 재산의 소멸을 관련시켰다.
두 번째 불행을 빨리본에서 “계를 범한 파계자들에게 나쁜 소문이 퍼진다.”16고 했고, ?유행
경?에서는 “설사 얻는 바가 있으나 날로 쇠하고 줄어들 것이다”17고 했다. ?불반니원경?에서는
“도의(道意)를 알지 못하며,”18 ?반니원경?에서 “스스로 방자하여 몸이 도를 잃고 위태로울
것,”19이라고 했다. ?대반열반경?에서 “파계한 사람은 천룡과 귀신이 모두 미워하고 싫어하는
바가 되어 나쁜 평판이 유포되어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는다”20고 했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
야잡사?에서 “저 게으른 사람은 이 인연으로써 나아가는 곳마다 대중이 모이는 곳에서 뜻으로
부끄러움이 생기고 두려움을 품는다”21고 했다. 빨리본과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에서는
명성에 타격이 간다고 했다. ?유행경?에서는 첫 번째 불행이 되는 법과 마찬가지로 재산의 줄
어듦을 강조했고, ?불반니원경?과 ?반니원경?은 사람됨에 대하여 언급했다. ?대반열반경?에서
12 Mahāparinibbāna suttanta[DN.ⅹⅵ.1.23] idha gahapatayo dussīlo sīla-vipanno pamādādhikaraṇaṃ mahatiṃ
bhoga-jāniṃ nigacchati.
13 ?유행경?, 012b17, 一者求財, 所願不遂.; ?불반니원경?, 162b27, 一者財産日耗減.; ?반니원경?, 177c08, 一自放
恣, 財産日減.
14 ?대반열반경?, 195a05, 汝等從今, 護持禁戒, 勿得虧犯.
15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 384b17~384b18, 一者若婆羅門等爲放逸時, 以此因緣所有財寶, 受用之物悉皆散失.
16 Mahāparinibbāna suttanta[DN.ⅹⅵ.1.23] puna ca paraṃ gahapatayo dussīlassa sīla-vipannassa pāpako
kitti-saddo abbhuggacchati.
17 ?유행경?,012b18, 二者設有所得, 日當衰耗.
18 ?불반니원경?, 162b27 二者不知道意.
19 ?반니원경?, 177c09, 二自放恣, 危身失道.
20 ?대반열반경?, 195a06, 破戒之人, 天龍鬼神, 所共憎厭, 惡聲流布, 人不喜見.
21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 384b19, 二者若放逸人, 以此因緣, 凡所趣向衆會之處, 情生愧赧又懷怯懼.
는 명성에 타격을 입는 것은 빨리본과 일치하지만, 신비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천룡과 귀신에서
신임을 잃어서 사람들에게도 평판을 잃게된다고 설정했다. 이것은 천명을 거역한 이는 인심도
잃는다는 유교적 경향과도 유사했다.
세 번째 불행을 빨리본에서 “계를 범한 파계자는 어떤 모임에 나갈지라도, 그것이 만약 크샤
트리아 모임이든지, 바라문 모임이든지, 장자의 모임이든지, 사문의 모임이든지 자신이 없고 불
안감을 가진 채 나간다.”22고 했다. 빨리본에 의하면, 거사들은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며
공동체 생활에서 계를 지키지 못한 자들이 집단 생활에서도 적응하지 못했다고 봤다. 계를 지
킨다는 것을 출가자들에게 한정하지 않았고, 재가자인 거사들도 출가 수행하지 않더라도 정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초기 경전들 대부분이 출가자들의 수행 생활을 강조했지만, 거사
공동체인 재가 집단의 이 조항에서 붓다는 재가자들도 불교 공동체의 일원으로 강도 높은 수행
생활을 했었다고 강조했다. ?유행경?에서 “이르는 곳마다 대중들의 공경하는 바가 되지 못한
다”23고 했다. ?불반니원경?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경하는 바가 되지 못하여 죽을 때 회한이
있다”24고 했고, 이점은 ?반니원경?과 같다. ?대반열반경?에서 “대중 가운데 있더라도 홀로 위
엄과 덕망이 없어 모든 선한 귀신이 다시 수호하지 않는다”25고 했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잡사?에서 “저 게으른 사람은 이 인연으로써 나쁜 명칭이 있어 사방에 두루 퍼진다”26고 했다.
거사들의 집단이 다른 대중들의 집단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음은 분명하지만, 다른 집단 간의
관계 설정이 그들에게 중요한 요인으로 보였다. 거사들의 경제적 활동은 상공업이었으며, 상공
업의 특성상 폐쇄적이기보다는 열려있어야 했다. 거사 개인들의 명성은 집단에서 평가하는 명
성과 관계했다. 고대에도 집단들의 모임이 활발한 것으로 보이며, 사회 공동체에서 거사들의
생활은 주목받았던 것으로 보였다.
네 번째 불행을 빨리본에서 “계를 범한 파계자는 불안과 함께 죽는다.”27고 했다. ?유행경?
에서는 “추한 이름과 나쁜 평판이 천하에 퍼진다”28고 했고, 이것은 ?불반니원경?과 같다. ?반
니원경?은 “스스로 방자하여 추한 이름과 나쁜 평판이 두루 천하에 알려진다”29고 했다. ?유행
22 Mahāparinibbāna suttanta[DN.ⅹⅵ.1.23] puna ca paraṃ gahapatayo dussīlo sīla-vipanno yaṃ yad eva
parisaṃ upasaṃkamati, yadi khattiya-parisaṃ yadi brāhmaṇa-parisaṃ yadi gahapti-parisaṃ yadi samaṇa-parisam,
avisārado upasaṃkamati maṇku-bhūto.
23 ?유행경?, 012b19, 三者在所至處, 衆所不敬.
24 ?불반니원경?, 162b28, 三者衆人所不敬, 死時有悔.
25 ?대반열반경?, 195a07, 在衆中, 獨無威德, 諸善鬼神, 不復守護.
26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 384b20, 三者若放逸人, 以此因緣, 有惡名稱流遍四方.
27 Mahāparinibbāna suttanta[DN.ⅹⅵ.1.23] puna ca paraṃ gahapatayo dussīlo sīla-vipanno sammūḷho kālaṃ
karoti.
28 ?유행경?, 012b19, 四者醜名惡聲, 流聞天下.
경?, ?불반니원경?, ?반니원경?은 죽은 후에 공동체에게 남겨지는 평판을 강조했다. ?대반열반
경?에서 “목숨이 다할 때에 다다라서 심식(心識)이 두려워하여 설사 작은 선(善)이 있더라도
모두 기억하지 못하고 죽는다”30고 했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에서 “저 게으른 사람은
이 인연으로써 목숨이 마칠 때에 다다라서 마음에 회한이 생긴다”31고 했다. 공동체의 평판에
대한 언급은 고대 사회가 조직적인 체계를 가지고 서로 상호 의존적으로 관여했음을 의미했다.
이는 불교 윤회, 업, 연기설이 갖는 윤리적 의미를 부각시킨 것이다. 죽을 때의 회한은 결생심
(paṭisandhi: 재생연결)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결생심은 죽기 직전에 생각한 곳으
로 윤회하고 태어난다는 아비담마적 교설에서 나왔다. 깨달은 사람은 죽을 때 후회나 회한을
남기지 않으며, 범부는 죽을 때 후회와 회한을 남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비담마에 의하면
임종직전에 가지는 마음태도를 중요시했다. 빨리본, ?대반열반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
?는 아비담마적인 교설의 경향을 띠었고, 특별히 개인의 정신적인 상태를 언급했다. 사람이 죽
을 때는 진적의 마음 상태인 바왕가(bhavaṇga), 즉 죽음의 마음을 나타냈는데, 바왕가가 생길
때 생긴 대상은 다음 생과 연결된다는 아비담마적 교리를 따랐다. 임종직전의 사람은 고결하고
선한 마음을 가지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 죽기 전에 선한 마음을 일으키도록 유도했다.32 죽음
의 마음이 없어질 때 생명기능은 끊어진다. 각각의 경전에서 언급한 네 번째 불행에 관한 법들
은 죽음의 마음이 불안하거나, 회환이 남거나, 또는 선한 마음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다음 생과
연결되는 삶 자체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아비담마적 교리를 언급했다.
다섯 번째 불행을 빨리본에서 “계를 범한 파계자는 몸이 무너져 죽은 후에 악생(惡生), 악취
(惡趣), 고취(苦趣), 지옥(地獄)에 태어난다.”33고 했다. ?유행경?에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다함에 마땅히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34고 했다. ?불반니원경?에서는 “죽어서 지옥 등 삼악도
가운데 들어간다”35고 했고, ?반니원경?에서 “스스로 방자하므로 몸이 죽어 귀신이 삼악도에
떨어진다”36고 했다. ?대반열반경?에서 “업을 따라 지옥의 고통을 받고, 여러 겁(劫)를 지난 후
에야 벗어날 수 있으나, 다시 아귀와 축생의 몸을 받는다”37고 했다.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
29 ?반니원경?, 177c10, 四自放恣, 醜名惡聲, 周聞天下.
30 ?대반열반경?, 195a08, 臨命終時, 心識怖懼, 設有微善, 悉不憶念死.
31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 384b21, 四者若放逸人, 以此因緣, 臨命終時心生悔恨.
32 Vis.ⅩⅦ.142
33 Mahāparinibbāna suttanta[DN.ⅹⅵ.1.23] puna ca paraṃ gahapatayo dussīlo sīla-vipanno kāyassa udam
bhedā param maraṇā apāyaṃ duggatiṃ vinipātaṃ nirayaṃ uppajjati.
34 ?유행경?, 012b20, 五者身壞命終, 當入地獄.
35 ?불반니원경?, 162b29, 五者死入地獄三惡道中.
36 ?반니원경?, 177c11, 五自放恣, 身死魂神墮三惡道.
37 ?대반열반경?, 195a09~195a10, 隨業受地獄苦, 經歷劫數, 然後得出, 復受餓鬼畜生之身.
사?에서 “저 게으른 사람은 이 인연으로써 목숨이 마친 후에 지옥, 아귀, 축생에 떨어진다”38
고 했다. 초기 경전에서 윤회에 대한 설명을 잘못 오해해서 공간적이고 시간적인 배경을 지닌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그렇지만은 않다. 지옥이라는 세계, 아귀라는 세계, 축생이라는 세계
에 들어가는 것은 윤리적인 업설에 근거한 행위 의도에 따른 문제이지, 공간적이고 시간적인
장소이나 시점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마음이 일어나는 곳을 의미한다. 업설의 윤리
적인 기준이 현재 삶을 규제하는 이유는 죽은 사후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현재
의 삶이 마지막이고 궁극적인 결과라면, 사후의 세계에 대한 가정 또한 있을 수 없다. 악생, 악
취, 고취, 지옥의 세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옥은 초기 경전에
서 다음 생에 태어나는 불행한 상태를 의미하는 전문용어로 정착됐다. 지옥은 불교의 우주관에
의하면, 가장 낮은 단계를 표현한 것이다. 그곳에는 극심한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아귀는 ‘굶
주린 귀신’으로 항상 배고픔과 목마름을 겪는 존재로 욕계의 악처에 속한다. 축생은 지옥보다
고통이 덜하지만 괴로움이 많은 곳으로 선한 업을 짓는 기회를 만나지 못하는 비참한 세계를
말한다. ?대반열반경?에서는 축생과 아귀를 거론했는데, 삼악도에 아수라를 포함시키지 않았
다. ?불반니원경?, ?반니원경?은 삼악도를 거론했다. ?근본설일체유부?에서도 지옥, 아귀, 축생
만을 언급했고 아수라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거사들의 집단에 대한 다섯 가지 불행이 되는 법은 초기 불교의 업, 윤회, 연기설에 근거한
것으로 불교 교리의 근본을 제시했다. 범부와 유학의 경우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붓
다는 범부의 경우에 국한해서 근본 교설을 진행했다. 붓다는 대중들에게도 설득력 있는 교리
전달이 필요했으며, 사회 변화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거사 집단에 대한 가르침은 효과적이었
다.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 거사 집단은 민족에 의한 분류에서 벗어나 있는 집단이였다. 이들은
직업에 의한 분류로 인하여 새로 등장한 계급에 속했다. 이전의 카스트 계급이 만연했던 사회
가 신흥 계층에 의해서 다시 재편됐다는 증거가 된다. 혈족주의가 아니었다. 거사들은 경제적
부유함을 지니고 있었으며, 초기 상가 공동체는 거사 집단과의 긴밀한 유대감을 통해서 발전됐
다. 붓다가 거사집단을 위해, 설한 불행이 되는 법들은 그들이 행한 행위가 선하지 못하다면,
해탈에도 기약이 없음을 교리적으로 설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하 본문; pdf>
출처; 연세대학교
[출처] 초기 불교에서 거사 공동체|작성자 임기영 불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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