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범스님

“쓸데없는 망상 놓고 마음 챙겨 정진합시다” (종범스님)

수선님 2019. 10. 6. 11:40
봉은사 하안거 입재법문/중앙승가대 총장 종범스님

“쓸데없는 망상 놓고 마음 챙겨 정진합시다”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스님은 지난 12일 사부대중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봉은사(주지 원혜스님) 법왕루에서 하안거 입재법문을 했다. 이 자리에서 종범스님은 “〈금강경〉이 영험이 있어도 자꾸 읽고 보고 실천해야 영험이 있는 것처럼, 수행도 해야 소용이 있지 수행하지 않고 말만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법문을 요약했다.




心결제.口결제.身결제 중 으뜸은‘心결제’

눈 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끄달려 쫓다가는

부처님의 깊은 지혜 ‘玄志’ 깨닫기 힘들어



오늘은 하안거 결제입니다. 결제는 시작입니다. 해제는 마치는 거구요. 편안히 머문다는 편안할 안(安)에 머물 거(居)가 바로 안거입니다. 산림이라고도 하는데 마음을 잘 챙긴다는 의미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안거가 일년에 한번이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우기(雨期)에 밖으로 나가지 않고 석 달 동안 되도록 한곳에 머문 것에서 유래된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춘하추동 사계절이 분명해 하안거와 동안거로 나뉘어 여름에도 안거를 하고, 겨울에도 안거를 합니다. 안거를 통해 무엇을 하느냐 하면 본래자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첫째는 자기 마음의 집을 잘 챙기고 잘 돌보는 것인데 이것을 ‘심(心)결제’라고 합니다. 우리는 항상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데 항상 듣기 때문에 매번 똑같은 얘기처럼 들리고, 또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매일같이 사람을 봤고 물건을 봤고 하늘도 보고 땅도 봤고, 생각해보면 하늘 생각, 땅 생각, 사람생각도 나는데 그 많은 것을 본 주인이 누군가 하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 제 모습 보이시죠. 이 모습은 보입니다. 그런데 누가 나를 보느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티끌은 중요하게 여기는데, 마음은 버리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것을 ‘배각합진(背覺合塵)’이라 하는데 ‘자기가 볼 줄 알고 들을 줄 알고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은 등지고, 보이는 대상에만 자꾸 쫓아간다’는 뜻입니다. 보이는 그 사람에게만 관심이 있고, 그 사람을 알아보는 자기 마음은 깡그리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제를 통해 자기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이것을 심결제 즉 마음 결제라고 합니다.

결제 중에 상근기는 심결제를 하며, 마음하나 돌이키면 그게 으뜸가는 결제인 것입니다. 중근기는 구(口)결제 즉 입으로 결제하는 데, 구결제란 독경하고 염불하고 경전과 법어를 자꾸 읽는 것입니다. 구결제는 말로 결제를 하는 것이고 말로 깨달은 세계로 돌아가고, 말로 죽음이 없는 아미타불 세계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몸으로 하는 신(身)결제입니다. 신결제란 부처님께 계속 예배하고, 공양 올리는 것이지요. 이렇게 심업.구업.신업을 합쳐 삼업결제라고 하며, 결제를 통해 무진업장을 다 녹이고, 지혜와 공덕을 이루게 되니까 좋은 일인 것입니다.

그래서 결제기간에는 계속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양을 올리고 경을 읽고 염불을 하는 것이며, 또 마음을 밖으로 내달리도록 하지 않고 안으로 자꾸 살펴 챙기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신.구.의 삼업이 죄를 짓지 않고, 항상 자기 집을 살펴 나날이 복되는 삶을 살게 하기 때문에 ‘결제’가 중요한 것입니다. 마음을 챙긴다는 것은 ‘현지(玄志)’를 깨닫는 것인데, 부처님이 깨달으신 깊은 세계를 뜻하기도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깊은 뜻, 현지를 깨달으셨고 이것을 ‘돈오현지(頓悟玄志)’라고 합니다.

사진설명: 지난 12일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스님이 봉은사 법왕루에서 법문을 하고 있다.

현지라는 것은 “오늘이 불기2550년 음력 4월15일 하안거 결재일이다”고 달력에 나와 것이고, 이것이 우리 사바세계, 대한민국에서 느끼는 시간입니다. 이것을 금시사(今時事) 즉 지금 이 시간의 일이고 역사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현실.현상적 시간이며, 지금 이 시간이 동시에 시간이 생기기 이전의 시간인 겁전사(劫前事)도 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틀림없이 불기 2550년 하안거 결재일인데, 시간이 생기기 이전의 겁전사이며 또한 본분사(本分事)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이 현상 속에 현상이 생기기 이전의 세계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아니까 깊은 뜻이라고 하는 것이고, 이것을 깨달을 때 깊은 뜻을 깨닫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런 깊은 뜻이 멀리 있어 깨닫지 못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우리 마음이 자꾸 돌아다녀 못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깊은 뜻을 깨달을 생각만 하지 말고, 허망한 생각을 자꾸 줄여나가면 본래부터 겁전사에 있기에 그냥 만나게 되는 겁니다.

철학적으로 말하면 현상적 세계, 궁극적 세계라고 합니다. 현상적 세계라고 하는 것이 ‘여기는 어느 곳이다’고 장소를 이야기하고, ‘지금은 몇 시다’는 시간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궁극적 세계는 지금이 어디고 몇 시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기 이전에 본분사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이 늙고 죽고 오고 가고 하는 것은 금시사고 현상세계인데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것만 알면 중생이라고 하고, 범부라고 합니다. 죽음이 갈라지기 이전의 세계와 오고 가기 이전의 세계를 아는 것을 깊은 뜻, 즉 현지를 안다고 하는 것이고, 이렇게 깊은 뜻을 알 때 모든 근심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가끔 젊은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생각이 너무 많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어느 회사나 기관에 취직하면 그 회사나 기관의 발전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고, 어떻게 하면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 자기 꿈을 이룰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고, 요구를 합니다. 이렇게 자기를 생각한답시고 계획을 짜고 온갖 생각을 일으키는데 그것 자체가 현실을 전혀 보지 못한채 엉뚱하게 달려가는 것입니다. 어디에 가든지 들어가면 자기는 딱 없애고 조직이 뭐하는 곳인지 회사가 뭐하는 곳인지 생각하고 완전히 회사사람이 돼야만 거기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내가 꿈을 이루기전에 내 인생이 얼마나 갈 것인가부터 알아야 합니다.

내가 앞으로 얼마 안 있으면 죽을 건데 죽기 전에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오늘 할 일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몇 만 년 살리라 생각을 하면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답이 안나옵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그래서 첫째는 마음을 챙겨야 합니다. 내가 보는 물건을 중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보는 그 사람을 돌아보는 게 마음 챙기는 겁니다. 그 보는 사람을 자세히 보는 것을 식자본심(識者本心) 스스로 본심을 알고, 식심 즉 보는 마음을 아는 것입니다. 보는 마음 보는 견성을 식심견성(識心見性)이라고 해요. 그래서 물건을 볼 때 물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물건 보는 마음을 아는 것이고, 물건을 보는 자기 본성을 보기에 견성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보는 마음과 보는 본성은 죽음이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마음과 그 본성에서 볼 때 현지라고 합니다.

현지라는 것은 ‘다만 눈앞에 있고 아주 분명’합니다. 그런데 말은 못합니다. 그래서 현지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항상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가짜로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니고 현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늘 웃음을 간직합니다. 멀리 있어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망상을 줄이면 본래자리가 있기 때문에 큰스님들은 법문에서 ‘놓아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오른손에 가지고 있는 것을 놓으니까 또 놓아라!. 그래서 왼손에 있는 것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또 놓아라! 하니까 오른쪽 왼손 다 놓았는데 무엇을 놓으란 말입니까 그러면 놓기 싫으면 싸가지고 가라. 무엇을 놓으란 말일까요. 밖으로 내달리는 마음을 놓으라는 것이지요. 이것이 “방하착(放下着)하라”는 말의 뜻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근본과 지말(枝末)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 합니다. 죽기도 하는데 온몸이 다 불에 들어가고 흙에 돌아가고 하는 판에 조금 아픈 게 문제입니까. 쓸데없는 걱정이 고통을 만듭니다. 이게 중생입니다. 그래서 결제를 하라는 겁니다. 마음을 잘 챙기고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 헤매지 말고, 수행을 열심히 해 사람다운 삶을 살도록 정진합시다.

정리=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불교신문 2230호/ 5월24일자]

 

 

 

 

 

 

 

 

 

 

 

 

행자실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dis834/2835 에서 복사한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