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함경 : 보시의 위대한 힘, 벽지불께 한 발우의 밥을 베푼 공덕
이 때에 존자 아나율타(阿那律 )도 또한 대중 가운데 있었다. 이에 존자 아나율타가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현인들이여, 이익이 백천만 배가 되거나 비록 또 그보다 더 많은들 무엇에 쓰겠습니까? 만일 비구가 계율을 지키고 묘한 법을 가지며 위의를 성취하고, 남의 집에 들어가 밥을 받는다면 오직 이것만이 가장 긴요한 일일 것이다. 아침마다 이익이 불어나 백천만 배나 된다 해도 그것은 조금도 나을게 없습니다.
왜냐 하면 내가 옛날 바라내국에 있을 적에 너무도 가난하여 고물을 주워[?拾]3) 생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에 이 바라내국에는 가뭄이 든 데다 서리마저 일찍 내렸고 게다가 황충(蝗蟲)마저 기승을 부려 곡식이 여물지 않아 백성들은 부황이 나고 가난하여 구걸하여도 밥을 얻기 어려웠다. 이 때에 무환(無患)이라고 하는 한 벽지불(?支佛)이 이 바라내를 의지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그 때 무환 벽지불은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바라내에 들어가 밥을 빌었습니다. 나는 그 때에 고물을 줍기 위하여 일찍 바라내를 나왔습니다. 내가 나오다가 그리로 들어가는 무환이라는 벽지불을 만났습니다. 때에 무환 벽지불은 빈 발우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처음 들어갈 때와 같이 빈 발우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나는 그 때에 고물 줍기를 마치고 도로 바라내로 들어가다가 다시 무환 벽지불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나를 보자,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아침에 들어갈 때에 이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제 되돌아 나오는데 다시 이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본다. 이 사람은 아직도 먹을 것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을 따라가 보아야겠다.)
이 때에 벽지불이 나를 따라 오는데,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주운 고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짐을 벗어놓고 두리번거리다가 무환 벽지불이 나를 따라 오는 것이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음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를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아침에 나올 때 이 선인은 성으로 들어와 걸식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 선인은 아직까지 밥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차라리 내가 먹을 몫을 이 선인에게 주리라.)
이렇게 생각한 뒤 밥을 가져다 벽지불에게 주면서 말하였습니다.
'선인이여, 마땅히 아십시오. 이 밥은 내가 먹을 밥입니다. 부디 나를 불쌍히 여기고 가엾이 여겨 이것을 받아 주시오.'
그러자 벽지불이 내게 대답하였습니다.
'거사여, 마땅히 알아야 하오. 금년은 가뭄이 든 데다가 서리마저 일찍 내리고 게다가 황충이 기승을 부려 오곡이 제대로 여물지 못하였으므로 백성들은 부황이 나고 가난하여 구걸을 해도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대는 그 반을 덜어 내 발우에 담으시오. 그 반은 그대가 먹어 함께 목숨을 보존하십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선인이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저는 집이 있고 솥과 부엌이 있으며, 땔나무도 있고 쌀도 있습니다. 음식 먹는 것도 아침이든 저녁이든 상관없이 때를 가리지 않습니다. 선인이여, 저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이 밥을 다 받아 주십시오.'
이 때에 벽지불은 나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곧 그것을 다 받았습니다.
여러 현인들이여,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일곱 번 하늘에 나서 하늘의 왕이 되었고, 일곱 번 인간에 나서 사람의 왕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이렇게 석가 종족 가운데 태어나게 되었고, 큰 부자로서 모든 것이 풍족하고 넉넉하며 봉호(封戶)와 식읍(食邑)과 재산이 한량없고 보배도 두루 갖추었습니다.
여러 현인들이여,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백천 해()의 금전(金錢)을 지닌 왕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거늘, 하물며 그 밖의 여러 가지 잡물이겠습니까?
여러 현인들이여,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왕과 왕의 신하 바라문 거사와 일체 인민에게 대우를 받고, 또 사부대중 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에게 존경을 받는 것입니다.
나는 그에게 한 발우의 밥을 베풀어 준 복으로 인하여 항상 남의 초청을 받아 음식 의복 털담요 털자리 침구와 가에 늘어뜨리는 구슬 병을 치료하는 탕약 등 온갖 생활 도구를 받게 되었으며, 나를 초청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만일 내가 그 때 그 사문이 집착이 없는 진인(眞人)인 줄 알았더라면 복의 과보를 받는 일이 배나 더 많았을 것이며, 큰 과보와 극히 묘한 공덕을 받아 광명은 환히 비치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을 것이다."
이에 존자 아나율타는 집착이 없는 진인으로서, 정해탈(正解脫)에 이른 사람이었다.
그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가 기억해 보니 옛날에 너무도 가난하여
고물을 주워 근근히 살았었네.
최상의 덕 지니신 무환(無患) 스님께
내 먹을 밥 비워서 공양하였네.
이것으로 인하여 석가 종족으로 태어나
아나율타라 이름하였네.
악기를 잘 다루고 가무에 능하여
음악을 항상 좋아하였네.
나는 세존의 바른 깨달음이
감로(甘露)맛과 같음을 알았네.
깨닫고 나서 믿음과 즐거움 내어
집을 버리고 도를 배웠네.
나는 숙명을 알게 되어
이전에 났던 곳을 알았나니
전생에 삼십삼천에 태어나
일곱 번 그 곳을 오갔었다네.
여기서 일곱 번 저기서 일곱 번
세상에 열 네 번 태어났다.
인간과 또 천상을 오가면서
애당초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았네.
나는 이제 나고 죽음과
중생이 가고 오는 곳 알며
남의 마음 옳고 그름과
성현의 다섯 가지 오락(娛樂)을 알았네.
오지선정(五支禪定)을 얻어
항상 마음이 쉬어 고요하고 잠잠하며
이미 바른 선정에 머물어
문득 깨끗한 천안(天眼)을 증득하였네.
이제 도를 배우기 위하여
세속을 멀리 떠나 집을 버리는 것
내 이제 그 뜻을 알아
부처님의 경계에 들게 되었네.
나는 죽음도 즐거워하지 않고
또한 나는 것도 원하지 않나니
때를 따르고 가는 대로 맡겨두어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 세우리.
나는 야리(耶離) 죽림을 따라
내 목숨은 거기서 다하리니
마땅히 그 죽림 밑에서
남음 없는 열반에 들어가리라.
'중아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중아함경 : 계정혜,해탈,정념,공삼매,무원삼매,무상삼매 (0) | 2017.12.31 |
---|---|
[스크랩] 중아함경 : 8만 4천명의 부인과 미녀를 뿌리치다. (0) | 2017.12.31 |
[스크랩] 중아함경 : 제4선, 향누진지통, 고집멸도 (0) | 2017.12.31 |
[스크랩] 중아함경 : 조그만 욕심도 부리지 말라. (0) | 2017.12.31 |
[스크랩] 중아함경 : 염라대왕의 출가 서원과 게송 (0) | 2017.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