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들 이야기

[고승 33인 법어집] 쥐가 고양이 밥을 먹다-22. 진제 스님

수선님 2020. 1. 26. 12:58

참사람이란 자기만이 있을 수 없고

온 인류가 한 몸이 되어 만인을 위하는 것이

곧 자기를 위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제 스님

 

 

명리名利를/ 떠난/ 바른 삶

진제 스님

 

 

모든 부처님과 역대 도인께서 출세하시어 만인을 위해 설법하신 것은, 불법의 정법정안正法正眼을 갖춘 분들이 볼 것 같으면, 만 사람의 눈에다 흙을 뿌리고 모래를 뿌린 것과 같을 것이다.

우리 부처님 법은 언어 문자를 여읜 곳에서 입을 열기 이전에 바로 알아야 대도大道에 상응할 것이며, 만약 입을 연 후에 알아갈 것 같으면 큰 힘이 되지 못하며 쓸 곳이 없을 것이다.

정법정안의 진리를 알고자 할진댄 모든 사람이 금생은 세상에 안 나온 셈 생각하고 모든 세간 일과 마음의 안팎 경계를 전부 잊어버리고 신심과 큰 용맹심과 큰 의심을 내어 모든 곳에 바보가 되며 공안상公案上에 의심을 온전히 주입하여 공부함이 마땅할 것이다.

 

 

사중득활死中得活 또 살활자재안殺活自在眼을 갖추어야 천불만조사千佛萬祖師에 속임을 받지 않고 대원경지大圓鏡智가 앞에 나타나 안신입명처安身立命處를 성취할 것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참자기를 모르기 때문에 만 가지 경계를 당하면 생각이 흩어지고 물이 들어 명예와 이익을 탐해 분주히 한평생을 보내므로 남은 것은 늙은 몸과 병의 쓴 고통뿐이다 참사람이란 자기만이 있을 수 없고 온 인류가 한 몸이 되어서 만인을 위하는 것이 곧 자기를 위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고려 말 나옹懶翁 선사는 중국 송나라에 들어가 제방 선지식을 방문하다 어느 날 평산 처림平山處林 선사를 예방하니 평산이 물었다.

“대덕은 어디서 오는가?”

“대도大都에서 옵니다.”

“어떤 사람을 보고 왔는가?”

“서천의 지공 화상을 보고 왔습니다.”

“지공의 일용사가 어떻던고?”

“일일에 천검千劍을 씁니다.”

“지공의 일일천검一日千劍을 차지하고 그대의 일검一劍을 보이라.”

그러자 나옹이 즉시에 좌복을 들어 평산을 때리니, 평산이“저 도적이 나를 죽인다”며 크게 외쳤다. 나옹이 곧 붙들어 일으키면서 말하였다.

“내 칼은 능살能殺 능활能活입니다.”

평산이 크게 웃으며 손을 잡고 방장실로 들어가 차를 권했다.

이에 평산에게 인증을 받아 고국에 돌아와 크게 선풍을 떨치었다.

 

 

요즈음 견성법見性法을 참구하는 사람 중에는 진리의 한 모퉁이를 보아서 요사인了事人을 짓는 이가 있으며, 또 개중에는 법신의 진리를 알아가지고 견성을 짓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여래선如來禪을 알아서 만족을 하고 있으니 이러한 사람들은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모든 부처·모든 조사의 정법정안은 향상일로向上一路를 바로 아는 데 있다. 육조스님께서도 “무사자오無師自悟는 천연외도天然外道”라 했는데 그 뜻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모름지기 공부를 하다 경계가 있으면 즉시 선지식을 찾아서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털어 놓아야 하리라.

 

 

부처님의 회상會上에서 부처님의 설법이 끝나자 모든 대중은 각각 자기 처소로 다 돌아갔는데 한 분의 여자가 있어 부처님 근좌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문수보살이 묻기를 “모든 대중은 다 자기 처소로 돌아갔는데 저 여자는 어째서 저렇게 앉아 있습니까? 하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저 여자가 정定에 들어 있으니 네가 정에서 나오게 하여라“하였다.

 

 

문수보살이 백천신통과 온갖 방편을 써도 여자가 그대로 있으니 부처님께서 “문수야, 네 실력으로는 저 여자가 정에서 나오지 못하니 하방세계下方世界 42국토를 지나가면 망명 초지보살이 있어 그이라야 정에서 나오도록 할 것이다”하셨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망명보살이 땅에서 솟아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저 여자가 정에 들어 있으니 네가 정에서 나오도록 해 보아라”하시니 망명이 그 여자 앞에 가서 손가락을 세 번 튕기니 여자가 정에서 나왔다.

 

 

문수보살은 과거 칠불의 스승으로 백천신통을 하여도 여자가 정에서 나오도록 못하였는데, 망명은 초지보살인데도 여지를 정에서 나오도록 하였으니 이 어쩐 연고인가? 고착안固着眼 하라. 이 법문을 바로 알아야지 모든 부처와 모든 조사의 정법정안의 밀전법密傳法을 바로 알 것이다.

 

 

“해고종견저海枯終見底 인사부지심人死不知心”

‘바다가 마르면 마침내 바다 밑을 볼 수 있으나,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출가자나 재가자들은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혜안을 열기 위해서 우선 자기의 마음을 열어볼 수 있는 눈을 밝혀야 하겠다. 그리하여 자유로운, 걸림이 없이 살아가는 맑은 마음을 얻고 불성을 밝히는 정진에 게으름이 없어야 할 것이다.

1982.6.13

해운정사 향산선원장 재직시

 

 

진제 스님

1934년~

1953년 석우 스님을 은사로 득도

1979년~現 해운정사 금모선원 조실

1991년 선학원 이사장

1994년~現 동화사 금당선원 조실

1996년~現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

現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

 

 

 

 

 

 

 

 

염화실 카페 http://cafe.daum.net/yumhwasil/8Hqs/97 에서 복사한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