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
조은수ㆍ서울대 철학과
1. 왜 서구 불교에 관심을 갖는가 서구에 불교가 알려지게 된지 약 150년, 서구사회가 불교를 수용하는 문명사적 의의와 그 과정, 불교의 수용이 그 사회에 가져온 영향, 또는 반대로 불교가 서구 에 들어가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수용시키는 양태에 대해서 상당한 학문적인 연구 성과가 나타났다. 특히 미국 내의 불교 (Buddhism in America)를 넘어서 "미국불 교" (American Buddhism)라는 용어가 학술적 개념으로 등장할 정도로 서구의 불 교 전래는 사회학, 종교학, 불교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에게 새로운 중요 연구 대상 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인구학적만 하더라도 이십년 전까지 몇 만에 불과하다고 보았던 불교인구가 현재 300만 명이 된다고 추산될 정도이며, 또한 미국 사회와 문화 속에 드러나고 있는 불교의 영향은 괄목할 만하다. 각종 연구와 여러 대중 미디어 속에 드러나는 문화 현상의 지표를 보더라도, 불교가 문명의 전환에 끼치 는 영향과 앞으로의 추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왜 미국불교에 관심을 가지는가. 불교는 전통적으로 우리의 가치 관과 세계관의 큰 부분을 지배하여 왔으며 따라서 우리 삶과 역사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놔두고 다른 전통에 시선을 돌리 고 있는 것이다. 한편 마찬가지로 불교 전통이 깊은 일본에도 우리가 보이는 정도 의 서구불교에 관한 관심이 있는지 자문해 본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64 (사 )한국불교학회 역으로 50년의 짧은 전통이지만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대만 불교에 대해서는 최 근 구미권을 비롯한 세계의 학자들이 그 시작, 발전, 그리고 앞으로의 추이에 대 해 세심하게 주목하면서 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타났다. 하여간 현재 한국의 불교 계 상황이 이제 눈을 밖으로 돌려 다른 문화 속에서 자신에게 시사점이 되는 어 떤 것을 찾는 것은, 1600년 불교사 속에서 자신을 객관화해보고자 하는 어쩌면 최 초의 노력일지도 모른다. 또한 이것은 한국에서의 불교 전통의 정체성에 위기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일임을 발표자 본인도 부정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제 서구 사회와 많은 문화적 특질을 공유하고 점점 서구화되는 과정에서 서구에서 불교가 수용된 연유를 이해함으로써 그에 비추어 앞으로의 한국 불교의 진행 방향을 추 단해 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편, 현재 서구의 불교에 대한 관심은 문명에 대한 반성과 비판에서 촉발된 점 이 있다. 자연과 세계에 대한 정복적 태도, 자유 경쟁과 시장의 논리 속에 함몰되 어 가는 인간성, 물신주의 등에 대한 사회적, 지성적 비판이 나타났고 그 해결책 에 대한 모색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구인들은 동양 과 세계의 각종 사상과 종교 전통에서 새로운 삶의 태도와 세계관을 모색하였다. 불교를 받아들인 이들에게 불교란, 전통 종교가 아닌 새롭게 자신이 스스로 선택 한 가치체계이다.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 불교이지만 불교 교리를 새로운 시각에 서 해석하고 그 가르침을 자신의 삶과 사회 현실에 적극적이면서 실질적으로 적 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1)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서구 불교 수용의 문명사적 의의 뿐 만 아니라 미국 불교 신행의 현황을 소개하고 그것이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비판할 점이 있는가 등에 대해서도 간단히 서술하였다. 이 런 점에서 위의 질문에 대해, 본 논문은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우리 전 통에 미루어 추론해보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자답하면서 아래 글을 전개하겠다. 2. 서구 불교 연구사의 간략한 개략 서구 사회 내에서의 불교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증언하는 사회 현상에 대해 대 중적 매체나 신문 잡지들이 주목하여 보도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 니다. 이에 맞추어 서구 학계에서도 최근 삼십년 전 정도부터 이에 대해 진지한 연구를 시작하여 불교인들과 학자들에 의해서 연구서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미국 1) 조은수, "자아중심적 세계에서 연기와 공의 불교의 세계로,"『불교평론』 40호 (2009년 9월) 참조.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65 불교를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규정하고 이것에 대한 제대로 된 단행본 분량의 연 구서들이 나타난 것은 1990년대이다. 현재까지 약 20 여종의 단행본들이 나와 있 다. 한 가지 특기할 것은 가장 최근에 나온 그런 종류의 책인 Westward Dharma ― Buddhism Beyond Asia에서는 그동안의 미국불교를 중점적으로 다루던 것이 이제 그 범위를 넓혀서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불교의 유행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2) 이 책은 "아시아를 넘어서" 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미국 뿐 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교의 성장에 대한 연구들을 모은 것이다 (본 논문의 부록으 로 미국불교에 관한 주요 연구 문헌 목록을 첨부하였다). 연구 활동으로는 1977년 봄에 시라큐즈 대학에서 "불교의 미국 내에서의 융성"(the Flowering of Buddhism in America)"라는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렸고,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 소재의 IBS (Institute of Buddhist studies)에서 12주간 시리즈로 강좌 가 열렸는데 이것이 책으로 묶여 출판된 것이 The Faces of Buddhism in Ameri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8)이다. 1997년 1월에는 보스턴에서 미국불교를 주제로 한 불교학술회의가 열렸고, 동년 5월에는 하버드 대학에서, "미 국 내에서 불교의 연구에 끼친 학문적 영향"이라는 타이틀로 불교학 포럼이 열렸 다. 이러한 경향은 계속되어 수많은 학술회의가 열리고, 박사학위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3) 이제는 대학에서 "American Buddhism"이라는 강의가 개설되는 정도에 까지 이르렀다.4) 3. 19세기 유럽에서의 불교 인식 서구에서 불교에 대한 최초의 언급들은 불교를 공격의 대상으로 보았던 기독교 선교사들에 의한 것이다. 그 후 유럽인들이 불교에 대한 학문적인 탐구를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인도를 식민지로 경영하고 동양을 지배하면서 동양 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촉발되고 동양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만족 시켰다. 주요 연구 대상 중 하나가 불교 또는 인도 종교였다. 이때 동양의 여러 2) Charles S. Prebish and Martin Baumann eds., Westward Dharma ― Buddhism Beyond Asi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2). 3) 1999년에 출판된 Duncan Ryūken Williams and Christopher S. Queen eds., American Buddhism: Methods and Findings in Recent Scholarship의 부록에 실린 자료에 의하면 1997년까지 북미에서 출판된 미국불교와 관련 한 학위 논문 만도 74 종이다. 그후 13년 간 많은 논문이 더 간행되었음은 물론이다. 4) Charles S. Prebish, "Introduction," in Charles S. Prebish and Kenneth K. Tanaka, eds., The Faces of Buddhism in Ameri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8), p. 3.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66 (사 )한국불교학회 나라로 간 선교사들이나 여행자들은, 불교란 이국적인 형태의 의식을 가지고 다신 교적 믿음을 가진 이단 종교의 하나로 묘사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경에는 많은 서양의 여행자들에 의해 불교가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불교는 인생과 소유를 버리고 부정할 것을 가르치는 염세적인 종교라는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5) 당시 서구의 불교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었지만, 쇼펜하우워 (1788-1860)나 니체 (1844-1900)와 같은 독일 사상가들의 저술과 작품 속에 이미 불교적 사상과 이념에 대한 생각이 나타나게 되었다. 불교학에 대한 진지한 연구는 19세기에 이르러 비로소 시작되었다. 19세기에 이 런 연구가 시작되게 된 데에는 문헌학의 등장, 유럽 학계에서 아시아 언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는 점, 그리고 특히 유럽이 아시아 지역의 식민지 경영을 시작 하였다는 등을 들 수 있다. 동인도 회사의 관리였던 브라이언 호튼 헛즈슨 (Brian Houghton Hodgson, 1800-1894)은 네팔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살아있는 불교를 보았다. 그는 어느 네팔인 불교 학자의 도움으로 1824년부터 네팔에 보관 되어 있던 산스크리트어 (일부는 티벳어) 불교 문헌들을 모아, 1845년까지 사백종 이상의 문헌을 캘커타, 런던, 옥스포드, 파리에 있는 도서관에 이송시켰다. 이 문헌 들은 당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당시 프랑스대학 (Collège de France)의 산 스크리트 담당교수였던 외젠느 뷰르누프 (Eugène Burnouf, 1801-1852)는 이들 문 헌의 중요성을 당장 알아채고 이중 『법화경』을 번역하였다. 그는 이어 산스크리 트 문헌, 팔리 문헌, 그리고 인도 불교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1844년에 『인 도불교사입문』을 출판하였다. 이 책은 원본으로 647 페이지 분량으로 유럽 언어 로 된 최초의 학술서이다. 또한 분석의 심도와 폭, 그리고 번역의 정확도 등에서 유럽의 불교 연구의 기초를 놓은 저작으로 평가된다. 이제 인도는 유럽의 불교학 연구의 초점이 되고, 산스크리트어는 팔리어와 함께 가장 중요한 언어가 된다. 붓 다의 생애, 또 인도에서 불교가 몰락하기 이전의 불교사에 대해 많은 학문적 관심 이 쏠렸다. 특히 역사적 예수에 대한 탐색작업과 비견되는 역사적 인물로서의 붓 다와 그의 가르침에 관심이 모아졌다. 많은 사람들은 불교를 의식이나 미신, 주술, 또는 브라흐만들의 카스트제도에 반대하고, 이성과 절제에 기반을 두는 철학적으 로 그리고 심리학적인 사상 체계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불교의 모습은 영적 이며 또한 이국적 감각주의적인 식민지 인도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었다. 이제 유럽 각지의 도서관에서 문헌학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이에 근거하여 문헌 속에 나타난 불교가 정통적인 모습이고 반면 실제 아시아에서 자신들이 만나는 5) James William Coleman, The New Buddhism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pp. 55-56.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67 불교는 뭔가 결여된 것으로 생각되게 되었다. 불교란 따라서 문헌 속에서, 그리고 유럽의 도서관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존되게 되었으니, 이시대의 불교와의 만 남은 불교 문헌과의 만남이지 실제 살아있는 불교와의 만남은 아니었다. 이들 19 세기의 학자들은 대부분 동양에 가본 적도 없었다.6) 한편 당시 미국의 문학 작가들 헨리 소로 (Henry David Thoreau, 1817–1862),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1803–1882), 휘트먼 (Walt Whitman, 1819-1892) 등의 작품 속에 동양적 사유의 영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들의 문학 작품이 나타 남으로써 미국에 불교가 수입될 수 있는 정신적 발판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던 중 1879년 영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언론인이었던 에드윈 아놀드 (Sir Edwin Arnold, 1832-1904)가 붓다의 전기인 『아시아의 빛』 (The Light of Asia)을 1879년에 출판하였는데 이것은 유럽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영국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에서 교육받고 여러 학교에서 교육자로 복무 하다가 인도의 한 대학의 총장으로 인도로 갔으며, 나중에 인도에 끼친 공헌으로 빅토리아 여왕에게서 작위를 받았다. 이 책은 영국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출판되어 여러 차례 중판을 거듭하였다. 이 책은 불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주었다. 또한 오컬트주의적 신흥 종교인 신지학 (神智學, Theosophy)에서는 특히 불교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신지학에서의 해석하는 불교란 부정확한 점이 많았지만 적 어도 동양에 어떤 신비스럽고 심오한 지적 전통이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에는 기여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불교에 대한 관심은 1차대전이 끝나고 가라앉게 되었다. 서구인 들은 불교에 대해 문헌을 통해 읽어서 알고 나아가 불교의 세계관을 수용한 경우 도 있었지만 불교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니었고, 더구나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만드 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당시의 지적인 이해를 통해 불교를 받아들였던 서구 의 불교인들은 기독교적인 신 또는 영원한 영혼에 대한 믿음 등은 쉽게 버릴 수 있었지만, 불교가 사회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고 또한 그 세계관이 비관적이라고 생각하여 불교를 완전히 수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7) 6) 도날드 로페즈의 2005년 7월 14일 서울대학교에서의 강연 내용 중에서 발췌. 7) Thomas A. Tweed, The American Encounter with Buddhism, 1844-1912: Victorian Culture and the Limits of Dissent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Press, 2000).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68 (사 )한국불교학회 4. 미국의 불교 신행의 시작 19세기 서구 유럽 지역에 불교가 전래되면서 이제 미국에 불교가 알려지게 되 었다. How a Swan Came to the Lake의 저자로 유명한 릭 필즈 (Rick Fields)는 미국 불교의 출발과 그 이후의 진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두 가지 형태로 나누고 있다.8) 첫째는 1853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중국인에 의 해 미국 최초로 불교 사찰이 세워진 것이다. 미국 내 중국인의 수는 미미하였으나 서부에 금광 개발의 열풍이 몰아치면서 중국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1852년까지 캘리포니아 지역의 중국인 수는 약 2만명이었던 것이 십년 후에 캘리 포니아 인구의 10분의 1이 중국인이었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종교들 위해 절을 세웠는데 이들 사찰에서 수행하는 불교의 형태는 도교 유교 등이 혼합된 것 이었다. 두 번째 출발은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종교의회 (World Parliament of Religions)라는 역사적 사건에 기점을 둔다. 이 행사는 시카고 세계 박람회에 맞추 어 종교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으로 기독교 외에 힌두교, 시크, 자이나교도, 그 리고 여러 종파의 불교인들이 아시아에서 초청되었다. 여러 종교의 지도자들이 전 례 없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고, 미국인들에게 아시아 종교에의 문을 열어주는 일이 되었다. 이 의회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불교 인사는 스리랑카에서 온 달마팔 라 (Anagarika Dharmapala) 스님이었다. 그는 신지학회를 주도한 헬레나 블라바 츠키(Helena Blavatsky, 1831-1891)나 올코트 대령 (Henry Steel Olcott, 1832-1906) 등과 밀접한 교류가 있던 분이었다. 이 두 사람은 1880년 스리랑카, 당 시 실론에서 서양인으로는 최초로 불교에 귀의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사람들 이다. 달마팔라 스님은 개막식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사로 나아갔다. 그는 연설 속에서 이 종교회의에서 바로 인도에서 이십사 세기 전에 일어났던 일이 재 현되고 있다고 찬탄하였다. 이 의회가 끝난 후 거기에 참석했던 어떤 미국인 실업 가 찰스 스트로스 (Charles Strauss)라는 사람이 달마팔라 스님으로부터 계를 받 고 불교에 귀의하게 되었다. 스트로스는 유태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으로 당시 뉴욕시에 사는 실업가였는데 종교의회가 끝난 후 달마팔라스님 앞에서 삼귀의를 외우는 의식을 통해 미국 최초의 서양인 불교 신자가 되었다. 이것이 미국 땅에서 8) Rick Fields, Divided Dharma: White Buddhists, Ethnic Buddhist, and Racism," in Prebish, Charles S, and Kenneth K. Tanaka, eds., The Faces of Buddhism in Ameri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8), pp. 197-200.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69 불교가 공식적으로 수용된 일이다. 이상의 두 가지 불교 수용의 형태를 두고 릭 필즈는 앞의 경우를 민족불교 (ethnic Buddhism)이라고 부르고 이와 대비하여 후 자를 백인 불교 (white Buddhism)이라는 용어를 창안하여 구분하였다. 이 후자를 흔히, 서구인들이 기독교에서 개종하여 불교를 자신의 종교로 받아들인 것이라 하 여 개종 불교 (convert buddhism)라고도 부른다. 한편 중국인이 미국 사회에서 점차 가시화되는데 비해 1890년까지 미국 내 일 본인 수는 2천명에도 못 미치는 것이었다. 최초의 일본인 이민이 미국에 도착한 것은 1869년의 일이었다. 그런데 1893년 세계종교의회가 열림으로써 일본 불교가 수용되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당시 세계종교의회에는 일본의 정토진종, 일 련종, 천태, 진언, 선종 등에서 파견된 스님들이 참석하였고, 그중에 샤쿠 소엔(釋 宗演, 1860-1919; 또는 소엔 로시老師라고도 불림)라는 임제종 스님이 있었다. 샤쿠 소엔은 종교의회에서 특별히 주목받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이후 미국에서 선불교가 퍼지게 되는 실마리를 제공하였다. 다름 아닌 그의 제자들에 의한 것이 었다. 이때 종교의회에 참석한 사람 중에 폴 카루스 (Paul Carus) 라는 출판사 사 장 (Open Court Publishing Company in LaSalle, Illinois)이 있었다. 그는 샤쿠 소 엔 스님을 집에 초대하여 자신의 출판사가 아시아에 대해 새로운 총서를 만드는 데 편집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샤쿠 소엔은 그 제의를 거절하였지 만 대신 자신의 재가 제자를 추천하였는데 이 분이 나중에 그 유명한 스즈키 다 이세츠 (D. T. Suzuki)이다. 한편 그의 스승 샤쿠 소엔은 그 후 임제 선종 홍포를 목표로 1905년에 미국으로 다시 와서 미국의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법회도 하고 하여 미국에 선 불교가 전래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이 분이 1906년 일본 으로 돌아갈 즈음, 세 분 제자를 미국 내에서 포교를 위해 선임하였다. 이중 한 분이 스즈키이고 다른 두 분은 센자키 뇨겐(千崎 如幻) 스님과 샤쿠 소카츠(釋 宗 活)이다. 소카츠 스님은 1906년부터 1908까지, 그리고 1909-1910까지 미국에 있었 지만 그리 많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센자키 뇨겐 선사는 유명세를 탄 스즈키와 반대로 그늘 속에서 미국 선불교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그는 일본에 있을 때 기 성 승단이 너무 사업지향적이라고 비판하였고 또 러일 전쟁에서 전쟁을 옹호하는 것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1905년 그는 미국으로 와서 천한 일부터 시작하였다. 그 의 스승의 말대로 17년 동안 기다린 후 불교를 포교하기 시작했다. 그는 ‘떠다니 는 선당’(floating zendo)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는데 미국인들에게 좌선 수행을 소 개한 중요한 인물이다.9) 9) 서구에 불교가 소개되는 역사에 관한 이상의 기술은 James William Coleman, The New Buddhism (Oxford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70 (사 )한국불교학회 이처럼 미국의 불교와의 처음 만남이 주로 일본 선이었던 반면, 영국의 경우 테 라바다 불교의 영향이 더 강했다. 영국의 주요 테라바다 불교 조직으로는 1925년 에 달마팔라 (Angarika Dharmapala)에 의해 들어온 마하 보디 소사이어티 (Maha Bodhi Society)가 있었다. 마하 보디 소사이어티의 원래 목적은 붓다가야의 부처 가 처음 깨달음을 얻은 장소를 세계 불교의 성지로 복원하는 것이었다. 또한 신지 학에 영향을 받았던 크리스마스 험프리가 세운 런던 부디스트 소사이어티 (London Buddhist Society, 부디스트 롯지 Buddhist Lodge라고도 함)도 마하 보 디 소사이어티와 함께 영국 불교의 토대를 제공하였다. 5. 비트 제너레이션, 반문화주의, 그리고 1960년대 미국불교 이차세계대전 후 서구의 불교 이해에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이전까지 서구 지 식인들은 불교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불교 수행을 실제로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이제 집단적 수준으로 불교 이해가 확산되고 관심이 일게 되는 것이 다. 그 상황의 이유를 여러 가지 찾을 수 있다. 우선 사회적으로 종전이후 미국이 경제적 성장과 세계 패권을 이룩하면서 빈부격차나 자본주의적 사회구조, 개인주 의에 대한 회의가 발생하기 시작되었다. 종래까지 문화적 헤게모니를 지니던 백인 청교도 문화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기독교 적 세계관에 회의가 나타났다. 또한 동양에서 오는 이민자들의 증가를 통해 새로 운 동양 사상과 문화가 알려짐에 따라 서구문화와 역사만을 알고 있던 사람들에 게 이 동양 문명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싹트게 되었다. 또한 경제적 발전에 따라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교육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도 당시 사회변화의 중요 원인이 된다. 동양 문화 특히 신비주의에 관한 관심은 이미 다음과 같은 저술들을 통해 서구 인들에게 자극을 주었다. 알도스 헉슬리 (Aldous Huxley),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의 소설들, 그리고 그 이전에 나왔지만 에드윈 아놀드 (Edwin Arnold)가 쓴 『동방의 빛』은 아직도 서구인들에게 사랑받는 책이었고, 이들 문인들에 의해 서 소개된 동양의 신비주의는 1950년대 이후 서구의 독자들에게 새로운 영적, 예 술적 영감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이 시기 지식인층과 교육받은 대중 계층 전반에 서 동양 사상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이 이른바 ‘비트’ 운동이 시작하는 배경이 University Press, 2001)와 Charles S. Prebish, Buddhism: The American Experience, Journal of Buddhist Ethics online Books (NetLibrary, Inc,, 2003)을 참고하였다.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71 되었다.10) 그러나 이러한 운동이 시작되는데 D. T. 스즈키가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스즈 키는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을 중심으로 선을 반이성주의의 상징으로 소개하였다. 이것이 당시 기성 사유방식을 부정하고 체제에 반항하던 히피 세대들에 의해 열 광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미국의 청장년들은 스즈키가 쓴 책들을 읽으면서 자 랐다. 일전에 만난 어떤 50대 후반의 미국 시인은 그분의 시 속에 선적 정신이 드 러나고 있음에 대해 물어보는 필자에게, 당시 자신들이 대학을 다닐 때 사람은 스 즈키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자신의 세대에 스즈키가 중요한 인물이었다고 회고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스즈키는 1950년대 의 선불교 대중화 (Zen boom) 시기에 비트 시인들과 더불어, 대중화된 선불교 철 학을 대중화하는데 주도적인 인물이 되었다. 스즈키를 비롯한 샤쿠 소엔의 제자들 과 비트 시인들은 개인주의, 자연성(spontaneity), 그리고 직관을 강조하는 선의 해 석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특징들이 반문화주의자(counterculturists)들에게 어 필하여 1960년대 불교는 이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다. 이들과 별개 로 보다 수행지향적인 선불교가 Robert Aitken, Philip Kapleau, Joshu Sasaki, Eidō Tai Shimano(임제종), Suzuki Shunryu, Taizan Maezumi(조동종) 등의 인물 에 의해 시작되었다.11) 6. 스즈키와 선 불교 스즈키 다이제스 (Daisetsu Teitaro Suzuki, 鈴木 大拙 貞太郎, 1870–1966; 大 拙이라는 이름은 그의 스승 소엔 스님의 붙여준 것. 타이타로는 어렸을 때 이름 임)는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깨달음을 체험하였다고 하지만 선사로부터 인가를 받 은 기록은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저술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인격적인 매력으로 미국 사회 전반과 선불교 사상의 보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어 려서 아버지가 돌아간 후 어머니 밑에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낸 경험을 글로 쓴 적이 있다. 젊어서 한문, 산스크리트어, 팔리, 그리고 여러 유럽언어를 익혔다. 동 경대를 나왔으며 카마쿠라 소재 원각사의 소엔 스님에게 좌선을 공부하였다. 후에 10) Clarke, J. J., Oriental Enlightenment―The Encounter Between Asian and Western Thought (London: Routledge, 1997), pp. 103-104 참조. 11) Richard Hughes Seager. "American Buddhism in the Making," in Charles S. Prebish and Martin Baumann eds., Westward Dharma-Buddhism Beyond Asi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2), p. 110.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72 (사 )한국불교학회 스승과 함께 미국에 갔을 때 통역도 하고 번역도 하였다. 한편 스즈키가 스승 샤 쿠 소엔의 소개로 미국에서 만나게 된 출판인 카루스는 독일 사람으로, 본인도 불 교 학자여서 The Gospel of Buddha라는 책을 쓰기도 하였다. 스즈키는 카루스의 집에서 살면서 도덕경 번역부터 시작하였고 이때 Outlines of Mahayana Buddhism을 썼다. 스즈키는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유럽을 여행하고 1909년에 일 본에 돌아갔다. 1911년에 래드클리프 대학을 나온 인텔리이며 신지학회 회원인 Beatrice Erskine Lane과 결혼하였고 후에 자신도 신지학회 가입한다. 원각사에 작은 집을 짓고 살면서 면서 대승불교 연구에 전념하였다. 1921년 교토로 옮겨 오 타니(大谷)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부인과 함께 Eastern Buddhist Society를 창립 하였는데, 일본의 유수 영문 불교학 학술지인 Eastern Buddhist는 여기에서 발간 하는 잡지이다. 1936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이차대전 발발 직전까지 주석하였 다. 그 후 1950년에 다시 와서 1958년까지 있으면서 미국의 대학과 여러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강연, 법문 등을 하였다. 1951년부터 1957년 사이에는 컬럼비아 대학 에서 강의하면서, 『벽암록』, 『무문관』 등의 선서를 서양에 알렸다. 스즈키의 주요 저서로는 우리가 잘 아는 『능가경』 영역인 The Lankavatara Sutra, 그리고 on Mahayana Buddhism, Essays in Zen Buddhism First Series (New York: Grove Press, 1927; 이것은 1934년 까지 세권의 시리즈로 나옴), Zen and Japanese Culture (New York: Pantheon Books, 1959), Erich Fromm과 함께 쓴 Zen Buddhism and Psychoanalysis (New York: Harper, 1960), 그리고 C. Jung이 서문을 쓴, An Introduction to Zen Buddhism (New York: Grove Press, 1964) 등이 있다. 콘즈 (Edward Conze)나 영국의 크리스마스 험프리 (Christmas Humphreys, 1901–1983) 같은 불교학자들도 스즈키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 (스 즈키는 1953년에 영국을 방문하여 험프리를 만났음). 스즈키는 임제 선종을 가르친 것으로 보통 알려져 있지만, 후에 어머니의 신앙 이었던 정토진종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고 미국 BCA에서 정토 신앙에 대 해 강의를 한 적도 있다. 그는 외부의 힘에 기대 자신을 버리는 타력신앙의 태도 가 자신만을 의지하는 선불교 수행에 보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선이 서양 사람들의 동양적 신비주의를 좋아하는 경향과도 맞아서 불교 대 중화에 더 낫다고 보았다. 그는 또한 에카르트 등의 서양 신비주의자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있었다. 현대학자들 간에는 스즈키의 공헌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일본 민족주 의 내지는 군국주의와 연관, 또는 경도학파와의 관련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73 (Robert Sharf 등) 실제로 니시다 등의 경도학파와 뚜렷한 관계는 없다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한편으로 심재룡은 선을 반이성주의, 초이성적 직관으로 소개한 스즈 키를 비판하여, 선종을 불교라는 모태로부터 떼어냈을 뿐만 아니라, 역사로부터 절단하여 자유라는 이름으로 소위 반이성적 성격만을 종합하여 젠(zen)이라는 상 표를 붙여서, 지나친 합리주의와 두 차례의 세계 전쟁 뒤 실존적 허무주의에 식상 한 서양의 일부 지식층을 파고들었다고 비판하였다. 역사적 성취를 무시한 스즈키 의 선 해석을 경계하지만 그러나 불교의 본령, 즉 깨침의 본질을 꿰뚫는 그의 정 신적 태도는 높이 살수 있다고 평가하였다.12) 인간성과 자연을 말하면서, 선 문헌 들에 들어 있는 사회적, 의례적, 윤리적 맥락은 사상해 버리고 독일의 낭만적 관 념론, 영국의 낭만주의, 미국의 초월주의에 기반하는 형이상학적 언어를 가지고 재구성하였다고 비판도 있다.13) 하여간 그가 소개한 선 불교는 이차대전 이후 나타난 비트 운동 또는 히피 운 동과 연결되어 서구의 기성 전통과 신조로는 충족될 수 없었던 문화적 해방과 영 적 완성에 대한 열망에 부응하였다. 특히 그가 제시한 선불교는 자연성 (spontaneity)의 가치를 강조하며, 그리고 즉각적 깨달음 (instant enlightenment) 을 약속하는 두 가지 메시지로 집약된다. 또한 그가 표방한 선불교란 미학적으로 순수하고, 교조주의를 부정하는 영성주의를 고양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동양에서 온 새로운 가치에 서구의 대중들은 깊이 이끌리게 되었다.14) 스즈키는 또한 현대 문명의 병폐를 지적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것을 서양의 자아중심적, 소유적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경고하였다. 본 저자가 대학 다 닐 때 읽은 어떤 책에서 그는 영어에서 "I" (나)라는 단어의 쓰임에 대해 나를 주 어로 하는 언어 사용이 자아중심적 의식을 더욱 공고히 한다고 말하였다. 또한 영 어에서 "A cat has four legs"라고 하여, "have" 동사를 씀으로써 마치 고양이가 자기 몸의 일부인 다리를 소유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언어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have"의 태도는 소유적 사고를 낳고 나아가 주체와 객체, 소유 하는 자와 소유 당하는 대상을 상정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서구인의 마음속에 고 착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여간 당시 지성계 또는 문화계에 끼친 스즈키의 영향은 깊고도 넓은 것이었 12) 심재룡, 『중국불교철학』 (철학과 현실사, 1998), pp. 197-198. 13) David McMahan, The Making of Buddhist Modernism (Oxford University Press, 2008), p. 125. 14) J.J Clarke, Oriental Enlightenment―The Encounter Between Asian and Western Thought. London: Routledge, 1997, p. 98.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74 (사 )한국불교학회 다. 서구 지성인들, 예를 들면 에리히 프롬 (Erich Fromm), 카렌 호오니 (Karen Horney)와 같은 심리학자, 존 케이지 (John Cage)와 같은 아방가르드 작곡가, 앨 런 긴스버그 (Alan Ginsberg) 같은 시인, 잭 캐러왝 (Jack Kerouac)과 같은 소설 가 등이 스즈키에 영향을 받았으며 그러한 영향이 자신의 작품 속에 표출되어 당 시 많은 젊은 세대들의 사상과 문화에 영향을 주었다. 선불교를 서구에 알리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 또 하나의 인물로 영국의 사상가 이자 작가인 앨런 왓츠 (Alan Watts, 1915-1973)를 들 수 있다. 그는 불교와 서양 문명에 관련한 저술을 스무 권 이상 썼고, The Way of Zen Psychology 등을 통 해 1960년대 서양인들에게 불교에 대한 관심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 특히 Psychotherapy East and West는 동양적 수행의 변혁적, 해방적 가능성을 강조하 였으며 1961년 처음 출판되었을 때 광범위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제도권 저자 는 아니었으나 문화적인 시각을 가지고, 대중적 저술과 강연 등을 통해 서양문명 의 비판과 아울러 선불교의 정신을 그 대안으로서 제공하였다. 그의 저술은 이미 미국의 새로운 세대들에 널리 읽히고 있었고, 스즈키에 이어 미국에 불교가 전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였다. 앨런 왓츠와 스즈키의 서구 문명 비판은 서양이 동양의 관점에서 보는 서구 문명 크리틱의 중요한 기본적 틀을 제공하였고 그의 선불교 해석은 서양의 현대 지식인들이 보는 불교관의 전형을 형성하였다. 따라서 서양의 소위 미국 불교가 탄생하고 발전하는데 사상적 기조를 제공하였다. 더구나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하고 있던 제도권종교 (organized religion)에 대한 반감과 맞물려, 1950년대에 들어 불교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 게 된다. 7. 비트 세대, 비트 불교, 비트 젠 비트"란 1950년대 이름을 얻게 된 일군의 미국 작가들, 또는 그들이 써서 영감 을 제공한 문화적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비트 운동은 미국의 보헤미안 예술 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하여, 19세기 미국의 초월주의와 프랑스의 실존주의 운동에 영향을 받아 성립한 것으로, 보다 대중적인 의미로 이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을 비 트 세대 (beat generation)이라고 부른다. 이 비트 운동을 통해 ‘동양적 방식의 의 식의 고양과 개인적 진정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사조가 유행되었다. 이 세대에 속 하는 문인들로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잭 캐러왝 (Jack Kerouac, 1922-1969)과 시인 앨런 긴스버그 (Alan Ginsberg, 1926-1997), 시인 개리 스나이더 (Gary Snyder,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75 1930-)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개리 스나이더는 1951년 D.T. 스즈키의 글에 서 처음 선을 접하고 난 후 10년 동안 일본에 가서 선사 밑에서 공부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불교, 원주민 인디안의 세계관 및 미국의 천부인권 관념에 의거한 대안 적 윤리학을 만들려고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비트 세대로 알려진 젊은 문인, 예 술가, 음악가, 보헤미안 방랑자들이 처음으로 기성 사회와 가치에 대해 조직적인 반항을 시작하였고, 이들 그룹에게 불교는 광범위한 어필을 하게 된다. 이러한 대 중적 관심은 서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비트 세대의 불교에 대한 새로운 관심의 유래는 D.T. 스즈키가 1950년대 초반 컬럼비아 대학에서 행한 연속 강의에서부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Alan Ginsberg, Gary Snyder, Jack Kerouac와 같이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문인들은 강 의실이 아닌 도서관에서 이미 책을 통해 불교에 대해 접하고 있었다. 그들이 주목 한 것은 자연성(spontaneity)이었다. 비트 세대는 선사들의 즉흥적 삶의 태도에 주 목했다. 또한 자유에도 주목하였다. 선사들의 행위가 전통적 도덕과 완전 유리될 뿐 아니라 선 자체가 소비자 사회의 가치를 모두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 는 절대적인 시선을 제공하였다. 선은 비트 세대에게 전통 사회에 대한 비판의 논 리를 제공해주었다. 또한 마치 마약한 상태와 같이 보이는 선의 ‘사토리 ’(satori라 는 단어는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영어임. 깨달음이라는 뜻)에 대한 엑스타시적 묘 사에도 끌렸다. 커루작의 소설 The Dharma Bums 에 나오는 인물 자피 라이더 (Japhy Ryder)의 다음과 같은 독백은 이런 인식을 잘 보여준다.15) 나는 이러한 비전(vision)을 본다. 수천 명 아니 수백만 명의 젊은 미국인들이 륙색 을 지고 돌아다니면서, 산위에 올라가 기도도 하고,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노인 들에게는 기쁨을 주고 젊거나 나이든 여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이들은 젠 (Zen 禪)에 정신이 빠진 사람들이고, 이유 없이 머릿속에 드는 생각에 대해 시를 짓고 그리고 전 혀 예기치 않은 이상한 행동으로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자유에 대한 비전을 준다. 우 리는 떠다니는 선당 (禅堂, "floating zendo"라는 것은 센자키 뇨겐 선사가 만든 말.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선을 가르치는 것을 말함)을 차려서 그곳에서 사람들이 와서 좌 선도 하고 살게 할 거야. 과격한 깨친 자들이 모여 서로 술도 마시고 담소도 나누고 그리고 기도도 하는 그런 곳. . . " 16) 15) 이상 비트 세대에 대한 내용은 James William Coleman, The New Buddhism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pp. 57-62를 참조하였음. 16) Jack Kerouac, The Dharma Burns (New York: Viking, 1959), p. 78; James William Coleman, The New Buddhism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p. 62에서 재인용.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76 (사 )한국불교학회 사실 이들 비트 세대들이나 또는 비트 불교를 하던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에는 당시 유행하던 반문화주의 (counterculture)를 따르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하 던 술, 마약 등의 습관도 아울러 공유하는 바가 있었다. 우리는 당시 비트 세대에 속하는 젊은이들의 "와일드"한 젊은 시절 이야기를 대중매체를 통해 잘 알고 있 다. 이들은 또한 사이키델릭이라는 말도 창안해 내었는데 깨달음이란 일종의 정신 작용이며 이것은 약물이나 물질적 외부적 자극을 뇌에 줌으로써 재현이 가능하다 는 이론까지 세웠다. 한편 비트 젠 (Beat Zen)에서 관습적인 사회적 가치를 부정 하는 것은 사실 선불교에 이미 선례가 있는 일이다. 이러한 교조적 가치를 부정하 는 것은 오늘날 서구 불교에 깔려있는 공통된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17) 학자들은 비트 젠이 선 불교를 오해하고 왜곡하였다고 지적하곤 한다. 가령 챨 스 프레비쉬 (Charles Prebish)는 그들이 ‘선 불교의 승가 생활과 절제되고 훈련된 수행 생활이 기본이 된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으며, 선 체험의 ‘엑스타시적’인 측면 을 선정적이고도 중독자 같은 용어로 표현하였다고 비판하였다. 하지만 프레비쉬 는 비트 문인들은 비록 정통적인 선불교의 형태는 부정하였지만 ‘그들의 어릿광대 적 기괴함’으로 '진짜 미국적인 형태의 불교가 시작하는 것을 제시'하였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지적하고 있다.18) 1960년대의 히피 현상은 많은 면에서 비트 운동의 미화, 극치였고 캐러왝 소설 의 주인공이 말하는 비전의 실현이었다. 사회적 차원에서 이는 기성 문화, 표준화, 경쟁적 물질주의에 반발하는 반문화였고, 철학적 차원에서는 과학적 이성주의에 대한 급진적 비판이었다. 종교적 차원에서는 명상 테크닉과 약물을 사용하여 영적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탐구였다. 당시 동양의 정신세계와 수행에 대한 이들의 열렬한 탐구는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 것이며, 나아가 서구적 가치관과 생활 방식에 대해 재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 내지 체 계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기성 문화로부터의 해방을 넘어선, 정신적 차원에서의 해방에 이르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하려 한 것이다.19) 17) 현재 서구의 개종 불교(convert Buddhism)를 네 가지 종류의 수행 공동체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선, 티벳 불교, 그리고 테라바다적인 비파사나 운동의 세 가지는 모두 그 발생에 있어서 1960년대의 반문화 운동 (counterculture)과 관련이 있고 모두 좌선 내지 명상을 중시하지만, 나머지 한 가지 소카 가카이 (창가학회) 만 1960년대와 관련이 크지 않고 좌선 보다는 염불 수행을 중시한다고 한다. Richard Hughes Seager, "American Buddhism in the Making," in Charles S. Prebish and Martin Baumann eds., Westward Dharma ― Buddhism Beyond Asi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2), pp. 106-110. 18) C. S. Prebish, American Buddhism, North Scituate, Mass.: Duxbury, 1979, p. 24. 19) 한편 문화사회학자이자 반문화주의(counterculture)라는 말을 창안해낸 씨어도어 로작 (Theodore Roszak)은, 1960년대의 반문화주의는 기본적으로 의식의 정치학을 이용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Theodore Roszak, The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77 8. 미국 불교의 전개 양상: 두 가지 내지 세 가지 갈래 선불교는 임제선만 전해진 것이 아니라, 조동종도 미국에 들어왔다. 1950년 시 카고에 조동종 사찰이 세워지고, 1959년 스즈키 슌류(미국서는 Shunryu Suzuki 또는 스즈키 로시로 부름)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를 세 우고 타사하라 (Tassajara Zen Mountain Center)을 세운다. 이 분에 대해서는 진 우기 선생님이 쓰신 『달마, 서양으로 가다』(불교시대사, 2002)에 잘 나와 있다. 선뿐만 아니라 정토진종도 일본에서 보낸 포교사 스님에 의해 샌프란시스코지 역에서 시작하였다. 1898년 정토진종의 혼파 혼간지(本派 本願寺)가 보낸 두 명의 스님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실태조사를 하고 돌아갔다. 본부에서는 일본 교포들은 기독교로 개종하는 율이 아주 낮고 불교인으로 남는 정도가 높다는 것 을 알게 되어 포교에 대해 확신을 갖고 1899년 9월에 두 분의 스님을 파견하였다. 당시에 미국 내에는 약 만 명의 일본인들이 거주 중이었다고 한다. 이 슈에이 소 노다와 가쿠료 니심지마 두 사람이 미국에 살면서 포고하는 최초의 일본 스님이 된다. 이차대전이 터지면서 수십만 명의 재미 일본인들이 - 그중 반 이상이 불교 인이고 3분의 2가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었지만 - 강제 이주되어 요세미티 근 처 프레스노 등지의 수용소에 오랫동안 억류되는 고난도 겪었다. 이런 과정 속에 서 불교단체가 생겼고 1944년에 Buddhist Churches of America 즉 BCA로 이름 을 바꾸고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 정토진종(淨土眞宗; Jodo Shinshu)이란 흔히 진종(眞宗), 또는 미국서는 Shin Buddhism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신란(親鸞, 1173-1262) 스님을 종조로 삼는 종파이다. 일본 용곡대학의 재 단이고, 미국 버클리에 있는 불교학대학원 IBS는 이 종파가 세운 것이다. 이 BCA 는 일본계 미국인 1세 2세들이 주된 신도들이고 모든 것은 영어로 진행되고 일본 어는 보충적으로 사용될 뿐이며 소위 비일본계 들에게 포교를 확산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미국 내 불교 단체 중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된다고 할 수 있 다. 일련종은 1974년에 들어왔다. 신자가 20만 명이 넘는다고 하나 이 숫자는 조금 의심스럽다고 한다. 니치렌(一連, 1222-1282)에 의해 창종되었고 법화경을 신행한 다. 미국 내에서는 소카 가카이라 불리며 포교가 활발하다. 유명한 대중 가수 티 나 터너가 믿는 것으로 미국 사람들도 익히 알고 있다. 주로 흑인과 히스패닉 (멕 Making of a Counter Culture: Reflections on the Technocratic Society and Its Youthful Opposition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5).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78 (사 )한국불교학회 시코 등에서 온 라틴족 사람) 신도가 많고 적극적 포교 활동으로 유명하다. 중국 불교의 경우는 중국인 순화스님을 중심으로 신행단체들이 형성되고, 1959 년에는 캘리포니아 북쪽의 탈메지라는 곳에 중국 불교 만불성사를 세워 사원 겸 재가인들의 집단 거주 생활 단지를 만들었다. 그 후 1978년 LA교외에 대만 불광 사가 후원하는 서래사가 더 큰 규모로 설립되어 많은 법회, 행사 등을 하고 있다. University of the West라는 불교대학을 설립하였는데 현재 일반 대학으로 인가를 얻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미국 내에 125개 중국 불교 단체가 있고 반수 이상이 캘리 포니아에 그리고 5분의 1이 뉴욕에 있다. 이들 불교 단체들은 선종, 율종, 천태, 진 언밀교, 그리고 정토종 등 각종 종파를 아우르는데 모두 대승불교에 기반하고 있 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베트남 불교를 들 수 있다. 베트남 내전 이후 많은 베트 남 인구가 유입되면서 베트남 사찰이 성립하였다. 한국 불교도 이와 비슷한 시기 에 들어와 주로 교포들을 대상으로 포교하고 있다. 티벳불교는 가장 최근 미국 불교의 그림 속에 들어왔지만 가장 활발히 전개되 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정권에 의해 티벳이 점령된 이후 종교의 자유를 찾아 온 사 람들이 주축이 되었다. 이들은 원래 인도, 부탄, 네팔 등지로 이주했다가 다시 미 국으로 들어왔다. 자신의 불교의 법맥을 미국 땅에 심으려 노력하여 현재 주요 4 대 종파가 모두 미국에 정착하였다. 현재는 돌아가셨지만 타탕 툴쿠 그리고 최걈 트룽파 린포체가 그중 가장 영향력 있고 유명하였으며 현재는 달라이 라마의 미 국 내 불교 포교로 인해 큰 세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현재 미국에 있는 모든 불교 그룹 중에서 가장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불화 등의 미술적 표현과, 정신건강을 위해 심리학적 접근법을 쓰는 특징을 가진다. 백인 미국인이 주된 신도층이다. 마지막으로 테라바다 불교이다. 초기에는 스리랑카 스님들이 왔고, 이제는 라오 스, 캄보디아, 태국, 버마 등지에서 계속 스님들이 들어와서 주로 본국 사람들을 위한 사찰을 만들고 있다. 아잔차 스님 등 태국의 고승들이 미국에 방문하여 법회 를 하고 가르침을 폄으로써 비파사나 명상 센터등이 설립된 것은 오랜 일이며, 태 국의 forest monk 전통에 기반하는 스님들 (본국 스님들 또는 영국 등지에서 온 백인 스님들)이 미국에 수행 도량을 설립하고 재가 제자들을 길러낸 것도 오랜 일 이다. 백인 제자들 증 어떤 이들은 스리랑카 태국 등 현지에 가서 오래 수련한 후 돌아와, 종교단체라기보다는 명상을 주 활동으로 하는 명상센터를 세워서 일반인 들을 [꼭 불교인이 아니라도] 가르치는 경우도 많다.20) 20) 이상의 미국불교의 전개 양상은 Prebish, "Introduction," in The Faces of Buddhism in America (University of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79 9. 미국불교의 현재 지형도 앞에서 미국불교의 시발점이 되는 두 가지 다른 흐름에 대해서 말했는데 학자 들은 그 역사적 기원에 따라서, 또 그이후의 행로에 따라서 미국불교를 두가지 또 는 세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첫째는 현지의 이민자들이 세운 ethnic Buddhism이 다. 동양 사람들이 자신의 민족 전통에 기초하여 절을 짓고, 신앙형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베트남 절이 있고, 중국 절이 있고, 또 한국 사람들만 나오는 한국 절이 있다. 이들이 불교 사원을 짓고 모여서 공동 신앙체를 구성하는 목적은 자신의 가 치관과 체계를 보존, 보호하려는 의도, 또한 자신들의 종교적인 또는 영적인 필요 에 의한 것이다. 이것을 교포 불교라고도 하는데, 본국에서 신행되던 불교 형태를 따른다는 특징이 있다. 즉 의식에서 자신의 모국어로 경전을 외우고 수행 방식도 본국에서 하던 식을 거의 따른다. 이들은 자신의 2세대 3세대들을 위해서 법회의 일부분은 영어로 한다든지 아니면 젊은 사람들을 위해 따로 법회는 주관한다든지 하는 노력을 하지만 소위 현지인을 흡수해 내는 능력은 미미하다. 한국 불교의 경 우도 개척불교를 목표로 하여 여러 스님들이 노력하였지만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그리 원만히 진행되지는 않는다. 두 번째는 Euro-American Buddhism 또는 White Buddhism이라는 용어로 지칭되며, 또한 불교를 자신의 종교로 받아들임으 로써 자신의 모태신앙에서 불교로 개종했다는 점에서 개종 불교 (convert Buddhism)라고 부른다. 미국의 중류층 백인들이 중심을 이루고 이 층은 계속 늘 어가는 추세이다. 그들은 불교를 개인적인 관심에서 받아들인다. 지적 관심과 영 성적 수행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들은 동양에서 온 여러 불교 전통을 대표하는 종교적 카리스마를 지닌 스님이나 또는 리더를 중심으로 모여 불교를 자신의 종 교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실천하여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old-liner라고도 부르는데, 이들을 하나의 독립 카테고리로 세우 기도 하고 아니면 앞의 두 가지만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최근 50년간 소위 미국불교가 사회 현상으로 일어나기 전에 이미 일찍부터 미국에 이민 와서 미국사회에 동화되어 아시아 사람이지만 서양 백인과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는 아 시아계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이다. 일본 정토진종 계통의 BCA가 그 대표 적이다. 이들 신자들의 대부분은 일본인이지만, 2세대 3세대로서 일본어를 잘못하 며 따라서 법회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포교, 신행 등에서 미국식 문화 규범을 따르 California, 1998), pp. 1-10을 참조하였다.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80 (사 )한국불교학회 는 등 앞서 두 형태가 섞여있다는 특징을 가진다.21) 이제 보았듯이 미국 불교라는 새로운 아이덴티티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세워진 것이며, 하나의 것이 아니다. 19세기 이전 불교란 유럽 사람들에게 극히 염세적이고 부정적이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무관심한 지극히 이기적이고 폐쇄적 인 종교로 알려져 있었으나 1950년대 이후 미국 불교는 이전보다 발달 진전된 것 으로 불교에 대한 이전의 부정적 인상도 많이 가시게 되어 사회 속에서 그 존재 가 더욱 가시화되고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 실질적으로 미국 내에는 아시아의 모든 불교 종파들이 소개되게 되고, 각 지역의 불교센터들에는 많은 불교 승려와 지도자들이 거주하게 되었다. 일본 스님, 티벳 툴쿠들, 중국 비구 비구니들, 그리고 남아시아와 남동아시아에서 온 많은 테라바 다 스님들이 활동하고 있다. 더군다나 달라이 라마나 틱낫한 같은 세계적인 명사 가 된 불교인들은 미국을 자주 방문하여 불교의 인기를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여 러 다른 불교 전통들이 국내로 들어옴으로써 조직체에 대한 요구가 생기게 되고,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1987년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World Buddhism in North America라는 대회가 열렸다. 불교에 관한 내용을 담은 무수한 일차 이차 문헌들 이 등장하고 폭발적으로 출판되고 있다. 여러 대학 출판부에서는 불교학 관련 서 적 출판 SUNY Press, U. of Hawaii Press, U. of California Press, Princeton Press가 주요. Snow Lion, Wisdom Publications와 같은 불교 전문 상업출판사들 이 있다. 팔리경전 전체가 벌써 번역되어 나왔고, 이제 한문 대장경 전체를 영역 하는 사업이 미투토요 사의 회장을 지낸 누마타 박사 (Numata, 1897-1994)가 세 운 仏教伝道協会 (Bukkyo Dendo Kyokai; BDK)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그는 젊 어서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공부할 때 일본에 대한 미국사람들의 반감을 보고 (당 시 전쟁직전이었음) 그들이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그렇다고 생각하여 이때 불교의 지혜와 자비의 말씀은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 하고 이 가르침을 세계에 펼쳐 나눔으로써 세계평화에 공헌하고 상호 이해를 도 모하겠다고 서원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번역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은 산스크리 트어, 팔리어, 한문, 일본어, 티벳어 등의 언어 능력을 훈련시키는 고등교육기관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는 이러한 훈련이 제공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20여개 대학에서 불교학을 가르치는 풀타임 교수가 적어도 2명씩은 21) Eun-su Cho, "Going Beyond Tradition and Striving for the Future: Challenges and Tasks Faced by the Korean Buddhist Community in American Society," Pacific World: Journal of the Institute of Buddhist Studies No. 5 (October 2004) 참조.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81 있고, 전체 이백 명이 넘는 박사급 연구 인력들이 있다.22) 10. 미국 불교의 정체성 그런데 앞에서 본 것처럼 불교는 그 이식에서 시작해서 발전하는 과정에서 대 략 두 가지 형태로 나누었지만 사실 그 속에는 많은 다양한 전통과 가치들이 존 재한다.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불교적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따지는 질문에 대답하 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불교인들이 생각하는 "불교적"인 세계관과 삶은 무엇인가? 그들은 불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불교에서 무엇을 찾고 있으며, 불교 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나아가, 복잡한 미국불교의 지형도 속에서 누구를 불교인이라 할 것인가 또는 무엇을 불교라고 할 것인가 하는 질문까지 나올 정도 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각각의 불교 전통이 가지는 가치에 따라 다를 것이다. 또한 서구인들의 불교 이해는 불교를 전통 종교로서 지녀온 우리들의 불교 이 해와는 상당히 다르다. 다만 대략적으로 공유하는 불교에 대한 인식은 불교란 유 일신 전통의 세계 해석과는 다른 대안적 세계관을 제시하고, 특유한 삶의 방식과 수행방법을 제시하는 가르침이라는 정도이다. 불교 교리에 대한 해석에 차이가 있 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 불교의 중심 교리 또는 중심 메시지인가 하는 교리적 "선 택"의 문제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불교 교리와 중심 메시 지를 "선택" 하였는지를 보고 그들이 불교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알 수 있고 앞으로 불교의 향방을 추측할 수도 있겠다. 서구사회에서 불교인이란 누구인가? 불교 센터의 회원이며 거기서 주관하는 일 주일 명상 수행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지만, 불당에 들어가 불상 앞에 절하기를 거 부하는 서양인을 불교인이라 할 수 있을까 등의 문제이다. 미국 불교는 외부에서 들어온 영향에 의해 만들어진 불교이다. 신앙과 이념 또는, 종교와 가치는 다른 것이다. 불교 책을 읽고 그 이념과 사상에 공감하지만 실제로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니고, 가끔 절에 들르지만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교회에 가는 사람을 불교 인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23) 이래서 미국 또는 서구에서 불교인을 규정 하는 데에는 모호한 점이 있고 또한 본인들 스스로에게서도 정체성 문제가 심각 22) 이상의 미국 불교의 현황에 대한 자료는 Prebish의 Buddhism: The American Experience를 참고하였음. 23) 자신을 night-stand buddhist라고 규정하는 한 블로거는 자신이 싱가포르에 가서 어떤 큰 불상 앞에서 머리 가 쇤 중국 여인네 둘이 무릎을 꿇고 불상을 올려다 보는데 눈물이 두 뺨을 흘러내리면서 감동과 헌신이 그 얼굴에서 빛나는 것을 보면서, "순간 예수를 영접하는 제단이 떠오랐다. 힘이 빠졌다. 나는 불교는 비트 닉 beatnik ‘비트 족"으로, 쿨하게 세상에 초연한 것인 줄 알았었다"라고 적고 있다.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82 (사 )한국불교학회 하다. 어떤 사람은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사회적 담론일 뿐이므로 불교를 자신의 종교라고 클레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서구의 불교는 단지 지식인들이 가 지는 겉멋일 뿐이라고, 동양의 신앙 전통과 비교될 수 없는 것이라고 시니컬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놓고 토마스 트위드 (Thomas Tweed)라는 학 자는 서구 불교인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우선 어려서부터 불교신앙을 가진 사람 (cradle Buddhist)을 추종자(adherent)라고 부르고, 개종 불교인들은 다시 두 그룹 으로 나누어 "스스로 그렇게 부르는 사람" (self-identifiers)과 공감자 (sympathizer)로 나눌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또 공감자들을 "탁자 위 불교도 " (night-stand Buddhists) 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왜냐면 불교에 관한 책들을 침 대 옆 탁자 위에 불교서적 한두 권을 두고 보는 것을 비유해 하는 말이다. 트위드 는 미국 불교도 중 많은 사람들이 이들 공감자일 뿐이라고 한다.24) 미국 불교인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이들의 2세가 미래에 어떤 종교적 선택을 할지 또는 현재의 아시아인 불자들의 제 3. 4세대들은 그들 부모 세대의 신행 모습은 점차 희미해지 고 자신들은 미국 문화 속에 더욱 동화됨에 따라 어떤 종교적 선택을 할 것인가 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정체성 이슈는 현재 나타나기 시작한 문제라기보다 는 이미 트룽파와 같은 1970년대의 선지식들 시대에도 제기된 문제이다. 그는 자 신에게 그런 질문을 한 신도에게 병원에 가서 환자 카드를 작성할 때 종교 란에 불교라고 쓸 수 있으면 불교인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그럼 누구 를 불교도라 할수 있는가. 여러 논의들이 많이 있지만 결국은 이것은 자신이 정하 는 것이고, 스스로가 뭐라고 대답할지, 즉 내가 나를 불교인이라고 생각하면 불교 인인 것이라고 Jan Nattier등의 학자는 주장한다. 이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미국불교 일반이 공유하는 여러 가지 특징들이 있다. 미국불교에는 재가주의 출가주의가 공존하지만 재가주의가 더 늘고 있다. 사찰과 승려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다. 즉 한국불교에서 승려란 기본적으로 신 도들의 지원을 받아 수행에 종사하는 것이 주 기능인 반면, 미국 불교에서는 신도 들의 재정적 그리고 인력적 지원을 받는 대신, 신도들에게 법문하고 상담하고 정 진 수행을 이끌면서 일종의 종교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가신도들은 자원 봉사에서 는 사찰 운영의 모든 측면을 나누어 담당하는데 열성적이다. 사회봉사라는 개념이 어려서부터 사회적 관습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에서 신자를 중심 24) Thomas A. Tweed, "Who is a Buddhist? - Night-Stand Buddhists and Other Creatures," in Charles S. Prebish and Martin Baumann eds., Westward Dharma―Buddhism Beyond Asi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2).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83 으로 하여 연중 계획이 수립되고 행사가 진행된다. 전형적인 미국의 사원이란, 남 녀가 같이 모인 달마 센터와 같은 것으로 거기에 모여 요일을 정해 법회나 명상 수행을 하고, 또는 일주일씩 장기적으로 모여 수행하는 기간도 있다. 사원은 기본 적으로 스님의 수행장이라기 보다는 남녀 신도들의 수행장이며 그들을 교육시키 고, 수행하는 곳으로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의 사원과의 크게 다른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미국 불교는 재가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스님의 역할은 그러한 재가 신도 들을 지도하고, 수행시키는 포교사 또는 법사의 역할이 우선시 된다. 미국에 최초 로 불교가 들어올 때부터 동양에서 온 법사 밑에서 불교를 배우는 제자들이 모이 게 되는 이런 전통이 굳어졌다. 따라서 사찰 운영에 있어서도 법사들의 이런 역할 이 기본 전제로 되고 그렇게 할 것을 기대한다. 현재 서구에서는 전통적 방식으로 수행을 지도하는 곳도 있지만 1960년대 이후 재가자들이 지도하는 명상 수행 센터들이 늘고 있다. 더군다나 제2세대의 지도자 를 기르기 위한 체계적 수행 체계 또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점점 사 원 수행 전통이 없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같이 넓은 가람이 있어서 수행과 삶이 같이 진행되는 곳이 없고, 많은 소규모 사찰들은 주택가의 집을 빌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출가 비구 비구니의 전통을 유지하는 것도 미국 사회의 속성상 쉽지 않다. 한국 사회가 현대화 되면서 전통 종교인들의 생활 습관에 대해 갈등요 소가 생기는 것처럼, 서구 사회에서 출가승들이 행동반경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점차로 승려이지만 가족을 가진다던지 아니면 일반인으로 수행 단체를 운 영하고 명상 등을 지도하는 지도자들이 늘어난다. 미국불교의 수행법은 많은 변형을 거쳤다. 특히 점차로 불교 의례 등이 간소화 되고 관심이 적어지며, 의례적 요소가 적은 명상 등이 더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서 구에서 선을 지도하고 있는 마르틴 배철러는 이러한 변형은 필연적인 것이고 또 한 새로운 땅에서 불교가 꽃피는데 이미 그동안 사용되어온 방법임을 강조한다. 필요한 것은 더욱 창의적이고도 실용적으로 응용해 나가는 것이며, 선을 가르치고 명상을 가르치는 데에도 응용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서구 불교 인들은 그런 수행을 통해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기대한다 는 점을 강조한다. 동양의 불교인들에게는 신앙과 믿음을 가지고 의식에 참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종교적 체험이 되지만 서구인들에게는 불교란 그것을 받아들임 으로써 자신에게 변화를 가져와야 할 어떤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수행을 통해 삶 에 차이가 나타나고, 더 현명해지고 자비롭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25) 이런 점에서 한국의 스님들이 미국에 가서 백인들에게 포교를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84 (사 )한국불교학회 하려 할 때 종종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부분이다. 일요일 법회에서 스님과의 면 담, 사찰 방문 등으로 한국 신도들은 종교적 위안을 얻지만 사실 그것을 분석해 보면 불교라는 오래된 전통에 대한 신뢰와 감성적 충족감이거나 또는 종교인으로 서의 스님에게서 자동적으로 느껴지는 카리스마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서구불교 인들은 자신의 스승에 대해 극진한 충성과 신뢰를 보이기도 하지만 만일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실망하게 되면 그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게 된다. 또한 미국 불교는 불교윤리의 독특한 응용방식으로서 사회참여불교라는 특징을 가진 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현재 미국불교가 가지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접근법 을 드러내주는 것이라 평가된다. "Inner Peace, World Peace"라는 책 제목에서 드 러나듯이 마음을 평화롭게 바꿈으로써 세계를 평화롭게 하자는 것이다. 젠더 이슈 등에 있어서 불교는 기독교에 비해 진보적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또한 여성주 의에 대한 공감도 크게 작용한다. 불교가 서구 사회에 쉽게 환영받은 배경에는 여 성의 역할을 빠뜨릴 수 없다. 미국의 페미니스트들은 서구 종교는 가부장적 남성 적 신을 섬기는데 비해 불교는 여성승가를 인정하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있지 만 여성의 성불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양성평등적인 종교로 받아들였다. 현재 미국 불교의 지도자들 중 많은 이들이 여성이다. 80년대 서구사회에서 환경 문제가 주요 관심사가 됨에 따라 불교의 생태와 환 경에 대한 해석이 주목을 받았고 이것은 미국 불교의 참여불교적 성격과 잘 결합 하였다. 환경과의 교감과 일치를 강조하고, 인간과 세계와의 유기적 관련성을 설 득하는 종교로서 새로운 평가를 받았다. 지율스님이 한국 대중들의 의식 속에 생 태라는 화두를 심어주었다는 보도에 많은 서구 지식인들이 관심을 보인 것도 그 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서구에서의 채식주의와 생태주의의 유행은 불교에 의해서 촉발된 것으로 이해 되는 점도 있지만, 실은 서구사회에서의 채식주의가 유행한 것은 불교와는 독립적 으로 진행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불교가 서구 사회에 더욱 깊이 스며들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은 분명하고, 불교는 그 가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불교가 미국에 포교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도 한국 불교가 채식주의를 따르지 않는 것 에 대해 미국 불교인들이 문화적으로 충격을 느끼는 탓도 있다. 미국 불교에서는 가족이 점차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60년대의 히피, 비 트 세대들은 지금 모두 정착하여 안정된 삶을 가지는 시기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 들은 가족, 육아, 아이들의 교육 등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마음의 평화, 행복, 지 25) 2009년 11월 조계종에서 주관한 간화선 영역 사업 기념 심포지움에서 Martine Batchelor의 발표 내용 참조.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85 구의 평화, 생태에 대한 관심 등에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불교를 알려주고 싶어 한 다. 주말학교를 열어 아이들을 위한 간단한 명상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여름 캠프 에 가족이 같이 참가하여, "평화로운 개인이 평화로운 가족을 만들고 평화로운 사 회 나아가서는 평화로운 우주를 만든다"고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26) 티크 나한 스 님은 언제 이런 말을 하였다. "미국 불교는 대부분 재가 불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것이 수행을 쌓아 가는 장이 되어야 하며, 불교 센터들은 이런 가족들 이 와서 수행할 수 있도록 마련해지는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사원 중심 의 불교 (monastic Buddhism)가 필요치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불교는 사회 와 긴밀한 관련을 가져야 하며 민주주의나 과학, 그리고 예술 등을 불교 속에 받 아들여야 한다"고 하였다. 불교적 정체성의 변화와 함께 상가라는 개념의 변환이 일어나고 있다. 사이버 상가라는 말이 사용된 지는 이미 오래이다. 미국 사회 전반의 현상이지만 온라인 문화가 발전하면서 인터넷 속에서 구현되는 불교가 점점 더 중요성을 얻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DharmaNet International27)을 들 수 있다. 이 사이트는 불 교 유튜브라 할 수 있을 만큼 세계의 불교 지도자들의 강연, 법문 등을 동영상으 로 소개한다. 웹페이지의 디자인은 화려한 색깔을 띠고 있다. 많은 불교 단체가 백화점과도 나열되어 소개되어 있으며, 세계의 각종 사찰과 단체에 대한 연락집이 간단한 소개와 함께 제공되고 있다. 참고로 한국은 아예 연락처에 없다. 불교 관 련 문헌 정보 자료 들이 들어 있어 이것을 통해 많은 학습이 가능하다. eDharma learning Center가 있어서 간단한 수업료를 내고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보통 25불 정도하는데, 15-45불의 범위에서 형편에 따라서 낼 수 있고, 신용카드 한 장으로 법문을 듣게 된다. 이 단체는 초종파주의와 독립성을 표방하며 정보 교 육 자료센터의 역할을 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11. 남은 과제 이제 미국불교의 성장은 동화와 적응을 넘어서 새로운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인 다. 현재 미국의 불교인들은 자신 만의 독특한 문화를 창출하였다. 그들은 대체로 글과 매체를 통한 포교를 중시하고, 주로 도시를 기반으로 하며 따라서 유동인구 가 많다. 그들은 출생이나 지적 배경에 있어서 엘리트층에 속한다. 그러나 실제로 26) 조은수, "이 시대의 불교 운동을 위한 창조적 상상력," 2009년 6월 20일, 참여불교재가연대 창립10주년기념 학술심포지움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충하였다. 27) http://www.dharmanet.org/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86 (사 )한국불교학회 그들이 따르는 불교 전통은 너무나 다양하고, 그 전통 각각이 가지는 독특한 역사 적 맥락과 문화적 특색들이 있어서 그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 라서 새로운 사회적 이슈가 등장할 때 불교의 포지션이 무엇이냐에 대해 서로 다 양한 답변이 등장하기도 해서 혼동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도덕 윤리와 관련된 문제들, 살생, 환경, 전쟁, 보수 진보 등의 정치적 입장, 사회적 경제적 평 등, 성 평등과 관련한 젠더의 역할 등의 문제에 대해 불교는 어떤 통일된 목소리 를 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또한 현재 미국 불교가 대중 매 체 속에서 지나치게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 이들이 대중 매체 속에 등장하는 형태 의 불교를 실제 불교로 아는 심각한 오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대중 매체 속 에서 인기 스타가 생기듯이 상업주의적 요소가 불교에 침투하고 이것은 세속화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미국 불교의 세속화 상업화 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 도 높다. 불교가 서구 사회에 소개될 때 당시 사회와 문화의 제 현상에 대한 대답을 주 려하였다. 불교는 종교적 가르침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내포하는 문화적 태도와 함께 수용되었다. 미국불교라는 것은 수용, 대응, 변환 등의 과정을 거쳐 그 정체 성을 형성해 왔다. 원래 있었다기보다는 만들어지는 과정, 즉 becoming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불교에 대해 혹자는 동양이 본산이고 종주국인데 지금 막 우리 에게서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무슨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겠냐고 외면하기도 한다. 미국 불교 현상은 한국 불교뿐만 아니라 문명사의 흐름과 미래의 방향에 대 해 시사점을 가질 수 있다. 앞서 서구는 왜 불교를 받아들였는가 하는 질문에서, 폴 카루스 같은 사람들은 미국 사회가 가지는 문제점을 동양에서 전래된 불교가 치유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에게는 그 같은 종교적 사회적 욕구가 있었다. 그럼 이 시대의 한국의 문제는 무엇이고 불교가 그 무엇을 해결해주기를 기대하 는가. 현금의 사회와 문화 속에 어떤 종교적 욕구가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아야 미 래 세대의 새로운 불교 형태를 가늠할 수 있다. 미국불교도들은 현재까지 대안적 삶의 모델과 가능성으로서 불교의 수행과 실천을 시험해 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러한 과정은 지속될 전망이다. 자생적으로 발생한 구미의 불교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현재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지난 백년간의 궤적을 본다면 불 교를 수입하여 적응해 가는 그 과정은 불교에 대해 전통으로서 익숙해버린 우리 에게 하나의 신선한 관점을 보여준다고 하겠다.28) 28) 이 부분은 2009년 6월 20일, 참여불교재가연대 창립10주년기념 학술심포지움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충 한 것이다.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조은수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87 연구 문헌 목록 (출판 연도 순) Van Meter Ames, Zen and American Thought (Greenwood Press, 1962). Emma McCloy Layman, Buddhism in America (Chicago: Melson-Hall, 1976). Tetsuden Kashima, Buddhism in America: The Social organization of an Ethnic Religious Institution (Westport, Conn.: Greenwood Press, 1977). Rick Fields, How the Swans Came to the Lake - A Narrative History of Buddhism in America, 3rd edition (Boston: Shambhala Publications, 1981, 1992). Kenneth K. Inada and Nolan P. Jacobson ed., Buddhism and American Thinkers (Alba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1984). Kent Johnson & Craig Paulenich eds., Beneath a Single Moon: Buddhism in Contemporary American Poetry (Boston: Shambhala, 1991). Sandy Boucher, Turning the Wheel, American Women Creating the New Buddhism (Beacon Press, 1993). Paul Numrich, Old Wisdom in the New World: Americanization in Two Immigrant Theravada Buddhist Temples (Knoxville: University of Tennessee Press, 1996). Steve Odin, The Social Self in Zen and American Pragmatism (Alba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1996). J. J. Clarke, Oriental Enlightenment ― The Encounter Between Asian and Western Thought (London: Routledge, 1997). Winston Leyland ed., Queer Dharma: Voices of Gay Buddhists (San Francisco: Gay Sunshine Press, 1998). Charles S. Prebish and Kenneth K. Tanaka, eds., The Faces of Buddhism in Ameri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8). Don Morreale ed., The Complete Guide to Buddhist America (Boston: Shambhala, 1998). Duncan Ryūken Williams and Christopher S. Queen eds., American Buddhism: Methods and Findings in Recent Scholarship (Richmond, Surrey: Curzon, 1999). Phillip Hammond and David W. Machacek, Soka Gakkai in America: Accommodation and Conversio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Thomas A. Tweed, The American Encounter with Buddhism, 1844-1912: Victorian Culture and the Limits of Dissent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Press, 2000). James Coleman, The New Buddhism: The Western Transformation of an Ancient Tradit o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John G. Rudy Lewiston, Emerson and Zen Buddhism (N.Y.: Edwin Mellen Press, 2001). Charles S. Prebish and Martin Baumann eds., Westward Dharma ― Buddhism Beyond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88 (사 )한국불교학회 Asi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2). Charles S Prebish, Buddhism: The American Experience, Journal of Buddhist Ethics online Books (NetLibrary, Inc,, 2003). Carolyn Chen, Getting Saved in America: Taiwanese Immigration and Religious Experience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8).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89 논 평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 에 대한 논평 김성철ㆍ동국대(경주) 불교학과 주최 측에서 본 논문의 발제자에게 요구한 내용은 ‘1960년대 서구의 반문화운동 과 불교의 수용’이었다. 발제자는 그런 내용을 포함하여 서구에 불교가 전해진 후 영향력 있는 종교 세력으로 착종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본 논 문은 서구에 불교를 이식하는데 활약했던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 문헌에 대한 다 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주제에 대한 후학들의 연구를 위해 앞으로 좋은 자료집의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발제자가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본 논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불교’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 불교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발제자는 서구 에 불교를 알린 인물들에 대해 개관하고, 미국에 불교가 착종하는 데 결정적 계기 가 된 1950년대의 비트 운동과 1960년대의 반문화주의에 대해 소개한 후, 미국 불 교 신행 방식에 대해 분석한다. 쇼펜하우어, 니체, 헛즈슨, 뷰르누프, 소로, 휘트먼, 아놀드 및 신지학회 소속의 마담 블라바츠키와 올코트 대령 등이 서구불교 초창기에 불교를 알린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불교의 상징으로 삼는 오색의 불기(佛旗)가 신지 학회의 올코트 대령의 명상체험에 근거한 고안이라는 점에서 보듯이 이들의 영향 력은 막대했다. 1970년대에 한국 불교계에서 일어났던 스즈키 다이세츠 열풍의 발 원지는 미국이었으며, 그 열풍을 주도했던 인물들을 비트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른 다. ‘비트 제너레이션’이란 1948년 시인 잭 캐러왁(Jack Kerouac)이 ‘뉴욕에 사는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90 (사 )한국불교학회 제도권 밖의 젊은이들’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었던 신조어다. 비트(Beat)란 말은 ‘기진맥진한’, ‘피곤한’이라는 뜻을 갖는 형용사인데, 나중에 캐러왁은 ‘뷰티튜드 (Beatitude: 至福)’의 앞 글자 ‘뷰트(beat)’의 의미 역시 이에 포함시켰다. 요컨대 비 트 제너레이션이란 ‘행복을 추구하는 지친 세대’를 의미한다. 발제자는 미국불교를 민족불교와 백인불교(개종불교)로 구분하는 릭 필즈의 착상, 서구의 불교도를 추 종불교도, 자칭불교도, 공감불교도로 구분하는 토마스 트위드의 고안을 소개하는 데 이런 분류 방식은 근대화가 서구화를 의미했던 우리 한국 불교도의 성격을 구 분하는 데에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논문의 내용 가운데 구미의 불 교도가 젠더, 환경, 생태 등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 참여한다는 점, 불교를 통해 자신의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 재가 불교로서 가족신행을 추구한다는 점 등 은 당장이라도 우리 불교계에서 수용해야 할 것들이다. 논평자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발제문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일과 함께 발제문에 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을 드러내는 일일 것이다. 발제자 역시 언급한 바 있지 만, 우리가 이 자리에서 ‘1960년대 서구의 저항문화운동과 불교 수용’에 대해 논의 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서 우리 불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함께 조명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1. 근대 이후 서구사회에서 발생한 저항문화운동(Counter-culture Movement)은 모두 대규모 전쟁과 유관하다. 1914~1918년의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 1939~1945년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비트 제너레이션’, 그리고 1955~1975년의 베트남전쟁 중에 형성된 ‘뉴에이지(New Age)’가 그 주역들 에 대한 호칭이다. 서구사회에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불교가 뿌리내리게 한 실질 적 주역들은 ‘비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히피(Hippie)로 상징되는 ‘뉴에이지’일 것 이다. 따라서 ‘비트 제너레이션’의 역할과 ‘뉴에이지’의 역할을 구분해야 하지 않을 까? 2. 1960년대에 일어난 서구의 반문화운동에서 비틀즈를 포함하여 밥 딜런, 조안 바에즈 등 대중가수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비틀즈(Beatles)’라는 그룹명은 ‘비트 제너레이션’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비틀즈 멤버 모두 마하리쉬 마헤쉬 요기가 창 시한 TM수련자였고, 존 레논이 티벳의 ‘사자의 서’를 소재로 노래를 만들었고, 조 지 해리슨의 유해는 유언에 따라 갠지스 강에 뿌려졌다고 한다. 1960년대 서구의 저항문화운동과 불교의 관계를 조명할 때 이들 대중가수들의 역할 역시 함께 다 논평: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김성철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91 루어야 할 것이다. 3. 반문화운동의 기치가 모두 불교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마약, 동성애, 낙태 등 불교적으로 볼 때 용납될 수 없는 사안들 역시 이들과 얽혀 있다. 따라서 반문화 운동과 불교의 접점이 무엇이고 차이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 다. 4. 현재 활약 중인 서구의 불교학자들 가운데 많은 수가 1960, 70년대의 저항문 화운동과 유관하다. 또 1960년대 이후에 일어난 한국불교의 부흥 역시 자생적인 것이라기보다 불교에 경도했던 서구인들의 영향에 의한다. 송광사의 국제선원이 서양의 젊은이들로 가득 찾던 일, 숭산 스님이 국내의 불교계보다 서구의 불교계 에서 점하는 위상이 더 높았다는 것은 ‘공급자[한국불교]의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 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폭력적 서구문명의 대안을 찾고자 했던 ‘수요자[서구의 젊 은층]의 갈구’가 너무나 컸기 때문은 아닐까? 5. 1980년대 성철 스님의 법어, 대학생불교학생회의 수련회의 융성, 백봉 김기추 거사의 활동 등의 예에서 보듯이 1970년대, 80년대 한국 불교계에서 수행의 중심 은 선불교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불교도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간 화선보다 위빠사나 수행이나 티벳불교 또는 틱낫한 스님의 법문집에 관심을 갖는 다. 구미 불교계의 흐름과 그대로 일치하는 것이다. 한국 내 개신교의 급성장이 전적으로 미국의 영향 때문이듯이, 현대 한국 불교의 흐름 역시 미국의 영향을 벗 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6. 발제자가 쓰고 있듯이, 세계최대의 불교포탈인 ‘DharmaNet International(htt p://www.dharmanet.org/)’에는 세계의 각종 사찰과 단체에 대한 연락집이 간단한 소개와 함께 제공되어 있는데 한국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93 논 평 에 대한 논평 진우기ㆍ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 조은수 교수님은 60년대 서구에서 전개된 반문화운동과 그에 따른 불교의 확산 과 정착과정을 살펴보는 발표문에서 미국에 불교가 정착된 과정, 현재 상황, 그것 이 한국불교에 시사하는 점 등을 살펴보고 있다. 본 논평자는 발표문을 읽으며 떠 오른 몇 가지 의문과 논점을 간단히 서술하고자 한다. 1. 1960-90년대 서양에 특히 미국에 불교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 온 원인은 무엇인가? 논자는 “현재 서구의 불교에 대한 관심은 문명에 대한 반성과 비판에서 촉발된 점이 있다. 자연과 세계에 대한 정복적 태도, 자유 경쟁과 시장의 논리 속에 함몰 되어 가는 인간성, 물신주의 등에 대한 사회적 지성적 비판이 나타났고 그 해결책 을 모색했다고 할 수 있다.”고 하여 시대적 사조로서의 불교 수용을 언급했다. 본 논평자는 그런 원인도 물론 있다고 보지만 그보다도 더 강력한 원인은 “개인이 적 극적으로 행복을 찾기 위한 행위들”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리 하려면 사회 전반에 경제적 기반이 형성되어야 하고, 개인의 정신적 탐구를 허용할만한 관용적 사회분위기가 존재해야 한다. 60년대 말 미국은 이런 조건을 이상적으로 제공했다 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주도한 것은 젊은이들이었다. 부모세대가 보여주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학교나 제도권에서 제시하는 이상과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94 (사 )한국불교학회 철학을 수긍할 수가 없었던 이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나섰고, 그래서 캘리포니아로, 콜로라도로 스승을 찾아갔을 뿐만 아니라 더욱 적극적인 사람들은 아시아 각지에서 영어로 불교를 가르치던 몇 안되는 명상센터까지 찾아갔던 것이 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아는 불교는 다분히 다양한 것을 포괄한 절충주의일 수 밖에 없다. 어떤 하나의 계통적인 가르침을 따랐던 것이 아니라 마음속의 의문이 풀릴 때까지 구도적 마음이 이끄는대로 이곳저곳에서 단편적으로 가르침을 흡수 했기 때문이다. 2. 한국 불교 전통의 정체성 위기 논자는 현재 한국이 서양불교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서 “불교계 상황이 이제 눈 을 밖으로 돌려 다른 문화 속에서 자신에게 시사점이 되는 어떤 것을 찾는 것은 이제 자신을 객관화해보고자 하는 관심의 표현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겠다. 또한 이것은 한국에서의 불교 전통의 정체성에 위기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일임을 발표자 본인도 부정하지 않는다.”라고 하여 한국불교 전통의 정체성에 위기가 왔 다고 말했다. 본 논평자는 현 상황이 한국불교 정체서의 위기가 아니라 실은 한국 불교의 정체성이 1000여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 체가 정체성의 위기라고 말하고 싶다. “만물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근본진리로 삼는 불교가 정작 자신은 변화하지 않 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45년간 가르침을 폄에 있어 항상 대중의 근기에 맞는 가르침을 주셨다. 그런데 사람들의 인식, 습성, 언어가 변하고 가치관이 변해도 우 리 불교는 거의 변화한 것이 없다. “불교는 삶이다”라고 말로만 하지, 우리네 삶으 로 불교를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준 적이 없고, “이웃도 동물 도 식물도 다 인연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해도 그 이웃과 동식물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앞장선 적도 없다. 오직 거룩하신 불보살님께 기 도만을 할뿐인데... 그나마 요즘은 기복불교라 폄하되어 어깨 펴고 기도도 잘 하지 못한다. 한국불교는 변해야만 한다. 자신이 스스로 자기몸에 맞는 변화를 하지 못하니까 이제 외세에 떠밀려 변화하지 않으면 안될 문턱에 와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의 중심에는 절이나 스님이 아닌 각 개인이 있어야 한다고 논 평자는 생각한다. 미국에서 60년대 말 각 개인이 혼자만의 구도의 여행을 떠났듯 논평: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ㆍ진우기 The Korean Association for Buddhist Studies 95 이 이제 한국에서도 경제적,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니 의식있는 개인들이 자 신의 고통을 덜기 위해, 그리고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불교를 만들기 위해 각자 노 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일본불교의 상황 논자는 또한 “한편 우리만큼 불교 전통이 깊은 일본에도 우리가 보이는 서구불 교에 관한 관심이 있는지 자문해 본다면 부정적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하여 일본불교의 독자성을 언급하였다. 본 논평자는 여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일본불교는 오래 전 에 미국불교의 첫 번째 특징인 “재가자 중심불교”를 이룩하였다. 이는 일본에 기 혼승려를 성직자로 하는 조동종이 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1950년대부터 스님을 지도법사로 모시지 않고 재가자를 지도자로 하여 모인 재가신앙단체가 생 기기 시작한 것에 원인이 있다. 이들 단체는 매월 회비를 내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모여 재력을 구축한 후 두 가지 눈에 띄는 사업을 벌였으니 그 하나는 미국의 영 향력있는 사람들을 일본으로 초청하여 이국적인 불교의 미를 한껏 맛보게 하여 간접포교를 했고 또 하나는 미국으로 나아가 적극적인 포교사업을 벌였다는 것이 다. 회원수 1위의 창가학회(Soka Gakkai), 행복의과학회, 입정교성회(Rissho Kosei_kai)는 말할 것도 없고 회원수 250만에 불과한 4위의 영우회(Inner Trip Reiyukai Institute)도 이번 G20정상회의와 연계하여 서울에서 4일간 열리는 종교 지도자회의를 후원하고 있다. 즉 세계에 불교와 자신들의 단체를 알릴 수 있는 직 접적, 간접적 기회를 늘 적극적으로 만들고 지속하는 것이다. 둘째 일본불교 승단은 시카고 종교회의 이후 적극적으로 미국에 진출하여 포교 를 하였다. 스즈키 다이세츠가 눈부신 성공을 거두며 미국에 많은 추종자가 생기 자 자부심이 깊어진 일본불교는 미국 곳곳에 국가지원금으로 무장한 포교단을 보 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또한 관심있는 미국인들에게 장학금, 펠로십 등을 지불해 일본에 와서 오랫동안 머물며 일본불교를 공부, 연구하도록 했다. 게리 스 나이더, 얌폴스키 등이 그 예이다. 지금도 해외대학에 일본불교를 연구할 수 있도 록 많은 연구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유럽에 초기불교가 먼저 정 착한 반면 미국에 일본불교가 먼저 정착하게 된 이유라고 본다. ㆍ2010춘계학술대회ㆍ 서구불교운동의 문화사적 조명 96 (사 )한국불교학회 4. 불자의 정의 논자는 서구사회에서 불자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며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불교 센터의 회원이며 거기서 주관하는 일주일 명상 수행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 지만, 불당에 들어가 불상 앞에 절하기를 거부하는 서양인을 불교인이라 할 수 있 을까... 불교 책을 읽고 그 이념과 사상에 공감하지만 실제로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니고, 가끔 절에 들르지만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는 교회에 가는 사람을 불교 인이라 할 수 있는가.” 본 논평자는 불자의 정의를 내림에 있어 좀 더 넓은 테두리를 사용하기를 바래 본다. 애초에 부처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먼 길을 마다 않고 걸어다니며 사 람들을 가르쳤던 것은 미혹에서 벗어나 고통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서 였다. 부처님은 “오직 내 말만 믿어야 행복해진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지금까 지 수많은 종교를 접해본 결과 나는 부처님의 이런 관용적이고 넉넉한 관점이 가 장 훌륭하고 강한 정신이라고 믿고 있다. 앞서 기독교적 가치관속에서 자란 서양인들이 새로운 가치관을 모색할 때 스승 을 찾아 많은 시도를 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이들의 정신에는 당연히 다양한 불 교 교리와 수행이 들어있다. 직접 시도해보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차용하 고 맞지 않는 것은 버리는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JUBU (유대교 불 자)라는 말도 나오고 Christian Buddhist (기독교 불자)라는 말도 나왔을 것이다.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에 교회에 가는 사람도 불교인일 수 있다. 비록 성인이 되어 불교를 믿긴 하나 교회에서의 부활절 행사나 크리스마스 행사에는 어린 시 절의 소중한 추억이 녹아있을 것이다. 왜냐면 그것은 하나의 문화이고 삶이기 때 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늘 그리움이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불상 앞에서 절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불교인이다. 불상을 살아있는 부처님으 로 볼 것이냐, 단지 구리덩어리나 나무 조각으로 볼 것이냐는 순전히 그를 보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른 문제이다. 미국인 심리학 박사 한 분이 내한한 적이 있 는데 티벳불교도인 그는 한국 절을 방문하고는 많은 불자들이 하느님께 기도하듯 불상에 절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곤 충격을 받았다. 결국에는 이런 신앙도 있음 을 받아들였지만 그는 매우 신실한 불자이다.
[출처] 서구 속의 불교, 불교의 서구화|작성자 임기영불교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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