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묵스님

‘삼계’의 실천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수선님 2020. 5. 17. 11:21

‘삼계’의 실천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제법의 무상. 고. 무아를 통찰하여

‘욕망의 굴레’서 벗어나라는 가르침

불교적 세계관에 욕계.색계.무색계라는 삼계(三界)가 나오던데, 삼계의 의미와 현실적 의의를 설명해 주십시오.

단순히 ‘이것이 삼계다’라는 식으로 말하지 말고, 현재적 실천적 의미를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생명체들이 사는 세상이나 마음의 경지는 참으로 많고 다양합니다.

이것을 정신적 깊이나 수행의 정도에 따라서 분류한 것이 바로 삼계(三界, tebhuumaka)입니다.

이 가운데서 욕계(欲界)는 감각적 욕망(kaama)에 머무는(avacara) 세상이나 마음을 뜻합니다.

그리고 색계(色界)는 물질(ruupa, 色)을 대상으로 하여 증득한 본삼매의 경지에,

무색계(無色界)는 정신의 영역(aruupa, 無色)을 대상으로 하여 증득한 본삼매의 경지에 머무는 세상이나 마음을 뜻합니다.

중생계는 갈애(tanha)를 근본으로 합니다.

그래서 욕계는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慾愛)가 지배하는 곳이고,

색계와 무색계는 존재 자체에 대한 갈애(有愛)가 남아있는 곳이라고 주석서는 설명합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삼계는 세상(bhuumi/loka)과 마음(citta)의 두 가지에 다 적용되는 용어라는 점입니다.

먼저 세상으로서의 삼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욕계천상(6욕천)은 욕계세상에 속합니다.

색계세상은 초선천부터 4선천까지의 16가지 색계천상을 뜻합니다.

무색계세상은 공무변처천부터 비상비비상처천까지 4가지 무색계 천상을 뜻합니다.

전에도 밝혔지만 세상은 모두 마음의 반영입니다.

그러므로 욕계는 다양한 감각적 욕망에 휩싸인 심리상태를 가진 중생들이 사는 곳입니다.

색계는 색계 선(禪)이라 불리는 초선부터 제4선까지의 선정의 심리상태에 있는 중생들이 머무는 곳이고,

무색계는 무색계 4선의 심리상태를 가진 중생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두 번째로 마음으로서의 삼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비담마에서는 우리의 마음상태를 크게 욕계마음, 색계마음, 무색계마음, 출세간마음의 넷으로 분류합니다.

이 가운데 색계마음은 초선부터 제4선까지의 본삼매에 든 심리상태를 뜻하고,

무색계 마음은 무색계선에 든 상태를 뜻하며,

禪(본삼매)의 경지에 들지 않은 나머지 모든 심리상태를 욕계마음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열반에 든 심리상태를 출세간마음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므로 욕계세상에 있는 인간이 초선에 들어있으면 그때 그는 욕계세상에 머물지만 색계마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욕계세상에 있는 인간이 열반을 실현하면 그는 욕계세상에 머물지만 그의 마음은 삼계를 벗어난 출세간의 경지입니다.

이처럼 삼계는 일찍부터 세상과 마음의 두 측면에서 이해되었습니다.

여기서 보듯이 삼계를 분류하는 가중 중요한 기준은 바로 선(禪, 본삼매)입니다.

색계와 무색계는 본삼매의 증득 없이는 불가능한 마음이고 세상입니다.

한편 〈청정도론〉은 “계(戒)는 악처를 뛰어넘는 수단을 나타내고, 삼매는 욕계를 뛰어넘는 수단을,

통찰지(반야)는 모든 존재(삼계)를 뛰어넘는 수단을 나타낸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비록 선정이 감각적 욕망을 극복하고 뛰어넘는 수행은 되지만,

생사윤회의 근본원인인 갈애와 무명을 타파하는 반야(통찰지)가 없이는 삼계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삼계를 설하신 것은 단순히 세상을 분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삼매를 닦아서 감각적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나아가 제법의 무상.고.무아를 통찰하여 삼계의 속박에서 벗어날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이 삼계의 현재적이고 실천적인 의미일 것입니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

[불교신문 2124호/ 4월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