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諸法)의 실상을 관찰해야 하니 제법의 실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일체 모든 것[一切法]이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왜냐면 일체법은 자성이 공(空)이어서 중생도 없고 개아(個我)도 없으며, 또한 일체법은 환상[幻]과 같고 꿈과 같으며, 메아리와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아지랑이 같고, 허깨비와 같기 때문이다.
《대품마하반야바라밀경》 제27권 상제품, 불광출판부, 505쪽
일체의 유위법은
별같고 그늘같고 등불같고 허깨비같고
이슬같고 거품같고 꿈같고 번개같고 구름같으니
마땅히 그와 같이 보아야 한다.
《금강반야바라밀경》 한글장243책 149쪽.
유마의 빈 방
문수사리가 물었다.
“거사님, 이 방은 무슨 까닭으로 텅 비어 있으며 시자도 없습니까?”
유마힐이 답하였다.
“공(空)하기 때문에 텅 비어 있는 것입니다.”
“무엇을 가지고 공(空)이라고 합니까?”
“그릇된 사유를 떠난 것[無分別]이므로 공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을 사유[分別]할 수 있습니까?”
“사유도 공입니다.”
“그렇다면 공은 어디서 구해야 합니까?”
“그릇된 예순 두 가지 견해에서 구하면 좋습니다.”
《유마힐소설경》 중권 한글장57책 79쪽.
사리불이 천녀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여자의 모습을 바꾸지 않는가?”
천녀가 답하였다.
“나는 지난 12년 동안 여자의 신체상의 특징에 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직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꾸어야 할 무엇이 있습니까? 예를 들면 요술사가 요술에 의하여 꼭두각시 여자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누가 그 꼭두각시 여자에게 어찌하여 여자의 모습을 바꾸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이 사람의 질문은 마땅한 것이겠습니까?”
“아니오. 꼭두각시에게는 정해진 특징이 없거늘 바꿀 필요가 어디 있겠소.”
“모든 것이 이와 같아서 정해진 특징이 없습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으로 여자의 모습을 바꾸지 않느냐고 묻는 것이오?”
천녀가 이때 초인적인 힘을 작용하여 사리불을 천녀의 모습으로 바꾸고 자신은 사리불의 몸으로 바꾸었다.
...(중략)...
“고덕(古德)께서 남자이면서 여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같이, 모든 여자도 이와 같아서 여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만 여자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모든 것은 남자도 아니며 여자도 아니라고 설하신 것입니다.”
천녀가 초인적인 힘을 거두어들이자 사리불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때 천녀가 다시 물었다.
“여자의 모습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사리불이 답하였다.
“여자의 모습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닙니다.”
천녀가 말하였다.
“모든 것은 그와 같아서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유마힐소설경》 중권, 한글장57책 99-100쪽. 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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