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마음이 움직일 뿐이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일 뿐이다.
不是風動 不是幡動 仁者心動
불시풍동 불시번동 인자심동
『육조단경』
6조 혜능(慧能) 대사가 인종 법사(印宗法師, 627~713)의 회상에 찾아갔을 때, 두 스님이 바람과 깃발[幡]을 보고 다투고 있었다. 한 사람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하였고, 다른 한 사람은 ‘깃발[幡]이 움직인다.’고 하였다. 이에 6조가 말하였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일 뿐이다.”
그러자 두 스님이 깜짝 놀랐다.
이것은 불교 역사상 드높은 산봉우리를 이루며 빛을 발하고 있는 6조 혜능의 이야기다. 중국 신주(新州)의 한 촌락에 노(盧)씨 성을 가진 젊은 나무꾼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땔나무를 여관집에다 팔고 돌아서는 길에 경전을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당히 마음을 어디에 머물지 말라[應無所住而生其心]”는 말이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혜능은 자신도 모르게 온 세상이 환하게 밝아오는 것을 느꼈다.
혜능은 경을 읽은 스님을 찾아 인사하고 비로소 세상에 불교가 존재하는 것을 알았다. 혜능은 그 스님의 주선으로 5조 홍인(弘忍) 스님에게로 출가를 하였고 그곳에서 법맥을 전수받았다. 이후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냥꾼들 속에서 숨어 살다가 당나라 고종(高宗, 649년 즉위~34년 재위) 때 비로소 광주의 법성사(法性寺)를 찾아갔다.
그 때 마침 인종 법사가 『열반경』을 강의하고 있었는데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두 스님이 각자의 불교적 안목으로 다투는 일이 있었다. 혜능은 이 다툼에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함으로써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깃발이 있고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그 곳에 있던 사람이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을 보고 그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다. 사람은 마음을 가진 존재다. 만약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깃발도 한 원인이며 바람도 한 원인이며 사람이 그곳에 있어서 마음으로 보고 느낀 것도 한 원인이다.
혜능 스님이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라고 한 것도 당시의 불교적 소양으로서는 대단히 신기한 말일지 모르나 참으로 꼭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적지 않다. 모두가 각자의 몫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④
[소를 때려야 하는가, 수레를 때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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