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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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서』는 고대 이집트에서 죽은 사람의 관 속에 미라와 함께 넣어두는 문서로, 사후세계의 안내서로 쓰였다고 할 수 있다. 『사자의 서』는 지역에 따라 다음 세 종의 텍스트, 곧 헬리오폴리스 텍스트, 테베 텍스트, 사이테 텍스트로 나누어 편찬되었다. 고대 이집트인은 죽은 후에도 또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내세관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을 잘 드러내는 것이 '오시리스'의 신화다. 『사자의 서』가 보여 주는 또 다른 특징은 내세의 구원 여부를 생전의 도덕적 행위 여부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1. 『사자의 서』의 성립
『사자(死者)의 서(書)(Book of the Dead)』는 고대 이집트에서 죽은 사람의 관 속에 미라와 함께 넣어두는 문서로, 사후세계의 안내서로 쓰였다고 할 수 있다. 『사자의 서』는 수천 년 동안 편집되고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처음에 주문으로부터 시작되어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오던 것으로 그 내용은 부활을 위한 주문, 기도, 신에 대한 경배, 마법의 말, 주술 공식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왕국시대(B.C. 27세기~B.C. 22세기)에 들어서면서 주로 왕들의 피라미드나 분묘, 관 등에 사자가 내세에서 천국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구전되던 주문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록들을 모아서 하나의 책자로 만든 것이 『사자의 서』다(서규석, 2009).
고왕국시대에 이집트인들은 최고 권력자인 파라오는 사후세계에서도 삶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파라오의 무덤인 피라미드 안쪽 벽면에 주문을 새겨 넣었다. 이렇게 새긴 기록들을 '피라미드 문서(Pyramid Text)'라고 하는데, 연대로는 이집트의 고왕국시대에 해당한다. 바로 뒷세대인 중왕국시대(B.C. 21세기~B.C. 18세기)에는 파라오뿐만 아니라 귀족이나 관리 또는 부자들도 미라를 넣은 관에 주문들을 새겨 넣었다. 이 주문들은 관 문서(Coffin Texts)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신왕국이 시작된 B.C. 16세기부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B.C. 305~B.C. 31) 사이의 시기에는 주문들을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적어 관 속에 별도로 넣어두었다. 따라서 이 파피루스 두루마리에는 피라미드 문서, 관 문서 등에 적혔던 내용은 물론 이집트인들이 숭배했던 태양신 '라'에 대한 찬양 등 다양한 기록들이 추가되었다.
결국, 『사자의 서』는 이집트문명 사회의 총체적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록자들은 파피루스에 그 내용을 적었으며, 때로는 다양한 색채로 도안해 개인의 매장에 함께 넣는 부장품으로 팔았다(원은성, 1997).
1842년 독일의 이집트학자 카를 렙시우스(Karl Richard Lepsius)는 이 기록물들을 수집 정리해 출판하고 '사자의 서'라고 이름 붙였다. 물론 1842년 이후에도 피라미드와 관 또는 파피루스에 적어 놓은 유사한 기록들은 계속 발굴되었다.
2. 『사자의 서』 텍스트의 종류
『사자의 서』는 이집트 역사에서 각 왕조의 수도였던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었는데, 지역에 따라 다음 세 종류의 텍스트로 나누어 편찬되었다(서규석, 2009).
첫째, 헬리오폴리스 텍스트(Heliopolis Text)다. 이것은 B.C. 2494년에서 2181년경인 제5왕조와 제6왕조 시대에 사용된 것으로, 사카라의 피라미드 벽과 무덤의 안쪽 면에 상형문자 형태로 기록된 것이다. 이 기록들은 B.C. 330년경 제2차 페르시아 지배 시대 헬리오폴리스의 신관들에 의해 집성되었다. 그 내용은 죽은 왕을 위한 옷, 집, 뱀과 벌레 등 악령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일 등을 기록해 놓아, 죽은 자가 내세에서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것이었다. 헬리오폴리스 텍스트에는 관 문서도 들어 있는데, 파라오가 아닌 일반 서민들까지도 생전의 선행을 통해 내세의 행복을 보답 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둘째, 테베 텍스트(Thebes Text)는 B.C. 16세기부터 B.C. 11세기에 있었던 제18왕조로부터 제20왕조까지 관과 파피루스에 기록된 것을 모은 것이다. 이 테베 텍스트는 상형문자로 씌어졌는데, 삽화가 없는 피라미드 문서와 달리 삽화가 많이 그려져 있다. 내용은 헬리오폴리스의 원본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셋째, 사이테 텍스트(Seithe Text)는 B.C. 664년 제26왕조 이후 상형문자, 신성문자, 민중문자로 파피루스나 관, 기타 상징물에 기록된 것을 집대성한 것으로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의 것이 가장 많다. 사이테 텍스트는 이전의 『사자의 서』를 전면적으로 개정해 각 장을 순서대로 편집하고 새로운 장을 삽입했다. 본문은 상형문자와 신관들이 사용하는 신관문자로 기록하고 삽화를 그려 넣었다.
3. 『사자의 서』에 나타난 내세관
고대 이집트인의 사후세계와 영혼에 대한 관념은 피라미드 문서에서 시작해 관 문서와 『사자의 서』에 이르기까지 긴 역사 속에서 발전하고 변천해온 것들이다(이동규, 2010). 수천 년을 이어오며 이집트인들은 사후세계를 확신했고 인간의 삶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삶의 영속성에 대한 사고방식은 해마다 비옥한 충적지를 남기는 나일강 범람의 규칙성을 통해서 생겨났다는 주장도 있다. "홍수가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생명이 싹튼다. 건기와 우기가 번갈아 찾아오듯 낮과 밤이 서로 교체된다. 이런 이유로 고대 이집트인은 삶이 하나의 거대한 순환, 곧 영원한 소멸과 생성 속에 존재한다고 믿었다"(Wolfgang Herles & Klaus-Rüdiger Mai, 2007).
순환 원리는 탄생과 죽음에도 적용되어 죽은 후에도 또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각종 주문과 마법이 담긴 『사자의 서』를 지참케 했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잘 드러내는 것이 '오시리스'의 신화다.
오시리스는 죽었다가 다시 부활했기 때문에 망자의 신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가장 널리 전파된 신화는 오시리스를 이집트 제1왕조가 시작되기 전에 이집트를 다스린 제왕이었다고 묘사하는 것이다. 이야기 전개는 다음과 같다.
"오시리스는 동생인 세트에게 살해되어 내장이 모두 제거되었으나, 그의 여동생이자 아내인 이시스의 힘을 빌려 환생했다. 이시스와 오시리스 사이에는 호루스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호루스가 세트를 무찌르고 이집트의 왕위에 올랐고 오시리스는 지하로 내려가 사후세계를 통치하게 되었다. 죽었다가 부활한 오시리스의 운명은 인간이 죽음 뒤에 걸어가야 할 운명의 모델이 되었다."(Françoise Dunand & Roger Lichtenberg, 1993)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자를 신과 동일시했다. 『사자의 서』에서도 거기에 수록된 주문을 외우면, 사자는 태양신 라와 마찬가지로 숭배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스스로를 '오시리스의 아들'이라고 선언한다. 김경근(2011)은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자를 신처럼 높이는 것은 『사자의 서』의 기본 테마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자는 자신의 이름 앞에 오시리스를 붙여, 예컨대 '오시리스 아니' 혹은 '오시리스 누'라고 함으로써 기본적으로 오시리스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다른 신들과 동일시도 행해졌지만 오시리스와 동일시가 일반적인 이유는 오시리스가 내세를 관장하는 신인데다 또한 죽었다가 부활했기 때문에 사자도 같은 효과, 즉 오시리스처럼 부활할 뿐 아니라 오시리스의 아들인 강력한 호루스 신이 오시리스를 보호했듯이 자신도 보호해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자의 서』가 보여 주는 또 다른 특징은 내세의 구원 여부를 생전의 행위로 판단하는 점이다. 사자는 신들 앞에서 생전에 죄악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고백하고 법정에 들어간다. 법정에서 심판은 사자의 심장을 저울에 올려놓고 그 무게를 새의 깃털과 비교하는 것이다. 이때 심장이 순수해서 깃털보다 가벼우면 영생의 길에 들어설 수 있지만, 죄를 지은 사람의 심장은 무거워서 괴물에게 잡아먹히기 때문에 소멸의 길로 빠지게 된다. 그 죄에는 신을 저주하거나 경멸하는 것도 있지만, 절도, 사기, 간통, 협박, 화내기 등 인간 사회의 범죄와 비도덕적 행위가 대부분이 포함된다.
이러한 도덕성의 강조가 고등종교가 생겨나기 훨씬 이전부터 구원의 조건으로 고대 이집트에 등장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김경근(2011)의 표현처럼, "신 앞에서 무력한 인간들이 아니라 사자를 신격화하고 신을 협박하기도 하며 신과 함께 자연의 질서유지에 동참한다고 생각했던" 존재였다. 동시에 "신이 관장하는 내세에서 구원의 조건과 내용까지도 인간과 세속의 논리로 규정했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세계관이 『사자의 서』에 담겨 있다.
참고문헌
- 김경근(2011년) 고대 이집트의 신에 대한 관념. 《역사학보》 209집.
- 서규석 편저(2009년) 『이집트 사자의 서』. 파주: 문학동네.
- 원은성(1997년) 사자의 서. 《성경과 고고학》 14호.
- 이동규(2010년) 고대 이집트인의 사후세계와 영혼 이해. 《중앙사론》 31호.
- Françoise Dunand, Roger Lichtenberg(1993년) Les Momies, un voyage dans l'éternité. 이종인 옮김(2009년) 『미라 영원으로의 여행』. 서울: 시공사.
- Wolfgang Herles, Klaus-Rüdiger Mai(2007년) Bücher die Geschichte Machten. 배진아 옮김(2010년) 『책 vs 역사』 서울: 추수밭.
주제어
- 사자의 서, 헬리오폴리스 텍스트, 테베 텍스트, 사이테 텍스트, 이집트인의 내세관, '오시리스'의 신화
[네이버 지식백과] 사자의 서 (출판기획물의 세계사, 2013. 2. 25., 부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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