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신앙의 척도 ‘경전 중심’으로 가고 있는가
최유라 기자 (77paper@newscj.com)
세계 4대종교, 경전에서 벗어난 전통 관습 탈피해야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역사적으로 꽤 오랜 논쟁거리였던 종교분쟁이 최근 들어 종교 경전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9.11 테러 추모일을 겨냥해 이슬람 교인들의 자존심을 건든 ‘코란 소각’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다. 무신자들은 “코란을 평범한 종이 정도로 볼 수 있지 않냐”면서도 전 세계 무슬림들을 들고 일어나게 하는 상징성을 지녔다는 점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는 이슬람교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종교를 뒷받침하는 경전들이 존재하며 경전으로 인해 종교뿐만 아니라 사회 생활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처럼 각 종교가 바라는 경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올바른 판단기준이 바로 선다면 종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교 교리를 기록한 책 ‘경전’
경전(經典)의 사전적인 뜻을 살펴보면 ‘변하지 않는 법식(法式)과 도리’ ‘성인의 언행을 적은 글’ ‘종교의 교리를 기록한 책’이라고 정의돼 있다. 각 종교 신자들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경전에 기록된 글을 신앙의 척도로 삼고 지키려 하는 것이다.
선교연구지(IBMR)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월 전 세계 인구의 약 69억 명 중 가장 많은 신도를 보유한 종교는 기독교(약 22억 9000만 명)였으며 다음으로 이슬람교(약 15억 4000만 명), 힌두교(약 9억 4000만 명), 불교(약 4억 6000만 명), 기타 순이다. 즉 세계 인구의 75% 이상이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를 믿는 신자들로 구성돼 있는 셈이다. 또한 위의 세계 4대종교는 모두 유서 깊은 경전을 토대로 신앙을 하고 있다.
◆세계 4대종교는 경전을 어떻게 믿나
세계 4대종교의 경전을 보면 기독교는 ‘성경’ 이슬람교는 ‘코란’ 힌두교는 ‘베다’ 불교는 ‘불경’이라고 부른다. 각각의 경전들은 서로 만들어진 시기와 기록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종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기록 문화이다.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구분돼 있으며 하나님이 택한 약 35명의 선지자들을 통해 기록된 예언서다. 구약에는 하나님의 아들이 구원자로 올 것이라고 예언돼 있으며, 신약에는 예언대로 예수님이 구원자로 오셨다는 기록과 그의 행적들이 기록돼 있다. 그렇기에 기독교인들은 재림 때 예수님이 다시 오실 것이란 예언도 이루어지리라 믿고 있다.
코란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619년경 알라의 계시를 받아 기록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632년 그가 죽은 뒤 제1대 칼리프인 아부 바르크를 시작으로 제3대 칼리프인 오스만이 완성해 집대성됐다.
코란에도 기존 성경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무슬림(이슬람교인)들은 “1400년 전 무함마드의 시대에 하나님의 계시로 쓰인 코란만이 완벽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무슬림들은 신의 말씀이 코란에 그대로 기록돼 있다고 믿어 신에 대한 믿음과 복종을 표현하고 있다.
불경은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가 설법한 교법을 기록한 경전이다. 그의 설법으로 인해 생긴 수많은 경전 중 불자들은 일반적으로 <금강경>,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지장경>, 제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부처님 말씀을 전한 <묘법연화경> 세 가지를 주요 경전으로 꼽는다. 불자들은 <금강경>에서 말하는 세 가지 보물을 첫 번째는 부처님, 두 번째는 경전, 세 번째는 스님이라는 가르침을 믿고 있다.
특히 불교 경전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봉은사 총무팀 양재원 종무관은 “불교는 다른 종교와 전쟁을 하는 종교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는 전쟁을 많이 하는 반면, 불교는 자기 깨달음 중심의 종교이기 때문에 불교가 타 종교와 전쟁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힌두교는 종교로도 볼 수 있지만 인도의 사회·관습·전통 등을 포괄하는 생활방식이자 인도문화의 총체에 더 가깝다. ‘알다(知)’라는 뜻을 가진 힌두교의 경전 베다는 고대 인도에서 내려오는 신화·종교·철학적인 문헌으로 힌두교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힌두교는 기존의 바라문교(婆羅門敎)를 가진 아리아인이 인도를 정복하는 가운데 민간신앙과 불교가 합쳐지면서 발전한 종교로 교조(敎祖)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원주민을 다스리기 위해 종교적인 요소를 넣어 사회계급 체제인 카스트제도를 탄생시켰다. 이 제도는 자신의 업보에 따라 죽어도 다시 태어난다는 힌두교의 ‘윤회사상’이 접목돼 있어 이를 숙명으로 여기고 있다.
◆경전에 없는 전통문화 만드는 오류도
종교는 경전과 끝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도들은 경전에 기록된 것을 믿고 이에 맞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경전대로만 하면 된다는 굳은 신념이 결국 경전에도 없는 전통문화를 만들어내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슬람교는 코란에 없는 여성의 몸을 가리는 베일(니캅, 부르카 등) 착용문화, 여성할례, 자신의 자녀가 수치스러운 짓을 당했거나 저질렀다고 판단되면 살인을 저질러도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명예살인 등 수많은 종교적 전통문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발생했다.
기독교나 불교도 오늘날까지 다양한 종교적 전통과 종파가 나눠져 진정한 진리를 찾기 어려운 상태다. 또 공식적으로 카스트제도가 철폐됐음에도 여전히 계급차별은 만연하다.
결국 오늘날 종교는 경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존 취지처럼 경전 속에 있는 진리를 찾고 참 뜻을 깨닫기보다 오랜 세월에 거쳐 사람의 생각이 개입돼 경전과 다른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신앙의 척도가 다시 경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슬람교 종교기관의 알-아즈하르의 고위 지도자가 “경전에 없는 오랜 관습을 철폐해야 한다”며 여성의 전신을 가리는 베일 착용을 금지한 프랑스의 조치에 지지를 표하기 시작했다.
왜곡된 것을 바로잡아 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모든 종교는 서로를 이해하고 섬기며 관용을 베풀 것을 권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목적은 같다. 이처럼 경서 중심 속에서 진리를 찾고자 하는 바람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면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고 핍박보단 관용적인 자세로 변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서라는 책 자체에 매이는 것보다 경서가 말하는 뜻을 헤아리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신앙인으로서 모범을 보이는 첩경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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