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핵심, ‘해체’에 있다”
초기불교 전파 위해 동분서주하는 각묵스님
부처님 원음(原音)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전해지는 초기불교는 한국불자들에게 낯설다. 한문으로 된 대승경전에 익숙해 있고, 언어 또한 팔리어 ․ 산스크리트어 등으로 되어 있어 초기불교를 접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서적으로도 ‘소승(小乘)’이라며 폄하하는 분위기가 강해 초기불교가 한국토양에 발붙이기도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최근 20~30여년간 인도나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 공부한 스님과 학자들이 늘어나면서 초기불교는 조금씩 한국불자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묵스님(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은 다양한 초기불교 경전을 번역하면서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11월 초 스님은 <상윳따 니까야(Samyutta Nikaya)>를 6권으로 번역해 출간했다. <상윳따 니까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제별로 모은 경(經)들’이다. 스님은 “<상윳따 니까야>는 팔리어 니까야 가운데 세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부처님의 직계 제자들 가운데 가장 연장자였으며 평생 두타행을 실천한 가섭 존자의 제자들이 후대로 전승했다”며 “불교의 교학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경전”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50권 분량인 팔리어 초기불전을 모두 한글로 옮길 예정이다. 초기불전연구원장 대림스님과 함께 2005년부터 지금까지 24권의 책을 펴냈다. 4부 니까야 중에선 <디가 니까야>, <앙굿따라 니까야>, <상윳따 니까야>의 번역을 끝냈고 <맛지마 니까야>만 남겨두고 있다.
각묵스님이 초기불교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초기불교는 불교의 시작점이고 불교 만대의 표준이며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합리성과 체계성에 바탕하고 있으며 분석적이고 △초기불전은 부처님의 말씀을 왜곡하거나 잘못 이해할 소지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님은 “모든 나무에 뿌리가 있듯이 불교 2600년의 전개에도 그 뿌리가 있다. 뿌리를 거부하고 나무가 살아남을 수 없듯이 뿌리를 모르는 불교는 역사를 아는 이 시대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스님은 ‘초기불교를 통한 깨달음의 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11월 22일 스님은 백양사 야단법석(野壇法席)에 나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스님은 먼저 불교의 목적이 행복의 실현에 있다고 했다. 이고득락(離苦得樂)이라는 것이다. 초기불전에서도 부처님은 금생의 행복, 내생의 행복, 구경의 행복 등에 대해 다양한 말씀을 남겼다.
부처님은 인간이 자기에게 맞는 기술을 익히고, 도덕적으로 건전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면 금생의 행복을 얻게 된다고 했다. 또 내생의 행복을 위해서는 보시(布施)와 지계(持戒)를 강조했다. <앙굿따라 니까야>에서 부처님은 “믿음을 구족하고 계를 구족하고 보시에 대해 관대함을 구족하고 통찰지를 구족하면, 금생에 법답게 재물을 얻고, 친척들과 스승들과 더불어 명성을 얻고, 오래 살고 긴 수명을 가진 뒤, 죽어서 몸이 무너진 다음에는 좋은 곳, 천상 세계에 태어난다”고 가르친다.
부처님이 설한 세 번째 행복은 궁극적인 행복이다. 즉 열반, 깨달음이다. 각묵스님은 “궁극적인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념적인 존재[施設, 名言]를 해체해서 법(法, dhamma)으로 환원해서 보아야 하는데, 초기불전에서 부처님은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온(5온) ․ 처(12처) ․ 계(12처와 6가지 알음알이)의 무상 ․ 고 ․ 무아에 대한 철견(徹見), 사성제의 통찰, 팔정도의 완성, 12연기의 역관(逆觀) 등을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렇게 볼 때, “열반은 궁극적 행복이요, 그 궁극적 행복은 바로 모든 괴로움이 소멸된 성스러운 경지이고 이러한 것을 바로 아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다. 그래서 문제는 깨달음에 어떻게 이를 수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이 된다.
스님은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을 5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무상 ․ 고 ․ 무아의 통찰과 염오-이욕-해탈-구경 해탈지를 통해서이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삼법인(三法印)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처절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각묵스님은 “<상윳따 니까야>뿐만 아니라 초기불전에 나타나는 깨달음을 실현하는 방법 가운데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는 연기(緣起)의 이욕-소멸을 통해서이고 세 번재는 사성제(四聖諦)의 통찰을 통해서다. 특히 ‘진리 상윳따’의 여러 경에서는 깨달음을 사성제를 꿰뚫고 관통하고 알고 보아서 실현되는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리고 팔정도(八正道)의 실현과 37보리분법-보리분(菩提分)은 ‘깨달음 쪽에 속하는 것’ 즉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한 필수장비라는 의미이다.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四念處), 네 가지 바른 노력(四正勤), 네 가지 성취수단(四如意足), 다섯 가지 기능(五根), 다섯 가지 힘(五力), 일곱 가지 깨달음의 각지(七覺支), 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八正道)의 37가지 요소들을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여러 경에서 강조한다-을 닦으면 우리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각묵스님은 이러한 분석과 해체의 궁극적 지향점은 ‘개념의 해체’라고 말한다. 부처님 역시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명칭이나 말, 즉 개념에 속게 되면 죽음의 굴레에 매이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스님은 “‘나’라는 개념적 존재는 오온으로 해체해서 보고 일체 존재는 12처로, 세계는 18계로, 생사문제는 12연기로 해체해서 보게 되면, 온 ․ 처 ․ 계 ․ 연 등으로 설해지는 모든 존재들(諸法, 有爲法, sabbe dhammā)의 무상 ․ 고 ․ 무아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된다”며 “그래서 이러한 무상이나 고나 무아를 통찰함으로 해서 염오하고 탐욕이 빛바래고 그래서 해탈 ․ 열반 ․ 깨달음을 실현한다는 것이 초기경전의 도처에서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초기불전에 나타나는 수행 방법의 핵심도 나라는 존재를 몸 ․ 느낌 ․ 마음 ․ 심리현상들로 해체해서 그 중의 하나에 집중(삼매, 사마타)하거나 그 중의 하나의 무상 ․ 고 ․ 무아를 해체해서 보는 것(통찰, 위빠사나)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각묵스님의 법문은 명쾌했다. “해체하여 볼 때 깨달음과 불교의 본질을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의 법문이 끝나고도 초기불교 자체의 생소함 때문이어서인지 대중들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스님 역시 차분하면서도 충실하게 답변을 해나갔다.
이렇게 질의 응답이 오가는 사이 대중들의 표정도 한결 여유롭게 변했다.
한국불자들이 좀 더 쉽게 초기불교를 접하고 이해하고 실참(實參)할 수 있을 때까지 각묵스님의 지난한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출처] 14. 초기불교 전파 위해 동분서주 각묵스님|작성자 jajuy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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