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불교

수행은 무엇에 쓰는가?

수선님 2021. 8. 29. 12:39

편집자 주 : 쵸팰스님은 티베트 승려로 인도 다람살라로 망명하였던 중 다람살라에서 한국스님을 만나 입국, 5년의 세월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재 부산의 뜻있는 불자들이 티베트 망명정부에 기증한 광성사에서 주석하고 있으며, 광성사는 조만간 단촐한 중창불사가 회향될 예정으로 있으며 광성사의 청년들과 뜻있는 학자들이 <티베트-한국어사전>의 편찬을 준비중에 있다. 쵸팰스님은 한국에서 《깨달음으로 가는 올바른 순서》(여시아문)를 편역, 출간한 바 있다. 스님은 혼자 다닐 때 멀고 낮선 초행길이라도 반드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고 대부분 걸어서 찾아다니며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 지는 평소 소박하고 청빈한 생활과 철저한 자비심에 바탕한 수행, 인과에 대한 믿음에 근실한 티베트 불교의 실천수행에 대해 본받을 점이 많은 스님을 만나 한시간 여 대담의 자리를 어렵게 마련하였다.

참여불교 : 좀처럼 언론이나 지면을 통해 모습이 나오는 것을 거절하고 계신데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해 주신데 대해 먼저 감사드립니다. 스님께서는 한겨울에도 긴 팔 옷을 입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도 넣지 않고 지내시는데 춥지 않은 지요? 감기에 걸리거나 하지는 않으셨나요?

쵸팰스님 : 저는 요즘에 광성사가 불사중이라서 어느 불자님이 마련해 준 한 칸짜리 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방에 불도 넣지 않고 지내고 있습니다. 방에 불을 넣지 않고 지내니까 편한 점도 있습니다.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방이 추우니까 오래 있지 않고 필요한 얘기만 하고 금방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추위나 더위를 잘 견디려면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키우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티베트에서는 한국처럼 따뜻한 온돌방에서 지내거나 밖에 나갈 때 내복을 입히거나 하지 않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단련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을 잘 단련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추위나 더위를 이기는 수행으로는 '똥렌수행' 이란 것이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체험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얼음지옥이나 불지옥을 명상으로 체험하면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크게 춥거나 덥게 느껴지지 않아 그것을 잘 이길 수 있습니다. 인삼이나 홍삼 같은 것을 먹는 것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며 정신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한가지 방법으로 산꼭대기에 있는 수행자들이 '뚱구수행' 이란 것을 합니다. 사람은 아버지, 어머니에서 에너지를 받는다고 하는데, 어머니로부터 받는 에너지는 빨간색이고 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수행을 통해 그런 에너지를 이끌어 내서 추위로 인해 수행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지요. 특별한 비법은 없습니다.

참여불교 : 그러면 스님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어떤 수행을 하시는지요.

쵸팰스님 : 추울 땐 더 추운 것을 명상합니다. 그러면 몸이 따뜻해집니다. 제가 농담으로 추울 땐 더 춥게 해야한다고 합니다. 추울 때 오히려 창문을 모두 열었다가 하나만 닫아도 엄청 따뜻해지잖아요?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그렇잖아요. 그렇게 하고 또, 저 같은 경우는 계율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추위가 잘 극복됩니다. 수행자에게는‘긴 팔 옷을 입지 않는 계율??이 있는데 이 계율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지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계율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좋은 단련이 되는 것은, 마치 겨울에도 짧은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처럼 남들에게 예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뭐가 마음속에 있으니까 가능한 것과 같습니다. 그와 비슷하게 저도 계율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계율을 잘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추위를 잘 이길 수 있습니다.

참여불교 : 티베트 수행법에는 얼음지옥을 명상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조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쵸팰스님 : 우선 탱화 통해서 볼 수 있구요. 예전에 사리자가 불지옥에서 제도하다가 불지옥의 불(세상의 불보다 일곱 배가 더 뜨겁다고 하는)을 가지고 왔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 하나 하나를 생각하며 명상하면 금방 열이 나고 따뜻해집니다.

참여불교 : 저희도 무상관이나 자비관을 하지만 그게 잠깐 되고 마는 것이 문제인데요.

쵸팰스님 : 무엇이든지 오래, 꾸준히 해야 되는 것이지 서양사람처럼 비행기 날아가듯이 빨리빨리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티베트 말로 명상, 수행을 '곰' 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익숙해진다??는 뜻입니다. 수행은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생각해도 잘 안 되는 것은 시간 투자하는 것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참여불교 : 스님께서는 명상, 수행을 아침에 주로 하십니까.

쵸팰스님 : 티베트 절에 있을 때는 그곳 규칙에 맞추어서 했는데 한국에 와서는 꼭 정해진 건 없습니다. 어디서든지 사정에 맞추어서 합니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서 하고, 도시생활로 인해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서 합니다.
티베트 절에서 기초적인 공부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15년 정도 걸립니다. 그 때는 규칙적으로 합니다. 6시부터 저녁9시30분까지 꽉 짜여져 있습니다. 그 외에 졸업을 한 스님들은 짜여진 시간은 없으며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면 됩니다.

참여불교 : 스님께서는 수행 자체를 따로 정해놓고 하시지는 않고 생활하시면서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맞추어서 하신다고 보면 될까요?

쵸팰스님 : 티베트에서는 자기 스승으로부터 받은 교육들이 다 다릅니다. 근기에 맞게요. 저는 저의 스승에게서 받은 교육이 환경에 맞게, 환경 자체가 바뀌면 바뀌는 대로 써먹을 수 있는 수행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5년 정도 살았는데 어디 가도 아무 문제없이 잘 되고 있습니다. 정말로 저의 스승께서 저에게 딱 맞는 수행법을 가르쳐주신 것 같습니다.

참여불교 : 한국에 오셔서 제일로 공부가 많이 되었던 것, 장애가 되었던 것에 대해...

쵸팰스님 : 처음에는 어떤 환경에 대해서 피하려고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생각을 다시 해서 피하지 않기로 했지요. 다양하게 많이 보이는 것들이 그 동안 제가 수행을 잘 했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지요. 이를테면 처음에는 저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결과적으로 저에게 곤란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의 수행을 시험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제가 수행하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누가 칼을 들이 대고 때리고 하는 것을 그렇게 무섭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것은 당장 도움되는 것 같아도 이것을 자꾸 반복하다보면 나쁘게 되고 잘못 살게 되는 것을 가장 무섭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멀리하는데 주변에서는 서운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여불교 : 어떻게 판단합니까.

쵸팰스님 : 저도 사람에 따라 적절하게 대해줍니다. 어떤 사람의 경우는 농담 식으로 하고 보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의 경우는 먹는 이야기를 하고 보내기도 합니다. 그것은 사람을 구별하거나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해주는 것이 유익하거나 유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관심 가지는데 따라서 다른데,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많은 스님들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대충 보면 어느 정도 사람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사람 마음속을 잘 안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참여불교 : 그렇다면 스님께서는 저 사람에게는 꼭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겠다 싶으면 꼭 이야기를 하십니까?

쵸팰스님 : 예, 꼭 해줍니다. 그 사람에게 도움되고 인연이 되고, 저도 도움되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합니다.

참여불교 : 수행문화의 문제, 대중의 구미에 맞추는 것을 기술로, 수행을 뭔가 따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행이 대중의 삶 속으로 스며들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수행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쵸팰스님 : 실천이죠. 실천 없이는 아무런 도움 안돼요. 사람들은 뭔가 다 알고있거든요, 그런데 실상 자기가 부딪쳤을 때는 일반 모르는 사람하고 똑같이 욕심을 부리고 똑같이 하거든요. 수행은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행은 실천이고 실천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는 만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여불교 : 수행의 목적, 수행을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요?

쵸팰스님 : 티베트에는, 그리고 어느 나라에 가든 부처님 제자라면 성불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성불하는 방법들이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티베트에는 성질이 급하지 않고, 이번 생에 깨달아야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이 없고, 깨닫고 나서도 중생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깨닫기 전이라도 지금 중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착실히 하면서 궁극적인 깨달음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지요. 목적은 완전한 깨달음인데, 방법이 다른 것이지요. 이번 생에서 달성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에 티베트불교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티베트에서는 혼자만 깨닫는 것이 아니라 중생과 더불어 깨닫는 것이고 중생을 위해 깨닫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늘 하루를 살아도 중생을 위해 살아야 하겠다는 마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참여불교 :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생활 속에 자비심을 간직하고 실천하는 수행으로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쵸팰스님 : 이것이 어렵다고, 힘들다고 하는데 그것을 해 봤느냐고 하면 해본 거 별로 없거든요. 잠자는 시간하고, 밥 먹는 시간하고, 놀러 가는 시간하고 이런 것들을 빼고, 남을 위해 이런 일들 하는 게 힘들다고 하는데 ‘언제 해봤습니까???했을 때 그런 기억이 없거든요.
억지로라도 남을 위해 명상이나 상상을 하고, 다닐 때 조금씩이라도 남을 돕기 위해, 상처주지 않기 위해 다짐을 하고 매일매일 꾸준히 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중에 익숙해지면서 쉽게 되는데 그것을 하지 않으면서 어렵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참여불교 : 저와 같은 경우 아침에 출근할 때, 지하철에서 보면 사람들의 얼굴이 대체로 어두운데, 이럴 때 달라이라마께서 가르치신 명상을 하거든요. 그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어두운 모습을 검은 연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내가 모두 빨아들이는 명상을 가끔 해보거든요. 그런데 정작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그게 잘 안되거든요? 그러니까 어렵다는 의미가 나와 긴밀하게 접촉하지 않는 낯선 대중을 상대로 할 때보다, 내가 생활 속에서 늘 대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삶 속에서 잘 안되고 어렵다는 것 같습니다.

쵸팰스님 : 그래서 제일 필요한 것이 인과입니다. 인과를 잘 믿고 실천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제일 필요합니다. 인과를 잘 믿고 실천한다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인과를 명상하게 되면 지금 내가 좋아하고 있는 사람도 이전 생에서는 원수이었던 적도 있고, 가족이 돼서 복수하러 오는 수도 있고, 매우 미워하고 있는 사람들이 전생에 친구였던 적도 있습니다. 이런 인과를 많이 생각하기만 해도 마음공부에 무척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인과를 생각하면 벌레도 무시하지 않게 되고, 교만해지지도 않게 됩니다.

참여불교 : 저 같은 경우 제 아내에 대해 별다른 마음의 변화를 갖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런 경우 상대방은 섭섭하게 느끼기도 하는데요. 저는 가족을 포함한 어떤 관계이든 떠날 때 가깝지도 멀지도 않고 무심히 보낼 수 있는 관계였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데요. 이런 관계로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쵸팰스님 : 그런데 이것은 매우 조심해야 되거든요. 단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마음을 많이 가지려고 하다가 잘못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살들은 아무 주저 없이 눈이나 살을 떼어 줄 수도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흉내내면 안되잖아요. 사람에 대한 집착 같은 것들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있는데 그것을 막상 흉내 내려하거나 하면 안되거든요? 조금 작은 일부터 하나 하나씩 해나가면서 나중에 상대방도 이해시켜야 됩니다. 상대방도 이해할 수 없다면 지혜롭지 않은 것입니다. 제 부모님 같은 경우도 서로 이해하는 것이 있었거든요. 서로 생각을 잘 맞추는 것들이 중요합니다.

참여불교 :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쵸팰스님 : 부부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것입니다. 저는 부부가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큰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울 때 서로 대화를 나눌 때도 수행적인 이야기들을 될 수 있으면 서로 나누고, 하루에 10분 정도라도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책들을 읽어주면서 산다면 그게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님들하고 일반인들이 다르다고 생각 안 해요. 티베트에서는 다르게 생각 안 하거든요. 스님이든 일반인이든 하나의 개인이거든요. 출가하면 더 수행 잘 할 수 있겠다 하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출가하는 것이잖아요. 일반인들이 결혼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잖아요. 평소에 대화하면서도 좋은 이야기 나누고, 또 항상 나는 이런 생각하는데 부인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말하면 안돼요. 왜냐하면 그런 생각을 이해하고 따르게 하는 본인의 능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본인의 능력이요. 나는 한다고 하는데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것은 본인이 그런 능력, 수행의 힘 같은 것이 없기 때문이거든요.
또 불교 수행을 한다고 부부관계가 나빠지고 상처 주고 하는 것은 부처님도 바라는 것이 아니거든요. 수행을 한다면 더 관계가 여유 있고 자유로워야 하고 남을 위해 뭔가 하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는 수행을 하면서 다른 사람은 상관없다고 하면 그건 원하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참여불교 : 한국의 대다수 재가불자들은 자녀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가르쳐주겠다고 마음 먹으면 절에 데리고 가는 것이 대부분인데, 일상에서 스며들게 하는 것이 중요지 않을까 하는데요.

쵸팰스님 : 제 생각에 절에 데리고 가는 것들은 별로 효과가 없다고 봅니다. 평소에 일상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도 티베트에서 평소에 일하면서 진언한다든지, 공양 올린다든지 하는 것을 늘 보면서 자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엔 부모들이 늦게 퇴근하고 일찍 출근해서 아이들을 볼 시간도 없다고 하는데, 그건 일 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억지로라도 일주일에 한번씩 시간을 정해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에 부모가 수행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줘야 합니다.

참여불교 : 한국의 불자들의 수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쵸팰스님 : 일단 불자라고 하면 어떻게 하면 불자가 될 수 있는지 배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인과를 믿어야 하는데, 한국불자들은 이번 생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기도하더라도 이번 생에 얻고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많이 빠지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을 보면 한국의 불자들에게는 불자의 냄새 같은 것이 많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단 불자라면 ‘어떤 것이 불자냐?? 하는 것을 핵심으로 새롭게 생각하고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황금 그릇이 있다면 맛있는 밥을 먹는데 사용하면 되지, 요강으로 사용한다면 크게 도움되지 않는 것과 같이. 스님들 중에서도 내생을 믿지 않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절대 아니거든요. 자기는 이번 생에 성불하더라도 이번 생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참여불교 : 실제 윤회를 믿지 않는 스님들이나 불자들이 많은데 왜 그런다고 생각하십니까?

쵸팰스님 : 물질적으로 많이 발달되고, 물질적으로 풍부하고 그것을 좋아하다 보면 내생을 믿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으로 서양사람들은 내생을 이야기하고 인과를 이야기하면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부자이지만 다음 생에서도 부자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난하게 태어날 수도 있고 심지어 동물로 태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기 때문에 그런 걸 싫어합니다. 마음이 당장에 조금이라도 편해지려고 하는데 인과나 윤회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듣고 익숙해지면 윤회를 믿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참여불교 : 그러니까 한국불자들이 윤회를 믿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도 서양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편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다고 볼 수 있겠네요?

쵸팰스님 : 네 그런 것 같아요. 미국에서 하는 것을 (한국에서) 따라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참여불교 : 그렇다면 서양에서의 불교붐도 속을 들여다보면 '패션(장식)' 같은 경우도 많겠네요.

쵸팰스님 : 물론 어떤 사람들은 티베트 스승을 찾고 인과를 믿고 열심히 수행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큰 과학자나 의사의 경우 그런 독실한 분들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비로운 것이나 티베트 불교를 하면 더 유명해질 수 있고 (세속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티베트의 스승들이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뭐냐하면, 저 멀리서 20여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인도에 불교를 배우러 오는 사양사람들이 부처님의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구하지 못하고 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가르침이란 것은 무상, 죽음, 인과 같은 것으로 시작하는데 그런 것을 듣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무척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참여불교 : 너무 단순화시키는 논리일 수 있는데 물질적으로 너무 풍요로워지면 개인의 수행 아니, 불교의 근본 가르침으로 가기 힘들다고 볼 수 있겠네요?

쵸팰스님 : 그건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예전에 왕도 독실하게 수행한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물질적으로 주로 빠지고 정신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정신도 물질에 잘 따라준다면 상관없을 것입니다. 사람이 죽을 때 물질에 집착하면 편히 죽지도 못하고 괴로움을 당하고, 평생 암으로 고통받던 환자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을 느낀다고 합니다.

참여불교 : 스승을 찾아서 배우는 밀교수행에 대해 조금 소개해 주신다면..

쵸팰스님 : 한국에서 밀교수행에 대해 가르쳐달라고 만난 스님들도 조금 있는데요, 그분들이 이제까지 수행하신 것들은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스승에 대한 큰 믿음과 신뢰보다는 혼자의 힘으로 어느 경지를 달성했다고 하는 생각은 것은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그런 분들이 스스로 어떤 경지를 달성했다고 하는데, 그 경지가 어떤 경지인지, 그 경지로 가서 밖에 나가면 그 경지에 이르기 전에 화내고 탐내고 하는 것들이 없어졌는가 하고 물으면 어떤 분들은 남아있다는 분들도 있고...
그런데 부처님 가르침이 8만4천 대장경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전부 탐진치를 없애는 것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2만 1천 권은 탐, 2만 1천 권은 진, 2만 1천 권은 치를 없애는 말씀을 하시고, 나머지 2만 1천 권은 탐, 진, 치를 공동으로 가르치신 것입니다. 그 많은 가르침들이 탐, 진, 치를 없애는 것인데 그분들이 말씀하는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면서 탐, 진, 치가 남아 있다고 하면 그 경지는 어떤 경지인가 다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밀교의 가르침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밀교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경지만큼 와야 들어갈 수 있다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밀교는 그런 경지를 원하지 않습니다. 밀교는 공에 대한 이해, 탐진치를 얼마나 벗어나고자 원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밀교수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스승에 대한 인연입니다. 좋은 스승의 인연이 없으면 좋은 수행의 결과를 성취하기 어렵습니다. 밀교수행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티베트에 이런 밀교수행이 남아있게 된 것은 티베트가 인도에서 가깝고, 위대한 스승들이 히말라야로 많이 오셨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람들이 밀교수행에 대해 신비롭게 생각하는데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수행에 대한 성취가 무척 빠를 수 있습니다. 방법으로는 진언, 만다라, 차크라 같은 수행법들이 있습니다.

참여불교 : 스님의 삶을 바꾼 스승의 가르침이 있었다면..

쵸팰스님 : 우선 저는 규메사원이라고 하는 큰 밀교 사원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밀교수행 공부를 할 때 잘못하면 세상일들을 우습게 생각하고 비웃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저와 같은 경우 아주 어려서부터 밀교사원에서 스님들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예를 들면 식사를 하고 돈(종이쪽지)을 주고받는 것을 처음 보면서 무척 우스웠습니다. 그리고 또 서로 피가 나도록 주먹다짐을 하고 싸우고 나서도 종이(돈)를 주고받으면 아무 것도 아닌 듯이 끝나 버리는 걸 보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특히 이 세상에 많은 보석들이 있고 재물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만다라 안에 보면 이런 세상의 보석이나 보물은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준비 안된 사람이 이런 것을 배우면 이 세상에 대해 무시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무시할 수 없거든요? 바르게 밀교수행을 한 수행자라면 이런 것들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공에 대한 바탕이 바르게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공에 대한 바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될 수도 있지요.

참여불교 : 그러면 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주의 본질에 대해 밝히는 것이 밀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쵸팰스님 : 공에 대한 이해를 하면서부터 '나' 라고 하는 것, 나라는 집착이 사라지게 됩니다.

참여불교 : 스님께서는 위파사나에 대해 아시나요?

쵸팰스님 : 위파사나는 명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밀교수행에서도 '락똥' 이라고 해서 방법은 약간 다르지만 위파사나와 같은 수행방법이 있습니다.

참여불교 : 어떤 분들은 위파사나가 조만간에 대표적인 수행법이 될 것이라고 하기도 했는데요.

쵸팰스님 : 그런데 마음을 알고 나서 뭔가 하는 것이 있어야 되잖아요? 밀교에서는 그것을 ‘보리심??이라고 합니다. 위파사나는 자신이 마음의 큰 업을 짓지 않겠다는 정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밀교수행은 '보리심, 자비심'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참여불교 : 간화선에 대해서는요?

쵸팰스님 : 한국 스님들을 만나보면 많은 스님들이 돌아가시고 맥이 끊겨서 한국의 선불교가 많이 파손이 되었다고 하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국불교가 많이 파손이 된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번영(완성)하지 못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감자만 있다고 감자국을 끓일 수는 없잖아요. 물도 필요하고 소금도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감자는 감자국에 핵심적인 것이지만 그 외에 반드시 필요한 기초적인 것(물, 소금 같이)이 따라주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크게 도움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만약에 큰 도움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참으로 고생스럽게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되고 있지 않나 봅니다.

티베트에서도 간화선과 유사한 수행이 있습니다. 간화선은 하나의 방편입니다. 예를 들어 계율 안에 비구들의 탐애를 없애기 위해 경전에서 여성에 대해 나쁜 것으로 많이 말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남자나 여자가 정말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것은 그때그때 수행방편으로 말씀하신 것인데 이것을 다른 것에까지 가져가면 안되지 않습니까? 그렇듯이 간화선 또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지 전부는 아니거든요? 그것을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이것과 저것이 둘이 아닌데, 이것 할 때는 둘처럼 말하지만 나중에 이것이 어느 정도 단련이 되면 이것과 저것이 둘이 아닌 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런 것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뭔가 빠진 느낌입니다.

참여불교 : 그렇다면 위파사나든 간화선이든 모두 방편이다 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쵸팰스님 : 예. 다 방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여불교 : 밀교수행에서 람림수행에 대해 좀 설명해주시죠.

쵸팰스님 : 람림수행은 세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고 성취감을 줍니다. 하사도, 중사도, 상사도로 나누어지는데요. 하사도는 어떤 마음으로 수행하는 것인가 하면, 다음 생에 지옥, 축생, 아귀 등으로 태어나지 않도록 이번 생에 십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이번 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수행에는 없습니다. 이번 생에 무엇을 구하겠다는 것은 수행의 출발점에서부터 없습니다.

중사도는 다음 생에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크게 쓸모가 없다. 따라서 사바세계에서 벗어나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12연기와 같은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상사도는 사바세계를 벗어나더라도 아무 쓸모가 없다. 왜냐하면 어머니와 같은 모든 중생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모든 중생을 위해 나는 깨달아야겠다, 오든 중생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참여불교 : 일상에서 자신을 비추어보고 할 수 있는 수행방법에 대해 한가지 말씀해 주실 수 없을 까요?

쵸팰스님 : 간단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침에 눈을 막 떴을 때, ‘나는 죽을 가능성이 많은데 이 거센 태풍 속에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아서 눈을 뜨고 있는 것이 고맙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 고 5분 정도 생각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면 좋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5분 정도‘오늘 하루 내가 실수한 것이 있으면 참회를 하고 내일은 그런 일이 없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본이고 그 위에다가 좋은 실천의 가르침들을 배워서 새로운 내용들을 실천하기 위한, 상향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루 24시간 중에 아침, 저녁 5분씩 10분만 시간을 내도 하루 이틀 계속되면 크게 달라집니다. 이렇게 하루에 10분 정도만 해도 달라지는데 사람들을 만나면 안 된다, 힘든다는 말만 자꾸 하거든요?

참여불교 : 일상 속에서 꾸준히 해 가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특별한 계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1주일 혹은 주말 등에 특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쵸팰스님 : 저는 출가 수행자처럼 수행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한국에는 있는데,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도하는 분이 매우 지혜로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분이 상황이나 대상에 맞추어서 잘 가르쳐 준다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상황에 맞지 않게 똑같은 얘기를 한다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참여불교 : 감사합니다. 앞으로 부산 광성사 개보수가 끝나고 쵸팰스님께서 진행하는 수행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껏 교계 안팎의 언론에 나오시기를 꺼리면서 멀리보고 하나씩 작업을 하고 계신데,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원사 티벳박물관:: 한국의 작은 티벳! >티벳불교강론

수행은 무엇에 쓰는가? 초펠스님 편집자 주 : 쵸팰스님은 티베트 승려로 인도 다람살라로 망명하였던 중 다람살라에서 한국스님을 만나 입국, 5년의 세월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재 부산

tibetan-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