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쵸펠 스님이 자비신행회에서 주최한 제3기 임종간호(호스피스) 교육에서 강의한 내용입니다. 티벳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부처님 가르침을 수행하는 간절한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인식
병원에 가면 환자들이 많습니다만 자기가 만약 불치병에 걸렸다고 상상해 봅시다.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한 달 병원에 입원했는데 한 달밖에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 자신은 어떤 표정을 보여 줄 것인지, 남은 한 달 기간 동안 어떻게 보낼 것인지, 하루하루 그런 것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자기가 이 세상에서 떠날 때 가져갈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재산, 친구, 이런 것들은 소용이 없고, 죽은 뒤 자기 몸뚱아리를 땅에 묻는 것까지도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쉽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호스피스 교육 받고 실천하면서 도와 줄 때에도 한 마디 한 마디 여러분들의 말이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한 달 동안 그런 것들을 명상해 보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매우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 생을 인정하면 이생에 대한 집착, 화내고 좋아하고 무시하고 하는 생각들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좋은 업만 쌓게 되고 이번 생의 행동이 변하는데 그것도 죽음에 대한 인식을 해야만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죽으라고 하면 불안해하고 싫어하고 매우 고통스럽게 느끼는데, 무상하다는 생각을 못하고 영원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약 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백화점에 가면 우리는 몹시 피곤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 시대에는 여러 가지 좋은 것, 새로운 것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마음이 흔들립니다. “좋다, 더 좋다, 아름답다,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상에 대해 확실히 아는 사람은 그런 것들을 보는데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므로 업을 쌓지 않게 됩니다.
맨몸으로 가다가 여러분들은 쇼핑할 때 무겁다고 하는데, 시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여러분들은 많은 업을 쌓아 갑니다. 이런 업장들을 모양으로 따진다면 화물차 열 대에 실어도 모자랄 것입니다. 마음 속에서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무상을 알면 편안하고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사람들은 (겨울에) 저에게 왜 옷이 많이 있는데 안 입느냐고 물어봅니다. 물론 춥습니다. 하지만 봄·여름·가을·겨울 옷이 많아지는 것도 괴로움입니다.
세상에 태어나는 목적
죽음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것이 또 번뇌를 없애는 것입니다. 안 태어나면 죽음도 없고 안 태어나기 위해서는 번뇌를 없애야 합니다. 티벳 사람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목적을 탐진치 밑에서 독립을 찾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나라 찾는 독립 같은 것은 영원한 독립, 진정한 독립이 되지 못합니다. 중국이건 한국이건 일본이건 티벳이건 장소는 상관없습니다. 큰 문제는 탐진치 밑에서 독립을 잃어 버리고 있다는 것이고, 만약 독립할 수만 있다면 죽음이나 괴로움을 전혀 받지 않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바 세계의 짧은 행복들은 영원하지 않고, 큰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탐진치를 없애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정진을 해야 하는데, 그 힘은 죽음·무상에 대한 생각에서 나옵니다. 여러분은 기도하거나 일할 때 쉽게 피로를 느끼는데,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전혀 피곤하지 않습니다. 이번 생에 죽음에 대한 벌을 바로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 그 대신 손가락 하나를 자르게 한다고 하면 그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손가락을 자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주사를 맞을 때 그 주사를 맞으면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기쁜 마음으로 주사를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큰 이익을 위해 작은 이익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죽음과 무상을 생각하면 집착도 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수행도 하고 기도도 하면서 깨닫고 싶어하는데, 행복의 뿌리와 원인을 모르고 있는 때가 많습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임금들이 얼마나 많은 재산과 힘이 있었습니까? 그렇게 재산을 모으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날 죽음이 찾아오면 매우 불안해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그냥 우리가 멍하니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사람이 와서 크게 때리면 놀라게 되는데, 뒤에서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을 알면 그다지 놀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죽을 때 그 마음이 다음 생을 받는데 매우 중요한데, 후회와 불안으로 죽으면 귀신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죽으면서 화를 내고 하면 사람을 해치는 귀신으로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태어나면서 자기의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며칠 전에도 대원사에 인천에 사는 일곱 살짜리 여자 아이가 왔습니다. 텔레비전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전생에 부처님하고 산책했던 것도 기억하고, 인도에 있는 많은 곳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수행을 열심히 하지 않는 스님이 있으면 “이 스님은 땡이다”라고 하고, 살고 있는 동네에 잘못된 일, 만일 어느 집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아내를 때리면 바로 말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죽을 때 마음이 매우 편안하고 정신을 한곳에 모으고 죽으면 전생을 기억하기가 매우 쉽다고 합니다. 보기를 들면, 우리가 잠자기 전에 내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야겠다 하고 자면 다섯 시에 바로 일어나서 어떤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죽을 때 그 마음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번 생에 많은 공부를 하지만, 어머니 자궁 속에 있으면서, 또 태어날 때 매우 고통스러워서 태어나고 나면 다 잊어 버리고 만답니다. 전생에 배웠던 공부를 낭비하는 것이지요. 죽을 때 매우 편안하게 죽을 수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남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편안하게 죽은 경우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미리 준비하면 이익이 많습니다.
죽을 때의 순서와 느낌
죽을 때 순서와 느낌이 있는데, 부처님께서도 밀교 가르침 안에서 자세히 말씀하셨습니다만, 저는 밀교 수행자의 처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라즈니쉬 글에도 죽음에 대한 글이 많이 있는데, 그 뿌리는 티벳 불교 안에 다 있는 것을 현대인에게 맞게 바꾼 것입니다.
우리는 깨닫기 위해 삼신을 얻어야 하는데, 삼신은 법신,보신,응신입니다. 보통 이것을 얻기 위한 방법은 잠잘 때,꿈꿀 때,일어날 때를 죽을 때,바르도 상태,태어날 때라고 생각하며 수행하는 것입니다. 티벳에는 생일이 없습니다. 저도 생일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생일을 만들어라,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저희는 잠 자려고 이부자리를 펼 때 시체가 된다고 생각하고, 잠들면 중음신 곧 바르도 상태라고 생각하고, 깨어날 때는 다시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부처님에게 물어 보았다고 합니다. 사람의 목숨은 몇 년이냐? 백 년이다, 팔십 년이다, 아니다, 오십 년이다, 이렇게 논쟁을 하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는 “목숨은 숨 들이쉬고 내쉬는 순간에 달려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만약 생일 케익을 따지자면 숨쉴 때마다 케익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 목숨은 매우 약합니다. 바람 속에 있는 촛불과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남을 도와 주어야겠다, 좋은 업을 쌓아야겠다’, 잠잘 때에는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일해서 기쁘다, 편안하다’고 생각하고 이불로 시체를 감는다고 생각하면서 잘 수 있습니다. 법신,보신,응신, 이 세 가지를 위해서는 잠자는 것도 수행이고, 이렇게 하면 우리는 밤낮없이 공덕을 쌓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고 안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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