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법정스님 미발표 원고 3편 공개

수선님 2021. 9. 12. 13:24
텅빈 지혜의 호수에 비친 ‘비구 법정’을 만난다

침묵…기존 작품 모세혈관
좌선…초심자 위한 친절함
불자의 도리…애잔함 배여

‘맑고향기롭게’ 1월호에
‘법정스님과 함께 떠나는
선지식 여행’도 선보여

법정스님은 평생동안 무소유와 청빈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깨웠다.

평생 ‘무소유’를 실천하며 우리 시대 참스승으로 깊은 울림을 주었던 법정스님. 스님의 육신은 11년 전 사라졌지만 스님이 생전에 남긴 법은 더 큰 울림으로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법정스님이 세운 불교시민모임 ‘맑고향기롭게’는 월간 소식지 <맑고향기롭게>를 통해 법정스님의 미발표 원고를 세상에 내놓았다. <맑고향기롭게> 1월호에는 법정스님이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직접 쓴 미발표 원고 ‘침묵’ ‘좌선’ ‘불자의 도리’ 등 3편을 수록했다.

법정스님의 맏상좌이자 맑고향기롭게 이사장인 덕조스님이 소장해 온 법정스님의 생전 원고들이다. 맑고향기롭게는 월간 소식지를 통해 매달 법정스님의 미발표 원고를 연이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10년간 불일암에서 수행정진하라’는 은사 스님의 가르침을 따른 덕조스님은 “40년 넘게 간직해온 법정스님의 미발표 원고를 한 장씩 넘기면서 ‘은사 스님의 뜻을 세상에 올바로 전할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맑고향기롭게 소식지를 통해 미발표 원고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맑고향기롭게> 1월호에 게재된 ‘침묵’은 기존에 발표된 ‘침묵에 대하여’의 모세혈관을 살필 수 있는 최초 원고다. 1984년 스님이 쓴 ‘침묵’은 우리가 보던 한 편의 글 뒤에 어떤 준비와 과정이 숨어 있었는지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도 담고 있다.

‘좌선’은 법정스님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좌선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스님은 선(禪)의 의미를 수시로 강조했지만 초심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원고 ‘좌선’에서는 초심자도 따라할 수 있는 선의 방법을 친절하게 소개해 놓았다. 법정스님은 중국 남송의 지각대사의 좌선 방법을 1973년 우리말로 쉽게 옮겨 전하면서 “내 한 몸만을 위해 해탈을 구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도 잊지 않았다.

‘불자의 도리’는 법정스님이 1984년 쓴 당부의 글이다. 정신없는 세상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불자들을 바라보는 스님의 애잔한 속뜰의 정경이 섬세하게 나타난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했지만 이번에 발표된 글에서 스님은 언제나 중생의 고통에 애간장을 태우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맑고향기롭게> 1월호에는 미발표 원고 3편을 비롯해 ‘법정과 함께 떠나는 선지식 여행’ 코너도 첫 선을 보인다. 법정스님이 1970년대 처음으로 번역한 뒤 2002년 다시 고쳐 옮긴 <화엄경> ‘입법계품’을 읽는 강독 여행이다.

맑고향기롭게 측은 “동국역경원 시절 다양한 경전을 옮기고 손본 스님의 번역 솜씨가 여지없이 드러난다”면서 “어린왕자를 연상케 하는 선재동자는 위없는 보리심을 실천하는 불가 최고의 구도자로, 그의 길을 따라가면 텅빈 지혜의 호수에 비친 비구 법정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차가운 불꽃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맑고향기롭게는 1월호부터 소식지를 전면 개편했다. 24절 서첩으로 제작해 한 달 동안 세워놓고 원고를 보고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종이를 낭비하지 않는 제본에다가 스테이플러와 화학풀, 화학약품 코팅 등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 친화적 제작 방식을 채택했다.

맑고향기롭게 이사장 덕조스님은 “은사 스님께서 살아계셨을 때 맑고향기롭게 소식지에 원고를 주셨듯이 달마다 새 글을 올려 맑고 향기롭게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어지러운 세상이 조금이나마 맑고 향기롭게 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3편의 미발표 원고 가운데 맑고향기롭게 이사장 덕조스님이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라며 추천한 ‘불자의 도리’ 원고 전문을 공개한다.

■ ‘불자의 도리’ 전문

법정스님의 친필 원고.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제 정신을 똑바로 차릴 줄 알아야 한다. 제 정신을 차리려면 자기 마음을 찾고 닦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 집 문단속은 잘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자기 마음은 단속할 줄 모르는 것 같다.

불자란 마음을 찾고 닦는 사람이다. 마음을 마음 밖에서 구하지 말라.

800년 전에 이 땅에서 수행한 보조스님은 <수심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부처를 찾아야 한다. 부처란 곧 이 마음인데, 마음을 어찌 먼데서 찾으려고 하는가?”

요즘 사람들은 옛사람보다 영리한 듯하지만 사실은 어리석어서 자기 마음이 참 부처인 줄 알지 못하고 자기 성품이 참 법인 줄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법을 저 멀리 있는 성인들한테서만 구하려 하고 부처를 찾고자 하면서도 자기 마음을 살피지 않는다.

만약 마음 밖에 부처가 있고 성품 밖에 따로 법이 있다고 고집하며 불법을 구한다면 이런 사람은 억만 년을 지내어도 불법은 꿈에도 보지 못할 것이다. 문으로 들어온 것은 집안의 보배가 아니라고 했다. 자기 마음을 알면, 끝없는 법문과 한량없는 진리를 저절로 얻게 될 것이다.

그럼 그 마음, 내 마음을 어디서 찾아 닦을 것인가?

순간순간 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한테서 찾고 닦아야 한다. 그래서 옛사람은 ‘이웃은 곧 내 복밭’이라고 했다. 시장 보는 일, 전화하는 일이 모두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바로 나의 복이 자라고 있는 복밭이다.

달마스님은 <관심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음을 살피는 이 한가지 법이 모든 행동을 다 거두어들인다.”

마음이란 모든 것의 근본, 곧 뿌리이므로 모든 현상은 순전히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다. 천당과 지옥도 이 마음에서, 행복과 불행, 선과 악도 이 마음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한 마음 먹는 것, 곧 한 생각이 중요하다.

임제스님의 말씀이 <임제록>에 이렇게 남아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부처를 구한다면 그는 부처를 잃을 것이다. 누가 도를 구한다면 그는 도를 잃을 것이다. 누가 조사, 큰스님을 찾는다면 그는 조사를 잃을 것이다.” 임제스님은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제쳐두고 어째서 따로 부처와 도와 큰스님을 찾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똑바로 찾고 올바르게 닦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마음이 가난해야 한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마음이 맑고 무디지 않다는 말이다. 분수 밖의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은 적게 가질수록 마음이 가벼워진다. 많이 가지면 그것이 우리 밝은 마음을 가린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어두워진다.

둘째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착이 있으면 도에 들어갈 수 없다. 집착은 집착의 대상에 자신을 얽어매는 일이다. 결국 나를 속박하게 된다. 그러니 무엇을 하든 그것을 하되 얽매이지는 말아야 한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늘 정진이 필요하다.

셋째 서원이 있어야 한다. 광명보살이 1000명 환자를 목욕시킨 일을 생각하라.

불자의 살림살이

불자의 생활은 순간순간, 하루하루 사는 일이 곧 마음 닦는 일이요 불자의 살림살이다. 중생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건지는 것이지 부처가 우리를 건져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못된 짓을 하면 저절로 더러워지고 착한 일을 하면 저절로 맑아진다. 깨끗하고 더러운 것은 내게 달린 것,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나를 깨끗하게, 더럽게 할 수 없다. 그러니 나쁜 생활습관이 있으면 지금부터라도 고쳐야 한다.

보조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심성, 곧 마음의 바탕은 물듦이 없어서 본래 저절로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이니, 다만 그릇된 인연을 여의면 떳떳한 부처니라.” 나무가 바르게 자라게 하기 위해 곁가지를 쳐내듯 우리 생활에서도 쳐내야 할 것은 쳐내야 바른 마음을 지킬 수 있다. 본래부터 천진한 우리 마음을 지키는 것이 제일가는 정진이다.



 

 

 

 

 

 

 

 

법정스님 미발표 원고 3편 공개 - 불교신문

평생 ‘무소유’를 실천하며 우리 시대 참스승으로 깊은 울림을 주었던 법정스님. 스님의 육신은 11년 전 사라졌지만 스님이 생전에 남긴 법은 더 큰 울림으로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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