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범스님

看經으로 反照 마음을 깨달아 성불 - 종범스님

수선님 2021. 10. 17. 11:41

[수행의 향기]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스님

“看經으로 反照하며
마음을 깨달아 성불하라”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스님은
당대를 대표하는 학승이다.

지난 5월9일
세 명의 스님에게
강맥을 전수하면서
교학을 공부하는 자세와 의미,
강사의 역할과
각오 등에 관해 설법했다.

평소 명쾌하고 설득력 있는 설법으로
명성이 높은 스님은
이날도 명법문으로
참석자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스님의 육성을
지면에 그대로 전한다.

“글자에 빠져
誦經에만 치우치면
총명은 얻어도 성불 못한다

講師는
三苦를 극복하고
깨달음 전하는
講學의 주인이 돼야”


전강(傳講)은
전법(傳法)과 다르지 않다.

부처님이 설법을 하시고
그 법을 계승 할 때
초기불교에는
교학(敎學) 선학(禪學)
율학(律學)으로 분리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교종, 선종, 율종이 따로 없었다.

부처님의 말씀을
잘 이해해서 실천하면
그것이 교학이고,
교를 언어로 이해하지 않고
마음으로 깊이 깨달으면 선학이며,
부처님의 법문을
행동으로 잘 닦아나가면
곧 율학이었다.

그래서 인도에는
선종 교종 율종이 따로 없었다.

이후 불교가 점차 발전 분리하면서
교종 선종 율종이 생겼다.
특히 동아시아에 와서
선학과 교학,
선문과 교문으로 분리됐다.

서산스님이
〈선가귀감〉에서
교문과 선문의 의미를 분리했으며,
그 보다 앞서
목우자 지눌스님께서
〈절요〉에서
교학자 선학자라고 명확하게 구분했다.

교학은
부처님의 경전을 통해서
마음을 깨닫는
인교오심(因敎悟心)이 핵심이다.

교(敎)에 의지해서
마음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교를 말로만 이해하면
송경(誦經)이 된다.

그저 경을 외우는
행위만 된다는 뜻이다.

송경은
초학자들이 하는 기본학습과정이다.

송경을 해서
경을 가까이하고
그 다음에는
간경(看經)을 해야 한다.

경을 본다는 것은
곧 고경(古鏡) 이다.

옛 거울에
자기마음을 비춰보는 것이
간경이다.

간경으로
자심(自心)을 반조하며
마음을 깨달아서 성불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선종에서도
자교오종(藉敎悟宗)
이라는 말이 있는데,
교에 의지하여
선의 종지를 깨닫는다는 것이다.

‘자교오종’
‘인교오심’이
바로 교문과 선문의 전통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일대소설(一代所說)이
전부 바탕이 되어있어야 한다.

교외별전(敎外別傳)이
나무에 달린 열매라면
일대소설은
열매를 맺게 해주는
밭 줄기 나무 잎 등이다.

즉 교가 있어야
교외별전이 되는 것이다.

교라는 문화 환경이 없으면,
교밖에 따로 전한다는 논리가
성립이 안된다.

교외별전과 일대소설은
긴장하고 대립하지만
결국은 협력관계다.

교외별전의 선기(禪機)가 있어야
경전을 더 깊이 알 수 있고
교문의 체계를 알아야
참선하고 견성하여
중생교화를 할 수 있다.

교외별전으로 깨달은 선사도
개당(開堂)해서
중생을 교화할 때는
반드시 경을 본다.

선사들을 보면
주장자 설법과
삼장(三藏)인용 설법
두 가지로 돼 있다.

주장자 설법은
교외별전으로 깨달은 내용이다.

주장자 하나 들어 보여
설법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입을 열었다면
경율론 삼장이다.

역대로 위대한 선사가
주장자 하나
손가락 하나로 설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보설(普說)로 설법하는 것이
선사의 가풍이다.

주장자로 시작해서
주장자로 끝을 맺지만
중간에 보설로 들어가면
일류강사보다
경전 인용을 더 많이 하고
엄청난 교학의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
이것이 불교의 전통이다.

선문을 가만히 보면
수많은 어록과 선전(禪典)이 있는데
교문의 내용이 전부 녹아있다.

이처럼
선이 있어야 교가 더 깊어지고
교가 있어야
선의 종지에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일대교설과
교외별전은 서로 보충 관계다.

서산대사의 〈선가귀감〉,
지눌스님의 〈절요〉,
더 올라가 의상대사의
〈법성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세계적인 저술이다.

또 원효스님의
〈화엄경소〉나
〈대승육정참회〉(大乘六情懺悔)
등은 그대로 선이고 교학이다.

한국에서 강의하는 분은
이들 저서를 꼭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놓치는 것이 있다.

중국서
선종을 크게 융성시킨 분이
육조혜능 선사인데,
육조가
오조 홍인선사에게
법을 받았다는 것만 알지
누가 혜능에게
법을 전해주었는지는 모른다.

육조는 나무 파는
더벅머리 총각시절
어떤 스님이 들려준
〈금강경〉을 듣고
환희심을 내고 발심했다고 한다.

이것이
경을 전하는 공덕이고
경을 전하는 임무다.

깨달을 수 있는
인연이 갖춰졌다 해도
혜능에게
금강경을 읽어준 사람이 중요하다.

그만큼
법을 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걸 놓치면 안된다.

경을 공부하다보면
글자에 빠질 수 있다.

강사들은
이 점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문자에 의지해서
실상을 못 보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송경에만 치우치면
총명은 얻지만 성불을 못한다.

처음에는 송경을 하지만
그 다음에는 간경을 해서
마음을 비추고. 성불해야 한다.

견성도 간경도
궁극의 목적은 성불하는 것이다.

그런데 견성해서
바로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증(修證)을 해야 한다.
닦아서 증득하는 것이 있다.

깨달음은 바로 되지만
범부가 성인되는 것은 금방 안된다.

목우자 스님께서
‘미오(迷悟)는 돈오(頓悟)다.
범성(凡聖)은
점수(漸修)다’라고 했다.

미혹한 자가 깨닫는 것은
단박에 되지만
범부가 성인이 되는 것은
점점 된다는 뜻이다.

지눌스님은
이를 얼음과 물로 비유했는데
얼음이 물로 되는 것은 금방 안된다.
얼음은 범부고 물은 성인이다.

얼음 그대로가
물이라는 것은 금방 깨닫는다.
하지만 얼음이
물이 되기 위해서는
서서히 녹여야한다.

얼음 그 자체가
온전히 물이지만
그 자체로는
밥도 해먹을 수없고
마실 수도 없다.

이처럼
범부가 성인되는 것은
금방 안되고
어리석음에서
깨달음은 금방 된다.

이것이 목우자의 가르침이다.

이를 서산이
그대로 이었으며
오대산 한암스님도
보조의 선풍을 이었다.

교를 전하는 것은
법의 등불을 상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

법을 전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덕이 있어야하는데
바로
자비심이 있어야 하고
인욕할 수 있어야 하며
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법화경〉 법사품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게 아주 중요하다.

강사는
공덕이 한량없지만
정말로 괴롭다.

절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강사의
큰 고통 세가지(三苦)가 있다.

첫째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고통이다.

강사란
남들보다 경을 먼저 본 것 뿐이다.
세월이 가면서
가르쳐야할 내용이 가득 쌓이는데
모르는게 너무 많다.

그런데 강사는
모르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
그 고통은 말도 못한다.
그러니
모르는 것 안 생기도록
미리 미리 공부해야 한다.

둘째,
안 배울려는 학인을 가르쳐야 한다.
옛날 선사들은
눈 속에 서서 팔을 잘라도
가르쳐 줄까 말까했는데
강사는
안 배우려는 사람에게도
가르쳐야 하니
이 또한 엄청난 고통이다.

세 번째,
강사는 강학에 매달리다 보니
행각(行脚)을 못한다.
선지식도 친견하고
도량도 돌보고 해야 하는데
평생 경만 보니
견문이 좁아질 수 있다.

그러니 이를
자비심과 인욕으로 극복해야
강학의 주인이 된다.

강사는
주인주(主)를
써서 강주라 하고
선사는
나그네 객(客)을
써서 선객이라 한다.

그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강사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
나의 스승이
나에게 걱정하며 당부한 것처럼
나도 여러분들에게
항상 정진하고
노력하라는 말을 전한다.

더불어 송경에 그치지 말고
간경해서 마음을 깨닫고
강설과 설법으로
부처님 법을 대신 받아서

육조혜능선사가
〈금강경〉 읽는 것을
듣고 깨달았듯
깨달음을 전하는
주인이 되기를 당부한다.


<사진설명>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스님(사진 오른쪽)은
“교를 말로만 이해하는
송경(誦經)에 그치지 말고
간경(看經)해서
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5월9일
서울 안암동 보타암에서 봉행된
종범스님 전강법회 장면.

■ 종범스님은


71년 홍법스님 강맥 이어
후학 양성 힘써온 대강백

종범스님은
한영스님, 운허스님, 홍법스님으로
이어지는
한국불교의 전통강맥을 이은
대강백으로
오랫동안 후학들을 양성해오고 있다.

1963년 양산 통도사에서
벽안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1년 통도사에서
홍법스님으로부터 강맥을 이어 받았다.

통도사 강원
강사와 강주를 역임했다.
1985년부터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1992년에는
중앙승가대 도서관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중앙승가대 제3대 총장과
사회복지법인 승가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포교사로서도 명성이 높다.

저서로
〈조계종사 자료집〉 등이 있다.
논문으로
‘조선시대 선문법통설에 대한 고찰’
‘조선 중.후기의
선풍에 대한 고찰’등 다수 있다.


[출처: 불교신문 2333호/ 6월9일자]

 

 

 

 

 

 

 

 

 

 

 

 

종범스님/看經으로 反照 마음을 깨달아 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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