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업)의 법칙
1. 카르마
카르마라는 말은 불교에서 말하는 업(業)의 원어로서 근래에 이르러 세계의 정신세계에서 널리 쓰이게 된 말이다. 산스크리트어(고대 인도의 방언 중 하나)의 ‘Karman’이 한역 불교경전에서 업(業)으로 번역됐고, 불교권 밖에서는 카르마(Karma)로 널리 쓰이고 있다.
세계의 ‘정신세계’에서는 이 카르마라는 용어가 의미있는 중요한 용어로서 널리 쓰여지게 되어가고 있다. 카르마의 기본적 의미는 ‘행위’, ‘행동’, ‘행동력’, ‘작용’, ‘제사’ 등을 뜻하는 말로서, 고대 인도의 사상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던 말이다.
이것이 불교사상의 체계 속에서 인과응보의 법칙을 낳고, 윤회전생 사상과 결부되면서 사람은 전생 때의 행위의 결과인 업보 즉 카르마를 해소하기 위해 이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며, 이세상에 태어나서는 전생에 원인이 있는 결과를 체험하게 된다는 관념이 형성됐다. 그런데 이제는 이 관념이 불교만의 것이 아니라 이세상과 저세상을 관통하는 대우주 보편의 법칙이고 우주적 진리라고 볼 수 있는 증거들이 속속 쌓여가고 있다.
불교 등의 종교적 문헌 속에는 옛날부터 저세상에서의 생활과 윤회전생담, 카르마의 법칙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 논증들이 실려있었지만 그것이 민담이나 설화 이상의 대접을 받지는 못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좀더 확대해서 쓰일 경우, 카르마의 법칙은 사람의 어떤 행위, 행동, 심지어는 한순간의 생각이나 감정, 입으로 하는 말마저 원인이 되어 그에 따른 결과를 치르게 된다는 심각한 인과응보의 법칙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현생의 이같은 행위는 내생으로도 이어져 인과응보를 낳게 된다.
윤회전생도 없고, 인과응보의 법칙도 없고, 카르마의 법칙도 없다면, 사람에게는 현생만이 유일한 삶이 되기 때문에, 사람은 현생만의 행복을 원하고 내가 죽은 다음의 일은 알 바 아니다하는 자기 본위의 인생만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사람은 윤회전생하는 존재라는 증거들이 속속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칼 융의 심리학, 트랜스퍼스널(초개인) 심리학 등의 개인을 넘어서는 보편적 의식을 다루는 심리학과 임사체험, 환생자들에 관한 조사, 유체이탈, 최면 전생 요법 등을 통한 수많은 경험적 증거들이 카르마의 법칙의 존재를 입증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자이며 정신과 의사인 스타니스라브 그로프 박사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많은 임상체험을 하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랜동안 관찰한 결과 나는 이 매력적인 연구분야(전생에 관한 연구)의 정당성을 확신하게 됐다. 전생이라는 현상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라는 것, 전생에 관한 지식이 우리의 갈등을 해결하고 현재의 인생을 더욱 좋은 것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그 하나의 사례로 제스라는 말기암 환자와의 경험을 이야기하겠다.
제스는 엄격한 가톨릭 집안의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카르마나 윤회전생에 관한 지식은 전혀 없었다. 그는 암과의 투병에 지치고 죽음이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서 나에게 치료를 받으러 왔다.
처음에 그는 주의를 자신의 인생의 생활태도에 대한 죄책감으로 돌리게 했다. 가톨릭의 교리를 굳게 믿는 그로서는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하고 요 몇 년 동안은 다른 여성과 동거생활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의 유도에 의해 최면상태로 들어가자, 그의 의식은 점점 심층으로 내려갔다. 전쟁 장면과 괴물의 모습, 시체들, 해골들, 썩어가는 장기 등이 흩어져 있는 음산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때에 거대한 불덩어리가 나타났다. 그러더니 모든 것을 불로 태워버리고 말았다. 다음 순간 육체는 소멸했지만 혼이 남아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거기는 신이 선행과 악행을 저울에 달아 따지는 죽은 사람을 위한 심판석이었다. 결국 선행이 악행보다 많았기 때문에 그는 자기의 무거운 짐에서 확실히 벗어났으며, 그 순간 하늘의 음악소리가 들려오면서 자기의 체험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그의 내부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고 한다.
‘네가 죽으면 육체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너는 구원받을 것이다. 너의 혼은 언제나 너와 함께 한다. 너는 지구로 돌아가 다시 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다음의 지구에서 네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네가 알 바 아니다.’
이런 체험을 한 결과 제스의 고통은 대폭으로 줄어들었으며, 윤회전생의 가능성을 믿게 됐다. 그리고 그 닷새 후에 그는 편안히 눈을 감았다.”
윤회전생이나 카르마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한 인물이, 죽음을 앞에 두고 내적인 탐구를 통해 카르마의 법칙을 확인하고, 그에 의해 깊은 평안을 얻었다는 사실은 감개무량한 일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카르마의 법칙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법칙이다. 남을 죽인 사람은 자기도 죽임을 당하는 응보를 받고, 봉사활동 등으로 선행을 쌓은 사람은 그만한 보상을 현생에서 받거나 다음 생에서 받게 된다는 간단한 원리이다.
이 원리를 전생과 현생, 내생으로 확대해서 적용하면 이 원리, 즉 카르마의 법칙은 전생으로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내생 수천 년에 걸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순풍에 돛단 듯이 수월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는 일마다 안되고 대인관계마다 삐걱거리는 사람도 있다.
전생최면 등의 방법을 통해 거슬러 올라가보면 어떤 한 전생에서의 어떤 행위가 카르마가 되어서 현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 에누리가 없다. 대차대조표가 딱딱 들어맞는다. 카르마의 법칙의 그물눈을 아무도 벗어나지 못한다.
카르마의 법칙의 무서운 점의 또 한가지는 현생에 저지른 카르마가 현생의 삶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질병, 사고, 사건 등이 개인의 카르마에 대한 응보로서 오는 일이 있나하면 집단의 카르마는 집단에 대한 응보로서 닥쳐오기도 한다.
카르마의 법칙에서는 저지른 행위 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배경을 이루고 있던 그 사람의 의식과 입으로 한 말도 문제가 된다. 카르마의 법칙을 매개하는 것은 비물질적인 에너지이다(氣라고 해도 좋다). 그 에너지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에너지여서 이세상, 저세상이라는 공간에도 제한을 받지 않고,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에도 제한을 받지 않고 작용한다.
같은 살인이라는 행위를 범할지라도 그 받는 카르마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가령 살인을 범해놓고 가해자가 조금도 반성을 안했다고 치자. 그래도 사람에 따라서 엄습해오는 카르마의 위력이 다르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피해를 받을 때의 의식이나 상념이 어떠했느냐에 따라서 가해자에게 미치는 카르마의 에너지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있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어떤 사람에게 암살을 당했는데 숨을 거두기 직전에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을 보면서 “용서해주어라”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인간으로서 나타낼 수 있는 최고의 ‘관용성’을 보여주면서 마하트마 간디는 숨을 거둔 것이다. 그 범인은 여느 살인범과는 달리 최소한도의 카르마의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카르마의 법칙의 또한 측면이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쓰는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일상생활 속에서 카르마의 법칙을 언급하는 말이다.
카르마의 법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정리하면 인간사회와 생활의 모든 면에 걸쳐서 카르마의 법칙의 작용이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거의 모든 면에 걸쳐서 사람의 의식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의식의 변화, 의식의 성장, 의식의 진화가 카르마의 영향을 피하는 해결책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카르마를 푸는 법-인연탈출법
A) 명상과 기도가 카르마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결국 카르마를 만들어내는 것도 사람이고 카르마를 푸는 것도 사람이다. 다만 카르마를 만들어내기는 쉽지만 카르마를 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카르마를 만드는 것도 의식이 하는 일이고 카르마를 푸는 것도 의식이 하는 일이지만, 의식을 바꾸거나 성장시키는 일이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명상과 기도를 열심히 하면 카르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B) 정신집중과 명상
카르마는 행위와 의식의 결과물이다. 행위를 할 때에 가졌던 의식은 잠재적 에너지가 되어서 마음 속에 저장된다. 이것이 카르마의 종자<바사나>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것이 죽은 다음에도 존속하는 영혼에 저장되어 있으면서 국가의 카르마, 집안의 카르마, 개인의 카르마가 되어서, 그 사람이 환생을 할 때에 그대로 새로운 육체로 전이를 하게 된다. 이것이 카르마가 돌고 도는 메카니즘이다.
이 카르마의 종자가 남성으로 태어날 것인가, 여성으로 태어날 것인가, 좋은 환경에 태어날 것인가, 나쁜 환경에 태어날 것인가, 질병의 종류와 유무, 능력의 종류와 우열 같은 것이 결정되는 요소가 된다.
아무리 나쁜 카르마, 아무리 많은 카르마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할지라도 누구나 영적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영적인 진화가 카르마를 해소하는 길이다. 영적인 진화, 정신적 진화의 근본은 자기의 부정, 에고의 부정을 통해 보다 높은 정신적 차원의 세계에 눈뜨는데 있다.
정신집중과 명상은 영적인 진화, 진아의 활성화, 불성의 현현을 달성하는 가장 좋은 수단의 하나이다. 개인의 카르마를 넘고, 집단의 카르마를 넘어 절대의 세계에 이르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명상이다.
3. 신불에 대한 기도가 카르마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신불에 기도해 카르마를 풀 때에 중요한 것은 기도 중에 경전을 외울 때에 그 목소리와 하나가 되는 일이다. 혹은 마음 속으로 외울 때에는 그 마음의 목소리와 하나가 되는 일이다. 그때에 자기부정이 일어난다. 그러면 신불의 파워가 더욱 보태져 일종의 삼매, 즉 신불의 파워와의 합일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한 순간의 일이건 몇 분간의 일이건 카르마를 넘어선 세계에 있는 순간이다. 그때에 카르마는 저절로 풀린다. 이런 기도의 상태를 자꾸 되풀이 하는 것이다.
'티벳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리도차제론]의 수행체계 / 김성철 교수 (0) | 2022.02.06 |
---|---|
한국 불교 속의 티베트 불교 (0) | 2022.01.09 |
티베트 불교의 수행법과 그 특징 (0) | 2021.12.12 |
밀라레빠를 전승하는 티벳의 무문관 수행자들- 독덴(Togden) (0) | 2021.11.28 |
티벳의 문화와 불교 역사 (0) | 2021.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