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
어떤 어려움을 당했을 때,
그것이 꿈인 줄 알면서도
막상 그 고통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 답변 >
지금 질문자가 제 입으로 꿈이라고 하질 않았소?
그 어려운 일들이 전부 꿈인 줄 알겠다고.
그러면 거기에 그 이상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소?
참으로 꿈인 줄 아는 사람이
그렇게 그 꿈 때문에 전전긍긍 하며
꿈을 떨치기가 어렵다느니 쉽다느니 그러겠소?
지금 꿈을 갖고 시비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오?
지환즉리(知幻卽離)라는 말이 있듯이
진실로 환인 줄 꿰뚫어 볼 수 있으면
그게 곧 여읜 것이라 했소.
몽땅 다 꿈인데
그것을 다 쓸어 없애고 털어버릴 이유가 뭐가 있냐는 말이오.
그러니
꿈이라고 아는 것과
참으로 꿈으로 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도 엄청난 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
기회 있을 때마다 하는 소리지만,
선지식들이 남기신 어떤 말씀을 들었거든,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진지한 자세로 참으로 깊이 참구해서
그 바닥을 사무쳐 다해야 하오.
그저 ‘꿈이라 카더라’ 정도로는
절대 이 길을 갈 수가 없소.
여전히 이 몸뚱이를
행위의 주체, 사고의 주체로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단이 벌어지는 거요.
이 육신은 주재자가 아니오.
의타기성(依他起性)이라,
다른 그 무엇인가로 말미암아 있는 거요.
자체로는 성품이 없소.
전부 그림자나 메아리와 같은 거요.
이 몸뿐만 아니라
목전에 펼쳐진 모든 유정, 무정의 것들이
다 마찬가지요.
이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하지만
그 말의 깊은 뜻을 참구하는 사람은
참으로 보기 어렵소.
그렇기 때문에
질문도 늘 같은 범주 내에서의 질문만 반복되는 거요.
있지도 않은 이 ‘내’가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고 편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결국 늘 그것 아니오?
어떡하면
어려움이나 고통 따위는 떨쳐버리고
편할 수 있는가가
질문자의 유일한 관심 아니오?
삼라만상이 몽땅 다 마음뿐이요,
마음 바깥엔 한 법도 없소.
전부다
내가
그렇다 해서 그렇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거요.
그러니
밖을 향해 탓할 일은
아무것도 없소.
[출처] 지환즉리(知幻卽離) // 대우거사|작성자 백산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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