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불교] 36. 禪의 경지에서 깨달음 증득
윤회의 탈출구는 색계 ②
싯다르타 태자, 색계에서 천안통 숙명통 얻어 정각 성취
싯다르타 태자는 12세 어린나이에 농경제에 참석했다가, 농부의 쟁기질로 꿈틀거리는 벌레, 쏜살같이 내려와서 그 벌레를 입에 물고 공중으로 날아가는 작은 새, 그 작은 새를 덥석 잡아채는 큰 새의 모습을 보고서 비감에 젖어 염부수 아래 앉아 명상에 잠긴다.
그 때 태자의 마음은 삼계 가운데 색계(色界)의 첫 단계인 초선(初禪)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그 후 29세에 출가하여 6년간 온갖 수행을 체험하다가 그 모두를 버리고 보리수 아래에 앉은 싯다르타 태자는 어린 시절 농경제의 기억을 되살려 선(禪) 수행에 들어간다.
선은 지(止)와 관(觀)을 함께 닦는 정려(靜慮)의 수행으로 ‘곰곰이(止, 靜) 생각하는 것(觀, 慮)’에 다름 아니다. 몸과 마음과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있는 그대로(如實)’ 보는 것이다.
농경제에 참석했던 싯다르타 태자가 알게 된 것은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생명의 세계였다. ‘고기 몸’의 비극이었다. 이를 회상할 때 태자의 마음이 색계 초선의 경지에 오른 이유는, 먹거나 먹혀야 하는 ‘욕계의 고기 몸’에 대해서 정나미가 떨어지는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고기 몸’을 갖고서 살아가야 하는 욕계의 가련한 중생들에 대한 자비의 마음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후대의 불교이론가들은 전자를 부정관(不淨觀), 후자를 자비관(慈悲觀)이라고 부른다. 초기불전에서는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을, 사범주(四梵住)라고도 부르는데, 색계인 범천(梵)의 세계에 올라서 머물게(住) 하는 네 가지(四) 마음자세라는 뜻이다.
고기 몸을 갖는 ‘욕계의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 바라고(慈),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悲) 마음이 지극할 때, 수행자는 색계 초선의 경지에 오른다.
욕계 중생에게는 남녀, 암수의 ‘성(Sex)’이 있으나 색계의 천신에게는 성(性)이 없으며, 욕계 중생은 ‘덩어리 밥(段食)’을 먹어야 하지만 색계의 천신은 ‘감각(觸食), 생각(思食), 인식(識食)’만을 먹고 산다고 한다.
스님들께서 이성(異性)을 멀리 하고, 음식을 절제하며, 엄중하게 계를 지키면서 사시는 것은 그 마음이 색계의 차원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윤회의 탈출구는 욕계를 벗어난 색계에 있다. 색계의 경지가 되어야 진정한 지관쌍운, 정혜쌍수가 가능하며, 연기(緣起)와 공(空)을 통찰하여 번뇌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
또 초기불전에서 사과(四果)의 성인을 구별할 때에도 그 기준은 ‘욕계의 탈출’ 여부에 있다. 예류과(預流果)의 경우 ‘극칠반(極七返)’이라고 하는데, 그 의미는 “윤회하면서 기껏해야(極) 일곱(七) 생만 욕계로 되돌아온다(返)”는 뜻이다.
그 이후에는 반드시 색계 이상의 경지로 오르는 불퇴전의 경지다. 일래과(一來果)는 ‘내생에 한(一) 번만 욕계로 오고(來), 그 이후에는 색계 이상으로 오르는 성자’를 의미한다. 불환과(不還果)는 ‘죽은 후 다시는 욕계로 돌아오지(還) 않고(不), 색계 이상으로 오르는 성자’를 의미한다.
그리고 아라한은 ‘모든 번뇌를 끊었기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 성자’다. 그 마음이 윤회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삼계를 탈출한 것이다.
보리수 아래 앉은 싯다르타 태자는 농경제의 기억을 되살려 삶과 죽음, 생명과 세계의 정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는’ 선 수행에 들었고 색계 제4선의 경지에서 깨달음이 열렸다고 한다. 제4선이란 호흡이 잦아들고, 전생이 모두 회상되는 경지다. 숙명통이다.
이어서 다른 생명체의 전생과 내생을 짐작하는 천안통이 열리고, 새벽이 되어 모든 번뇌가 사라진 누진통이 열리면서 부처님이 되셨다. 이 역시 색계의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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