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心)
心爲法本 心尊心使 中心念惡 卽言卽行 罪苦自追 車轢于轍
심위법본 심존심사 중심염악 즉언즉행 죄고자추 거력우철
<법구경>
마음은 모든 것의 근본이 되며
마음이 주인이 되어 마음이 시키나니
마음으로 악한 일을 생각하면
그 말과 그 행동이 곧 악하게 되어
허물과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마치 수레의 자국이 수레바퀴 뒤에 남듯이.
해설 ; 이 글은 법구경의 첫 구절이다. 법구경은 남방의 팔리어 본으로는 서력기원전 4세기 내지 3세기에 편집된 상좌부 계통의 경전이다. 5니까야의 하나인 소부(小部)경전 중에 속한다. 그리고 북방의 한역 법구경은 서기 1세기 내지 2세기경에 법구(法救)스님이 편집한 것인데 서기 224년 축장염(竺將焰)에 의해 한역되었다.
대승경전이 대체적으로 불멸 5~6백년 경에 많이 편찬된데 대해 이 법구경은 매우 일찍이 성립된 경전 중에 하나다. 부처님에 대한 관점이 아주 소박하다. 부처님이 백호상(白毫相)에서 무한한 광명을 나타내는 등의 일로 신격화하는 대승경전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오직 진리를 깨달으시고 그것을 가르치는 교사(敎師)와 같은 분으로 비춰진다. 번쇄한 이론으로 형이상학적 문제를 펼쳐가는 대승경전과 같은 내용이 전혀 없다. 오로지 깨달음을 향한 실천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대·소승이나 남·북방의 어느 입장을 보더라도 이 경전은 가장 오래된 초기의 경전이다.
초기경전의 그 첫 구절에서 마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설명도 대승불교의 이론이나 선불교에서 마음을 설명하는 것이나 하나도 다를 바가 없음에 주목해야한다. 불교는 교리적으로 어떤 가르침을 말하더라도 그 근본은 모두가 마음에 두고 있다. 기신론(起信論)에서 네 가지의 믿음을 드는데 불·법·승 삼보(三寶)와 진여(眞如)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진여가 근본이다. 진여는 곧 마음이다. 최고의 대승경전인 화엄경(華嚴經)의 중심사상도 일심(一心)이다. 일체가 오직 이 마음으로 이루어졌다[一切唯心造].는 가르침은 화엄경의 사구게다.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도 별것이 아니다. 오로지 이 일심(一心)을 전하기 위해서다. 세존이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보인 것도 바로 이 마음을 들어 보인 것이다. 구지화상이 손가락을 세워 보인 것도 실은 이 마음을 세워 보인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청매(靑梅,1548-1623)조사는 어떤 경전을 공부하더라도 마음에 돌이켜 비춰보지 않으면 이익이 없다[心不返照 看經無益]고 하였다. 불교의 가르침은 시종일관 이 마음이 마음을 설명하여 마음을 깨닫게 하는 마음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법구경에서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내용은 대승경전이나 선불교에서의 가르침처럼 너무 광범위하거나 지나치게 깊거나 형이상학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지극히 소박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곧 실천하고 활용할만한 범위 안에서 말하고 있다. “마음은 모든 것의 근본이 되며 마음이 주인이 되고 마음이 모든 것을 시킨다. 그래서 마음으로 악한 일을 생각하면 말과 행동이 곧 악하게 되어 허물과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비유하자면 마치 수레의 자국이 수레바퀴 뒤에 남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마음은 모든 것의 근본이 되며 마음이 주인이 되고 마음이 모든 것을 시킨다. 그래서 마음으로 선한 일을 생각하면 말과 행동이 곧 선하게 되어 행복과 즐거움이 뒤따르게 된다. 비유하자면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아주 순수한 인간미 넘치는 가르침이다. 귀에 속속 들어온다. 초기 경전은 대개 마음을 설명하더라도 이와 같이 바로 실천하고 싶도록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가깝게 설명하였다. 불교가 대승불교, 선불교로 발전하면서 그와 같은 소박한 가르침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에 일심에 뿌리를 두고 심오하고 광범위하고 현학적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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