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가장 큰 이익이고 열반은 최상의 행복
감각적 욕망 집착한 빠세나디 왕
붓다의 충고를 듣고 건강 되찾아
붓다도 출가전 감각적 욕망 즐겨
출가 후 감각적 욕망·갈애 제거
마음이 고요한 상태 머물게 돼
건강과 열반은 출가자와 재가자
대중 모두가 완성해야 할 이상
세상에 얻기 어려운 것 많지만
가장 얻기 어려운 것이 ‘병 없음’
붓다시대 꼬살라 국의 빠세나디(Pasenadi) 왕은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는 대식가였다. 그는 매끼마다 쌀 두 되 반으로 밥을 지어 엄청난 양의 고기반찬과 함께 먹었다. 어느 날 빠세나디 왕은 음식을 배불리 먹고 붓다의 설법을 듣기 위해 제따와나를 방문했다. 그는 붓다의 설법 도중에 식곤증에 시달려 큰 몸집을 앞뒤로 흔들며 졸고 있었다.
붓다는 왕의 이런 모습을 보고, 왕에게 앞으로는 매끼니 때마다 쌀을 한 홉씩 줄여 밥을 짓고, 식사 때 마지막 밥 한 숟갈을 남기는 습관을 들여 식사량을 줄여 나갈 것을 권했다. 그 뒤 왕은 붓다의 충고를 받아들여 먹는 양을 조금씩 줄여나갔고, 나중에는 크게 배고픔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왕의 몸은 가벼워졌고 예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졌다.
왕은 기뻐서 붓다를 찾아뵙고 자기는 요즘 식사량을 줄여 건강이 좋아졌으며, 이제는 졸음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붓다는 “대왕이여, 건강은 실로 으뜸가는 이익이고, 만족은 가장 큰 재산이며, 또 가까이 믿을 만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친척과 다름없으니 보배라고 할 만하고, 열반이야말로 최상의 행복입니다”라고 설했다. 그리고 붓다는 다음의 게송을 읊었다.
건강은 가장 큰 이익이고,
만족은 가장 큰 재산이며,
신뢰는 가장 귀한 친척이고,
열반은 최상의 행복이다.(Dhp.204)
위 게송과 비슷한 내용이 ‘맛지마 니까야’의 ‘마간디야-숫따’(MN75)에도 설해져 있다. 이 경을 설하게 된 배경은 ‘마간디야(Māgandiya)’라는 외도 유행자가 붓다를 ‘존재의 파괴자’라고 비난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들의 성전에서는 여섯 감각기능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천명한다. 즉 여섯 감각기능을 발전시키고 성장시켜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고 듣지 못한 것을 듣게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붓다는 정반대로 여섯 감각기관을 단속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붓다를 ‘성장을 파괴하는 자’ 혹은 ‘존재의 파괴자’라고 비난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떤 바라문의 사당에서 붓다와 마간디야 유행자가 만나게 되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환담한 다음, 붓다는 먼저 마간디야 유행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간디야여, 눈은 형상을 좋아하고 … 귀는 소리를 좋아하고 … 코는 냄새를 좋아하고 … 혀는 맛을 좋아하고 … 몸은 감촉을 좋아하고 … 뜻은 생각을 좋아하고 생각을 기뻐하고 생각을 즐긴다. 그것을 여래는 길들이고 지키고 보호하고 단속했다. 그것을 단속하기 위해 법을 가르친다. 마간디야여, 그대는 이것을 두고 말하기를 ‘사문 고따마는 성장을 파괴하는 자이다’라고 했는가?”
“고따마 존자시여, 참으로 그것을 두고 저는 ‘사문 고따마는 성장을 파괴하는 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저희들의 경전에 그와 같이 나타나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외도 유행자 마간디야는 여섯 감각기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붓다는 여섯 감각기관을 단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붓다 자신의 경험담을 들어 외도 유행자에게 말했다.
“마간디야여, 내가 전에 출가하기 전에는 다섯 가지 감각적 욕망을 갖추고 완비하여 즐겼다. … 그런 나는 나중에 감각적 욕망의 일어남과 소멸과 달콤함과 재난과 벗어남을 있는 그대로 알아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를 제거하고 감각적 욕망에 대한 열병을 없애고 갈증이 사라져 안으로 마음이 고요한 상태로 머물렀다.”
이 경에 따르면 붓다도 출가하기 전에는 감각적 욕망을 즐겼다. 그러나 출가하여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를 제거함으로써 마음이 고요한 상태가 되었다. 그 이후로는 감각적 욕망에 탐닉하는 중생들을 보아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감각적 욕망에 의한 즐거움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기쁨으로 충만해 있었기 때문이다.
외도 유행자가 여섯 감각기능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곧 감각적 욕망에 탐닉하는 것을 의미한다. 붓다는 마간디야 유행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건강은 가장 큰 이익이고,
열반은 최상의 행복이다.
불사(不死)로 인도하는 길 가운데
팔정도가 최고로 안전하다.(MN.Ⅱ.508)
‘법구경’에 나타난 게송과 ‘맛지마 니까야’에 나타난 게송을 비교해 보면, “건강은 가장 큰 이익이고(ārogyaparamā lābhā), 열반은 최상의 행복이다(nibbānaṃ paramaṃ sukhaṃ)”는 두 구절은 동일하고 나머지는 약간 다르다. ‘법구경’에서는 “만족은 가장 큰 재산이며, 신뢰는 가장 귀한 친척이다”고 했다. 재가자의 삶에서 재산과 친척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반면 ‘맛지마 니까야’에서는 “불사(不死)로 인도하는 길 가운데 팔정도가 최고로 안전하다”고 했다. 이것은 마간디야가 출가자였기 때문이다.
건강과 열반은 출가자와 재가자 모두가 완성해야 할 이상이다. 빨리어 아로갸(ārogya)는 ‘건강’보다는 ‘병 없음[無病]’이라는 뜻에 더 가깝다. 이 세상에서 얻기 어려운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얻기 어려운 것이 ‘병 없음’이다. 이 세상에서 건강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최근 필자도 의사로부터 곧바로 입원해야 할 사정이라는 통보를 받고, ‘병 없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더 절감하게 되었다. ‘병 없음’은 축복 중에 축복이다. 건강할 때 해야 할 일을 성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518 / 2019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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