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증일아함경 서품(序品)
일곱 번째 신선인 능인(能仁)께 귀의하옵고
현성(賢聖)의 위없는 법 연설하리라.1)
나고 죽는 긴 강에서 헤매고 있을 때
세존께서 뭇 중생들 구제하셨네.
우두머리 가섭(迦葉)과 저 많은 스님들이며
한량없이 많이 들어 아는 현철(賢哲)하신 아난은
열반[泥曰]하신 선서(善逝)의 사리를 받들고
구이국(拘夷國)2)에서 마갈(摩竭)3)에 이르셨다.
가섭은 단정히 앉아 4등(等)4)을 사유하기를
'이 중생들 이제 다섯 갈래의 길에 떨어지리라
정각(正覺)께서 도를 펴다 지금 세상을 떠나셨으니'
그분의 묘한 교훈 생각하며 슬프게 눈물 흘렸네.
가섭은 사유하였네, '근본이 되는 저 바른 법을
어떻게 해야 널리 펴서 세상에 오래 있게 할까?
가장 높은 분께서 갖가지로 설법하신 가르침
그 모두를 가져 지니고 잃지 않게 하리라.
그런데 지금 누가 그런 힘있어
곳곳마다의 인연들 온갖 법을 모을 수 있을까?
지금 이 대중 속에 지혜로운 선비로는
어질고 착한 아난이 한량없이 많이 들었다.'
이내 건추(?椎)를 울려 사부대중 모으니
대중은 비구 8만 4천 명
모두들 아라한으로 마음의 해탈[心解脫]을 얻고
결박을 벗어나 복밭[福田]이 되는 이들.
가섭은 세상을 가엾이 여겼기에
존경하는 스승께서 과거에 하신 말씀 기억해냈네.
'세존께선 아난에게 법을 물려주시면서
널리 법을 펴 세상에 오래 머물게 하길 바라노라 하셨다.'
"어떻게 해야 차례대로 근본을 잃지 않고
3아승기(阿僧祇) 세월 동안 모아온 법보(法寶)
후세의 사부대중들로 하여금 그 법을 듣게 하고
듣고 나선 곧바로 온갖 고통 여의게 할까?"
아난이 사양하기를, "저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모든 법은 너무나 심오하고 그 종류도 많은데
어찌 감히 여래의 가르침을 분별할 수 있겠습니까?
불법(佛法)의 공덕은 한량없는 지혜입니다.
지금 존자 가섭만이 감당할 수 있으므로
부처님께서 어른께 법을 부촉하셨습니다.
대가섭이시여, 이제 중생들을 위하소서
여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 자리 반을 나누어주지 않았습니까?"
가섭이 대답하기를, "비록 그렇기는 하나
나는 늙고 쇠약해 잊어버린 게 많다네.
그대는 모두를 기억하는 지혜의 힘이 있으니
법의 근본을 세상에 항상 머물게 할 수 있으리라.
내게는 세 가지 깨끗한 눈5)이다.
또 남의 마음 아는 지혜도 있다.
가지가지 종류의 온갖 중생들 중에
존자 아난보다 나은 이는 없다."
범천이 내려오고 또 제석천과
세상을 보호하는 사천왕과 모든 하늘들 내려왔네.
미륵(彌勒)도 도솔천에서 와 집회(集會)에 참석했으니
그렇게 모인 회중 몇 억인지 셀 수 없었네.
5) 육안(肉眼)·천안(天眼)·혜안(慧眼), 이 세 가지를 말한다.
미륵·범천·제석과 또 사천왕들
모두 다 합장하고 이렇게 아뢰었네.
"일체 모든 법이신 부처님께서 인가한
아난은 우리 법의 그릇이십니다.
만일 그 법을 보존하려하지 않으신다면
그것은 곧 여래의 가르침을 파괴하는 것
원컨대 중생 위해 법의 근본을 보존하여
온갖 위험·재앙·어려움으로부터 구제하소서.
스승이신 석가 세상에 출현하여 그 목숨 너무도 짧았지만
육체는 비록 가셨어도 법신(法身)은 남아 있네.
마땅히 법의 근본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하니
아난이여, 사양치 말고 지금 설법하소서."
가장 높으신 가섭과 성중(聖衆)
미륵·범천·제석과 사천왕 등
간절히 청하였네, "아난이여, 이제 설하소서
여래의 가르침이 사라지지 않게 하소서."
아난은 인자하고 온화하게 4등(等)을 갖추고
미묘한 사자후(師子吼)에 마음을 기울이고는
사부대중을 돌아보고 허공을 바라보며
가눌 길 없이 슬피 울며 눈물 흘렸네.
이내 광명 떨치더니 화열(和悅)한 얼굴빛으로
두루 중생을 비추니 마치 떠오르는 해와 같았네.
광명을 본 미륵(彌勒)과 제석(帝釋)과 범천(梵天)
합장하고 공경을 다해 위없는 법 듣기를 희망했네.6)
사부대중은 고요하고 전일(專一)한 마음으로
법을 듣고자 그 마음 어지럽지 않게 하였고
존장(尊長) 가섭(迦葉)과 성중(聖衆)들
똑바로 바라보는 눈 깜짝이지도 않았네.
그 때 아난이 설하였네, "한량없이 많은 경을
누가 잘 갖추어 한 덩어리로 만들 수 있을까?
내 이제 마땅히 세 가지로 나누어
열 경(經)을 세우고 한 게(偈)로 만들리라.7)을 3장(藏)이라 하셨다.
계경(契經)이 그 1분이고 율(律)이 2분이며
또 아비담경(阿毘曇經 )이 3분이라.
과거의 세 부처님도 모두 셋으로 나누어
계경과 율과 법(法)8)
계경을 이제 네 가지로 나누리니
첫째9)는 증일아함(增一阿含), 둘째는 중아함(中阿含)이며
셋째는 장아함(長阿含)인데 영락(瓔珞)이 많고
맨 뒤의 잡아함(雜阿含)이 넷째가 되느니라."
존자 아난은 이렇게 생각하였네
'여래의 법신(法身)은 무너지지 않고
세상에 항상 있어 끊어지지 않으며
하늘과 사람들은 법을 듣고 도과(道果)를 이루리라.
혹은 한 가지 법이 있는데 그 법은 뜻이 깊고
갖기도 어렵고 외우기도 어려우며 기억할 수도 없네.
나는 이제 마땅히 한 가지 법의 진리를 모아
하나하나 서로 따르게 하여 차례를 잃지 않게 하리라.
또는 두 번째 법이 있어 두 번째로 나아가고
세 번째 법이 있어 세 번째로 나아가 구슬을 꿰듯 하며
네 번째 법 있어 네 번째로 나가고 다섯 번째도 그러하며
다섯 번째 법 다음엔 여섯, 여섯 번째는 다음 일곱으로 이어가리라.
여덟 번째 법의 뜻을 자세히 설하고 그 다음엔 아홉 번째
열 번째 법, 그리고 열에서 열 하나로 이어가리라.
이렇게 하면 법보를 끝끝내 잊지 않고
또한 항상 세상에 있어 언제나 존재하리라.'
아난은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였네.
'사부대중들 도(道) 닦을 마음을 내고
또한 저 일체 중생들
저들도 굳게 믿어 조금도 의심하지 않으니
이런 모든 법을 모아 일분(一分)으로 삼으리라.'
미륵은 훌륭하다 칭찬하며 말하였네
"열반으로 나아가는 그 마음 깊고 넓어
혹 어떤 법들은 번뇌[結使]를 끊고
혹 어떤 법들은 도과(道果)를 이루리라."
아난이 말하기를, "그것은 어떤 것인가?
나는 여래께서 이런 법 설하심을 보았지만
또한 여래로부터 직접 듣지 못한 것도 있으니
그런 법에 어찌 의심이 없겠는가?
만일 내가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니
미래의 중생에게 거짓말이 되리라.
이제 모든 경에 '이와 같이 들었다' 하고
부처님께서 머무신 성과 국토를 밝히리라.
건답화성(乾沓和城)20)과 구시성(拘尸城) 등에 계셨으며
만일 경을 연설한 곳 알 수 없을 경우에는
그 으뜸인 사위성(舍衛城)에 계셨었다 하리라.
내가 들은 것은 어느 한 때의 일로서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시면서 제자들과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착한 업을 닦으셨으니
그 곳은 급고독(給孤獨) 장자가 보시한 동산이었네.
그 때 부처님께서 대중들 속에서 비구들께 말씀하셨다.
마땅히 한 법을 닦아 마음을 전일(專一)하게 가지고
한 법을 생각하여 방탕하지 말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한 법인가 하면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이다.
법 생각과 승가 생각과 계율 생각과
보시 생각과 버리려는 생각, 그리고 하늘 생각이며
호흡이 들고남을 생각하고 몸을 생각하며
죽음을 생각하여 어지럽지 않게 함 등 열 가지 생각이다.
이 열 가지 생각에 다시 열 가지가 있는데
그것들은 높은 제자에게 설명하셨다.
처음에는 구린(拘?)21)을 교화해 참다운 불제자 만들고 최후의 작은 이는 수발(須拔)22)이었다.
이러한 방편으로 한 법을 깨닫고
둘은 두 법에서 셋은 세 법에서 깨달으며
넷·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열
열 한 법을 모두 깨달아 알지 못함이 없으리라.
하나에서 하나 더해 모든 법에 이르니
이치가 풍부하고 지혜는 넓어 끝이 없으며
하나하나 경의 뜻도 또한 심오하나니
그러므로 『증일아함(增一阿含)』이라 이름한다.
이제 살펴보면 한 법도 밝게 알기 어렵고
가지기도 어렵고 깨닫기도 어려워 밝힐 수가 없으니
비구가 스스로 공덕의 업(業)을 자칭한다면
이제 그를 제일 높은 제자[尊弟子]라 하리라.
비유하면 옹기장이가 그릇을 만들 적에
마음대로 만들어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처럼
그와 같이 증일아함의 법은
중생의 교화에 아무 차별이 없다.
불경은 미묘하고 매우 심오(深奧)하여
번뇌[結使]를 없앰이 흐르는 강물 같네.
그 중에서도 이 증일아함이 최상이 되나니
세 가지 눈 맑게 하고 세 가지 때 없애준다.
전일(專一)한 마음으로 이 증일아함 가지면
그것은 곧 열반의 길을 모두 가지는 것이요
설령 금생(今生)에 번뇌를 다하지 못한다 해도
후생에는 곧 큰 재주와 지혜 얻으리라.
만일 이 경권(經卷)을 쓰고 베끼는 사람에게
비단 천으로 만든 꽃과 일산 공양하는 이 있으면
그 복은 한량없어 헤아릴 수조차 없으리니
이 법보(法寶)는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온 땅이 크게 진동하고
하늘에서 꽃과 향이 내려와 무릎까지 쌓이며
하늘들은 허공에서 장하다고 칭찬하고
부처님이 하신 말씀 다 따라야 한다 하였네.
계경(契經)이 제1장(藏)이고, 계율이 제2장이며
아비담경(阿毘曇經)이 제3장이라네.
방등(方等 : 毘佛略)엔 이치 그윽하고 깊으며
그 밖의 모든 경은 잡경(雜藏)이라 말한다네.
부처님 말에 편히 머물러 끝내 달라지지 않고
인연의 근본과 끝을 다 그대로 따르네.
미륵과 모든 하늘 다 훌륭하다 칭찬하고
석가모니의 경을 오래 보존하라 하였네.
미륵은 곧 일어나 손에 꽃을 받들고
기뻐하며 그것을 아난에게 뿌리니
이 경은 진실로 여래의 말씀이라
아난으로 하여금 도(道) 이루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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