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스님의 아함경 강의·법담법화

21. 잘못된 세계관이 미치는 영향

수선님 2022. 11. 6. 14:26

“코로나 감염이 업 때문이라는 건 잘못된 견해”

전염병은 신의 뜻 아니며 그냥 생명현상이고 진화의 한 과정일 뿐
코로나19로 인해 그릇된 세계관이 악영향 주는 것 더욱 확연해져
일부 불자들 바이러스 창궐 인간의 업이라는데 공감하는 건 잘못 

불교의 우주관과 세계관을 표현한 인도의 ‘산치대탑’ 남문. 기원전 3세기 아쇼카왕이 조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인도의 중부 마드야 프라데쉬주의 수도 보팔 근처 북부 46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잘못된 세계관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잘못된 세계관이 이 사회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관이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말한다. 사전에서는 세계 전체의 의미와 가치 등에 관해 가지는 철학적 견해라고 풀이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이 세계는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계관에 따라 인간의 삶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생관이라고도 부른다.

기원전 6세기 붓다시대의 종교사상가들은 인간의 길흉화복의 원인을 다섯 가지 종류의 세계관으로 설명했다. 이른바 자재화작인설(自在化作因說), 숙작인설(宿作因說), 결합인설(結合因說), 계급인설(階級因說), 우연기회인설(偶然機會因說) 등이다. 그 중에서 자재화작인설, 숙작인설, 우연기회인설이 당시의 사람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붓다는 이들의 주장은 모두 잘못된 견해라고 비판했다.

첫째, 자재화작인설은 존우화작인설이라고도 하는데, 정통 바라문이 주장했던 것이다. 이 세계와 인간의 운명은 모두 범천(梵天)이나 자재천(自在天) 등의 최고신이 창조했다는  창조론이다. 즉 모든 것은 신(神)의 의지에 좌우된다고 해서 신의론(神意論)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유일신을 믿는 종교에서 주장하는 교리와 거의 같다. 신의론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일은 우리의 의지나 노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고, 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의지가 인정되지 않는다. 또 거기에는 인간 완성을 위한 교육이나 수행도 불필요하다고 한다. 또 의지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선악의 행위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도 물을 수가 없게 된다. 모든 것은 신의 뜻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숙작인설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받는 행복이나 불행의 운명은 모두 우리가 과거세에서 행한 선악업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며, 인간의 일생에 있어서의 운명은 전생업의 과보로서 우리가 태어날 때에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선악의 행위를 하고 노력을 기울여도, 그것은 내세의 운명을 규정하는 원인은 될 수 있을지언정 현세의 운명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일종의 숙명론(宿命論)이다.

셋째, 우연기회인설은 무인무연설(無因無緣說)이라고도 하는데, 이른바 우연론(偶然論)이다. 우연론에 따르면, 인간의 운명은 인과업보의 법칙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며, 또 신의 은총이나 징벌에 의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선한 일을 해도 불행하게 되고, 악한 일을 해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듯이, 인간의 화복은 일정한 원인이나 조건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우연히 일어나는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요컨대 세 가지 견해, 즉 모든 것은 신의 뜻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는 신의론, 모든 것은 과거의 업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숙명론, 모든 것은 우연의 소산이라고 보는 우연론은 인간의 자유의지나 노력을 부정하는 외도들의 세계관이다. 붓다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잘못된 견해라고 비판했다. 붓다는 이 세계와 인간의 길흉화복은 원인과 조건에 따라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고 가르쳤다. 이것이 바로 붓다의 연기법(緣起法)이다.

붓다는 그들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증거로 인간이 겪는 느낌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즉 사람이 어떤 느낌을 경험하는 것은 신이 창조한 것도 아니고, 전생의 행위에 기인한 것도 아니며, 원인과 조건 없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현재 인간이 겪고 있는 즐거운 느낌이나 괴로운 느낌이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을 경험하는 것은 신의 뜻도 아니고, 과거의 업 때문도 아니며, 우연히 생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이 경험하는 느낌은 어떤 원인과 조건에 의해 일어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부 잘못된 신관(神觀)을 가진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것은 신의 뜻이라거나 신의 저주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고는 기원전 6세기 종교인들이 가졌던 생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상징 언어로 기록된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고 과학지식을 외면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또 이들은 신을 믿는 사람에게는 바이러스가 침입하지도 않고, 설령 침입했더라도 신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신과 인간도 구별할 줄도 모르고, 신의 뜻도 알지 못한다. 전염병의 창궐은 신의 뜻과는 무관하다. 바이러스의 창궐과 소멸은 오직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이며 진화의 한 과정일 뿐이다.

한편 일부 불교도 중에서도 바이러스의 창궐을 인간이 저지른 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인간이 자연을 훼손시킨 영향으로 생태계의 파괴와 기후변화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그 사람의 업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견해다. 바이러스는 선인과 악인을 구분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아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와 접촉함으로써 감염되기도 하고, 또 감염되었다 할지라도 자신의 면역기능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이 곧 붓다가 설한 연기법인 것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 혹은 전염병 창궐은 인간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러한 것은 하나의 자연현상일 뿐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말라고 신이나 불보살에게 빈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그로 인해 생명을 잃은 사람은 그 사람의 업 때문도 아니다. 바이러스는 의도나 목적의식 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인간의 행위, 즉 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저 자연현상에 불과하다. 그 사람의 업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보는 것은 신의 뜻에 따라 인간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하는 신의론이나 인간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하는 숙명론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이러한 견해는 붓다의 가르침에 위배된다. 지금은 이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개인위생을 철저히 함과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무쪼록 모든 사람들이 이 위기를 잘 극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530호 / 2020년 3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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