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왕자의 탄생
가. 마야부인의 태몽
1. 이크슈바크 왕의 후예로서 견줄 데 없는 석가족,
해와 달과 같이 뭇사람이 우러러보는
바르고 깨끗한 정반왕이 계셨다.
2. 제석천에 비등할 그에겐 걸맞는 비(妃)가 있어
대지 같이 어젓하고 연꽃같이 아름다워
비할 데 없는 마야신 같으시니
마하마야라 이름하였다.
4. 수태에 앞서 잠이 들 때
꿈속에 흰 코끼리가 몸 속으로 들어오니
모습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5. 천녀와 같은 왕비 마야는
길상의 씨를 받아들였으니
노곤함도 없고 근심도 없이
청정하여 더러움 없는 고요함 속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더라.
나. 룸비니 동산의 탄생
6. 온갖 종류의 나무가 우거진 룸비니 동산
짜이트라라타의 낙원 같이 즐거운 숲
명상하기 좋은 한적한 곳을 원하여
그 곳으로 가서 머물고자 왕에게 청했다.
8. 왕비는 저 길상의 동산에서
산기가 온 것을 알아차리고
수많은 시녀들의 축복을 받으며
가리개를 펼쳐 놓은 침상으로 갔다.
9. 그리하여 푸슈야 성좌가 나타났을 때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 왕비는 겨드랑이로
괴로움도 없고 병도 없이
세계를 이롭게 할 왕자를 낳으셨다.
10. 우루왕은 다리로부터, 무리투 왕은 팔로부터
인드라 신과 같은 만다트리 왕은
정수리로부터 태어났으나,
카크시바트 왕은 겨드랑이로부터 태어났으니
왕자의 탄생도 그와 같았다.
11. 겨드랑이로부터 내어난 왕자의 몸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과 같았으니
생문(生門)으로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겁(劫)을 닦은 왕자는
일체를 여실히 알고 있었다.
12. 왕자는 대지에 떠오른 태양과 같이
맑게 빛나서 건실하였으며
달처럼 우러러 보여 사람의 눈을 빼앗았다.
13. 몸에서 솟아난 빛은
태양이 등불의 밝음을 누르듯 했고
더없이 고운 황금빛 몸의 광명이
시방을 두루 비춘 때문이다.
14. 흔들림 없이 곧바로 다리를 들어
넓게 대지를 밟고
감연히 일곱 걸음 내디디니
그 모습 칠선성좌(七仙星座)와 같구나.
15. 보리(菩提)를 위해 유정의 이익을 위해 태어났으니
이것은 나의 마지막 탄생이라고
사자와 같이 사방을 둘러보면서
뜻 깊은 이로운 말을 설하셨다.
16. 하늘에서 퍼붓는 달빛 같이
맑으면서 차갑고 더운 두 물줄기가
동자의 머리 위에 부어졌다.
청량한 감촉의 즐거움을 주려고.
20. 본성이 청정한 정거천도
여래의 오심을 기뻐하였다.
고뇌에 빠진 중생이
해탈을 이루게 되었으니.
21. 그가 태어날 때 수미산이 솟아났고
대지는 흔들려 바람에 밀려가는 배와 같았고
구름 없는 하늘에서는 전단향 그윽하게
청색, 적색 수련 꽃이 비와 같이 쏟아졌다.
22.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하늘에서 옷을 내리니
태양은 더욱 빛나고
적정의 불꽃이 고요히 타올랐다.
27. 이 세상 구제하러 스승 나오시니
세상 사람들은 더 없이 안온한데
홀로 욕계천만이 기뻐하지 않았다.
28. 왕자의 탄생으로 놀란 부왕은
기쁨 가운데 근심을 품으니
눈에서는 두 가지 눈물이 흘렀다.
29. 인간 이상의 아들의 힘과
어머니의 연약한 힘이 만나니
차고 더운물이 섞인 강과 같이
왕비는 두려움과 기쁨에 가득 찼다.
30. 오직 두려움을 느끼고 다른 일을 잊은 채
오로지 왕자의 탄생을 기리는 의식을 행하니
늙은 여인들은 안온을 위해서 재계하고 빌었다.
31. 행실과 학식과 웅변으로 유명한 바라문들은
그의 명성과 특이한 상모에 만족하면서
기쁘면서도 두려워하는 왕에게 말했다.
32."이 지상에서 자식을 얻은 것보다
더한 행복이 없나이다.
그러하니 기뻐하고 축복할 일이옵니다.
당신의 이 등불은 종족의 등불입니다.
33. 그러니 염려 말고 기뻐하소서.
석가족은 반드시 번영할 것입니다.
당신의 아들로 태어난 이분은
세상의 고뇌를 없앨 분이십니다.
34. 더 없이 뛰어나 황금 같이 빛나고
등불 같은 상을 지닌
이분은 진리를 깨달아서 성자가 되거나
또는 대지를 지배하는 자(轉輪聖王)가 되리라.
35. 만일 이분이 대지의 왕이 되려 한다면
그 때에는 힘과 법으로써 왕중의 왕이 되리로다.
마치 태양이 뭇 별을 다스리듯이.
36. 그가 해탈을 위해서 숲 속으로 간다면
지식과 진리로써 지상의 모든 것을 항복시키리니,
모든 산 중의 왕인 수미산과 같으리라.
37. 모든 쇠붙이 중에 황금이 최고요,
산 중에 수미산, 물 중에 바다요,
별 중에 달, 밝은 것 중에 태양과 같이
당신의 아들은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38. 그의 눈은 늘 열려 있고
맑고, 크고, 안온하구나.
길고 긴 눈썹에 위용이 빛나니
뭇 사람과 같지 않구나."
47. 이와 같이 바라문에 의해서 축복을 받고,
왕은 마음의 의혹과 근심을 없애니
지극한 기쁨으로 가득 찼다.
48. 만족한 왕은 그 바라문에게
공경하는 마음으로 재보를 바치면서 말했다.
"이 아들이 지상의 주인이 되게 하리라."
다. 아시타 선인의 예언
49. 이때에 아시타 선인은
왕자의 출생이 윤회를 떠났음을 알고
석가족의 왕궁으로 들어갔다.
50. 바라문의 위세와 고행의 힘으로 빛나는
바라문 중의 바라문인 최고의 지자(智者)를
왕은 공경하여 정중하게 맞이했다.
51. 왕자의 탄생을 기리며 기뻐하는 그는
아름다운 왕비의 시녀들 곁에 앉았으나
마치 고요한 숲에서 명상하듯 하였다.
52. 왕은 발씻을 물과 청정한 물을 공양하고
옛날 안티데바가 바시슈타에게 하듯
예의를 갖추어 청했다.
53. "나의 일족에게 영광이 있도록
축복해 주실 고마운 분.
은혜를 베푸시라, 평화로움 있어라,
제자의 예를 다하니 자비를 베푸시라."
54. 이과 같이 왕은 선인에게 공양하고
간절히 바라니, 성자는 이에 응하여
놀라운 눈으로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뜻 깊은 여러 가지 가르침을 설했다.
55. "당신은 본성과 가문과 지식과
연령에 걸맞게 법을 즐기고
올바른 가르침을 구하십니다.
56. 미묘한 법으로 재보를 얻고
항상 법에 따라 공양을 베풀어
고행으로 만족하고 재보를 나누소서.
57. 내가 여기에 온 까닭이 무엇이리요.
당신은 기뻐하소서.
정각(正覺)을 이루기 위해 아드님이 나오셨나이다.
나는 하늘의 말을 태양의 길에서 들었소이다.
58. 이 말은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
여러 가지 상서로운 조짐을 보고는
인드라의 깃발같이 높이 드날리는
석가족의 깃발을 보려고 왔나이다."
59. 이와 같은 그의 말을 듣고는
왕은 감격하여 몸을 떨면서
유모의 무릎에 있는 왕자를 안아서
거룩한 고행자에게 보였다.
60. 저 선인은 발의 윤상과
손과 발가락의 물갈퀴와
코끼리 같이 숨겨진 고환을 보았다.
61. 여신 데비의 무릎에서 쉬고 있는
화신 아그니의 아들과 같이
유모의 품에 있는 왕자를 보고
눈시울을 적시며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였다.
62. 눈에 눈물이 가득한 아시타 선인을 보고
왕은 자식에 대한 연민으로 몸을 떨었다.
눈물로 목이 메어 말을 못하더니
합장하고 예배하며 물었다.
63."왕자의 몸은 천인과 같고
모든 것이 최상이라 말하였거늘
어찌 눈물을 흘리십니까?
64. 존자시여, 왕자의 수명이 짧아
나에게 근심이 될까 그러하십니까?
오랫동안 기다려 얻은 이 감로수
죽음의 신이 마시려 들지 않을는지요?
65. 나의 명성은 무량하여 다하지 않고
나의 손에 있는 힘은 확고한지요?
저 세상에서 나는 안락함을 얻고
죽음의 잠 속에서 자식을 위해
한 눈을 뜰 수 있을는지요?
66. 내 종족의 싹은 자라지 않을까요?
꽃도 피기 전에 마르지나 않는지,
존자시여, 불안하오니 속히 말해 주소서.
모든 부모는 자식을 연민히 여기오이다."
67. 이와 같이 애타는 마음을 알고 성자는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나의 말을 의심치 말소서.
68. 불길한 징후를 느낀 것이 아니라,
윤회의 손길을 벗어날
지혜의 길을 열어 보이실 분이 태어났건만
나는 갈 때가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69. 왕국을 버리고 쾌락을 떠나
무서운 고행으로 진리를 얻어서
이 세상의 미망을 없애는
지혜의 태양으로 빛나리다.
70. 병듦의 물보라, 늙음의 파도,
죽음과 괴로움의 바다에 떠밀려
고뇌하는 이 세상의 뭇 중생들을
지혜의 큰배로 건질지니.
71. 지혜의 물살을 타고
굳건한 계행을 둑으로 삼으며
삼매에 의해서 청량을 얻어
짜크라바카와 같은 서원을 세워
이 뛰어난 진리의 강물에서
목마른 자는 물을 마실 것이니.
72. 괴로워하며 대상(對象)에 끄달리고
미망의 황야에 서 있는 자에게
이 분이 해탈의 길을 설하시리니.
길을 잃은 나그네에게 길을 가리켜 주듯.
73. 대경(對境)을 섶으로 삼아 타오르는
탐욕의 불에 고통받는 이 세상 사람들을
가르침의 비로 서늘케 하리이다.
여름날 큰 구름이 비를 뿌리듯.
74. 애욕과 미망의 겹문
탐욕의 빗장으로 닫혀 있으나
얻기 어려운 뛰어난 가르침으로 열리리다.
75. 스스로 지은 미망의 굴레에 매여서
고뇌에 억눌려 의지할 곳 없더니
법의 왕이 나타나매 그 깨달음으로 풀려나리라.
76. 미망과 애욕, 쾌락과 오만으로
이 분의 가르침을 듣지 않는 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이 분 때문에 근심하지 마소서.
77. 공덕의 바다에서 미혹하는 나는
비록 선정을 얻어도 이익이 없으리라.
장차 이 분의 정법을 듣지 못할 나야말로
제천에 머문다 해도 완전하지 못하리다."
78. '이 아들은 그런 상이로다.' 하고
왕은 슬픔을 거두고 기뻐하였다.
그는 성자의 법으로 해탈하리라고
마음속에 행복함을 간직하였다.
79. 그러나 왕자는 성자의 길을 갈 것이므로
고뇌 속에 잠기는 왕은
종족이 끊어질 것을 스스로 보았다.
80. 왕자에 대한 고뇌로 슬퍼하는 왕이
왕자가 갈 길을 여실히 보매,
성자 아시타는 정중히 예배하고
바람의 길을 따라 온 길을 되돌아갔다.
81. 진실을 안 유모는 왕자를 다시 보며
성자의 가르침대로
자식과 같이 사랑으로 얼싸안았다.
82. 왕 또한 만족하여
나라 안의 죄인을 모두 풀어 주고
스스로 감각의 대상에서 벗어나니
예정으로 이를 축복하기 위해서
종족의 옛 격식대로 탄생게를 행했다.
85. 왕은 마음을 안온하게 하여
선근과 공덕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는
길상의 날을 잡아 도성으로 들어갔다.
88. 여섯 얼굴의 왕자인 스칸다의 탄생을
시바신이 기뻐하듯 모두들 기뻐하니
왕은 번영과 찬양의 행사를 명하고
석가족의 도성은 명성으로 빛났다.
[출처] 붓다차리타 제1장 왕자의 탄생 |작성자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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