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채근담 원문 해석

수선님 2023. 4. 23. 13:12

- 洪自誠의 菜根譚(萬曆本) -

<後集 (001~134) 完譯>

001. 談山林之樂者,未必眞得山林之趣。
담산림지락자, 미필진득산림지취.
厭名利之談者,未必盡忘名利之情。
염명리지담자, 미필진망명리지정.
산림의 즐거움을 말하는 사람은 아직 진정한 산림의 맛을 터득하지 못해서이고, 명리를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아직 명리에 대한 마음을 다 잊지 못해서이니라.

002. 釣水,逸事也。尙持生殺之柄。
조수, 일사야. 상지생살지병.
奕?,淸戱也。且動戰爭之心。
혁기, 청허야. 차동전쟁지심.
可見喜事不如省事之爲適, 多能不若無能之全眞。
가견희사불여성사지위적, 다능불약무능지전진.
낙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오히려 생살의 권세를 쥐고 있고, 바둑과 장기는 맑은 놀이지만 또한 전쟁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이로써 살펴보면, 일을 즐거워하는 것은 일을 덜어 자적함만 같지 못하고, 재능이 많은 것은 재주가 없어 진심을 보전함만 같지 못함을 알 수 있도다.

003. 鶯花茂而山濃谷艶,
總是乾坤之幻境。
앵화무이산농곡염, 총시건곤지환경.
水木落而石瘦崖枯,?見天地之眞吾。
수목낙이석수애고, 재견천지지진오.
꾀꼬리 노래하고 꽃은 만발해 산이 무르녹고 계곡이 아름다워도 이 모두 천지의 거짓된 모습일 뿐이다. 물이 마르고 잎이 떨어져 바위가 앙상하고 언덕이 메말라야 비로소 천지의 참모습을 볼 수 있느니라.

004. 歲月本長,而忙者自促。
세월본장, 이망자자촉.
天地本寬,而鄙者自隘。
천지목관, 이비자자애.
風花雪月本閒,而勞攘者自冗。
풍화설월본한, 이로양자자용.
세월은 본래 길건만 바쁜 자가 스스로 짧다 하고, 천지는 본래 넓건만 천박한 자가 스스로 좁다 하며, 바람과 꽃 눈과 달은 본래 한가롭건만 악착스런자가 스스로 번잡하다 하는도다.

005. 得趣不在多。盆池拳石間,烟霞具足。
득취부재다, 분지권석간, 연하구족.
會景不在遠。蓬窓竹屋下,風月自?。
회경부재원. 봉창죽옥하, 풍월자사.
사=아득할 사, 한가할 사
정취를 얻음은 많은 것에 있지 않으니, 동이만한 연못이나 주먹만한 돌 사이라도 안개와 노을은 깃들인다. 좋은 풍경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니 쑥대로 얽은 창문과 대나무로 엮은 집 아래에도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스스로 한가롭다.

006. 聽靜夜之鐘聲,喚醒夢中之夢。
청정야지종성, 환성몽중지몽.
觀澄潭之月影,窺見身外之身。
관징담지월영, 규견신외지신.
고요한 밤의 종소리를 들으매 꿈속의 꿈을 불러 일깨우고, 맑은 연못의 달 그림자를 살피매 몸밖의 몸을 엿보노라.

007. 鳥語蟲聲,總是全心之訣。花英草色,無非見道之文。
조어충성, 총시전심지결. 화영초색, 무비현도지문.
學者要天機淸澈?胸次玲瓏,觸物皆有會心處。
학자요천기청철, 흉차영롱, 촉물개유회심처.
새의 지저귐과 벌레 소리는 이 모두 마음을 전하는 비결이요, 꽃봉오리와 풀빛 또한 진리를 표현하는 명문 아님이 없도다.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마음의 작용을 맑고 투철하게 하고 가슴속을 영롱하게 하여 사물을 대함에 모두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하리라.

008. 人解讀有字書,不解讀無字書。
인해독유우서, 불해독무자서.
知彈有絃琴,不知彈無絃琴。
지탄유현금, 부지탄무현금.
以跡用,不以神用,何以得琴書之趣?
이적용, 불이신용, 하이득금서지취?
사람들은 글자 있는 책은 읽을 줄 알지만 글자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며, 줄이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지만 줄이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르니, 형체만 사용하고 그 정신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어찌 금서의 참 맛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

009. 心無物欲,卽是秋空霽海。
심무물욕, 즉시추공제해.
坐有琴書,便成石室丹丘。
좌유금서, 변성석실단구.
마음에 물욕이 없으면 이는 곧 가을 하늘이나 개인 바다요, 자리에 거문고와 책이 있으면 이는 곧 신선이 사는 곳이로다.

010. 賓朋雲集,劇飮淋?樂矣,
빈붕운집, 극음림리락의.
俄而漏盡燭殘,香銷茗冷,
아이루진촉잔, 향소명랭.
不覺反成嘔咽,令人索然無味。
불각반성구열, 영인삭연무미.
天下事率類此,人奈何不早回頭也?
천하사솔류차, 인나하불조회두야?
손님과 벗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마음껏 술 마시고 흐드러지게 노는 일은 즐거우나, 이윽고 시간이 다해 촛불이 가물거리고 향불도 꺼지고 차도 식고 나면, 저도 모르게 도리어 흐느낌을 자아내어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이와 같은데 사람들은 어찌하여 일찍 머리를 돌리려 하지 않는가.

011. 會得個中趣,五湖之烟月,盡入寸裡。
회득개중취, 오조지연월, 진입촌리.
破得眼前機,千古之英雄,盡歸掌握。
파득안전기, 천고영지웅, 진귀장악.
하나의 사물 가운데 들어 있는 참 맛을 깨달을 수 있다면 오호의 풍경도 모두 한 치 마음 속에 들어오고, 눈앞의 천기를 간파할 수 있다면 천고의 영웅도 다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니라.

012. 山河大地,已屬微塵,而況塵中之塵?
산하대지, 이속미진, 이황진중지진
血肉身軀,且歸泡影,而況影外之影?
혈육신구, 차귀포영, 이황영외지영
非上上智,無了了心。
비상상지, 무료료심.
산하와 대지도 이미 작은 티끌에 속하는데 하물며 티끌 속의 티끌임에라! 피와 살과 몸뚱이도 또한 물거품과 그림자로 돌아가는데 하물며 그림자 밖의 그림자임에랴! 그러나 최고의 지혜가 아니면 밝게 깨닫는 마음도 없으리라.

013. 石火光中,爭長競短,幾何光陰?
석화광중, 쟁장경단, 기하광음
蝸牛角上,較雌論雄,許大世界?
와우각상, 교자론웅, 허대세계
석화의 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투어 본들 그 세월이 얼마나 되며, 달팽이의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루어 본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

014. 寒燈無焰,??無溫,總是播弄光景。
한등 무염, 폐구무온, 총시파롱광경.
身如槁木,心似死灰,不免墮在頑空。
신여고목, 심사사회, 불면타재완공.
가물거리는 등잔에 불꽃이 없고 해어진 갖옷에 따스함이 없으니 이 모두 삭막한 풍경이요, 몸은 마른 나무와 같고 마음은 싸늘해 식은 재와 같으니 완고한 공의식(空意識)에 떨어짐을 면하지 못하리라.
015. 人肯當下休,便當下了。
인긍당하휴, 변당하료.
若要尋個歇處,
약요심개혈처.
則婚嫁雖完,事亦不少。僧道雖好,心亦不了。
즉혼가수완, 사역불소. 승도수호, 심역불료.
前人云,?如今休去,便休去,若覓了時,無了時?,
전인운, ‘여금휴거, 변휴거, 약멱료시, 무료시
見之卓矣。
견지탁의.
사람이 애써 당장에 쉬면 곧 그 당장에 쉴 수 있으되, 만약 쉴 곳을 찾는다면 아들딸을 결혼시킨 후에도 일은 많으리라. 중과 도사가 비록 좋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으로는 역시 깨닫지 못할지니라. 옛사람이 이르기를 ‘만약 당장에 그만두면 곧 그만 둘 수 있지만 그만둘 때를 찾는다면 그만둘 때가 없으리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탁견이로다.
016. 從冷視熱,然後知熱處之奔走無益。
조랭시열, 연후지열처지분주무익
從冗入閑,然後覺閑中之滋味最長。
종용입한, 연후각한중지자미최장.
냉정한 마음으로 열광했던 때를 바라본 다음에야 그 열광의 분주함이 무익한 것임을 알게 되고, 번거로움에서 한가함으로 들어가 본 후에야 한가한 재미가 가장 유장한 것임을 깨닫게 되느니라.

017. 有浮雲富貴之風,而不必嚴棲穴處。
유부운부기지풍, 이불필암서혈처.
無膏?泉石之癖,而常自醉酒耽詩。
무고황천석지벽, 이상자취주탐시.
부귀를 뜬구름처럼 보는 기풍이 있다 해서 반드시 바위굴에서 살 필요는 없고, 자연을 사랑하는 버릇이 고질(痼疾)됨은 없다해도 언제나 스스로 술에 취하고 시에 탐닉해야 하리라.

018. 競逐,聽人而不嫌盡醉。恬淡,適己而不誇獨醒。
경축, 청인이불렴진취, 염담, 적기이불과독성.
此釋氏所謂?不爲法纏,不爲空纏,身心兩自在?者。
차석씨소위, ‘불위법전, 불위공전, 신심양자재’ 자.
명리를 다툼은 남들에게 맡기되 모두가 취하여도 미워하지 말고, 고요하고 담박함은 내가 즐기되 홀로 깨어 있음을 자랑하지 말라. 이것은 부처의 이른바 ‘법에도 얽매이지 않고 공에도 얽매이지 않음’이니, 몸과 마음이 모두 자유로울지니라.

019. 延促由於一念,寬窄係之寸心。
연촉유어일념, 관착계지촌심.
故機閑者,一日遙於千古,意廣者,斗室寬若兩間。
고기한자, 일일요어천고, 의광자, 두실관약량간.
길고 짧은 것은 한 생각에 말미암고, 넓고 좁음은 한 치 마음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마음이 한가로운 사람은 하루가 천 년 보다 길고, 뜻이 넓은 사람은 넓은 사람은 좁은 방이 천지간보다 넓으니라.

020. 損之又損,栽花種竹,?交還烏有先生。
손지우손, 재화종죽, 진교환오유선생.
忘無可忘,焚香煮茗,總不問白衣童子。
망무가망, 분향자명, 총불문백의동자.
물욕을 덜고 또 덜어서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심으니 그야말로 오유선생(烏有先生)이 되어 가고, 세사를 잊고 또 잊어 향을 피우고 차를 달이니 도대체 백의동자를 물을 것이 없어라.

021. 都來眼前事,知足者仙境,不知足者凡境。
도래안전사, 지족자선경, 부지족자범경.
總出世上因,善用者生機,不善用者殺機。
총출세상인, 선용자생기, 불선용자살기.
눈앞에 다가오는 모든 일은 만족할 줄 알면 신선의 경지로되 만족할 줄 모르면 범속의 경지이고, 세상에 나타나는 인연은 잘 쓰면 살리는 작용을 하지만 잘못 쓰면 죽이는 작용을 하느니라.

022. 趨炎附勢之禍,甚慘亦甚速。
추염부세지화, 심참역심속.
樓恬守逸之味,最淡亦最長。
서념수일지미, 최담역최장.
권력을 따라가고 세력에 붙는 재앙은 매우 참혹하고도 몹시 빠르되, 고요함에 살고 편안함을 지키는 맛은 지극히 밝고도 또한 가장 오래 가느니라.

023. 松澗邊,携杖獨行,立處,雲生破衲。
송간변, 휴장독행, 입처, 운생파납.
竹窓下,枕書高臥,覺時,月侵寒氈。
죽창하, 침서고와, 각시, 월침한전.
소나무 우거진 시냇가를 지팡이 짚고 외로이 가노라면 서는 곳마다 구름이 해어진 누더기에서 일어나고, 대나무 창 아래에 책을 베개삼아 높이 누웠다 깨어 보면 달빛은 낡은 담요에 와 스며드네.

024. 色慾火熾,而一念及病時,便興似寒灰。
색욕화치, 이일념급병시, 변흥사한회.
名利飴甘,而一想到死地,便味如嚼蠟。
명리이감, 이일상도사지, 변미여작랍.
故人常憂死慮病,亦可消幻業而長道心。
고인상우사려병, 역가소환업이장도심.
색욕이 불길처럼 타오르다가도 일단 생각이 병든 때에 미치면 문득 흥취가 싸늘한 재 같아지고, 명리가 옛 처럼 달콤하다가도 일단 생각이 죽는 곳에 이르면 문득 밀랍 같아지니라. 그러므로 사람이 언제나 죽음을 근심하고 범을 염려하면, 가히 헛된 일을 없애고 도심(도심)을 기를 수 있느니라.

025. 爭先的徑路窄,退後一步,自寬平一步。
쟁선적경로착, 퇴후일보, 자관평일보.
濃艶的滋味短,淸淡一分,自悠長一分。
농염적자미단, 청담일분, 자유장일분.
앞을 다투는 길은 좁으니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면 저절로 한 걸음 넉넉해지고, 무르녹고 아름다운 재미는 짧으니 일 분만 맑고 엷게 하면 저절로 일분이 유장해지리라.

026. 忙處不亂性,須閑處心神養得淸。
망처불란성, 수한처심신양득청
死時不動心,須生時事物看得破。
사시부동심, 수생시사물간득파.
바쁠 때에 본성을 어지럽히지 않으려면 모름지기 한가할 때에 마음을 맑게 길러야 하고, 죽을 때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모름지기 살아 있을 때에 사물의 도리를 간파해야 하느니라.

027. 隱逸林中,無榮辱。
은일림중, 무영욕.
道義路上,無炎凉。
도의로상, 무염량.
은일 한 숲 속에는 영화로움과 욕됨이 없고 도의의 길에는 더위와 추위가 없느니라.

028. 熱不必除,而除此熱惱,身常在淸凉臺上。
열불필제, 이제차열뇌, 신상재청량대상.
窮不可遣,而遣此窮愁,心常居安樂窩中。
궁불가견, 이견차궁수, 심상거안락와중.
더위를 없앨 수는 없으되 더위를 괴로워하는 이 마음을 없앤다면 몸은 언제나 서늘한 누대 위에 있게 되고, 가난을 쫓아 버릴 수는 없으되 가난함을 걱정하는 이 마음을 쫓아 버리면 마음은 언제나 안락한 집 가운데에 있게 되리라.

029. 進步處,便思退步,庶免觸藩之禍。
진보처, 변사퇴보, 서면촉번지화.
著手時,先圖放手,?脫騎虎之危。
착수시, 선도방수, 재탈기호지위.
나아가는 곳에서 문득 물러날 것을 생각한다면 거의 울타리에 걸리는 재앙을 면할 수 있고, 손을 댈 때에 먼저 손을 놓을 것을 도모하면 곧 호랑이를 타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030. 貪得者分金,恨不得玉。封公,怨不受侯,權豪自甘乞?。
탐득자분금, 한부득옥. 봉금, 원불수후, 권호자감걸개.
知足者黎羹,旨於膏粱。布袍,煖於狐?,編民不讓王公。
지족자여갱, 지어고량, 포포, 난어고학, 편빈불양왕공.
얻기를 탐내는 사람은 금을 나누어주어도 옥을 얻지 못함을 한하고 공작을 봉해 주어도 제후가 되지 못함을 원망하니, 부귀하면서도 스스로 거지 노릇을 달게 여기는 것이로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명아주국을 진미보다 더 맛있게 여기고 베도포를 갖옷보다 더 따뜻하게 여기니, 일반 백성이면서도 왕공을 부러워하지 아니하느니라.

031. 矜名,不若逃名趣。
긍명, 불약도명취.
練事,何如省事閒。
연사, 하여성사한.
이름을 자랑하는 것이 어찌 이름을 피하는 기취(氣趣)를 가짐만 하겠으며, 일에 익숙한 것이 어찌 일을 줄여서 한가함만 하겠는가.

032. 嗜寂者,觀白雲幽石而通玄。
기적자, 관백운유석이통현.
趨榮者,見淸歌妙舞而忘倦。
추영자, 견청가묘무이망권.
唯自得之士,無喧寂,無榮枯,無往非自適之天。
유자득지사, 무훤적, 무영고, 무왕비자적지천.
고요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흰 구름이나 그윽한 바위를 보고도 현묘한 진리를 깨닫고, 영화를 좇는 사람은 맑은 노래와 아름다운 춤을 보며 싫증을 모른다. 오직 스스로 깨달은 선비만이 시끄러움도 고요함도 없고 영화로움도 없으니, 가는 곳마다 자기 마음에 맞는 즐거운 세상 아닌 곳이 없으리라.

033. 孤雲出岫,去留一無所係。
고운출수, 거류일무소계.
郞鏡懸空,靜躁兩不相干。
낭경현공, 정조량불상간.
외로운 구름이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르게 가고 머무름에 조금도 매임이 없고, 밝은 달이 하늘에 걸리매 고요하고 시끄러움을 모두 상관하지 않네.

034. 悠長之趣,不得於??,而得於?菽飮水。
유장지취, 부득어농엄, 이득어철숙음수.
??之懷,不生於枯寂,而生於品竹調絲。
추창지회, 불생어고적, 이생어품죽조사.
固知濃處味常短, 淡中趣獨眞也。
고지농처미상단, 담중취독진야.
유장한 맛은 진하고 맛있는 술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콩을 씹고 물을 마시는 데서 얻어지며, 그리워하는 마음은 메마르고 적막한 곳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피리 불고 거문고 타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으로 짙은맛은 언제나 짧으며 담백한 취미만이 홀로 진실함을 알겠도다.

035. 禪宗曰,?饑來喫飯, 倦來眠?,
선종왈, 기래끽반, 권래면,
詩旨曰,?眼前景致口頭語?。
시지왈, 안전경치구두어,
蓋極高寓於極平,至難出於至易,
개극고우어극평, 지난출어지이,
有意者反遠,無心者自近也。
유의자반원, 무심자자근야.
선종에서는 말하기를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잔다’고 하고, 시지에서는 말하기를 ‘눈앞의 경치를 보통의 말로 표현한다’고 한다. 대개 지극히 높은 것은 지극히 평범한 것에 있고, 지극히 어려운 것은 지극히 쉬운 데서 나오는 것이니, 뜻이 있으면 도리어 멀어지고, 마음이 없으면 저절로 가까와지느니라.

036. 水流而境無聲,得處喧見寂之趣。
수류이경무성, 득처훤견적지취.
山高而雲不碍,悟出有入無之機。
산고이운부애, 오출유입무지기.
물은 홀로 그 언저리에는 소리가 없으니 시끄러운 곳에서 고요한 멋을 얻을 것이며, 산은 높아도 구름이 걸리지 않으니 유에서 나와 무로 들어가는 기미를 깨닫게 되리라.

037. 山林是勝地。一營戀,便成市朝。
산림시승지. 일영련, 변성시조.
書畵是雅事。一貪痴,便成商賈。
서화시아사, 일탐치, 변성상고.
蓋心無染著,欲界是仙都。心有係戀,樂境成苦海矣。
개심무염착, 욕계시선도, 심유계련, 낙경성고해의.
산림은 아름다운 곳이나 한 번 집착하면 곧 시장판이 되고 서화는 우아한 일이나 한 번 탐내면 문득 장사꾼이 되고 만다. 대개 마음에 물들거나 집착이 없으면 속세도 신선 세계요, 마음에 매임이나 집착이 있으면 극락도 고해가 되리라.

038. 時當喧雜,則平日所記憶者皆漫然忘去。
시당원잡, 즉평일소기억자개만연망거.
境在淸寧,則夙昔所遺忘者又恍爾現前。
경재청녕, 즉숙석소유망자우황이현전.
可見靜躁稍分, 昏明頓異也。
가견정조초분, 혼명돈이야.
시끄럽고 번잡한 때를 당하면 곧 평소에 기억하던 것도 모두 멍하니 잊어버리고, 맑고 편안한 경지에 있으면 지난날에 잊어버렸던 것도 또한 뚜렷이 앞에 나타난다. 가히 조용함과 시끄러움이 조금만 엇갈려도 마음의 어둡고 밝음이 뚜렷이 달라짐을 알 수 있으리라.

039. 蘆花被下,臥雪眠雲,保全得一窩夜氣。
노화피하, 와설면운, 보전득일와야기.
竹葉杯中,吟風弄月,?離了萬丈紅塵。
죽엽배중, 음풍농월, 신잡료만장홍진.
찔레꽃 이불 덮고 눈밭에 누워 구름 속에 잠들면 한 방 가득한 밤기운! 댓잎 술잔 속에 바람을 읊조리고 달을 희롱하노라면 속세의 만장 붉은 티끌 다 떨쳐지리라.


040. 袞冕行中,著一藜杖的山人,便增一段高風。
곤면행중, 착일여방적산인, 변증일단고풍.
漁樵路上,著一袞衣的朝士,轉添許多俗氣。
어초로상, 착일곤의적조사, 전첨허다속기.
固知濃不勝淡, 俗不如雅也。
고지농불승담, 속불여아야.
높은 벼슬아치들의 행렬 가운데 명아주 지팡이를 짚은 산인 한 사람 섞여 있으면 문득 한결 높은 풍도가 더해진다. 허나 고기잡이와 나무꾼이 다니는 길 위에 관복 입은 벼슬아치가 한 사람 섞여 있으면 도리어 수많은 속된 기운을 더할 뿐이다. 이에 진실로 짙은 것은 옅은 것만 못하고 속된 것은 우아한 것만 못함을 알겠구나.

041. 出世之道,卽在涉世中。不必絶人以逃世。
출세지도, 즉재섭재중. 불필절인이도세.
了心之功,卽在盡心內。不必絶欲以灰心。
요심지공, 즉재진심내, 불필절욕이회심.
속세를 벗어나는 길은 곧 세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있으니 반드시 사람과 절교하는 세상을 도피해야 할 필요는 없고, 마음을 깨닫는 공부는 곧 마음을 다하는 속에 있으니 반드시 물욕을 끊어서 마음을 싸늘한 재처럼 할 필요는 없느니라.

042. 此身常放在閒處,榮辱得失,誰能羞遣我?
차신상방재한처, 영욕득실, 수능수견아.
此心常安在靜中,是非利害,誰能瞞?我?
차심상안재정중, 시지이해, 수능만매아.
이 몸을 언제나 한가한 곳에 놓아둔다면 영욕과 득실, 그 어느 것이 나를 그릇되게 할 것이랴. 이 마음을 언제나 조용한 가운데 안정시킨다면 시비와 이해, 그 어느 것이 능히 나를 속일 수 있으라?
.
043. 竹籬下,忽聞犬吠鷄鳴,恍似雲中世界。
죽리하, 홀문견폐계명, 황사운중세계.
芸窓中,雅聽蟬吟鴉?,方知靜裡乾坤。
운칭중, 아청선음아조, 방지정리건곤.
대나무 울타리 아래에 홀연히 개 짖고 닭 우는 소리 들리니, 황홀하기 마치 구름 속 세계와 같고, 서재 안에 운치 있는 매미 소리와 까마귀 우짖는 소리 들리니, 바야흐로 고요한 속의 천지를 알겠구나.

044. 我不希榮,何憂乎利祿之香餌。
아불희영, 하우호리록지향이.
我不競進,何畏乎仕官之危機。
아불경진, 하외호사관지위기.
내가 영화를 바라지 않으니 어찌 이록(利祿)의 향기로운 미끼를 근심하며, 내가 승진을 다투지 않으니 어찌 벼슬살이의 위험을 두려워하겠는가.

045. ??於山林泉石之間,而塵心漸息。
상양어산림천석지간, 이진심점식.
夷猶於詩書圖畵之內,而俗氣潛消。
이유어시서도화지내, 이속기점소.
故君子雖不玩物喪志,亦常借境調心。
고군자수불완물상지, 역상차경조심.
산림과 천석(泉石) 사이를 이리저리 거니노라면 세속의 먼지는 어느덧 사라지고, 시서와 그림 속에 한가히 노니노라면 속된 기운은 슬며시 없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도락(道樂)에 빠져 뜻을 잃지 않을뿐더러 또한 항상 우아한 경지를 빌어 마음을 고르느니라.


046. 春日氣象繁華,令人心神?蕩,
춘일기상번화, 영인심신태탕.
不若秋日雲白風淸, 蘭芳桂馥, 水天一色, 上下空明,
불약추일운백풍청, 난방계복, 수천일색, 상하공명.
使人神骨俱淸也。
사인신골구청야.
봄날의 기상은 번화하여 사람의 심신을 화창하게 한다. 하지만 가을날, 구름 희고 바람 맑으며, 난초는 꽃답고 계수나무 향기로우며, 물과 하늘이 한빛으로 푸르고 천지에 달이 환히 밝아서 사람의 심신을 함께 맑게 해주는 것만 하랴!

047. 一字不識,而有詩意者,得詩家眞趣。
일자불식, 이유시의자, 득시가진취.
一偈不參,而有禪味者,悟禪敎玄機。
일게불참, 이유선미자, 오선교현기.
글자 하나 모를지라도 시적 정서를 지닌 사람은 시인의 참된 멋을 터득하고, 게송(偈頌) 한 구절 외우지 못하더라도 선의 묘미를 지닌 사람은 선교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는다.

048. 機動的, 弓影疑爲蛇蝎,寢石視爲伏虎,此中渾是殺氣。
기동적, 궁영의위사갈, 침석시위복호, 차중혼시살기.
念息的,石虎可作海鷗,蛙聲可當鼓吹,觸處俱見眞機。
염식적, 석호가작해구, 와성가당고취, 촉처구견진기.
마음이 흔들리면 활 그림자도 뱀으로 보이고 쓰러진 돌도 엎드린 호랑이로 보이니, 이 속에는 모두 살기뿐이다. 생각이 가라앉으면 석호도 바다갈매기처럼 되고 개구리 소리도 음악으로 들리니, 가는 곳마다 모두 참된 작용을 보게 되리라.

049. 身如不繫之舟,一任流行坎止。
신여불계지주, 일임류행감지.
心似旣灰之木,何妨刀割香塗。
심사기회지목, 하방도할향도.
몸은 매어 두지 않은 배와 같으니 흘러가든 멈추든 완전히 내맡길 일이요, 마음은 이미 재가 된 나무와 같으니 칼로 자르든 향을 칠하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050. 人情,聽鶯啼則喜,聞蛙鳴則厭,
인정, 청앵제즉희, 문와명즉염.
見花則思培之,遇草則欲去之。但是以形氣用事。
견화즉사배지, 우초즉욕거지, 단시이형기용사.
若以性天視之,何者非自鳴其天機, 非自暢其生意也?
약이성천시지, 하자비자명기천기, 비자창기생의야
사람의 정이란 꾀꼬리 소리를 들으면 기뻐하고 개구리 울음을 들으면 싫어하며, 꽃을 보면 이를 가꾸려 생각하고 잡초를 만나면 이를 제거하고자 하니, 이것은 다만 형체와 기질로써 사물을 보기 때문이다. 만약 천성의 본바탕으로 이를 본다면 그 무엇이 스스로 천기를 울림이 아니며, 스스로 자라나는 뜻을 펴는 것이 아니겠는가.

051. 髮落齒疎,任幻形之彫謝。
발락치소, 임환형지조사.
鳥吟花笑,識自性之眞如。
조음화소, 식자성지진여.
머리카락이 빠지고 이가 듬성듬성해지는 것은 헛된 육신의 시들어짐에 맡겨 두라. 새의 노래와 꽃의 웃음에서 본성의 변함 없는 진리를 배우도록 하라.

052. 欲其中者,波沸寒潭,山林不見其寂。
욕기중자, 파비한담, 산림불견기적.
虛其中者,凉生酷暑,朝市不知其喧。
허기중자, 양생혹서, 조시부지기원.
마음에 욕심이 있는 사람은 차가운 연못에도 물결이 끓어오르니 산 속에서도 그 고요함을 보지 못하고, 마음이 텅 빈 사람은 혹심한 더위에서도 서늘함이 일어나니 시장에 있어서도 그 시끄러움을 알지 못하느니라.
053. 多藏者厚亡,故知富不如貧之無慮。
다장자후망, 고지부불여빈지무려.
高步者疾顚,故知貴不如賤之常安。
고보자질전, 고지귀불여천지상안.
많이 가진 사람은 많이 잃는다. 그러므로 부유한 것이 가난하면서도 걱정 없음만 못한 것을 알 수 있도다. 높은 곳을 걷는 사람은 빨리 넘어진다. 그러므로 고귀한 것이 천하면서도 언제나 편안한 것만 못함을 알 수 있도다.

054. 讀易曉窓,丹砂硏松間之露。
독역효창, 단사연송간지로.
談經午案,寶磬宣竹下之風。
담경오안, 보경선죽하지풍.
새벽 창가에서 w역을 읽다가 소나무 이슬로 붉은 먹을 갈며, 한낮 책상 앞에서 불경을 담론하다가 대숲 바람결에 경쇠를 울리노라.

055. 花居盆內,終乏生機。鳥入籠中,便滅天趣。
화거분내, 종핍생기. 조입롱중, 변감천취.
不若山間花鳥,錯集成文,?翔自若,自是悠然會心。
불약산간화조, 착집성문, 고상자약, 자시유연회심.
꽃이 화분 속에 있으면 마침내 생기를 잃고 새가 조롱 속에 들면 곧 자연스런 멋이 줄어드니, 산 속의 꽃과 새가 한데 모여 문채를 이루고 마음껏 날아올라 스스로 한가롭게 즐거워함만 못하도다.

056. 世人只緣認得我字太眞,故多種種嗜好, 種種煩惱。
세인지연인득아자태진, 고다종종기호, 종종번뇌
前人云,?不復知有我,何知物爲貴??
전인운, 부부지유아, 하지물위귀
又云,?知身不是我,煩惱更何侵?? 眞破的之言也。
우운, 지신불시아, 번뇌갱하침, 진파적지언야.
세상 사람들은 오직 ‘나’라는 글자를 지나치게 참된 것으로 아는 까닭에 온갖 기호와 온갖 번뇌가 허다히 일어난다. 옛 사람이 말하기를 ‘내가 있음도 또한 알지 못하는데 어찌 물건 귀한 것을 알겠는가’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이 몸이 내가 아님을 안다면 번뇌가 어찌 다시 침입하겠는가’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진리를 간파한 말이로다.

057. 自老視少,可以消奔馳角逐之心。
자로시소, 가이소분치각축지심.
自?視榮,可以絶紛華靡麗之念。
자췌시영, 가이절분화마려지념.
늙은이의 눈으로 젊음을 바라본다면 바쁘게 달리고 서로 다투는 마음을 없앨 수 있을 것이요, 영락한 눈으로 화려함을 바라본다면 사치스럽고 화려한 생각을 끊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니라.

058. 人情世態,?忽萬端,不宜認得太眞。
인정세태, 숙홀만단, 불의인득태진.
堯夫云,
요부운,
?昔日所云我,而今却是伊,不知今日我,又屬後來誰?。
석일소운아, 이금각시이, 부지금일아, 우속후래수.
人常作是觀,便可解却胸中?矣。
인상작시관, 변가해각흉중매의.
인정과 세태는 삽시간에 만 가지 모양으로 변화하는 것이니 너무 지나치게 진리라고 여기지 말라. 소옹이 이르기를 ‘어제 내 것이라고 하던 것도 오늘 도리어 저의 것이 되었으니, 알지 못하겠구나, 오늘 내 것이 또 내일 뉘 것이 될지!’라고 하였으니 사람이 언제나 이러한 관점을 지닌다면 문득 가슴속의 얽매임을 풀 수 있게되리라.

059. 熱鬧中,著一冷眼,便省許多苦心事。
열뇨중, 착일랭안, 변성허다고심사.
冷落處,存一熱心,便得許多眞趣味。
냉낙처, 존일열심, 변득허다진취미.
바쁘고 시끄러운 속에서도 한 번 냉정한 눈을 지닌다면 문득 많은 괴로운 심사를 줄일 수 있으리라. 어렵고 쓸쓸한 처지에서도 하나의 뜨거운 마음을 지닌다면 문득 많은 참다운 취미를 얻게 되리라.

060. 有一樂境界,就有一不樂的相對待。
유일락경계, 취유일불락적상대대.
有一好光景,就有一不好的相乘除。
유일호광경, 취유일불호적상승제.
只是尋常家飯, 素位風光,?是個安樂的窩巢。
지시심상가반, 소위풍광, 재시개안락적와소.
한편에 즐거운 경지가 있으면 다른 한편에 즐겁지 않은 경지가 있어서 서로 상대를 이루고, 한편에 좋은 광경이 있으면 곧 다른 한편에 좋지 못한 광경이 있어서 서로 엇비기느니라. 오직 언제나 집에서 먹는 평범한 식사와 벼슬 없는 생활이 하나의 안락한 보금자리로다.

061. 簾?高敞,看靑山綠水呑吐雲煙,識乾坤之自在。
염롱고창, 간청산록수탄토운연, 신건곤지자재.
竹樹扶疎,任乳燕鳴鳩送迎時序,知物我之兩忘。
죽수부소, 임유연명구송영시서, 지물아지량망.
발을 높이 걸고 창문에 기대어 청산 녹수가 구름과 안개를 머금고 토하는 것을 보노라면 천지의 자재(自在)함을 알 수 있고, 대나무와 수풀 우거진 곳에 새끼 친 제비와 우는 산비둘기가 시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것을 보노라면 외물과 내가 모두 잊혀짐을 알게 되리라.
062. 知成之必敗,則求成之心,不必太堅。
지성지필패, 즉구성지심, 불필태견.
知生之必死,則保生之道,不必過勞。
지생지필사, 즉보생지도, 불필과로.
이루어진 것은 반드시 무너지게 됨을 알면 이루려 하는 마음이 반드시 지나치게 굳지는 않을 것이고,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 곧 삶을 보전하려는 길에 지나치게 애쓰지는 않게 되리라.

063. 古德云,?竹影掃階塵不動,月輪穿沼水無痕?。
고덕운, 죽영소계진부동, 월륜천소수무흔.
吾儒云,?水流任急,境常靜,花落雖頻,意自閒?。
오유운, 수류임급, 경상정, 화락수빈, 의자한.
人常持此意,以應事接物,身心何等自在?
인상지차의, 이응사접물, 신심하등자재.
옛 고승이 이르기를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먼지가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다‘고 했고, 옛 선비가 이르기를 ’흐르는 물이 급하여도 그 언저리는 늘 조용하고, 꽃이 비록 자주 떨어져도 마음은 스스로 한가롭다‘고 하였으니, 사람이 언제나 이러한 뜻을 가지고서 사물을 대한다면 몸과 마음이 어찌 자유롭지 않으리.

064. 林間松韻, 石上泉聲,靜裡聽來,識天地自然鳴佩。
임간송운, 석상천성, 정리청래, 식천지자연명패.
草際烟光, 水心雲影,閒中觀去,見乾坤最上文章。
초제연광, 수심운영, 한중관거, 견건곤최상문장.
숲 사이 솔바람 소리, 바윗돌 위 샘물 소리를 고요한 속에서 듣노라면 천지의 자연스러운 움악임을 알 수 있고, 초원의 안개 빛, 물 속의 구름 그림자를 한가한 가운데 바라보노라면 천지의 제일가는 문장임을 알 수 있도다.

065. 眼看西晉之荊榛,猶矜白刃。身屬北邙之狐兎,尙惜黃金。
안간서진지형진, 유긍백인. 신속북망지호토, 상석황금.
語云,?猛獸易伏,人心難降。谿壑易滿,人心難滿? 信哉!
어운, 맹수이복, 인심난항, 계학이만, 인심난만, 신재.
눈으로 서진의 가시밭을 보면서도 오히려 날카로운 칼날을 자랑하고, 몸은 북망산의 여우와 토끼 차지인데도 오히려 황금을 아낀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나운 짐승은 쉽게 굴복시킬 수 있으되 사람의 마음은 항복받기가 어렵고, 산골짜기는 쉽게 메울 수 있으되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가 어렵다’고 하였으니 진실로 그러하도다.

066. 心地上,無風濤,隨在皆靑山綠水。
심지상, 무풍도, 수재개청산록수.
性天中,有化育,觸處見魚躍鳶飛。
성천중, 유화육, 촉처견어탁연비.
마음에 풍파가 없으면 어디에 있으나 다 청산 녹수이고, 천성 속에 화육(化育)함이 있으면 가는 곳마다 물고기가 뛰어오르고 솔개가 날아다님을 볼 수 있으리라.

067. 峨冠大帶之士,
아관대대지사,
一旦睹輕?小笠,飄飄然逸也,未必不動其咨嗟。
일단도경사고립, 표표연일야, 미필부동기자차.
長筵廣席之豪,
장연광석지호,
一旦遇疏簾淨?,悠悠焉靜也,未必不增其?戀。
일단우소렴쟁궤, 유유언정야, 미필부증기권련.
人奈何驅以火牛,誘以風馬,而不思自適其性哉?
인내하구이화우, 유이풍마, 이불사자적기성재.
높은 관에 넓은 띠를 두른 선비라도, 한 번 가벼운 도롱이와 작은 삿갓을 쓰고 은일(隱逸)한 이를 보면 반드시 탄식을 발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긴 자리에 넓은 방석의 부호라도, 한 번 성긴 발 깨끗한 책상에 유연하고 고요한 이를 만나면 반드시 그리워하는 마음을 더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사람들은 어찌하여 화우(火牛)로써 몰아치고 풍마(風馬)로써 꼬일 줄은 알면서도 그 본성에 자적함은 생각하지 않는가.

068. 魚得水逝,而相忘乎水。鳥乘風飛,而不知有風。
어득수서, 이상망호수, 조승풍비, 이부지유풍.
識此,可以超物累,可以樂天機。
식차, 가이초물루, 가이락천기.
고기는 물을 얻어 헤엄치지만 물을 잊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지만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이것을 안다면 가히 외물의 얽매임에서 벗어나 하늘의 작용을 즐길 수 있으리라.

069. 狐眠敗?, 兎走荒臺,盡是當年歌舞之地。
호면패체, 토주황대, 진시당년가무지지.
露冷黃花, 烟迷衰草,悉屬舊時爭戰之場。
노랭황화, 연미쇠초, 실속구시쟁전지장.
盛衰何常? 强弱安在? 念此,令人心灰。
성쇠하상, 강약안재, 염차, 영인심회.
여우는 무너진 돌계단에서 잠자고 토끼는 황폐한 누대에서 달리니, 이 모두 지난날의 노래하고 춤추던 곳이로다. 이슬은 국화에 떨어져 차갑고 안개는 시든 풀 속에 어지러우니 다 옛날의 전쟁하던 마당이로다. 성하고 쇠함이 어찌 늘 같으며 강하고 약함은 어디에 있는가? 이를 생각하면 사람의 마음은 싸늘한 재와 같이 되는도다.

070. 寵辱不警,閒看庭前花開花落。
총욕불경, 한간정전화개화락.
去留無意,漫隨天外雲卷雲舒。
거류무의, 만수천외운권운서.
晴空朗月,何天不可?翔而飛蛾獨投夜燭?
청공랑월, 하천불가고상이비아독투야촉.
淸泉綠卉,何物不可飮啄而??偏嗜腐鼠?
청천록훼, 하물불가음탁이치효편기부서.
噫! 世之不爲飛蛾??者幾何人哉?
희! 세지불위비아치효자기하인재.
영욕에 놀라지 않으며 한가로이 뜰 앞에 꽃 피고 지는 것을 바라보노라. 가고 머무름에 뜻이 없으니 무심히 하늘 밖에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노라.
맑은 하늘 밝은 달에 어느 하늘엔들 날아오르지 못하겠는가마는 부나비는 홀로 밤 촛불에 뛰어들고, 맑은 샘 푸른 물에 어느 물건인들 먹지 못하겠는가마는 올빼미는 오로지 석은 쥐고기만을 탐내는구나. 아! 이 세상에 부나비나 올빼미 같지 않는 사람이 그 몇이나 되리오.

071. ?就筏,便思舍筏,方是無事道人。
재취벌, 변사사벌, 방시무사도인.
若騎驢,又復覓驢,終爲不了禪師。
약기려, 우부멱려, 종위불료선사.
겨우 뗏목에 오르자마자 곧 뗏목 버릴 생각만 한다면 바야흐로 그는 무사도인일지나, 만약 나귀를 타고도 또다시 나귀를 찾는다면 마침내 깨닫지 못한 선사가 되리라.

072. 權貴龍?, 英雄虎戰,以冷眼視之,如蟻聚?,如蠅競血。
권귀룡양, 영웅호전, 이랭만시지, 여의취전, 여승경혈.
是非蜂起, 得失蝟興,以冷情當之,如冶化金,如湯消雪。
시비봉기, 득실위흥, 이랭정당지, 여야화금, 여탕소설.
권세가들은 용처럼 다투고 영웅들은 범처럼 싸우나, 냉정한 눈으로 이를 바라보노라면 마치 개미가 비린 것에 모여들고 파리가 다투어 피를 빠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시비가 벌떼처럼 일어나고 득실이 고슴도치 털처럼 일어서도, 냉정한 마음으로 이를 맞는다면 마치 풀무가 쇠를 녹이고 끓는 물이 눈을 녹이는 것과 같으리라.

073. 覇銷於物欲,覺吾生之可哀。夷猶於性眞,覺吾生之可樂。
기쇄어물욕, 각오생지가애. 이유어성진, 각오생지가락.
知其可哀,則塵情立破。知其可樂,則聖境自臻。
지기가애, 즉진정립파. 지기가락, 즉성경자진.
물욕에 얽매이면 우리 인생이 애달픈 것임을 깨닫게 되고, 본성에 자적하면 우리 인생이 즐거운 것임을 깨닫게 되리니, 그 애달픔을 알면 곧 속세의 욕심이 당장 깨어지고, 그 즐거움을 알면 곧 성인의 경지에 저절로 도달하리로다.

074. 胸中,旣無半點物欲,已如雪消爐焰, 氷消日。
흉중, 기무반점물욕, 여기설소려염, 빙소일.
眼前,自有一段空明,始見月在靑天, 影在波。
안전, 자유일단공명, 시견월재청천, 영재파.
가슴속에 반 점의 물욕도 없으면 이미 집착은 마치 눈이 화롯불에 녹고 얼음이 햇빛에 녹는 것과 같으리라. 눈앞에 스스로 한 조각 밝은 빛이 잇으면 언제나 달이 푸른 하늘에 있고 그 그림자가 물 속에 있음을 보게 되리라.

075. 詩思在?陵橋上,微吟就,林岫便已浩然。
시사재패릉교상, 미음취, 임수변이호연.
野興在鏡湖曲邊,獨往時,山川自相映發。
야흥재경호곡변, 독왕시, 산천자상영발.
시상은 패릉교 위에 있으니 나직이 읊조리매 숲과 골짜기가 문득 호연해 지고, 맑은 흥취는 경호 기슭에 있으니 홀로 걷노라면 산천이 서로 비추네.

076. 伏久者,飛必高。開先者,謝獨早。
복구자, 비필고. 개선자, 사독조.
知此,可以免??之憂,可以消躁急之念。
지차, 가이면층등지우, 가이소조급지념.
오래 엎드린 새는 반드시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일찍 떨어진다. 이것을 안다면 발을 헛디딜 근심을 면할 수 있고, 가히 그로써 조급한 마음을 없앨 수 있으리라.

077. 樹木至歸根,而後知花?枝葉之徒榮。
수목지귀근, 이후지화악지엽지도영.
人事至蓋棺,而後知子女玉帛之無益。
인사지개관, 이후지자녀옥백지무익.
나무는 뿌리로 돌아가기에 이른 뒤에야 꽃과 가지와 잎이 헛된 영화임을 알게 되고, 사람은 관뚜껑을 덮을 때가 이른 뒤에야 자손과 재물이 무익한 것임을 알게 되리라.

078. 眞空,不空。執相非眞,破相亦非眞。
진공, 불공, 집상비진, 파상역비진.
問世尊,如何發付?
문세존, 여하발부.
?在世,出世。徇欲是苦,絶欲亦是苦?。聽吾?善自修持。
재세, 출세. 순욕시고, 절욕역시고. 청오제선자수지.
진공은 공이 아니니, 형상에 집착함도 진실이 아니고 형상을 깨뜨림도 또한 진실이 아니니라. 묻노니, 석가는 무어라 하셨는가. ‘속세에 있되 속세를 벗어나라’ 하셨으니, 욕망을 따르는 것도 괴로움이요. 욕망을 끊음도 역시 괴로움이다.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 수양을 잘하는가에 달린 것이니라.

079. 烈士讓千乘,貪夫爭一文。人品星淵也,而好名不殊好利。
열사양천승, 탐부쟁일문. 인품성연야, 이호명불수호리.
天子營家國,乞人號饔?。位分?壤也,而焦思何異焦聲?
천자영가국, 걸인호찬식. 위분척양야, 이초사하이초성.
열사는 천 승을 사양하고 탐욕한 사나이는 한 푼을 다투니, 그 인품은 하늘과 땅의 차이니라. 그러나 이름을 좋아하는 것 역시 이익을 좋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도다. 천자는 국가를 경영하고 거지는 조석밥을 부르짖으니, 그 직위는 하늘과 땅의 차이니라. 그러나 마음을 애태움이 목소리를 애태우는 것과 그 무엇이 다르겠는가.

080. 飽?世味,一任覆雨?雲,總?開眼。
포암세미, 일임복우번운, 총용개안.
會盡人情,隨敎呼牛喚馬,只是點頭。
회진인정, 수교호우환마, 지시점두.
세상의 맛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 비가 되든 구름이 되든 완전히 맡겨 둘 뿐 도무지 눈뜨는 것조차 귀찮아지고, 사람의 정을 다 깨닫게 되면 소라고 부르든 말이라고 부르든 부르는 대로 따르고 다만 머리를 끄덕일 뿐이니라.

081. 今人專求無念,而終不可無。
금인전구무념, 이종불가무.
只是前念不滯,後念不迎,
지시전념불체, 후념불영,
但將現在的隨緣,打發得去,自然漸漸入無。
단장현재적수연, 타발득거, 자연점점입무.
오늘날의 사람들은 오로지 무념을 구하기에 힘쓰지만 끝내 무념을 이루지는 못한다. 다만 지나간 생각에 구애받지 말고 앞으로의 생각을 맞아들이지 말며, 오로지 현재의 인연을 따름으로써 일을 처리해 나간다면 자연히 차츰차츰 무념의 경지로 들어갈 수 있게 되리라.

082. 意所偶會,便成佳境。物出天然,?見眞機。
의소우회, 변성가경. 물출천연, 재견진기.
若加一分調停布置,趣味便減矣。
약가일분조정포치, 취미변감의.
白氏云,?意隨無事適,風逐自然淸?,有味哉! 其言之也!
백씨운, 의수무사적, 풍축자연청, 유미재! 기언지야
우연히 뜻에 맞아들어야 문득 아름다운 경지를 이루고,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야 비로소 참다운 기틀을 보게 된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손길을 가하여 새로 늘어놓으면 그 멋은 문득 줄어들리라. 백낙천이 말하기를 ‘뜻은 일이 없을 때 가장 즐겁고, 바람은 자연스럽게 볼 때 가장 맑다’고 하였으니 진시로 의미 있도다. 그 말이여!

083. 性天澄徹,卽饑?渴飮,無非康濟身心。
성천징철, 즉기식갈음, 무비강제신심.
心地沈迷,縱談禪演偈,總是播弄精魂。
심지침미, 종담선연게, 총시파롱정혼.
천성이 맑으면 곧 배고플 때 밥 먹고 목마를 때 물 마시면서도 심신을 편하게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물욕에 잠겨 어지러우면 비록 선을 이야기하고 게송을 풀이하더라도 모두 정신을 희롱할 뿐이니라.

084. 人心有個眞景,非絲非竹而自恬愉,不烟不茗而自淸芬。
인심유개진경, 비사비죽이자념유, 불연불명이자청분.
須念淨境空,慮忘形釋,?得以游衍其中。
수념정경공, 여망형석, 재득이유연기중.
사람의 마음에 하나의 진실한 경지가 있으니, 거문고와 피리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편안하고 즐거우며 향과 차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맑고 향기롭구나. 모름지기 생각을 깨끗하게 하고 환경에 얽매이지 않으며 잡념을 잊고 형체조차 잊어버려야 곧 그 가운데에서 노닐 수 있으리라.

085. 金自鑛出,玉從石生。非幻,無以求眞。
금자광출, 옥종석생. 비환, 무이구진.
道得酒中,仙遇花裡。雖雅,不能離俗。
도득주중, 선우화리. 수아, 불능이곡.
금은 광석에서 나오고 옥은 돌에서 나오니, 환상이 아니면 진리를 구할 수 없다. 도를 술 가운데서 열고 신선을 꽃 속에서 만남은 비록 운치는 있으되 속됨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

086. 天地中萬物,人倫中萬情,世界中萬事,
천지중만물, 인륜중만정, 세계중만사.
以俗眼觀,紛紛各異。以道眼觀,種種是常。
이속안관, 분분각이. 이도안관, 종종시상.
何煩分別? 何用取捨?
하번분별 하용취사
천지 가운데의 만물과 인륜 가운데의 온갖 정과 세계 가운데의 모든 일은, 속된 눈으로 보면 어지러이 각각 다르지만 깨달은 눈으로 보면 모두가 한결 같으니, 어찌 번거롭게 구별하며, 어찌 취하고 버릴 것이 있겠는가.

087. 神?,布被窩中,得天地?和之氣。
신감, 포피와중, 득천지충화지기.
味足,藜羹飯後,識人生澹泊之眞。
미족, 여갱반후, 식인생담박지진.
정신이 왕성하면 베 이불을 덮고 좁은 방 가운데에 있어도 천지의 온화한 기운을 얻으며, 입맛이 넉넉하면 명아주국에 밥을 먹은 후에도 인생의 담백한 참 맛을 알지니라.

088. 纏脫只在自心。心了則屠肆糟店,居然淨土。
재탈지재자심. 심료즉도사조점, 거연정토.
不然,縱一琴一鶴, 一花一卉,嗜好雖淸,魔障終在。
불연, 종일금일학, 일화일훼, 기호수청, 마장종재.
語云,?能休,塵境爲眞境。未了,僧家是俗家?。信夫!
어운, 능휴, 진경위진경. 미료, 승가시속가 신부
속박과 해탈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으니, 마음에 깨달음을 얻으면 푸줏간과 술집도 그대로 극락이 되리로다. 그렇지 않으면 비록 거문고와 학을 벗삼고 꽃과 풀을 가꾸어, 그 좋아함이 비록 맑다 하더라도 악마의 방해는 언제나 있으리라. 옛말에 이르기를 ‘능히 그만둘 수 있으면 속세도 극락이 될 것이요, 깨닫지 못하면 절간도 속세가 되리라’ 하였으니, 진실한 말이로다.

089. 斗室中,萬慮都捐,說甚畵棟飛雲, 珠簾捲雨。
두실중, 만려도연, 설심화동비운, 주렴권우.
三杯後,一眞自得,唯知素琴橫月, 短笛吟風。
삼불후, 일진자득, 유지소금횡월, 단적음풍.
좋은 방 가운데서도 모든 걱정을 다 버리면, 어찌 ‘단청기둥에 구름이 날고 주렴을 걷고 비를 본다’는 이야기를 말할 게 있으랴, 석 잔 술을 마신 후에 하나의 진리를 깨닫는다면 오직 거문고를 달 아래 비껴 타고 단적을 바람에 읊조리는 것을 알겠도다.

090. 萬?寂廖中,忽聞一鳥弄聲,便喚起許多幽趣。
만뢰적료중, 홀문일조롱성, 변환기허다유취.
萬卉?剝後,忽見一枝擢秀,便觸動無限生機。
만훼최박후, 홀견일지탁수, 변촉동무한생기.
可見性天未常枯槁, 機神最宜觸發。
가견성천미상고고, 기신최의촉발.

만물의 소리 고요한 가운데 홀연히 한 마리 새소리를 들으면 문득 온갖 그윽한 멋을 불러일으키고, 모든 초목이 시들어 떨어진 후에 홀연히 한 줄기 빼어난 꽃을 보면 문득 무한한 생기가 움직인다. 가히 천성은 언제나 메말라 있지 않으며 정신은 사물에 닿아서 발동하는 것임을 알 수 있도다.

091. 白氏云,?不如放身心,冥然任天造?,
백씨운, 불여방신심, 명연임천조
晁氏云,?不如收身心,凝然歸寂定?。
조씨운 불여수신심, 으연귀적정.
放者,流爲猖狂。收者,入於枯寂。
방자, 류위창왕. 수자, 입어고적.
唯善操身心的,杷柄在手,收放自如。
유선조신심적, 파병재수, 수방자여.
백낙천은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다 놓아 버린 다음 눈감고 되는 대로 맡기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고, 조보지는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다 거두어서 움직이지 않고 정적으로 돌아감만 못하다’고 하였으되, 놓아 버리면 흘러넘어져서 미치광이처럼 되고, 거두어 두면 메마른 적막함에 들어갈 뿐이로다. 오직 몸과 마음을 잘 가누자면 그 자루를 손에 쥐고서 거두고 놓음을 마음대로 해야 할 것이니라.

092. 當雪夜月天,心境便爾澄徹。遇春風和氣,意界亦自?融。
당설야월천, 심경변이징철. 우춘풍화기, 의개역자충융.

造化人心,混合無間。
조화인심, 혼합무간.
눈 내린 밤에 달 밝은 하늘을 대하면 마음이 문득 맑아지고, 봄바람 온화한 기운을 만나면 뜻이 또한 저절로 부드러워지니, 자연의 조화와 사람의 마음이 한데 어울려 간격이 없도다.

093. 文以拙進,道以拙成。一拙字,有無限意味。
문이졸진, 도이졸성. 일졸자, 유무한의미.
如桃源犬吠, 桑間鷄鳴,何等淳龐?
여조원견폐, 상간계명, 하등순룡.
至於寒潭之月, 古木之鴉,工巧中,便覺有衰颯氣象矣。
지어한담지월, 고목지아, 공교중, 변각유쇠삽기상의.

글은 졸함으로써 나아지고 도는 졸함으로써 이루어지니, 이 졸자 한 자에 무한한 뜻이 있다. 만약 ‘복사꽃 핀 마을에 개가 짖고, 뽕나무 사이에 닭이 운다’고 하면 그 얼마나 순박한가. 그러나 ‘차가운 연못에 달이 밝고 고목에 까마귀 운다’는 데에 이르면, 비록 교묘하기는 하지만 문득 쓸쓸한 기상이 있음을 느끼게 될 뿐이니라.

094. 以我轉物者,得固不喜,失亦不憂,大地盡屬逍遙。
이아전물자, 득고불희. 실역불우, 대지진속소요.
以物役我者,逆固生憎,順亦生愛,一毛便生纏縛。
이물역아자, 역고생증, 순역생애, 일모변생전박.
내가 사물을 부리는 사람은 얻어도 분래 기뻐하지 않고 잃어도 또한 근심하지 않으니 대지가 모두 그의 노니는 곳이니라. 물건으로써 나를 부리는 사람은 역경을 미워하고 순경에 애착을 가지니 털끝만한 일에도 얽매이느니라.

095. 理寂則事寂。遺事執理者,似去影留形。
이적즉사적. 견사집리자, 사거영류형.
心空則境空。去境存心者,如聚?却?。
심공즉경공. 거경존심자, 여취전각예.
원리가 없으면 현상도 없으니, 현상을 버리고 원리만 잡는 것은 그림자를 없애고 형체만 머무르려 함과 같고, 마음이 없으면 외물도 없으니, 외물을 없애고 마음만 보존하려는 것은 비린 것을 모아 놓고 쉬파리를 쫓으려는 것과 같으니라.

096. 幽人淸事,總在自適。
유인청사, 재재자적.
故酒以不勸爲歡,棋以不爭爲勝,
고주이불권위환, 기이부쟁위승.
笛以無腔爲適,琴以無絃爲高,
적이무강위적, 금이무현위고.
會以不期約爲眞率,客以不迎送爲坦夷。
회의불기약위진솔, 객이불영송위탄이.
若一牽文泥跡,便落塵世苦海矣。
약일견문니적, 변락진세고해의.
은자의 맑은 흥취는 모두가 자적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술은 권하지 않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바둑은 다투지 않는 것으로 이김을 삼고, 피리는 구멍이 없는 것으로 적당함을 삼고, 거문고는 줄이 없는 것으로 고상함을 삼고, 만남은 기약하지 않는 것으로 참됨을 삼고, 손님은 마중하거나 전송하지 않는 것으로 편안함을 삼는 도다. 만약 일단 겉치레에 사로잡히고 형식에 얽매인다면 문득 속세의 고해에 떨어지고 말리라.

097. 試思未生之前,有何象貌,又思旣死之後,作何景色,
시사미생지전, 유하상모, 우사기사지후, 작하경색.
則萬念灰冷,一性寂然,自可超物外遊象先。
즉만념회랭, 일성적연, 자가초물외유상선.
시험삼아 태어나기 이전 내 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해 보고, 또한 죽은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될까를 생각해 보라. 그러면 온갖 생각이 재처럼 싸늘해지고 본성은 고요해져서, 가히 스스로 물외에 초연하며 절대경에 놀 수 있으리라.

098. 遇病而後思强之爲寶,處亂而後思平之爲福,非蚤智也。
우병이후사강지위보, 처란이후사평지위복, 비조지야.
倖福而先知其爲禍之本,貪生而先知其爲死之因,其卓見乎!
행복이선지기위화지본, 탐생이선지기위사지인, 기탁견호
병이 든 뒤에야 건강의 보배로움을 생각하고 어지러움에 처한 뒤에야 평화의 복됨을 생각함은 빠른 지혜가 아니다. 요행을 바라는 것이 재앙의 근본이 됨을 알고, 탐욕이 생겨남이 사망의 원인이 됨을 미리 안다면 그것은 뛰어난 식견일지니라.

099. 優人傳粉調?,效姸醜於豪端,俄而歌殘場罷,姸醜何存?
우인부분조주, 효연추어호단, 아이가잔장파, 연추하존
奕者爭先競後,較雌雄於著子,俄而局盡子收,雌雄安在?
혁자쟁선경후, 교자웅어착자, 아이국진자수, 자웅안재
배우는 분 바르고 연지 찍어 붓끝으로 아름다움과 추함을 그려내지만, 이윽고 노래가 끝나고 막이 내리고 나면 그 아름다움과 추함이 어디에 있는가, 바둑 두는 사람은 앞과 뒤를 다투어 바둑돌로 승패를 비교하지만, 이윽고 판이 끝나고 돌을 거두면 그 승패는 어디에 있는가.

100. 風花之瀟?, 雪月之空淸,唯靜者爲之主。
풍화지소쇄, 설월지공청, 유정자위지주.
水木之榮枯, 竹石之消長,獨閒者操其權。
수목지영고, 죽석지소장, 독한자조기권.
바람과 꽃의 산뜻함, 눈과 달의 밝고 깨끗함은 오직 고요한 사람만이 이들의 주인이 될 수 있고, 물과 나무의 번성함과 메마름, 바위 사이 대나무의 자람과 사라짐은 홀로 한가한 사람만이 그 권리를 쥘 수 있도다.

101. 田夫野?,語以黃鷄白酒,則欣然喜。問以鼎食,則不知。
전부야수, 어이황계백주, 즉흔연희. 문이정식, 즉부지.
語以縕袍短褐,則油然樂。問以袞服,則不識。
어이온포단갈, 즉유연락. 문이곤복, 즉불식.
其天全,故其欲淡。此是人生第一個境界。
기천전, 고기욕담. 차시인생제일개경계.
시골 노인들은 닭고기 안주에 막걸리를 이야기하면 곧 흔연히 기뻐하지만 고급요리를 물으면 알지 못하고, 무명 두루마기와 베잠방이를 이야기하면 곧 유연히 즐거워하지만 비단옷을 물으면 이를 모른다. 그 천성이 온전하기 때문에 그 욕심이 담백한 것이니, 이야말로 인생의 첫째가는 경계니라.

102. 心無其心,何有於觀? 釋氏曰?觀心?者,重增其障。
심무기심, 하유어관 석씨왈 관심자, 중증기장.
物本一物,何待於齊? 莊生曰?齊物?者,自剖其同。
물본일물, 하대어제 장생왈 제물자, 자부기동.
다음에 망심이 없으니, 무슨 관심이 필요하랴. 석가가 말한 ‘관심’이란 그 장애를 더할 뿐이다. 사물은 본래 한 물건이니 가지런함을 기다릴 필요가 어디 있으랴. 장자가 말한 ‘제물’이란 스스로 같은 것을 갈라놓는 것이니라.

103. 笙歌正濃處,便自拂衣長往,羨達人撤手懸崖。
생가정농처, 변자불의장왕, 선달인살수현애.
更漏已殘時,猶然夜行不休,?俗士沈身苦海。
경루이잔시, 유연야행불휴, 소속사침신고해.
피리와 노래 소리 한창 무르익을 때에 문득 스스로 옷자락을 떨치고 멀리 가 버림은 마치 달인이 손을 놓고 벼랑을 올라가는 것과 같아서 부러우나, 이미 시간이 다한 때에 오히려 쉬지 않고 발길을 가는 것은 마치 속인이 고해에 몸을 담그는 것과 같아서 우스울 뿐이로다.

104. 把握未定,宜絶迹塵?,
파악미정, 의절역진효.
使此心不見可欲而不亂,以澄吾靜體。
사차심불견가욕이불란, 이징오정체.
操持旣堅,又當混跡風塵,
조지기견, 우당흔적풍진,
使此心見可欲而亦不亂,以養吾圓機。
사차심견가욕이역불란, 이양오원기.
마음을 아직 붙들지 못했다면 마땅히 속세에서 발길을 끊으라. 이 마음으로 하여금 욕심내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어지럽게 않게 하라. 그로써 내 조용한 마음의 본체를 맑게 하여야 하느니라.
마음을 이미 굳게 잡았거든 다시 마땅히 속세에 발길을 섞어, 마음으로 하여금 욕심나는 것을 보아도 또한 어지럽지 않게 하라. 그로써 내 마음의 원만한 작용을 길러야 할지니라.

105. 喜寂厭喧者,往往避人以求靜。
희적염훤자. 왕왕피인이구정.
不知意在無人,便成我相,心着於靜,便是動根,
부지의재무인, 변성아상, 심착어정, 변시동근,
如何到得人我一視, 動靜兩忘的境界?
여하도득인아일시, 동정량망적경계.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사람은 흔히 사람을 피함으로써 조용함을 구하나, 뜻이 사람 없음에 있다면 이는 곧 자아에 집착함이 되고, 마음이 고요함에 집착하면 이것이 곧 움직임의 근본임을 모르고 있음이다. 어찌 남과 나를 하나로 보고 움직임과 고요함을 다 잊어버리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랴.

106. 山居,胸次淸?,觸物皆有佳思。
산거, 흉차청쇄, 촉물개유가사.
見孤雲野鶴,而起超絶之想,遇石澗流泉,而動?雪之思,
견고운야학, 이기초절지상, 우석간류천, 이동조설지사.
撫老檜寒梅,而勁節挺立,侶沙鷗?鹿,而機心頓忘。
무로회한매, 이경절정립, 여사구마록, 이기심돈망.
若一走入塵?,無論物不相關,卽此身亦屬贅旒矣。
약일주입진환, 무론물불상관, 즉차신역속췌류의.
산중에 살면 가슴 속이 맑고 시원하니 접촉하는 사물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외로운 구름과 들의 학을 보면 속세를 초월한 듯하고, 바위틈에 흐르는 샘물을 만나면 속된 것들을 씻어 주는 듯 하며, 늙은 전나무와 차가운 매화를 어루만지면 굳센 절개가 꿋꿋이 세워지고, 모랫벌 갈매기와 사슴들을 벗삼으면 마음의 동요를 문득 잊게 된다. 그러나 만약 한 번 속세로 뛰어들게 되면 외물과 접촉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몸은 역시 쓸데 없는 존재가 되고 말리라.

107. 興逐時來,芳草中,撤履閑行,野鳥,忘機時作伴。
흥축시래, 방초중, 철리한행, 야조, 망기시작반.
景與心會,落花下,披襟兀坐,白雲,無語漫相留。
경여심회, 낙화하, 피금올좌, 백운, 무어만상류.
흥이 때를 따라 일어나 아름다운 풀밭 사이를 맨발로 한가로이 거니로라면 들새도 마음놓고 때때로 벗이 되고, 경치가 마음에 들어 떨어지는 꽃 아래 옷깃을 헤치고 우두커니 낮으면 흰 구름도 말없이 다가와 한가롭게 머무네.

108. 人生福境禍區,皆念想造成。
인생복경화구, 개념상조성.
故釋氏云,?利欲熾然,卽是火坑。貪愛沈溺,便爲苦海。
고석씨운 이욕치연, 즉시화갱, 탐애침닉, 변위고해.
一念淸淨,熱焰成池。一念警覺,船登彼岸?。
일념청정, 열염성지, 일념경각, 선등피안.
念頭稍異,境界頓殊,可不愼哉?
염두초이, 경계돈수, 가불신재
인생의 화복은 모두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석가가 말하기를 ‘욕심이 불길같이 타오르면 이것이 곧 불구덩이 이고, 탐욕에 빠지면 그것이 곧 고해로되 한 생각이 맑고 깨끗하면 세찬 불길이 연못이 되고, 한 생각을 깨달으면 배는 저 언덕에 오른다’고 하였다. 이렇듯 생각이 조금만 달라져도 경계는 크게 달라지는 법이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으랴.

109. 繩鋸木斷,水滴石穿。學道者,須加力索。
승거목단, 수적석천. 학도자, 수가력색.
水到渠成,瓜熟?落。得道者,一任天機。
수도거성, 과열체락. 득도자, 일임천기.
새끼줄로 톱질하여도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도 돌을 뚫으니,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더욱 힘써 구하여야 한다. 물이 모이면 시냇물을 이루고 참외도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니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온전히 하늘의 작용에 내맡겨야 하느니라.

110. 機息時,便有月到風來,不必苦海人世。
기식시, 변유월도풍래, 불필고해인세.
心遠處,自無車塵馬迹,何須痼疾丘山?
심원처, 자무차진마적, 하수고질구산.
마음의 작용을 잠재우면 문득 달 뜨고 바람도 불어오니 인간 세상이 반드시 고해만은 아니로다. 마음이 멀찍한 곳에 있으면 절로 수레의 먼지와 말발굽 소리가 없으니 어찌 자연을 그리워함이 병될 것까지야 있으랴!

111. 草木?零落,便露萌穎於根?。
초목재영락, 변로맹영어근저.
時序雖凝寒,終回陽氣於飛灰。
시서수응한, 종회양기어비회.
肅殺之中,生生之意常爲之主,卽是可以見天地之心。
숙살지중, 생생지의상위지주, 즉시가이견천지지심.
초목은 시들어 떨어지면 곧 다시 뿌리 밑에 새싹이 트고, 계절은 비록 얼어붙는 추위라 해도 마침내 날아오는 재 속에 봄기운이 돌아온다. 만물을 죽이는 기운 가운데도 자라나게 하는 뜻이 늘 주가 되니, 가히 그로써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느니라.

112. 雨餘,觀山色,景象便覺新姸。
우여, 관산색, 경상변각신연.
夜靜,聽鐘聲,音響尤爲淸越。
야정, 청종성, 음향우위청월.
비 개인 뒤 산빛을 보면 경치가 문득 새로이 고움을 깨닫고, 밤이 고요할 때 종소리를 들으면 그 울림은 더욱 맑고도 높구나.

113. 登高,使人心曠。臨流,使人意遠。
등고, 사인심광, 임류, 사인의원.
讀書於雨雪之夜,使人神淸。舒嘯於丘阜之?,使人興邁。
독서어우설지야, 사인신청. 서수어구부지전. 사인흥매.
높은 곳에 오르면 사람의 마음이 넓어지고 흐르는 물에 다다르면 사람의 뜻이 유원해지느니라. 눈비 오는 밤에 책을 읽으면 사람의 정신이 맑아지고 언덕 위에서 천천히 휘파람을 불면 사람의 흥취가 구매해지느니라.

114. 心曠,則萬鍾如瓦缶。
심광, 즉만종여와부.
心隘,則一髮似車輪。
심애, 즉일발사거륜.
마음이 넓으면 만 종의 녹도 질항아리와 같고, 마음이 좁으면 터럭 하나도 수레바퀴와 같으니라.

115. 無風月花柳,不成造化。無情欲嗜好,不成心體。
무풍월화류, 불성조화, 무정욕기호, 불성심체.
只以我轉物,不以物役我,則嗜欲莫非天機,塵情 卽是理境矣。
지이아전물, 불이물역아, 즉기욕막비천기, 진정 즉시리경의.
버람과 달과 꽃과 버들이 없으면 천지의 조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정욕과 기호가 없으면 마음의 본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주체가 되어외물을 부리고 외물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면, 곧 정욕과 기호도 하늘의 기미 아님이 없고, 세속적인 정도 곧 진리의 경계가 되느니라.

116. 就一身了一身者,方能以萬物付萬物。
취일신료일신자, 방능이만물부만물.
還天下於天下者,方能出世間於世間。
환천하어천하자, 방능출세간어세간.
자기 한 몸에 대하여 그 한 몸을 온전히 깨달은 사람은 만물에게 맡길 수 있고, 천하를 천하에 돌려주는 사람은 능히 속세에서 속세를 벗어날 수 있으니라.

117. 人生太閒,則別念竊生。太忙,則眞性不現。
인생태한, 즉별념절생. 태망, 즉진성불현.
故士君子不可不抱身心之憂,亦不可不耽風月之趣。
고사군자불가불포신심지우, 역불가불탐풍월지취.
사람은 너무 한가하면 다른 생각이 슬며시 일어나고, 너무 바쁘면 참다운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과 마음에 근심을 지니지 않을 수 없고, 풍월의 멋 또한 즐기지 않을 수 없느니라.

118. 人心多從動處失眞。
인심다종동처실진.
若一念不生, 澄然靜坐,
약일념불생, 징연정좌,
雲興而悠然共逝,雨滴而冷然俱淸,
운흥이유연공서, 우적이랭연구청,
鳥啼而欣然有會,花落而瀟然自得。
조제이흔연유회, 화락이소연자득.
何地非眞境? 何物非眞機?
하지비진경 하물비진기
사람의 마음은 흔히 동요함으로써 진심을 잃어버린다. 만약 한 가지 생각도 일어나지 않아 잔잔하게 정좌하게 된다면, 구름이 일어나면 유장하게 함께 가고, 빗방울이 떨어지면 서늘하게 함께 맑아지며, 새가 지저귀면 즐거이 마음에 맞이하고, 꽃이 지면 소연히 깨달을 것이니 어디인들 진경이 아니며, 무엇엔들 진기가 없겠는가.

119. 子生而母危,?積而盜窺,何喜非憂也?
자생이모위, 강적이도규, 하희비우야
貧可以節用,病可以保身,何憂非喜也?
빈가이절용, 병가이보신, 하우비희야
故達人當順逆一視,而欣戚兩忘。
고달인당순역일시, 이흔척량망.
자식이 태어날 때는 그 어머니가 위험하고 돈자루가 쌓이게 되면 도둑이 엿보니 어느 기회인들 슬픔이 아니랴, 가난하면 비용을 절약해 쓰고 병이 들면 몸을 보양하니 어느 슬픔인들 기쁨이 아니랴, 그러므로 달인은 당연히 순경과 역경을 하나로 보며 기쁨과 슬픔을 모두 잊어버리느니라.

120. 耳根似?谷投響。過而不留,則是非俱謝。
이근사표곡투향, 과이불류, 즉시비구사.
心境如月池浸色。空而不著,則物我兩忘。
심경여월지침색, 공이불착, 즉물아량망.
귀는 마치 회오리바람이 골짜기에 소리를 울리는 것 같아서 지나간 뒤 메아리가 머물지 않게 하면 시비도 함께 물러가리라. 마음은 마치 밝은 달이 연못에 빛을 비추는 것과 같아서, 텅 비어 집착하지 않으면 곧 물아를 모두 잊으리라.

121. 世人爲榮利纏縛,動曰?塵世苦海?,
세인위영리전박, 동왈 진세고해
不知雲白山靑, 川行石立, 花迎鳥笑, 谷答樵謳。
부지운백산청, 천행석립, 화영조소, 곡답초구.
世亦不塵,海亦不苦。彼自塵苦其心爾。
세역부진, 해역불고. 피자진고기심이.
세상 사람들은 영화와 명리에 얽매여 걸핏하면 티끌세상이니, 고생바다니 하고 말한다, 그들은 구름 피고 산은 푸르며, 냇물 흐르고 바위 우뚝하며, 꽃 피고 새가 지저귀며 골짜기가 화답하고 나무꾼이 노래하는 것을 모르나니, 세상은 또한 티끌이 아니며 고해도 아니로다. 디민 저들이 스스로 그 마음을 티끌과 고해로 만들 따름이니라.

122. 花看半開,酒飮微醉,此中大有佳趣。
화간반개, 주음미취, 차중대유가취.
若至爛漫??,便成惡境矣。履盈滿者,宜思之。
약지난만모도, 변성안경의, 이영만자, 의사지.
꽃은 밤만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조금만 취하도록 마시면 그 가운데 무한히 아름다운 멋이 잇다.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이 흠뻑 취하는 데까지 이르면 추악한 경지가 되니, 가득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이를 생각해야 하리라.

123. 山肴不受世間灌漑,野禽不受世間?養,其味皆香而且冽。
산효불수세간관개, 야금불수세간환양, 기미개향이차렬.
吾人能不爲世法所點染,其臭味不逈然別乎?
오인능불위세법소점염, 기취미불형연별호
산나물은 세상 사람들이 가꾸지 않아도 결코 절로 자라고, 들새는 기르지 않아도 절로 자라나니, 그 맛은 다 향기롭고도 맑다. 우리도 능히 세상 법도에 물들지 않는다면 그 품격이 속세와 멀리 떨어져 각별하지 않겠는가.

124. 栽花種竹, 玩鶴觀魚,又要有段自得處。
재화종죽, 완학관어, 우요유단자득처.
若徒留連光景, 玩弄物華,亦吾儒之口耳, 釋氏之頑空而已,
약도류련광경, 완롱물화, 역오유지구이, 석씨지완공이이.
有何佳趣?
유하가취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심으며 학을 즐기고 물고기를 바라보더라도, 모름지기 일단의 깨닫는 것이 있어야 한다. 만약 헛되이 그 광경에 빠져서 물건의 화려함만을 즐긴다면, 또한 우리 유가의 구이지학이요, 불가의 완공일 뿐이니, 어찌 아름다운 벗이 있겠는가.

* 구이지학; 마음으로 깨닫지 못하고 귀로 들은 것을 그저 입으로만 주워 섬기는 학문
* 완공; 세상만물을 일체 공으로 보는 소승불교의 입장


125. 山林之士,淸苦而逸趣自饒。農野之夫,鄙略而天眞渾具。
산림지사, 청고이일취자요. 농야지부, 비략이천진흔구.
若一失身市井??會 ,不若轉死溝壑, 神骨猶淸。
약일실신시정조괴, 불약전사구학, 신골유청.
산림의 신비는 청빈하게 살지만 높은 멋이 스스로 넉넉하고, 들의 농부는 거칠고 소박하지만 천진 스러움이 다 갖추어져 있도다. 만약 한 번 몸을 잃어 저자거리의 거간꾼이 된다면, 차라리 구렁텅이에 굴러 떨어져 죽을지언정 심신이 오히려 깨끗함만 같지 못하리라.

126. 非分之福, 無故之獲,非造物之釣餌,卽人世之機?。
비분지복, 무고지획, 비조물지조이, 즉인세지기정.
此處,著眼不高,鮮不墮彼術中矣。
차처, 착안불고, 선불타피술중의.
분수에 맞지 않는 복과 까닭 없는 얼음은 조물주의 낚싯밥이 아니면 곧 인간 세상의 함정이다. 이런 곳에서 눈을 높이 두지 않으면 그 술책에 빠지지 않기가 어려우니라.

127. 人生原是一傀儡,只要根?在手。
인생원시일괴뢰 지요근체재수.
一線不亂,卷舒自由, 行止在我。
일선불란, 권서자유, 행지재아.
一毫不受他人提?,便超出此場中矣。
일호불수타인제철, 변초출차장중의.
인생은 원래 한갓 꼭두각시 놀음이니, 모름지기 그 밑뿌리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한 가닥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아서 감고 푸는 것이 자유로와야 가고 멈추는 것이 나에게 있게 되나니, 털끝만큼도 남들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문득 이 마당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128. 一事起,則一害生。故天下常以無事爲福。
일사기, 즉일해생. 고천하상이무사위복.
讀前人詩云,?勸君莫話封侯事,一將功成萬骨枯?。
독전인시운 건군막화봉후사, 일장공성만골고
又云,?天下常令萬事平,匣中不惜千年死?。
우운 천하상령만사평 갑중불석천년사
雖有雄心猛氣,不覺化爲氷霰矣。
수유웅심맹기, 불각화위빙선의
한 가지 이로운 일이 일어나면 곧 한 가지 해로운 일이 생긴다. 그러므로 천하는 언제나 무사한 것으로 복을 삼는다. 옛사람의 시를 읽어보니 이르기를 ‘그대에게 권하노니 제후에 봉해지는 일을 이야기하지 말라, 한 장수가 공을 이룸에는 만 사람의 뼈가 마른다’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천하가 항상 태평하기만 한다면 칼은 천 년을 갑 속에서 썩어도 아깝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비록 웅장한 마음과 용맹한 기상이 있을지라도 모르는 사이에 얼음과 눈이 되어 사라지리라.

129. 淫奔之婦,矯而爲尼。熱中之人,激而入道。
음분지부, 교이위니. 열중지인, 격이입도.
淸淨之門,常爲?邪淵藪也如此。
청정지문, 상위음사연수야여차.
음탕한 아낙이 극단에 이르면 여승이 되기도 하고, 일에 열중하던 사람도 격해지면 불도에 들어가니, 깨끗한 불문이 언제나 음사의 소굴이 됨이 이와 같도다.

130. 波浪兼天,舟中不知懼,而舟外者寒心。
파랑겸천, 주중부지구, 이주외자한심.
猖狂罵坐,席上不知警,而席外者?舌。
창왕매좌, 석상부지경, 이석외자색설
故君子,身雖在事中,心要超事外也。
고군자, 신수재사중, 심요초사외야.
물결이 하늘까지 치솟을 때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모르지만 배 밖에 있는 사람들은 가슴이 서늘하고, 미치광이가 좌중을 꾸짖을 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경계할 줄 모르지만 자리 밖의 사람들은 혀를 차는 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이 비록 일 가운데에 있을지라도 마음은 모름지기 일 밖에 초월해 있어야 하느니라.

131. 人生減省一分,便超脫一分。
인생감생일분, 변초탈일분.
如交遊減,便免紛擾。言語減,便寡愆尤。
여교유감, 변면분요. 언어감, 변과건우.
思慮減,則精神不耗。聰明減,則混沌可完。
사려감, 즉정신불모. 총명감, 즉혼돈가완.
彼不求日減而求日增者,眞桎梏此生哉!
피불구일감이구일증자, 진질곡차생재.
인생은 일 분을 덜면 곧 일 분을 초월한다. 만약 사귐을 덜면 곧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덜면 곧 허물이 적어지고, 생각을 덜면 곧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총명을 덜면 곧 본성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132. 天運之寒暑易避,人生之炎凉難除。
천운지한서이피, 인생지염량난제.
人生之炎凉易除,吾心之氷炭難去。
인생지염량이제, 오심지빙탄난거.
去得此中之氷炭,則萬腔皆和氣,自隨地有春風矣。
거득차중지빙탄, 즉만강개화기, 자수지유춘풍의.
천지 운행의 추위와 더위는 피하기 쉬워도 인간 세상의 뜨거움과 차가움은 제거하기 어렵고, 인간 세상의 뜨거움과 차가움은 제거하기 쉬워도 내 마음의 얼음과 숯불은 버리기 어렵구나, 이 마음 속의 숯불과 얼음을 버릴 수만 있다면 가슴은 화기가 가득하여 가는 곳마다 저절로 봅바람이 일어나리라.

133. 茶不求精,而壺亦不燥。酒不求冽,而樽亦不空。
차불구정, 이호역부조. 주불구렬, 이준역불공.
素琴無絃,而常調。短笛無腔,而自適。
소금무현, 이상조. 단적무강, 이자적.
終難超越羲皇,亦可匹?稽阮。
종난초월희황, 역가필주혜완.
차는 좋은 것만을 구하려 하지 않으니 찻주전자 또한 마르는 일이 없고, 술은 향기로운 것만을 구하려 하지 않으니 술동이 또한 비어 있는 일이 없구나. 장식 없는 거문고는 줄이 없어도 항상 고르고, 짧은 피리는 구멍이 없어도 스스로 즐거우니, 비록 복희씨는 초월하기 어렵지만 가히 죽립칠현과는 벗 할 수 있으리라.

134. 釋氏隨緣, 吾儒素位四字,是渡海的浮囊。
석씨수연, 오유소위사자, 시도해적부낭.
蓋世路茫茫,
개세로망망,
一念求全,則萬緖紛起。隨寓而安,則無入不得矣。
일념구전, 죽만서분기, 수우이안, 즉무입부득의.
불가의 ‘수연(隨緣)’과 유가의 ‘소위(素位)’, 이 네 글자는 곧 바다를 건너가는 부낭(浮囊)이다. 대개 세상길은 아득하여, 일념으로 완전함을 구하면 곧 만 갈래 마음의 실마리가 어지러이 일어나고, 처지에 따라서 편하게 살면곧 이른 곳마다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얻지 못함이 없으리라.

- 洪自誠의 菜根譚(萬曆本) -
<전집>

001. 棲守道德者는 寂寞一時하고, 依阿權勢者는 凄凉萬古니라.
서수도덕자는 적막일시하고, 의아권세자는 처량만고니라.
達人은 觀物外之物하고 思身後之身하나니 寧受一時之寂寞이언정 毋取萬古之凄凉이라.
달인은 관물외지물하고 사신후지신하나니 영수일시지적막이언정 무취만고지처량이라.
도덕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적막할 뿐이지만, 권세에 의지하고 아부하는 자는 만고에 처량하다. 달인은 사물 밖의 사물을 관찰하고 몸 뒤의 몸을 생각하느니, 차라리 일시적인 적막을 겪을지언정 만고에 처량함을 하지 말라.

002. 涉世淺이면 點染亦淺이요 歷事深이면 機械亦深이라.
섭세천이면 점염역천이요 역사심이면 기계역심이라.
故로 君子는 輿其練達론 不若朴魯 輿其曲謹으론 不若疎狂이니라.
고로 군자는 여기련달론 불약박로며 여기곡근으론 불약소광이니라.
세상의 경험이 얕으면 더러움에 물드는 것 또한 얕고, 일의 경험이 깊으면 속임수 또한 깊으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능수능란 하기보다는 박하고 우둔한 편이 나으며, 치밀하고 약사빠르기보다는 소홀하고 거친 편이 나으리라.

003. 君子之心事는 天靑日白하여 不可使人不知요.
군자지심사는 천청일백하여 불가사인부지요.
君子之才華는 玉온珠藏하여 不可使人易知니라.
군자지재화는 옥온주장하여 불가사인이지니라.
군자의 마음가짐은 하늘이 푸르고 햇빛이 밝은 것과 같이 하여 남들이 모르게 해서는 안 되며, 군자의 재화는 구슬이 숨어 있고 진주가 감추어져 있는 것과 같이 하여 남들이 쉬 알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라.

004. 勢利粉華는 不近者爲潔이나 近之而不染者는 爲尤潔이요.
세리분화는 불근자위결이나 근지이불염자는 위우결이요.
智械機巧는 不知者爲高나 知之而不用者는 爲尤高니라.
지계기교는 부지자위고나 지지이불용자는 위우고니라.
권세와 이익과 사치와 화려함은, 이것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깨끗하다고 하지만 이를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을 더욱 깨끗하다고 한다. 잔재주와 권모와 술수와 교묘함은, 이것을 모르는 사람을 높다고 하지만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더욱 높다고 하느니라.

005. 耳中에 常聞逆耳之言하고 心中에
이중에 상문역이지언하고 심중에
常有拂心之事면 재是進德修行的砥石이니
상유불심지사면 재시진덕수행적지석이니
若言言悅耳하고 事事快心이면 便把此生하여 埋在짐毒中矣니라.
약언언열이하고 사사쾌심이면 변파차생하여 매재짐독중의니라.
귀 속에 항상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마음 속에 항상 마음에 꺼리는 일이 있으면 이것이야말로 곧 덕성을 함양시키고 행실을 닦는 숫돌이 되리라. 만약 말마다 귀를 기쁘게 하고 일마다 마음을 즐겁게 한다면 이는 곧 인생을 잡아서 짐독 속에 파묻는 것이 되리라.

006. 疾風怒雨엔 禽鳥도 戚戚하고 霽日光風엔 草木도 欣欣하나니
질풍노우엔 금조도 척척하고 제일광풍엔 초목도 흔흔하나니
可見天地 不可一日無和氣요 人心에 不可一日無喜神이니라.
가견천지 불가일일무화기요 인심에 불가일일무희신이니라.
사나운 바람, 성난 비에는 새들도 근심하고, 개인 날씨, 밝은 바람에는 초목도 기뻐하나니, 볼지어다, 천지에는 하루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아니 되며 인심에는 하루도 기쁜 마음이 없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007. 농肥辛甘이 非眞味라 眞味는 只是淡이며 神奇卓異는 非至人이라
농비신감이 비진미라 진미는 지시담이며 신기탁이는 비지인이라
至人은 只是常이니라.
지인은 지시상이니라.
무르익은 술과 기름진 고기와 맵고 단 것이 참 맛이 아니라 참 맛은 다만 담백할 뿐이다. 신비하고 기이하여 우뚝하고 이상한 것이 지인이 아니라 지인은 다만 평범할 뿐이다.

008. 天地는 寂然不動이로되 而氣機는 無息少停하며 日月은 晝夜奔馳로되
천지는 적연부동이로되 이기기는 무식소정하며 일월은 주야분치로되
而貞明은 萬古不易이니라.
이정명은 만고불역이니라
故로 君子는 閒時에 要有喫緊的心思하며 忙處에 要有悠閒的趣味니라.
고로 군자는 한시에 요유끽긴적심사하며 망처에 요유유한적취미니라.
천지는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지만 그 기의 활동은 잠시도 정지하지 않으며, 일월은 밤낮으로 부지런히 달리지만 그 빛은 만고에 바뀌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한 때에도 다급함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바쁜 경우에도 여유 있는 의취(意趣)가 필요하다.

009. 夜深人靜에 獨坐觀心하면 始覺妄窮而眞獨露하나니 每於此中에
야심인정에 독좌관심하면 시각망궁이진독로하나니 매어차중에
得大機趣니라. 旣覺眞現而妄難逃면 又於此中에 得大참뉴이니라.
득대기취니라. 기각진현이망난도면 우어차중에 득대참뉴이니라.
밤 깊어 사람 소리 고요한 때에 홀로 일어나 앉아 내 마음을 관찰해 보면 비로소 망념(妄念)이 사라지고 참된 마음만이 홀로 나타남을 깨닫나니, 매양 이 가운데서 큰 진실을 얻게 된다. 이미 진실이 나타남을 느끼면서도 망념에서 도피하기 어려움을 깨닫는다면, 도한 이 가운데서 큰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리라.

010. 恩裡에 由來生害하나니 故로 快意時에 須早回頭하고
은리에 유래생해하나니 고로 쾌의시에 수조회두하고
敗後에 或反成功하나니 故로 拂心處에 莫便放手하다.
패후에 혹반성공하나니 고로 불심처에 막편방수하다.
은혜로운 속에서 재앙은 싹터 나온다. 그러므로 마음에 만족할 때 모름지기 머리를 돌려야 한다. 실패한 뒤에 혹 도리어 일이 이루어지는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마음에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여 문득 손을 놓아 버려서도 안 되리라.

011. 藜口현腸者는 多氷淸玉潔하고 袞衣玉食者는 甘婢 膝奴顔하나니
여구현장자는 다빙청옥결하고 곤의옥식자는 감비 슬노안하나니
蓋志以澹泊明하고 而節從肥甘喪也니라.
개지이담박명하고 이절종비감상야니라.
명아주로 국 끓여 먹고 비름으로 창자를 채우는 사람 중에는 얼음처럼 맑고 옥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비단옷을 입고 옥 같은 흰쌀밥을 먹는 사람 중에는 종처럼 굽신거리는 것을 달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대저 지조는 담박함으로써 밝아지고, 절개는 비감을 좇음으로써 잃게 되느니라.

012. 面前的田地는 要放得寬하여 使人無不平之歎하고
면전적전지는 요방득관하여 사인무불평지탄하고
身後的惠澤은 要流得久하여 使人有不櫃之思니라.
신후적혜택은 요류득구하여 사인유불궤지사니라.
살아 있을 때의 심지는 활짝 열어 너그럽게 하여서 사람들로 하여금 불평하는 탄식이 없게 하여야 하며, 죽은 뒤의 은혜는 길이 이어지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부족하다는 마음이 없게 하여야 하느니라.

013. 徑路窄處엔 留一步하여 與人行하고 滋味濃的은
경로착처엔 유일보하여 여인행하고 자미농적은
減三分하여 讓人嗜하라. 此是涉世의 一極安樂法이니라.
감삼분하여 양인기하라. 차시섭세의 일극안락법이니라.
오솔길 좁은 곳에서는 한 길을 머물러 서서 남을 지나가게 하고, 기름지고 좋은 음식은 삼 분을 덜어내어서 남에게 맛보게 하라.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방법의 하나일지니라.

014. 作人이 無甚高遠事業이라도 擺脫得俗情이면 便入名流요.
작인이 무심고원사업이라도 파탈득속정이면 편입명류요.
爲學이 無甚增益工夫라도 減除得物累면 便招聖境이니라.
위학이 무심증익공부라도 감제득물루면 편초성경이니라.
사람됨이 뛰어나게 높아 원대한 일은 못할지라도 능히 속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는 곧 명류에 들 것이요, 학문을 닦음에 있어서 뛰어나게 공부를 더 많이 하지는 못할지라도 능히 물욕을 덜어 버릴 수 있다면 이는 곧 성인의 경지를 뛰어 넘으리라.

015. 交友엔 須帶三分俠氣하고 作人엔 要存一點素心이니라.
교우엔 수대삼분협기하고 작인엔 요존일점소심이니라.
친구를 사귐에는 모름지기 삼 분의 의협심을 가져야 하며, 사람됨에는 반드시 한 점의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 할지니라.

016. 寵利는 毋居人前하며 德業은 毋落人後하며
총리는 무거인전하며 덕업은 무락인후하며
受享은 毋踰分外하여 修爲는 毋減分中하라.
수향은 무유분외하여 수위는 무감분중하라.
은혜와 이익은 다른 사람에게 앞서지 말고 덕을 닦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뒤떨어지지 말라. 받아서 누림은 분수를 넘지 말고 수양을 닦는 행위는 분수 안으로 줄이지 말라.

017. 處世엔 讓一步를 爲高하나니 退步는 卽進步的張本이요
처세엔 양일보를 위고하나니 퇴보는 즉진보적장본이요
待人엔 寬一分이 是福이니 利人은 實利己的根基니라.
대인엔 관일분이 시복이니 이인은 실이기적근기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때는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을 높이 여기니,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은 곧 한 걸음 나아가는 근본이 된다. 사람을 대함에는 일 분 너그럽게 하는 것이 복이 되니,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사실은 자기를 이롭게 하는 토대가 되느니라.

018. 蓋世功勞라도 當不得一個矜字이오. 彌天罪過라도 當不得一個悔字니라.
개세공로라도 당부득일개긍자이오. 미천죄과라도 당부득일개회자니라.
세상을 뒤덮을 만한 큰 공로도 일개 긍(矜)자 하나를 당해 내지는 못하고, 하늘에 가득 찬 큰 죄도 일개 회(悔)자 하나를 당해 내지는 못하리라.

019. 完名美節은 不宜獨任이니 分些與人이면 可以遠害全身이요.
완명미절은 불의독임이니 분사여인이면 가이원해전신이요.
辱行汚名은 不宜全推니 引些歸己면 可以光養德이니라.
욕행오명은 불의전추니 인사귀기면 가이도광양덕이니라.
완전한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서 다 차지해서는 안 된다. 조금은 나누어 남에게 주어야 가히 그로써 재앙을 멀리하고 몸을 보전할 수 있다. 욕된 행위와 더러운 이름은 온전히 남에게 미루어서는 안 되니 조금은 끌어다 나에게 돌려야 가히 그로써 빛을 감추고 덕을 기를 수 있으리라.

020. 事事에 留個有餘不盡的意思하면 便造物도 不能忌我하고,
사사에 유개유여부진적의사하면 편조물도 불능기아하고,
鬼神도 不能損我하나 若業必求滿하고 功必求盈者는
귀신도 불능손아하나 약업필구만하고 공필구영자는
不生內變이면 必召外憂하나니라.
불생내변이면 필소외우하나니라.
일마다 조금쯤의 여유를 두어 다하지 못하는 생각을 남겨 둔다면 문득 조물주도 나를 꺼리지 못하고 귀신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일마다 반드시 가득 차기를 바라고 공마다 반드시 완전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안으로 변고가 생기지 않으면 반드시 밖의 근심을 불러들이게 되리라.

021. 家庭에 有個眞佛하고 日用에 有種眞道니라.
가정에 유개진불하고 일용에 유종진도니라.
人能誠心和氣하고 愉色婉言하여
인능성심화기하고 유색완언하여
使父母兄弟間으로 形骸兩釋하고 意氣交流하면
사부모형제간으로 형해양석하고 의기교류하면
勝於調息觀心萬倍矣니라.
승어조식관심만배의니라.
집 안에도 한 분의 참 부처가 있고 일상생활 속에도 하나의 진정한 도(道)가 있다. 사람이 능히 마음을 성실하게 하고 기운을 부드럽게 하며 얼굴빛을 유쾌하게 하고 말을 완곡하게 하게 부모형제간으로 하여금 한 덩어리가 되게 하고 뜻이 통하게 한다면, 이야말로 숨결을 고르게 하고 마음을 관찰하는 것보다 만 배나 더 나으리라.

022. 好動者는 雲電風燈하고 嗜寂者는 死灰槁木이니라.
호동자는 운전풍등하고 기적자는 사회고목이니라.
須定雲止水中에 有鳶飛魚躍氣象이니 是有道的心體니라.
수정운지수중에 유연비어약기상이니 재시유도적심체니라.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 속의 번개나 바람 앞의 등불과 같고,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불꺼진 재나 마른 나무와 같다. 모름지기 멈추어 있는 구름이나 고요한 물결 같은 마음 가운데에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노는 기상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곧 도를 깨달은 사람의 마음이다.

023. 攻人之惡에 毋大嚴하라. 要思其堪受니라.
공인지악에 무대엄하라. 요사기감수니라.
敎人以善에 毋過高라. 當使其可從이니라.
교인이선에 무과고라. 당사기가종이니라.
남의 악한 것을 공격하되 너무 엄격해서는 안 된다. 중용한 것은 그가 그것을 받아서 감당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선으로써 사람을 가르치되 지나치게 높아서는 안 되니, 마땅히 그가 따를 수 있는 것으로 하여야 하느니라.

024. 糞蟲은 至穢나 變爲蟬하여 而飮露於秋風하고 腐草는 無光이나
분충은 지예나 변위선하여 이음로어추풍하고 부초는 무광이나
化爲螢하여 而耀采於夏月하나니 固知潔常自汚出하고 明每從晦生也니라.
화위형하여 이요채어하월하나니 고지결상자오출하고 명매종회생야니라.
굼벵이는 지극히 더럽지만 변해서 매미가 되어 가을바람에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화해서 개똥벌레가 되어 여름 달밤에 빛을 낸다. 진실로 깨끗한 것은 언제나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은 것은 언제나 어둠에서 생겨남은 알 수 있으리라.

025. 矜高倨傲는 無非客氣니 降伏得客氣下而後에 正氣伸하고
긍고거오는 무비객기니 항복득객기하이후에 정기신하고
情欲意識은 盡屬妄心이니 消殺得妄心盡而後에 眞心現이니라.
정욕의식은 진속망심이니 소쇄득망심진이후에 진심현이니라.
뽐내는 것과 거만한 것은 객기 아닌 것이 없으니 이 객기를 굴복시켜 물리친 뒤에야 정기가 피어난다. 욕망과 생각은 다 망심에 속하는 것이니 이 망심을 소멸시켜 없앤 뒤에야 진심이 나타나리라.
026. 飽後思味,則濃淡之境都消。色後思?,則男女之見盡絶。
포후사미 즉능담지경도소 색후사음 즉남녀지견진절
故人常以事後之悔悟,破臨事之癡迷,則性定而動無不正。
고인사이사후지회오 파림사지치미 즉성도이동무부정
배부른 뒤에 맛을 생각하면 맛의 있고 없음의 구분이 모두 사라지고, 관계한 뒤에 음욕을 생각하면 남자와 여자의 구분이 모두 끊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은 어제나 일이 끝난 뒤에 느끼는 후회와 깨우침을 가지고 일에 임할 때의 어리석음과 미혹을 깨트려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즉 본성이 인정되어 행동에 그름이 없게 되리라.

027. 居軒冕之中,不可無山林的氣味。
거헌면지중 불가무산림적기미
處林泉之下,須要懷廊廟的經綸。
처림천지하 수요회랑묘적경륜
높은 지위에 있을 때에도 자연에 묻혀 사는 취미가 없어서는 안 되며, 자연에 묻혀 살고 있을 떼에도 모름지기 국가를 경륜할 뜻을 풀어야 하느니라.

028. 處世,不必邀功。無過便是功。
처세 불필요공 무과변시공
與人,不求感德。無怨便是德。
여인 불구감덕 무원변시덕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반드시 성공만을 바라지 말라. 허물없이 살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성공이다. 남에게 베풀어줌에 있어서 그 덕에 감동하기를 바라지 말라. 원망을 듣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덕이로다.

029. 憂勤是美德。太苦則無以適性怡情。
우근시미덕 태고즉무이적성이정
澹泊是高風。太枯則無以濟人利物。
담박시고풍 태고즉무이제인이물
근심과 부지런함은 아름다운 덕이긴 하나 수고가 지나치면 본성을 맞추고 마음을 즐겁게 하지 못한다. 맑고 깨끗한 것은 고상한 기풍이긴 하나 딱딱함이 지나치면 사람을 구제하고 사물을 이롭게 할 수가 없느니라.

030. 事窮勢蹙之人,當原其初心。
사궁세축지인 당원기초심
功成行滿之士,要觀其末路。
공성행만지사 요관기말로
일이 막히고 세력이 위축된 사람은 마땅히 그 처음의 마음을 돌이켜 보아야 하고, 공을 이루고 일이 뜻대로 되는 사람은 마땅히 그 말로를 살필 수 있어야 하느니라.

031. 富貴家,宜寬厚,而反忌刻。
부귀가 의관후 이반기각
是富貴而貧賤其行矣,如何能享?
시부귀이빈천기행의 여하능향
聰明人,宜斂藏,而反炫耀。
총명인 의렴장 이반현요
是聰明而愚?其病矣,如何不敗?
시총명이우몽기병의 여하불패
부귀한 집안은 마땅히 너그럽고 후해야 하는데 도리어 시기하고 각박하면 이것은 부기하면서도 그 행실을 빈천하게 하는 것이니 어찌 능히 그 부귀를 누릴 수 있겠는가. 총명한 사람은 마땅히 그 재주를 거두어 감추어야 하는데 도리어 드러내어 자랑한다면 이것은 총명하면서도 어리석고 어두운 병폐에 빠져 있음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

032. 居卑而後知登高之爲危。處晦而後知向明之太露。
거비이후지등고지위위 처회이후지향명지태로
守靜而後知好動之過勞。養?而後知多言之爲躁。
수정이후지호동지과로 양묵이후지다언지위조
낮은 곳에 있어 본 뒤에야 높은 데 올라감이 위험한 줄을 알게 되고, 어두운 곳에 처해 본 뒤에야 빛을 향함이 눈부신 줄을 알게 되며, 고요한 것을 간직해 본 뒤에야 움직이기 좋아함이 지나치게 수고로운 것임을 알게 되고, 침묵하는 것을 길러 본 뒤에야 말 많음이 시끄러운 것임을 알게 되리라.

033. 放得功名富貴之心下,便可脫凡。
방득공명부귀지심하 변가탈범
放得道德仁義之心下,?可入聖。 ?(재); 곧. 비로소
방득도덕인의지심하 재가입성
공명과 부귀의 마음을 놓아 버려야만 비로소 범속한 것에서 벗어날 수 있고, 도덕과 인의의 마음을 놓아 버려야만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034. 利欲未盡害心。意見乃害心之?賊。
이욕미진해심 의견내해심지모적
聲色未必障道。聰明乃障道之藩屛。
성색미필장도 총명내장도지번병
이욕(利欲)이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아집이 바로 마음을 해치는 벌레이고, 소리와 색깔이 반드시 도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총명이 바로 가로막는 울타리이다.

035. 人情反復,世路崎嶇。
인정반복 세로기구
行不去處,須知退一步之法。
행불거처 수지퇴일보지법
行得去處,務加讓三分之功。
행득거처 무가양삼분지공
인정은 변하기 쉽고 세상 길은 기구하다. 가기 어려운 곳에서는 모름지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하고, 쉽게 갈 수 잇는 곳에서는 힘써 삼 분을 사양하는 공덕을 더해야 하리라.

036. 待小人,不難於嚴,而難於不惡。
대소인 불난어엄 이난어불오
待君子,不難於恭,而難於有禮。
대군자 불난어공 이난어유례
소인을 대함에는 엄격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미워하지 않기가 더 어렵고, 군자를 대함에는 공정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예의를 지키기가 더 어려우니라.

037. 寧守渾?,而黜聰明,有些正氣還天地。
영수훈악 이출총명 유사정기환청지
寧謝紛華,而甘澹泊,有個淸名在乾坤。
영사분화 이감담박 유개청명재건곤
차라리 소박함을 지키고 총명함을 물리쳐 약간의 바른 기운을 남겨 천지에 돌려주고, 차라리 화려함을 사양하고 담담함을 달게 여겨 하나의 깨끗한 이름을 세상에 남기도록 하라.

038. 降魔者,先降自心。心伏,則群魔退聽。
항마자 선항자심 심복 즉군마퇴청
馭橫者,先馭此氣。氣平,則外橫不侵。
어횡자 선어차기 기평 즉외횡불침
악마를 항복시키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의 마음부터 항복 받으라. 마음이 항복하려면 뭇 악마들이 물러나게 된다. 횡포를 제어하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객기를 제어하라. 객기가 가라앉으면 횡포가 침입하지 못하게 되리라.

039. 敎弟子,如養閨女,最要嚴出入?謹交遊。
교제자 여양규녀 최요엄출입 근교유
若一接近匪人,是淸淨田中,
약일접근비인 시청정전중
下一不淨種子,便終身難植嘉禾。
하일부정종자 변종신난식가화
제자를 가르치는 것은 마치 규중의 처녀를 기르는 것과 같으니 무엇보다도 출입을 엄히 하고 교제를 삼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한 번 사람과 접근하게 되면, 이것은 깨끗한 밭에 더러운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아서 평생토록 좋은 곡식을 심기가 어려울 것이니라.

040. 欲路上事,毋樂其便而姑爲染指。一染指,便深入萬?。
욕로상사 무락기편이고위염지 일염지 변심입만인
理路上事,毋憚其難而稍爲退步。一退步,便遠隔千山。
이로상사 무탄기난이초위퇴보 일퇴보 변원격천산
욕정에 관계된 일은 쉽게 즐길 수 있다 할지라도 조금이라도 손끝에 물들여서는 안 된다. 일단 물들이게 되면 곧 만 길이나 깊이 빠지게 되리라. 의리에 관계된 일은 그 어려움을 꺼려하여 조금이라도 물러나서는 안 된다. 일단 물러서게 되면 문득 천 산이 가로막힌 듯 멀어지게 되리라.

041. 念頭濃者,自待厚,待人亦厚,處處皆濃。
염두농자 자대후 대인역후 처처개농
念頭淡者,自待薄,待人亦薄,事事皆淡。
염두담자 자대박 대인역박 사사개담
故君子居常嗜好,不可太濃艶,亦不宜太枯寂。
고군자거상기호 불가태농염 역불의태고적
마음이 두터운 사람은 자기에게도 후하고 남에게도 역시 후하여 곳곳마다 모두 두텁게 하고, 마음이 담백한 사람은 자기에게도 박하고 남에게도 역시 박하여 일일이 다 담백하게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상생활의 기호에 있어서 지나치게 농염하거나 지나치게 고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042. 彼富我仁,彼爵我義。君子固不爲君相所牢籠。
피부아인 피박아의 군자고불위군상소뇌룡
人定勝天,志一動氣。君子亦不受造物之陶鑄。
인정승천 지일동기 군자역불수조물지도주
상대가 부를 들고나오면 나는 인을 들고 나가고, 상대가 지위를 들고 나오면 나는 의를 들고 나가니, 군자는 진실로 임금이나 대신들의 농락을 당하지 않는다. 사람이 힘을 모으면 하늘도 이길 수 있고 뜻을 하나로 통합하면 기질도 움직이니, 군자는 또한 조물주의 틀 속에 갇히지도 않느니라.

043. 立身,不高一步立,如塵裡振衣?泥中濯足,如何超達?
입신 불고일보립 여진리진의 이중탁족 여하초달
處世,不退一步處,如飛蛾投燭??羊觸藩,如何安樂?
처세 불퇴일보처 여비아투촉 저양촉번 여하안락
몸을 세우되 한 걸음 더 높이 세우지 않는다면 먼지 속에서 옷을 털고 진흙탕 속에서 발을 씻는 것과 같으니 어찌 초탈할 수 있겠는가. 세상을 살아가되 한 걸음 물러나 처신하지 않는다면 나방이 촛불에 날아들고 숫양의 뿔이 울타리에 걸리는것과 같으니 어찌 편안할 수 있겠는가.

044. 學者要收拾精神,倂歸一路。
학자요수습정신 병귀일로
如修德而留意於事功名譽,必無實詣。
여수덕이류의어사공명예 필무실예
讀書而寄興於吟?風雅,定不深心。
독서이기흥어음영풍아 안정심심
학문하는 사람은 오직 정신을 수습하여 한길로 집중해야 한다. 만약 덕을 닦으면서 일의 성공이나 이름 드러내는 것에만 마음을 쓴다면 결코 참된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요, 책을 읽으면서 읊조리는 재미나 풍류에만 감흥을 의탁한다면 결코 깊은 핵심에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

045. 人人有個大慈悲,維摩屠?,無二心也。
인인유개대자비 유마도회 무이심야
處處有種眞趣味,金屋茅?,非兩地也。
처처유종진취미 금옥모첨 비량지야
只是欲蔽情封,當面錯過,使咫尺千里矣。
지시욕폐정봉 당면착과 사지척천리의
사람마다 모두 하나의 큰 자비심을 가지고 있으나 유마와 도회가 두 마음이 아니고, 곳곳마다 모두 일종의 참된 취미가 있으니 황금으로 꾸민 집과 초가집이 서로 다르지 않다. 다만 욕심에 덮이고 정에 가리워 눈앞에 한 번 잘못을 저지르면 이것이 지척을 천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046. 進德修道,要個木石的念頭。若一有欣羨,便趨欲境。
진덕수도, 요개목석적염두, 약일유흔선, 변추욕경
濟世經邦,要段雲水的趣味。若一有貪著,便墮危機。
제세경방, 요단운수적취미. 약일유탐착, 변타위기
덕을 기르고 도를 닦는 때는 모름지기 다소는 목석 같은 마음을 지녀야만 한다. 만약 일만 탐내고 부러워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면 문득 욕심의 땅으로 내달리게 되리라. 세상을 구제하고 나라를 경영하는 때는 모름지기 다소는 구름이나 물 같은 취미를 지녀야만 한다. 만약 일단 탐내고 집착하는 마음을 지니면 문득 위험한 지경으로 떨어지고 말리라.

047. 吉人無論作用安詳,則夢寐神魂,無非和氣。
고인무론작용안상, 즉몽매신혼, 무비화기
凶人無論行事狼戾,則聲音?語,渾是殺機。
흉인무론행사낭려, 즉성음소어, 혼시살기
착한 사람은 일상적인 행동이 안락하고 상서로운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잠잘 때의 정신까지도 온화하지 않음이 없다. 악한 사람은 하는 일이 사납고 어그러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목소리와 웃으며 하는 말에도 살벌한 기운이 섞여 있느니라.

048. 肝受病,則目不能視。腎受病則 耳不能聽。
간수병, 즉목불능시. 신수병즉 이불능청.
病受於人所不見,必發於人所共見。
병수어인소불견, 필발어인소공견.
故君子欲無得罪於昭昭,先無得罪於冥冥。
고군자욕무득죄어소소, 선무득죄어명명
간장에 병이 들면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신장에 병이 들면 귀가 들리지 않게 되니, 병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들지만 반드시 남들이 모두 다 볼 수 있는 곳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밝은 곳에서 죄를 얻지 않으려면 먼저 어두운 곳에서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니라.

049. 福莫福於少事,禍莫禍於多心。
복막복어소사, 화막화어다심.
唯苦事者,方知少事之爲福。唯平心者,始知多心之爲禍。
유고사자. 방지소사지위복. 유평심자, 시지다심지위화

복은 일이 적은 것보다 더한 복이 없고 화는 마음 쓸 일이 많은 것보다 더한 화가 없으니, 오직 일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야 바야흐로 일 적은 것이 복됨을 알고 오직 마음이 평안한 사람이라야 비로소 마음 쓸 일 많은 것이 화가 됨을 알리라.

050. 處治世,宜方。處亂世,宜圓。處叔季之世,當方圓?用。
처치세, 의방. 처난세, 의원. 처숙계지세, 당방원병용.
待善人,宜寬。待惡人,宜嚴。待庸衆之人,當寬嚴互存。
대선인, 의관. 대악인, 의엄. 대용중지인, 당관엄호존.
태평한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방정해야 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원만하여야 하며 평범한 세상에 살 때에는 마땅히 방정함과 원만함을 함께 써야 한다. 착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관대해야 하고 악한 사람을 대할 때는 마땅히 근엄해야 하며 평범한 사람을 대할 때에는 마땅히 관대함과 근엄함을 함께 지녀야 하느니라.

051. 我有功於人,不可念,而過則不可不念。
아유공어인, 불가념, 이과즉불가불념
人有恩於我,不可忘,而怨則不可不忘。
인유은어아, 불가망, 이원즉불가불망
내가 남에게 베푼 공덕을 마음에 새겨 두지 말고, 내가 남에게 잘못한 점은 마음에 새겨 두어야 한다. 남이 나에게 베푼 은혜는 잊어서는 안 되나 남이 나에게 끼친 원망은 잊어버리지 않으면 안 되느니라.

052. 施恩者,內不見己,外不見人,則斗粟可當萬鍾之惠。
시은자 내불현기 외불현인 즉두속가당만종지혜
利物者,計己之施,責人之報,雖百鎰難成一文之功。
이물자 계기지시 책인지보 수백일난성일문지공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안으로 자기 자신에게 나타내지 않고 밖으로 남에게도 나타내지 않으면, 곧 한 말의 곡식이라도 가히 만(萬) 종(鍾)의 은혜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남에게 이익을 베푸는 사람이 자기의 은혜 베품을 계산하고 남에게 보답을 강요한다면 비록 백일(百鎰)의 큰 돈 일지라도 한 푼의 공로도 이루지 못할 것이니라.

053. 人之際遇,有齊有不齊,而能使己獨齊乎?
인지제우 유제유부제 이능사기독제호
己之情理,有順有不順,而能使人皆順乎?
기지정리 유순유불순 이능사인개순호
以此相觀對治,亦是一方便法門。
이차상관대치 역시일방편법문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갖춘 이도 있고, 못 갖춘 이도 있는데 어찌 나 혼자만 모두 갖추려 하겠는가. 자기의 마음을 보면 도리에 맞는 것도 있고 도리에 맞지 않는 것도 있는데 어찌 남들은 다 도리에 맞기를 바라겠는가. 이처럼 자기와 남을 견주어 가면서 나를 다스린다면 이 또한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054. 心地乾淨,方可讀書學古。
심지건정 방가독서학고
不然,見一善行,竊以濟私,聞一善言,假以覆短。
불연 견일선행 절이제사 문일선언 가이복단
是又藉寇兵而齎盜糧矣。
시우자구병이재도량의
마음 바탕이 깨끗하여야 비로소 책을 읽고 옛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착한 행실을 보면 훔쳐서 자기 욕심을 채우고, 한 가지 착한 말을 들으면 빌려서 자기의 단점을 덮을 것이니, 이 또한 도둑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주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

055. 奢者,富而不足。何如儉者,貧而有餘?
사자 부이부족 하여검자 빈이유여
能者,勞而府怨。何如拙者,逸而全眞?
능자 노이부원 하여졸자 일이전진
사치스러운 사람은 부유해도 만족하지 못하니, 어찌 검소한 사람의 가난하면서도 여유 있음과 같으랴, 능숙한 사람은 수고하고도 원망을 불러들이니 어찌 서투른 사람이 한가로우면서도 본성을 보전하는 것과 같으랴.

056. 讀書,不見聖賢,爲鉛?傭。居官,不愛子民,爲衣冠盜。
독서, 불견성현, 위연참용. 거관, 불애자민, 위의관도
講學,不尙躬行,爲口頭禪。立業,不思種德,爲眼前花。
강학, 불상궁행, 위구두선. 입업, 불사종덕, 위안전화
책을 읽어도 성현을 보지 못한다면 글이나 베껴 주는 사람이 될 것이고, 벼슬자리에 있으면서도 백성을 자식 같이 사랑하지 못한다면 관을 쓴 도둑이 될 것이며, 학문을 강론하면서도 몸소 실천하지 못한다면 口頭禪이 될 것이고, 사업을 세우고도 덕을 심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눈앞에 피었다지는 꽃이 되고 말리라.

057. 人心有一部眞文章,都被殘編斷簡封錮了。
인심유일부진문장, 도피잔편단간봉고료.
有一部眞鼓吹,都被妖歌艶舞湮沒了。
유일부진고취, 도피요가염무인몰료.
學者須掃除外物,直覓本來,?有個眞受用。재=겨우 재(비로소)
학자수소제외물, 직멱본래, 재유개진애용.
사람의 마음에 한 권의 참된 문장이 있으나 모두 옛사람들의 부스러기 글 때문에 굳게 갇혀 있고, 한 가닥의 참된 음악이 있으나 모두 요사스런 노래와 요염한 춤 때문에 파묻혀 있구나,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外物을 쓸어내고 직접 본래의 마음을 찾아야 비로소 참다운 누림이 있으리라.

058. 苦心中,常得悅心之趣。
고심중. 상득열심지취
得意時,便生失意之悲。
득의시, 변생실의지비
고심하는 중에 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멋을 얻고, 득의한 때에 문득 실의의 슬픔이 생겨나느니라.

059. 富貴名譽,自道德來者,如山林中花,自是舒徐繁衍。
부귀명예, 자도덕래자, 여산림중화, 자시서서번연
自功業來者,如盆檻中花,便有遷徙廢興。
자공업래자, 여분함중화, 변유천사폐흥
若以權力得者,如甁鉢中花,其根不植,其萎可立而待矣。
약이권력득자, 여병발중화, 기근불식, 기위가립이대의
부귀와 명예가 도덕으로부터 온 것은 숲 속의 꽃과 같아서 저절로 쑥쑥 자라나 번성하고, 공적으로부터 온 것은 화분이나 화단 속의 꽃과 같아서 문득 옮겨지기도 하고 뽑히거나 피어나기도 한다. 만약 권력으로써 얻은 것이라면 꽃병 속의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니, 그 마르는 것을 가히 서서 기다릴 수 있으리라.

060. 春至時和,花尙鋪一段好色,鳥且?幾句好音。
춘지시화. 화상포일단호색, 조차전기구호음
士君子,幸列頭角,復遇溫飽,
사군자, 행렬두각, 부우온포
不思立好言行好事,雖是在世百年,恰似未生一日。
불사입호언행호사, 수시재세백년, 흡사미생일일.
봄이 와서 시절이 화창하면 꽃은 한층 더 아름답게 피어나고 새도 또한 몇 마디 고운 소리를 지저귄다. 선비가 다행히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어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면서도 좋은 말을 세우고 좋은 일을 할 생각이 없다면, 비록 백 년을 살지라도 하루도 살지 않은 것과 같으리라.

061. 學者要有段兢業的心思,又要有段瀟?的趣味。
학자요유단긍업적심사, 우요유단소쇄적취미
若一味斂束淸苦,是有秋殺無春生,何以發育萬物
약일미렴속청고, 시유추살무춘생, 하이발육만물
학문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일단 조심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되 또한 모름지기 시원스런 것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한 가지로 단속하여 청렴결백하기만 하다면 이는 가을의 살기만 있고 봄의 생기가 없음이니 어찌 만물을 기를 수 있겠는가.
062. 眞廉,無廉名。立名者,正所以爲貪。
진렴 무렴명 입명자 정소이위탐
大巧,無巧術。用術者,乃所以爲拙。
대교 무교술 용술자 내소이위졸
진실로 청렴한 것은 청렴하다는 이름조차 없으니, 이름을 드러내는 사람은 바로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큰 재주에는 교묘한 기교가 없으니, 기교를 부리는 사람은 곧 서툴기 때문이다.

063. ?器,以滿覆。撲滿,以空全。
기기 이만복 박만 이공전
故君子寧居無,不居有。寧處缺,不處完。
고군자영거무 불거유 영처결 불처완
기기는 가득 차면 엎어지고 박만은 비어 있음으로써 온전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무에 살지언정 유에 살지 않으며, 차라리 모자라는 데 있을지언정 완전한 곳에 있지 아니하느니라.

064. 名根未拔者,縱輕千乘?甘一瓢,總墮塵情。
명근미발자 종경천승 감일표 총타진정
客氣未融者,雖澤四海?利萬世,終爲剩技。
객기미융자 수택사해 리만세 종위잉기
명리를 탐하는 마음을 뿌리뽑지 못한 사람은 비록 천 승을 가벼이 여기고 한 표주박의 물을 달게 여길지라도 사실은 세속적인 정에 떨어져 있는 것이요, 객기를 융화시키지 못한 사람은 비록 은혜를 끼치고 만 대에 이익을 줄지라도 끝내 부질없는 재주에 그치게 될 것이니라.

065. 心體光明,暗室中,有靑天。
심체광명 암실중 유청천
念頭暗昧,白日下,生?鬼。
염두암매 백일하 생려귀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밤 방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고, 생각이 어두우면 밝은 대낮에도 악귀가 나타나리라.
066. 人知名位爲樂,不知無名無位之樂爲最眞。
인지명위위락, 부지무명무위지락위최진
人知饑寒爲憂,不知不饑不寒之憂爲更甚。
인지기한위우, 부지불기불한지우위갱심
사람들은 명성과 지위만이 즐거운 것인 줄 알고, 명성도 없고 지위도 없는 것이 진짜 최상의 즐거움인 줄은 모른다. 사람들은 배고프고 추운 것만이 근심인 줄 알고, 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는 것이 더욱 심한 근심인 줄은 알지 못한다.

067. 爲惡而畏人知,惡中猶有善路。
위악이외인지, 악중유유선로
爲善而急人知,善處卽是惡根。
위선이급인지, 선처즉시악근
악한 일을 하면서도 남들이 알까 두려워하면 악한 중에도 오히려 선의 길이 있고, 착한 일을 하면서도 남들이 알아주기를 서두른다면 선함 속에 곧 악의 뿌리가 있으리라.

068. 天地機緘,不測。抑而伸,伸而抑。
천지기함, 불측. 억이신, 신이억
皆是播弄英雄?顚倒豪傑處。
개시파롱영웅, 전도호걸처.
君子只是逆來順受?居安思危,
군자지시역래순수, 거안사위,
天亦無所用其伎倆矣。
천역무소용기기량의
하늘의 기미는 헤아릴 수가 없어, 억눌렸다가는 펴고 폈다가는 억누르니 이 모두 영웅을 우롱하고 호걸을 거꾸러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군자는 운명이 역(逆)으로 와도 다만 순리로 맞이하며, 편안하게 살 때에 위험을 생각하니 하늘도 또한 그 재주를 부릴 수 없으리라.

069. 燥性者,火熾,遇物則焚。
조성자, 화치, 우물즉분
寡恩者,氷淸,逢物必殺。
과은자, 빙청, 봉물필살
凝滯固執者,如死水腐木,生機已絶。
응체고집자, 여사수부목, 생기이절
俱難建功業而延福祉。
구난건공업이연복지
성질이 급한 사람은 타는 불과 같아서 만나는 것마다 태워버리고, 은덕이 적은 사람은 얼음처럼 차가와 닥치는 것마다 반드시 죽여 버리며, 마음이 막혀 고집스런 사람은 죽은 물이나 썩은 나무와 같아서 생기가 이미 끊어져 버렸으니 이 모두 공적을 세우고 복을 누리기 어려우니라.

070. 福不可?。養喜神,以爲召福之本而已。
복불가요 양희신, 이위소복지본이이
禍不可避。去殺機,以爲遠禍之方而已。
화불가피. 거살기, 이위원화지방이이
행복은 마음대로 불러들일 수 없으니 즐거운 마음을 기름으로써 복을 부르는 근본으로 삼을 따름이요, 재앙은 마음대로 피할 수 없으니 살벌한 기운을 없앰으로써 재앙을 멀리하는 방도로 삼을 따름이니라.

071. 十語九中,未必稱奇。一語不中,則愆尤騈集。
십어구중, 미필칭기. 일어부중, 즉건우병집
十謀九成,未必歸功。一謀不成,則?議叢興。
십모구성, 미필귀공. 일모불성, 즉자의총흥
君子所以寧??毋躁,寧拙?毋巧。
군자소이영묵, 무조, 영출. 무교
열 마디 말 중에 아홉이 맞더라도 신기하다는 칭찬은 없지만 한 마디만 어긋나도 탓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모여들고, 열 가지 계획 중에 아홉가지가 성공하더라도 공이 돌아오지 않지만 한 가지 계획만 실패해도 비난의 소리가 떼지어 일어난다.
군자가 차라리 침묵할지언정 떠들지 않고 차라리 서툰 척할지언정 재주를 부리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느니라.

072. 天地之氣,暖則生,寒則殺。
천지지기. 난즉생, 한즉살
故性氣淸冷者,受享亦凉薄。
고성기청냉자, 수향역량박
唯和氣熱心之人,其福亦厚,其澤亦長。
유화기열심지인, 기복역후, 기택역장.
천지의 기운이 따뜻하면 만물을 자라게 하고 차가우면 죽게 한다. 그러므로 성정과 기질이 맑고 차가운 사람은 복을 받아 누림도 또한 차고 박하다. 오직 온화한 기질과 뜨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야 그 복도 도한 두텁고 근 은택 또한 길리라.

073. 天理路上,甚寬。稍游心,胸中便覺廣大宏朗。
천리로상, 심관. 초유심, 흉중변각광대굉랑.
人欲路上,甚窄。?寄迹,眼前俱是荊棘泥塗。
인욕로상, 심착 재기적, 안전구시형극니도.
천리의 길은 매우 넓어 조금만 마음을 여기에 두어도 가슴속이 문득 넓고 명랑해짐을 깨닫게 되나, 인욕의 길은 매우 좁아서 조금만 여기에 발을 들여놓아도 눈앞이 모두 가시밭이요 진창이 되고 말리라.
074. 一苦一樂,相磨練,練極而成福者,其福始久。
일고일락, 상마련, 연극이성복자, 기복시구.
一疑一信,相參勘,勘極而成知者,其知始眞。
일의일신, 상참감, 감극이성지자, 기지시진.
하나의 괴로움과 하나의 즐거움을 서로 연마하여 연마 끝에 이룩한 행복이라야 그 행복이 비로소 오래 가고, 하나의 의심과 하나의 믿음을 서로 참작하여 참작 끝에 이룩한 지식이라야 그 지식이 비로소 진실한 것이니라.

075. 心不可不虛。虛則義理來居。
심불가불허. 허즉의리래거.
心不可不實。實則物欲不入。
심불가불실. 실즉물욕불입.
마음은 비어 있지 않으면 안 되니 비어 있어야 의리가 와서 산다. 마음은 차 있지 않으면 안 되니 차 있어야 물욕이 들어오지 못한다.

076. 地之穢者,多生物。水之淸者,常無魚。
지지예자, 다생물. 수지청자, 상무어.
故君子當存含垢納汚之量,不可持好潔獨行之操。
고군자당존함구납오지량, 불가지호결독행지조.
더러운 땅에는 초목이 많이 자라지만 맑은 물에는 언제나 고기가 없느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마땅히 때묻은 것을 감사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는 아량을 지녀야 하며, 깨끗한 것을 좋아하여 홀로 행하는 지조를 가져서는 안 될지니라.

077. 泛駕之馬,可就驅馳。躍冶之金,終歸型範。
봉가지마, 가취구치. 약야지금, 종귀형범.
只一優游不振,便終身無個進步。
지일우유부진, 변종신무개진보.
白沙云,?爲人多病未足羞,一生無病是吾憂?,眞確論也。
백사운, 위인다병미족수, 일생무병시오우, 진확론야.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이라도 길들이면 부릴 수가 있고 마구 뛰어오르는 쇳물도 마침내 틀 속에 넣을 수 있다. 다만 한결 같이 우유부단하여 떨쳐 일어나지 않으면 곧 평생토록 아무런 발전도 없을 것이니라.
백사가 말하기를 “사람들에게 병 많은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평생동안 병 없는 것이 나의 근심이다.”라고 하였으니 진실로 옳은 말이로다.

078. 人只一念貪私,
인지일념탐사,
便銷剛爲柔,塞智爲昏,變恩爲慘,染潔爲汚,
변초강위유, 색지위혼, 변은위참, 염결위오,
壞了一生人品。故古人以不貪爲寶,所以度越一世。
괴료일생인품. 고고인이불탐위보, 소이도월일세.
사람이 일단 사사로운 이익을 탐내는 마음이 생기면, 문득 강한 기운이 꺾여 나약해지고 지혜가 막혀 어두워지며 은덕이 변하여 가혹해지고 깨끗함이 물들어 더러워져서 한평생의 인격을 파괴시키고 만다. 그러므로 옛사람들은 탐내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았으니 이것이 세상을 초월하는 방법이니라.

079. 耳目見聞爲外賊,情欲意識爲內賊。
이목견문위외적, 정욕의식위내적.
只是主人翁,惺惺不昧,獨坐中堂,賊便化爲家人矣。
지시주인옹, 성성불매, 독좌중당, 적변화위가인의.
귀와 눈으로 보고 듣는 것은 외부의 적이고 정욕과 의식은 내부의 적이다. 다만 마음의 주인이 맑게 깨어 있어 흐려지지 않고 중당에 홀로 앉아 있는다면 적이 문득 변하여 집안 사람이 되리라.

080. 圖未就之功,不如保已成之業。
도미취지공, 불여보이성지업.
悔已往之失,不如防將來之非。
회기왕지실, 불여방장래지비.
아직 착수하지 않은 공을 도모하는 것은 이미 이룩한 공을 지키는 것만 못하고, 이미 지나간 허물을 후회하는 것은 앞으로 닥쳐올 잘못을 막는 것만 못하니라.

081. 氣象要高曠,而不可疎狂。心思要縝密,而不可?屑。
천기요고광, 이불가소광. 심사요진밀, 이불가쇄설.
趣味要?淡,而不可偏枯。操守要嚴明,而不可激烈。
취미요충담, 이불가편고. 조수요엄명, 이불가격렬
기상은 모름지기 높고 넓어야 하지만 허술하거나 거칠어서는 안 되고, 마음은 모름지기 치밀해야 하지만 자잘해서는 안 되며, 취미는 모름지기 깨끗하고 맑아야 하지만 치우치거나 너무 메말라서는 안 되고, 지조를 지킴은 모름지기 엄하고 밝아야 하지만 과격해서는 안 되느니라.

082. 風來疎竹,風過而竹不留聲。雁度寒潭,雁去而潭不留影。
풍래소죽, 풍과이죽불류성. 안도한담, 안거이담불류영.
故君子,事來而心始現,事去而心隨空。
고군자, 사래이심시현, 사거이심수공.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지나가도 기러기가 가고 나면 연못은 그림자를 남겨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다가오면 비로소 마음에 나타나고 일이 지나가고 나면 마음도 따라 비게 되느니라.

083. 淸能有容,仁能善斷,明不傷察,直不過矯,
천능유용, 인능선단, 명불상찰, 직불과교.
是謂?蜜餞不甛,海味不??,?是懿德。
시위밀전불첨, 해미불함, 재시의덕.
청렴하면서도 능히 아량이 있고 어질면서도 능히 결단력이 강하며, 총명하면서도 지나치게 살피지 않고 정직하면서도 지나치게 따지지 않는다면, 이는 이른바 꿀 바른 음식이 달지 않고 해물이 짜지 않음이니 비로소 아름다운 덕이 되리라.

084. 貧家淨拂地,貧女淨梳頭,景色雖不艶麗,氣度自是風雅。
빈가정불지, 빈녀정소두, 경색수불열려, 기도자시풍아.
士君子一當窮愁寥落,奈何輒自廢弛裁?
사군자일당궁수료락, 내하첩자폐이재?
가난한 집안도 깨끗하게 방을 쓸고, 가난한 여인도 깨끗하게 머리를 빗으면 모습이 비록 화려하게 아름답지는 않다 하더라도 기품은 저절로 풍아 하리라.
선비가 한 번 곤궁함과 쓸쓸함을 당하였다고 해서 어찌 문득 스스로 포기하고 해이해질 수 있으랴.

085. 閑中不放過,忙處有受用。
한중불방과, 망처유수용
靜中不落空,動處有受用。
정중불락공. 동처우수용
暗中不欺恩,明處有受用。
암중불기은, 명처유수용.
한가할 때에 헛되이 흘려 보내지 않으면 바쁠 때에 쓸모가 있고, 고요할 때에 마음을 허공에 떨어뜨리지 않으면 움직일 때에 쓸모가 있으며, 어두울 때에 숨기지 않으면 밝을 때에 쓸모가 있게 되리라.

086. 念頭起處,?覺向欲路上去,便挽從理路上來。
염두기처, 재각향욕로상거, 변만종리로상래
一起便覺,一覺便轉。
일기변각, 일가변전
此是轉禍爲福? 起死回生的關頭,切莫輕易放過。
차시전화위복, 기사회생적관두, 절막경이방과.
생각이 일어나 조금이라도 욕망의 길로 향하는 것이 자각되거든 곧 이성의 길로 따라오도록 잡아당기어라.
한 번 일어나면 곧 깨달아야 하고 한 번 깨달으면 곧 돌려야하니 이것이 바로 재앙을 돌려 복이 되게 하고 죽음에서 일어나 삶으로 돌아오게 하는 관건이다. 진실로 가볍고 쉽게 흘려버려서는 안 될 것이니라.

087. 靜中念慮澄徹,見心之眞體。
정중염려등철, 견심지진체
閑中氣象從容,識心之眞機。
한중기상종용, 식심지진기
淡中意趣?夷,得心之眞味。觀心證道,無如此三者。
담중의지충이, 득심지진미. 관심증도, 무여차삼자.
고요한 가운데 생각이 맑고 투철하면 마음의 참된 본체를 볼 수 있고, 한가한 가운데 기상이 조용하면 마음의 참된 기틀을 알 수 있으며, 담담한 가운데 취미가 깨끗하고 안정되어 있으면 마음의 참된 맛을 알 수 있으니, 마음을 관찰하고 도를 터득하는 데에는 이 세 가지 만한 것이 없느니라.

088. 靜中靜非眞靜。動處靜得來,?是性天之眞境。
정중정비진정. 동처정득래, 재시성천지진경.
樂處樂非眞樂。苦中樂得來,?見以體之眞機。
낙처락비진락. 고중낙득래. 재견이체지진기
고요한 가운데의 고요함은 진정한 고용함이 아니라, 움직이는 곳에서 고요함을 얻을
수 있어야 이것이 바로 천성의 참다운 경지이다. 즐거운 곳에서의 즐거움은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니, 괴로운 가운데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야 곧 마음의 참다운 기미를 볼 수 있으리라.

089. 舍己,毋處其疑。處其疑,卽所舍之志多愧矣。
사기, 무처기의. 처기의, 즉소사지지다괴이.
施人,毋責其報。責其報,倂所施之心俱非矣。
시인, 무책기보, 책기보, 병소시지심구비의.
자기를 버리기로 한 곳에는 그 의심을 두지 말라. 의심을 두게 되면 버린 마음에 부끄러움이 많으리라. 남에게 베풀었으면 그 보답을 따지지 말라. 보답을 따지게 되면 베풀어 준 마음까지 함께 그리치게 되리라.

090. 天薄我以福,吾厚吾德,以?之。
천박아이복, 오후오덕, 이아지.
天勞我以形,吾逸吾心,以補之。
천로아이형, 오일오심, 이보지
天?我以遇,吾亨吾道,以通之。天且我奈何哉?
천액아이우, 오형오도, 이통지, 천차아내하재?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두터이 하여 이를 맞이하며,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이를 보충하고, 하늘이 내 경우를 곤란하게 한다면 나는 내 도를 다하여 이를 통하게 할 것이니, 하늘이라도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

091. 貞士無心?福,天卽就無心處?其衷。
정사무심요복, 천즉취무심처유기충
?人著意避禍,天卽就著意中奪其魄。
섬인착의피화, 천즉취착의중탈기백
可見天之機權最神。人之智巧何益?
가견천지기권최신. 인지지교하익
곧은 선비는 복을 구하는 데 무심하므로 하늘이 그 무심한 곳에 찾아가 속마음을 열어주고, 간사한 사람은 화를 피하는 데 집착하므로 하늘이 그 집착하는 가운데를 찾아가 그 넋을 빼앗으니, 가히 보라, 하늘의 기미와 권세가 가장 신묘함을! 사람의 지혜와 기교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092. 聲妓,晩景從良,一世之?花無碍。
성기, 만경종랑, 일세지연화무애.
貞婦,白頭失守,半生之淸苦俱非。
정부, 백두실수, 반생지정고구비.
語云,?看人只看後半截?,眞名言也。
어운, 간인지간후반절 진명언야.
기녀일지라도 늘그막에 지아비를 따른다면 한평생의 분냄새가 허물될 것이 없고, 열녀일지라도 머리가 세어서 정조를 잃는다면 반평생의 수절이 모두 허사가 된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을 볼 때에는 다만 그 생의 후반을 보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명언이로다.

093. 平民肯種德施惠,便是無位的公相。
평민긍종덕시혜, 변시무위적공상.
士夫徒貪權市寵,竟成有爵的乞人。
사부도탐권시총, 경성유작적걸인.
평범한 백성이라도 즐겨 덕을 심고 은혜를 베풀면 곧 벼슬 없는 세상이 되고, 사대부라도 헛되이 권세를 탐내고 총애를 판다면 마침내 벼슬 있는 거지가 될 것이니라.

094. 問祖宗之德澤! 吾身所享者是,當念其積累之難。
문조종지덕택! 오신소향자시, 당념기적루지난.
問子孫之福祉! 吾身所貽者是,要思其傾覆之易。
문자손지복지! 오신소이자시, 요사기경복지이.
조상의 은덕이 무엇인가? 지금 내 몸이 누리고 있는 바가 그것이니, 마땅히 그 쌓기 어려움을 생각해야 하리라. 자손들의 행복이 무엇인가? 지금 내 몸이 끼쳐 주는 바가 그것이니, 모름지기 그 기울어지기 쉬움을 생각해야 하리라.

095. 君子而詐善,無異小人之肆惡。
군자이허선, 무이소인지사악.
君子而改節,不及小人之自新。
군자이개절, 불급소인지자신.
군자가 선을 위장한다면 소인이 마음대로 악한 것을 저지르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군자가 절개를 바꾼다면 소인이 스스로 새로워짐만도 못하리라.

096. 家人有過,不宜暴怒,不宜輕棄。
가인유과, 불의폭노, 불의경기
此事難言,借他事隱諷之。
차사난언, 차타사은풍지.
今日不悟,俟來日再警之。
금일불오, 사래왈재경지.
如春風解凍,如和氣消氷,?是家庭的型範。
여춘풍해동, 여화기소빙, 재시가정적형범
집안 사람에 잘못이 있으면 지나치게 화를 내서도 안 되고 가벼이 흘려 버려서도 안 된다. 그 일로 말하기 어려우면 다른 일을 빌어 은근히 빗대어 깨우쳐야 하고, 오늘 깨닫지 못하면 내일을 다시 깨우쳐 주어야 하니, 마치 봄바람이 언 것을 풀고, 온화한 기운이 얼음을 녹이듯 하여야 비로소 가정의 규법이 되리라.

097. 此心常看得圓滿,天下自無缺陷之世界。
차심상간득원만, 천하자무결함지세계
此心常放得寬平,天下自無險側之人情。
차심상방득관평, 천하자무험즉지인정
내 마음을 살펴서 언제나 원만함을 얻을 수 있다면 천하는 스스로 결함이 없는 세계가 될 것이고, 내 마음을 언제나 너그럽고 평화롭게 놓아 둘 수 있다면 천하에는 스스로 험악한 인정이 사라질 것이니라.

098. 澹泊之士必爲濃艶者所疑。檢飭之人多爲放肆者所忌。
담박지사필위농염자소의. 검칙지인다위방사자소기
君子處此,固不可少變其操履,亦不可太露其鋒芒。
군자처차, 고불가소변기조리, 역불가태로기봉망.
깨끗하고 욕심 없는 선비는 반드시 지나치게 화려한 자의 의심을 받고 엄격한 사람은 자주 방종한 자의 꺼리는 바 되니, 군자는 이에 처하여 진실로 조금도 그 지조와 행위를 바꾸지 말 것이며 또한 그 날카로움을 너무 드러내지도 말지니라.

099. 居逆境中,周身皆鍼?藥石,砥節礪行而不覺。
거역경중, 주신개침폄약석, 지절려행이불각
處順境內,眼前盡兵刃戈矛,銷膏靡骨而不知。
처순경내, 안전진병인과모, 소고미골이부지.
역경 가운데 있으면 몸의 둘레가 모두 침이요 약이라 절개와 행실이 갈고 닦아도 깨닫지 못하고, 순경에 처하면 눈앞이 모두 칼과 창이라 기름이 녹고 뼈가 깎여도 알지 못하느니라.

100. 生長富貴叢中的,嗜欲如猛火,權勢似烈焰。
생장부귀총중적, 기욕여맹화, 권세사열염
若不帶些淸冷氣味,其火焰不至焚人,必將自?矣。
약불대사청랭기미, 기화염부지분인, 필장자삭이
부귀한 집안에서 자라난 사람은 그 욕심이 사나운 불길 같고 권세는 세찬 불꽃과 같다. 만약 조금이라도 맑고 서늘한 기운을 띠지 않는다면 그 불꽃이 남을 태우는데 이르지는 않더라도 장차 반드시 자기를 태워 버리게 되리라.

101. 人心一眞,便霜可飛?城可隕?金石可貫。
인심일진, 변상가비,성거운, 금석가관.
若僞妄之人,形骸徒具,眞宰已亡,
약위망지인, 형해도구, 진재이망.
對人則面目可憎,獨居則形影自?。
대인즉면목가증, 독거즉형영자괴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이 진실되면 곧 서리도 내릴 수 있고 성벽도 무너뜨릴 수 있으며 쇠와 돌도 뚫을 수 있다. 그러나 거짓되고 망녕된 사람은 형체만 헛되이 갖추었을 뿐, 진정한 주인은 이미 망해 버렸으므로 남을 대하면 면목이 가증스럽고, 혼자 있으면 형체와 그림자가 스스로 부끄러울지니라.

102. 文章做到極處,無有他奇,只是恰好。
문장주도극처, 무유타기, 지시흡호.
人品做到極處,無有他異,只是本然。
인품주도극처, 무유타이, 지시본연.
문장이 지극한 경지에 도달하면 별다른 기발함이 있음이 아니라 다만 알맞을 뿐이고, 인품이 지극한 경지에 도달하면 별다른 기이함이 있음이 아니라 다만 본래대로의 모습일 뿐이니라.

103. 以幻迹言,無論功名富貴,卽肢體亦屬委形。
이환적언, 무론공명부귀, 즉지체역속위형.
以眞境言,無論父母兄弟,卽萬物皆吾一體。
이진경언, 무론부모형제, 즉만물개오일체.
人能看得破?認得眞,
인능간득파, 인득진.
?可任天下之負擔,亦可脫世間之?鎖。
재가임천하지부담, 역가탈세간지강쇄.
환상적인 것으로 본다면 부귀공명은 물론 내 몸조차 잠시 빌어 가진 것이고, 실제적인 것으로 본다면 부모형제는 물론 만물이 모두 나와 일체로다. 사람이 능히 이것을 간파하고 이것을 체득할 수 있다면 천하의 짐을 가히 질 수 있으며 또한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니라.

104. 爽口之味,皆爛腸腐骨之藥。五分便無殃。
상구지미, 개란장부골지약. 오분변무앙
快心之事,悉敗身喪德之媒。五分便無悔。
쾌심지사, 슬패신상덕지매. 오분변무회
입에 맛있는 음식은 모두 창자를 끓게 하고 뼈를 썩게 하는 약이니 반쯤만 먹어야 곧 재앙이 없으며,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일은 모두가 몸을 망치고 덕을 잃게 하는 매개물이니 반쯤에서 그쳐야 곧 후회가 없으리라.

105. 不責人小過。不發人陰私。不念人舊惡。
불책인소과. 불발인음사. 불념인구악
三者可以養德,亦可以遠害。
삼자가이양덕, 역가이원해
남의 작은 허물을 꾸짖지 말고, 남의 비밀을 드러내지 말며, 남의 지난날의 잘못을 염두에 두지 말라. 이 세 가지는 가히 그로써 덕을 기르고 또한 가히 그로써 재앙을 멀리할 수 있느니라.

106. 士君子持身不可輕。輕則物能撓我,而無悠閑鎭定之趣。
사군자지신불가경. 경즉물능요아. 이무유한진정지취.
用意不可重。重則我爲物泥,而無蕭灑活潑之機。
용의불가중. 중즉아위물니. 이무소쇄활발지기.
선비는 몸가짐을 가벼이 해서는 안 되니 가벼이 하면 곧 외물이 나를 흔들어 한가롭고 침착한 맛이 없어지느니라. 마음씀은 무겁게 하면 안 되니 무겁게 하면 곧 내가 외물에 빠져 시원하고 활발한 기상이 없어지느니라.

107. 天地有萬古,此身不再得。人生只百年,此日最易過。
천지유만고. 차신부재득. 인생지백년. 차일최이과.
幸生其間者不可不知有生之樂,亦不可不懷虛生之憂。
행생기간자불가부지유생지락. 역불가불회허생지우.
하늘과 땅은 만고에 존재하되 이 몸은 다시 얻을 수 없고, 인생은 다만 백년 뿐이로되 오늘이 가장 지나가기 쉽도다. 다행히 그 사이에 태어난 사람은 생의 즐거움을 몰라서도 안 되고, 또한 헛된 인생의 근심을 품지 않아서도 안 되리라.


108. 怨因德彰。故使人德我,不若德怨之兩忘。
원인덕창. 고사인덕아, 부약덕원지량망.
仇因恩立。故使人知恩,不若恩仇之俱泯。
구인은립. 고사인지은. 불약은구지구민
원망은 덕으로 인해 나타나니 남들로 하여금 나를 덕 있다고 여기게 하기보다는 덕과 원망 양쪽을 다 잊게 하는 것이 나으며, 원수는 은혜로 인해 생기느니 남들로 하여금 나의 은혜를 알게 하기보다는 은혜와 원수를 모두 없애는 것이 나으리라.

109. 老來疾病,都是壯時招的。衰後罪?,都是盛時作的。
노래질병, 도시장시초적. 시후죄얼, 도시성시작적.
故持盈履滿,君子尤兢兢焉。
고지영이만, 군자우긍긍언.
늙어서 생기는 질병은 모두 젊었을 때 부른 것이고, 쇠퇴한 뒤에 생기는 재앙은 모두 흥성할 때에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젊고 흥성할 때에 더욱 조심하느니라.

110. 市私恩,不如扶公議。結新知,不如敦舊好。
시사은, 불여부공의. 결신지. 불여돈구호.
立榮名,不如種隱德。尙奇節,不如謹庸行。
입영명, 불여종은덕. 상기절, 불여근용행.
사사로운 은혜를 파는 것은 공론을 붙드는 것만 못하고 새 친구를 사귀는 것은 옛 친구와의 정을 두터이 함만 못하여, 영화로운 이름을 세우는 것은 숨은 은덕을 심는 것만 못하고, 기이한 절개를 숭상하는 것은 평범한 행동을 삼가는 것만 못하다.

111. 公平正論,不可犯手。一犯則貽羞萬世。
공평정론, 불가범수. 일범즉이수만세.
權門私竇,不可著脚。一著則點汚終身。
권문사두. 불가착각. 일착즉점오종신.
공평한 정론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하니, 한 번 침범하면 곧 만세에 부끄러움을 남기게 되리라. 권세 있는 집안과 사유의 소굴에는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하니, 한 번 발을 들여놓게 되면 곧 평생토록 몸을 더럽히게 되리라.

112, 曲意而使人喜,不若直躬而使人忌。
곡의이사인희, 불약직궁이사인기.
無善而致人譽,不若無惡而致人毁。
무선이교인예, 불약무악이치인훼.
뜻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은 몸을 곧게 하여 남의 마음을 받는 것만 못하고, 선행도 없으면서 남의 기림을 받는 것은 덕행이 없으면서 남의 헐뜯음을 받는 것만 못하니라.

113. 處父兄骨肉之變,宜從容不宜激烈。
처부형골육지변, 의종용불의격렬.

遇朋友交遊之失,宜凱切不宜優游。
우붕우교유지실, 의개절불의우유.
부모 형제와 같은 골육의 변고를 당하여서는 마땅히 침착하여야 하니 감정이 격해져서는 안 되고, 벗의 잘못된 점을 보면 마땅히 간절하게 충고하여야 하니 주저해서는 안 되느니라.

114. 小處不?漏。暗中不欺隱。末路不怠荒。?是個眞正英雄。
소처불참루. 암중불기은. 말로불태황. 재시개진정영웅.
작은 일에도 물샐 틈이 없고, 어둠 속에서도 속이지 않으며, 실패하여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하나의 진정한 영웅이라 할 것이니라.

115. 千金難結一時之歡,一飯竟致終身之感。
천금난결일시지환, 일반경치종신지감.
蓋愛重反爲仇,薄極?成喜也。
개애중반위구, 박극번성희야
천금으로도 한때의 환심을 사기 어려운가 하면, 한 끼의 밥으로도 마침내 평생의 은혜를 이룰 수 있다. 대개 사랑이 무거우면 도리어 원수가 되고, 박함이 지극하면 오히려 기쁨을 이루게 되느니라.

116. 藏巧於拙。用晦而明。寓淸于濁。以屈爲伸。
장교어출. 용회이명. 우청우탁. 이굴위신.
眞涉世之一壺,藏身之三窟也。
진섭세지일호. 장신지삼굴야.
교묘함을 졸렬함으로 감추고 어둠으로써 밝음을 나타내며, 깨끗함을 혼탁함 속에 의탁하고 굽힘으로써 펴는 것은, 진실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항아리요, 몸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세 개의 굴이니라.

117. 衰颯的景象,就在盛滿中。發生的機緘,卽在零落內。
쇠삽적경상, 취재성만중. 발생적기함, 즉재영락내.
故君子居安宜操一心以慮患,處變當堅百忍以圖成。
고군자거안의조일심이노환, 처변당견백인이도성
쇠퇴하여 쓸쓸한 모습은 곧 번성하고 가득 찬 속에 있으며, 새로이 자라나는 기미는 곧 떨어져 시드는 속에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편안하게 살 때에 마땅히 일심을 지녀 환란을 염려해야 하며, 변고를 당했을 때 백인을 견지하여 성공을 도모하여야 하느니라.

118. 驚奇喜異者,無遠大之識。
경기희이자, 무원대지식.
苦節獨行者,非恒久之操。
고절독행자, 비항구지조.
신기한 것을 놀라와 하고 이상한 것을 기뻐하는 사람에게는 원대한 식견이 없고, 괴롭게 절개를 지키며 홀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지조가 없느니라.

119. 當怒火慾水正騰沸處,明明知得,又明明犯著。
당노화욕수정등비처, 명명지득, 우명명범착
知的是誰? 犯的又是誰?
지적시수 범적우시수
此處能猛然轉念,邪魔便爲眞君矣。
차처능맹연전념, 사마변위진군의
분노의 불길과 욕망의 물결이 끓어오르는 때를 당하여, 분명히 이것을 알며, 또한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저지르니, 아는 것은 누구이며 저지르는 것은 누구인가? 이러한 때에 굳세게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사악한 마귀도 문득 참된 마음이 될 것이니라.

120. 毋偏信而爲奸所欺。毋自任而爲氣所使。
무편신이위간소기, 무자임이위기소사.
毋以己之長而形人之短。毋因己之拙而忌人之能。
무이기지장이형인지단. 무인기지졸이기인지능.
한쪽 말만 들어서 간사한 사람에게 속지말고, 자기를 믿어서 객기를 부리지 말며, 자신의 장점으로써 남의 단점을 드러내지 말고, 자기가 서툴다고 하여 남의 능숙함을 시기하지 말라.

121. 人之短處,要曲爲彌縫。如暴而揚之,是以短攻短。
인지단처, 요곡위미봉. 여폭이양지, 시이단공단.
人有頑的,要善爲化誨。如忿而疾之,是以頑濟頑。
인유완적, 요선위화회. 여분이질지, 시이완제완
다른 사람의 단점은 모름지기 간곡히 덮어 주어야 하니, 만약 이것을 드러내어 알린다면 이는 단점으로써 단점을 공격하는 것이 되느니라. 다른 사람이 완고한 점이 있으면 모름지기 잘 타일러 깨우쳐야 하니 만약 화를 내어 그를 미워하면 이는 완고함으로써 완고함을 구제하려는 것이 될 뿐이니라.

122. 遇沈沈不語之士,且莫輸心。
위침침불어지토, 차막수심.
見??自好之人,應須防口。
견행행자호지인, 응수방구.
음침하게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거든 아직 본심을 털어놓지 말라.
발끈하여 성을 내는 사람이 잘난 척하거든 마땅히 입을 다물도록 하라.

123. 念頭昏散處,要知提醒。念頭喫緊時,要知放下。
염두혼산처, 요지제성. 염두끽긴시, 요지방하.
不然,恐去昏昏之病,又來憧憧之擾矣。
불연, 공거혼혼지병, 우래동동지우의.
마음이 혼미하고 산란할 때에는 다잡아 깨달을 줄 알아야 하고, 마음이 긴장된 때에는 모름지기 풀어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미한 병은 없애더라도 다시 조바심하는 괴로움이 찾아올 것이다.

124. 霽日靑天,?變爲迅雷震電。疾風怒雨,?變爲朗月晴空。
제일청천, 숙변위신뢰진전. 질풍노우, 숙변위랑월청공.
氣機何常? 一毫凝滯。太虛何常? 一毫障塞。
기기하상 일호응체. 태허하상 일호장색
人心之體,亦當如是。
인심지체, 역당여시
개인 날 푸른 하늘도 갑자기 변하여 우레가 울리고 번개가 치며, 세찬 바람 성난 비도 갑자기 변하여 밝은 달 맑은 하늘이 되나니, 천기의 작용이 어찌 한결 같을 수 있겠는가. 털끝만큼의 걸림 때문이다. 하늘이 어찌 한결 같을 수 있겠는가. 털끝만큼의 막힘 때문이니, 사람의 마음의 본체도 또한 이와 꼭 같음이로다.

125. 勝私制欲之功,
승사제욕지공
有曰識不早,力不易者。有曰識得破,忍不過者。
유왈식부조, 역부이자. 유왈식득파, 인불과자.
蓋識是一顆照魔的明珠,力是一把斬魔的慧劍。
개식시일과조마적명주, 역시일파참마적혜검
兩不可少也。
양불가소야.
사정(私情)을 이기고 욕심을 누르는 일에 대하여 어떤 이는 ‘일찍 알지 않으면 억제하는 힘을 기르기가 쉽지 않다’하고, 어떤 이는 ‘알아서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참는 힘이 모자란다’고 한다. 대개 안다는 것은 악마를 비추는 한 알의 밝은 구슬이고, 억제하는 힘은 악마를 베어 죽이는 한 자루의 지혜로운 칼이니 이 두 가지가 모두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니라.

126. 覺人之詐,不形於言。受人之侮,不動於色。
각인지사, 불형어언. 수인지모, 부동어색.
此中有無窮意味,亦有無窮受用。
차중유무궁의미, 역유무궁수용.
남이 속이는 줄 알면서도 말로 나타내지 않고, 남에게 모욕을 받을지라도 얼굴빛에 나타내지 않으면, 이 가운데에 무궁한 의미가 있으며 또한 무궁한 효용이 있으리라.

127. 橫逆困窮,是?煉豪傑的一副?錘。
횡역곤궁, 시하련호걸적일부로추.
能受其?煉,則身心交益。不受其?煉,則身心交損。
능수기하련, 즉심신교익. 불수기하련, 즉심신교손.
역경과 곤궁은 호걸을 단련하는 하나의 용광로와 망치이다. 능히 그 단련을 받아들인다면 곧 심신에 다 유익하겠고, 그 단련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심신에 모두 손해가 되리라.

128. 吾身,一小天地也。
오신, 일소천지야.
使喜怒不愆,好惡有則,便是燮理的功夫。
사희로불건, 호오유칙, 변시섭리적공부.
天地,一大父母也。
천지, 일대부모야.
使民無怨咨,物無?疹,亦是敦睦的氣象。
사민무원자, 물무분진, 역시돈목적기상
나의 몸은 하나의 작은 천적이다. 기뻐함과 성냄으로 하여금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하고, 좋아함과 싫어함으로 하여금 법도가 있게 한다면 곧 내 몸의 조화를 다스리는 공부가 된다.
천지는 하나의 큰 부모이다. 백성들로 하여금 원망이 없게 하고 만물로 하여금 병이 없게 한다면 이 또한 화목하게 하는 기상이 될 것이다.

129. 害人之心,不可有。防人之心,不可無。此戒疎於慮也。
해인지심, 불가유. 방인지심, 불가무. 차계소어려야.
寧受人之欺,毋逆人之詐。此警傷於察也。
영수인지기, 무역인지사. 차경상어찰야.
二語?存,精明而渾厚矣。
이어병존, 정명이혼후의.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가져서도 안 되지만 남의 침해를 막으려는 마음이 없어서도 안 된다.’고 한 것은 생각에 소홀함이 있을까 경계한 것이요. ‘차라리 남에게 속을지언정 남이 속일 것이라고 마루어 짐작하지는 말라’고 한 것은 지나치게 살펴 손상을 입게 될까 경계한 말이다. 이 두 가지 말을 아울러 지닌다면 생각이 밝아지고 덕이 두터워 지리라.

130. 毋因群疑而阻獨見。毋任己意而廢人言。
무인군의이조독견, 무임기의이폐인언.
毋私小惠而傷大體。毋借公論而快私情。
무사소혜이상대체. 무차공론이쾌사정.
많은 사람들이 의심한다고 하여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말고, 자신의 생각대로만 하여 남의 말을 물리치지도 말라. 작은 은혜를 사사로이 베풀어 대체를 상하지도 말며 공론을 빌어 사사로운 감정을 해결하지도 말라.

131. 善人未能急親,不宜預揚,恐來讒讚之奸。
선인미능급친, 불의예양, 공래참찬지간.
惡人未能輕去,不宜先發,恐招媒蘖之禍。
악인미능경거, 불의선발, 공초매얼지화.
착한 사람과 빨리 친해질 수 없으면 미리 그를 칭찬하지 말라. 참소하여 이간질하는 간악한 사람이 있을까 두렵다. 악한 사람을 쉽게 물리칠 수 없으면 미리 말을 내지도 말라. 뜻밖의 재앙을 부를까 두려우니라.

132. 靑天白日的節義,自暗室屋漏中培來。
청천백일적절의, 자암실옥루중배래.
旋乾轉坤的經綸,自臨深履薄處操出。
선건전곤적경륜, 자림심이박처조출.
청천백일과 같이 빛나는 절의는 어두운 방, 컴컴한 구석에서 길러지는 것이고, 천지를 뒤흔드는 경륜은 깊은 연못가에 서듯이, 살얼음을 밟듯이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133. 父慈子孝,兄友弟恭,終做到極處,俱是合當如此。
부자자효, 형우제공, 종주도극처, 구시합당여차.
著不得一毫感激的念頭。
착부득일호감격적염두.
如施者任德? 受者懷恩,便是路人,便成市道矣。
여시자임덕, 수자회은, 변시로인, 변성시도의.
아버지가 사랑하고 아들이 효도하며, 형이 우애하고 아우가 공손한 것이 비록 지극한 경지에 이르렀다 할지라도, 이는 모두 당연히 그처럼 해야 하는 것이니 털끝만큼도 감격스런 생각으로 볼 것이 아니다. 만약 베푸는 자가 덕으로 자처하고 받는 자가 은혜로 생각한다면 이는 곧 길거리에서 오다가다 만난 사람과 같으니 문득 장사꾼의 도가 되어 버리리라.

134. 有姸,必有醜爲之對。我不誇姸,誰能醜我?
유연, 필유추위지대. 아불과연, 수능추아
有潔,必有汚爲之仇。我不好潔,誰能汚我?
유결, 필유오위지구, 아불호결, 수능오아
아름다움이 있으면 반드시 추함이 있어 대비가 되니, 내가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능히 나를 추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깨끗함이 있으면 반드시 더러움이 있어 대비가 되니, 내가 깨끗함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누가 능히 나를 더럽다고 할 수 있겠는가.

135. 炎凉之態,富貴更甚於貧賤。妬忌之心,骨肉尤?於外人。
염량지태, 부귀경심어빈천. 투기지심, 골육유한어외인.
此處,若不當以冷腸? 御以平氣,鮮不日坐煩惱障中矣。
차청, 약부당이랭장, 어이평기, 선불일좌번뇌장중의.
더웠다 써늘했다 하는 태도의 변화는 부귀한 사람이 빈천한 사람보다 더욱 심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은 육친이 남보다 더욱 사납다. 이러한 처지에서 만약 냉정한 마음으로 감당하고 평온한 기운으로 억제하지 못한다면 하루도 번뇌 속에 앉아 있지 않은 날이 드물게 되리라.

136. 功過,不容少混。混則人懷惰墮之心。
공과, 불용소혼. 혼즉인회타타지심.
恩仇,不可太明。明則人起携貳之志。
은구, 불가태명. 명즉인기휴이지지.
공과 허물은 조금도 혼동하지 말아야 하니, 혼동하게 되면 곧 사람들은 게으른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은혜와 원수는 지나치게 밝혀서는 안 되니, 지나치게 밝히면 이반(離反)할 마음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137. 爵位,不宜太盛。太盛則危。
작위, 불의태성. 태성즉위.
能事,不宜盡畢。盡畢則衰。
능사, 불의진필. 진필즉쇠.
行誼,不宜過高。過高則謗興而毁來。
행의, 불의과고. 과고즉방흥이훼래.
벼슬은 지나치게 성해서는 안되니, 지나치게 성하면 곧 위태롭다. 능한 일은 힘을 너무 다 쓰지 말아야 하니, 지나치게 소비하면 곧 쇠퇴한다. 행실은 너무 고상해서는 안 되니, 너무 고상하면 비방이 일어나고 헐뜯음이 다가오리라.

138. 惡忌陰。善忌陽。
악기음. 선기양.
故惡之顯者禍淺,而隱者禍深。
고악지현자화천, 이은자화심.
善之顯者功小,而隱者功大。
선지현자공소, 이은자공대.
악은 그늘을 꺼리고 선은 햇볕을 꺼린다. 그러므로 드러난 악은 재앙이 적고 숨은 악은 재앙이 깊으며, 드러난 선은 공이 적고 숨은 선은 공이 클지니라.

139. 德者,才之主。才者,德之奴。
덕자, 재지주. 재자 적지노.
有才無德,如家無主而奴用事矣,幾何不??而猖狂?
유재무덕, 여가무주이노용사의, 기하불망량이창광?
덕성은 재주의 주인이고, 재주는 덕성의 종이니, 재주가 있으면서 덕성이 없다면 이는 마치 집안에 주인이 없고 종이 일을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과 같으니라. 어찌 도깨비가 마구 날뛰지 않겠는가?

140. 鋤奸杜倖,要放他一條去路。
서간두행, 요방타일조거로.
若使之一無所容,譬如塞鼠穴者,一切去路,
약사지일무소용, 비여색서혈자, 일체거로.
都塞盡,則一切好物,俱咬破矣。
도색진, 즉일체호물, 구교파의.
간악한 무리를 제거하고 아첨하는 사람을 막음에 있어 모름지기 그들에게 한 가닥 도망갈 길을 터 주어야 한다. 만약 그들로 하여금 도망갈 곳이 없게 한다면 이는 비유컨대 쥐구멍을 막는 것과 다름없다. 도망갈 길이 다 막혀 버리면 곧 모든 좋은 물건을 다 물어뜯고 말리라.

141. 當與人同過,不當與人同功。同功則相忌。
당여인동과, 부당여인동공. 동공즉상기.
可與人共患難,不可與人共安樂。安樂則相仇。
가여인공환난, 불가여인공안락. 안락즉상구.
마땅히 허물은 남과 함께 해야 하지만 공은 남과 함께 하지 말라. 공을 함께 하면 곧 서로 시기하게 되리라. 가히 환난은 남과 함께 해야 하지만 안락은 남과 함께 누리지 말라. 안락을 남과 함께 하면 곧 서로 원수처럼 되리라.

142. 士君子,貧不能濟物者,
사군자, 빈불능제물자.
遇人痴迷處,出一言提醒之,遇人急難處,出一言解救之,
우인치미처, 출일언제성지. 우인급난처, 출일언해구지.
亦是無量功德。
역시무량공덕.
군자로서 가난하여 물질로 남을 구제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남이 어리석어 미혹한 지경에 빠져 있을 때 한 마디 말로 그를 이끌어 깨우쳐 주고, 남이 위급한 지경에 빠져 있을 때 한 마디 말로 그를 구제해 주어야 하니, 
이 또한 무량한 공덕이니라.

 

143.  饑則附,飽則?,?則趨,寒則棄,人情通患也。

     기즉부,  포즉양, 욱즉추, 한즉기,  인정통환야.

     굶주리면 달라붙고 배부르면 떠나가며 따뜻하면 달려오고 추워지면 버리는 것. 이것이 인정의 공통된 병폐로다.

 

144.  君子宜淨拭冷眼,愼勿輕動剛腸。

     군자의정식랭안,  신물경동강장.

     군자는 마땅히 냉철한 눈을 깨끗이 닦아두고, 삼가 굳은 의지를 가벼이 움직이지 말지니라.

 

 

 

145.  德隨量進,量由識長。

     덕수량진,  양유식장.

      故欲厚其德,不可不弘其量。欲弘其量,不可不大其識。

     고욕후기덕, 불가불홍기량.  욕홍기량,  불가부대기식.

     덕은 도량을 따라서 발전하고 도량은 식견으로 말미암아 자라난다. 그러므로 그 덕을 두터이 하고자 한다면 그 도량을 넓히지 않을 수 없고 그 도량을 넓히고자 한다면 그 식견을 크게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146.  一燈螢然,萬?無聲。此吾人初入宴寂時也。

     일등형연,  만뢰무성. 차오인초입연적시야.

      曉夢初醒,群動未起。此吾人初出混沌處也。

     효몽초성.  군동미기. 차오인초출혼돈처야.

      乘此而一念廻光,炯然返照,

     승차이일념회광,  형연반조.

      始知耳目口鼻皆桎梏,而情欲嗜好悉機械矣。

     시여이목구비개질곡,  이정욕기호슬기계의.

     외로운 등불 반딧불처럼 가물거리고 만상의 소리 고요해지면 이는 우리들이 비로소 편안히 잠들 때이다. 새벽 꿈에서 막 깨어나매 뭇 군상의 움직임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니 이는 우리들이 비로소 혼돈해야 빠져나올 때이다.

 이때를 타서 한마음으로 빛을 돌려 밝게 비추어 보면 비로소 이목구비가 다 질곡이요, 정욕과 기호가 마음을 타락시키는 기계임을 알 수 있으리라.   

 

147.  反己者,觸事皆成藥石。尤人者,動念卽是戈矛。

     반기자,  촉사개성약석. 우인자,  동념즉시과모.

      一以闢衆善之路,一以濬諸惡之源,相去?壤矣。

     일이벽중선지로,  일이준제악지원, 상거소양의.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은 부딪치는 일마다 모두 약이 될 것이요, 남을 원망하는 사람은 움직이는 생각이 모두 창칼이 될 것이다. 하나는 그로써 모든 선의 길을 열고 하나는 그로써 모든 악의 근원을 파거니와, 서로의 거리가 하늘과 땅 사이로다.

 

148.  事業文章,隨身銷毁,而精神萬古如新。

     사업문장,  수신소훼, 이정신만고여신.

      功名富貴,逐世轉移,而氣節千載一日。

     공명부귀, 축세전이,  이기절천재일일.

      君子信不當以彼易此也。

     군자신부당이피역차야.

     사업과 문장은 몸과 더불어 사라지지만 정신은 영원토록 새로울지라. 공명과 부귀는 시대를 따라서 바뀌지만 절개는 천년이 하루와 같으니, 군자는 진실로 마땅히 저것으로써 이것을 바꾸지 말아야 하리라.

 

149.  魚網之設,鴻則罹其中。螳螂之貪,雀又乘其後。

     어망지설  홍즉리기중.  당랑지탐,  작우승기후.

      機裡藏機,變外生變。智巧,何足恃哉?

     기리장기,  변외생변, 지교,  하족시재?

     고기를 잡으려고 쳐 놓은 그물에 기러기가 걸리는 수도 있고, 사마귀가 먹이를 탐내는 곳에 참새가 또한 그 뒤를 엿보기도 한다. 계략 속에 계략이 숨어 있고 변고 밖에 다시 변고가 일어나니, 지혜와 솜씨를 어찌 족히 믿을 수 있으랴.

 

150.  作人,無點眞懇念頭,便成個花子,事事皆虛。

     작인,  무점진간념두, 변성개화자, 사사개허. 

      涉世,無段圓活機趣,便是個木人,處處有碍。

     섭세,  무단원활기취, 변시개목인,  처처유애.

     사람됨에 한 점 진실하고 간절한 마음이 없다면 이는 일개 허수아비일지니 하는 일마다 모두 헛될 것이요, 세상을 살아감에 약간의 원만하고 활발한 기상이 없다면 이는 곧 한 개의 나무인형일지니 가는 곳마다 다 막힘이 있으리라.

 

151.  水不波則自定,鑑不?則自明。

     수불파즉자정,  감불예즉자명.

      故心無可淸,去其混之者而淸自現。

     고심무가청,  거기혼지자이청자현.

      樂不必尋,去其苦之者而樂自存。

     낙부필심,  거기고지자이락자존.

     물은 물결이 일지 않으면 저절로 고요하고, 거울은 흐려지지 않으면 저절로 맑다. 그러므로 마음을 맑게 하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으니 그 호된 것을 없애면 맑음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요, 즐거움을 찾으려고 굳이 애쓸 필요가 없으니 그 괴로움을 없애면 즐거움은 저절로 있게 되리라.

 

152.  有一念而犯鬼神之禁,

     유일념이범귀신지금.

      一言而傷天地之和,

     일언이상천지지화,

      一事而釀子孫之禍,最宜切戒。

     일사이양자손지화, 최의절계.

     하나의 생각으로도 귀신의 금기를 범하고 한 마디 말로도 천지의 조화를 해치며 한 가지 일로도 자손의 재앙을 빚을 수 있으니, 마땅히 가장 간절히 경계할지니라.

 

153.  事有急之不白者,寬之或自明,毋躁急以速其忿。

     사유금지불백자,  관지혹자명, 무조급이속기분.

      人有操之不從者,縱之或自化,毋操切以益其頑。

     인유조지부종자,  종지혹자화, 무조절이익기완.

     일에는 급하게 서둘면 드러나지 않다가도 너그럽게 하면 혹 저절로 명백해지는 것이 있으니, 조급하게 서둘러서 그 분노를 초래하지 말라. 사람에는 부리려고 하면 따르지 않다가도 그냥 놓아두면 혹 스스로 감화되는 사람이 있으니, 너무 심하게 부려서 그 완고함을 더하지 말라.

 

154.  節義傲靑雲,文章高白雲,

     절의오청운,  문장고백운.

      若不以德性陶鎔之,終爲血氣之私?技能之末。

     약불이덕성도용지, 종위혈기지사, 기능지말.

     절의가 청운을 내려다볼 만하고 문장이 백설보다 높을지라도, 만약 덕성으로써 이를 도야하지 않는다면 마침내 사사로운 말단의 되고 말리라.

 

155.  謝事,當謝於正盛之時。

     사사,  당사어정성지시.

      居身,宜居於獨後之地。

     거신, 의거어독후지지.

     일에서 물러서려거든 마땅히 그 전성기에 물러서야 하고, 몸을 두려거든 마땅히 홀로 뒤떨어진 곳에 두어야 하느니라.


156. 謹德,須謹於至微之事。
근덕, 수근어지미지사.
施恩,務施於不報之人。
시은, 무시어불보지인.
덕을 삼가 함에는 모름지기 아주 작은 일에 삼가 할 것이요, 은혜를 베풀려거든 보답하지 못할 사람에게 힘써 베풀라.

157. 交市人,不如友山翁。
교시인, 부지우산옹.
謁朱門,不如親白屋。
알주문, 불여친백옥.
聽街談巷語,不如聞樵歌牧詠。
청가담항어, 불여문초가목영.
談今人失德過擧,不如述古人嘉言懿行。
담금인길덕과거, 불여술고인가언의행.
시정(市井)의 사람과 사귀는 것은 산촌의 늙은이를 벗함만 못하고, 권문세가의 대문에 배알하는 것은 오막살이와 친함만 못하며, 거리에 떠도는 말을 듣는 것은 나무꾼이나 목동의 노래를 들음만 못하고, 지금 사람의 실덕과 허물을 이야기하는 것은 옛사람의 아름다운 말과 행실을 이야기함만 못하니라.

158. 德者,事業之基。未有基不固而棟宇堅久者。
덕자, 사업지기. 미유기불고이동우견구자.
덕은 사업의 기초이니,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고서도 그 집이 오래 견딘 일은 이제까지 없었느니라.

159. 心者,後裔之根。未有根不植而枝葉榮茂者。
심자, 후예지근. 미유근불식이지엽영무자.
마음이란 후손들의 뿌리이니, 뿌리가 뽑히고도 가지와 잎이 무성한 일은 이제까지 없었느니라.

160. 前人云,?抛却自家無盡藏,沿門持鉢效貧兒?。
전인운, 포각자가무진장, 연문지발효빈아.
又云,?暴富貧兒休說夢,誰家?裡火無烟?。
우운, 폭부빈아휴설몽, 유가조리화무연.
一箴自味所有。一箴自誇所有。可爲學問切戒。
일잠자매소유. 일잠자과소유. 가위학문절계.
옛사람이 이르기를 “자기 집의 무한한 재산을 버려 두고, 밥그릇 들고 이 집 저 집 거지 흉내낸다.”고 하였다. 또 이르기를 “벼락부자가 된 가난한 사람아, 꿈 이야기하지 말라. 뉘 집 부엌인들 불 때면 연기 나지 않으랴!”고 하였다. 하나는 스스로 가진 것에 어두움을 경계한 것이고, 하나는 가진 것을 자랑삼음을 경계한 것이니, 학문의 간절한 훈계로 삼아야 하리라.

161. 道是一重公衆物事,當隨人而接引。
도시일중공중물사, 당수인이접인.
學是一個尋常家飯,當隨事而警?。
학시일개심상가반, 당수사이경척.
도는 하나의 공중의 것이니 마땅히 사람마다 이끌어 접하게 하여야 하고, 학문은 하나의 날마다 먹는 밥과 같으니 마땅히 깨우쳐 삼가야 할지니라.


162. 信人者,人未必盡誠。己則獨誠矣。
신인자, 인미필진성. 기즉독성의.
疑人者,人未必皆詐。己則先詐矣。
의인자, 인미필개사. 기즉선사의.
남을 믿는 것은 남이 반드시 다 성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혼자만은 성실하기 때문이요, 남을 의심하는 것은 남이 반드시 다 속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속이기 때문이다.

163. 念頭寬厚的,如春風煦育,萬物遭之而生。
염두관후적, 여춘풍후육, 만물조지이생.
念頭忌刻的,如朔雪陰凝,萬物遭之而死。
염두기각적, 여삭설음응, 만물조지이사.
생각이 너그럽고 후한 사람은 봄바람이 따뜻하게 길러줌과 같아서 만물이 이를 만나면 살아나고, 생각이 편협하고 각박한 사람은 겨울 눈보라가 음산하여 얼어붙게 함과 같아서 만물이 이를 만나면 죽느니라.

164. 爲善,不見其益,如草裡東瓜,自應暗長。
위선, 불현기익, 여초리동과, 자응암장.
爲惡,不見其損,如庭前春雪,當必潛消。
위악, 불현기손, 여정전춘설, 당필잠소.
착한 일을 하여도 그 이익은 보이지 않지만 풀 속의 동아와 같아서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자라나고, 악한 일을 하여도 그 손해는 보이지 않지만 뜰 앞의 봄눈과 같아서 반드시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사라지리라.
* 후절; 자신의 행복과 자신의 모까지도 망치게 된다는 뜻

165. 遇故舊之交,意氣要愈新。
우고구지교, 의기요유신.
處隱微之事,心迹宜愈顯。
처은미지사, 심적의유현.
待衰朽之人,恩禮當愈隆。
대쇠후지인, 은례당유륭
옛 친구를 만나면 뜻을 모름지기 더욱 새롭게 하여, 비밀스런 일을 당하면 마음자취를 마땅히 더욱 드러내야 하고, 쇠퇴한 사람을 대하면 은혜와 예우를 더욱 높일지니라.

166. 勤者,敏於德義,而世人借勤而濟其貧。
근자, 매어덕의, 이세인차근이제기빈.
儉者,淡於貨利,而世人假儉以飾其吝。
검자, 담어화리, 이세인가검이식기린
君子持身之符,反爲小人營私之具矣,惜哉。
군자지신지부, 반위소인영사지구의, 석재.
부지런함이 도덕과 의리에 민첩한 것을 말함인데 세상 사람들은 부지런함을 빌어 그 가난함을 구제하는구나. 검소함이란 재물과 이익에 담백한 것을 말함인데 세상 사람들은 검소함을 빌어 그 인색함을 꾸미는구나.
군자가 몸을 닦는 것은 방법이 도리어 소인이 사욕을 도모하는 도구가 되고 있으니, 애석한 일이로다.

167. 憑意興作爲者,隨作則隨止,豈是不退之輪?
빙의흥작위자, 수작즉수지, 기시불퇴지륜?
從情識解悟者,有悟則有迷,終非常明之燈。
종정식해오자, 유오직유미, 종비상명지등.
즉흥적인 생각으로 시작하는 일은, 시작하자마자 곧 그치게되니 어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수레바퀴라 하랴. 감정과 의식에 따라 깨달은 것 또한 깨닫자마자 곧 혼미하게 되니 끝내는 영원히 밝은 등불이 되지 못하리라.

168. 人之過誤,宜恕,而在己則不可恕。
인지과오, 의서, 이재기즉불가서.
己之困辱,當忍,而在人則不可忍。
기기곤욕, 당인, 이재인즉불가인.
남의 잘못은 마땅히 용서해 주어야 하나 자신의 잘못은 용서하지 말라. 자신의 곤란은 마땅히 참아야 하나 남의 곤란은 참아서는 안 될지니라.

169. 能脫俗,便是奇。作意尙奇者,不爲奇而爲異。
능탈속, 변시기. 작의상기자. 불위기이위이.
不合汚,便是淸。絶俗求淸者,不爲淸而爲激。
불합오, 변시청. 절속구청자, 불위청이위격.
능히 속됨을 벗어날 수 있다면 이는 곧 기인이니 뜻을 지어 기행을 숭상하는 자는 기인이 아니라 이상한 사람일뿐이다. 더러움에 섞이지 않으면 이 곧 청렴한 사람이니 세속을 끊고 청렴을 구하는 자는 청렴한 것이 아니라 과격한 사람일뿐이다.

170. 恩宜自淡而濃。先濃後淡者,人忘其惠。
은의자담이농, 선농후담자, 인망기혜.
威宜自嚴而寬。先寬後嚴者,人怨其酷。
위의자엄이관. 선관후엄자, 인원기혹.
은혜는 마땅히 엷은 데서부터 짙게 하여야 하니, 먼저 진하게 하고 뒤에 엷게 하면 사람들은 그 은혜를 잊느니라. 위엄은 마땅히 엄한 데서부터 너그럽게 하여야 하니, 먼저 너그럽고 뒤에 엄하게 하면 사람들은 그 혹독함을 원망하느니라.

171. 心虛則性現。不息心而求見性,如撥波覓月。
심허즉성현, 불식심이구견성, 여발파멱월.
意淨則心淸。不了意而求明心,如索鏡增塵。
의쟁즉심청. 불료의이구명심, 여색경증진.
마음이 비어야 본성이 나타나니, 마음을 편안히 하지 않고 본성 보기를 구한다면 이는 마치 물결을 헤치면서 달을 찾는 것과 같으리라. 뜻이 깨끗하여야 마음이 맑아지리니, 뜻을 환하게 하지 않고 마음 밝아지기를 구한다면 이는 마치 거울의 맑음을 찾으면서 먼지를 더하는 것과 같으리라.

172. 我貴而人奉之,奉此峨冠大帶也。
아귀이인봉지, 봉차아관대대야
我賤而人侮之,侮此布衣草履也。
아천이인모지, 모차포의초리야.
然則原非奉我,我胡爲喜? 原非侮我,我胡爲怒?
연즉원비봉아, 아호위희? 원비모아, 아호위노?
내가 귀할 때 남들이 나를 받드는 것은 이 높은 관과 큰 허리띠를 받드는 것이고, 내가 천할 때 남들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이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런즉 본래의 나를 받드는 것이 아니니 내 어찌 기뻐할 것이며, 본래의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니 내 어찌 성을 내랴!

173. 爲鼠常留飯,憐蛾不點燈。
위서상류반, 연아부점등.
古人此等念頭,是吾人一點生生之機。
고인차등념두, 시오인일점생생지기.
無此,便所謂?土木形骸?而已。
무차, 변소위 토목형해 이이.
‘쥐를 위하여 언제나 밥을 남겨두고 부나방을 불쌍히 여겨 등불을 켜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옛사람의 이 같은 생각이야말로 우리 인생이 나고 자라는 한 점의 작용이로다. 이것이 없다면 이른바 흙이나 나무로 된 형체일 따름이리라.

174. 心體,便是天體。
심체, 변시천체.
一念之喜,景星慶雲。一念之怒,震雷暴雨。
일념지희, 경성경운, 일념지노, 진뢰폭우.
一念之慈,和風甘露。一念之嚴,烈日秋霜。
일념지자, 화풍감로. 일념지엄, 열일추상.
何者少得? 只要隨起隨滅,廓然無碍,便與太虛同體。
하자소득? 지요수기수멸, 확연무애, 변여태허동체.
마음의 본체는 곧 하늘의 본체와 같다. 하나의 기쁜 생각은 빛나는 별이며 상서로운 구름이요, 하나의 노여운 생각은 진동하는 우레며 쏟아지는 비요, 하나의 자비로운 생각은 따뜻한 바람이며 달콤한 이슬이요, 하나의 엄한 생각은 뜨거운 햇빛이며 가을 서릿발이니, 그 어느 것인들 없어서 되는 것이랴. 다만 모름지기 때에 따라 일어나고 때에 따라 없어져서 훤하게 막힘이 없어야만, 문득 태허와 더불어 동체가 되리라.

175. 無事時,心易昏冥,宜寂寂而照以惺惺。
무사시, 심이혼명, 의적적이조이성성.
有事時,心易奔逸,宜惺惺而主以寂寂。
유사시, 심이분일, 의성성이주이적적.
일이 없을 때에는 마음이 어두워지기 쉬우니 마땅히 고요하면서도 깨어 있는 지혜로써 비추어야 하고, 일이 있을 때에는 마음이 흩어지기 쉬우니 마땅히 깨어 있는 지혜 가운데에 고요함으로써 주인을 삼아야 할지니라.

176. 議事者,身在事外,宜悉利害之情。
의사자, 신재사외, 의싱이해지정.
任事者,身居事中,當忘利害之慮。
임사자, 신거사중, 당망이해지려.
일을 논의하는 사람은 몸을 일의 밖에 두어 마땅히 이해의 실정을 다 살펴야 하고, 일을 맡은 사람은 몸을 일의 가운데에 두어 마땅히 이해에 대한 생각을 잊어 버려야 하느니라.

177. 士君子處權門要路,操履要嚴明,心氣要和易。
사군자처권문요로, 조리요엄명, 심기요화이.
毋少隨而近腥?之黨,亦毋過激而犯蜂?之毒。
무소수이근성전지당, 역무과격이범봉채지독.
군자가 권세 있는 중요한 지위에 처하게 되면 모름지기 품행을 엄명하게 하고 마음을 온화하게 해야 하니, 조금이라도 비린내나는 무리를 가까이하지 말 것이며 또한 과격하여 사악한 무리의 독침을 건드리지도 말지니라.

178. 標節義者,必以節義受謗。榜道學者,常因道學招尤。
표절의자, 필이절의수방. 방도학자, 상인도학초우.
故君子不近惡事,亦不立善名。
고군자불근악사, 역불립선명.
只渾然和氣,?是居身之珍。
지혼연화기, 재시거신지진.
절의를 내세우는 사람은 반드시 절의 때문에 비난을 당하고, 도학을 내세우는 사람은 언제나 도학으로 인해 원망을 불러들인다. 그러므로 군자는 나쁜 일을 가까이하지도 않지만 또한 좋은 평판을 내세우지도 않으니, 다만 혼연한 화기만이 몸을 보전하는 보배일 뿐이니라.

179. 遇欺詐的人,以誠心感動之,
우기사적인, 이성심감동지,
遇暴戾的人,以和氣薰蒸之,
우폭려적인, 이화기훈증지,
遇傾邪私曲的人,以名義氣節激勵之,
우경사사곡적인, 이명의기절격려지,
天下無不入我陶冶中矣。
천하무불입아도야중의
속이는 사람을 만나면 정성스런 마음으로 그를 감동시켜야 하고, 난폭한 사람을 만나면 온화한 기운으로 그를 감화시켜야 하며, 사악함에 기울어져 사욕만 탐하는 사람을 만나면 명분과 의리와 기개와 절조로 그를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도 천하에 나의 가르침 속으로 들어오지 않을 자는 없으리라.

180. 一念慈祥,可以?釀兩間和氣。
일념자상, 가이온양량간화기.
寸心潔白,可以昭垂百代淸芬。
촌심결백, 가이소수백대청분.
하나의 조그마한 자비심이 천지간에 온화한 기운을 빗어내며, 조그마한 마음의 결백이 맑고 꽃다운 이름을 백대에 환히 드리우리라.

181. 陰謀怪習?異行奇能,俱是涉世的禍胎。
음모괴습, 이행기능, 구시섭세적화태.
只一個庸德庸行,便可以完混沌而召平和。
지일개용덕용행, 변가이완혼돈이소평화.
음흉한 계략, 괴이한 습관, 이상한 행동, 기이한 능력 등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재앙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다만 하나의 평범한 덕성과 평범한 행실만이 가히 온전히 하여 화평을 부를 수 있느니라.

182. 語云,?登山耐側路,踏雪耐危橋?,一耐字極有意味。
어운 등산내측로, 답설내위교, 일내자극유의미.
如傾險之人情?坎?之世道,
여경험지인정, 감가지세도
若不得一耐字撑持過去,幾何不墮入榛莽坑塹哉?
약부득일내자탱지과거, 기하불타입진망갱참재?
옛말에 이르기를 ‘산을 오를 때는 비탈길을 견디고, 눈을 밟을 때는 위험한 다리를 견뎌라’고 하였으니 이 ‘견딜 내자’에 무한한 의미가 들어 있다.
만약 기울고 험악한 인정과 험난한 세상길에서 이 ‘내자’ 하나를 얻어 의지하여 지나가지 못한다면, 어찌 가시덤불이나 구렁텅이에 떨어지지 않으랴.

183. 誇逞功業,炫耀文章,皆是?外物做人。
과정공업, 현요문장, 개시고외물주인.
不知心體瑩然,本來不失,
부지심체형연, 본래불실.
卽無寸功隻字,亦自有堂堂正正做人處。
즉무촌공척자, 역자유당당정정주인처.
공업을 뽐내고 문장을 자랑함은 그가 외물에 의지하여 이루어진 사람이기 때문이니라. 마음의 본체가 밝아서 그 본래적 모습을 잃지만 않는다면, 비록 한 치의 공적이 없고 한 글자의 문장이 없다 하더라도 스스로 정정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184. 忙裡,要偸閒,須先向閒時討個杷柄。
망리, 요루한, 수선향한시토개파병
鬧中,要取靜,須先從靜處立個主宰。
요중, 요취정, 수선종정처립개주재
不然,未有不因境而遷?隨事而靡者。
불연, 미유불인경이천,수사이미자.
바쁜 속에서도 한가한 틈을 내려면 모름지기 먼저 한가한 때를 향해 하나의 자루를 잡아 두라. 시끄러운 가운데서도 조용함을 취하려거든 모름지기 먼저 조용할 때를 좇아 하나의 주체를 세워 두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움직이고 일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느니라.

185. 不昧己心。不盡人情。不竭物力。
불매기심, 부진인정. 불갈물력.
三者可以爲天地立心,爲生民立命,爲子孫造福。
삼자가이위천지입심, 위생민입명, 위자손조복.
자기의 마음을 어둡게 하지말고, 남의 정을 다하지 말며, 물건의 힘을 다 쓰지 말라, 이 세 가지는 가히 그로써 천지를 위하여 마음을 비우고, 백성을 위하여 목숨을 세우며, 자신을 위하여 복을 만드는 길이니라.

186. 居官,有二語,曰惟公則生明,惟廉則生威。
거관, 유이어, 왈유공즉생명, 유렴즉생위.
居家,有二語,曰惟恕則情平,惟儉則用足。
거가, 유이어, 왈유서즉정평, 유검즉용족.
관직에 있음에 두 마디 말이 있으니, ‘오직 공정하면 밝음이 생기고, 오직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는 것이요. 집안을 다스림에 두 마디 말이 있으니, ‘오직 용서하면 정분이 공평해 지고, 오직 검소하면 비용이 넉넉해진다’는 것이니라.

187. 處富貴之地,要知貧賤的痛?。
처부귀지지, 요지빈천적통양.
當少壯之時,須念衰老的辛酸。
당소장지시, 수념쇠로적신산.
부기한 처지에 있을 때에 마땅히 빈천함의 고통을 알아야 하고, 젊을 때에 모름지기 노쇠함의 괴로움을 생각해야 할지니라.

188. 持身,不可太皎潔。一切汚辱坵穢,要茹納得。
지신, 불가태교결, 일체오욕구예, 요여납득.
與人,不可太分明。一切善惡賢愚,要包容得。
여인, 불가태분명. 일체선악현우, 요포용득.
몸가짐을 지나치게 깨끗하게 하지 말라. 모든 더러움과 욕됨을 마땅히 다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느니라. 남과 사귐에 지나치게 분명하게 하지 말라. 모든 선함 사람과 악한 사람, 어진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을 마땅히 다 포용할 수 있어야 하느니라.

189. 休與小人仇讐,小人自有對頭。
휴여소인구수, 소인자유대두.
休向君子諂媚,君子原無私惠。
휴향군자첨미, 군자원무사혜.
소인과 더불어 원수를 맺지 말라. 소인은 저대로 상대가 있느니라. 군자를 향하여 아첨하지 말라. 군자는 원래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지 않느니라.

190. 縱欲之病可醫,而執理之病難醫。
종욕지병가의, 이집리지병난의.
事物之障可除,而義我理之障難除。
사물지방가제, 이의리지장난제.
욕심을 함부로 부리는 병은 고칠 수 있지만 이론을 고집하는 병은 고치기 힘들고, 사물의 막힘은 없앨 수 있지만 의리의 막힘은 힘드니라.

191. 磨礪者,當如百煉之金。急就者,非邃養。
마려는, 당여백련지금. 급취자, 비수양.
施爲者,宜似千鈞之弩。輕發者,無宏功。
시위자, 의사천균지노. 경발자, 무굉공.
갈고 닦는 것은 마땅히 백 번 단련한 쇠와 같아야 하나, 급하게 성취한 것은 깊은 수양이 아니다. 실행하는 것은 의당 천균의 활과 같아야 하나, 경솔히 쏘는 것에는 큰 공이 없으리라.

192. 寧爲小人所忌毁,毋爲小人所媚悅。
영위소인소기훼, 무위소인소미열.
寧爲君子所責修,毋爲君子所包容。
영위군자소책수, 무위군자소포용.
차라리 소인으로부터 시기와 비방을 당할지언정 소인의 아첨과 칭찬을 받지 말라. 차라리 군자로부터 꾸짖음과 바로잡음을 받을지언정 군자의 포용은 받지 말라.

193. 好利者,逸出於道義之外,其害顯而淺。
호리자, 일출어도의지외, 기해현이천.
好名者,竄入於道義之中,其害隱而深。
호명자, 찬입어도의지중, 기해은이심.
이(利)를 좋아하는 사람은 도의 밖에 멀리 벗어나 있으므로 그 피해가 나타나되 얕지만,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도의 안에 깊이 숨어 있으므로 그 피해가 드러나지 않되 깊으니라.

194. 受人之恩,雖深不報,怨則淺亦報之。
수인지은, 수심불보, 원즉천역보지.
聞人之惡,雖隱不疑,善則顯亦疑之。
문인지악, 수은불의, 선즉현역의지.
此刻之極?薄之尤也。宜切戒之。
차각지극, 박지우야. 의절계지.
남에게서 입은 은혜는 비록 깊어도 갚지 않으면서, 원한은 얕아도 그것을 갚으며, 남의 악함을 들으면 비록 확실하지 않아도 의심하지 않으면서, 착한 일은 확실해도 그것을 의심한다. 이것이야말로 각박함의 극단이요, 야박함의 더욱 성함이니 모름지기 간절히 경계해야 할 것이니라.

195. 讒夫毁士,如寸雲蔽日,不久自明。
참부훼사, 여촌운폐일, 불구자명.
媚子阿人,似隙風侵肌,不覺其損。
미자아인, 사극풍침기, 불각기손.
참소하고 헐뜯는 자들은 마치 조각구름이 해를 가리는 것과 같아서 오래지 않아 저절로 밝혀지나, 아양하고 아첨하는 자들은 마치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살갗에 닿음과 같아서 그 해로움을 깨닫지 못하느니라.

196. 山之高峻處無木,而谿谷廻環,則草木叢生。
산지고준처무목, 이계곡회환, 즉초목총생.
水之湍急處無魚,而淵潭停蓄,則魚鼈聚集。
수지단급처무어, 이연담정축, 즉어벌취집.
此高絶之行??急之衷,君子重有戒焉。
차고절지행, 편급지충, 군자중유계언.
산이 높고 험한 곳에는 나무가 없으나 골짜기가 감도는 곳에는 초목이 무성하고,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곳에는 고기가 없으나 못물이 깊고 고요한 곳에는 물고기와 자라가 떼지어 모여든다. 이렇듯 지나치게 고상한 행동과 좁고 급한 마음을 군자는 깊이 경계해야 하느니라.

197. 建功立業者,多虛圓之士。
건공입업자, 다허원지사.
?事失機者,必執拗之人。
분사실기자, 필집요지인.
공을 세우고 사업을 일으키는 사람은 대게 허심탄회하고 원만하나, 일에 실패하고 기회를 잃는 사람은 반드시 집착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니라.

198. 處世,不宜與俗同,亦不宜與俗異。
처세, 불의여속동, 역불의여속이.
作事,不宜令人厭,亦不宜令人喜。
작사, 불의령인염, 역불의령인희.
처세함에 있어 세속과 더불어 같아도 옳지 않고 또한 세속과 더불어 달라도 옳지 않으며, 일을 함에 있어 남들이 싫어하도록 해도 안 되지만 남들이 기쁘게 하여도 마땅치 않느니라.

199. 日旣暮而猶烟霞絢爛,歲將晩而更橙橘芳馨。
일기모이유연하현란, 세장만이갱등귤방형.
故末路晩年,君子更宜精神百倍。
고말로만년, 군자갱의정신백배.
날은 이미 저물었으되 오히려 노을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한 해는 장차 저물려 하되 등자와 귤은 새로운 향기를 풍겨낸다. 그러므로 군자는 인생의 만년에 새로이 정신을 백 배나 더해야 마땅하리라.

200. 鷹立如睡,虎行似病,正是他攫人?人手段處。
응립여수, 호행사병, 정시타확인서인수단처.
故君子要聰明不露?才華不逞,?有肩鴻任鉅的力量。
고군자료총명불로, 재화불정, 재유견홍임거적역량.
때는 서 있되 조는 듯하고 범은 걸어가되 병든 듯하니, 바로 이것이 그들의 사람을 움켜잡고 사람을 깨무는 수단이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모름지기 총명을 드러내지 말고 재주를 나타내지 말아야 하니, 이것이 곧 어깨가 넓어 큰 짐을 짊어질 수 있는 역량인 것이니라.

201. 儉美德也。過則爲?吝,爲鄙嗇,反傷雅道。
검미덕야. 과즉위간린, 위비색, 반상아도.
讓懿行也。過則爲足恭,爲曲謹,多出機心。
양의행야. 과즉위족공, 위곡근, 다출기심.
검소함은 아름다운 덕이지만 지나치면 인색하게 되고 비루해져서 도리어 바른 도리를 해치게 되고, 겸양은 아름다운 행위이지만 지나치면 아첨이 되고 비굴이 되어 음흉한 속셈이 드러나게 되느니라.

202. 毋憂拂意。毋喜快心。毋恃久安。毋憚初難。
무우불의. 무희쾌심. 무시구안. 무탄초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며 마음에 유쾌함을 기뻐하지 말라. 오랫동안의편안함을 믿지 말며 처음의 어려움을 꺼리지 말지니라.

203. 飮宴之樂多,不是個好人家。
음연지락다, 불시개호인가.
聲華之習勝,不是個好士子。
성화지습승, 불시개호사자.
名位之念重,不是個好臣士。
각위지념중, 불시개호신사.
술잔치의 즐거움이 많으면 훌륭한 집안이라 할 수 없고, 명성을 탐내면 좋은 선비라 할 수 없으며, 높은 벼슬에 대한 생각이 깊으면 좋은 선비라 할 수 없느니라.

204. 世人以心肯處爲樂,却被樂心引在苦處。
세인이심긍처위락, 각피락심인재고처.
達士以心拂處爲樂,終爲苦心換得樂來。
달사이심불처위락, 종위고심환득락래.
세상 사람들은 마음에 맞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기 때문에 도리어 즐거운 마음에 이끌려 괴로운 곳에 있게 되고, 달관한 선비는 마음에 거리끼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기 때문에 마침내 괴로운 마음이 바뀌어 즐거움이 오게 되느니라.

205. 居盈滿者,如水之將溢未溢,切忌再加一滴。
거잉만자, 여수지장일미일, 절기재가일적.
處危急者,如木之將折未折,切忌再加一?。
처위급자, 여목지장절미절, 절기재가일닉.
가득 찬 곳에 있는 사람은 마치 물이 넘칠 듯 말 듯하는 것과 같아서 다시 한 방울 더하는 것도 간절히 꺼리고, 위급한 지경에 처한 사람은 마치 나무가 부러질 듯 말듯 하는 것과 같아서, 다시 약간만 더 누르는 것도 간절히 꺼리느니라.

206. 冷眼觀人。冷耳聽語。冷情當感。冷心思理。
냉안관인. 냉이청어. 냉정당감. 냉심사리.
냉철한 눈으로 사람을 보고, 냉철한 귀로 말을 들으며, 냉철한 뜻으로 느낌을 감당하며, 냉철한 마음으로 이치를 생각해야 할지니라.

207. 仁人,心地寬舒。便福厚而慶長,事事成個寬舒氣象。
인인, 심지관서. 변복후이경장, 사사성개관서기상.
鄙夫,念頭迫促。便祿薄而澤短,事事得個薄促規模。
비부, 염두박촉. 변록박이택단, 사사득개박촉규모.
어진 사람은 마음이 너그럽고 느긋하므로 곧 복이 두텁고 경사도 오래 가며 일마다 너그러운 기상을 이룬다. 비루한 사람은 생각이 좁고 급하므로 곧 복록도 박하고 은택도 짧아서 일마다 하나의 좁고 급한 모양이 되느니라.

208. 聞惡,不可就惡。恐爲讒夫洩恕。
문악, 불가취

 

 

 

 

 

 

 

 

 

채근담 원문 해석

- 洪自誠의 菜根譚(萬曆本) -後集 (001~134) 完譯001. 談山林之樂者,未必眞得山林之趣。담산림지락자, 미필진득산림지취.厭名利之談者,未必盡忘名利之情。염명리지담자, 미필진망명리지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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