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세계

종용록

수선님 2023. 5. 14. 13:27

종용록

해제(해제)
  본서(본서)는 천동각화상송고보은노인시중(천동각화상송고보은로인시중)이라고도  부르며,
약칭하여 종용록(종용록)이라고도 한다.
  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본서는 천동각화상(천동각화상)이라는 분이 고칙을 찬송(찬송)
한 것과 그 송고(송고)에 대하여 만송노인(만송노인)또는 보은노인(보은노인)이 종용암(종용
암)이란 곳에서 평창(평창) 혹은 시중(시중)한 것을 합편(합편)한 것이다.
  그러면 천동각화상이란 누구인가?  그는 청원행사(청원행사)의  14세 법손인 단하자순(단
하자순)선사의 법사로서 송(송) 철종(철종) 6년(1091)에 탄생하여 11세에 출가, 득법하고, 34
세에 천동산(천동산) 경덕사(경덕사)에 주석하신 후 남송(남송) 고종(고종)  소흥(소흥) 27년
(1157) 67세로 입적하시기까지 그곳에만 머무셨다.  그의 법명은 정각(정각)이요, 천동(천동)
은 주석한 곳에 따라 호가 된 것이고, 고종이 굉지선사(굉지선사)라는 시호를 내렸다.
  천동산은 중국 명주(명주)라는 곳에 있는데, 원래는  태백산(태백산)이었던 것이 언제인가
의홍(의흥)이라는 도인이 철저히 수도하고 있노라니  천상동자(천상동자)가 평생 동안 공양
을 갖다 바쳤다고 한 데서 유래한 명칭이라고 한다.
  이러한 연고가 있는 선사(선사)의 주지로 발탁되신 정각선사(정각선사)는 산문(산문)을 대
흥(대흥)하는 한편 선문(선문)의 시폐(시폐)에  대항하여 묵조선(묵조선)에 힘썼다.   이것이
저 유명한 대혜보각선사서장(대혜보각선사서장)에서 누누이 거론, 비판하는 바 되었고, 내외
지식(내외지식)에 능한 재필(재필)로 저술한 「굉지선사광어(굉지선사광어)」 9권과 본서 즉
송고백칙(송고백칙)이 가장 유명하다.
  송고(송고)란 고칙(고칙)을 송했다는 뜻이다.  선문(선문) 전래의 일사안(일사안:공안)을 1
칙이라 하며, 이를  거양(거양)하는 방법으로서 시중(시중)․광어(광어)․대(대)․별(별)․징
(징)․송(송) 등의 형식이 있는데, 송이란 시구로 표현․설명한 것이다.
  이렇게 찬술된 천동(천동)의 송고에다  평창(평창)을 가(가)한 만송노인  또는 보은노인은
누구인가? 남송의 효종(효종) 건도(건도) 2년(1166)에 탄생하여 이종(이종)의 순우(순우) 6년
(1246)에 81세로 입적하신 행수선사(행수선사)이다.
  그분 또한 조동종 계통으로서 동산(동산)의 13세 법손인  설암 만(설암만)의 법을 이었고,
그 뒤 남송의 영종(영종) 가정(가정) 16년(1223)에 순천부(순천부) 보은홍제사(보은홍제사:일
명 보은사)에 들어가 이 평창(평창)을 저술하여,  보은노인이라 불리게 되었고, 또 나중에는
보은사(보은사) 산내(산내)에다 만송암(만송암)이란 암자를 짓고 거기에 머물렀기 때문에 만
송노인이라 불리게 되었다.  만년에는 종용암(종용암)이라는 암자를 다시 짓고  평창집(평창
집)을 끝냈기 때문에 종용록(종용록)이라 부른다.
  그러면 평(평)과 창(창)이란 무엇인가? 천동(천동)이 고칙(고칙:화두) 하나를  들고는 그에
대한 송을 썼는데 만송은 본칙(본칙)과 송 끝에는 각기 착어(착어)라는 것을 붙이니, 이것이
평창(평창)이요, 본칙과 송의 구간(구간)에 단평(단평)을 각주(각주)로 넣으니  이것 또한 평
(평)이다.
  그러나 만송(만송)의 평창(평창)은 그 시자(시자)인 이지(이지)라는 분에 의해 수록되었으
므로 그 서술에 있어 "시중운(시중운)"  또는 "사왈(사왈)"하여 녹취(녹취)했음을 보이고 있
다.
  이렇게 이루어진   「종용록(종용록)」6권은 조동종계의  송고서(송고서)로서 임계종계의
「벽암록(벽암록)」10권과 쌍벽을 이루는 선적(선적)이다.  여기에 임천(임천)의 「공곡집(공
곡집)」과 「허당집(허당집)」을 합하여 평창(평창)  4가(사가)라 하여 유명하나, 우아한  문
장, 예리한 기지(기지)에 있어서는 단연 종용록(종용록)이 으뜸인 것으로 유포되고 있다.

일러두기
1. 원본의 체제를 따라 상․중․하권으로 나누었다.  100칙(칙) 각각의  제목은 원본은 원본
에 있는 것을 그대로 번역하여  붙이고, 찾아보기 쉽도록 부록 원본에도  각 칙마다 번호를
붙였다.
2. 시중(시중)․본칙(본칙)․송고(송고)․평창(평창)의 앞에 각각  약물을 넣었고 천동(천동)
의 송고(송고)와 만송(만송)의 평창(평창)을 구분해 보기 쉽도록 글자 크기와 행간을 달리하
여 편집하였다.
3. 각주는 「선문염송(선문염송)」「선등록」(동국역경원), 「종용록(종용록),선적선본구주집
성(선적선본고주집성)」(동경,명저보급회),   「선어사전(선어사전)」,「중한사전(중한사전)」
(고려대학교출판부) 그리고 본서(본서) 앞 뒤 칙을 참고하였다.
4. 스님들의  생몰연대는 「선학대사전」(대수관서점),  「중국불학인명사전」(방 출판사)을
참고하였다.
5. 부록으로 사용한 판본은 간기(간기)가 없어서 언제 어디서 간행한  판본인지 알 수 없다.  
중화민국 60(1971)년 대북(대북) 광문서국(광문서국) 출판사에서 영인한 판본을 사용하였다.

차례

해제(해제)/6

중용록 중
제33칙 삼성의 금빛 잉어〔삼성금린〕
제34칙 풍혈의 한 티끌〔풍혈일  〕
제35칙 낙포의 굴복〔낙포    〕
제36칙 마조의 불편함〔마사불안〕
제37칙 위산의 업식〔 산업식〕
제38칙 임제의 참사람〔임제진인〕
제39칙 조주, 바리때를 씻으라〔조주    〕
제40칙 운문의 흑과 백〔운문백흑〕
제41칙 낙포의 임종〔낙포임종〕
제42칙 남양의 물병〔남양    〕
제43칙 나산의 일어나고 멸함〔나산기멸〕
제44칙 흥양의 묘시〔흥양묘시〕
제45칙 원각경의 네 구절〔각경불이〕
제46칙 덕산의 배움 끝나기〔덕산학  〕
제47칙 조주의 잣나무〔조주  수〕
제48칙 유마경의 불이〔마경불이〕
제49칙 동산이 진영에 공양함〔동산공진〕
제50칙 설봉의 무엇?〔설봉    〕
제51칙 법안의 뱃길과 뭍길〔법안    〕
제52칙 조산의 법신 〔조산법신〕
제53칙 황벽의 지게미 먹기〔황      〕
제54칙 운암의 대비〔운암대비〕
제55칙 설봉의 반두소임〔설봉반두〕
제56칙 밀사의 흰 토끼〔밀사백토〕
제57칙 엄양의 한 물건〔엄양일물〕
제58칙 금강경의 천대〔강경  천〕
제59칙 청림의 죽은 뱀〔청림사사〕
제60칙 철마의 암소〔철마  우〕
제61칙 건봉의 한 획〔건봉일 〕
제62칙 미호의 깨달음을 의지해야 하는가?〔미호    〕
제63칙 조주가 죽음을 묻다〔조주문사〕
제64칙 자소의 법맥〔자소승  〕
제65칙 수산의 신부〔수산신부〕
제66칙 구봉의 머리와 꼬리〔구봉두미〕

<부록>
종용

제33칙
삼성의 금빛 잉어〔삼성금린〕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강한 자를 만나면 약해지고, 부드러운 자를 만나면 굳세지거니와 억센 자가 마주칠 땐 반드
시 한쪽이 상한다. 일러보라.
어떻게 피해야 할꼬?

(본칙) 드노라.
삼성(삼성)이 설봉(설봉)에게 묻되 "그물을 꿰뚫은 금빛 잉어는 무엇으로 먹이를 삼습니까?"
하니,
-낚시줄 드리우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낚시를 따라 올라온다.

설봉이 이르뢰 "그대가 그물에서 벗어난 뒤에 그때 가서 말해주리라" 하였다.
-사람을 만나거든 우선 삼분의 일만을 말해야 하는 법이다.

삼성이 다시 이르되 "천오백 명 거느릴 선지식이 말귀(화두)도 못 알아듣는군요" 하니,
-영산회상의 수기도 오늘만은 못했으리!

설봉이 이르되 "노승이 주지의 업무가 번거롭구나!" 하였다.
-뒤통수에서 빰을 보는 격이라.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근대 장로 청료(장로청료)화상은 천동(천동)과 동문(동삼)으로서  1,700 대중과 함께 살았
는데 죽암 규(죽암규)와 더불어 죽솥을 열어 여름을 지내고 승당 방을 나누어 입실하였지만
설봉과 삼성은 다른 세대에 같은 가풍을 이른 사이다.
  대위 철(대 철)이 이르되 "삼성은 가히 만 길 용문(용문)에 일찍부터 나그네 노릇에 익숙
했고, 설봉은 맹상군(맹상군)이 문을  열어놓고 '어찌  큰  손님을 두려워하리요?' 한  것과  

다" 하였으니, 기이하고 괴이함이 마치 국수(국수)가 바둑을 놓을 때 몇 수 앞을  미리 보는
것도 같다.
  삼성은 그 한 수로는 승패의 가름길이 분명치 않음을 보고 따로이 한 길을 걸으면서 이르
되 "천오백 명 거느릴 선지식이 말귀도 못 알아듣는다"고 하여서 법굴의 발톱과 어금니〔법
굴  아〕를 써서 산 채로 잡으려 들었다.  그러나 설봉은 여유있게, 그저 말하기를 "노승이
주지의 일이 번거롭다" 하였다.  이에 대해 보복〔보복〕은  이르기를 "다투면 부족하고 양
보하면 남음이 있다" 하였고, 설두는 이르되 "아깝다! 놓아버리지 말고 30  방망이를 주었어
야 했다.  그 방망이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거늘 다만  그런 작가를 만나기 어려울 뿐이다"
하였으니, 이 두 노숙이 하나는 부추기고 하나는 억눌렀으나 각각 살려내는 길이 있다.  고
우(고우)의 정(정)화상에게 어떤 이가 묻되 "그물을 벗아난 금빛 잉어는 무엇으로 먹이를 삼
습니까?" 하니, 고우가 이르되 "똥 말리는 막대기〔      〕니라" 하였는데, 설암(설암)선사
께서는 들으시고 이르되 "공양을 올려주니 고맙다" 하였다.  이 법희선열(법희선열)이야  옛
사람보다 줄 데가 없거니와 천동의 처지에는 또 어떠하던가?  그의 송을 보라.

(숭고)
폭포의 세 계단을 처음 오르니 구름과 우레가 서로 전송하고
-하늘까지 이르지 못함이 한이다.

펄펄 뜀이 늠름하니, 큰 작용 보이도다.
-속히 세 번 절을 하라.

꼬리를 태우니, 분명하게 우문(우문)을 지났고
-급히 눈길을 돌리라.

화려한 비늘이니, 김치독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다시 후흑(후흑)이 있을 줄이야.

늙어 성숙한 사람이기에 대중 앞에서 놀라지 않고,
-평온스럽고 자연스럽다.

평소 큰 적을 상대해왔으니 전혀 두려움이 없다.
-욕됨을 영광같이 보고 죽음을 삶같이 본다.

가분가분하기란 분명 다섯 냥〔오양〕의 가벼움 같고
-멀리서 보면 자세하지 않더니

듬직하기란 어찌 천 균(균)의 무게에 견주랴!
-가까이서 보면 분명하다.

드높은 명성이야 사해에서 누가 같을 수 있으며
-하늘의 달과 눈길이 마주치니

우뚝한 자세〔    〕8풍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전에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강주(강주)의 용문산(용문산)은 우(우)임금이 뚫은  것(폭포)이다.  그래서 우문(우문)이라
고도 하는데 물결이 세 계단으로 되어 있다.   「수경(수경)」에 이르되 "전유(  )가 굴에
서 나와 3월달에 뛰어오르는데 용문을  지나면 용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이마만 부딫치고
돌아온다"고 하였다.  여기서 '폭포의 계단을 처음 오른다' 한  것은 세 계단의 물결을 이른
것이다.  「주역(주역)」 문언(문언)에 이르되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 하
였는데, 이는 구름과 우레가 함께 전송하면서 용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두 대사는 펄펄 뛰
어오름과 위세가 당당함이 있으니 삼성은 폭포의 세 계산을 처음  오른 것 같고, 설봉은 구
름과 우레가 함께 전송한 것 같다.  삼성이 이미 우문을 지났거니, 설보인들 어찌 김칫독에
머물러 있겠는가?  임제가 낙포(낙포)를 전송하면서 이ㄹ되 "임제의 문하에 졸가리〔  〕붉
은 잉어가 있는데 고개와 꼬리를  흔들면서 남쪽으로 가고 있으니 ,  누구네 김칫독에 몽땅
빠질런고?" 하였다.
  다음부터는 설봉의 "노승은 주지의 일이 번거롭다" 한 것과 삼성의 두  질문을 송한 것이
니, "늙어 성숙한 사람이기에 대중 앞에서 조금도 놀라지 않고, 평소 큰  적을 상대해왔기에
전혀 두려움이 없다"는 대목이다.
  광무 황제 때에 왕심(왕심)과 왕읍(왕읍)의 군사가 백만이었느데 진군하여 곤양(곤양:광무
의 성도)을 에워쌌다.  이때 광무가 스스가 선봉장이 되어 적군 수십 명의 목을  베니, 장수
들이 모두 기뻐하면서 이르되 "유장군(유장군)이 평소에는 작은 적을 보고도 겁을 냈었는데,
오늘은 큰 적을 보고도 용맹스러우니, 매우 이상한 일이다.  얼핏 보면 다섯 냥도 못 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천 근인지라, 저울에 얹을 수조차 없도다" 하였다.  나중에 설봉의  밑에서
운문과 법안, 두 피를 내었으니 이 어찌 근원이 깊으면 흐름이 길다는 증좌가 아니겠는가?
  이(이)․쇠(쇠)․훼(훼)․예(예)․칭(칭)․기(기)․고(고)․락(락)을 8풍이라   하는데 진짜
종사에게는 귓가에 바람결이 지나는 격이다.  담자성(담 성)화상이  장경 수의(장경수 )선
사에게 이ㄹ되 "그대를 아버지라 부른들 어떻겠느냐?"한 예가 그것이다.

제34칙
풍혈의 한 티끌〔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맨손․맨주먹으로 천 가지 만 가지 변화를 일으키는도다.  비록 없는 것을 있게 만들기는
하였으나 거짓을 희롱하고 진실을 흉내낸 것임에야 어찌하겠는가? 일러보라.  그 기본은 있
던가?

(본칙) 드노라.
  풍혈(풍혈)이 수어(수어)하되 "만일 한 티끌을 세우면 나라가 흥성(흥성)하고,
-얻고 보니 본래 있던 것이요,

  한 티끌을 세우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하니,
-잃었다지만 본래 없는 것이다.

설두(설두)가 주장자를 들어올리고 이르되
-이는 세우는 것인가? 세우지 않는 것인가?

"같이 살고 같이 죽을 납승은 없는가?" 하였다.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적을 뿐입니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설두가 주장자를 든 뜻은 티끌을  세운다는 데 있으니 송하되 "촌  노인이 비록 (근심에)
눈썹을 펴지는 못해도 집안과 나라의 웅대한 기틀을  도모하나니" 하였고, 또 "모신과 맹장
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하였으니, 이는 "같이 살고 같이 죽을 납승은 없는가?" 한 것을
송한 것이며, "만 리의 맑은 바람만이 스스로 알 뿐이다" 라고 하였다.
  "촌 노인이 눈썹을 펴지는 못한다" 한  것은 화두가 자세히 들어 있지 않았으니,  본록(본
록)에는 다음과 같다.
  풍혈이 상당하여 이르되 "만일 한 티끌을 세우면 나라가 흥하거니와 촌 노인은 이마를 찡
그리고, 한 티끌을 세우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거니와 촌 노인은 평온해한다.  여기에서 밝혀
내면 그대들에게는 몫이 없는지라 완전히 노승의 몫이요, 여기에서 밝혀내지 못하면 노승은
곧 그대들이니, 그대들과 노승은 천하 사람들을 깨닫게 하기도 하고 미혹하게 하기도  한다.  
그대들을 알고자 하는가?" 하고는 왼쪽으로 손뼉을 한 번치고 이르되 "이것이로구나!" 하고,
"노승을 알고자 하는가?" 하고는 오른쪽으로 손뼉을 한 번 치고는 "이것이로구나!" 하였다.
  운문은 이에 대해 이르되 "이것〔    〕이라면 쉽지만 저것〔    〕이라면 어렵다!" 하였
고, 낭야 각(랑 각)은 이르되 "표주박 던지는 점〔    〕으로 허공의 소리를 듣는다" 하였
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운문은 화살 위에다 촉〔  〕을  더하고 낭야는 뒤통수에서 말뚝
을 뽑아낸 격이다" 하노라.  이 또한 한 티끌을 세우느냐, 폐하느냐에 따라 나라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 도리이기는 하나 그  실제의 중심 말뚝이야 어찌 일찍이  조그만치인들
요동함이 있겠는가?
  설두는 불사의 문〔불사문중〕에서는 한 법도 버리지  않는 자세였거니와, 천동은 실제의
이치〔실제이지〕에는 한 티끌도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까지 겸하여, 두 법을 가지런히 시행
하면서 동시에 드러내어 송했다.

(숭고)
백발의 늙은이가 위수에서 낚시를 드리웠으나
-늙어가면서 마음을 쉴 줄 모르고

그 어찌 수양산의 굶어죽은 이와 같으랴?
-젊어서는 노력을 안했구나!

다만 한 티끌에 따라 변화가 생겼을 뿐이니,
-주장자를 들어 일으키면서 이르되 "보라" 하였다.

높은 명성, 위대한 업적, 모두 잊지 어렵다.
-주장자를 던지면서 이르되 "설두가 아직 있도다" 하였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서백(서백)이 사냥을 나가려는데 점 치는 이가 사뢰되 "얻을 바는 곰도 아니요, 말곰도 아
니요, 칡범도 아니요, 범도 아니라 패왕(패왕)의  보좌로소이다" 하였는데, 과연 여상(여상 :
태공망)을 위수(위수)의 남쪽에서 만났다.  그를 만나자 크게 기뻐하면서 이르되 "우리 선군
(선군)이신 태공께서 일찍이 이르시기를 '장차  큰 성인이 주(주)로 오실  것이라' 하셨는데

리 태공계서 그대를 희망하신 지가 오랩니다" 하였다.
  백이(백이)와 숙제(숙제)는 고죽군(고죽군)의 두 아들로서 나라를 서로 양보하다가 마침내
는 모두 멸망했다.  나주에 무왕(무왕)이 주(주=  왕)를 공벌하려 할 때에, 말고삐를 붙들고
간하되 "아버지가 죽어도 장사도 지내지 않더니, 마침내 전쟁을 일으키니 효자라 하겠는가?
신하로서 임금을 죽이는 것을 인자라 하겠는가?" 하니,  좌우가 죽이려 하거늘 태공이 이르
되 "이는 의인(의인)입니다" 하고는 붙들어 일으켜주고 떠났다,  무왕이 끝내 은을 정복하여
천하가 주를 따르게 되니, 백이와 숙제는 부끄러이 여겨 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 하고 수
양산에서 고사리를 꺾어먹다가 굶어 죽었다.  태공은 은을 쳐서 주를 떠받드니, 나라가 흥성
한 것이요, 백이와 숙제는 나라를 사랑하고 굶어죽었으니, 나라가 망한 것이다.  현수(현수)
국사는 오지 한 티끌을 변태시켜 백 가지 법문을 설했다.  높은 이름은 백이와 숙제요, 위대
한 업적은 태공망이다.
  낙포(낙포)가 이르되 "촌 노인의 문  앞에서는 조정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편안히 농사에 힘쓸지언정 일찍이  이마를 찡그릴 일이 없었다"  하였는데, 무슨 소리인가?
작용없는 경지가 진짜 작용있는 경지로 이루어지고, 좋은 인연이  곧 나쁜 인연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제35칙
낙포의 굴복〔낙포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날랜 기개, 빠른 변재로 외도와 천마의 기개를 꺾고, 일탈한 격식과 초연한 종지로 간곡히
상근기와 날카로운 지혜를 위한다.  갑자기  한 방망이로 때려도 고개도 돌리지  않는 자를
만날 때엔 어찌하겠는가?

(본칙) 드노라.
  낙포가 협산(협산)에게 참문했을 때, 절도 하지 않고 바짝 마주 서니,
-마주치고도 말에서 내리지 않는 뜻은 제각기 갈 길이 바쁘기 때문이리라!

  협산이 이르되 "닭이 봉의 등지에 깃들이니, 같은 종류가 아니다. 나가라!" 하였다.
-한 손으로는 밀고 한 손으로는 끈다.

  낙포가 이르되 "먼 곳으로부터 도풍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한번 제접해주소서" 하니,
-탐색하는 장대는 손에 있고

  협산이 이르되 "눈앞에는 그대가 없고 여기에는 노승이 없다" 하였다.
-그림자 풀단이 몸에 따른다.

  낙포가 문득 할을 하니,
-힘줄이 닳고 힘이 다하겠군!

  협산이 이르되 "가만히 있거라.  아직 경솔히 굴지 말라.
-아는 이는 바쁘지 않고, 바쁜 이는 알지 못한다.

  구름과 달은 같으나 산과 개울은 각각 다르다.
-석양의 거리, 어두운 골목에서 생소한 나그네는 머리가 아찔하다.

  천하 사람들의 혀를 끊어버리는 일은 없지 않겠지만
-다만 송곳 끝 예리한 것만 보았지

  "어찌 혀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할 줄 알게 할 수야 있겠는가?" 하였다.
-끌 대가리 모난 줄은 알지 못한다.

  낙포가 말이 없으니,
-장사진(장사진) 앞에 부러진 활대가 땅에 즐비하구나.

  협산이 문득 때리매,
-뜻밖에도 협산이 임제로 바뀐 듯하다.

  낙포가 이로부터 굴복했다.
-재주가 놀리면 마땅히 떠나야지.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조사의 전등을 밝힌 모든 기록에는 한결같이 협산이 강자(강자)를 만나기 전에 이미 출세
하여 윤주(윤주) 경구(경구) 죽림사(죽림사)에 머무르면서 법을 전해준  스님의 이름을 밝히
지 않앗다고 하였는데 오직 불과(불과)의 격절(격절)에만 이르되 "전명(전명)이 처음에는 석
루(석루)의 법을 이었다" 하였는데 석루는 분주(분주)의 석루요, 전명은 협산의 시호이다.
  풍주( 주)의 낙포산(낙포산) 원안(원안)선사는 오랫동안 임제에서  참문하면서 시자 소임
을 보았는데 임제가 어느날 이르되 "임제의 문하에서 쓰는 한 대의 화살을 누가  감히 당하
겠는가?" 했다.  어느날 임제를 하직하니, 임제가  이르되 "어디로 가려는가?" 하고 물었다.  
선사가 대답하되 "남쪽으로 가렵니다" 하니, 임제가 주장자로 한 획을 그으면서 이르되 "이
것을 지날 수 있거든 가거라" 하기에 선사가 할을 하였다.  이에 임제가 때리니, 선사는  절
을 하고 떠나서 제방으로 만행을 두루 한 뒤에 협산의 마루턱에 이르러 암자 하나를 세우고
한 해를 보냈다.
  협산(협산)선사가 이 소식을 듣고는 시자승  편에 글을 보냈더니, 낙포선사가  받아들고는
털썩 앉으면서 다시 손을 내밀어 편지를  내놓으라는 시늉을 했다.  시자승이 말이 없으니,
낙포가 문득 때리면서 이르되 "돌아가서 화상께 이 사실을 전하라" 하였다.  시자승이 돌아
와서 사뢰니, 협산이 이르되 "그승이 편지를 보았으면 삼일 안에 올 것이요, 편지를 보지 않
았으면 구제하지 못할 것이다" 하였다.  과연 삼일 뒤에 와서 절도 하지 않고 바짝 마주 서
니, 협산이 이르되 "닭이 봉의 둥지에 끼어들었다.  같은 종류가  아니니, 나가라" 하였으니,
제각기 무명의 잡초를 헤치고 열반의 서늘한 바람을 쏘이면서 행갈한 안목을 등진 것이다.
  낙포가 협산이 보낸 시자승을 보고 돌려보낸 것은 도리어 만류한 것이 되었지만, 이미 온
이는 어찌 빈 손으로 돌아갔겠는가? 또 문정(문정)이 높고 준엄해서  제각기 손을 쓸 수 없
음을 보고 문득 부드러운 계교로 그에게 나아가서 이르되 "멀리서 높으신 도풍을 듣고 달려
왔으니 한 번 제접해주십시오" 한 것이다.
  협산에게는 따로이 별다른 노비( 비)가 있었기에 이르되 "눈앞에 그대가 없고, 여기에 노
승도 없다" 하였으니, 낙포가 임제에게 오랫동안 참문했었기에 반드시 임제의 바른 영을 행
하고 그런 뒤에 종을 뛰어나고 격식을 초월한 방망이를 쓸 것으로 알았는데 낙포가 과연 할
을 하였다.  협산은 '그대 일러보라.  이것뿐이냐, 아니면 또 다른  법이 있느냐?' 하는 뜻에
서 이르되 "가만히 있거라.  아직은 경솔히 굴지 말라"  하였으니 바삐 서두를 필요가 없다
는 뜻이요, "구름과 달은 같지만 개울과 산은 각각  다르다" 한 것은 밀가루는 같으나 사람
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진다는 뜻이요, "천하 사람들의 혀를 끊어버리는 일은 없지 않다" 한
것은 천 길 되는 싸늘한 솔만이 있다는 뜻이요, "혀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할 줄 알게
할 수야 있겠는가?" 한 것은 다시 석순(석 )이 빼어나기를 바란 것이다.
  협산이 일찍이 문정의 시설〔문정시설〕과 진리에 들어가는 깊은 이론〔입리심담〕에  관
하여 말한 적이 있는데 낙포는 문정의 시설 쪽이요, 협산은  진리에 들어가는 깊은 이론 쪽
이다.  낙포는 흰 물결 구경하기를 탐내다가 노를 잃고 급히  바로잡으려 했으나 잡지 못한
격이요, 협산 역시 도리어 임제의 바른 영〔정영〕을 가지고 그를 위해 설고 껄끄러운 열쇠
를 묵은 자물쇠에 던져준 격이라 하겠다.  낙포의 집에는 항상 떫떨한 식초가 있어, 일찍이
먹어서 신맛을 알고 있었으므로 여기에 서 굴복한 것이다.
  흥화(흥화)는 이르되 "다만 성불할 일만 생각할 일이지  중생에 대한 근심은 해서 무엇하
겠느가?" 하였지만, 만송은 이르노니 "그러나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는 숲을 이루지 못하니
어찌하리요?" 하노라.
  설두는 이르되 "그 승이  불쌍하고 애통스럽게도 임제를 무색케  했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자식을 기르되 아비에게 미치지 못하면 가문이 당대에 쇠퇴한다" 하노라.
  "그가 이미 구름과 달은 같으니 나 또한 개울과  산은 각기 다르다" 하였으니, 만송은 이
르노니 "남산의 가을빛은 기상이나 형세가 서로 높아간다" 하노라.
  "어찌 혀없는 사람이 말을 할 줄  모른다고 하리요?" 하였으니, 만송은 이르노니 "아직은
분부를 전달하는 사인(사인) 같도다" 하노라.
  "않을 방석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그에게 붙들려서 늘씬하게
한바탕 두틀겨맞는 일은 또 어찌하리요?" 하노라.
  "협산은 처방을 아는지라, 틀림없이 밝은 창 밑에서 약봉지를 늘어놓을 것이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남에게 빌려온 근본 처방〔본분초요〕은 돌려주는 것이 좋겠다" 하노라.
  오조 계(오조계)가 "다시 도리를 말해보라" 하고는 문득 나가 버렸는데,  만송은 이리노니
"독사의 성품이 영특하기는 하나 토해낼 것이 있다면 독기뿐이니라" 하노라.
  대양 연(대양연)이 이르되 "그래도 화상께서 증명을  해주셔야지요!" 하였는데, 만송은 이
르노니, "지란(지란)의 기질은 시들어도 끝내 향기를 뿜는다" 하노라.
 약산의 한 종파는 실로 이어받거나 들기나 어렵고, 운암의 마당쓸기는 먼지가 하늘을 찌르
고, 낙포의 굴복은 원한이 끊이지 않거니와 혀없이 말할 줄 알기와 손없이 주먹쓰기에 장점
이 있다 하겠다.  설사 방망이와 할이 엇바뀌어 날리더라도 겨우  반쯤만을 곁으로 드는 꼴
이니, 이 도를 온전히 붙들어 유지하는 일이라면 천동에게로 미루어야 한다.

(숭고)
  머리를 흔들고 꼬리를 흔드는 붉고 화려한 고기여,
-입으로 향기로운 먹이만을 탐하다가 몸이 그물에 걸리는도다.

  철저히 의지한 데 없이 몸을 돌릴 줄 알도다.
-오늘은 그물 밑에 끌리는도다.

  혀를 끊는 데도 기술이 있다지만
-그대는 이제사 눈을 쓸면서 솔씨〔송자〕를 찾지만…….

  코끝을 흔들어 젓는 데도 묘하고도 신통하다.
-나는 이미 풀섶을 뒤져 복령(복 )을 얻었노라.

  밤이 창 밖에 밝음이여, 달빛이 낮과 같고,
-세 가지 광명의 힘을 빌리지 않으나

  바위 앞의 마른 나무여, 꽃송이는 항상 봄이로다.
-한 가락 봄빛의 공〔일색(공)〕만은 가만히 누린다.

  혀없는 사람이여, 혀없는 사람이여,
-코로 대화를 하겠군!

  바른 영을 오롯이 제창하는 한 구절이 친근하다.
-어두운 데서 주먹을 불끈 쥐어 뽐낸다.

  혼자서 하늘 밑을 거닐이니, 분명하여 또렷하고,
-참된 광명을 번쩍이지 않는다.

  마음대로 천하를 횡행하니, 즐거워서 흔쾌하다.
-어지러운 것은 저쪽일 뿐, 나에게야 무슨 관계가 있으랴?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낙포가 임제에게 하직을 고하니, 임제가 이르되 "임제의 문하에 지느러미 붉은 잉어가 있
더니, 머리를 흔들고 꼬리를 휘두르면서 남쪽으로 가버렸다" 하였으니, "철저하게 의지한 데
없이 몸을 돌릴 줄 안다" 한 것은 임제의 문하에서 이루어진 일로서 지위를  바꾸거나 공부
만을 바꿈으로써 완전히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임제의 광록(광록)에 이르되 "법을 듣되 의지함이 없는 도인이라야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
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의지할데 없는 경지에서 생겼거니와 진정 의지할 데 없음을 깨달으
면 부처도 얻을 수 없다.  이렇게 볼 줄 아는 자는 진정한 견해를 가진 자이다"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만일 낙포가 몸을 돌렸다면 어찌하여 마지막에 말이  없었을까? 판정해보
라" 하노라.
  천동은 그(낙포)에게 안목을 갖추었고 기술이 있다고 허락했지만 협산에게도 천하 사람들
의 혀를 끊는 기능이 없지 않아서 바른 영에 으거하여 혀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할  줄
알게 하는 일에만 서두르면서 하늘을 찌르는  콧구멍을 가뿐가뿐 흔들어 저었다고 한  것이
다.
  불과(불과)가 협산의 주문 외우는 소리가 이야기 소리 같은 것을 보고 착어(착어)하되 "어
디에서 그러한 한 토막의 새끼줄〔일락  〕을 얻었을까?"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그것
이 곧 협산이 혀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하는  도리라" 하노라.  불과는 그러한 한
토막의 새끼줄은 없고 단지 천하 사람의 혀를 끊었을 뿐이니,  설사 따로이 몸을 돌리고 기
개를 토해내는 경지가 있더라도 꼭 혀없는  사람의 말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러보라.  
 
어떤 것이 이 사람의 경계일까? 송에 이르기를 "밤이 창 밖에 밝음이여, 달 빛이 낮과 같고,
바위 앞의 마른 나무여, 꽃송이는 항상 봄이로다" 하였으니, 이것이 혀없는 사람이  누릴 바
이다.  한(한)의 명제(명제)가 광명전(광명전)을 지었는데 구슬〔     〕로써 발〔    〕을
만들고, 금문지방〔금  〕과 옥섬돌〔옥  〕로 밤낮으로 항상 밝게 했었다.
  동안 찰(동안찰)이 이르되 "바위 앞의 마른 나무에서 길을 어긋나는 이가  많다" 하고, 동
산이 이르되 "바로 마른 나무 위에서 꽃을 따야 한다" 하였으니, 이 송의 뜻은 방망이나 할
에 높고 험준함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백 자 장대 위에서 다시 한 걸음 내디뎌야 비로소 바른
영을 온전히 제창하는 친절한 한 구절임을 알 것이다.  이 경지에 이르면 눈이 사해에 높은
지라 혼자서 하늘 밑을 걸을 것이다.
  나중에 낙포가 이르되 "천하 사람들이 즐거워서 흔연해하더라도 나만을 수긍치 않으리니,
설사 천하 사람들이 그에게 혀 끊기는 일을 당하여 달게 여기더라도 협산이 이르기를 '위를
향하는 한 구멍이 다시 남았다' 하였으니, 어떤 것이  위를 향하는 한 구멍인가? 혀없는 사

이 말을 할 줄 아니 그대에게 말해주리라" 하였다.

제 36 칙
마조의 불편함〔마사불안〕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마음도 뜻도 의식도 여의었으나 참구에는 아직도 그런 것〔    〕이 있고, 범부와 성인의
길을 벗어났으나 배움은 이미 지나치게 도도함〔      〕이 되었다.  이글거리는 도가니에
서 무쇠 맹아주〔    〕가 솟아나고, 검과 창 같은 입과 입술 앞에서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  
칼날을 범하지 않고 일러보라.

(본칙) 드노라.
  마대사(마대사)가 편치 않으니,
-꼭 유마거사를 흉내낸 것은 아니겠지?

  원주가 문안하되 "요즘 법체 어떠하십니까?" 하였다.
-소임이 바빠서 자주 문안을 못 했지.

  마조께서 이르되 "일면불 월면불(일면불월면불)이니라" 하였다.
-혹시 힘줄이 떨리는 곽란이 아니었는지…….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옛사람은 병을 앓으면서도 불사를 하였다.   남악 사(남악사)대사에게 큰 병마〔병장〕가
생기니, 문득 그 병에 준하여 하나의 화두를 이루어 참구하되 "병은 업에서 생기고, 업은 허
망함에서 생기고, 허망함은 마음에서 생기는데 마음은 본래 남이 없으니, 병이 어디에서  새
이리요?"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홀연히 회복하였다.
  이에 대해 만송은 이르노니, "여래선(여래선)에서 편안함을 얻었다" 하노라.  서경(서경)의
봉성 심(봉성심)선사에게 총지(총지)라는 비구니가 있었는데 작략(작략)으로 병이 나서 게송
을 짓고, 이르되 "기운이  끊어지니, 정서(정서)도 끊어지고  / 뜻〔의〕을 일으키려니 뜻의
길이 없도다 / 눈을 껌벅일 힘도 없으니 / 여러 해를 문 밖에 나가지 못한다 / 이것이 비록
조사선이기는 하나 / 마차 포대 속의 늙은 까마귀 신세로세"  하였다.  부용 해(부용해)화상
은 이르되 "이 게송 하나만으로도 자연히 우리  종을 계승한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이미 대단하기는 하나, 다시 다른 일이 있다 해도 무방하리라" 하노라.
  마대사는 과연 그러지 않았고, 원주도 감히 병의 더함과 덜함을 직접 묻지 않고, 조심스럽
게 묻되 "화상께서 요즘 법체가 어떠하십니까?"  하였는데, 그는 여래선이니 조사선이니 떠
들지 않고 다만 "일면불 월면불이니라" 고만 말했으니 일러보라.  그의 뜻이 무엇이던가?
  불과가 이르되 "지금 허다한 사람들이 마대사께서 원주를 제접한 일을 이야기한다.  어떤
이는 눈을 부라리고 이르기를 '여기에  있는 양쪽눈이 바로 일면불  월면불이다' 하고, 어떤
이는 이르기를 '평위산(평위산)이나 달여오라.  무슨 고집〔    〕이 있는가?' 하고, 수(수)

사는 이르기를 '한 이름도 여래의 명호를 전파하지 않은 것이  없고 한 물건도 노사나의 몸
을 밝히지 않은 것이 없다' 하니라"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불명경(불명경)에 이 두 부
처님의 명호가 있는데 대사의 속뜻은 필경 무엇일까?" 하노라.
  듣지 못했던가? "망아지가 천하 사람들을 밟아 죽인다" 했는데,  천간(천각)이 송하되 "습
방(습방 : 마조가 태어난 고을)의 망아지가 성질이 사나워서 / 비로의 정수리로 뛰어올라 밟
고 다니도다 / 바야흐로 지라〔비〕를  앓더니 다시 머리까지 앓건만  / 병들었어도 아직도
살뜰한 정도 있도다" 하였다.  만송은 이르노니, "본 성품을 옮기기는 어려우나 강산은 고치
기 쉽다" 하노라.
  이는 마조가 병으로 쉬면서도 본분의 일로써 학인들을 제접했음을  송한 것이다.  우리들
은 몸이 건강하니, 결코 마조의 뜻을 저버리거나 천동에 대하여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될 것
이다.

(숭고)
  일면불 월면불이여,
-마주 보면 눈이 먼다.

  별똥이 튀고 번개가 번뜩인다.
-이미 신라를 지나갔다.

  거울은 형상을 대하여 사사로움이 없고,
-한 점도 속이기 어렵다.

  구슬은 소반 위에서 스스로 구른다.
-움켜쥐려 해도 머물지 않는다.

  그대 보지 못했는가? 망치 앞에 백 번 단련한 금이요,
-병․동이․팔찌․비녀․권(권)․발우․소반이라.

  재단사의 잣대〔도척〕밑에 한 베틀의 비단이라.
-이불․요․옷․관․옷깃․소매라.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이 일면과 월면, 두 부처님은 마치 별똥이 튀고 번개가  번뜩이는 것 같아서 생각이나 말
을 용납하지 않는다.  옛날 진왕의 궁에서 옥으로 거울을 만들어  모든 신하들을 비추면 간
․담․장부(장부)가 모두 나타났었다.  또 여우와 너구리가 사람이 되었어도 거울에는 오직
본래의 모습만이 나타나니, 이는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다.   「물류상감지(물류상감지)」에
이르되 "낭풍포(낭풍포)에서 구슬이 나는데 그릇에 두면 스스로 구른다.  그래서 그것을 '달
리는 구슬〔    〕'이라 한다" 하였다.
  이는 마조의 마음이 묵은 거울과도 같고, 기개가 달리는  구슬과 같아서 그림자나 자취를
남기지 않음을 송한 것이다.  백번 단련한 금은 작가(작가)의 망치에  달려 있고, 한 베틀의
비단은 솜씨좋은 재단사의 잣대에 달렸다는 것이다.
  어떤 승이 운암(운암)에게 묻되 "크게 보임(보임)하는  사람은 그것과 하나입니까, 둘입니
까?" 하니, 운암이 이르되 "한베틀의 비단이  한 조각인가, 두 조각인가?" 하였는데, 동산이
대신 이르되 "마치 사람에게 나무를 접한 것 같으니라" 하였으니, 이는 경계와 정신이 만나
고, 지혜와 이치가 명합하고, 하늘색과 물색이 함께 가을이고, 인군과 신하의 도리가 합하는
도리이다.
  비단이 재단 칼을 만나면 베어지고 끊어짐이 사람을 말미암고,  금이 망치를 만나면 단련
함이 자기에 달려 있다.  일러보라.  납승의 분수에는 어떤 일을 성취하겠는가? 일면불 월면
불이니라.

제 37 칙
위산의 업식〔 산업식〕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밭가는 농부의 소를 몰아서  콧구멍을 끌어돌리고, 주린 사람의  밥을 빼앗아서 목구멍을
틀어 막는다.  이보다 독한 손을 쓸자가 있느냐?

(본칙)  드노라.
  위산( 산)이 앙산(앙산)에게 묻되 "어떤  사람이 와서 묻기를 '모든  중생은 다만 업식이
끝없이 망망해서 가히 의거할 근본은  없습니다' 하거든 그대는 어떻게  징험하겠는가?" 하
니,
-그 말이 바로 관가의 말이니 낙인을 찍을 필요는 없어라.

  앙산이 대답하되 "만일 어떤 승이 오거든 '아무개야!' 하고 불러서
-뒤통수의 한 망치, 온 것을 모르겠네.

  승이 고개를 돌리거든
-정수리 위에서 삼혼(삼혼)을 떼내어버렸다.

  이르기를 '이것이 무엇인고?' 해서,
-화로와 냄비가 식기 전에 한 번 더 넣지.

  그가 머뭇머뭇 망설이거든
-발바닥 밑에다 일곱 혼 구멍을 뚫었다.

  그에게 이르기를 '업식이 끝없이 망망할  뿐 아니라 또한 가히  의거할 근본조차 없도다'

겠습니다" 하니,
-산 채로 잡고 산 채로 붙들었다.

  위산이 이르되 "좋은 말이다" 하였다.
-총고하는 입에서 친근한 말이 나온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어떤 승이 운암(운암)에게 묻되  "「화엄론(화엄론)」에 이르기를 '무명주지번뇌(무명주지
번뇌)로써 모든 부처님의 부동지(부동지)를 삼는다' 하였는데, 이치가 지극히 깊고 현묘하여
깨달아 통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니, 운암이 이르되 "이것은  가장 분명한 도리여서
쉽게 알 수 있느니라" 하였다.  때마침 동자가 마당을 쓸고 있었는데 부르니, 동자가 고개를
돌렸다.  운암이 가리키면서 이르되 "이것이 부동지가 아니겠느냐?" 하였으니,  앙산이 승을
불러 고개를 돌린다 한 것이 바로 이 경지이다.  운암이 다시 동자에게 묻되 "어떤 것이 너
의 불성인가?" 하니, 동자가 좌우로 두리번거리면서 망연히 떠났다.  운암이 이르되 "이것이
무명주지번뇌가 아니겠는가?" 하였으니, 만일 이것을 안다면 당장에 성불하리라.
  동자가 어리둥절해 한 것이나 앙산의 승이 머뭇머뭇 망설인 것이 다르지 않고 무명주지번
뇌와 업식이 망망한 것이 또한 같으니, 운암과 앙산이 승을 감별하고 사람을 징험함에 분명
함이 이와 같거니와 만송이 보는 견해를 그렇지 않노니 "동자와 그 승은 모두가  철저히 부
동지인데 운암과 앙산은 끝까지 업식이 망망하다" 하노라.
  누군가가 그 도리를 판단해내면 바로 천동을 보리니, 그는 그렇게 송했다.

(숭고)
  한 번 불러 고개를 돌리니, 나를 알겠는가?
-진짜 날도둑인데 어찌 모르겠는가?

  희미한 담쟁이덩굴 밑이 달이 또 갈구리를 이루었네.
-몸은 숨겼는데 그림자가 드러났다.

  천금 같은 아들이건만 몰락의 길에 나서니,
-병풍이 다 찢어졌어도 뼈대는 여전히 남았겠지.

  끝없는 궁상길〔   〕에 허다한 근심 많아라.
-작은 그릇인지라 큰 분량을 담지 못한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백장이 상당하자 대중이 바야흐로 모이니 주장자로 일시에 내쫓았다가  다시 불렀다.  대
중이 고개를 돌리니, 백장이 이르되 "이것이 무엇인고?" 하였는데,  제방에서는 이것을 백장
의 하당법문〔하당구〕이라 한다.  잘 참구하는 게 좋겠다.   왕형공(왕형공 : 안석)이 이르
되 "나는 설봉에게 한 말씀을 얻어  재상이 되었노라" 하니, 사람들이 굳이 청하매, 공이 이
르되 "그 노인이 항상 사람들을 보면 '이것이 무엇인고?' 하더라" 하였다.
  이 한 구절은 '승을 불러 고개를  돌린 일'과 '이것이  무엇인고?' 한 일을  송한 것이니,

를 알겠는가〔식아불〕할 때의 불(불)자는 보(보)와  구(구)의  반절, 즉 '부'라  읽어야 하
며,   
앙산은 의리없는 손으로 방비 없는 집을  쳤는데 그 승이 만일 돌불〔석화〕밑에서도  깜박
알아본다면 가히 시끄러운 장터에서 천자를 알아볼 줄 안다 하겠거니와 만일 머뭇머뭇 망설
이다가 나서지 못하면 희미한 담쟁이덩굴 밑의 달이 또 갈구리를 이루는 것과 같다고 하겠
다.
  황벽이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마자 주장자로 쫓아버렸다가  다시 부르니, 대중이 고개를
도리자 황벽이 이르되 "달이 당긴활〔   궁〕같은데 비는 적고 바람은  많다" 하였는데, 이
송의 뜻은 이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석실 선도(석실선도)가 앙산과 더불어  달구경을 하는데 앙산이 묻되  "달이 뾰족할 때에
둥근 모습이 어리로 가며 둥글  때엔 뾰족한 모습이 어디로 가는가?"  하니, 석실이 이르되
"뾰족할 때엔 둥근 모습이 숨고, 둥글 때엔 뾰족한 모습이 그대로 있다"  하였고, 운암은 이
르되 "뾰족할 때엔 둥근 모습이 있고, 둥글 때엔 뾰족한 모습이 없다" 하였고, 도오(도오)는
이르되 "뾰족할 때에도 뾰족하지 않고, 둥글 때에도 둥글지 않다"  하였는데, 뾰족한 모습이
곧 갈구리 모습이다.
  낙빈왕(낙빈왕)의 시에 이르되 "이미 둥글기가 거울 같거니, 어찌 다시 갈구리같이 굽어질
필요 있으랴?" 한 것이 있고,  화엄종에서는 '비밀은현구성문(비밀은현구성문 : 비밀하여 숨
으나 드러나나 모두 성립된다)'이라고 이름하였고, 또 경전에  이르되 "10일지보살이 법성을
보되 마치 얇은 비단을 통해 달을 보는 것 같다" 하였으니, 비단 밑의 달〔라월〕이라고 썼
어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백의 시에 "담쟁이 덩굴 밑의 달〔  월〕은 아침 거울에 걸
렸고, 솔바람은 밤의 거문고 줄에서 운다" 하였으니, 역시 담쟁이덩굴 쪽이 멋이 있다.
  천동은, 몽롱한 새 달이 연기 같은 담쟁이 덩굴에 숨어서 비추니 또렷하지는 못하나 이미
그 윤곽〔규각〕은 드러났다는 점에서 그  승이 반쯤은 밝고 반 쯤은  어두우며, 살아 있는
듯도 죽은 듯도 하다는 점을 송해낸 것이다.  만송은 마치 염철판관(염철판관 : 계산에 능숙
한 관리)과 같노니 진실로 천동은 깊고 세밀한 바늘과 실을 가지고 있지만  만일 실이 끊어
진다면 비단에 새기는 문채는 끝내 이루기 어려웠으리라 하노라.
  밀사백(밀사백)이 동산과 길을 가다가  흰 토끼가 지나가는 것을  보자 이르되 "준수하도
다" 하니, 동산이 묻되 "왜 그런가?"  하고 다그쳐 물었다.  밀사백이 대답하되  "마치 백의
(백의)의 몸으로 재상의 직위를 받은  것 같소이다" 하니, 동산이 이르되  "건방지게도 그런
소리를 하다니……" 하였다.  밀사백이 도리어 묻되 "그대는 어떻게  여기는가?" 하니, 동산
이 이르되 "여러 대의 영화가 잠시에 몰락하도다" 하였다.
  사마상여(사마상여)의 상림부(상림부)에 이르되 "천금 같은 아들은 마루 끝〔   〕에 앉지
않는다" 하였고, 완적(완적)은 항상 시거(시거 : 허술한 수레)에 앉아 길을 가다가 험궁한 곳
을 만나면 문득 통곡을 하고 돌아왔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길을 찾아 집에 돌아올 수만 있
다면 그대로가 몸을 돌이켜 아버지께 돌아가는 도리라"  하노라.  듣지 못했는가? "한 생각
광채를 되돌리면 문득 본래 부처님의 부동지가 중생들의 처지에서는 업식이 망망하다고  불
리우는가? 등(등)이 곧 불인 줄 벌써 알았으면 밥이 익은 지는 벌써 오래되었으리라.

제 38 칙
임제의 참사람〔임제진인〕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도적을 아들로 여기고 종을 서방님으로 오인하도다.  깨진 나무표주박이  어찌 선조의 해
골바가지일 리 없으며, 나귀의 안장 역시 아버지의 아래턱이 아니다.  국토가 쪼개지고 땅〔  
   〕이 나뉠 때 어떻게 주인을 가려야 될꼬?

(본칙)  드노라.
  임제가 대중에게 보이되 "한분의 지위없는 참사람〔무위진인〕이 있어
-터를 잡고, 다리를 안정시켰다.

  항상 여러분의 얼굴에서 출입한다.
-등 뒤의 것, 척〔   〕

  "초심자로서 증거를 잡지 못한 초심자는 살펴보라" 하니,
-안목을 갖추었는가?

  이때 어떤 승이 나서서 묻되 "어떤 것이 지위없는 참사람입니까?" 하였다.
-말귀는 알아듣느냐?

  임제가 선상에서 내려와 멱살을 움켜잡으니,
-그대는 잠시 모른 체 하라.
 
  다시 그 승이 머뭇머뭇 망설이거늘
-그 참사람을 둔하게 만드는군!

  임제가 확 밀어놓으면서 이르되 "지위없는 참사람이라니, 무슨 똥  말리는 막대기〔   〕
냐?" 하였다.
-흡사 바리때도 만져보지 못한 자가 시장하지 않다고 하는 꼴이로군!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임제가 「광어(광어)」에서 이르되 "5온의 몸밭〔신전 : 몸〕안에 지위없는 참사람이 있어
당당하게 드러나 털끝만치의 간격도 없거늘 어찌하여 알아보지 못하는가?" 하였다.  마음이
란 법은 형상이 없으되 시방에 꿰뚫어 통했나니, 이미  시방에 꿰뚫어 통했다면 5온의 몸밭
안에만 있지만 않을 것이다.
  "얼굴에서 출입하니 증거를  잡지 못한  초심자들은 살펴보라" 하였으니,  만송은 이르되
"지위없는 참사람이 대중을 살펴보는가, 대중이 지위없는 참사람을 살펴보는가?" 하노라.
  때에 어떤 승이   되 "어떤  것이 지위없는 참사람입니까?" 한 것에  대해서, 제방에서는
"그 말소리까지도 내쳐야 할 일이다" 하였는데 나귀를 탄 이가 자리 밑을 보지 못하는 꼴이
되었음에야 어찌하겠는가.  임제가 선상에서 내려와서 멱살을 움켜쥐고서 이르되 "일러보라.  
참사람이 어디에 있는고? 빰 한 대 갈겨줌이 좋겠다" 하였다.   그 승이 머뭇거리면서 말하
되 "참사람이 없어서 아깝습니다" 하니, 임제가 확 밀어 풀어주면서 이르되 "지위없는 참사
람이라니, 무슨 똥 말리는 막대기〔   〕냐?" 하였으니, 빤히 마주 보면서 숨기는 짓이로다.
  설봉이 이르되 "임제는 마치 백주의 날도둑 같다"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잡혔다"
하노라.  설두가 이르되 "도대체 능숙한 도적은 귀신도 헤아리지  못해야 되는데 그는 이미
설봉에게 들켰으니, 능숙한 솜씨는 아니다" 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대중을 불러 이르되 "설
도가 오늘 여러분들의 눈알을 바꾸어주리니, 그대들 만일 믿지  못하겠거든 제각기 방에 돌
아가서 더듬어보라"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설두는 눈썹까지도 몽땅 잃어버렸다" 하노
라. 도적의 손아귀에서 도둑질하는 법을 알려면 천동에게 물어보아야 될 것이다.

(숭고)
  미혹과 깨달음이 서로 거스리나
-털끝 하나 막힌 것 없다.

  묘하게 전하여 간결하다.
-이미 바람과 먼지에 그을렸다.

  몸이 백 가지 꽃봉오리를 터트림이여, 한 번에 불고,
-놓아버리니 위태로워지겠고

  힘이 아홉 소를 끌어 돌이킴이여, 한 번에 당기도다.
-거두어들이자니 너무 빠르다.

  그러나 진흙과 모래는 뚫어도 열리지 않음을 어찌하랴.
-내 안목이 본래 밝았으되
 
  감로의 샘눈〔   〕을 분명히 막아버렸네.
-스승 때문에 삿되어졌다.

  갑자기 샘줄기 터져 어지러이 넘치면
-선상을 흔들어 쓰러뜨린 일 조금도 이상하다 할 것 없어라.

  위험하다 하리라.
-주장자를 던지면서 이르되 "한 수 놓쳤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원각경(원각경)」에 이르되 "마치 미혹한 사람이 4방을 바꾸어  처하되 그 실제의 방위
는 본래 옮기지 않는 것같이 깨달았을 때에도 다만 예대로이다" 하였다. 「종경록(종경록)」
에 이르되 "그 동안은 깨달음을 미혹했는지라 미혹한 듯하고, 오늘에 미혹을 깨달음은 깨달
음이 아니다" 하였으니, 이것이 참으로 묘하게 전하여 간결하고, 베풀되 낭비하지 않는 것이
다.  이를 알아차리면 붉은 살덩이가 그대로 지위없는 참사람이요, 알아보지 못하면 참사람
이 전과 같이 얼굴을 향해 드나들 것이다.
  그 승에게도 있건만 단지 드러낼 줄 모르고 활용할 줄 몰라서 도리어 참사람의 종이 되어
말을 전하고 말씀을 보내고 안부를 묻고 소식을 묻다가 마침내는 임제로 하여금 높은 데서
내려와 낮은 데로 가서 본체를 드러내어 완전히 작용해야 하는 수고를 하게 하였다.  그 승
도 이미 손 쓸 것이 없게 되고, 임제 또한 몸을  추슬러 뒤돌아볼 겨를도 없어 수저도 돌아
올리지 못하게 된 것을 보고는 문득 이르되 "지위없는 참사람이라니, 그 무슨 똥 말리는 막
대기 같은 소리인가?" 하였다.
  이는 능히 놓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며 불러서는 모으고 할해서는 흩어뜨리는  가풍이니,
마침내 말〔구〕밑에 죽은 듯이 얽매여서 사람들의 가슴에 병이  되어주지는 않는다.  천태
가 이르되 "한 번 불어 세계가 이루어지고, 한 번 할하여 세계가 무너진다" 하였고, 또 이르
되 "불어야 할 때에 할을 하고, 할을 해야 할 때에 분다" 고도 하였다.
  「열자(열자)」에 말하기를, 공의자(공의자)는 힘이 세기로  알려졌기에 주나라의 선왕(선
왕)이 예를 갖추어 초빙했다.  그런데 이르고 보니, 나약한  사내였다.  왕이 묻되 "경의 힘
은 어느 정도인가?" 하니, 대답하되 "신은 능히 봄 벌레의 다리를 꺾을 수  있고, 가을 매미
의 날개를 이길 수 있습니다" 하였다.  왕이 얼굴을 붉히고  다시 묻되 "나의 힘은 능히 무
소의 가죽을 찢을 수 있고, 아홉 마리 소의 꼬리를 뒤로  끌 수 있는데도 오히려 약해서 유
감인데 그대는 이와 같으면서도 힘이 세다고 알려진 까닭은 무엇인가?" 하였더니, 대답하되
"신의 명성은 그 힘을 이기는 데 있지 않고, 힘을 활용하는 데 있습니다"  하였다.  이는 임
제의 놓고 거두는 힘이 자재함을 송한 것이다.
  법안이 우물을 파는데 모래 때문에 샘눈이 막히는 일이 생겼다.   이에 곁의 승에게 묻되
"샘눈이 막힌 것은 모래가 막았기 때문이거니와  도의 눈이 트이지 않는 것은 어떤  것에게
막힘을 당해서인가?" 하니, 승이 대답이 없거늘 스스로 대답하되 "눈에 막혀서이니라" 하였
으니, 일러보라.  그 승이 샘눈을 막았는가, 임제가 샘눈을 막았는가?
  갑자기 물줄기가 튀어나올 때엔 어떠하겠는가? (주장자를 들었다가 자리에서 내려오시니,
대중이 일시에 흩어져버렸다.)

제 39 칙
조주, 바리때를 씻으라〔조주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밥이 오면 입을 벌리고 졸음이 오면  눈을 감는다.  얼굴을 씻을 때에 콧구멍을  만질 수
있고 신을 신을 때 발꿈치를 더듬게 된다.  언제 화두를 놓치는가 횃불을 들고 밤이 깊도록
따로이 찾아보라.  어찌해야 만날 수 있을까?

(본칙)  드노라.
  어떤 승이 조주에게 묻되  "학인이 처음으로 총림에  들어왔으니, 스님께서 지시해주십시
오" 하니,
-총림도 그대를 미워하지도 않았는데…….

  조수가 이르되 "죽은 먹었으냐?" 하였다.
-순수한 황금이요 형산의 백옥이라.

  승이 이르되 "먹었습니다" 하니,
-오래된 납승도 이 신참만은 못하겠다.

  조주가 이르되 "바리때를 씻으라" 하였다
-잘못 사람을 시기하지 말라.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곧은 낚시로 용을 낚는다는 말이 이미 칠통(칠통)처럼 둔한 무리였고  낚시에서 세 치 떨
어진단 말이 이미 강자(강자)를 이긴 협산(협산)으로 하여금 배를 차지하게 했다.  사람들이
자격(분)이 없다고 것은 아니나 대체로 먹이를 탐내다가 낚시를 삼키는 꼴이거니와 저 조수
를 보라.  낚시대를 꺾어버리지도 않고, 배를 걷어차 뒤집지도 않은 채 돌다리〔석교〕위에
한가로이 앉았거나 외나무다리〔   〕옆에서 세월을 보내도 저절로 언덕을 올라와서 손아귀
에 드는 자가 있는 것이다.
  본록(본록)에는 그 승이 이를 인하여 깨달았다  하였으니, 가히 장대 끝의 낚싯줄은  그대
마음대로 희롱하시오마는 푸른 파도를 범하지 않는 것은 각자에게  달렸다 할 것이니, 조수
가 임공자(임공자 : 장자에 나오는 인물)처럼  앞에서 뜻을 얻었는데 천동이 뒤에서 뱃전을
두드려 주는 것을 다시 보라.  그의 송은 다음과 같다.

(숭고)
죽을 다 먹자 발우를 씻으라 하니,
-쾌속한 인편은 만나기 어렵다.

활연히 트인 마음바탕은 저절로 부합된다.
-오늘뿐이 아니다.

지금에 넉넉히 참구한 총림의 나그네여,
-역시 죽을 먹고는 바리때를 씻는다.

일러보라.  그 사이에 깨달음이 있었더냐?
-한 사람이 거짓을 전하면 만 사람이 사실처럼 전한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영운(영운)이 복사꽃을 보자 도를 깨닫고 위산에게 게송을 바치니, 위산이 이르되 "반연을
좇아 들어온 자는 영원히 물러나지 않으리라" 하였는데, 현사(현사)가 전해듣고  이르되 "매
우 매우 당연하신 분부이나 감히 말씀드리는 바는 노형(노형 : 영운)은 아직 사무치지는 못
했습니다" 하였다.  영운이 이 말을 전해듣고 이르되 "화상은  깨달으셨습니까?" 하니, 현사
가 이르되 "그렇게 해야 된다" 하였다.
  천동은 그 승이 깨달음을 얻어, 마음바탕이 서로  계합한 경지를 송한 것이다.  그  승은
처음으로 총림에 들어와서 크게 깨닫고,  크게 사무치겠다고 외쳤으니, 오래 참구한  총림의
선객들은 일러보라.  깨달음이 있는가 없는가 하였으니, 이런 것을 징문(징문)이라 한다.
  설두는 이르되 "본래 미흑도 깨달음도 없다고 하는 이는 삼대〔 〕같이 수도 없건만 오직
영운만을 작가(작가)라는 허용한다" 하였는데, 현사는 이르되 "아직  사무치지는 못했다" 하
였고, 설두는 "홀로 작가라고 허용한다" 하였으니, 서씨네 여섯째〔서육〕가 송판을 지고 솔
밭을 지나는 격이라, 제각기 한쪽만 보는 꼴이다.  일러보라.  바리때를 씻는 승이 깨달음이
있었느냐?
  태평은 본래 장군이 이룩하는 것이지만 장군이 태평스러워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제 40 칙
운문의 흑과 백〔운문백흑〕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스승의 지혜〔   〕가 움직이는 곳에 지혜로운 눈도 어리둥절 해지고 보배의 거울이 열릴
때에 가느다란 티끌도 피하지 못한다.  주먹을 펴서 차별의 경지에  떨어지지 않을 때가 시
물에 응하매 시기를 잘 안다.  두 칼날이 서로 만날 때엔 어떻게 피할꼬?

(본칙) 드노라.
  운문이 건봉(건봉)에게 묻되 "스님께서 대답을 해주십시오" 하니,
-빈 머리에는 정수리도, 턱도 없다.

  건봉이 이르되 "노승에게 이르렀는가?" 하였다.
-벌써 그대에게 대답해 마쳤다.

  운문이 이르되 "그러면 제가 늦었습니다" 하니,
-사양하면 남음이 있다.

  건봉이 이르되 "그랬더냐? 그랬더냐?" 하매.
-결코 그렇다고 이해하지 말라.

운문이 이르되 "후백(후백)뿐이라 여겼는데 다시 후흑(후흑)이 있도다" 하였다.
-좋은 솜씨에는 좋은 수가 나오지 않는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미란왕(미란왕)이 나선(나선)존사에게 묻되 "내가 질문을 하겠으니, 스승께서 대답을 해주
시겠소?" 하니, 나선이 대답하되 "물으소서"  하였다.  왕이 이르되 "나는 이미  다 물었소"
하니, 나선이 이르되 "나도 이미 대답해 마쳤습니다" 하였다.  왕이  묻되 "무엇을 대답하셨
소?" 하니, 나선이 대답하되 "대왕께서는 무엇을 물으셨습니까?" 하였다.   왕이 이르되 "나
는 물은 바가 없소" 하니, 나선도 대답하되 "나도 대답한 바가 없습니다" 하였으니, 이는 오
히려 찾아 규명할 수 있는 일이거니와 운문이  물은 곳은 마치 맑은 하늘에서 번개가 치는
것 같고, 건봉이 대답한 곳은 마치 가문 땅에 우레가 치는 격이다.
  쌍으로 놓고, 쌍으로 거두기에 이르러서는 도리어 머리도 있고  꼬리도 있음을 보게 되리
니, 이것이 납승이 아니면 보지 못하고 작가가 아니면 보지 못한는 도리이다.
  천동화상은 이 부문에 깊숙이 들어와서 다음과 같이 송했다.

(송고)
활시위와 화살이 서로 물렸고
-높고 낮음에 두루 응한다.

그물의 구슬이 마주 대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

백 발을 쏘아 백 번 맞추니, 화살마다 헛되지 않고,
-상대를 겨냥함에 기준이 있다.

뭇 경개를 거두니, 광채와 광채가 걸림이 없다.
-홀로 빛나서 삿됨이 없다.

언구(언구)의 총지(총지)를 얻었고,
-말을 내뱉으면 문장을 이룬다.

오가는 동작의 삼매에 머물렀다.
-일거 일동이 박자에 맞는다.

그 사이가 묘함이여, 편(편)과 원(원)이 엇바뀌고
-구슬이 소반 위를 달리는 것 같다.

반드시 이렇게 되어야 함이여, 가로와 세로에 자재하다.
-바른 영이 시행되는 시기를 살피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활이 활시위에 걸렸으니, 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은, 운문이 물은 기봉(기봉)이 예리해
서 범접할 수 없음을 송한 것이요, 그물의 구슬이 마주  대했다는 것은 건봉이 대답한 곳이
손과 주인이 뒤섞여 물음이 대답 속에 있고 대답이 물음 속에 있음을 송한 것이다.
  백 번 쏘아 백 번 맞춘다 한  것은 운문이 이르되 "제가 늦었습니다" 한 것을  송한 것이
니, 지각(지각)이 이르되 "어떤 사람이 땅을 향해 활을 쏘면 맞지 않을 리가  없다"고 한 것
과 같다.
  빛이 얼기설기 얽히었다 함은 사사무애의 도리이니,  이는 건봉이 이르되 "그랬더냐?" 한
것을 송한 것이다.  「화엄경소」에 이르되 "제석천왕의 궁전에는 구슬을 꿰어 그물을 만들
었는데 빛과 그림자가 서로 비추어 겹겹이 다함이 없다" 하였다.  이는 공안의 대의를 송한
것이니 구절구절을 꼭 배대해서 국집〔     〕할 필요는 없다.
  운문이 이르되 "후백 뿐이라 여겼는데 다시 후흑(후흑)이 있구나!" 한 것은 수(수)나라 때,
후백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자는 군소(군소)였고, 익살과 말재주가 능숙한 사람이었다.  대장
군 양소(양소)가 그를 보고 잘 아는  터이라 「정이기(정이기)」를 찬술했는데 인간과 신의
보응이 심히 자세하여 가히 볼  만하다.  당나라 때의 이백(이백)은 시에  능했는데, 나중에
이적(이적)이라는 자가 이백의 흉내를 냈으나 전혀 비슷하지도 않아서 사람들에게 웃음거리
가 되었다.  이제 후흑이라는  것도 역시 그러한 종류이다.  어떤 책에는 이르되 "나는 벌써
후백이었는데 그대 다시 후흑이라" 하였으니, 더욱 심하다는 뜻이다.
  총지(총지)에 세 종류가 있으니, 많은 글자, 한 글자, 글자 없음〔무자〕으로서 모든  법문
을 총괄해 지닌다는 뜻이다.  삼매는 정수(정수), 즉 바른 선정이다.   천동의 송에, 편과 원
〔편원〕이라 함은 이와 사〔이사〕를 가리킨다.  관국사(관국사 :  청량)께서 이르되 "이치
는 원하고 말은 편하니 말이 생기면 이치는  죽는다" 하였고, 천태지관에 이르되 "원이삼점
(원이삼점)은 삼수변의 세 점처럼 세로로 놓인  것도 아니며, 불화변의 네 점처럼  가로놓인
것도 아니다.  세로로 삼제를  다했기에 놓다 하고 가로로  시방에 두루했기에 넓다" 한다.  
 
그러므로 「법화경」에 이르되 "그 수레는 높고 넓다" 하였다.
  천동은 곁으로 교해(교해)까지도 통달하고, 훤하게 이론의 하늘을 꿰똟었다.  운문과 건봉
이 글자없는 비를 세우자, 천동이 노래를 부르되 말없는  시로 들어갔으니, 정녕 양수(양수)
가 처음으로 젊은 며느리〔 부〕라는 글을 보고, 보자마자 묘할 묘〔묘〕자임을 안 것과 같
다 하리라.

제 41 칙
낙포의 임종〔낙포임종〕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때로는 충성으로 자기를 낮추는데 괴로움과 굴욕스러움을 다 설명키 어렵고, 때로는 재앙
이 남에게까지 미치건망 승복하려 하지 않는다.  길 떠나나기 직전에 천하에 구박을 받더니
마지막이 가장 정성스럽구나, 아픈 창자에서 눈물이 나오니 더 숨기기는 어렵도다.  그래도
싸늘한 눈으로 볼 이가 있는가?

(본칙)  드노라.
  낙포(낙포)가 임종에 대중에게 보이되 "지금 한 가지 일이 생겼기에 그대들에게 묻노라.
-자신이 도리어 군사 기밀을 누설하는구나.

  그것이 만일 옳다면 머리 위에 머리를 포개는 격이요,
-그렇게 해도 되지 않고

  만일 옳지 못하다면 목을 베고서 살기를 바라는 격이다" 하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다.

  이때 수좌(수좌)가 있다가 말하되 "푸른 산은 항상  움직이고 밝은 대낮에는 등심지를 돋
구지 않습니다" 하였다.
-말하기는 분명히 하나 꼬집어내기란 더욱 어렵다.

  낙포가 이르되 "지금이 어떤 때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가?" 하니,
-돈 잃고 죄를 받았다.

  언종상좌(언종상좌)라는 이가 있다가 나서서 이르되 " 이  두 가닥의 길을 떠나서는 스님
은 더 묻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처음과 끝의 입을 열기는 쉬우나, 추운 겨울 소나무의 마음은 보존키 어렵다.

  낙포가 이르되 "틀렸다.  다시 일러라" 하니,
-시는 거듭 읊어야 비로소 공을 본다.

  언종이 이르되 "저는 말로는 다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사람으로 하여금 풍류를 올리는 꼴을 보지 않게 하려 함이라.

  낙포가 이르되 "나는 그대가 말로 다할 수 있거나 말로 다할 수 없거나에  관여하지 않는
다" 하니,
-밑이 빠졌으니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

  언종이 이르되 "저에게는 화상께 대꾸할 시자가 없습니다" 하였다.
-그림자를 만드는 풀단이 언제나 몸을 따라 다닌다.

  저녁이 되자, 언종상좌를 불러서 이르되 "그대가 오늘 대꾸한 것에는 어떤까닭이 있는가?
-그저 애써서 머리를 흐리게만 하는군!

  마땅히 선사(선사)께서 이르시기를 '눈앞에  법이 없건만 뜻이 눈앞에   있다' 하신 것에

합되어야 한다.
-달 속의 계수나무를 베어넘기면 맑은 광채가 더욱 많으리라.

  그는 눈앞의 법이 아닌지라 귀와 눈이 미칠 바 아니니,
-달이 지면 와서 만나리.

  어느 구절이 순〔  〕이며, 어느 구절이 주인〔주〕인가?
-결코 이야기를 두 토막으로 내지 말라.

  만일 가려낸다면 발우와 걸망을 전해 주리라" 하니,
-몽둥이를 들고 개를 부르네…….

  언종이 이르되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진짜 전해주어야 되겠군!

  낙포가 이르되 "그대가 꼭 알아야 한다" 하니,
-아홉 길 산을 쌓으려 하면서……..

  언종이 이르되 "실로 알지 못합니다" 하였다.
-한 삼태기의 흙도 보태지 않는구나.

  낙포가 할을 하면서 이르되 "괴롭구나! 괴롭구나!" 하니,
-한 배에 탄 사람을 몽땅 속이는구나.

  어떤 승이 묻되 "화상의 높으신 뜻은 어떠하십니까?" 하였다.
-불을 잃은 자리에서 숯토막을 얻는다.

  이는 낙포가 이르되 "자네의 배는 아직 맑은  파도 위에 뜨지도 않았는데 검혈(검혈)에서
는 공연히 나무거위〔목  : 신호〕를 날리느라 헛수고만 했구나" 하였다.
-솜씨를 자랑하다가 도리어 졸작이 되었구나.

(명창)  스승께서는 이르시다.
  낙포가 임종할 때에 노파심이 지나치게 간절하기에 수좌가 마음을 다해 털어놓았거늘  도
리어 때가 아니라 꾸짖었고,  언종상좌는 입술가죽을 놀리지도 않았거늘  그는 알아야 됨이
합당하다고 허락함으로써 두세 번 달을 건지는 시늉을 했으나, 아깝게도 극빈유나(극빈유나)
가 벌전으로 국밥값을 달게 낸 일과 삼성(삼성)이 눈먼 나귀이기  때문에 정법을 멸한다 한
일들을 한결같이 묻어버렸도다.
  현각이 이르되 "일러보라.  언종상좌는 실제로 알지 못했는가, 아니면 발우와 걸망을 차지
하는 것이 두려워서였는가?" 하였다.  그러므로 전등서적〔등록〕에는  언종을 법제자의 발
연에 수록하고 있다.
  낙포가 일찍이 대중에게 보이되 "이론 밖에서 종취를 바로 밝힐지언정 말 구절 안에서 법
칙을 찾지 말라" 하니, 어떤 승이 묻되 "부사의(부사의)한 경지를 행함이 어떠합니까?" 하였
다.  이때, 낙포가 대답하되 "푸른 산은 항상 움직이고 있는데 밝은 해는 자취〔  〕를 옮기
지 않는다" 하였으니, 이것으로 징험하건대 수좌와 언종상좌는 분명해서 볼 수 있거니와 낙
포의 분상에도 뒤를 거두어줄 사람이 있겠는가? 백 년 뒤에 도리어 천동이 있었다.

(숭고)
  구름으로 먹이 삼고 달로 낚시 삼아 청진(청진)에서 낚시줄을 드리우니
-사람을 놀라게 하는 파도에 뛰어들지 않으면 마음에 맞는 고기를 만날 수 없도다.

  나이 늙고, 마음 외로워 금비늘을 얻지 못했네.
-조급히 생각해서 무엇하리요.

  한 곡조의 이소가(이소가)로 돌아온 뒤에는
-어디로 갔는고?

  멱라강(멱라강)위에 홀로 깬 사람 됐네.
-낙포가 있지 않는가.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옛사람이 긴 무지개로 낚시대를 삼고, 초생달로 낚시를 삼고 조각구름으로 낚싯밥을 삼아,
청진에서 자비의 배를 띄우려면 검협(검협)에는 먼저 나무거위를  띄웠었다.  항주(항주) 오
운(오운)화상의 「좌선잠(좌선잠)」에 이르되 "검각의 흐름을 따라가려면 나무거위 띄우기를
지체하지 말라.  대체, 검협은 물이 급하고 골짜기가 좁아서 두 배가 서로 부딪치면 반드시
부서진다.  그러므로 먼조 나무를 쪼개서  띄워내려야 하나니, 이를 나무거위라 한다"  하였
다.  제방에서는 다르게 말하기도 하나 신빙하기 어려우니, 「선잠」을 좋은 증거로 삼는 것
만 못 할 것이다.
  "나이 늙고, 마음 외로워 금빛 비늘을 얻지 못했다"  한 것을, 모르는 이들은 낙포가 후계
자가 없기 때문이라 하는데 낙포는 무릇 열  한 사람을 얻었으니, 오아(오아)․청봉(청봉)등
은 모두가 백미(백미)의 노작가이다.
  막막암(막막암) 눌(눌)화상은 시에서 이르되 "고금에  술로 이름난 사람들 /  모두가 흠뻑
취하면 호걸․영웅되었다 / 못가에 초췌하게  오가는 이 / 혼자만  깨었다기에는 합당치 않
다!" 하였다.
  굴원(굴원)의 자는 평(평)이니, 초(초)의 회왕(회왕)에게 벼슬하여 삼려대부(삼려대부)에까
지 이르렀으나 근상(근상)이 라는 사람의  모함을 받아 장사(장사)로 귀양을  갔다.  강가를
홀로 걷다가 어부에게 이르되 "온 세상이 모두 취했는데 나 혼자만 깨었고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 혼자만 맑다" 하고,  멱라강에 빠져죽었다.  멱라강은 담주(담주)의 나현(나현)에
있다.  「문선(문선)」에 이르기를 "「이소경(이소경)」은 굴원이 지은 것이라" 하였다.
  낙포의 임종시에 언종이 미련하여 낚시를 드리우되 일푼일문〔분문〕도 손에 들어오지 않
았고, 겨루되 마침내는 물도 쌀도 바꾸어들이지 못했으니  알겠는가? 제후의 지위에 뽑히지
않은 것이 도리어 한가로웠느니라.




제 42 칙
남양의 물병〔남양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바리때를 씻고 물병〔  〕에 물을 채우는 것이 모두가 법문의  불사요, 장작을 나르고 물
을 긷는 묘용․신통 아닌 것이 없거늘 어찌하여 광명을 뿜거나 땅을 흔들 줄은 모르는가?

(본칙)  드노라.
  어떤 승이 남양 충(남양충)국사에게 묻되 "어떤 것이 본래의 몸인 노사나입니까?" 하니,
-그대, 이름을 바꾼 것 아닌가?

  국사가 대답하되 "내게로 저 물병〔  〕을 갖다 다오" 하였다.
-이야기하기를 꺼리시는 것이 아닐까?

  승이 물병을 갖다드리니,
-화두를 잊지 말라.

  국사께서 이르되 "다시 본래 있던 곳에다 두어라" 하였다.
-이 도리를 거듭 선포하는구나!

  승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본래의 몸인 노사입니까?" 하니,
-어디를 오락가락하는가?

  국사께서 이르되 "옛 부처님은 과거 오래전의 분이니라" 하였다.
-여기서 별로 멀지 않을 터인데…….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석상(석상)이 도오(도오)에게 묻되 "어떤 것이  눈에 뜨이는 모두가 보리인  도리입니까?"
하니, 도오가 사미를 불렀다.  사미가 "예" 하고  대답을 하니, 도오가 이르되 "물병에 물을
좀 채워다 다오" 하였다.  그러고 조금 있다가 문득 석상에게 묻되 "조금 전에 무엇을 물었
었지?" 하니, 석상이 입을 열려고 망설이거늘 도오가 문득 방장으로 돌아가매,  석상은 비로
소 깨달음을 얻었다.  이때, 도오는 먼저는 말로는 통하지 않는 말〔  〕*을  썼고 나중에는
두려워서 달리는 시늉〔  〕*을 썼는데  만일 칼 끝에 상하거나  손길을  범하지 않았다면

상은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나, 국사께서는 자비가 깊으셔서 풀밭을 헤매는 말씀〔  〕을 내
리셨으니, 이는 단지 은혜를 아는 이가 적을 뿐이다.  그러므로 천동이 꽃을 따고〔  〕물을
긷는 심정을 다한 것이다.

(숭고)
  새는 공중으로 다니고
-척척 들어맞는구나!
{{* 법신을 가리우는 구절(말)
* 훌륭한 덕을 가진 이가 난세를 만나 초야에 들어가 초적이  되어 산다는 뜻.  불문에서는
자기의 수
준을 낮추어 상대방에 맞도록 베풀어주는 자비를 뜻한다.
}}
  고기는 물에 있으니,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강과 호수를 잊었고
-이쪽인가, 저쪽인가.

구름과 하늘에선 뜻을 얻었다.
-가함도 불가함도 없다.

실 한 올만치 마음에 망설이면
-다만 이 산 속에 있으련만…….

얼굴을 대하고서도 천 리가 되니,
-그름이 깊어서 자리를 모른다.

은혜를 알아 은혜를 갚는 이여,
-기억해둘 일이다.

인간 세상에 몇이나 될런고?
-외아들만이 직접 받겠지…….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새가 허공을 다니고 고기가 물에 있다 하니, 몸을 맡긴 곳이 편안할수록 그 삶이 더욱 쾌
적할 것이다.
  「장자(장자)」에 이르되 "샘이 마르니, 고기들이 바닥에 모여서 습기로 서로 쏘여주고 거
품으로 서로 적셔주었지만 강과 바다에서 서로 잊고 사는 것만은 못하다" 하였다.
  백조(백조) 통혜 규(통혜규)선사가 이르되 "비유컨대 허공을 나는 새는 허공이 자기의  집
인 줄 알지 못하고, 물 속에서 노는 고기는 물이 자기 목숨의 근원임을 잊는다"  하였고, 규
봉(규봉)은 이르되 "고기는 물을 일지 못하고, 사람은 바람을 알지 못하고, 미혹하면 성품을
알지 못하고, 깨달으면 공을 알지 못한다" 하였다.
  평소에 근본 몸인 노사나로서 청정한 각을 원만케 갖추신 이가 인간 가운데 모습을 나타
내었을 때 누군가가 잠시 물음을 던지면  홀연히 그림자처럼 나타나거늘 은혜를 잊고  행을
잃은 이는 친한 이를 등지고 성근 쪽으로 향한다.  과연 능히 영상(영상 : 시체상)을 제거한
다면 비로소 자식이 아비의 가업을 이어받는 도리를 알게 될 것이다.  일러보라.  어떤 것이
가업인고? 들추어보면 아닌 것이 없으니, 활용하는 자리에서 의심을 내지 말라.

제 43칙
나산의 일어나고 멸함〔나산기멸〕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환단(환단) 한 알로 쇠에 점찍으면 쇠가 금이 되고, 지극한 진리 한마디가 범부를 고쳐 성
인을 만든다.  만일 쇠와 금이 둘이 아니요, 범부와 성인이 본래 같은 줄 알면 과연 한 점도
쓸 수 없으리라.  일러보라.  그 어느 한 점인가?

(본칙)  드노라.
  나산(나산)이 암두(암두)에게 묻되 "일어나고 멸함이  멈추지 않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
니,
-금강 역사가 진흙사람의 등을 긁어주도다.

  암두가 돌( )하고,
-별똥이 튀고 구름이 흩어진다.

  이르되 "누구 일어났다 멸했다 하는가?" 하였다.
-알고보면 원수가 되지 않는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복주(복주) 나산(나산) 도한(도한)선사는 먼저 석상(석상)에게  묻되 "일어나고 멸함이 멈
추지 않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니, 석상이 대답하되 "바로 마른 나무 식은 재같이 되게 하
고, 한 생각이 만 년 가게 하고, 함과 뚜껑이 서로 맞듯이 되게 하고, 순수히 깨끗하여 티가
없게 하라" 하였다.  선사(나산)은 계합하지 못하여 암두에게로 가서 물었더니, 암두가 할을
하면서 이르되 "누가 일어났다 멸했다 하는고?" 하매, 나산이 이때 깨달음이 있었다.
  아마도 암두는 오직 소견이 명백함을 귀히 여겼고 석상은 고목당(고목당)을 두어, 직접 거
기까지 한번 와서야 비로소 얻기를 요했던 것  같다.  보지 못했는가? 서암(서암)이 암두에
게 묻되 "어떤 것이 본래 항상한 이치입니까?" 하니, 암두가 이르되 "움직였다" 하였다.  서
암이 우두커니 생각하고 있으니,  암두가 이르되 "긍정하면  근진(근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긍정하지 않으면 영원히 생사에 빠지느니라" 하니, 서암이 깨달았다.
  암두는 영특함이 뛰어나서 학인들을 깨우쳐줌이 정확하고 정민(정민)하여 덕산에 못지 않
더니, 나중에 나산법보를 배출하였으니, 가히  얼음이 물보다 차다는 격이  되었다.  위산이
앙산에게 "다만 그대의 안목이 바르기만을 귀히 여기고,  그대의 지내온 길은 묻지 않겠다"
한 것과 같다.
  나산이 물은 것은 천하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거늘, 요즘의 초학자들은 간혹 그 속에서 살
아날 궁리를 하면서 마치 물 위에서 호롱박을 누르듯이 번뇌를  굴복시켜 끊으려 한다.  지
각(지각)이 이르되 "마음과 짝을 하지 말라.  마음이 없으면 마음이 스스로 편안하다.  만일
마음으로 짝을 삼으면 움죽하자마자  마음에게 속으리라" 하였으니, 짝한다면  망심(망심)과
짝하는 것이요, 없다면 망심도 없다.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셔서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
켜서 성품을 보고 성불케 하셨거늘, 어찌 보주(보주 : 보주 사람들은 도둑질을 잘했다) 사람
들로 하여금 도적떼를 쫓으러 보내고, 종놈을 서방님으로 잘못 알게 하려 했겠는가? 나산이
물은 경지는 진(진)에 미혹하여 망(망)에 집착한 것이요, 암두가  "돌"을 한 경지는 망에 나
아가고 진에 나아간 것이거니와 만송의 생각으로는 돌하고 꾸짖은 뒤에 문득 쉬었더라면 진
과 망의 경지에서 위로 향할 길이 있었으리라 한다.
  「능엄경(능엄경)」에서 아난이 말하되 "여래께서 지금 마음있는 곳을 물으시거니와 제가
마음으로써 추궁하고 찾아보건대 추궁하는 놈이 저의 마음이라 여기나이다" 하니, 부처님께
서 이르시되 "돌(애닯다)! 이는 너의  마음이 아니니라" 하신다.  아난이 깜짝  놀라 자리를
피하고 합장하고 일어나서 부처님께 사뢰되 "이것이 저의 마음이 아니면 무엇이라 이름하오
리까?" 하니,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시되 "이것은 눈앞의  경계를 허망하게 생각해내어
너의 참 성품을 미혹케 하는 것이다.  네가 끝없는 옛부터  금생에 이르기까지 도적을 잘못
알아 자식으로 여겼기에 너의 원래 항상함을 잃었느리라.  그러므로 윤회를 받느니라" 하셨
으니, 이 할은 금강왕보검과 같은 것이요, 암두의 할은 사자가 땅에 버티고 앉은 것  같아서
완전한 위엄과 큰 작용으로 속이지 않는 힘이 있다.
  방(방)거사가 이르되 "한 무리의 여섯 도적이 날 적마다 사람을 홀딱 속인다.  나는 이제
너를 아노니, 너와 더불어 이웃하지 않으련다.  네가 내게 굴복하지 않으면 나는 가는 곳마
다에서 말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가 너를 알게 하여 너의  앞길이 끊기게 하리라.  네가
만일 나에게 굴복한다면 나는 더 분별치 않고 너와 한 곳에 살면서 함께 무생법을 증득하리
라" 하였다.
  암두가 이르기를 "누가 일어났다 멸했다  하는고?" 한 것은 운암이  빗자루를 들어올리고
이르되 "이것은 몇째 달인고?" 한 것과 동참(동참)이다.  천동은 그가 능숙하게 점검하고 교
화하는 것을 귀히 여겨 거듭 게송을 설했다.

(숭고)
늙은 등․칡덩굴을 끊어버리고
-가지와 덩굴은 더욱 뻗어나는데…….

여우의 굴을 쳐부수도다.
-다시 군침까지 흘리는구나!

표범은 안개에 싸여 문채가 변하고
-가죽과 털을 벗어버린다.

용은 우레를 타고 뼈를 바꾼다.
-몸 따로 껍질 따로 고친다.

돌( )!
-한 할에 만 가지 기미가 피하니, 사흘 아침에 두 귀가 막혔다.

일어났다 멸했다 함이 분분하니, 이 어떤 물건인고?
-좋은 손님에겐 성근 길벗이 없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이야기 길을 끊어버리고, 물으려는 뜻을  깎아버렸다.  비춤과 작용이 같은  때요,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았으니 암두에게는 스승은 뛰어넘는 동작이 있다.
  양자(양자)가 이르되 "성인은 범처럼 변하니  그 문체가 빛나고, 군자는 표범처럼  변하니
그 문체가 빼어나다.  살쾌이가 변하면 표범이 되고, 표범이  변하면 범이 된다" 하니, 남산
의 검은 표범이 안개 속에서 문채가 변한 것을 말할 것이다.
  한(한)의 유향(유향)이 쓴 「열녀전(열녀전)」에  "도답자(도답자)는 질그릇 만들기 3년에
명예는 일어나지 않고 집안만 세 곱으로 부유해졌다.  그의 아내가 아기를 안고 우니, 시어
머니는 상서롭지 못하다고 꾸짖었다.  이때, 아내가 이르되 '첩이 듣건대, 남산에 검은 표범
이 있는데 안개 속에 숨어서 7일 동안을 먹지 않아 그 털이 윤택해지고, 문채가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돼지들은 가리지 않고 먹기에만 힘쓰기 때문에 살이 찌고, 살
이 찌기 때문에 화를 당한다 하였습니다' 하였는데, 과연 돌 만에 주륙(주)을 당했다" 고 하
였다.
  임방(임방)의 「술이기(술이기)」에, "한(한)의 혜제(혜제)  7년 여름에 남산에 벼락(우레)
이 쳐서 숲이 모두 불에 타고 땅이 누렇게 볶아졌는데 비가 지나간 뒤에 한 무더기의  용의
뼈를 얻었다" 고 하였다.
  나산은 집안을 파괴하는 도적을 만나 진정서를 내었다가 암두가 안정케 해준 뒤에는 힘을
얻은 장부로 변했다.  일러보라.  어느것이 안정케 해준 것인가? 돌! 일아나고  멸함이 분분
한 것은 다시 누구인가?

제44칙
흥양의 묘시〔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사자가 코끼리를 치고, 묘시(묘시 : 긴나라)가 용을 움켜잡는다.  날아다니거나 달리는 무
리들도 오히려 군과 신을 분별하거늘 납승의 가문에는 의당 손과 주인의 관계가 있어야 한
다.  그렇다면 하늘의 위엄을 거역하는 사람은 어떻게 재단(재단)해야 할까?

(본칙)  드노라.
  어떤 승이 흥양청부(흥양청부)에게 묻되 "사갈(사갈) 용왕이  바다에서 나오니, 건곤이 고
요한데 마주 보면서 다가설 때의 일이 어떠합니까?" 하니,
-비늘이 있는 곡선(곡 )이요, 뿔을 인 이추(이  : 미꾸리)로다.
 
  흥양이 이르되 "묘시조(묘시조)왕이 우주에 나서니, 거기에 머리를 내밀 자 누구인가?" 하
였다.
-날개를 편 붕새는 육합(육합)의 구름 위로 날아올랐다가 바람을 움키면서 사명(사명)의 바
다에서 물장구를 친다.

  승이 다시 이르되 "홀연히 머리를 내미는 자를 만날 때엔 어떠합니까?" 하니,
-그대 쓸개가 터질 것을 장담하노라.

  흥양이 이르되 "새매가 비둘기를 덮치둣 하리라.  그대 보지  못했는가? 어루(어루)* 앞에
서 증명시키고야 비로소 참됨을 아느니라" 하였다.
-좋은 권고를 듣지 않는구나!

  승{{* 오등회원(오등회원) 14권에는 '촉루(서?)'로 되어 있다.
}}이 다시 이르되 "그렇다면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세 걸음 물러서야 되겠습니다." 하니.
-다시 두 번째 방망이를 기다리는군!

  흥양이 이리되 "수미좌(수미좌)  청부(청부)선사는 대양 명안(대양명안)의  법을 이었는데
명안 회하의 15명이 모두 스승보다 먼저 입적하였다.  나중에 부산 원감( 산원감)으로 인하
여 투자 의청(투자의청)화상을 얻으니 흥양은 15인 중의 한 사람이며, 투자의 사형이다.
  그 승이 물은 경지는 마치 의도 뇌도차(뇌도차)와 사리불이 급고독원(급고독원)을 창건할
때에 겨루던 것과 같으니, 뇌도차가 사나운 용으로 나타나서 사리불을 상하려 할 때, 사리불
은 묘시조로 나타나서 훔켜자보 뜯어먹어버렸다.  용은 비늘가진 무리에서 으뜸이지만 묘시
조가 용만을 밥으로삼는데야 어찌하랴? 사갈(사갈)은  범어이니, 번역하면 바다〔해〕가 된
다.
  조(조)의 혜문왕(혜문왕)과 효성왕(효성왕)의 재상이었던  평원군 조승(조승)이 집에다 이
층 누각을 지었는데, 민가를 굽어보게 되었다.  민가에 앉은뱅이가 있었는데 미인이 내려다
보고 비웃었다.  읹은뱅이가 미인의 목을 베어달라고 창하니 평원군은  대답만 하고 시행치
않으매, 식객이 반쯤 떠나버렸다. 평원군이 죄인의 머리를 베어 대신하였으나 식객들은 굳이
사양하고 모이지 않았다.  마침내 미인의 목을 베어 이루앞에다  달아서 진실임을 징험시키
니, 돌 만에 식객이 모두 모였다.
  이 동상(동상)의 가풍은 붕과 할을 직접 행사하는 것을 귀히 여기지 않고 곁에서 온 이를
빌어 소식 통하기를 요하니, 그 승에게는 죄를 무겁게  매기지 않음으로써 바야흐로 돌아설
〔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알겠는가? 너그러운  형벌〔  〕로 부끄러움을 가르치니 더욱
범하기 어려워했고, 땅에 금을 그어 감옥을 삼으니 차마 속이지 못했다.  관법(관법)은 화로
와 같은데 백성의 마음은 쇠와 같으니, 천동은 이로부터 망치를 들었다.

(숭고)
실올이 내려오니
-왕명을 들으라.

호령이 나뉜다.
-어김이 있는 자는 벤다.

나라 안에는 천자요,
-일만 나라에 군림한다.

진중에서는 장군이라.
-혼자서 한 지방을 진입한다.

우레가 울리기 전에 개구리 깨어나니
-오경 첫새벽에 일어났건만,

어찌 풍류가 뜬구름 막는 줄을 알았으리오?
-벌써 밤부터 다니는 이가 있었도다.

베틀〔  〕밑의 면면이 이어짐이여, 스스로 금바늘〔  〕과 옥실〔  〕이 있고,
-눈 갖춘 이는 속이기 어렵다.

인장〔인〕앞의 활짝 트임이여, 원래 조전(조전)도 충전〔충문〕도 없다.
-글자 뜻이 환히 빛나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칙어〔  〕가 천하에 퍼지지만 왕이  돌아 다니지는 않는다.  「예기(예기)」치의편(치의
편)에 이르되 "왕의 말이 실〔  〕같으면 그것이  퍼져나와서는 벼릿줄〔  〕같이 되고, 왕
의 말이 벼릿줄 같으면 그것이 퍼져나와서는 동아줄〔  〕같이 된다.   그러므로 큰 사람은
헛된 말을 하지 않는다" 하였다.
  사갈이 바다에서 나오자 묘시가 권세를 시행하니, 호령이 이미  나뉘고 군과 신이 자리를
정한 것이다.  풍당(풍당)이 이르되 "옛날엔 왕이 장군을 싸움터로 보낼 때엔 끓어앉아 수레
를 밀면서 이르기를 '문턱〔  〕안은 과인이 제어할 것이니 문턱 밖은 장군이 제어해주시오
'
한다" 하였고, 위소(위소)가 이르되 "이는 성곽 문의 문턱이다" 하였다.
  "우레가 울려 개구리 깨어난다" 함은 이 승이 너무 지나치게 탐색하는  태도를 송한 것이
니, 경칩(경칩)이 든 2월을 기다리지 않고, 미리부터 일어난 용은 뜬구름이 용을 따라가고자
하는데 묘시조의 위풍 때문에 길이 막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모르는 결에 머리를 부딪
친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르되 "승의 말이 실수를 범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흥양의 기봉
(기봉)을 드러낼 수 있었으리오? 하는 뜻이라" 하거니와 "울리기전에"와 "어찌 알았으리오?"
한 부분은 전혀 들어맞지 않는 것 같다.
  "베틀〔기〕밑의 면면이 이어짐이여"에서 기(기)는 기봉이란  뜻으로 쓴 기(기)가 아니라,
비단 베틀 밑에는 반드시 재주있는 아녀자의 바늘과 실이 있다는 뜻이다.  설암(설암)선사가
일찍이 이르되 "구멍 작은 금바늘이 코끝을 드러내자, 꼬리 긴 옥실〔옥선〕이 묘하게 관문
을 통과한다" 하였으니, 이는 동산의 혈맥은 그 경지의  사람이 아니면 쉽게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인을 찍을 때엔 바람결에다 찍지 말 것이니, 도장을 허공에다 찍으면 문채가 나타나지 않
는다.  창힐(창서)이 별들의 둥글고 굽은 형세를 우러러 관찰하고, 거북의 문채와 새의 발자
취의 형상을 구부려 관찰하고는 갖가지 아름다운 모습들을 널리 채집하여 글자를 만들었다.  
나중에 과두문( ?문)으로부터 두 가지 전(전)자가 생겼으니,  주선왕(주선왕)의 태사(태사)
인 주( )가 대전(대전)을 만들고, 진의 승상〔  상〕, 이사(이사)가  소전(소전)을 만들었다.  
지금 쓰는 인전(인전 : 도장에 쓰는 전자)은 방전(방전)이라 한다.
  일러 보라.  흥양이 획을 새겼는냐? 흰 옥은 본래 티가 없는데  문채를 새겨서 군왕의 덕
을 손상시키는도다.
 
 
                                                          

제 45 칙
원각경의 네 구절〔각경사절〕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현성공안(현성공안)은 다만  금시〔현금〕에 의거했을  뿐이거니와 본분가풍(본분가풍)은
분수 밖을 도모하지 않는다.  만일 구태여 마디와 항목을 내어서  헛되이 공부를 한다면 모
두가 혼돈(혼돈)에댜 눈썹을 그려주는 격이며, 발우(발우)에다 자루를 다는 꼴이다.  어찌하
여야 평온해지겠는가?

(본칙)  드노라.
  원각경(원각경, 보안장)에 이르되 "일체 시각에서 망념을 일으키지 않으며,
-아니다.

모든 망심을 쉴려고도 않으며,
-아니다.

망상의 경계에 머무르면서도 알려고도 않으며
-아니다.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을 진실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하였다.
-아니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규봉(규봉)이 이 단원을 과목치기를 "마음을 잊고 활짝 증득함〔망심  〕이라" 하고,   또
"마음을 잊고 깨달음에 듦〔망심입각〕이라" 고도 하였다.
  만송이 네 개의 아니 불(불)자를 더했으니, 이르되 "일어나지 않음, 멸하지 않음,  알지 못
함, 분별하지 않음" 이다.  이 32자를 제방에서는 병이  된다 하거니와 여기서는 약이 된다.  
제방에서 병이 된다면 하는 내용은 망념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니,  어찌 싹을 볶고 씨를 썩
인 것이 아니겠는가 함이다.  망심을 멸하지 않는다 하니, 어찌 병을 길러 죽음을 부르는 것
이 아니겠는가 함이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니,  어찌 잠시 있지 않는 것이 마치 송장
같아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함이다.  진실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하니, 이 어찌 불성을 속이
고 진여를 가두는 짓이 아니겠는가 함이다.
  그렇다면 일러보라.  어떤 것이 네 가지  약인가? 모름지기 천동이라야 배합해낼 것이니,
다음과 같이 송했다.

(송고)
우뚝우뚝하고 당당하며
-다시 추궁하거든 모름지기 공자의 이름을 대라.

태연하고도 자약하다.
-하늘을 찌르는 콧구머이라.

시끄러운 곳에서는 머리가 어지럽고
-침대가 좁으면 먼저 누워라.

평온한 곳에서 다리를 뻗는다.
-죽이 묽거든 끝에 앉으라.

발밑의 실이 끊어지면 내가 자유롭고,
-발길에 맡기다보니 창주를 지나왔네.

코 끝에 진흙이 다하니, 그대 깎으려 말라.
-피차에 편리함을 찾는구나!

움직거리지 말라.
-이미 뒤틀리는 손이 어지러이 흔들리는데…….

천 년 묵은 종이가 약에 쓰이는 수가 있느니라.
-대단히 신기한 효험이 있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황벽(황벽)이 처음으로 백장(백장)에서 참문하니, 백장이 이르되 "우뚝우뚝하고 당당한 모
습으로 무엇하러 왔는고?" 하니, 황벽이 이르되 "우뚝우뚝하고 당당한 모습을 딴 일을 위함
이 아닙니다" 하였으니, "우뚝우뚝하고 당당하며, 태연하고도 자약하다"  한 것은 모두가 대
장부의 모습이다.
  창칼이 빽빽한 숲에 몸을 던져 곧장 지나가고, 가시덤불 무더기 사이로 손을 흔들면서 걸
어간다.  발꿈치 밑에는 5색의 실이 없고, 혀끝 위에는 10자의 관문도 없다.  코끝에는 진흙
흔적이 없고 눈 속에는 금부스러기가 없으니, 그 어찌 안락하고 쾌활한 첨지가 아니겠는가?
  천동의 "움직거리지 말라" 한 글자로 만송의 네 개  아니불자와 바꾸어보라.  문득 한 글
자 법문이 바다로 먹을 삼아서 써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덕산이 이르되 "일대장교(일대장교)는 뒤닦은 휴지쪽이다" 하니, 이미 깨달은 자에게는 쇠
가죽을 꿰뚫을까 두려워해서요, "천 년 묵은 종이가 약에  쓰인다" 한 것은 아직 깨닫지 못
한 자에게는 눈을 가리는 헛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각(자각)이 이르되 "원각과 능
엄은 항상 나의 짝이라" 하였거니와 하물며 세존께서  열반에 드신 뒤 경지년(경신년)에 이
르기까지 2천일백70 년이니, 어찌 천 년 묵은 종이일 뿐이겠는가?
  「선전(선전)」에 이르되 "갈유(갈유)는 나무양〔목양〕조각에 능했는데 어느날 조각한 나
무양을 타고 수산(수산)이라는 산엘 올라갔다.  나중에 부구공(부구공)을 만났는데 이르기를
'만일 발밑의 실을 끊지 못하면  그대로 자유롭지 못하리라' 했다"  고 하였으니, 이는 영가
(영가)가 이르되 "4대(사대)를 놓아서 잡지 말라.  적멸의 성품  안에서 마음대로 먹고 마시
라.  모든 현상은 무상하여 무두각 공하니 그대로가 여래의 대원각(대원각)이다" 한 것과 가
만히 부합된다.
  그러나 아직도 운하범(운하범)*이 빠졌다.

제 46 칙
덕산의 배움 끝나기〔덕산학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만 리에 한 치의 풀도 없으니, 깨끗한 땅이 사람을 흘리고 8방의 조각구름도 없으니, 맑은
하늘이 너를 속인다.  비록 말뚝으로 말뚝을 뽑는지라 허공을 들어  허공을 버티는 것이 방
해롭지 않으나 뒤통수의 한 망치는 달리 방편을 찾아보아야 한다.

(본칙)  드노라.
  덕산 원명(덕산원명) 대사가 대중에게 보이되 "끝날 무렵에 이르면
-그런 것이 있었던가?

삼세의 부처님들도 당장에 입을 벽에다 건다.
-밥먹고 입을 것은 남겨두어야지…….

오직 한 사람만이 깔깔대며 크게 웃나니,
-일러보라, 누구던가?

만일 이 사람을 알면
-어떻게 생겼느데?

공부는 끝났다" 하였다.
-차 한잔 주어야 되겠군!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정주(정주) 덕산(덕산)산문의 제9세인 원명대사의 휘는 연밀(연밀)이니, 운문의 문도 가운
데서 이 스님의 문도가 가장 번성하였다.  선사께서 3구(삼구)의 법문을 창설하였으니, 함개
건곤(함개건곤 : 뭇 흐름을 딱  멈추게 한다)와 수파축랑(수파축랑 :  파도를 따르고 물결을
쫓는다)인데, 요즘 전하기로는 운문의 삼구라 하니, 아마도 자세히  점검하지 못했기 때문이
리라.
  어느날, 대중에게 보이되 "끝날 무렵이 되면 3세의 부처님들도 입을 벽에다 걸어야 될 것
이다" 하였으니, 이는 장굉설상(장굉설상)으로도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오직 한 사람만이 깔깔대고 크게 웃는다" 하였으니,  일러보라.  어떤 사람이며, 무엇 때
문에 웃었다는 것이가? " 만일 이 사람을 알아낸다면 참선공부가  끝났다" 하였으니 그것이
진정이라면 다시 딴 일이 남은 것이다.  투자 청(투자청)화상이 염(염)하고 이르되 "초(초)나
라 하늘의 달은 모두 갈무리했다 했으나 여전히 한(한) 땅의 별은 남았다" 하였거니와, 만송
은 이르노니 "수레는 떠나버렸는데 무슨 기름항아리가  필요하겠는가?" 하노라.  이는 장대
끝에서 걸음을 내딛을 줄 아는자와 더불어서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경지니, 보봉 조(보
봉조)화상이 이르되 "마치 완전히 죽었던 사람이 다시 죽는 것 같이 되어야 한다" 하였느니
라.  어떤 승이 이르되 "죽음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 것이 아닙니까?" 하니, 내가 이르되 "그
대는 우선 죽기나 하고 살아나지 말라.   그대는 다만 밥을 먹은 뒤에 급히  가서 똥오줌을
써야 하는데 아직 밥도 먹지 않았거늘 똥싸는 일을 물어서 무엇하리오?" 하였으니, 이는 크
게 쉬고 크게 멈추어 스스로 증득하는 경지에 친히 이르기를 귀히여겨서이다.
  한 길〔대〕을 이야기하더라도 한 자를 행한 것만 못하거니와 행하려 해도 행할 수 없는
곳은 어찌해야 하는가? 천동의 말씀을 들어보라.

(숭고)
거두노니〔수〕
-어디다 손을 댈꼬?

멱살을 움겨잡는다.
-바로 이때 몸을 살짝 돌리면서 숨을 돌려야 한다.

바람이 문지르고 구름이 닦으니,
-가느다란 먼지까지도 반드시 털어야 한다.

물을 차디차고 하늘은 맑다.
-한 덩어리가 되었군!

비단비늘〔  〕이 맛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비린내는 없지 않은데…….

푸른 물결 다 낚으니 초생달 하나 걸리더라.
-푸른 물살 건드리지 않더니, 뜻이 딴 곳에 있었구나!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원명이 대중에게 보인 것에 천동이 거둘 수(수)자를 쓸 필요가 없으니, 원명까지를 베주머
니에다 쓸어넣어야 할 것이다.  사대(사대)가 이르되 "삼세의 부처님들이 나의 한 입에 삼켜
져버렸다.  어디에 다시 제도할 중생이 있겠는가?" 하였으니, 이는 물이 스미려 해도 통하지
못하고 범부와 성인이 길을 끊긴 경지다.   이럴 때를 당하여 온 허공법계로 한  조각의 옛
거울〔고경〕을 삼고, 괴겁(괴겁)의 비람풍(비람풍)으로  갈며, 성겁(성겁)의 금장운(금장운)
으로 닦아서 물과 하늘이 한 빛이 되게 하고, 구름과 달이 빛을 사귀게 할지니, 모두가 순수
하게 맑아서 티가 다한 쪽의 일이다.
  여기에는 말이 담박하여 맛이 없으니, 마치 초생달로 낚시를 삼고, 구름으로 미끼를  삼은
것 같아서 고기나 용이 삼킬 수가 없다.  성탕(성탕)이 그물에 축원하던 것이야 그대의 생각
이지만 여망(여망)이 낚시를 드리운 것은 나의 인연에 따른 것이다.
  듣지 못했는가? 산전 밭에서 난 겉좁쌀 밥과 누렇게 뜬 야채 국이로다.  자시려거든 그대
마음대로 드시고, 자시지 않으려거든 그대 마음대로 동․서․남․북 떠나시라 했느나라.

제 47 칙
조주의 잣나무〔조주  수〕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뜰 앞의 잣나무, 장대 끝의 깃발과 바람이라.  한 송이의 꽃으로 끝없는 봄을 이야기하고,
한 방울의 물로 큰 바닷물을 설명한다.  오랜만에 태어난〔간생〕옛 부처〔고불 : 조주〕가
예삿 무리를 훨씬 뛰어넘어서 말과 생각의  경지에 떨어지지 않으니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
꼬?

(본칙)  드노라.
  어떤 승이 조주에게 묻되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하니,
-달마〔다나 : 달마의 본명〕를 부질없이 들먹이는구나!

  조주가 이르되 "뜰 앞의 잣나무니라" 하였다.
-구운 벽돌이 밑바닥까지 얼어붙었구나!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어느날 조주가 상당하여 이르되 "이 일은 분명해서 동떨어지게 큰 사람도 그 속을 벗어날
수 없다.  노승이 위산에 이르렀을 때,  어떤 승이 묻기를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
신 뜻입니까?' 하니, 위산이 이르기를  '나에게 그 평상을  건네다오'  하였다"고 한다.  만

본분종사일진대 모름지기 본분의 일로 사람을 제접해야 한다.
  어떤 승이 묻되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하니, 조주가 이르되 "뜰
앞의 잣나무니라" 하였다.  승이 이르되 "화상께서는 경계를  가지고 사람에게 보이지 마소
서" 하니, 조수가 이르되 "경계를 가지고 사람에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였다.  승이 다시 묻
되 "그렇다면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하니, 조주가 이르되 "뜰 앞의
잣나무니라" 하였다.
  양주(양주) 성동(성동)의 광효사(광효사) 혜각(혜각)선사가 법안(법안)에게  갔더니 법안이
묻되 "어디로부터 오는가?" 하였다.  혜각이 대답하되 "조주에게서 옵니다" 하였다.  법안이
다시 묻되 "들으니, 조주에게 잣나무 화두가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하니, 혜각이 대답
하되 "그런 일 없습니다" 하였다 법안이 다시 묻되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이르기를, '어떤
승이,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냐고  물으니 조주가 뜰 앞의 잣나무니라' 했

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없다고 하는가?" 하니,  혜각이 이르되 "스승(선사)께서는 실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화상께서는 우리 스승을 비방치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하였는
데, 제방에서는 그를 두고 각철취(각철취 : 쇠부리 혜각)라 부르게 되었다.
  승묵(승묵)화상은 반드시 사람으로 하여금 이 말씀을 거쳐서 잘못된 소견을 씻어주었으니
일찍이 이르되 "삼현(삼현)과 오위(오위)가 모두 그  가운데 있느니라" 하엿다.  진여 방(진
여방)선사가 이 화두를 깨닫고 곧장 방장을  들어가서 낭야 광조 혜각(낭야광조혜각)선사를
뵈니, 광조가 묻되 "그대는 어떻게 이해하는가?" 하였다.  진여가  이르되 "밤새도록 잠자리
가 따뜻했는데, 한 번 깨고 보니 먼동이 텄습니다" 하매, 광조가 옳다고 여겼다.  잔여가 이
화두를 깨친 과정이 가장 좋았으며 천동이 이 화두를 송한 것 또한  밉지 않다.  천동이 송
은 이렇다.

(숭고)
언덕 같은 눈썹에는 흰 눈이 걸쳤고
-소금을 밥만치나 많이 먹었군~

강 같은 눈동자에는 가을 기운이 서렸다.
-한 점도 속이기 어렵다.

입 같은 바다 어귀에는 격량이 일고
-말이 있으면 종지는 아니여.

혀 같은 바다 어귀에는 격량이 일고
-말이 있으면 종지는 아니요.

난리를 평정시키는 솜씨요,
-그래봐야 잣나무요.

태평을 이룩하는 계교로다.
-그래봤자 잣나무다.

늙은 조수, 늙은 조주여!
-어찌하여 대꾸가 없는가?

총리을 교란시키기를 끝내 쉬지 않는구나.
-천동은 둘째가 되리라.

공연히 헛수고를 함이여, 수레를 만들어 바퀴를 맞추는 일이요,
-장차 사용하면 좋을 듯한데…….

본래 재주가 없음이여, 골짜기를 막고 구렁텅이를 메꾸도다.
-풍류를 사는데 돈이 필요치 않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7백 갑자*를 지내노라니, 경험한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기에 언덕 같은  눈썹에 눈발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기에 옛사람이 눈썹과 눈을 일러 바위와 번개〔암전〕라 했는데, 천동
은 강 같은 눈동자〔해 〕와 입 같은 바다 어귀〔해구〕라는 고사를 써서 네 구절의 게송을
만들었다.  마치 산 조주가 잣나무를 가리키는 모습을 보는 것 같으니 눈썹은 갈대꽃 핀 언
덕과 같고 눈은 가을물의 푸르름 같다는 것이다.  옛 시구에  "들의 물은 승의 푸르른 눈동
자보다 맑고, 먼 산은 부처의 검푸른 머리보다 진하다" 하였다.
  입 같은 바다 어귀에 파도가 일고, 혀 같은 당도리가 물결 위를 가로지른다 한 것은 물결
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지만 배는  물결을 타고 지난다는 뜻이다.  한 말씀이  족히 나라를
일으키기도 하고, 한 말씀이 능히 나라를 패망시키기도 하니, 그러기에 잇달아서 난리를  평
정시키는 솜씨요, 태평을 이룩하는 계교라 하였다.
  조주가 일찍이 이르기를 "때로는 한 포기의 룰로 장육금신(장육금신)의 기능을 삼고, 때로
는 장육금신으로 한 포기의 풀의 기능을 삼는다" 하였는데,  이 말씀이 사람들의 의혹을 끊
어주기 위한 것이건만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도리어 의혹을 내던가? 조수가 어찌 총람을
교란시키려 했겠는가?
  사람들은 조주가 남의 물음에 답하되 말이 떨어지자 척척 대꾸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마치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는 것  같다' 하거니와 천동만은 그가  80세에도 행각을  했다

사실과 '세살 먹은 아이라도  나보다 나은 점이  있으면 나는 그에게 배우리라'  한 사실을  

알고 있다.
  이는 곧 한가한 때에 준비를 해두었다가 급할 때에 쓰는  가풍이다.  일찍이 고생을 겪은
이가 아니면, 와륜(와륜)선사가 이르기를 "와륜에게 재주 하나가 있어/능히  백 가지 생각을
끊는다. /경계를 대하여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보리가 나날이 자라난다" 한 것은  대하여
육조가 이르기를 "혜능은 재주가 없어서/백 가지 생각을 끊지 않는다/경계를 대하면 마음을
자주 일으키거니/보리가 어떻게 자라나리요!" 한 도리를 알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골짜기를 막고 구렁텅이를 메꾸는 일은 또 어찌 하겠는가? 지금 모두를 서
호(서호)에다 던지면 짐을 덜은 맑은 바람을 누구에게 전해야 할까?
제 48 칙
유마경의 불의〔마경불이〕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묘한 작용이 끝이 없으나 손 쓸  수 없는 곳이 있고, 말재주가 걸림이  없으나 입을 열지
못할 때가 있다.  용아(용아)는 손이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먹을 행사할 줄 알게 했고, 협
산(협산)은 혀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할 줄 알게 하였거니와  도중〔중 〕에 몸을 돌려
빠지는 이는 그 어떤 사람이던고?

(본칙)  드노라.
유마힐(유마힐)이 문수사리에게 묻되 "어떤 것이 보살이 불이 법문(불이법문)에 드는 것입니
까?" 하니,
-물은 곳이 몇째 것인고?

문수사리가 대답하되
-주먹으로 입을 쥐어질러 틀어막았어야 좋았을텐데…….

"내가 생각하기로는
-단술을 빚어올 때마다

모든 법에 대하여
-그래도 모자란다.

말도 없고 말할 수도 없으며
-횃불을 들고 살펴보면

남에게 보일 수도 없고 자기가 알 수도 없어서
-있어 왔다.

모든 문답을 여읜 것이
-낯가죽이 얼마나 두껍지?

불이법문에 들어가는 것이라 여깁니다" 하였다.
-어떤 것이 둘이지?

그리고는 문수사리가 도리어 묻되 "우리들의 제각기 말씀을 다 했거니와
-능숙한 말이요, 시원한 말이지.

그대여, 말씀하소서.  어떤 것이 보살이 불이법문에 드는 것입니까?" 하니
-하나는 바꿔치기 하고 하나는 깎으니, 나쁜 발상하는 노름꾼과는 도박을 않는다.

유마가 잠자코 있었다.
-어디로 갔을까?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범어의 유마힐은 번역하면 무구칭(무구칭) 또는 정명(정명)이라 한다.  아내의 금희(금희)
요, 아들의 이름은 선사(선사), 딸의 이름은 월상(월상)이다.
  어떤 승이 운거 간(원거간)에게 묻되 "유마는 금속여래(금속여래)의 후신인데 어찌하여 석
가의 회상에 참여하여 법문을 들었습니까?" 하니,  운거가 이르되 "그는 타인과 나〔인아〕
를 다투지 않기 때문이니라" 하였다.
  광본(광본) 「유마경(유마경)」에는 삼만 이천 보살이  제각기 불이법문을 설했다고 하였
는데, 지금은 오직 삼십이 보살이라 하였다.  마지막에는 문수는 송곳 세울 자리도 없었으나
유마는 송곳 세울 자리도 없었으나 유마는 송곳조차  없는 소식을 보였다.  보복 종전(보복
종전)이 이르되 "문수는 귀를 막고 요령을 훔치다가 오강(오강)에서 힘이 다했고, 유마는 한
번 침묵에 드니 교화의 문턱을 나서지도 않았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사람은 시비
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하노라.  보복이 또 이르되 "알량한  유마가 문수에서 한 번 쓰러
지더니 지금껏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일어나려면 무슨 어려움
이 있겠는가? 따귀를 한 대 갈기리라" 하노라.
  낭야 혜각(낭 혜각)이 이르되  "문수가 그토록  선하다고 찬양했으나 겨우   표주박 점〔  
 
〕을 치면서 허공의 소리를 들으려는 격이었다.  그래서 유마는 잠자코 있었으니, 그대들은
이리저리 추측〔   〕해서는 안 된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엉터리〔   〕가  적지
않구나!" 하노라.
  오직 설두만이 문수가 물음을 마친 자리에서 말없이 잠자코  양구한 뒤에, 자리에 버티고
앉아서 이르되 "유마가 무엇이라 말했던가?"  하였고, 다시 이르되 "감정해 마쳤다"  하였지
만, 만송은 이르노니 "귀신노릇 할 줄을 몰라서 한낮에 나타났구나!" 하노라.
  천의 의회(천의의회)가 송하되 "유마는  침묵도 양구도 않고 /  그저 자리에 앉아 따지니
허물이 이루어졌다 / 요즈음 제방에 서 문답하는 것을 보니  / 아직도 이것을 양구라 하네"
하였는데, 어떤 승이 그 스승에게 묻되 "선사들의 어록에는  양구라는 말이 많은데 그 양구
라는 게 누구입니까?" 하니, 스승이 대답하되 "이는 양씨(양씨)네 여덟째 동생이다" 하니 전
하는 이들이 웃음거리로 삼았다.
  천의의 나중 두 구절은 소름이 오싹하고 초연하고 준엄하게  이른 것으로서, 취모검이 갑
속에서 싸늘한 기운을 뿜어 / 외도와 천마들의  목을 모두 벤다는 기상이나, 만송은 이르노
니 "신비한 칼날이 가만히 목을 지나갔건만 아품도 간지러움도 느끼지 못하는구나!" 하노라.
  백운 수단(백운수단)이 송하되 "한 개, 두 개,  백천 여개 / 순가락 꼽으면서 글줄을 세기
에 끝날 줄이 없도다 /잠시 어두컴컴한 창 밑에 밀쳐두었다가 / 내일 다시 그대와 계산해보
세!"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무슨 부질없는 헛수고냐?" 하노라.
  천동이 마조(마조)의 장두백 해두흑(장두백해두흑 : 제6칙 참조) 화두를 송하고 그 마지막
에 이르되 "당당히 혀끝을 눌러 앉히니 비야서으이 늙은 선생〔노고 〕을 비웃음직하여라."
하였는데 오른 유마를 만났으니, 눈치〔면  〕에 관계치 않으리라.

(송고)
만수(만수)가 비야리성 노거사의 문병을 갔는데
-도의상으론 당연하지.

불이문(불이문)을 활짝 엵 작가(작가)를 찾아봤네.
-납승의 분상에서 할 일이지.

옥돌 속의 순수한 옥을 뉘라서 감정해내랴?
-큰 변재는 도리어 말더듬이 같고,

앞도 잊고 뒤도 잊었으니, 애타게 한탄치 말라.
-큰 지혜는 도리어 바보 같으니라.

구구하게 옥돌을 바침이여, 초왕이 궁정에서 벌 받은 사나이〔  사〕요
-곧은 것 바치고 굽은 것 받았다.

찬연하게 구슬로 보답함이여, 수나라 성의 끊겼던 뱀이랴.
-야광을 사람하게 던지면 칼을 뽑지 않을 자 누구냐?

점검하려 들지 말라.
-다행히 본래부터 완전했거니…….

티가 없나니
-마음대로 점검해보라

속기(속기)가 전혀 없는데도 약간 미흡하구나!
-겉모양으로 사람을 취하면 잃는 수가 많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문수사리(문수사리)와 만수실리(만수실리)는 같은 범어를  다르게 음역한 것〔   〕이니,
번역하면 묘길상(묘길상)이다.  비야리는 번역하면 광엄(광엄)이니, 성(성)의 이름이다.
  조공(조공)의 「열반무명론(열반무명론)」에 이르되 "석가는 마갈(마갈)에서 문을  닫았고,
정명(정명)은 비야에서 입을 다 물었다.  수보리는 말없는 말을 외쳐서 도를 드러냈고, 제석
과  범왕은 들음없이 듣고 꽃비를 내렸으니, 이 모두가 이치는  정신으로 몰아야 한다는 뜻
이므로 침묵을 했으나 그 어찌 말이 없으리요?" 했으니,  말로는 능히 말할 수 없는 바이기
때문이다.  연(연)의 옥돌〔   〕은 옥(옥)에 버금가는 것으로, 지금 탁군( 군)의 고수석(고
수석)이며 탈옥석(탈옥석)이라고도 불리운다.  유가가 겉으로는 어눌한 것 같으나 그 말하지
않는 번재가 그 속에 정수를 이루고 있으니, 마치 돌의 옥을 가리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
다.
  앞도 잊고 뒤도 잊었다 함은 「영가집(영가집)」의 사마타송(사마타송) 제4에 이르되  "여
기서 말한 안다는 것은 알음으로써 알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알 뿐이다.  그렇게 되
면 앞쪽으로는 사라짐과 이어지지 않고, 뛰쪽으로는 일어남을 이끌지 않아서 앞뒤의 연속이
끊어지고 중간이 스스소 외로이 존재한다" 하였다.
  무진등(무진등 : 무수좌)의 뒤의 법통은 자세치 않다.  중간에 개봉부(개봉부) 이문산(이문
산) 광지(광지)선사라는 분이 있었는데 휘는  본숭(본숭)이었으나 별다른 어록은 없고  오직
이 대목만을 들었다.  그런데 문수좌는 이 구절이 「영가집」에서 나온 것인 줄 모르고, 본
숭이 처음 창출한 것이라 했으므로  여기에서 잠시 밝힌 바이니, 학자들은  그런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앞도 잊고 뒤도 잊는다는 법문은 정확히 말하면 3조의 「신심명(신심명)」에
서 이르기를 "언어의 길이 끊겨 과거․미래․현재가 아니다" 한 데서 나온 것이다.
  「한비자(한비자)」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변화(변화)가 형산(형산)의 곤강곡(곤
강곡)에서 박옥(박옥 : 옥돌)을 얻어 초(초)의 여왕(여왕)에게  헌납했더니 왕은 '돌이라' 하

는 한쪽 발을 월(  : 발꿈치를 자르는  형벌)했다.  무왕(무왕)이 즉위한 뒤에 또 헌납햇다
가 한쪽 발을 마저 월을 당했다.  문왕(문왕)이 선 뒤에 변화가 박옥을 안고 형산 밑에 가서
곡을 하니, 문황이 듣고 그 사연을 물었다.  이때 변화가 대답하되 '두 발을 끊긴 것을 원망
함이 아니라 참옥을 잡석이라 하는 것이 원통하고, 충성하는 일을 속이는 일이라 여기는 것
이 원망스럽습니다' 하였다.  문왕이 좌우를 시켜 돌을 쪼개도록 하고 보니 참옥이었다.  이
에 문왕이 탄식하면서  이르되 '딱하고져, 두  선군께서는 사람의  발꿈치는 쉽게 쪼개면서   

하나 쪼개기는 어려이 여겼도다.  이제 이 벽옥(벽옥)은 과연 국보로다' 하였다"고 한다.
  「사기(사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수(수)의 제후 축원창(축원왕)이 제(제)나
라 가던 길에 뱀 한 마리가 허리가 끊겨 죽어가는 것을 보고 물에 씻은 뒤, 신비한 약을 발
라주고 갔다.  그 뒤 어느날 밤에 뜰에 이상한 광채가 나타남을 보고는 도적이라 생각하고,
칼을 뽑아드록 가까이 가서 보니, 뱀 한 마리가 굿슬을  물어다가 땅에다 놓고 가는 것이었
다.  그래서 뱀이 은혜를 갚으려고 왔음을 알았다"고 한다.
  유마는 온몸으로 대중을 위했으나 사사로운 문중에서 재화가 남을 면치 못했거니, 문수의
점검으로 티가 드러났음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설사 천동이 이르기를 "시현으로 세속에 살
지만 세속의 티가 없다" 하였거니와 역시 코를 막고 항을 훔치는 격이로다.

제 49 칙
동산이 진영에 공양함〔동산공진〕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초를 잡을래야 잡을 수도 없고 그릴래야 그릴 수도 없다.  보화(보화)는 곤두박질〔 두〕
을 쳤고, 용아(용아)는 다만 몸뚱이 반만을 드러냈다.  필경, 그 사람은 어떠한 몰골이던가?

(본칙)  드노라.
동산(동산)이 운암(운암)의 진영(진영)에 공양을 올리려던 차에
-어느 것은 거짓이라 했던가?

전의 진영을 묘사한다는 화두〔     〕를 드니
-한번 들 적마다 한 번 새롭다.

어떤 승이 묻되 "운암이 이르기를 '다만 그것을 뿐이다〔   〕' 하셨다는데  그 뜻이  무엇

니까?" 하니,
-잘못 알지 않은 것이 다행이로군.

동산이 으르되 "내가 그때 거의 스승〔선사〕의 뜻을 잘못 알았느니라" 하였다.
-자기로서 남에게 견준다.

승이 다시 묻되 "그러면 운암은 알고 계셨을까요?" 하니,
-풀을 꺾어들고 하늘을 재려는 꼴이구나.

동산이 이르되 "만일 알지 못했다면 어찌 그렇게 말할 줄을 알았으며,
-해는 산 위에 뜨고

만일 알았다면 어찌 기꺼이 그렇게 말했겠는가?" 하였다.
-달은 창문 밖에 둥글었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동산이 운암을 하직하면서 묻되 "화상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누군가가 와서 묻기를 '스

의 진영을 묘사할 수 있겠느냐?" 하면 무엇이라  대답하리까?" 하니, 운암이 양구했다가 이
르되 "다만 그것일 뿐이다" 하였다.  동산이 속으로 되씹노라니, 운암이 이르되 "개(개 : 양
개) 사리여, 이 커다란 사단을 알려면 모름지기 분명하게 알아야 하느니라" 하였다.
  동산 역시 아무 말도 없이 떠났는데, 나중에 물을 건너다가 자기의 그림자를 보고서야 비
로소 활짝 깨닫고 이렇게 읊었다.  "결코 딴 데서 찾지 말라 / 어득하여서 나와는 멀다 / 내
이제 홀로 가건만 / 곳곳에서 그와 만나게 된다 /  그가 바로 지금의 나이지만 / 나는 지금
그가 아니다 / 응당 이렇게 이해해야 / 바야흐로 여여(여여)의 도리에 계합한다."
  동산이 대중에 있을 적에 운암의 진영에 공양하려는데 앞의  "진영을 묘사한다"는 화두를
들고 나니, 어떤 승이 나서서 물은 것이다.  "듣자  하니, 운암이 이르기를 '다만 그것일 뿐

라' 하셨다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하니, 동산이 이르되 "내가  그때 거의 스승의 뜻을
잘못 알았었다" 했다.  만일  양구했다가 이르시기를 "다만 그것일  뿐이다" 하신 자리에서
알아차렸더라면 이는 바로 이름을 바꿔서 통역〔통사〕하는  격이리라.  그러기에 그림자를
보고 형상을 알고, 물을 건너다가 바야흐로 깨달은 것이다.
  승이 이르되 "운암은 그 도리를 알고 계셨는지요?" 하였거니와 만일  한결같이 알고 있었
다고만 한다면 이는 남의 좌우에서 시중이나 드는 사람일 것이다.  듣지 못했는가? 있는 줄
아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소중히 받들 줄 안다고 하였다.  만일  한결같이 알고 있지 않다고
만 한다면 여기에는 이익과 손해가 있으니, 전혀 알지 못하는 이도 있고, 알고 있다고  나중
에 알지 못하는 이도 있고,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아는 이도 있다.  그러므로 동산이 이르
되 "만일 있는 줄 알지 못했다면 어찌 이렇게 말할 줄 알았으며, 있는 줄 알았다면 어찌 기
꺼이 그렇게 말했겠는가?" 하였다.
  화엄종(화엄종)에서는 이르되 "이치는 원만하나 말은 치우치니, 말이 나오면 이치는  죽는
다" 하였다.  이는 매우 현묘한 데다가 화통〔  통〕함을 겸비하여, 치우쳐 메마르지도 않고
새거나 흐름도 없는 혈맥이다.
  동산이 당 대중(대중) 말년에 처음으로 신풍(신풍)의 백길(백길)에  머물렀다가 나중에 예
장(예장)의 고안현(고안현)의 동산으로 옮겨 제1세, 개산조가 되면서 운암의 기일에 재를 차
렸던 것이다.  이때 어떤 승이 묻되 "스승에게서 어떤 가르침을 받았습니까?"  하니, 동산이
대답하되 "비록 거기에 있었으나 그의 가르침을 받지는 못했느니라" 하였다.  승이 다시 묻
되 "그렇다면 재는 차려서 무엇하십니까?" 하니,  동산이 대답하되 "비록 그렇지만 감히 등
질 수야 있겠느냐?" 하였다.  다시 묻되 "화상께서는 남전(남전)에게서 깨달았는데 어찌하여
운암에게 재를 드립니까?" 하니, 동산이 대답하되 "나는 스승의 도덕이나 불법을 소중히 여
기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가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점을 소중히  여길 뿐이니라" 하였다.  
승이 다시 묻되 "화상께서는 스승의 법을 계승하셨으니, 그를  긍정하십니까?" 하니, 동산이
이르되 "반은 긍정하고 반은 긍정치 않느니라" 하였다.  승이 다시 묻되 "어째서 전부를 긍
정치 않으십니까?" 하니, 동산이 대답하되 "내가 만일 전부를 긍정하면 스승을 저버리는 것
이니라" 하였다.
  만송은 이르노니 "운암이 20년 동안 백장산에 있었으되 도리어 약산(약산)의 법을 이었더
니, 동산도 남전에게서 깨달았으되 도리어 운암의 법을 이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다른 싹을
바꾸어서 번성시키면서 신령스런 뿌리를 밀밀히 굳혀, 부용(부용 : 도   )을 얻어 종파를 중
흥시켰더니, 천동에 이르러서야 바야흐로 문과 채〔문채〕가 갖추어졌다" 하노라.
  어떤 것이 문채인가? 천동의 송을 보자.

(송고)
어찌 그렇게 말할 줄 알았으리요 하니,
-어둠 속에서는 팔뚝을 휘둘러 뽐내지만…….

5경이면 닭이 울어 집집마다 새벽이요.
-해가 동쪽으로 오른다.

어찌 기꺼이 그렇게 말했으리요 하니,
-밝은 가운데서는 말문을 막아버린다.

천 년 묵은 학이 구름과 솔과 함께 늙는다.
-달이 서쪽으로 가라앉는다.

보배거울이 맑고 밝으니, 바람과 치우침을 징험하고
-일이 궁할 때에 쓰는 요법이요,

옥 틀이 구르면서 방향을 바꾸니 겸해서 이름을 본다.
-밝음 가운데 어둠이 엇바뀐다.

문풍이 크게 떨침이여, 법도〔규보〕가 면면이 이어지고
-서천의 영이 엄하다.

부자가 변화․능통함이여, 명성과 빛이 끝이 없도다.
-스승보다 나아야 겨우 가문을 이어간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동산이 조산(조산)에게 부축하되 "내가 운암선사(운암선사)에게 친히  보배거울삼매〔보경
삼매〕를 인가받았는데 사리의 극치에 이르는  확적하고 요긴한 법이었다.  이제  그대에게
전하노니, 그대는 잘 보호해서 지니라"  하였다.  보배거울이 맑고 밝아서 바름과  치우침을
징험해내기 그 어찌 닭이 시골집에서 울고 학이 구름과 소나무 사이에서 늙는 바름과 치우
침의 징험이 아니겠는가? 거울은 비록 밝으나 뒷면이 있거니와 옥으로 만든 베틀만은 돌면
서 방향을 바꾸어 서로서로 얽으니, 쌍으로 밝고 쌍으로 어두워 겸해 이르는 방법이다.
  「주역」계사에 이르되 "도는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하였으니,
동산 부자의 법도가 지금까지 문풍을 크게 떨치는 까닭은 근원이 깊고 흐름이 긴 결과일 것
이다.

제 50 칙
설봉의 무엇?〔설봉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마지막 한 구절〔말후일구〕라야 비로소 굳은 관문에 이른다.  암두는  위로는 스승을 긍
정치 않고 아래로는 사제에게 양보치 않을 것을 자부했으니, 이는 억지로 가닥을 내는 것인
가? 아니면 별다른 고동〔기관〕이 있는가?

(본칙)  드노라.
  설봉(설봉)이 암자에 머물 때 두 승이 와서 절을 했다.
-향취를 찾고 냄새를 좇는구나.

설봉이 보고 손으로 암자의 문을 박차고  뛰쳐나가면서 이르되 "무엇이냐〔시   〕?" 하였
다.
-이것은 여전히 몸을 던지는 시늉이다.  어떤 것이 몸을 숨기는 시늉일까?

승도 이르되 "무엇입니까?" 하니,
-과연 알지 못하는구나!

설봉이 고개를 떨구고 암자로 돌아왔다.
-말이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승이 나중에 암두(암두)에게 가니,
-소식을 전하러 갔겠지.

암두가 묻되 "어디서 오는가?" 하니,
-뚫지 않으니 구멍이 나지 않는다.

승이 대답하되 "영남에서 옵니다" 하였다.
-여기는 영북이던가?

암두가 이르되 "설봉에도 다녀왔는가?" 하니,
-익은 버릇은 버리기 어렵다.

승이 앞의 이야기를 하매,
-한 글자가 관가로 들오간 뒤에는 여덟 소가 끌어도 나오지 않는다.

암두가 다시 묻되 "그가 무엇이라 하더냐?" 하니,
-고개를 숙이고 그냥 나오는 것이 더 좋을 뻔햇다.

승이 이르되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속이고 암자로 돌아갔습니다" 하였다.
-그렇다면 일찍이 설봉이 갔던 것이 되지 못한다.

암두가 이르되 "아뿔사! 그때에 마지막 구절을 일러주지 못했구나!
-지금엔 일러주었는지 일러주지 않았는지.

만일 그때에 제대로 일러주었더라면  천하 사람들이 설로(설로  : 설봉)를 어찌하지 못했을
터인데……" 하였는데,
-어째서 내가 곧 설로입니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승이 해제 날 다시 전의 화두를 들어 물으니,
-좋은 술은 사람들을 더디 깨어나게 한다.

암두가 이르되 "어째서 진작 묻지 않았는가?" 하였다.
-낮잠을 탐내느라 그랬지요.

승이 이르되 "감히 경솔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니,
-가회 총림에 내세울 일이로군.

암두가 이르되 "설봉은 비록 나와 같은 가지에서 태어났지만 나와 같은 가지에서 죽지는 않
을 것이다.
-제금나기를 보채는 이는 먼저 궁해진다.

마지막 구절을 알려고 한다면 단지 이것뿐이니라" 하였다.
-찌는 기운을 돌려서 열심히 판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운암은 도오(도오)에게 방참(방참)했고, 설봉은 암두에게 방참했으니, 군자는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는 탓이리라.  이제 운암과 설봉의  도가 크게 시행되는 까닭
도 역시 자기는 물러서서 남에게 양보한 음덕이겠으나 암두는 천품이 영특하여 덕산의 도를
낮췄다 높였다 하면서 천하를 누벼도 아무도 맞설 이가 없었다.  그 까닭은 그 식견이 활짝
트였고 정신을 쌓고 길러서 성취했기 때문이다.
  그 두 승을 살펴보건대 설봉의 문하에서는 화살과 활촉이 서로 만난 것 같거니와 역시 행
각하는 첨지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어찌하여 여름이 끝나도록  아직도 마지막 구절을
의심했던고? 다만 안목이 둔하고 머리가 아찔하여 뻔히 보면서도 지나쳤기 때문이다.
  암두가 그에게 허다한 도리를 말하되 "설봉이 나와 같은 가지에서 태어났지만  같은 가지
에서 죽지는 않겠다" 하였으니, 같은 법임에는 차이가 없지만  세 사람의 견해는 차이가 있
다.
  그 승과 설봉은 동시에 "무엇인가?" 했지만 마지막 구절을 논함을  이르러서는 말을 해주
어도 전혀 알지 못했으니, 그 어찌 털끝만치 어긋나면 천 리를 빗나간다는 도리가 아니겠는
가? 일러보라.  그 승이 실제로 알지 못해서 그런 말을 했겠는가?
  위산 철( 산철)이 이르되 "가엾은 설봉과 암두가 도리어 그 승의 감정을 받았다" 하였거
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냉정한 눈으로 보면 암두와 설봉을 용서할 수도 있을  법 하거니와
나중에 다시 덕산을 점검할 때도 마지막 구절을 알지 못한다한 것은 참으로 감내하기 어려
운 일이다" 하노라.
  그러므로 천동이 두 차례 송했다.

(송고)
끊고, 닦고, 쪼고, 갈음〔   〕이여,
-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자태가 수수께끼 같도다
-한 가지 지혜가 늘지 못한다.

갈파(갈파)에서 용으로 변한 지팡이요,
-바다를 지나고 구름을 꿰뚫었다는 소식 이미 듣고 있노라.

도가(도가)에서 움츠리고 있는 북〔   〕이로다.
-아직도 벽에 기대고 담에 붙은 것을 본다.

같은 가지에 태어난 이는, 얼마든지 있으나
-세상으로는 서로 가까우나

같은 가지에 죽는 이는 많지 않도다.
-습관으로는 서로 멀다.

마지막 구절이여, 다만 그것일 뿐이니,
-우선 반쯤 믿어볼 것이나

바람맞은 배를 달을 싣고 가을 강에 떴도다.
-절대로 뿌리를 박지는 말라.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모시(모시)」기오편(기오편)은 무공(무공)의 덕을 찬미한 것이다.   그가 문장능력이 있
고 또 법다원 간언(간언)을 받아 들였으며 예절로써 스스로를 방어한 까닭에 주(주)의 재상
으로 들어간 것을 찬미하여 이 시를 지었으니,  "저 기오를 보건대 / 푸른 대〔녹죽〕가 우
거졌도다 / 풍도 있는〔유   〕군자여 / 끊은 것 같고, 닦은 것 같고, 쫀 것 같고, 간 것 같
도다" 하였는데, 주(주)에 이르되 "뼈를 다듬는 것을 끊는다 하고, 상아를 다듬는 것을 닦는
다 하고, 옥을 다듬는 것을 쫀다 하고, 돌을 다듬는  것을 간다" 하였다.  덕산의 설봉이 암
두를 만나서 마지막 구절을 깨달은 뒤로부터 지금까지 이 화두가 널리 퍼지는 까닭은 끊고
갈아서 변화의 이치에 통달한 힘 때문이다.
  설봉은 마치 용으로 변화한 지팡이 같고 그 승은 마치 제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북〔   〕
과 같다고 암두가 점검해내었지만 아직껏 같은 가지에 죽은 이가 많지 않은 까닭은 알려지
지 않았다.  혹자는 이르되 "암두는 마치 용으로 변화한 지팡이 같고 설봉은 마치 제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북과 같다" 하기도 하는데  그런 이들은 앞의 화두를 자세히 살펴보기  바란
다.  설두와 불과(불과)는 쌍으로 밝고, 쌍으로 어둡다는 입장에서 이  화두를 송한 적이 있
으니, 푸근히 참구한 이가 아니면 알지 못한다.
  「동한방술전(동한방술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비장방(비장방)은 여남(여남) 사람
으로서 일찍이 저자의 아전〔시  〕을 하였는데 호공(호공)이 푸른 대막대기를 끊어 거짓으
로 비장방을 만들고 그것이 집에서 목메어 죽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장방은 그것을 보고
그와 함께 깊은 산으로 들어가서 도를 배웠으나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려 하직하니, 호공이
대지팡이를 주면서 '이것을 타고 집까지 가서는 갈파에다 버리라' 했다.  비장방이 갈파에다
버렸더니, 용으로 변해서 가벼렸다고 한다.   또 진(진)의 도간(도간)이 젊었을  때, 뇌택(뇌
택)에서 고기를 잡다가 그물 끝에 북〔  〕하나가 걸렸기에 갖다가 벽에 걸어두었는데 나중
에 우레와 번개가 치는 어느날 용으로 변해서 가버렸다" 한다.
  설봉은 지팡이 같고 그 승은 북 같은데 암두는 바람 받은 배에 달빛을 싣고 가는 것 같다
하거니와, 만송은 무엇 같은고? 공현의 찻병〔     : 말 많은 사람〕이라 하노라.
제 51 칙
법안의 뱃길과 뭍길〔법안반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세상벅 안에서 깨달은 이가 몇이나 되며 불법 안에서 미혹한 이가 몇이나 되던가? 홀연
히 한 덩어리로 만든다면 거기에도 미혹과 깨달음이 붙을 수 있을는지…….

(본칙)드노라
   법안(법안)이 각상좌(각상좌)에게 묻되 "배로 왔는가, 뭍으로 왔는가?" 하니
   -마치 두 가닥이 있는 것 같군.

   각이 이르되 "배로 왔습니다" 하였다.
   -실상을 깊이 이야기하고 법요를 잘 이야기하는구먼.

   법안이 다시 이르되 "배는 어디에 있는가?" 하니
   -사실이 아닐까 두려웠던 모양이지?

   각이 이르되 "배는 강에 있습니다" 하고는 물러갔다.
   -과연 제자리를 찾았군!

   법안이 다시 곁의 숭에게 묻되 "그대 말해보라. 아까 저 중이 안목을 갖추었느냐, 갖추지
못했느냐?" 하였다.
   -아깝구나!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황룡 회당(황룡회당)이 황로직(황로직)에게 물어,  바야흐로 말이 궁색해지던  차에 어떤
사람이 들어왔다. 회당이 묻되 "누가 그대를 이리로 보냈는가?" 하니, 그 사람이 대
 답하되 "대림(대림)의 섭수재(섭수재)가 보내서 왔습니다" 하였다. 다시 묻되 "서신을 가져
온 것이 있느냐? 하니, "있습니다" 하였다. 다시 묻되 "편지는 어디에 있느냐?" 하니, 그  사
람이 손을 빼서 옷깃 속에서  편지를 내어 회당에게 바쳤다.  회당이  이르되 "도를 배우되
이 사람의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 소 옳다" 하매,  황로직은 얼굴에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
였다.   법안이 각상좌에게 배로 왔느냐, 뭍으로 왔는냐 하였는데 각상좌가 배로 왔다 하였
고, 법안이 다시 배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데 이르러서는, 백 명에 아흔아홉 명은  기개를
드러내어 무엇인가를 보이려 하는데, 그는 차분하게 안정된 사람인지라 거기서 한바탕 싸움
을 벌이려고 "배는 강에 있습니다" 하였다. 자주(자주)의 노스님은 이를  두고 "마치 모래판
에다 발 여덟이 달린 냄비를 놓은 것 같아서 조그만치도 흔들림이 없
 다" 하였다.
   각상좌가 뒤로 물러서자 법안은 다시 곁에 있던  승에게 묻기를 "그대는 일러보라. 조금
전의 그 승이 안목을 갖추었더냐, 갖추지 못했더냐?" 하였으니, 이 한 물음에 대단한 수수
 께끼가 들어 있다. 만일 안목을  갖추었다고 한다면 어떤 기특하고  현묘한 도리가 있으며
만일 안목을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면  무슨 낭패를 당하겟는가? 천동에게 판정을  내리도록
해보자.

(송고)
물로는 물을 씻지 못하고
-띠 하나 없이 맑게 개었도다.
 
금으로는 금을 바꾸지 못한다.
-단련해서 한 덩어리를 이루었다.
 
털빛을 잊을 때에 준마를 얻고,
-겉모양으로 취할 바가 아니요,

실도 줄도 없을 때에 거문고를 즐긴다.
-소리로 구할 바가 아니다.

노끈을 맺고 획을 그은 뒤로 허다한 일이 생겨서
-법이 생기니 간약함이 생기고,

참되고 순후한 태고의 맘 다 죽였네.
-솜씨를 자랑하다 도리어 졸작을 만들었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물로는 물을 씻을수 없고, 금으로는 금을 바꿀  수 없으며, 부처로는 부처를 구할 수  없
고, 법으로는 법을 설할 수 없다.  이는 신기한 준마를 고르는 데는 검고 누른 빛깔을  생략
하고, 거문고의 취지를 얻은 이는 실과 줄을 잊는다는 뜻을 말한 것이다.
   「회남자(회남자)에」이르되, "진목공(진목공)이 백락(백락)에게 분부하여 구방인(구방 )
으로 하여금 말을 구해 오게 하였다. 석 달 안에 돌아와서는, '말이 사구(사구)에 있는데 수
 커이고 누른 빛이라'  하였다. 말이 이른  뒤에 보니 암컷이고  까만 색이었으므로 목공이   

락에게 이르되 '구해온 말이 무슨 빛깔인지도 암컷인지도 수컷인지도 몰랐으니  실패했도다
'
하였다. 백락이 크게  탄식하면서 이르되  '어쩌다 일이 여기에까지  이르렀는가? 구방인이   

말은 천기(천기)라. 정미로움은 얻었고 거침은 잊었으며, 안은 보고 겉은 잊었으니, 과연  천
리 마로다' 하였다" 고 한다.
   진(진)의 도잠(도잠)은 자가 연명(연명)인데  거문고를 뜯을 줄 모르면서도  소금(소금:줄
없는 거문고) 한 개를 갖고 있었는데 현도 줄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다만 거문고 속의 취
미를 얻으면 족하지 어찌 수고로이 줄 위의 소리를 들으려고 애를 쓸까보냐?" 하였다.
   「주역(주역)」에 이르되 "상고(상고)에는  노끈을 맺어서〔결 속〕다스렸었는데  나중에
성인이 나타나서 문자〔서결〕로 바꾸었다" 하였고, 또 이르되 "옛날에 포희씨(포희씨)가 천
하를 다스릴 때, 우러러서는 하늘의 형상을 본뜨고 굽어서는 땅의 형상을 본받고, 새와 짐승
의 문채와 땅의 마땅함을 관찰하고 가까이는 몸에서 취하고 멀리는 사물에서 취하여 비로소
팔괘(팔괘)를 만들었다" 하였다.
   이에 대해 만송은 이르노니,  "태고 적에 천지가 처음  나뉘니이미 상대가 이루어졌거는
다시 노끈을 맺고 괘를 그리니 더욱 순진함을 잃었다. 석가가 세상에 나타나기 전이나 조사
가 서쪽에서 오기 전에도 진제니, 속제니, 세상법이니, 불법이니
 하는 것이 있었더냐? 하노라.
   서주(서주)의 해회 제거(해회 제거)선사가 법을 얻은 뒤 어느날 낭야 혜각(낭 혜각)에게
갔다. 혜각이 묻되 "상좌는 지금  어디서 오는 길인가? 하니,  제거가 대답하되 "절강(절강)
에서 옵니다" 하였다. 혜각이 다시 묻되 "배로 왔는가, 육지로 왔는가? 하니, 제거가 대답하
되 "배로 왔습니다" 하였다. 혜각이 다시 묻되 "배는  어디에 있느가?" 하니, 제거가 대답하
되 "강에 있습니다" 하였다. 혜각이 다시 묻되 "길을 거치지 않은 한 구절은 어떻게 이르려
는가?" 하니, 제거가 대꾸하되 "억지 쓰는 장로〔    〕가 삼대〔마〕 같이, 좁쌀〔  〕같이
많구나!" 하고는 얼른 물러가버렸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다니면서 좋은 말만 하는구나!" 하
노라.
   동산 수초(동산수초)화상이 어떤 승에게 묻되 "어디서 왔는가? 하니, 승이  대답하되 "여
주(여주)에서 왔습니다" 하였다. 동산이 다시 묻되  "여기서 얼마나 되는가?" 하니, 승이 대
답하되 "칠백 리로소이다" 하였다. 동산이  다시 묻되 "짚세기를 몇 켤레나  떨어뜨렸는가?"
하니, 승이 대답하되 "세 켤레입니다" 하였다. 동산이 다시 묻되  "어디서 돈이 생겨서 샀는
가?" 하니, 승이 대답하되 "삿갓을 팔았습니다" 하였는데,  동산이 이르기를 "당에 들어가서
더 참구하라" 하니, 승이 "예!" 하였다.
   만송은 이에 대해 이르노니, "온몸이 손과 눈이라도 그를 간파할 수 없겠구나. 일러보라.
그 승은 눈이 어디에 있는가?
 눈썹 밑이로다" 하노라.




제 52 칙
조산의 법신〔조산법신〕

(조신) 대중에게 보이시다.
   지혜있는 모든 이는 비유로써 깨달음〔해〕을 얻으라 하셨는데 만일 비유로 미치지 못하
고 사례로 견줄 수 없는 곳은 어떻게 설명할꼬?

(본칙) 드노라.
   조산(조산)이 덕상좌(덕상좌)에게 묻되 "부처님은 참 법신〔불진법신〕은 허공과 같아서
   -법으로는 바늘 하나 통하지 않으나

   사물에 응하여 형상을 나타냄이 마치 물 속의 달과 같다.
   -사사로이는 수레로 통한다.
   
   어떻게 해야 그 응하는 도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하니,
   -두 손을 모으고 앞으로 다가서서 "예"라고 했어야 한다.
   
   덕상좌가 이르되 "노새가 우물을 엿보는 것 같습니다" 하였다.
   -지는 꽃은 뜻이 있어 유수를 따라가는데…….

   조산이 다시 이르되 "이르기는 대단하게 일렀으나 겨우 팔분만을 일렀다" 하니,
   -천 리까지 볼 수 있는 눈의 기능을 다 발휘하고자 한다면

   덕상좌가 되묻되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 하매,
   -다시 한 층의 누각을 오르라.

   조산이 이르되 "우물이 나귀를 엿보는 것 같느니라" 하였다.
   -흐르는 물은 무심하여 낙화를 보낸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무주땅, 의황 조산의 본적선사는 탐장이라고도 하는데 필시 사후에 내린 시호일 것이다.
 처음에 동산을 떠나 조계에 들어가서 육조의 탑에 참배하고 길주의 길수로 돌아오니, 대중
이 그 명성을 듣고 모여들어  법석 열기를 청하였다. 선사는 조계를  본받으사 사는 곳마다
조자를 넣어 이름 을 지었으니, 동산의 종지가 선사에 이르러 가장 융성하였으므로 '조동종'
이란 칭호가 있게 되었다.
   조선선사가 덕상좌에게 묻되 "부처님의 참 법신은 허공과 같아서 사물에 응해 형상을 나
타냄이 마치 물 속의 달과 같나니, 어찌해야 그 응하는 도리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 하였
으니, 이 네 구절은  부처님을 찬탄한 것으로서 본래는  『금광명경』고본에서 나온 것인데
이미 허공과 같다면 어떻게 사물에 응하는가 하는 내용이다. 각범이 제바(용주의 제자)존자
를 찬하는 말에 이르되 "인연에 응하여 나타나되 사유에 떨어지지 않으셨다.
 그러므로 바리때의 물에 바늘을 던졌다"하였다. 덕상좌에  이르되 "마치 노새가 우물을 엿
보는 것 같다"하였으니,  이 어찌  정식과 계교로 가히 미칠 바이겠는가?  오랫동안 단련을
겪어서 안목을 갖추지 않은 납자에게는 그러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허락하지 않는 대목일 것
이요, 만일 소인의 작태로 향상의  관려자가 없는 이였다면 두말 없이  그를 긍정하는 말일
것이다.
  조산은 이르되 "이르기는 대단하게 일렀다마는 겨우 팔분만을 일렀다"  하였으니 마치 저
울로 달아본 것 같고 덕상좌가 이르되, "그렇다면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 하였다. 이 한
 수작은 이치가 다하고 말이 궁극했지만, 감히 이르노니  "제가 말한 '노새가  우물을 엿보

것 같다'고 한 한 구절을 벗어날  수 없다 하겠거늘 그가 그저  조심스럽게 겨우 슬쩍 스쳐
지났을 뿐이니 가히 끼리끼리 부딪치면서 자라난다" 하리라.  이것이 조동종의 근원이 되는
까닭이니, 천동은 이 두마디가 엎치락뒤치락한 것을 매우 사랑하여 한꺼번에 송으로 읊어냈
 다.
 
 송고

 노새가 우물을 엿보고
 - 오경 첫새벽에 일어났는데

 우물이 노새를 엿본다
 - 밤부터 다니는 이가 또 있구나!

 지혜는 수용함이 끝이 없고
 - 천하의 남자가 뛰어넘지 못하고

 청정은 양육함에 남음이 있다.
 - 만상이 그 그림자를 도망시킬 수 없다.

 팔꿈치 뒤의 부적을 누가 분별하랴?
 - 하늘 눈, 용의 눈동자라도 능히 엿보지 못한다.

 집 안에는 책을 쌓아두지 않는다.
 - 참된 글은 쉬지 않는다.

 베틀도 실도 북에 걸지 않는 일이여,
 - 꽃도 줄지 않았고

 문채는 가로 세로로 속마음이 다르다.
 - 꿀은 여전히 이루어진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반야는 지각이 없으되 알지 못하는 바가 없으므로 청정은 양육함에 남음이 있다고 하였다.
진의 원제 영창 원년에 완돈이 무창을 진압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켜 대궐을 침범했다. 이때
도협의 황제에게 권하되 "왕씨를 모두 베시오"하였는데, 왕도는 군졸을 거느리고 대앞에 나
아가 벌을 청하고 있었다. 이때 주의가 조정에 들어가려는데 왕도가 부르면서 말하되 "백인
이 별별 소리를 다하면서 그대를 나무라더라" 하였는데  주의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대내에
들어가자 왕도의 충성을 극구 변론하고 매우 간절하게 구원을 청하였다. 대내에서 나오는데
왕도가 아직 문 앞에 있다가 또  불렀건만 응답하지 않고 혼잣말로 이르되 "금년엔  역적을
잡아서 말만한 금부적을 받아서 팔꿈치 뒤에다 매달 것이다"하였다. 그리고 이내 다시 표를
올려 왕도의 무죄를 밝혔는데 왕도는 그런 줄도 모르고 매우 원망하였다. 나중에 왕돈의 군
사가 도착하여 왕도에게 묻되 "주의를 살려줄까?" 하였는데, 왕도가 응하지 않자 왕돈은 주
의를 죽였다. 왕도가 나중에 궁중문서를 검열하다가 주의가 자기를  구제키 위하여 표를 올
렸던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르되 "유명사이에서  이렇게 좋은 벗을 저버렸구나!" 하
였다.
 총림에도 팔뚝 뒤의 부적이란 말이 있으니, 『춘추』후어에  조간자가 여러 아들에게 이르

 "내가 팔뚝 뒤의 부적을 상산 위에다 숨겨두었으니, 먼저 얻는 자에게는 상을 주리라"하였
다. 여러 아들이 앞다퉈 산으로 올라가서 찾았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 오직 양자 무휼
만이 돌아와서 이르되 "무휼이 이미 부적을 얻었으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분별하지 못합
니다"하였다. 조간 자가 자세히 설명하기를 명하니, 무휼이  이르되 "상산으로부터 내려오노
라면 임대라는 고을을 얻을  수 있습니다."하매, 조간자가 이르되  "무휼은 어질도다"하고는
태자로 세웠다.
 운암이 대중에게 보이되 "어떤 집 아이에게 무엇을 물으면 모르는 것이 없더라"하니, 동산
이 나서서 묻되 "그 집에 책이 몇 권이나 있던가요?" 하였다. 운암이 이르되 "한 글자도 없
느니라"하니, 동산이 이르되 "그렇게 많이 알다니"하고  탄복하매, 운암이 이르되 "밤낮으로
잠든 적이 없었느니라" 하였다. 동산이 또 이르되  "한 가지 여쭙고자 하는데 허락하시겠습
니까?"하니, 운암이 이르되 "이른다면 그것은 곧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하였다.  팔뚝 뒤의
부적을 누가 분별하리요? 한 것은 깊고 비밀하게 스스로만이 얻은 도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분별하지 못한다는 뜻이요, 집안에 서적을 갈무리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많이 안다는 것은,
태어나면서 아는 이는 상등이요, 배워서 아는 이는 다음이 된다는 뜻이다. 노새가 우물을 엿
보고, 우물이 노새를 엿본다는 그것을 쪼개서 구경할 길이 있겠는가, 배우고 알아서  남에게
전할 수 있겠는가? 협산이 이르되 "들은 가운데서 견해를 내고 뜻  위에 분별을 내면/눈 앞
에서는 아름다울 것이나 오래 쌓이면 병을 이룬다/ 청산과 백운은  원래부터 서로 어울리지
않나니/베틀도 실도 북에 걸지 않는 일이여/ 문채는 가로 세로 속마음이 다르다/ 가상의 한
가닥 길을 지혜로운 이는 성근 줄 알고/ 상서로운 풀이 뿌리 없음을 현명한 이는 귀히 여기
지 않는다" 하였는데, 천동이 마지막에 협산의 한 연을  전부 인용해다가 이 화두가 사유에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문채가 완전히 갖추었음을 밝혔다.  일러보라. 어떠한 삼매를 갖추었기
에 이렇게 될 수 있을까?
 다만 코끝이 없는지라, 어느 누구도 어쩔 수 없을 뿐이다.

 제53칙
 황벽의 지게미 먹기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계기에 임하여 부처를 보지 못하고 크게 깨달음에 스승이 존재하지 않는다. 건곤을 안정시
키는 검은 인정이 없고, 호랑이와 물소를 사로잡는 기개에는 성스러운 지혜가 없다.  일러보
라, 이는 어떤 사람의 계략인가?

 몬칙 드노라
 황벽이 대중에게 보이되 "그대들은 모두 술지게미나 씹는 첨지들이다.
 - 황벽의 문하이겠지.
 그렇게 행각해서야 어찌 오늘이 있을 수 있겠는가?
 - 지금이 이미 옛날 같지 못하니 뒷날은 마땅히 오늘 같지 못하리라.
 대당국 안에 선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하니,
 - 눈이 사해에 높았다.
 어떤 승이 나서서 이르되 "지금 제방에서  무리를 이끌고 대중을 거느리는 분들이  있음은
어찌합니까? 하매,
 - 황벽도 거기에 들지.
 황벽이 이르되 "선이 없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선사가 없다고 했을 뿐이다" 하였다.
 - 겨우 반쯤은 구제되었군!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이 화두는 너무 간략해졌다. 만일 전부를 든다면 이렇게 된다.
 어느날, 상당하여 이르되 "그대들 모두는 무엇을 구하는  가?" 하고는 이어 몽둥이로 내쫓
았다. 대중이 흩어지지 않으니, 선사께서  다시 이르되 "그대들은 모두 술지게미나  씹는 첨
지들이다" 하였으니, 당나라 때에는 사람을 꾸짖을 때 술지게  미를 씹는다는 말을 즐겨 썼
다.  제환공이 당상에서 글을 읽는데  수레를 깎는 편씨가 당하에서 수레를  깍다가 망치와
끌을 놓고 올라와서 이렇게 물었다. "감히 묻잡노니, 공께서 읽으시는 것은 누구의 말씀입니
까?" 공이 대답하되 "성현들의 전적이니라"하였다.  편이 다시 묻되 "성인이 계십니까?"  하
니, 공이 대답하되 "이미 떠나셨느니라" 하였다. 편이 다시 말하되 "그렇다면 공께서 읽으시
는 것은 옛사람의 지게미입니다" 하였다. 공이 이르되 "과인이 글을 읽는데 수레나 깍는 주
제에 무엇을 안다는 것인가? 대꾸가 있으면  가하겠지만 대꾸가 없으면 죽어야 하리라"  하
니, 편이 이르되 "신이 신의 일로써 관찰하건대, 수레를 깍는데 느슨히 하면  헐거워서 견고
하지 못하고, 꽉 조이면 빡빡해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느슨히 하지도 않고 꽉 조이지도 않으
려면 손에서 얻어지고 마음에서 느껴져야 합니다. 입으로는 말할 수 없으나 묘함은 그 사이
에 존재합니다. 신도 신의 자식에게 가르치지 못하고 자식 역시 신에게 배우지 못합니다. 그
러므로 신이 나이 칠십이 되도록 수레를 깍고 있습니다. 옛사람도 전하지 못하고 죽었을 터
인즉, 공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의 지게미입니다" 하였다. 또 이르되 "그렇게 행각해서는
다른 사람의 웃음을 살 뿐이다" 하였으니, 팔백 명, 천 명 모인 곳을 보거든  얼른 떠나되다
만 열을 올리거나 소란을 피우기만을 도모하지 말라고 하였다. 산승이 행각할 때에 간혹 풀
섶에서 어떤 첨지를 만나면 얼른 정수리에게  한 방망이 갈겨주어서 그에게 감각이  있으면
자루에다 쌀을 넣어서 공양했었다. 만일 그대들같이 전부 이렇게 수월한 자들이었다면 어찌
오늘 일이 있었겠는가? 그대도 이미 행각하는 이라 불리운다면 역시 정신을 바싹 차리는 것
이 좋겠다.  대당국 안에 선사가 없다는 말을 아는가? 황벽 이후에  암두와 나산이 이 법령
시행하기를 즐겼고, 근대에는 불일 북래와 경수의공이 죽을 때까지  뜻에 맞는 이가 없으되
차라리 후사가 끊어져 아무도 없어도 무방하게 여겼다. 향산  준화상과 우리 종조의 문손들
도 이 영을 시행했는데 모르는 자가 있으면  나서서 머리로 알기를 바랐던 것인데 과연 한
승이 나서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제방의 존숙들이  모두가 무리를 모아놓고 교화하는
데 어찌하여 선사가 없다고 하십니까?" 하니, 황벽이  이르되 "선이 없다고 한 것이 아니라
다만 스승이 없다고 했을 뿐이니라" 한 것이다.
 위산이 이 일을 들어 앙산에게 묻되 "어떤가?"  하니, 양산이 이르되 "거위왕이 우유를 고
르는 것이 실로 오리의 무리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하였더니,  위산이 이르되 "이는 실로
가리기 어려우니라" 하였다. 이에 오조  계가 그 승의 말을  꺼내 다르게 말하되 "화상께서
도리를 말씀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선 소리
에 익은 말씀이요, 찬 입술에 담담한 혀로다" 하노라. 석문 총은 이르되  "황벽의 법문은 기
특하지 않은 바는 아니나, 한 납자에게  건드림을 당하자마자 외짝눈을 잃어버렸다" 하였는
데, 만송은 이르노니 "그 승의 두 눈망울을 바꾸어버렸다" 하노라.  승천 종은 이르되 "오조
계의 눈빛이 사천하를 비추었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그래봤자 겨우 외짝눈이다"
하노라. "만일 황벽을 알아보려면 아직 멀었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과연!"이라 하
노라. "만일 정법안장은 붙들어 세우려면 모름지기 황벽종사 같은 분이라야 된다" 하였거니
 와, 만송은 이르노니 "비단 위에 다시 꽃을 수놓는구나" 하노라.  취암  진이 이르되 "제방
에서 헤아려 따지고는 문득 이르기를  황벽이 그 승을 주저앉혔다  한다" 하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그 승을 붙들어 일으킨 줄은 모르는구나!" 하노라. 또 이르되 "황벽이 그 승이 나
타나자 꼼짝도 못했다"  하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승과 속이 더욱  분명하니라" 하노라.  
또 이르되 "무슨 까닭인가? 취암이 문득 망설임을 일으켰으나 안개 속의 이리나 못 속의 수
달피도 일찍이 먹기를 금했었고 뜰의 새는 용맹을 기르다가 마침내는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닷새 뒤에 살 펴보라" 하노라.  황벽은 또 이르되 "그대를 보
지 못했는가? 마대사 밑에 80여인이 도량에 앉았었는데  모두가 그럭저럭할 뿐이요, 대사의
정안을 얻은 이는 겨우 두세 사람이었고, 그중에도 귀종이 가장 비슷했었느니라. 대저  출가
한 이는 이상에 말한 일의 갈피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사조문하의 우두 융대사도 횡설수설
했으나 위로 향하는 문빗장은 여전히 알지 못했으니, 이런 안목이 있어야 비로소 삿된 종당
인가 바른 종당인가를 가려낼 수 있느니라" 하였다.  간략히  들어 여기에 이르렀거니와 이
화두의 시종을 알려면 그뒤로 백십여 마디의 말씀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최초에 출
세하여 사람들게 보이신 말씀이기 때문에  제방에 요란스레 퍼지고 있다.  그중에도 설두의
송과 불과의 평창이 가장 상세한데 그래도 본록에서의 상당의 바른 뜻이 빠져 있다. 이것을
천동이 송해내니, 진선진미를 극진했다 하노라.

 송고

 갈래길 나누고 흰 실을 무들이기 지나치게 수고로웠고,
 - 아는 일이 적을 때 번뇌도 적고
 잎을 엮고 꽃을 엮다가 조상들을 잊었네.
 - 아는 사람 많을 때엔 번뇌도 많다.
 남쪽을 가리키는 조화의 칼자루는 묘한 손아귀에 있고
 - 하루아침에 권세가 손에 들어왔으니
 물과 구름을 담는 그릇은 진도에서 나온다.
 - 법령이 시행되는가를 살펴볼 때이다.
 번거롭고 자질구레한 것은 무찔러버리고
 - 코끼리는 토끼 가는 길에 다니지 않고
 솜털 같은 분별도 용맹하게 깎아 없앤다.

 - 크게 깨달은 이는 작은 절개에 구애되지 않는다.
 눈금 박힌 저울대요, 잘 비추는 거울이니
 - 털끝만치도 어둡게 하지 않는다.
 옥으로 만든 자일런가, 금으로 만든 검일런가?
 - 재고 헤아려 깊이 밝혀낸다.
 황벽노장이여, 가을 터럭까지 살피니
 - 별똥만치도 그를 속일 수 없다.
 봄바람을 가로막되 도도하게 굴지 않네.
 - 살피지 못했을 때를 미리 대비한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열자』 설부편에 이르기를, 양자의 이
 웃 사람이 양을 잃었는데 이미 그 권속들을 다 인솔하고서도 양자의 시종들까지 따라가기
를 청했다. 이에 양자가 이르되 "잃은 양은 하나인데 어찌하여 뒤쫓는  이는 많은가?" 하니,
이웃 사람이 대답하되 "갈래길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그들이 돌아온 뒤에 양을 찾았
느냐고 물으니 없어졌다고 하였다. 어째서 없어졌느냐고 다시 물으니, 갈래길에 또 갈래길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였다.
 『묵자』에 이르기를, 양혜왕 때 도덕있는 사람이 길을 가다가  흰 실에다 물을 들이자 갖
가지 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슬퍼하면서 이르되 "사람의 담연함은 성인의  바탕과 같거늘
나쁜 세속에 살기 때문에 물들어서 누스럽게 되었도다" 하였다.  갈래길 나누고 흰 실을 물
들이기 지나치게 수고롭다 할 때의 '노로'는 래와 효의 반절로서  료라고 읽어야 하니 수고

다는 뜻이다.  혹 수고로울 노자를 써도 무방하다.   을 엮고 꽃을 엮는다는 것은 초조 달마
의 송에 이르되 "내가 본래 이 땅에 온 뜻은  법을 전해 미혹한 유정을 깨우치려는 것이다.
한 꽃에 다섯 잎이 피니 열매는 저절로 이루어지리라"  한 데서 연유하니, 이것이 갈래길을
나누고 흰 실에 물을 들이는 것이다. 만일 대당국 안에  선사가 없다면 달마도 세상에 나올
길이 없을 것이다.
 『종경록』에 "남쪽을 가리키는 수레란 본래 미혹한 자에게 보이기 위함이요, 담을 비추는
거울이란 삿된 사람을 가려내기 위함이라" 하였다. 고금주에  이르기를 황제가 치우를 맞아
탁록에서 싸우는데 선우가 큰 안개를 피워내어 사방을 가리거늘 황제가 수레에서  손가락으
로 남쪽을 가리키니, 사졸들이 마침내는 선우를 생포하여 죽였다. 그리하여 남쪽을 가리키는
 차라는 호가 생겼다.
 진도라 함은 진류의 『풍속기』에 이르기를 순이 진하가에서 질그릇을 구었다고  하였는데
그뒤로 성씨가 되었다. 지금 성인 진( )은 진으로 발음해야 한다. 이는 현묘한 불매가 뭇 형
상을 빚어내고, 지혜의 바닷가 만 가닥의 흐름을 총괄한다는 뜻이다.
 번거롭고 자질구레한 것은 무찔러버리고 솜털 같은 분별도 깍아없앤다 함은 갈래길의 차별
을 버리고 잎을 엮는 곁가지를 잘라버린다는 뜻이다. 두를 형성 (눈금박힌 저울대)이라고도
부르는데 사시를 운행케 한다는 뜻이요, 잘 비추는 거울이란 매우 밝은 거울이란 뜻이다. 저
울은 무게를 재는 것이요, 거울은 미추를 밝히는 것이다.
 옥으로 만든 자라 함은 『습유기』에 이르기를, 우가 용문에  갔더니 여덟 신이 옥으로 된
간자를 주었는데 길이가 두 치로되 천지도 잴 수 있었다고  하였다. 금으로 만든 검이라 함
은 옛날에 금착도라는 돈과 금도서라는 주화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황벽이 제방납자들을 감별할 수 있는 저울대와 잣대를 손아귀에 넣었고, 겸하여 귀밝
기로는 개미 코고는 소리까지 듣고 눈밝기로는 가을  터럭 끝까지 살필 수 있음을 송한 것
이다. 그러니, 적을 때 방지하고 흐름이  약할 때 막아서 거센 봄바람을 가로막아  잠재우되
높은 체 도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성안사의 이화상의 죽순시에 이르되 "뿌리에다
바싹 칼을 내림이 좋으니/훗날 마디 밖에서 딴 가닥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니라" 하였다.



 제54칙

 운암의 대비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팔면이 영롱하고 시방이 활짝 트였다. 어느 곳에서나 광명을  뿜어 대지를 흔들고 어느 때
나 묘한 신통을 부린다. 일러보라. 어떻게 해야 드러내보이겠는가?

 본칙  드노라
 운암이 도오에게 묻되 "대비보살이 그렇게 많은 손과 눈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
니,
 - 그대가 그렇게 묻는 뜻이 무엇인가?
 도오가 이르되 "어떤 사람이 밤에 손을  뻗다가 무심히 베개를 만지는 것  같으니라" 하였
다.
 - 한바탕의 신통이라 예사로운 짓과는 같지 않다.
 운암이 이르되 "알았습니다" 하니,
 - 아직은 밝음에 속지 말아야 한다.
 도오가 이르되 "그대는 어떻게 알았는가?" 하였다.
 - 과연 놓치지 않는구나!
 운암이 이르되 "온몸에 두루한 손과 눈입니다" 하니,


 - 빈틈이 없지
 도오가 이르되 "이르기는 대단하게 일렀으나 겨우 팔분밖에 되지 않는다 하였다"
 - 제가 혀가 짧았나 봅니다 할 것을.
 운암이 다시 이르되 "사형은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하니,
 - 이치에 맞으면 곧 나간다.
 도오가 이르되 "온몸이 통째로 눈과 손이니라" 하였다.
 - 막힌 곳이 없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이고가 아호에게 묻되 "대비보살은 천 개의 눈과 손을  무엇에 씁니까? 하니, 아호가 이르
되 "금상께서 공을 쓰는 뜻은 무엇이요?" 하였다.  옛날 화복이라고 부르는 눈먼 산인이 있
었는데 비가 온 뒤에 길이 질건만 희고 고운 신을  신고 저자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산인에
게 묻되 "눈이 멀었는데도 어찌하여 진흙에 신을 버리지 않았는가?" 하니, 산인이 지팔이를
들어 보이면서 이를기를 "지팡이에 눈이 있소" 하였다. 이 산인의 일로 증험하건대 밤에 목
침을 더듬어 찾을 때엔 손에 눈이 있고,  밥얼 먹을 때엔 혀끝에 눈이 있고, 말소리를  들어
사람을 알아볼 때엔 귓속에 눈이 있다.  소자 첨이 귀먹은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엔 글씨만
을 쓰고는 다시 웃으면서 이르되 "나와 저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나는  손으로 입을
삼고 저 사람은 눈으로 귀를 삼는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6근이 서로 작용한다 하신 말씀
이 실로 속임이 없다 하겠다.   무진거사가 지은 노주 자암사 대비전  기문에 『대비경』과
『능엄경』을 들어서 가장 상세하다 하였다.  일찍이 어떤 책을 보니  대비보살이 옛날에는
묘선공주였다는 사실을 하늘 사람이  도선율사에게 일러주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32응신과  
백억 화신이란 것도 보는 이에 따라 같지 않으니 제각기 본 바에 따랐을 뿐이다. 천각이 또
이르기를 "천 개의 손이란 미혹한 이를 이끌고 중생을 제접함이 많다는 뜻이요, 천 개의 눈
이라 함은 광명을 놓아 어둠을 비춤이 넓다는 뜻이다. 만일  중생이 없고 진로가 없다면 한
손가락도 쓸모가 없거니 하물며 천만 개의 팔이겠는가? 눈동자 하나도 필요치 않거니 하물
며 천만 개의 눈이겠는가?" 하였다. 온몸에 두루함과  온몸이 통째로는 하필과 불필의 차이
여서 깊고 얕음이 있는 듯하나 실은 손해도 이익도 없다.  운거가 대중에게 보이되 "노승이
20년 전에 삼봉암에 있을 때  흥화가 와서 이르기를 '시험삼아 한  가지 물어서 염탐거리로
삼으려 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하였는데 노승이 그때에  기지와 생각이 둔하여 대답을 못
했으니, 그의 물음이 너무나 기묘해서 그를 저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가 이르기
를 '생각컨대 암주는 그 말에 대답을 못  할 것 같으니 절을 하고 물러가는 것만  못하겠다
'
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그때에  하필이라고 말할 줄을 몰랐다"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만일 용이하게 얻을 수만 있다면......." 하노라.  나중에 어떤  화주가 흥화에게 이
르니, 흥화가 묻되 " 그  산중의 화상께서 삼봉암에 계실 때에  노승이 일찍이 그에게 화두
를 물었더니, 대답치 못했는데 지금은  대답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하였다.  화주가 앞의
이야기를 고하니 홍화가 이르되 "운거는 20년  동안에 겨우 하필이란 말 한마디밖에 못  했
다.  흥화는 그렇지 않으니, 어찌 불필(그럴 필요가 없다)이라고 말한 것만 하겠는가?" 하였
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토끼뿔의 길고 짧음을 다투는도다" 하리라.  삼성은 이르되 "운거
가 20년 만에 이른 한마디가 겨우 흥화의 반달  거리에 비슷하다"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
노니 "허공꽃의 진함과 엷음을 다투는도다" 하노라.  어떤  승이 각범에게 묻되 "여러 노숙
이 보이신 법에 차이가 있습니까?" 하니, 각범이 이르되 "부처님께서 바보비구에게 비와 쓸
음을 외우게 하셨는데 하루는 크게 깨달아 큰 변재를 얻었으니라" 하였으니, 이것으로 납자
를 위하던 선덕들의 마음씨를 알 수  있을 것이나 천동의 처지에서는 또 어떻게  보았을까?
이렇게 송했다.

 송고

 한 구멍이 텅 비어 뚫렸고
 - 세로로는 삼제를 다했고
 여덟 모가 영롱하게 빛난다.
 - 가로로는 시방에 두루했다.
 형상도 없고 사사로움도 없이 봄이 풍류로 들어가니
 - 때에 맞추어 복을 받아들인다.
 머뭄도 걸림도 없이 달이 허공을 지난다.
 - 하염없이 앞 개울에 떨어진다.
 청정한 보배눈과 공덕의 팔이여,
 - 앞과 뒤를 두리번거리고 동쪽을 들었다 서쪽을 들춘다.
 온몸에 두루함이 어찌 온몸이 통째로 눈인 것만 하랴?
 - 설명을 더 할 수 없구나.
 현재의 손과 눈으로도 완전한 기능을 드러내니
 - 도적질한 장물이 이미 드러났다.
 큰 작용 가로 세로에 무엇을 숨길쏘냐.
 - 가함도 불가함도 아니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천동이 이르되 "한 구멍이 텅 비어 뚫렸고  여덟 면이 영롱하다" 하였으니, 마치 버들가지
핀 못가나 꽃핀 언덕에 따뜻한 햇빛, 따사로운 바람이 가득하지만 봄은 어디에 있으며 어떤
몰골인가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능히 사물에 응하고 때에  맞추어 머뭄도 없고 걸림도 없
이 마치 중천에 뜬 달이  자유로이 흘러가는 것 같으니 온몸  통째로이며, 온몸 두루했음을
족히 알겠다.  잠결에 손을 뒤로 뻗어 목침을 잡는 사람은 누구인가? 꼭두각시 무대 뒤에서
반드시 줄을 당기는 사람이 있다. 『능엄경』에 이르되 "8만  4천 청정한 보배눈과 8만 4천
모다라  팔과 8만 4천 청정한 머리가 있다" 하였는데 흥화의 타마절비 송에 이르되 "대비보
살이 천 개의 손을 가지고 있다지만 대장부 뉘라서 가지지 않았으랴?"  하였으니, 일러보라,
어느 것이 온몸 통째로인 눈인가? (스승께서 손으로 눈을 치면서 이르되) "묘!" 하였다.



 제55칙

 설봉의 반두 소임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얼음은 물보다 차고 푸른 빛은 쪽에서 나왔다. 소견이  스승보다 나아야 겨우 전해받을 수
있으니 자식을 길려 아비에게 미치지 못하면 가문은 한 세대 쇠퇴한다. 일러보라. 아비의 기
개를 빼앗을 자 그 누구더냐?

 본칙  드노라
 설봉이 덕산에서 반두 소임을 보았다.
 - 젊어서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어느날 밥이 는으니, 덕산이 발우를 들고 법당으로 왔다.
 - 늙어서도 마음을 쉬지 못하는구나.
 설봉이 이르되 "저 노장이 아직 종도 올리지 않고 북도 치지
 않았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를 가는가?" 하니,
 - 어린애들에게 엄마를 꾸짖는 법을 가르쳤구먼!
 덕산이 얼른 방장으로 돌아갔다.
 - 모두가 말없는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설봉이 이 일을 암두에게 이야기하니
 - 집안에 반란이 생기는군.
 암두가 이르되 "변변치 못한 덕산이 마지막 구절을
 알지 못하는군!" 하였다.
 - 애비가 자식의 허물을 숨길 줄 알면 정직함이 그 안에 있느니라.
 덕산이 듣고 시자를 시켜 암두를  불러다 놓고 이르되 "그대가 노승을  긍정치 않았다지?"
하니,
 - 기름을 뿌려 불을 끄려고 하는구나!
 암두가 자기의 뜻을 사뢰매,
 - 인간의 사사로운 말이 하늘에 들리기는 우레와 같다.
 덕산이 그만두고 물러갔다.
 - 과연 알지 못했구나!
 덕산이 이튿날 상당하여서는 과연 다른 날보다 다르니
 - 바람결을 따라 키를 돌린다.
 암두가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이르되 "저 노장이 마지막 구절을 알아서 다행이다.
 - 집안의 흉을 밖으로 퍼뜨리는구나!
 뒷날 천하 사람이 아무도 그럴 어쩌지 못하리라" 하였다.
 - 콧구멍이 어째서 내 손아귀에 있는가?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설봉은 고개를 숙이고 암자로 돌아갔고 덕산은 얼른 방장으로 돌아갔으니, 가장 잘 참구해
야 할 대목이다. 암두가 은밀히 그  뜻을 사뢰었다 하니 그대 일러보라, 무엇이라  사뢰었겠
는가? 덕산이 또 그만두고 물러갔으니, 가히 서로 만나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건만 마음을
움찔했다 하면 문득 서로 알아준다는 격이다.  덕산이 다음날 상당하여서는 과연 다른 날과
같지 않았으니, 이 또한 잘못으로써 잘못에 보태는 격이다. 암두가 승당 앞까지 내려와서 손
뼉을 치고 크게 웃으면서 이르되 "저 노장이 마직막 구절을 알아서 다행이다. 뒷날 천하 사
람이 아무도 그를 어쩌지 못하리라" 하였으니,  결코 후배들을 덮어누르는 말로만 생각지는
말아야 한다. "비록 그러나 겨우 3년뿐이다" 했는데,  덕산은 과연 3년만에 입적했다.  천각
이 송하되 "종소리 북소리 모두  없는데 발우를 들고 돌아가누나/암두가 슬쩍  던진 한마디
말씀이 우레같이 천지를 진동하였네/ 과연 3년밖에 살지 못하니/  그에게 수기를 받은 꼴은
아닌지......"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그대의 이불 호청  찢어진 줄 아는 것은 그대와 같
은 이불에서 잠을 잤음이 아니던가?" 하노라.
 명초가 덕산을 대신하여 이르되 "애닯다! 어디로 가는가, 어디로 가는가?"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콧구멍이 몽땅 남의 손아귀에 있구나" 하노라.  설두가 이르되 "외눈박이 용이라
고 일찍이 들었는데/알고 보니 원래가 눈 하나인 용이로다" 한  말이 있거니와 덕산이 이빨
없는 호랑이인 줄은 전혀 몰랐다 하리라. 만일 암두가 알아내지 못했더라면 어찌 오늘과 내
일이 같지 않음을 알겠는가?
 여러분은 마지막 구절을 알고자 하는가? 다만 노호가 "알았다고는 인정할 수 있으나  깨달
았다고는 허용할 수 없으니 반쯤 가리우고 반쯤 막아서 새나오는 허물도 모르는 도다" 하였
다.  대위 철이 이르되 "암두는 마치 높은 산의 돌이 갈라지는  것 같아서 백 리 밖의 길짐
승이 자취를 숨기는 것과 같은데 만일 덕산의 도량이 깊고 밝지 않았더라면 어찌 어제와 오
늘의 다름이 있으리요?" 했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이빨없는 호랑이지만 발톱은  아직 있
다" 하노라.  노조는 무릇 승이 오는 것을 보면 문득 벽을 향해 앉았는데 남전이 듣고 이르
되 "내가 평소에 그에게 이르기를 공겁 이전에 알아듣고, 부처님이 나타나시기 전에 알아보
았더라도 반밖에 얻지 못하리니,  그렇게 해서는 당나귀 해에나  얻으리라?" 하였는데 만일
남전의 뜻을 알면 암두를 볼 뿐만 아니라 천동과도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걸으리라. 천동의
송을 보라.

 송고

 마지막 구절을 알고 있는가?
 - 이것을 알려고 하지 말라. 알지 못하는 그것이 융통성이 있는 것이다.
 덕산부자는 지나치게 침묵으로 말한다.
 - 겉이 밝으면 속의 어두움을 알지 못한다.
 모임 속에 강남의 나그네도 있으니
 - 진에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사람들 앞에서 자고곡을 부르지 말라.
 - 멈출 수 있을까?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마지막 구절이 이와 같이 밝히기 어려우니, 덕산같이 곧고 준엄하며 암두같이 영리하고 준
수한 이도 지금껏 설명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듣지 못했는가? "몸이 태어나기는 쉬우나 몸
을 벗어버리는 도는 응당 어렵다" 하였느니라.  정곡의 시에  이르되 "꽃피고 달 밝은 누각
이 구구 가까이 있는데/ 맑은 노래 한 곡조가 금 술병을  기울게 한다/ 모임 속에는 강남의
나그네로 있으니/ 봄바람을 향해 자고곡을 부르지 말라" 하였는데 천동이 마지막의 두 구절
만 인용하여 다시 드는 수고를 덜었다.
 이렇게 든 뒤에는 어떠한고?(스승께서 자리에서 내려와 얼른 방장으로 돌아가셨다.)


 제56칙

 밀사의 흰 토끼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차라리 영겁 동안 지옥에 빠질지언정 여러 성인의 해탈을 구하지 않는다. 제바달다는 무간
지옥에서도 3선천의 즐거움을 누렸고, 올두람불은 유정천에서 삵의 몸으로 떨어졌다. 일러보
라. 이해가 어느 곳에 있는가?

 본칙  드노라
 밀사백이 동산과 함께 길을 가는데 흰 토끼가 눈앞을 달려 지나가니, 밀사백이 이르되 "날
쌔구나!" 하였다.
 - 풀숲으로 들어갔음이야 어찌하랴?
 동산이 묻되 "어떻습니까?" 하니,
 - 그대 더딘 것이 이상스럽다.
 밀사백이 이르되 "마치 백의가 재상벼슬을 배수한 것과 같다" 하였다.
 - 선 자리에서 허공으로 오르기는 쉽다.
 동산이 이르되 "거만스럽게도 그런 말을 하시는군요!" 하니,
 -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밀사백이 이르되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니,
 - 사람이 범을 해칠 마음이 없으면 범도 사람을 해칠 생각이  없다.  동산은 이르되 "여러
대의 번영이 잠깐 사이에 몰락했습니다"
 하였다.
 - 허공에서 떨어지기는 어렵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동산이 담주 신산 승밀선사와 물을 건너는데 동산이 묻되 "물을 건너는 법이 어떠합니까?"
하니, 승밀이 대답하되 "다리를 적시지 않습니다" 하였다.  동산이 다시 이르되 "거만스럽게
도 그 따위 말을 하시는군요" 하니, 승밀이 이르되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니, 승밀
이 이르되 "다리가 젖지 않느니라" 하였다.  교가에도 성품과  닦음의 두 문이 있는데 동산
은 공을 빌어 지위를 밝힘이라 하였다. 대체로 닦음을  인하여 깨달아서 범부로부터 성인에
들어감은 백의의 서민이 곧장 재상을 배수 받는 것 같고,  만일 먼저 깨닫고 나중에 닦아서
성인으로부터 범부로 들어감은 마치 여러 대의 영화가 본래 존귀하였기에 비록 만 가지 형
태로 몰락했으나 골격은 여전히 남는 것 같다. 그러기에  이르기를 "가난한 아들의 비유 속
에 이 도리를 밝혔고, 구슬을 바치는 게송에서는 비단휘장을 친 속에 드러났다" 하였다.
 그대들 모두는 두 존숙의 견처를 보고자 하는가? 천동이 한 장의 공초로 처리한 게송을 보
라.

 송고



 서리와 눈을 힘으로 겨루고
 - 가난하면 한 몸만을 선하게 하고
구름 위의 하늘을 평지같이 걷는다.
 - 현달하면 천하까지도 선하게 한다.
 유하혜는 모국을 떠났고
 - 쓴 박은 뿌리가지 쓰고
 사마상여는 다리를 건넜다.
 - 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다.
 소씨와 조씨의 꾀로 한을 일으켰고,
 -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돌고
 소부와 허유는 몸과 마음으로 요를 피했다.
 - 버들솜은 바람을 따라 나부낀다.
 영욕이 깜짝사인 줄을 깊이 믿는 터라.
 - 깨달으려면 실답게 깨달아야 하고 참구하려면 실답게 참구해야 한다.
 진실한 생각으로 자취를 감추어 어부와 나무꾼에 섞인다.
 - 그래도 신령한 거북이 진흙에 꼬리를 끄는 꼴을 면히 못하리.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쑥대는 비와 이슬을 탐내는데 소나무와 잣나무는 풍상을 견디어내니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송백의 절개를 알리로다. 이것이 인연을 따르는 법과 변하지 않는 법의 도리이다.  여러 대
에 누리던 영화가 일시에 몰락한다는 말씀은 힘있는 사람이라야 감당할 수 있으니 구름 위
의 하늘을 평지같이 걸어서 한 번 뛰매 곡장 여래의 경지에 든다 하여도 이미 한걸음  늦는
다. 여러 대의 영화이기에 본래 부귀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논어』에, 유하혜는 사사 벼슬을 했는데 세 번이나 쫓겨나니 사람들이 이르기를 "그대는
떠날 필요가 없지 않는가?" 하였다. 이에 유하혜가  이르되 "곧은 길로 사람을 섬기자면 어
디를 간들 세 번 쫓겨나지 않을 수 있으랴마는 굽은 길로 사람을 섬긴다면 어찌 부모의  나
라를 떠날 필요가 있겠는가?" 하였다. 사마상여의 자는 견자였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아홉
살 때에 남의 돼지목장에 가서 일을 해주다가 인상 여가 경상이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
도 상여라고 개명하였다. 그리고는 돼지 치는 일을 버리고  글방으로 가니 주인이 때리면서
막았다. 선생이 사연을 묻고 똑똑함을 알고는 문 밖의 초암에 묵게 하였으나, 10년 동안  책
한 권 주지 않고 떠나보냈다. 승선교 수레를 지나면서 기둥에 쓰기를 "사마 수레를 타지 않
고는 이 다리를 지나지 않겠다" 하였는데, 나중에 자허부라는 시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
때 양득의라는 장군이 어느날 대궐 안에서 묵게 되었는데 이 시를 읊으니 황제가 이르기를
"그런 시를 지은 사람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지  못함이 한 이요"하니, 장군이 아뢰기를 "현
재 촉 땅에 있습니다" 하였다. 황제가 가서 불러오라 명하매 함께 사마를 타고 승선교를 지
나 입궐하여 시중의 직위를 배수받았다.
 소하와 조참은 한고조의 창업을 도와 이룩했고, 소부와 허유는  요를 피해 귀를 씻고 소에
게 물 먹이기를 멈춘 사람들이다. 노자가 이르기를 "영광과 욕됨이 놀라움과 같으니, 얻어도
놀라움 같고 잃어도 놀라움 같다" 하였다.  위에 열거한 네 쌍과 여덟 가지 일이 모두가 한
구절은 밀사요, 한 구절은 동산인데, 묘하구나! 규봉이 비유를  들되 "황족이 몰락하여 천민
이 되었는데 오랫동안 습관이 성품이 되었다. 나중에 속량을  받아 본래의 지위를 회복하였
으나 삼단과 육예만은 다시 거듭 익혀야 배움의 힘이 바야흐로 완전해지는 것과 같다" 하였
다.  그러나 천동의 처지에서 보면 역시 계급에 떨어졌다고 하겠으니 듣지 못했는가? "영욕
이 놀라움 같음을 깊이 믿는 터이라, 진실한 생각으로 자취를 감추어 어부와 나무꾼에 섞여
들더라" 하였느니라.
 제57칙

 엄양의 한 물건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그림자를 희롱하기 위해 몸뚱이가 그림자의 근본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요, 소리를 지르
면서 메아리를 멈추게 하려는 것은 소리가 메아리의 뿌리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를 타고 소를 찾는 바보짓이 아니라면 말뚝으로 말뚝을  뽑으려는 짓임이 분명하다. 어찌
해야 이런 허물을 면할 수 있을까?

 본칙  드노라
 엄양존자가 조주에게 묻되 "한 물건도 가지 고 오지 않았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니,
 - 역시 분수 밖의 일이구나!

 조주가 이르되 "놓아버리라" 하였다.
 - 살에 붙은 속옷까지도 벗어버려야 된다.
 
 엄양이 다시 묻되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놓아버릴 것이 무엇입니까?" 하니,
 - 사람은 자기의 허물을 모르고 소는 자기의 힘을 모른다.
 조주가 이르되 "그렇다면 짊어지고 가라" 하였다.
 - 불러도 돌아보지 않으니 어찌하리요?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홍주 무녕현 신흥사의 엄양존자가 처음으로 조주에게  가서 묻되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였는데, 이는 어떤 승이  보자 에게 묻되 "망정이 생기면 지혜가
막히고 모습이 변하면 본체가 달라지거니와 망정이 생기기 전에는 어떠합니까?" 하니, 보자
가 이르되 "막혔느니라" 한 것과 같다. 바보스러운 무리들은 이르되 "망정도 생기지 않았는
데 막힐 것이 무엇인가?" 하는데, 이는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버릴 것이 무엇입
니까?" 한 것과 똑같은 맹팔랑이다.   조주가 이르되 "놓아버릴 수  없다면 짊어지고 가라"
한 것은 말 끝에 크게 깨닫게 한 것이다. 불과는 법어에서 이  부분에 대한 황룡의 송을 들
어 착어를 내렸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지만 두 어깨에 짊어지고 일어날 수가 없도다.
 - 불과는 착어하되 "눈 밝은 사람은 속이기 어렵다" 했다.
 
 말 끝에 홀연히 잘못을 아니,
 - 불과는 착어하되 "뒷걸음질 치다가는 구덩이에 빠진다" 하였다.

 마음 속의 끝없는 기쁨이로다.
 - 불과는 착어하되 "가난한 이가 보배를 얻은 것 같다" 하였다.

 독과 악이 마음에서 없어지니
 - 불과는 착어하되 "끝없는 묵은 업이 다할 때 청정해진다" 하였다.
 
 뱀과 범이 동무가 되도다.
 - 불과는 착어하되 "짐승들이 골고루 알아듣느니라" 하였다.

 적요한 천백 년이여! 말은 가풍이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하였다.
 - 불과는 착어하되 "뉘라서 우러르지 않으리요?" 하였다.

 선사(엄양)는 가는 곳마다 항상 뱀 한 마리와 범 한  마리에게 손바닥에데 먹이는 주는 것
이 과위를 얻은 사람 같았으므로 존자라 불리웠다. 옛 부처로 불리우는 조주와 존자는 범부
인지 성인인지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이니, 한 말씀을 토하거나 한 가지를 물으면 천추를 두
고 만인의 귀감이 되었다. 천동은  근일의 종장들이 거친 마음이 더욱  성해지는 것을 보고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는 송을 지었다.

 송고
 섬세한 행마을 막지 못해 선수에 졌으니

 - 흑백이 나뉘기 전에도 바른 가운데 치우침이 있다.

 마음 거칠었음을 스스로 깨닫고는 쑥스러이 고개를 숙였네.
 - 호구에다 바둑알을 놓았다.

 판이 끝나자 허리에 찼던 도끼자루 썩으니,
 - 일러보라, 지금은 어느 시점인가?

 범인의 뼈를 깨끗이 씻고 신선과 함께 거닐도다.
 - 머리가 가볍고 눈이 밝았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왕개보노인이 바둑 둘 때의 은어가 있었으니 이르되 "저쪽도 감히 먼저 하지 못하고, 이쪽
도 감히 먼저 하지 못한다. 감히  먼저할 수 없는 바로 그것 때문에  다툼이 없고 다툼없는
바로 그것 때문에 죽지도 살지도 않는 데로 들어간다" 하였는데, 바둑이란 앞서기를 다투는
법이다. 약하면 선수부터 약하고 지면 머리가 숙여진다. 조주는 상대가 손을 쓰기 전에 벌써
몇 수를 내다보는데 엄양은 그저 옆으로 달리고 곧게 들여치노라 군 점이 몇 갈래나 되었던
가? 그래서 도끼자루가 이미 썩은 줄도 몰랐다. 『왕씨신선전』에 전하는 말이 있다. 진 융
 안 때에 신안현에 사는 왕질이라는  사람이 나무를 하러 갔다가  현실판에 이르니, 석실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네 동자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왕질에게 무엇인가를 주는데 크기가 대
추씨 만한 것이 머금고 있으니  시장하지 않았다. 바둑이 끝나자 허리에  찼던 도끼 자류가
썩어내렸고 옷이 바람결에 다 날아가버렸다. 저물녘에 집에 돌아오니  이미 수십 년이 지났
다고 하였다.
 '놓아버리라, 짊어지고 가라'한 조주의 두 마디의 말씀이  힘줄을 뽑아내고 골수를 바꿔 주
어, 단번에 조주와 더불어 손을 잡고 함께 걸으면서 허공을  딛고 거뜬거뜬 움직이게 한 것
이다. 어떤 이는 이르기를 "맑고 한가로우면 참 도의 근본이요, 일이 없으면 작은 신선이라"
하였거니와, 일 없음으로써 일이 없다고 여기지 말아야 하나니 간혹  일은 일 없는 데서 나
오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제58칙

 금강경의 천대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경에 의지하여 뜻을 해석하더라도 삼세 부처님의 원수요, 그렇다고 경을 떠나서 한 글자를
설하더라도 도리어 마구니의 말과 같아진다. 원인에도 속하지 않고  결과에도 들지 않는 사
람, 그도 업보를 받겠는가?

 본칙  드노라
 『금강경』에 이르시되 "만일 남에게 천대를 받는다면
 - 나는 똥통의 꽁지벌레가 되리라.

 이 사람은 전생의 죄업으로 응당 악도에 떨어져야 할 것이어늘
 - 노승이 제일 먼저 들어가리라.

 지금 천대를 받은 까닭에
 - 총림에서는 노새가 용과 상을 걷어차는도다.

 전생의 죄업이 모두 소멸되리라" 하였다.
 - 어디로 가는고?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보거나 듣기만 해도 종자가 되는지라 8난의 중생이 십지에  뛰어오르고, 해와 행이 자기에
게 있는지라 한 생에 여러 겁의 과위를 완성하도다. 규봉은  이 경의 이 대목을 과목하되 '

를 바꾸어 성불함'이라 하였으니 이는 생사와 번뇌가  둘이 아니라는 뜻이요, 양의  소명태

는 이 대목을 과목하되 '능히 업장을 밝히는 부분'이라  하였다. 부대사는 이 대목을 송하되
"전생의 업장이 있어서/오늘에 경을 받아 지니나/잠시  남의 천대를 받는다/ 그러나 무거운
죄가 바뀌어 가벼워지는 것" 이라 하였으니, 이는 경에 따라 뜻을 풀이한  부분이요, 다음의
네 구절에는 제법 남자의 기풍이 있으니, 이르되  "의타의 분별에 의해 일어난 줄 알면/ 능
히 변계의 망정을 제하리니/ 항상  반야의 관법에 의지하면/ 원만히  이루지 못함을 걱정할
필요 있으랴" 하였으니, 앞의 네 구절은  공덕의 힘이요, 나중의 네 구절은 관과  행의 힘이
다. 육조께서 구결로 말씀하시되 "부처님 말씀에, '경을 지니는 이는 의당 모든 사람의 공경
과 공양을 받아야 하지만 여러 생에 무거운 업장이 있으므로 금생에 비록 이 경을 지니더라
도 항상 남의 천대를 받을 뿐 공경과 공양을 받지 못한다' 하셨지만 스스로가 경을 지닌 때
문에 아상․인상 등의 상을 일으키지 않으며, 원수와 친함을 묻지 않고 항상 공경을 행하며,
범하는 자가 있어도 벌하지 않고 항상 반야바라밀다를 닦으므로 여러 겁의 무거운 죄가 모
두 소멸한다. 또 이치로 말하자면 전생이란 앞생각의 망념이요 금생이란 나중생각의 깨달은
마음이다. 나중생각의 깨달은 마음으로 앞생각의 망념을 천대하면 허망함이  더 머물 수 없
다. 그러므로 이르시기를 '전생의  죄업이 곧 소멸한다'  하신 것이다. 허망한  생각이 이미  

라지면 죄업이 이루어질 수 없나니, 그것이 보리를 얻음이다"  하셨으니 이와 사의 두 가지
해석은 모두가 관과 행을 기준한 것이다.
 어떤 승이 운거에게 묻되  "듣자오니, 경에 이르기를 '이  사람이 전생의 죄업으로 악도에

어질 것인데 금생에 사람들의 천대를 받은 까닭에 전생의 업장이 곧 소멸한다" 하였다는데,
이 말이 무슨 뜻입니까?" 하니, 운거가 이르되 "움직이면 응당 나쁜  길에 떨어지고, 고요하
면 남의 천대를 받느니라" 하였고, 숭수 조는 이르되  "마음밖에 법이 있으면 응당 나쁜 길
에 떨어지고 자기만을 지켜 머물면 남의 천대를  받는다"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두
노장이 속기도 빠지지 않았도다" 하노라.  일러보라. 천동의 분상에는 또 어떠하던가?  그는
이렇게 송했다.

 송고
 공덕과 허물을 함께 꿰맸고
 - 오직 활짝 깨달은 사람만은 제한다.

 원인과 결과도 꽁꽁 엉켰다.
 - 그리고 법에 수순치 않는 이도 제한다.

 거울 밖으로 미쳐 달아난 연야달다요,
 - 발밑에서 연기가 난다.

 지팡이 끝으로 두드린 파조타로다.
 - 산산이 부숴졌구나!

 조왕단을 부순 뒤에
 - 신령함은 어디서 왔으며 성스러움은 어디서 왔는가?

 사례를 하러 오니
 - 부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리어 이르기를 전부터 나를 저버렸다 하더라.
 - 어찌 진작 말하지 않았던가?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공덕이란 경을 지니는 일이요 허물이란 전생의 업이니, 이미 허망한 인이 이루어지면 반드
시 허망한 결과를 부르기 마련이다.  『능엄경』을 보면 부처님께서 이르되  "네 어찌 듣지
못했는가? 신라벌성의 연야달다가 갑자기 어느날 새벽에 거울로 얼굴을 비추다가 거울 속의
얼굴은 눈썹과 눈이 분명한데 자기의 눈썹과 눈은 보이지 않으므로 도깨비의 탓이라하여 미
친 듯이 꼴사납게 찾으러 달려갔다. 네 생각에 어떠하냐? 이  사람이 무슨 까닭으로 이유없
이 미쳐 달려갔는가?" 하니, 부루나가 대답하되 "이 사람은 마음이 미쳤을  뿐, 다른 까닭은
없습니다" 하였다. 이는 참됨을 미혹하고 허망함을 집착한 것이다. 반야로 관조하는 것은 참
됨이요, 공덕이다, 허물이다, 원인이다,  결과다를 따지는 것은 허망함이니,  참 지혜가 앞에
나타나면 허망한 업이 소멸하여 아뇩보리가 환하게  본래부터 갖춰졌음을 안다는 뜻으로서,
이것이 교가의 견해이다.
 납자의 처지에는 어떠한가? 숭악의 파조타 화상이 살던 산밑에 묘당 하나가 있었다. 그 안
에 조왕신 한 분을 모셨는데 각종 짐승을 잡아 제사를  지냄이 끝이지 않았다. 화상이 시자
를 데리고 묘당으로 들어가서 지팡이 끝으로 조왕신의 머리를 세 번 두드리면서 이르되 "이
조왕신은 진흙과 질그릇으로 합해서 이루어졌는데 성스러움은 어디서 왔으며, 신령스러움은
어디서 일어났기에 이렇게도 산 짐승을 많이 죽이는고?" 하고는 다시 세 번 두드리니, 조왕
신이 무너져버리매 안국사께서 '파조타(조왕신을 때려 깬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윽

푸른 옷에 높은 관을 쓴 사람 하나가  나타나서 절을 하면서 이르되 "나는 본래 이  묘당의
조왕신인데 오랫동안 업보를 받다가 오늘 스님의 무생설법을 듣고야 이곳을 벗어나  하늘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정 와서 감사의 뜻을 드리는 터입니다" 하니, 화상께서 이르
되 "이는 그대의 본분이요  나의 억지소리에 인함이 아니다"하매,  조왕신이 재배를 하면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진흙과 질그릇으로 합해서 이루어졌는데 성스러움이 어디서 왔는가?"
하니 이는 나와 남을 가리지 않는 반야지이다. 참 지혜로  망업을 삼아 이제껏 저버렸던 것
을, 오늘에 와서 많은 생명을  죽인 것은 전혀 복됨이 없다고  꾸짖으면서 선로가 지팡이로
세 번 두드려서 당장 하늘에 태어나게 한 것을 치하한 것이다. 애닯다! 귀신은 악한 사람을
두려워해서 손뼉을 펴기 어렵고 도적은 장물 때문에 쉽게 고개를 숙인다.


 제59칙

 청림의 죽은 뱀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떠나는 것이 머무는 것이요, 머무는 것이  떠나는 것이다. 떠나지도 않고 머무르지도  않으
니, 그에게는 국토가 없다. 어디서 만날 것인가? 가는 곳마다에서다. 일러보라, 이 어떤 물건
 이기에 그토록 기특한가?

 본칙  드노라
 어떤 승이 청림에게 묻되 "학인이 지름길로 질러서 갈 때가 어떠합니까?"하니,
 - 발길을 들면 그대로가 도는 것이거니,

 청림이 이르되 "죽은 뱀이 길에 있으니, 그대 나서지 말기 바란다" 하였다.
 - 진작부터 독에 맞았습니다.

 승이 다시 묻되 "나설 때엔 어떠합니까?" 하니,
 - 그대 대담함을 허락하노라.

 청림이 이르되 "그대 목숨을 잃으리라" 하였다.
 - 과연 그럴 것이다.

 승이 다시 묻되 "나서지 않을 때엔 어떠합니까?" 하니,
 - 오직 그대에게 달렸다.
 청림이 대답하되 "그래도 피할 곳이 없느니라" 하였다.
 - 척척 들어맞는구나!
 승이 다시 묻되 "바야흐로 그러할 때가 어떠합니까?" 하니,
 - 아직은 서두르지 말라.
 청림이 대답하되 "도리어 잃어버리느니라" 하였다.
 - 비록 죽은 뱀이지만 놀릴 줄 알면 도리어 살아난다.
 승이 다시 묻되 "어디로 갔습니까?" 하니,
 - 믿어지지 않거든 품 속을 뒤져봐라.
 청림이 이르되 "풀숲이 깊어서 찾을 수가 없느니라" 하였다.
 - 머리 위로도 첩첩이 우거졌고 발밑에도 그러하다.
 승이 다시 이르되 "화상께서도 조심해서 지키셔야 되겠습니다" 하니,
 - 돌아왔구먼.
 청림이 손뼉을 치면서 이르되 "한결 같은 독기로다" 하였다.
 - 후백뿐이라 여겼더니 다시 후흑이 있구나.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균주 동산의 제3세이신 처건(또는) 선사가 처음 협산으로부터  와서 동산 오본에게 참문하
였다. 오본이 묻되 "어디서 떠났는가?" 하매, 청림이  대답하되 "무릉에서 떠났습니다" 하였
다. 다시 묻되 "무릉의 도법이 이곳과 견주면 어떠한가?" 하니, 청림이 대답하되 "오랑캐 땅
에는 겨울에도 죽순이 납니다."하였다. 오본이  좌우에게 이르되 "딴 솥에다  향기로운 밥을
지어 이 사람을 공양하라" 하였는데 그냥 나와버리니, 오본이 이르되 "이 사람이 뒷날 천하
사람을 모두 밟아 죽일 것이다." 하였다. 청림이 동산에서 소나무를 손질하고 있는데 유옹이
라는 이가 와서 선사(청림)께 게송을 구하니, 선사가 보여주되 "뾰죽뾰죽하기로는 석  자 남
짓하고/울창하기로는 잡초를 덮는다/뒷날의 그  어느 사람이/ 이 소나무  늙는 모습을 볼런
지" 하였다. 유옹이 이  게를 오본에게 바치니, 오본이  이르되 "유옹의 기뻐함을 하례하오.
이 사람이 동산의 제3세가 될 것이오" 하였다.  청림이 오본을 하직하고 산남부의 청좌산에
가서 암자에 머무르기 십 년 만에 홀연히 오본의 유언이 떠올라 이르되 "뭇  중생을 이롭게
하려면 어찌 작은 절개에 구애 되리요?"하고는, 수주로 갔다가 회중들이 토문의 소청림난야
에 머무르기를 청하매 이로 인해 청림이라 불리게 되었다. 어느날, 대중에게 이르되 "그대들
모두는 심․의․ 식을 떠나서 참구하여 범부와 성인의 길을 벗어나야 비로 소 보임할 수 있
을 것이다. 만일 그러지 않으면 나의 자식이 아니다" 하였다. 이때 어떤 승이 나서서 묻되 "
학인이 지름길로 질러서 갈 때가  어떠합니까? 하였으니, 그 승은  대비각에서 떠나 중도에
가서 자기의 지견을 다시 자랑하려고 곧장 가는 곧은 길을 물었으나 그것이 벌써 크게 돌아
가는 짓인 줄은 전혀 알지 못한다.  청림이 죽은 뱀이 한길에 놓였다하여 막았으나 그 승은
위험을 돌아보지 않고 이르되 "나설 때엔 어찌 됩니까?" 하니, 이미 독에 맞은 것이다. 어떤
이는 이르되 "어찌하여 방이나 할로써 정령을 행하지 않았을까?" 하거니와, 청림 역시 놓칠
세라 이르되 "그대 목숨을 잃으리라" 하였다. 그 승이 아픔과 가려움을 조금 느낀지라 벗어
날 길을 찾아 이르되 "길에 나서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하니, 청림이 이르되 "그래도 피할
곳이 없느니라" 하였다. 그리하여 청림 또한 모면할 길이 없어졌고, 그 승도  힘줄이 풀리고
힘이 다하여 이르되 "정히 그러할 때에 여하튼  어쩔 수가 없으니, 어찌해야 옳습니까?" 하
였는데, 청림이 이르되 "도리어 잃었느니라" 하였으니, 사람을 살리는 솜씨를  여기서 볼 수
있다. 불러들이기도 하고 내치기도 하고  사로잡기도 하고 놓아주기도 한다. 그대에게  몽땅
넘겨주었으나 따내서 가져가지 못하는 수가 있고 그대를 위해 들어올려 주었어도 놓쳐 떨어
뜨리는 경우가 있다.
 승이 다시 이르되 "어디로 갔습니까?"하니, 청림이 이르되
 "풀이 깊어서 찾을 수가 없느니라"하였으니,  없다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없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그 승은 아직도 괴이하게 여겨 이르되 "화상께서도 조심해서 지키셔야 되겠습니다."
하였는데, 청림은 한 마리의 죽은 뱀으로 그 승의 마지막 고집을 뒤흔들어 허리에다 감아주
고 발에다 얽어주노라 손뼉을 치면서 이르되 "한결같은 독기들이로구나!"  하였거니와, 만송
은 이르노니 "하늘을 그을리고 땅울 달군다" 하노라.   무진등은 이르되 "청림의 듬직한 기
개가 급하고 험준하여 한 세상의  빛일 뿐 아니라 여러 대의  표준이 될 것이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봄바람에 휘날리어 끝내 쉬지 않으리라"  하거니와, 다시 천동의 꽃을 불
고 버들을 흔드는 게송을 보라.

 송고

 도사공이 가만히 키를 꼬느니,
 - 밤중 깊은 산골에 배를 숨겨두었는데.......

 외로운 배는 한밤에 머리를 돌리네.
 - 맑은 물 위에 돛을 올린다.


 갈대꽃은 양쪽 언덕의 눈빛이요,
 - 너와 내가 현현하게 계합하고

 안개 같은 물은 한 강의 가을 풍경이네.
 - 위와 아래가 가만히 통한다.

 바람이 돛을 도우니 노를 젓지 않아도 가고
 - 흐름을 따라 묘함을 얻다.

 피리소리 달을 부르니, 창주에 내려와 비추도다.
 - 시름없이 앞개울에 떨어지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단하 자순선사의 송에 이르되 "긴 강이 맑았는데 달그림자 비치니/눈앞에  가득한 맑은 광
채 자기 집은 아닐런가/묻노라, 그 많던 어주들은 어디로 갔느냐/ 밤이 깊으니 으레 갈대숲
에서 묵누나" 하였다. 두 노인이 다 함께 조용한 못, 맑은 물, 높은 돛대,  외로운 배를 읊었
는데, 단하는 설두의 송을 인용했다. 이에 대해 현사화상이 이르되 "본시 낚시배의 나그네가
/머리만 깎고 가사를 수했는가?/불조의 지위에 머무르려 않고/밤이  되면 으레 갈대밭에 묵
는도다"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별다른 소리가 있으리라 여겼더니...." 하노라. 『고금
시화』에 이르기를 천협에서는 삿대잡이와 키잡이를 일러서  장년, 도사공이라 한다 하였는
데, 두시에서는 이르되 "촉의  소금과 오의 삼을  옛부터 교역했는데/만곡의 배가 바람같이
달린다/장년과 도사공의 구성진 가락 속에/한낮의 높은 물결 위에서 돈치기(일종의 놀음)을
하누나" 하였다.  이 일은 마치 배를 모는 것과 같아서 양쪽 언덕에 붙어도 안 되고, 중간에
머물러도 안 된다. 단하는 밤에 갈대밭에 묵는다 했고, 천동은 바람결에 맡겨버린다 했으니,
일러보라.  키를 꼬나서 뱃머리를 돌릴 때가 어떠한가? 밤이 깊었는데  갈대밭에 가서 묵지
않으면 중간도 양쪽도 아득히 벗어나야 하리라.


 제60칙

 철마의 암소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콧구멍에다 몽땅 갈무리하니 제각기 장부의 기상을 갖추었고,  발꿈치가 굳고 실다우니 어
찌 노파선을 배우겠는가? 코끝없는 허수아비를 꿰뚫어 알아야 비로소 진정한 작가의 솜씨를
보리니, 일러보라. 누가 그 사람일런고?

 본칙  드노라
 유철마가 위산에 오니,
 - 벌써 인사가 끝났는데.....
 위산이 이르되 "늙은 암소야, 너 왔느냐?" 하였다.
 - 벌집을 쑤시고 독사 껍질을 벗기는구나.
 철마가 이르되 "내일 오대산에 큰 재가 있는데 화상께서도 가시겠습니까?" 하니,
 - 독기가 불붙듯 이는구나.
 위산이 벌렁 몸을 던져 누으매
 - 중도에서 빠져나가는군!
 철마가 얼른 나가버렸다.
 -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구르는구나.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위산이 자신을 검은 암소라 하더니, 유철마에게는 늙은 암소란 이름을 붙여 불렀다. 이것이
작가들끼리 만나는 모양새이리라. 그가 비록 여승이지만  오랫동안 위산에게 참문하다가 위
산에서 십 리쯤 떨어진 곳에 암자를 꾸리고 사는 터였다.  어느날 자호에게 참문하니, 자호
가 묻되 "그 유명한 무쇠맷돌이 아니냐?" 하니, 철마가  대답하되 "과분합니다*" 하였다. 자
호가 다시 묻되 "왼쪽으로 도느냐, 오른쪽으로 도느냐?" 하니, 대답하되 "화상께서 헷갈리지
마 삽시오" 하매, 자호가 때렸다.  자호와 위산의 솜씨를 살펴보건대 놓아주기로 말하면  모
두 놓아주었고, 거두기로 말하면 모두 거두었다.  불과는 이를 일러 "격신구"라 표시했으니,
이는 뜻은 통하나 말은 막힌다는 뜻이다. 말과 뜻이 모두 통하는 도리를 알고자 하는가? 다
시 천동의 홀딱 벗은 송을 들어보라.

 송고
 백 번 싸운 공이 이루어져, 늘그막이 태평하니
 - 집안에 안정하여 생업을 즐기누나.
 걸림없는 이 뉘라서 저울 눈금을 다투랴?
 - 부유한 사람은 똑똑해 보인다.
 옥 채찍, 금 안장, 하루종일 한가하니
 - 있으나 없는 듯하다.
 밝은 달, 맑은 바람, 한평생 풍요롭다.
 - 써도써도 다함이 없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어린 중은 부처를 자주 들먹이고, 늙은 장수는 병졸의 일을 입에 담지 않는다.  산밑의 보
리밭이 푸른지 누른지 분간치 못하고 여릉의 쌀값이 어떤지를  모르거니, 다시 불법을 논한
들 꿈엔들 보겠는가?  동한의 『진번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번은 가풍과  명성을 세워
어두운 세속을 향해 목을 돋아 외치노라니, 험하고 좁은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렸다. 그러나
형 받은 사람이나 썩은 아전 등  두 종류의 사람을 만날 때엔 가풍도  명성도 세우지 않고,
험난한 이론도 펴지 않았다. 이렇게 걸림없이 평이함이 늙을수록 원숙해졌다고 하였다.  천
동이 이 일을 음미하고 찬탄해 마지않는  뜻이 무엇일까?  얻은 곳엔 자연히  계교를 잊고,
활용할 때엔 전혀 공덕을 들이지 않는다.


 제61칙

 건봉의 한 획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굽은 말씀은 알기가 쉬우니 한 손으로 전해주고, 곧은  말은 이해하기 어려우니 십자 네거
리에다 활짝 펴놓는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분명한 말을 하려고  하지 말라. 말을 분명히 하
면 벗어나기가 더욱 어려우니라. 믿지 못하겠거든 말해보라.

 본칙  드노라
 어떤 승이 건봉에게 묻되 "시방의 박가범이 한길로 드신 열반문이라 하였는데 그  길이 어
디에 있습니까?" 하니,
 - 빠른 말이 둔한 구덩이만 못하느니라.
 건봉이 주장자로 한 획을 긋고 이르되 "여기에 있느니라" 하였다.
 - 우선 반쯤은 믿어진다.
 승이 이 사실을 들어 운문에게 물으니,
 - 의심이 남았거든 다른 데 가서 참문하라.
 운문이 이르되 "부채가 뛰어 33천에 올라가서 제석천왕의 콧구멍을 쥐어질렀고
 - 중국말로 해주시오.
 동해의 잉어를 한 방망이 때리니, 빗줄기가 동이를  쏟는 것 같았느니라. 알겠는가, 알겠는
가?" 하였다.
 - 그렇게 해설해서야 더욱 알아듣기 어렵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월주 건봉선사에게 어떤 승이 묻되 "시방의  박가범이 한길로 드신 열반문이라 했는데  그
길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였으니, 이 물음은 본래  『능엄경』 제5권에 "이 아비달마는 시
방의 박가범께서 외길로 열반에 드신 문이다" 한 데서 나온 것인데, 그 길과 문호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만일 경에 의해 이 뜻을 풀이한  다면 여래께서 직접 말씀하신 부분
과 원통을 설하신 제 6권에서 문수가 직접 가려낸 것이 있거니와 납자의 처지에서 는  천동
이 일찍이 이르되 "시방에 벽이 없고 본래부터 난간도  없으며 사면에는 문도 없으니, 이것
이 그대로 들어올 곳이다" 하였다.  그러므로 건봉이 한  획을 긋고 이르되 "여기에 있느니
라" 하였는데, 모르는 이는 간혹, 건봉이 그 승에게 길을 가르쳐 준것이라 하거나 아니면 그
승에게 경계를 그어서 확정해준 것이지 결코 다른 유희가 아니라 하거니와 결코 그러한 도
리가 아닐 것이다.  그대 듣지 못했는가? 운문의 주해가 여덟 알의  쌀에 아홉 조각의 겨를
밝혀내듯 분명한데 황룡 남이 이르기를 "건봉은 한 번에 길을 가르쳐주어  간곡히 초심자들
을 위했는데 운문은 그 변화를 틔워줌으로써 후인들로 하여금 게으르지 않게  했다" 했거니
와, 만송은 이르노니 "조계의  파도가 이와같다면 끝없는 평지  사람이 쓸어 묻혀버리리라"
하노라.  운문은 오랫동안 건봉․조산․소산에 있었으므로  그 승은 반드시 건봉의  능력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와서 물은 것이다. 만일 도리어 건봉의 바늘과 실을 써서 물었따면
이는 나귀 매는 말뚝일 것이요, 별안간 목주의 가풍을 드러낸다 하여도 진시황의 도르래 일
것이다. 다만 잔을 떨어뜨려 접시가 일곱 조각 난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 승은 건봉의 뜻
을 알지도 못했는데 운문이 달리 한 가닥의 살 길을  터주노라 했으니, 마치 기름을 뿌려서
불을 끄려는 것 같고, 부채질을 해서 얼음을 녹이려는 것 같다. 죽암이 일찍부터 낌새를  치
고 송하되 "건봉은 지적해줄 필요가 없었고/운문은 골통품이나 뒤지는 일을 않았어야 한다/
그렇게 했더라면 자연히/동해의 잉어가 제석천왕의 콧구멍을  쥐어질렀을 것이다" 하였거니
와, 죽암을 다시 운문에게 견주  건대 자비가 지나쳐서 사람들의 분수에  넘어 알기 어렵게
했다고 하겠다. 천동이 싸늘한 눈길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약간 앞선 것만은 못하니 그는 이
렇게 송했다.

 송고

 손에 넣었으나 도리어 죽은 말을 고치는 의원이 되었고,
 - 벽력 같은 솜씨로 이리나 호랑이 같은 약을 쓴다.  혼을 불러들이는 향으로사 그대를 위
태로움에서 일으켰다.
 - 관을 막고 죽음을 구제하니 신비한 방문이 따로이 있더라.
 한바탕 온몸에 땀이 나게 한 뒤에야
 - 약이 쓰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
 비로소 이 몸의 수고로움을 믿으리.
 - 정수리와 얼굴까지 몽땅 파묻혔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건봉은 죽은 말 고치는 의원이라 그 승이 이미  죽은 사람이기에 고치지 못했으나, 운문은
반혼향을 얻었기에 이미 죽은 자를  다시 깨어나게 하였다. 『습유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의 연화 원년에 서역의 월지국에서 사신을 보내  와 향 넉 냥을 바쳤는데 크기가 참새알
만하고 빛은 오디와 같았다. 지시  원년에 서울에 큰 질병이 돌아  죽은 자가 태반이었는데
황제가 향을 꺼내 사르니, 죽은 지 사흘이 채 되지 않은  자는 모두 살아나고 향기가 석 달
동안 걷히지 않았다. 이 향은 취굴주 인조산에서 나는데 나무 모양새가 단풍 같고, 향  소리
(냄새)가 몇 리까지 풍기며, 그 이름은 반혼수라고 한다.  옥도끼로 밑둥을 베어서 옥가마에
달여 검은 환약을 만드는데 첫째는  경정혼이요, 둘째는 반생이요, 셋째는 진단이요  넷째는
각사라 부른다고 하였다.  천동이 소참에 이르되 "반혼향을 몽땅  거두어 얻었는데 한 무리
는 와서 도독고를 두드린다" 하였으니, 운문의 한 토막 이야기를 천동은 반혼향이라 불렀거
늘 제방에서는 도독고라 한 것이다. 설사 몸을 바꾸고 기개를 토해낸다 하여도 목구멍을 꽉
쥐어막지 못하거나 콧구멍을 막지 못하면 역시 온몸에 땀을 한바탕 흘려야 할 것이니, 지공
께서도 이르되 "본성품이 원래 공함을 갑자기 깨달으면 마치 열병에 땀을  낸 것 같으니라"
하였다.  비록 그러나 만송에게는 몇 대의 눈썹이 남았는지 보라.


 제62칙

 미호의 깨달음을 의지해야 하는가?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달마의 제일의제를 양무제가 어리둥절해했고 정명의 불이법문에 문수가 입을 열지  못했으
니, 여기에 끼어들어 작용할 분수가 있느냐?

 본칙  드노라
 미호가 승으로 하여금 앙산에게 가서 "지금의 사람(금시인:본분인의 대)도 깨달음을 의지해
야 합니까?"
 - 일찍이 미혹했었던 것이 있는가?
 하고 묻게 하니, 앙산이 대답하되 "깨달음은 없지 않으나 둘째 것에 떨어지는 것이야 어찌
하랴?" 하였다.
 - 어찌해야 면할 수 있으리요?
 승이 돌아와서 미호에게 사뢰니
 - 그것은 몇째 것인가?
 미호가 깊이 수긍하였다.
 - 긍정하기는 없지 않으나 둘째 것에 떨어짐이야 어찌하랴.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경조 미선사는 첫째는 미칠사라 하고, 둘째는 미호라 했는데 속가의 일곱째로서 수염이 가
장 아름다웠으므로 이렇게 두 가지 이름이  생기게 되었으니 팔방에서 그를 주옥으로  여겼
다. 그는 설봉의 법을 이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지금의  화두에 의거해보면 앙산과 함께 참
문하여 위산의 법을 이었음을 알겠다.  그 승이 바야흐로  묻되 "예로부터의 여러 현인들이
진정한 이치를 통달했습니까?" 하니, 미호가 "통달했다" 한 것이다.  그 승이 다시 묻되 "그
진정한 진리를 어떻게 통달했겠습니까?"  하였으니, 이는 "깨달음을  의지해야 하는가?" 한
것과 다르지 않다. 미호가 이르되 "옛날에 곽광이 가은성을  선우에게 팔 때에 계약서는 누
가 만들었겠나?" 하고 반문하니, 불과가 미호를 일러 "큰 선지식이다. 이름이란 헛되게 전하
지 않는 법이다" 했다. 승이 이르되  "저는 당장 입이 막혀 할  말이 없습니다"하니, 미호가
이르되 "느닷없이 사람을 담보로 삼는구나!" 하였다. 이렇듯 미호는 "통달한다" 하였고 앙산
은 "깨달음은 없지 않으나 둘째 것에 떨어지는 것이야 어찌하겠는가?" 하였으니, 만일 깨달
음을 의지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곳에서  이르기를 스스로 긍정해야 바야흐로 친해진다  한
것은 어찌하랴?  승묵화상이 항상 이르되 "투자는 옛 화두를 돌되 안으로 수려해서 예사롭
지 않고 꾸밈이 없다" 하였다. 일찍이 이 화두를  들고는 이르되 "그러나 앙산의 이런 말이
자기의 허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만일 면할 수 있다면 다시 누군가는 대단히 불평을 할
것이다. 만일 면할 수 있다면 역시 둘째 것에 떨어지게 된다. 미호도 비록 그를  긍정했으나
자기의 벗어날 길은 알고 있던가? 여러분은 점검해보라. 만일 점검해낸다면 두 사람은 사라
지겠지만 만일 점검해내지 못하면 아직 경솔히 굴지  말지니라" 하고는, 다시 송하되 "푸른
산봉 위에서 그대에게 이르노니/산이 끝난  데 이르러도 머물지 말라/설사  9월의 서릿발은
면할 수 있다 해도/신령한 싹, 봄을 모르는 것에 같을 수야 있으랴!"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
르노니 "봄바람을 만나지 못하면 꽃이 피지 못하거니와 꽃이 핀 뒤에는 다시 바람에 흩날리
리" 하노라.  남양 충국사께서 자린 공봉에게 묻되 "부처란 무 슨 뜻인가?" 하니, 자린이 대
답하되 "깨닫는다는 뜻입니다" 하였다. 국사께서 다시 묻되 "부처가 일찍이  미혹했었던가?"
하니, 자린이 대답하되 "미혹하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국사가  다시 묻되 "그렇다면 깨달아
서 무엇에 쓰겠는가?" 하였는데, 자린이 대답이 없었으니, 이것 역시 본래  미혹도 깨달음도
없다는 뜻이다.  "본래 미혹도 깨달음도 없단 말씀 삼대같이  많으나 영운만이 작가임을 인
정하노라" 한 설두의 시구를 항상사랑했거니와 깨달았다면 둘째 것에 떨어지고 깨닫지 못했
다 면 역시 사람들 스스로가 긍정해야 할 뿐이거니 어찌해야 좋을까? 천동에게 방편이 있으
니 그의 송을 보라.

 송고

 둘째 것이여, 깨달음을 나누고 미혹을 깨뜨리리니
 - 보주 사람이 도적을 끌고 가는구나!

 재빨리 손을 털고 옥로와 통발을 버리라.
 - 놓아버리라.
 공력이란 다하지 못하니, 육손이가 되었고
 - 끝내 분수 밖이라.
 지혜란 알기 어려우니,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을 깨닫도다.
 - 우임금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물 흐르는 소리만이 서쪽을 향한다.
 옥토끼가 얼음소반 위에 늙은이 가을 이슬에 울고
 - 연연하여 집착하면 감당치 못한다.
 추워 떠는 새는 옥나무에서 새벽바람에 깃들인다.
 - 주저앉으면 옳지 못하다.
 앙산 큰스님께 문제를 들고 와서 진과 가를 가리려 하니,
 - 한 점도 속이지 못하리.
 티도 흠도 전혀 없이 귀중한 백규일네.
 - 행여 건드려 깨뜨릴라!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둘째 것에 깨달음을 나누고 미혹을 깨뜨리며 밝음이 오고 어둠이 물러가며 지혜가 일어나
고 번뇌가 사라지거니와 이 모두가 도중의 일이다.  『주역약례』에 이르되 "옥로를 만드는
뜻은 토끼를 얻으려는 데 있으니 토끼를 얻었으면 옥로를 잊어야 하고, 통발을 만드는 뜻은
고기를 얻으려는 데 있으니 고기를 얻고는 통발을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말이란 형상의 옥
로요, 형상이란 뜻의 통발인데 말을 남겨두는 이는 형상을 얻은 이가 아니요, 형상을 남겨두
는 자는 뜻을 얻은 자가 아니다" 하였다.  만일 둘째 것에서 이르되 "깨달음과 통달함이 잠
시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 한다면, 다른 곳에서 이르기를 "설사 묘한 깨달음이 있더라도 역
시 토해버려야 한다" 한 것은 어찌하여야 되겠는가? 재빨리 손을 털고 집으로 돌아가서  다
시는 한 물건도 없게 되어야 비로소 옥로도 통발도 버리게 되는 것이다. 공부라든가 지혜로
안다는 것 모두가 둘째 것에 속하나니, 공부가 다하고 지혜로 알려는 일도 끝나기에 이르러
야 비로소 조그만치의 기미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장자』 외편 변무  제8에 이르되
"발에 육손이 붙은 것은 쓸모없는 살이 이어진 것이요, 손에 곁가지가 난 것은 쓸모없는 손
가락이다"하고, 그 주에 이르되 "변무는 엄지발가락에 이어진 둘째 발가락이요, 가지란 여섯
째 손가락이다" 하였다. 이는 공부가 다하지 못하면 마치  변무가 쓸모없는 살에 이어진 것
과 같다는 것이다.  『춘추』에 나오는 이야기다. 초문왕이 신을 치기 위해 등을 지나가는데
등기후가 이르되 "나의 생질이로다" 하고는 멈추게 하고 대접을 하였다. 추생, 염생, 양생은
초자(:초욍)를 죽이라고 청했으나 등후가 허락치 않으니  세 생이 이르되 " 등을 망칠  자는
반드시 이 사람이다. 만일 서둘러 도모하지 않으면 나중의  군왕은 뉘우쳐도 소용없을 것이
다" 하였는데, 주에 이르되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라" 하였다. 이는 지혜가  이르지 못하는
곳, 지혜로도 알 수 없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토끼가 늙었다" 함은 둥근  달을 이르는 말
이니, 단하가 이르되 "물 맑고 달 둥글 때 도인은 수심에 잠긴다" 하였고, "얼음소반", "가을
이슬에 운다" 함은 집착하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황경』에, "곤륜산 위에 낭간옥
수라는 나무가 있는데 열매를 맺으면 구슬 같으나  작다" 하였다. 『현중명』에 "신령한 나
무가 끝없이 우거졌어도 봉황은 의지하고 않고, 학과 함께 머무르지도 않는다" 하였으니 모
두가 연정에 집착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새는 춥고  처절하더라도 뿌리나 지엽에 떨어
지지 않으려 한다. 『시경』 억편에는 "백규의 티는 오히려 갈 수 있다"  하였는데, 옥 속에
있는 병을 티라 하니 바탕이 깨진 것이요, 겉에 있는  병을 흠이라 하니 색깔이 더러워졌음
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앙산이 진귀한 백규와 같이 티가  없어서 둘째 것에 떨어지지 않았
음을 송한 것이니, 어떤 것이 첫째  것인가? 크게 깨달은 뒤에야 바야흐로  옳지 못한 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63칙

 조주가 죽음을 묻다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삼성과 설봉은 봄의 난초, 가을의 국화가 같고 조주와 투자는 변씨의 옥, 연소왕의 금과 같
다. 눈금없는 저울대로 양쪽 끝을 평평히 달고 밑 없는 배로써 한 곳으로 건너가니, 이런 두
사람이 만날 때엔 어찌하겠는가?

 -본칙  드노라.

 조주가 투자에게 묻되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날 때가 어떠합니까?" 하니,
 - 염탐하는 장대가 손에 있다.
 투자가 이르되 "밤에 다니지 말고 날이 밝거든 가야 합니다." 하였다.
 - 염탐하는 풀단이 몸을 따라다닌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서주 투자산 대동선사가 처음 취미  무학선사를 뵈러 갔더니, 때마침  당에서 경행을 하고
있었다. 얼른 앞으로 다가서서 예를 올리고 묻되 "조사가  서쪽에서 온 비밀스런 뜻을 화상
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납자들에게 보이십니까?" 하니, 취미가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돌아
보았다. 투자가 다시 사뢰되 "스님! 지시해주소서!" 하니, 취미가 이르되 "다시 두 번째 구정
물 뒤집어쓰기를 바라느냐?" 하매, 투자가 활짝 개달아 절을 하고 물러갔다.  취미가 이르되
"그대는 퇴타하지 말지니라" 하니, 투자가 대답하되 "때가  되면 뿌리도 싹도 저절로 날 것
입니다" 하였다.  다른 날, 우연히 묻되 "어떤 것이 부처의 이치입니까?" 하니, 취미가 대답
하되 "부처란 이치가 아니니라" 하였다. 투자가 다시 묻되 "공에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까?"
하니, 취미가 대답하되 "참된  공은 공하지 않는다" 하고는  잇달아 참송(예언송)을 지었다.
"부처의 이치가 어찌 일직이 이치겠는가?/참된 공은 또  공하지 않는다/대동은 적주원에 머
무르면서/ 우리 스승의 종지를 널리 펴거라"  하였다.  투자는 본고향인 동성의 투자산으로
돌아갈 때 동성에서 처음으로 조주와 만나게 된다. 조주가 이르되 "투자암의 주인이 아니신
가?" 하니, 투자가 대답하되 "장 볼 돈이나 한푼 주시구려!" 하고 응수했다. 조주는 먼저 산
으로 올라갔고, 투자가 기름병을 들고 뒤따라  올라오니 조주가 이르되 "오래전부터 투자의
소문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 한낱 기름이나 파는 늙은이였군!" 하였다. 투자가 이르되 "그대
는 기름 파는 늙은이만 보았지 투자는  알지 못하는구나!" 하니, 조주가 이르되 "어떤  것이
투자인가?" 하였다. 투자가 기름병을 들어보이니, 조주가  "기름이여, 기름이여"하매, 투자가
찻상을 마련하여 대접하고 몸소 호병 하나를 들어 조주에게 건네 주었다. 조주가 개의치 않
으니 투자가 시자로하여 금 호병을 전하게 하매 조주는 시자에게 3배를 하였다. 일러  보라.
그의 뜻이 무엇이겠는가?
 소주 영광사 진선사가 상당하여 이르되
 "말의 경위가 틀리면 한 고향이라도 만 리나 어긋나리니,  바로 벼랑에 매달려 두 손을 털
고 스스로 긍정하여 알아차려야 한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 그대를 속일 수 없을 것이다
" 하였다. 조주가 이 뜻을 가지고 물었는데 투자가 아니었다면 끝내 대꾸조차  못했을 것을,
그는 이르기를 "밤중에 다니기를 허락치 않노니, 날이 밝거든 가거라"  하였다. 이는 속담에
껍질을 벗기지 말고 흰 버들지팡이를 달라는 것과 같으나 이치로 따진다면 조주가 말한 것
과 꼭 같으니, 조주가 이르되 "내가 일찍이 후백이었는데 하시 후흑이 있구나!" 하였다.  투
자는 이로부터 명성이 퍼지고 대중이 모여들어 위에 주청 했는데 예언에 맞추어 적주원이라
고 하였다. 백운 단이 송하되 "태어났건 죽었건 어금니가 여전히 드러났는데/ 날 밝으면 떠
나라 했거늘 벌써 간 이 있도다/ 뉘집의 별당을 연못 안에  세웠던가/ 한 쌍의 원앙새를 그
려내기 어려 울네" 하였거니와, 천동이 일필휘지로 그려낸 송을 보기 바란다.

 송고

 겨자씨 성과 겁 돌로 묘하게 그 시초를 궁구하고
 - 새로이 배운다는 티가 다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산 눈은 허공 속에서 끝없는 우주를 꿰뚫어본다.
 -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니, 그대 속일 수 없을러라.
 밤에 다니기를 허용치 않고, 새벽에 가라 했으니
 - 벌써 길에 나선 꼴이 되었는데........
 집안 소식을 기러기나 고기에게 전할 줄이야!
 - 벌써 경솔하게 소식을 전했는데......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지도론』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성이 있는데 사방으로 백유순이다. 그 안에 겨자씨
를 가득히 채우고, 백 년 만에 겨자씨 한 알씩을  꺼내어 겨자씨가 다하더라도 겁은 다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겁 돌이라 함은 범어의 겁파니, 번역하면 시간이다. 『누탄경』에, 사방
이 40리나 되는 커다란 돌 하나가 있는데 백년마다 하늘무리가 얇은 옷을 입고 내려와서 하
늘옷으로 돌을 스치고 지나가서 그 돌이 다 닳아 없어져도  겁은 다하지 않는다 하였다. 이
것이 겨자씨 성과 겁 돌이다.  이것은 신훈이 다하고 도리어 공겁 이전으로 돌아가야 산 눈
이 트인다는 뜻이다.  허공 속이라 함은 『장자』에 이르기를  "지도리는 허공 속의 자리를
찾아야 무궁한 사물에 응할 수 있다" 하였는데 이는 빙글빙글 끝없이 도는 데서  그 복판을
찾는다는 뜻이니 고리 가운데 빈 곳은 체요, 빙글 빙글 끝없이 도는 것은 용이다.  『시전』
에 이르되 "큰 기러기는 홍이요, 작은 기러기는 안"이라 했다. 서한의 사신이 선우에게 이르
되 "천자께서 상림에서 작은 기러기 한 마리를 쏘아 얻었는데 기러기 다리에 소무가 매어둔
편지가 있었소" 하니, 이로 인해 선우가 감히 속이지를 못했다. 또 한의 채백개에게 딸이 있
었는데 이름은 염이요, 자는 문희였다. 동사라는 이의 아내가 되어 연변리라는 소임을  맡게
되었으나 남편은 번인(흉노)에게 포로가 되고 염은 흉노왕의 왕비가 되었다. 그는 고향생각
이 나서 편지를 써 밀탄자에 넣어 기러기의 목에 달아  날려 보냈다. 기러기가 한나라 지경
으로 들어와서 물 마시는 동안 밀탄자가 떨어졌는데 이것을 고기가 삼켰다.  어부가 고기를
잡는데 그 고기가 잡혀 배를 가르자 밀탄자가 나와 그 속의 편지를 보고 염이 있는 곳을 알
게 되었다.  이는 "밤에 다니지 말고 새벽에 떠나라" 한 구절을 송한 것이니, 집안의 추태를
퍼뜨리거나 소식을 함부로 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그러나 아무리 위로 천동을 가리웠으
나 벌써 시자는 "법을 일러주셔서 고맙습니다"고 사례하였다.


 제64칙

 자소의 법맥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소양(운문)은 목주를 친견했으되 설로(설봉)에게 향을 올렸고, 투자는  원감을 뵙고 배웠으
되 대양의 법을 이었으니 산호가지 위에 옥 꽃이 피고, 치자 숲속에 금 과일이 열도다. 일러
보라. 이 무슨 조화인고?

 본칙  드노라
 자소수좌가 법안에게 묻되 "화상께서 개당을 하셨으니, 누구의 법을 이으셨습니까?" 하니,

 - 오늘날 이렇게 천덕꾸러기가 될 줄 진작  알았더라면 좋은 마음을 쓰지 않은 것이 후회
가 된다.
 법안이 이르되 "지장이니라" 하였다.
 - 은혜는 돌아갈 곳이 있다.
 자소가 다시 묻되 "장경선사에게는 너무 등지지 않습니까?" 하니,
 - 팔은 밖으로 굽지 않는구나!
 법안이 이르되 "나는 장경의 한 말씀도 알고 있지 않느니라" 하였다.
 - 거짓으로 모른 체 한 것을 모르는구나.
 자소가 이르되 "어째서 묻지 않으시는가요?" 하니,
 - 이리를 불러들였더니, 방 안에다 똥을 싸는구나!
 법안이 이르되 "만 가지 형상 가운데서 홀로 몸을 드러냈다 한 뜻이 무엇인가?" 하매,
 - 마주 보면서 들이대었다.
 자소가 불자를 세웠다.
 - 두 겹의 공안이로다.
 법안이 이르되 "그건은 장경에게 배운 것이겠지만 수좌의 처지에는 어떠한가?" 하니,
 - 매를 빼앗고 회초리를 빼앗는구나.
 자소가 말이 없었다.
 - 뛰어도 겨우 한 걸음을 뛰었구나.
 법안이 다시 이르되 "만 가지 형상 가운데서 홀로 그  몸을 드러냈다' 한 것은 만 가지 형
상을 무시한 것인가, 무시하지 않은 것인가?" 하니,
 - 엉클어진 등덩굴이 도리어 박덩굴에게 쓰러졌구나!
 자소가 대답하되 "무시하지 않은 것이다" 하였는데,
 - 말이 두 토막으로 갈리는군!
 법안이 이르되 "두 개로구나!" 하였다.
 - 눈 밝은 이는 속이기 어렵다.
 좌우에서 따라 참문하던 이들이 모두가 이르되 "만 가지 형상을 무시한다" 하니,
 - 더욱 볼 수 없구나!
 법안이 이르되 "만 가지 형상 가운데 홀로 몸을 드러내느니라. 척!" 하였다.
 - 두 몫을 한 꾸러미에 싸는구나!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법안이 오랜 동안 장경 능에게 참문하더니 어언 지 장의 법을 이었따. 장경의 문하에 자소
수좌가 있었는데 평소에 선사(법안)와 고금의  일을 토론했던 터라 마음  속으로 분함을 못
이겨 무리를 거느리고 무주로 가서 따져 물으려 한 것이다.  선사는 미리 알고 대중을 거느
리고 마중을 하되 특별히 예법을 다해 대접했다. 손과 주인의  자리 를 정하여 각각 불자를
걸고 차를 마시던 차에 자소가 느닷없이  정색을 하고 소리를 높여 따지고 들되  "장로께서
개원하셨는데 분명히 누구의 법을 이으셨습니까?"  하니, 선사가 대답하되 "지장이니라" 하
였다. 자소가 다시 따지되 "어찌 장경선사를 그토록 배반하십니까? 내가 함께 그 회하에 있
기 수십 년 동안 고금의 일을 따져 토론하되 조금도 간격이 없었거늘 어찌하여 도리어 지장
의 법을 이으셨습니까? 하였다. 그러나 이 일은  여러 생을 겪어야 함도 아니요, 오래 배워
야 함도 아니다. 마치 일숙각이나 고정 간의 처지를 어찌  외부 사람들이 따지고 들 일이겠
는가? 소수좌는 문풍을 두둔해 보호하려고  토론이 통하지 않는 자리에서 까닭없이  시비를
일으킨 것이다. 법안은 그때 이 무리들이 꽉 막힌 것을  가엾이 여겨 『십규론』을 지어 경
계해준 일이 있으니 학자들은 꼭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정과 도력의  높고 낮음은 하늘과
땅 사이 같으므로 본분의 일로써 그에게 이르되 "나는 그분의 한마디의  인연도 모른다" 하
였으니, 이것은 대가로서 따지지도 않고  다투지도 않은 채 도리어 장경의  회상에 있을 때
일찍이 익히 토론했던 일을 들어서 비교․증험하려 한 것이다.  자소는 지난날에 서로 사귀
었던 것만으로 슬쩍 부딪쳐보았다가 일곱 쪽, 여덟 조각으로 찢어졋고, 따르고 참문했던  무
리들이 급히 구제한다는 것이 도리어 꼴불견이 되었으니, 가히  군진이 패하니 비로 쓸어내
지 않을 수 없다는 격이 되어 자소와 대중은 섭섭하게 물러난 것이다.  법안이 그제야 비로
소 간단히 만류시켜 세우고 이르되 "수좌여, 부모를 죽인  죄는 오히려 참회할 길이 있거니
와 대반야를 비방한 죄는 진실로 참회하기 어려우니라" 하였으나, 자소는 끝내 대답이 없었
다. 이로부터 다시 법안에게 참문하여 자기의 견해를 개발했으나 개당은 하지 않았다.  옛사
람은 악하게 오면 선하게 응하고 화를 내며 오면 자비로  응했다. 그런 뒤에 평등한 부처님
자비로 깨우쳐주었던 것이다. 이 자소수좌가 법안의 법을 이었으나 그래도 두터운 공덕으로
첫마음을 씻어준 은혜는 다 보답하지 못했다. 천동이 소공(자소)의 물은 곳과 법안의 마지막
한 구절만을 가지고 송하니, 자연 머리와 꼬리가 반듯해졌다. 그의 송은 이렇다.

 송고

 망념을 떠나 부처를 보고
 - 낙엽이 지니 매의 눈길이 빨라지고

 쓰레기더미를 헤쳐 경을 끌어낸다.
 - 눈이 녹으니 말굽 자국이 얕아진다.
 
 현전에 이루더니 가풍의 법이여,
 - 모자라지도 않고 남지도 않는다.
 
 누가 가문을 세우겠는가?
 - 모두가 그 속에서 흘러나왔다.

 달이 배를 좇아 움직이니 강줄기 맑았고
 - 많고 적음에 걸림이 없고 가고 머뭄에 자유자재하다.

 봄기운이 풀을 따르니 불 탔던 흔적 푸르러지네.
 - 풀* 끝에서 협산을 알아차렸네.

 무시함인가, 무시하지 않음인가?
 - 움직였다 하면 반드시 양끝으로 달리는구나.

 간곡한 말씀 자세히 들으라.
 - 일에는 섬세함이 무방하거니

 세 가닥 오솔길이 거칠어지면 돌아가면 될 것이니
 - 언덕을 내려갈 땐 달리지 못하나니

 지난날의 솔과 국화는 여전히 향기로워라.
 - 쾌속한 인편은 만나기 어렵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원각경』서문에 이르되 "마음이 본래 부처로되 망념이 일어나므로 떴다 잠겼다  하는 것
이 사실상 언덕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지만 배가 가므로 언덕이 달리는 것같이 보이는 것과
같다" 하였고, 「화엄경」에서는 이르되  "하나의 큰 경전이 있는데  부피가 대천세계 같되
한 티끌 속에 숨어 있고, 모든 티끌도 또한 그러하다. 어떤 눈밝은 사람이 먼지를  깨뜨리고
경전을 끌어내어 모든 인간을 이롭게 구제한다" 하였다.  천동이 이 두 권의 경을 인용하여
한 연(짝)으로 만들어 만 가지 형상을 무시한다는 대목을 송한 것이나 그 만 가지 형상이란
어떤 형상이며, 홀로 드러났다는 것은 누가 드러났다는 것인가? 이렇게 현전에 이루어진 공
안이 가문의 법칙으로서 항상 존속하거나, 누가 다시 문호를 세우고 연단 말인가? 화엄종에
는 세 척의 배로 달을 구경하면 각각 배를 따라 움직이고, 한 가닥 맑은 강에는 천 리 밖까
지 외로이 응한다  하였다. 또한 혜승의 시에는 이르되 "강은  산세에 따라 나뉘고 봄 기운
은 불탄 흔적에 들어와 푸르르다" 하였고, 사현휘의 시에 이르되 "남은 노을이 흩어져 비단
을 이루고/맑은 강은 깨끗해서 바랜  무명 같도다/달은 세 척의  배를 따르고/봄은 일백 풀
끝을 따른다" 하였는데, 세 척의 배와 일백 가지 풀은 만 가지 형상이요, 달과 봄은 홀로 드
러 난 것이다.
 천동이 송에 "무시하느냐, 무시하지 않느냐?" 하였는데 지 나치게 마음이 성급했다 하겠다.
여기서는 그저 자세하고 간곡히 일러주어야 마땅한 것이다.  보지 못했는가? 자방상좌 역시
장경으로부터 법안에게 이르니, 법안이 앞의 이야기를 들어 물었는데 자방이 불자를 들어올
렸따. 법안이 이르되 "그래가지고야 또  어쩌겠는가?" 하니, 자방이 이르되  "화상의 높으신
뜻은 어떠하십니까?" 하였다. 법안이 이르되 "무엇을 만 가지 형상이라 부르는가?" 하니, 자
방이 대답하되 "옛사람은 만 가지 형상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법안이 다시 이르
되 "만 가지 형상 가운데 홀로 그 몸을 드러냈거늘 무엇을 일러 무시한다, 무시하지 않는다
하는가?" 하매, 자방이 활짝 깨달았다.  법안이 앞의 이야기 끝부분에서는 이르기를  "만 가
지 형상 가운데 홀로 그 몸을 드러냈다. 척!" 하였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이르기를 "만 가지
형상 가운데서 홀로 그  몸을 드러냈거늘 무엇을  일러서 무시한다, 무시하지  않는다 하는
가?" 했으니, 이른바 "떠나고자 하면 문득 돌아가고, 돌아오고 나면 문득  고향이 그다지 멀
지 않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속담에 맞는다 하겠거늘, 소공과 방공은 묘함을 규명하다가 종
지를 잃어 흐린 지혜로 흘러 헤맨 탓이리라.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이르되 "세 갈래 길
이 거칠어져가고 있으나 솔과 국화는 아직 남아있다" 하였다.  또 장후의 자는 원경인데 세
길을 만들어 놓고 양증․구중만을 청해 벗삼아 거닐었다. 이는  법안이 말을 듣고는 종지를
깨달아 두 스승의 묘법을 잘 개발하였으되 장경의 종지를 잃지 않았음을 송한 것이니, 어떤
것이 장경의 종지인가? 만 가지 형상 가운데서 홀르 그 몸을 드러냈느니라.


 제65칙

 수산의 신부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타타하고 사사하며, 박박하고 낙락하며,  도도하고 궐궐하며, 만만하고  간간해서 물어뜯을
수도 없고 접근하기도 어렵다. 일러보라. 이 무슨 이야기인고?

 본칙  드노라
 어떤 승이 수산에게 묻되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하니,
 - 퍽이나 신선하구나.

 수산이 대답하되 "신부가 나귀를 탔는데 시어머니가 끄느니라" 하였다.
 - 이게 무슨 도리인고?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여주 보응의 성념선사는 채주 사람으로, 성은 적씨였다. 풍혈에게 참문했더니, 풍혈이 이르
되 "옛날에 세존께서 푸른 연꽃 같은 눈매로 가섭을  돌아보셨다. 그때에 어떤 도리를 말씀
하셨을까?" 하니, 수산은 문득 물러가버렸다.  시자가  주실에 들어가 여쭙되 "염법화(수산)
가 어찌하여 화상에게 응답을 않았겠습니까?"  하니, 풍혈이 이르되 "염법화가 알았느니라"
하였다. 다음날 수산이 진원두(     )와 함께 올라가서 뫼시고 섰는데, 풍혈이 이르되 "어떤
것이 세존께서 말씀하시지 않은 말씀이던고?" 하니,  진원두가 대답하되 "비둘기가 나무 끝
에서 우는 뜻은 곡식밭에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풍혈이 이르되 "그대는 그렇게
많은 어리석은 복만 지어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어찌하여 말씀의 참뜻을 체득하지 않는
가?" 하고는, 이어 수산에게 묻되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고?" 하고는, 이어  수산에게 묻되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고?" 하였다,  수산이 대답하되 "옛길을  양양하게 걷는 이는 서글픈
감상에 빠지지 않습니다" 하였다. 이에 풍혈이 진원두에게 이르되 "그대는 어찌하여 염법화
의 대답을 귀담아 듣지 않는고?" 하였다.   수산이 나중에 출세( )해서 상당(  )하여 이르되
"정확히 알자면 물음을 가지고 나서지 말라. 물음은 대답에 있고 대답은 물음에  있다. 만일
물음을 가지고 온다면 노승은 그대들의 발밑에 있게 될  것이요, 그대들이 망설여 헤아린다
면 끝내 어찌해볼 길이 없을 것이다" 하였다.  어느날 죽비(  )를 들고 이르되 "그대들이 이
것을 죽비라 부르면 집착함〔  〕이 될 것이요, 죽비라고 부르지 않으면 등짐〔 〕이 될 것
이다. 그대들은 무엇이라 부르겠는가?" 하니, 섭현 ( )의 귀성( )화성이 빼앗아사 두  토막으
로 꺽어 섬돌 밑으로 던져버리고는 이르되 "이것이 무엇인고?" 하였다. 수산이 이르되  "할(  
, 눈이 멀었구나!)" 하니, 섭현이 문득 절을  하였는데, 제방에서는 이 일을 일러 "등지느냐,
집착하느냐의 관문〔  〕이라" 한다.  속담에 "뒤바뀜이여, 뒤바뀜이여, 신부가 나귀를 탔는
데 시어미니가 끄는구나" 하였는데, 불국( )이 이룰 송하되 "수산의 말씀이 고금에 전하는데
/ 이 말씀이 뒤바뀜을 뒤집었다고 말하지 말라 / 신부가 취한 채 나귀를 탔는데 / 사람들은
신랑이 끈다고 웃음을 못 견디네" 하였거니와, 천동이 재미나게송한 것만은 못하니 그의 송
을 보라.



( 송고 )
신부가 나귀를 탓는데 시어머니가 끄는 모습이여,
-초목같이 흔해서 들추어낼 필요조차 없다.

몸매가 멋스러워 어색하지 않도다.
-본으로도 떠낼 수 없고 그림으로도 그려낼 수 없구나.

우습구나, 이웃 아낙네가 찡그리는 흉내를 내다가
-공교로음을 자랑하다가 도리어 둔하게 되었구나.

사람들 앞에서 추태만 더할 뿐 예뻐지지는 않았다.
-곁에서 보는 사람에게 웃음을 사는구나.

( 명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원통 수(   )선사의 철벽송(   )에 이르되 "하루에 세 차례씩 머리를 감아 무엇하랴 / 뿌
리를 뽑아버리면 그만인 것을 / 대체로 피부와 골격이 남보다 예쁜  이는 / 연지곤지 안 발
라도 그대는 멋쟁이〔  〕니라" 하였는데, 수산이 대답한 말씀은  꾸밈새가 없는 것이 마치
자연 그대로의 새아씨의 몸매가 예쁜 것 같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시(  )가 속이 아파서 배
를 움켜쥐고 찡그리는 못난 꼴만 더했다는 일이 있다. 이는  보고 듣는 학문에만 힘쓰고 묘
한 깨달음을 구하는 데는 힘쓰지 않은 자가 애써서 멋지기를 바라지만 사지(  )와 팔맥(  )
을 곁에서 보는 이는 긍정치 않으리라고 꾸짖은 것이다.






















제66칙
구봉의 머리와 꼬리〔        〕

( 시중 ) 대중에게 보이시다.
  신통과 묘용(  )을 갖춘 이도 발을 내딛지 못하고, 반연을 잊고 생각을 끊은 이도 걸음을
옮기지 못하니, 이것이야말로 때로는 너무 달려버리고 때로는 너무 주저앉아버린 것이라 하
겠다니 어찌해야 좋을꼬?

( 본칙 ) 드노라
  어떤 승이 구봉( )에게 묻되 "어떤 것이 머리〔  〕입니까?" 하니
  - 높아서 위음왕(    ) 이전으로 초월했고
 
  구봉이 이르되 "눈을 떴으되 새벽을 느끼지 못하느리라" 하였다.
  -광명이 창호를 꿰뚫지는 못한다.

  승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꼬리입니까?" 하니,
  -홀로 공겁(   ) 뒤를 걷는다.

  구봉이 이르되 "만 년으 평상〔   〕에 앉지 않느리라" 하였다.
  -구멍에 사는 짐승은둥지에 깃들지 않는다.

  승이 디시 묻되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을 때엔 어떠합니까?" 하니,
  -먼저 갔으나 이르지 못하고 …….

  구봉이 이르되 "끝내 귀하게 되지 못하느리라" 하였다.
  -무엇에 쓰려는고?

  승이 다시 묻되 "바로 머리와 꼬리가 서로 합할 때엔 어떠합니까? 하니,
  -임금과 신하의 도리가 적합했고, 위와 아래가 똑같게 화합했느리라.
 
  구봉이 이르되 "아기들의 힘이 느는 것을 집안 식구들은 모르느리라ꡓ 하였다.
  -제각기 자기 분수에 안정에 있다.

( 명창 )
  군수(  ) 구봉 도건(    )선사는 복주(    )관회(  )사람으로 성은 유(  )씨였다. 비록 여
러 법석(  )을 두루 참방했으나 끝내는 석상(   )에게 인가를 받았다. 처음 구봉에 머무르는
현도(   )가 더욱 성대하더니 나중에 홍주(    ) 늑담(     )에서 마치대 대각(    )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어느날 어떤 승이 묻되 "어떤 것이 머리입니까? 하였는데, 만일 도안(    )이 밝게 트이지
못했거나 차별지(      )가 갖추어지지 못했다면 머리니, 꼬리니, 먼저니, 나중이니를 따지더
라도 마음이 어리둥절해서 대답할 길을  알지 못했을 것이나, 구봉은  이르되 "눈은 떳으되
새벽을 느끼지 못하느리라"한 것이다.
  어떤 승이 묻도 "사람마다 모두가 말하기를 ꡐ법을 청한다〔  〕ꡑ하는데 스님께서는  무
슨 법을 가지고 제도하십니까?" 하니, 구봉이 대답하되 "그대는 큰 산봉우리에 한줌에 흙이
부족했던 적이 있다고 여기느냐?ꡓ하였다.   승이 다시 이르되 "그렇다면  사해에 참문하러
다니는 이들은 무엇을 위해서이니까?ꡓ하니,  구봉이 이르되 "연야달다가  머리를 잃었다고
한 것은 마음이 스스로 미쳤기 때문인 것과 같으니라ꡓ하였다.  승이 다시 묻되 "미치지 않
은 이도 있습니까?ꡓ하니, 구봉이 대답하되 "있느리라ꡓ하였다. 승이 다시  묻되 "누가 미치
지 않은 자입니까?"  하니, 구봉이 이르되 "첫새벽에 길을 나선  이는 눈이 잘 뜨이지 않느
니라" 하였는데, 이것이 곧 눈을 뜨고도  새벽을 느끼지 못하는 본보기다.  승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꼬리입니까?" 하니, 구봉이 이르되 "만 년의  평상에 앉지 않느리라" 하였다. 또
어떤 승이 묻되 "어떤 것이  연등불 이전의 일입니까?" 하니,  구봉이 이르되 "애를 쓰고도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이니라" 하였다. 승이  다시묻되 "어떤 것이 현재의 연등불입니까?" 하
니, 지위에서 물러나서도 한가할 줄 모르는 자이니라" 하였으니. 이것이 만년의 평상에 앉지
않는 본보기다.  승이 다시 묻되 "머리는 있고 꼬리는 없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니, 구봉이
이르되 "끝내 귀하게 되지 못하느니라" 하였으니 눈을  뜨면 새벽을 느낀다는 것이다. 승이
다시 묻되 "꼬리는 있고 머리는 없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자, 구봉이 이르되 "배는 부르나
힘이 없느니라" 하였으니, 직위에서 물러나서야  한가할 줄 안다는 것이다. 승이  다시 묻되
"머리와 꼬리가 서로 맞을 때엔 어떠합니까?"  하니, 구봉이 대답하되 "어린애들이 힘을 얻
으니, 배가 부르면 힘이 생기는 것인데 집안 식구들은 그의 소중함을 끝내 알지 못하느니라
" 하였다.  「종경록(      )」에 이르되 "나의 종(  )에 들어온 이는 먼저 안 연후에 보임(  
   )을 해야 한다" 하였고, 또 이르되 "머리와 꼬리가  서로 맞아야 한다. 이치와 행에서 하
나가 빠지거나 마음과 입이 서로 어기게 해서는 안 되나니 만일 종경의 문중에 들어오면 이
치와 행이 모두 원만해진다" 하였다. 석상(    )은 구봉의 스승인데,  어느날 대중에게 보이
되 "처음 근기가 아직 큰일을 잡아들이지 못했거든 먼저 머리를 알아내면 꼬리는 스스로 온
다" 하였다. 소산이 나서서 묻되 "어떤것이 머리입니까?"  하매, 석상이 대답하되 "모름지기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하였다.  소산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꼬리입니까?" 하니, 석상이
대답하되 "신훈 (   )이 다한 것이니라" 하였다. 소산이 다시 묻되 "머리는 있고  꼬리는 없
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였다. 소산이 다시 묻되  "꼬리는 있고 머리는 없을 때가 어떠합니
까?" 하니, 석상이 다시 묻되 "머리와 꼬리가 곧장 서로 맞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니, 석상
이 대답하되 "그가  어떠한 계교를 짖지  않더라도 역시 그를  허락하지 않느니라" 하였다.  
 
그러므로 구봉이 이르되 "여러 상좌들이여, 옛사람이 머리를 이야기했더라도 오직 그대들로
하여금 있는 줄 알게 하려는 것이요, 꼬리를 말하더라도 신훈을 다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
데 이처럼 많이 상응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그러기에 그대들로  하여금 그 속에서 녹여 물
리치게 하고, 녹여 없애게 하여  마침내는 그대들로 하여금 신훈〔  〕의  공부와 상응하게
하며, 끝마치게 한 것이다. 만일 거기에 상당한 사람이라면 진실이 항상 여여함을  체득하게
되리니 다시 그런 말을 하지 않게 되리라. 비록 그러하나 모름지기 그러한 사람이라야 비로
서 옳으니 일단 제제마다 같은 소리를 하지는 말고, 부디노력하라. 이만!" 하였는데,  만송이
구봉의 공안으로 구봉의 공안을 진단해보건대 "주석이라면 주석이 끝까지  이르렀고 설명이
라면 설명이 끝까지 이르렀다" 하노니, 그 밖의 남은 의미는 천동의 송에다 맡기노라.

( 송고 )
규( )눈 둥글고 구(  )는 모나며
-쟁반은 둥글고 소반은 모나다.

활용하면 움직이고 버리면 감추어진다
-되는 되로써 움직이고 말은 말로써 움직인다.

둔해빠지기론 갈대밭에 앉은 새요,
-어찌 높이 날고 멀리 가는 이의 뜻을 이해하랴?

들까 날까 하기로는 울타리를 들이받은 염소로다.
-혼자서는 천하를 걷지 못하거니…….

남의 집에서 밥을 먹고는
-빨리 토해버려라.

자기으 잠자리에서 자는구나.
-결코 뿌리를 내리지 말라.

구름이 날아올라 비를 이루고
-봄에 나서 여름에 자란다.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된다.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는 갈무리한다.

옥 같은 실, 때를 만나 바늘귀를 통과했고
-꾸준히 이여져서 틈이 없다.

비단실 끊임없이 북 속(  )에서 흘러나온다.
-엎치락뒤치락해도 똑같이 나온다.

석녀(  )의 베틀이 멈춤이여, 밤 기운이 한낮이요,
-무늬를 가로 세로로 낸 것은 뜻이 남과 다르다.

목인(  )이 길을 바꿈이여, 달그림자가 중천으로 옮기도다.
-견해와 행이 신훈의 길에 저촉되지 않는다.

( 명창 ) 스승께서 이르시다.
  가로와 세로에서 묘함을 얻고 왼쪽과 오른쪽에서 근원을 만나는 사람이라 하노라. 「장자
(   )」에 이르되 "둥글다는 것은 규(  )에 맞는다는 것이요, 모나다는 것은 구(  )에 맞는다
는 뜻이다" 하였다.  공자가 안연(   )에게 이르되 "쓰여지면 도를 행하고 버려지면 도를 감
추나니, 오직 나와 그대만이 이런 도리를 가지고 있다" 하였다. 만을 그렇지  않다면 기둥에
아교칠을 하여 거문고줄을 고르는 격이요, 뱃전에 표를 새겨 칼 잃는 자국을 기록하는 격이
리라.  「보장론(     )」에 이르되 "대저 전진하고 수행하는 연유에는  그 안에 여러 갈의
길이 있다. 고단한 물고기가 물가에 머무르 것과 둔한 새가 갈대숲에 깃드는것 같음이 있으
니, 이 두 가지는 큰 바다를 알지 못하고 우거진 숲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행하는 사람
이 작은 길로 나아가는 것도 그 이치가 똑같다" 하였다.  「주역(   )」대장괘(    )에 이르
되 "상육(    )은 영양〔    〕이 울타리를 들이받은  것 같아서 물러날 수도 나아갈 수도
없으나 이로움도 어려움도 없으면 길하다" 하였다. "남의  집에서 밥을 먹고 사사로운 볼일
〔   〕을 본다" 는 말과 같다. 또 이르기를 "차가운 입으로  남의 뜨거운 밥을 먹을 줄 아
는 자를 만나기 어렵다" 한  것과도 같다.  나아가면 구름도 되고  비도 되거니와 들어가면
얼음도 되고 서리도 되니 이는 들락날락하는 꼴이라 족히 작가(    )가 될 수 없다. 바로 바
늘과 실이 꿰뚫고 솜발이 면밀해야만 베틀의 올이 멈추지 않고 무늬가 가로 세로에 찬한할
것이다. "석녀가 베틀을 멈출 바로 그때에 이미 벌써 목인(    )이 길머리를 바꾸었고, 밤기
운이 한낮을 향할 바로 그곳에 이미 벌써 달 그림자는 중천을 향해 옮기고 있다" 한  이 마
지막의 두 구절은 다만 한 구절일 뿐이니 요즘 유가(    )의 문사들이 말하는  구절을 건너
뛰는 짝〔 〕이라는 것이다. 만송이 이럲게 분별함〔      〕은 천동과 만나게 하기 위함이
거니와 여러분은 구봉을 저버려서도 안 될 것이니라.

 

 

 

 

[출처] 종용록|작성자 노원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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