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대로 살 뿐 / 혜암 성관 스님
혜암 성관(慧菴 性觀, 1920~2001)
오계는 살생하지 말고, 도둑질을 하지 말고, 사음하지 말고, 거짓말 하지 말고,
술을 먹지 말라는 것입니다.
산 목심을 죽이게 되면 무슨 죄를 받느냐?
다 말할 수 없지만 간략히 말해서 남의 목숨을 죽이면 내 명이 짧아집니다.
살생을 많이 한 사람들은 단명보(短命報)를 받아 오래 못 살고 병이 많아서
고통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병도 없고 오래 사는 분들은 지난 날 복을 많이 지은 분들이요.
이유 없이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내 한테 오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그래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콩 심으면 콩이 나고 밭 심으면 팥이 나는 것같이,
그림자가 따르는 것같이, 메아리가 울리는 것처럼,
이 세상은 감출 수가 없잖아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더라도 많은 사람 적은 사람들이 다 인과,
죄를 받는 것을 날마다 볼 수 있고 다달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물난리 만나서 너무나 한심스러운 그런 사람도 있고,
불난리로 산불 나가지고도 마을이 다 타버리지 않아요?
그런 것 뿐 아니라, 태풍난리, 바람난리도 얼마나 손해를 많이 봐요.
곡식도 그렇고 사는 집도 다 날아가 버리고...
그런 일 저런 일들이 전부 내가 만들어지고 받는 것이지,
아무 이유도 없이 오는 일은 없다고 그랬습니다.
그런 이치를 아는 사람들은 좋은 일이 오면 좋은 일이 온 대로 깨닫고,
'내가 이렇게 좋은 일을 언제 했던가?' 그렇게 거기서 더 좋은 일을 더 할
도리를 깨닫고 그런 일을 할 일이고, 나쁜 일이 오더라도
'내가 어느 때든지 이런 죄를 심어 놨구나' 하고 하늘 땅도 원망할 수 없는 거고,
나를 낳아준 부모들도 원망할 수 없는 일인 것이고,
집안 식구 일가 친척도 원망할 수 없는 일이고,
순전히 남을 원망할 일은 하나도 없고,
내 자신을 반성하는 깨달음의 시간입니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내가 분명히 좋은 일 했구나! 나쁜 일 했구나!' 하고 깨달을 시간인 것이지,
공짜배기는 없어. 이유가 없이 오는 일은 하나도 없으니까.
천지도 부모도 일가 친척도 나를 가르치는 스승도 원망을 하지 말라고 그래요.
전부 나한테로 돌려야지 돼요.
무슨 일이 오면 깨닫는 시간이지, 그걸 원망하고 짜증내고, 후회는 해야 되지만
그 후회 해봤자 소용없지.
깨달아 가지고 앞으로 참회해 가지고 다시 범하지 아니 해야겠다 하는
그 길이 필요 있는 것이지, 다른 생각해 봐야 아무 소용 없어.
그러니까, 너무나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많고, 고통받는 사람도 많은데,
몰라서 그렇지, 바른 말로 하자면 불쌍할 것도 없고
인과대로 자기가 지어서 자기가 받는 일이기 때문에 그게 다른 이유는 없어요.
'자기가 지어가지고 자기가 받는 일을 당하구나.'
제3자도 깨달을 시간이지, 거기서 아무 다른 일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
마음으로는 물론 불쌍한 사람도 있고, 너무나 처량한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 차별이 좀 있지만, 그것이 분명히 콩을 심어야 콩이 나는 것이지,
심지도 않은 콩을 "콩 나라. 콩 나라." 그렇게 해도 나는 법은 없어.
아무리 기도를 해도, 콩도 안 심어놓고 누가 "콩 나라 콩 나라" 해 보시오.
콩 나는가 안 나는가.
화장실에 가서 똥 누면서 '똥 냄새 나지 말라' 기도해 보라고.
기도해 봐야 똥 냄새는 나요.
그거는 억지로 되지를 않습니다.
이치대로 인과대로 그렇게 우리가 살 뿐이지,
우리가 무슨 그런 데에 대해서 능력도 없고 그
런 걸 해탈하는 재주도 없어.
그냥 깨닫고 당할 뿐이지.
그래서, 도둑질을 하면 어떤 죄를 받느냐?
이 세상에 남자나 여자나 가난한 사람들은 전 세상에 전부 도둑질 많이 한 사람입니다.
깊이 생각해 보면 부끄러운 일이지요?
가난한 사람은 '내가 도둑질 많이 했으니까 이렇게 가난하다'는 걸 알면
부끄러울 일이 생겨났지 않아요?
그러나 그것이 조금치라도 조작이 없습니다. 틀림없는 일이란 말이요.
부끄러운 일이요.
그렇게 도둑질을 많이 한 사람들은 가난하고, 뭔 일이 내 마음대로 안 되고,
모든 일을 하는데도 걸림돌이 생겨서 자유가 없다고 그래요.
그러니, 가난한 사람들은 '내가 이런 것으로 봐도 지난날에 남을 도와주고
복을 못 짓고, 이렇게 남을 해치고 남이 못 살기를 좋아했고,
이렇게 못되게 살아왔구나' 하는 그 증거가 나타났으니까,
거기서 깨닫고 '내가 앞으로는 다시 범하지 않아야겠다,
이런 죄를 안 지어야겠다' 하는 맹세를 하는 동시에
다시는 그런 죄를 지어서는 안 되지요.
차라리 손을 끊어버리고, 혀를 끊어버리고,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다리를 끊어 버릴지언정, 그 죄를 짓지 말라고 합니다.
속가에서도 나는 그런 거 많이 들었는데, 올바른 사람은 아들이 손으로
나쁜 짓을 하면, "이놈아! 가서 손을 끊어가지고 오너라.
그런 손가락을 어디다 써 먹겠느냐?" 그럽디다.
올바른 사람 아들들 가르칠 때 그런 말을 써먹더군요.
"그런 엉터리 없는 사람하고 어떻게 같이 산단 말이냐?
천지에서 주는 음식을 먹고 사는 사람이 그 천지의 은혜를 몰라보고
그렇게 죄 짓는 사람하고 같이 살기 싫다."
그런 말을 해가면서 가르칩디다.
그것이 정상적인 말이지 나쁜 말이 아니여.
사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나쁜 일 하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혜암 성관 선사 2000년 11월 18일 용맹정진 수계 법어중)
■ 혜암스님은…
“일체중생이 다 부처이니 자신을 보라"
혜암성관(慧菴性觀, 1920~2001) 대종사는 1946년 해인사에서 인곡(麟谷)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한암, 효봉, 동산, 경봉, 전강 선사 등 당대 선지식 회상을 비롯해 45하안거를 성만하며 참선 수행한 수좌이다. 특히 일일일식(一日一食)과 장좌불와(長坐不臥) 정진으로 수행자의 귀감이 되었다.
1947년 문경 봉암사 결사에 참여하여 불교재흥(再興)의 씨앗을 뿌리고, 이후 해인총림 방장,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조계종 종정을 역임하며 법등(法燈)을 밝혔다.
1999년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되고 처음 맞이한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불교신문과 특별인터뷰를 갖는 자리에서 “부처님은 고통받는 중생들의 참 모습이 무엇인지를 깨우쳐 주시러 이 땅에 오셨다”면서 “모든 것은 상자상의(相資相依)으로, 인류의 불행은 자신만 살겠다는 인간중심 철학에서 비롯됐다”고 경책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혜암스님은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연기적 세계관을 현실에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에 있다”면서 “일체중생이 다 부처이고, 이 시대의 부처는 자신의 본심이 천진불임을 아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2001년 12월31일 해인사 원당암에서 원적에 들었다. 세수 82세, 법랍 5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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