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영지(空寂靈知)
이 대담은 수심결에 있습니다.
어느 날 한 납자가 스님을 찾아뵙고 질을 하였다.
납자 : 상상(上上)의 뛰어난 사람은 들으면 쉽게 알지만
중하(中下)의 사람은 의혹이 없지 않을 것이니,
다시 방편을 말씀하여 이들도 알아듣게 해 주시지요.
지눌 : 道는 알고 모르는데 있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리석어 깨닫기를 기다리니
그 마음을 버리고 내 말을 들어라.
모든 법은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으므로
번뇌 망상은 본래 고요하고 티끌세상은 본래 공한 것이다.
모든 법이 다 공한 곳에 신령스러운 앎(靈知)이 어둡지 않다.
그러므로 공적(空寂)하고 영지한 마음이 바로
그대의 본래 면목(本來面目)이며,
또한 삼세의 부처님과 역대 조사와 천하의 선지식이
은밀히 서로 전한 법인(法印)이다.
이 마음만 깨달으면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부처의 경지를 올라 걸음마다 삼계를 뛰어넘고
집에 돌아가 단박 의심을 끊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과 천상의 스승이 되고
자비와 지혜가 서로 도와 자리(自利) 이타(利他)를 갖추고
인간과 천상의 공양을 받을 만하다.
그대가 이와 같다면 진짜 대장부이니 평생에 할 일을 마친 것이다.
납자 : 제 분수에 따르면 어떤 것이 공적 영지의 마음입니까?
지눌 : 그대가 지금 내게 묻는 그것이 바로
그대의 공적 영지의 마음인데,
어째서 돌이켜보지 않고 밖으로만 찾는가.
내 이제 그대에 분수에 따라 본심을 가리켜 깨닫게 할 테니
그대는 마음을 비우고 잘 들어라.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도록
보고 듣고 웃고 말하고 성내고 기뻐하고,
옳고 그른 온갖 행위를 무엇이 그렇게 하는지
어디 한번 말해 보아라.
만약 이 육신이 그렇게 한다면, 사람이 일단 죽게 되면
몸은 아직도 허물어지지 않았는데 어째서 귀는 들을 수 없고,
코는 냄새를 맡을 수 없으며, 혀는 말하지 못하고,
몸은 움직이지 못하며, 손은 잡지 못하고,
발은 걷지를 못하는가.
그러므로 보고 듣고 움직이는 것은 그대의 본심이지
육신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 육신을 이루고 있는 사대(四大)는 그 성질이 공하여
마치 거울에 비친 영상과 같고 물에 비친 달과 같다.
그런데 어떻게 항상 분명히 알며 어둡지 않고
한량없는 묘용(妙用)을 느끼는 대로 통달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말하기를 '신통과 묘용이여,
물을 긷고 나무를 나름이로다.' 라고 한 것이다.
또 이치에 들어가는 데는 길이 많으나
그대에게 한 문을 가리켜 근원에 들어가게 하리라.
한 생각이 곧 내가 있음이다.
한 생각이 곧 무량겁이라. "일념이 곧 무량겁"
이 말은 의상조사의 법성계에 있는 말(일념즉시무량겁)이기도 합니다.
한 생각이 끊어진 자리라 하기도 하고
한 생각은 곧 만년이라 하기도하고,
한 생각이 곧 무량겁일수도 있고,
한 생각이 온전히 끊어져 없기도 합니다.
한 생각이라 함은 망념을 말하는 것이며,
그러나 한 생각이 청정념이라고도 하여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마음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있는 듯이 보이나
찾으려면 없고 없는 것인가 하고 보면
곧 나타나고 하는 것이 마음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일체 모든 것에 즉하기도 하고
일체 것에서 멀리멀리 떠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 떠나서 어느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마음의 작용입니다.
마음이 곧 생명이기도합니다.
마음을 어찌 먹는가에 따라서 수명장수도 또 단명하기도합니다.
한 마음은 그래서 보배중의 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무진장 - 행운의 집
공적영지(空寂靈知)
공적영지(空寂靈知) 이 대담은 수심결에 있습니다.어느 날 한 납자가 스님을 찾아뵙고 질을 하였다. 납자 : 상상(上上)의 뛰어난 사람은 들으면 쉽게 알지만 중하(中下)의 사람은 의혹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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