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훌훌 털고 산과 바다를 찾는 바캉스의 계절. 하지만 복잡한 휴가지를 멀리 하고, 조용한 산사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나는 무엇이고,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탁류에 쓸려 가는 듯한 삶에서 자신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명상은 내면을 바라보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남방불교 수행지인 미얀마 파아옥 명상센터에서 1년여 수행을 하고, 국내에서 명상을 보급하는 정명 스님(경북 김천 성전사)에게 명상을 통해 자아에 이르는 길을 물었다.
고종관 기자
번뇌·미망 걷어내고 지혜에 다가서
명상은 괴로움(스트레스)을 걷어내고 지혜를 찾는 수행의 한 과정이다. 사진은 명상에 잠긴 정명 스님. | |
‘행복하신가요’. 정명 스님의 명상 지도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는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알맞은 명상으로 ‘선정으로의 여행(Journey to Jhana)’을 권했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 등을 떠밀리며 살고 있습니다. 조급증이 마음의 오염을 일으키고, 성냄은 마음의 고요와 평온을 깨뜨립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 급증하는 성인병이 우리의 행복하지 못한 삶을 보여주지요.”
스트레스는 어디서 올까. 그것은 원하는 기대치와 현실과의 차이에서 온다. 갈애와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이 괴로움의 근원이다.
“명상이 추구하는 것은 행복입니다. 고통이나 스트레스가 없는 고요한 마음입니다. 괴로움의 소멸이지요.”
수행 점검하며 차츰 깨달음 얻어
재가 수행자들이 경북 김천 성전사에서 선정삼매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해 정명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다. | |
명상은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내면의 세계로 인도한다. 하나는 도덕적인 삶을 바탕으로 한 ‘마음 집중(사마타)’이다.
“흔들리는 물속에선 바닥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번뇌와 미망을 걷어내야 지혜에 다가갈 수 있지요. 바로 도덕적 삶은 마음을 산만하게 하는 요인을 제거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고, 주지 않는 것은 갖지 않으며, 삿된 음행을 않고, 머리를 산만하게 하는 술과 마약을 하지 않는 계율이 선행돼야 선정삼매 수행의 조건을 갖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내 몸과 마음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위빳사나)’다. 그의 명상은 지혜를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나라 불교의 참선과 다르다. 참선에선 주로 화두선(‘이뭣꼬’와 같은 화두를 사용)을 통해 활연개오(일순간에 깨달음을 얻음)를 추구한다. 반면 위빳사나는 몸과 마음·감각·법(진리)을 관찰하면서 무상·무아·고(苦)·열반을 체득해 나간다. 스승과 문답을 통해 수행을 점검하며 점진적인 깨달음을 얻어가는 ‘통찰 수행법’이다.
들숨·날숨 접점 찾는 게 관건
명상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들숨(아나)과 날숨(파나)이 만나는 호흡의 접촉점을 찾는(사띠) 것이다. <표 참조> 호흡을 관찰하는 ‘아나파나 사띠’는 파아옥 명상센터의 수행법으로 원리는 쉬워 보이지만 생각을 집중하는 데에 이르기란 쉽지 않다.
“한 호흡을 하는데도 수많은 망상과 번뇌가 죽 끓듯 머릿속을 찾아옵니다. 내 의지는 그렇지 않은데 들리는 대로, 감각대로, 생각대로 끌려다닙니다. 이렇게 생각을 통제할 수 없으니 한 호흡도 알아차리질 못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정명 스님은 왜 호흡의 접점을 느끼도록 강조하는 것일까. 바로 한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없는 뇌의 구조를 이용한 것이다.
“한 공간에 두 개의 물건을 동시에 둘 수 없는 이치이지요. 마치 컴퓨터가 하나의 로직에 따라 연산처리를 하듯 우리 두뇌도 한 번에 하나의 대상만을 처리합니다. 이렇게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번뇌와 망상은 물론 마음의 오염원으로부터 멀어집니다.”
정명 스님은 선정삼매 여행을 하면 직장인은 생산성이, 학생은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는 낮아지고, 행복감이 높아진다고도 했다. 사회의 부속품이 아닌 ‘내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명상 시간 길어질수록 행복”
하지만 마음을 통제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그리 쉬울까. 쇠붙이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단련’은 천 번을 반복하는 단(鍛)과 만 번을 연습하는 련(練)이 합쳐진 의미. 그는 “번뇌 망상이 떠오를 때마다 단련을 통해 망상을 깨부수는 것이 곧 명상”이라며 “명상에 몰입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순수해지고, 청정해져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명 스님은 성전사에서 매달 일반인을 위한 4박5일 코스의 선정삼매 수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달 입회일은 31일. 첫날은 오후 2시에 도덕적 서원(계율에 대한 약속)을 하고, 다음 날부터 새벽 4시부터 밤 9시 취침 시까지 강행군한다(www.jungmyeong.com). 명상은 1시간30분씩 오전·오후 각 두 차례 진행되며, 중간에 예불·법문·산책 등 휴식 시간을 준다. 참여한 사람의 80% 정도가 수행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정명스님은
한양대를 졸업하고, 청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드렉셀대에 유학.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서 17년을 재직하다 2004년 옥천범음대 학장인 마일운 스님을 은사로 선암사에서 득도했다. 2006년 3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미얀마 파아옥 명상센터에서 수행했다. 지난해엔 남방선원의 일상을 일기 형태로 쓴 『구름을 헤치고 나온 달처럼』(불교정신문화원)을 펴냈다. 현재 경북 김천 성전사에 머물며 한 달에 한 차례 일반인을 위한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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