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동자는 무염족왕의 가르침에 따라 묘광성에 이르러 대광왕(大光王)을 만나법을 구하니, 왕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크게 인자한 깃발의 행(大慈幢行)’을 닦으며 그것을 충분히 성취하였다. 나는 한량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이 법을 묻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닦아서 장엄하였다. 나는 이 법으로 왕이 되었고, 이 법으로 가르치고 거두어 주며 수행하게 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인자한 마음에 머물러서 인자함으로 근본을 삼아 인자한 힘을 갖추게 한다. 그리하여 안락한 마음 ㆍ 불쌍히 여기는 마음 ㆍ 중생을 버리지 않는 마음 ㆍ 항상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주려고 하는 마음을 내게 해준다.
나는 이 법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항상 기쁘며, 몸에는 괴로움이 없고 마음은 청량하며, 생사의 애착을 끊고 정법으로 살아감을 즐거워하며, 번뇌의 더러움을 씻고 나쁜 업의 장애를 깨뜨리며, 생사의 흐름을 끊고 진정한 법의 바다에 들어가며, 모든 중생의 길을 끊고 온갖 지혜를 구하며, 마음바다를 깨끗이 하여 무너지지 않는 신심을 내게 한다.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인자한 깃발의 행’에 머물러서 바른 법으로 세간을 교화한다. 선남자여, 내 나라에 있는 모든 중생은 모두 나를 두려워함이 없다.
선남자여, 이 묘광성에 있는 중생들은 모두 보살들로서 대승의 뜻을 내었으며, 마음의 욕망을 따라서 보는 것이 같지 아니하다. 어떤 이는 이 성이 좁다고 보고 어떤 이는 이 성이 넓다고 보며, 흙과 자갈로 땅이 된 줄로 보기도 하고 여러 보배로 장엄한 줄로 보기도 하며, 흙을 모아 담을 쌓은 줄로 보기도 하고, 보배로 쌓은 담이 둘리었다고 보기도 한다.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마음이 청정하고 선근을 심거나, 부처님께 공양하여 온갖 지혜의 길로 나아갈 마음을 내어서 거기에 끝까지 이르려 하거나, 내가 과거에 보살행을 닦을 적에 거두어 주었던 사람이면 이 성이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다고 보지마는 다른 이들은 더러운 줄로 보게 된다.
선남자여, 이 국토에 있는 중생들이 오탁악세에서 나쁜 짓을 많이 지었으므로, 내가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구호하여 보살들의 ‘인자한 마음이 으뜸이 되어 세간을 따라주는 삼매’에 들어가게 한다. 이 삼매에 들어가게 되면 중생들이 가졌던 무서워하는 마음 ㆍ 해롭게 하는 마음 ㆍ 원수로 생각하는 마음 ㆍ 다투는 마음들이 모두 소멸되나니 왜냐하면 보살들의 ‘인자한 마음이 으뜸이 되어 세간을 따라주는 삼매’에 들어가면 으레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마땅히 보게 될 것이다.”
이때에 대광왕이 이 삼매에 들어가니 그 성의 안팎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보배땅 ㆍ 보배담 ㆍ 보배강당 ㆍ 보배궁전 ㆍ 누각 ㆍ 섬돌 ㆍ창호 등 모든 것에서 묘한 음성을 내며 왕을 향하여 경례하며, 묘광성 안팎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한꺼번에 환희용약하면서 왕이 있는 데를 향하여 땅에 엎드려 예배하였다. 왕의 처소에 가까이 있던 새와 짐승들도 서로 쳐다보고 자비한 마음을 내어 왕을 향하여 공경하고 예배하며, 모든 산과 들과 초목들도 두루 돌면서 왕을 향하여 예경하고 못과 물과 샘과 강과 바다가 모두 넘쳐 솟아서 왕의 앞으로 흘러갔다. 일만의 용왕과 천왕들이 허공에서 풍악을 연주하고, 무수한 천녀들은 노래하고 찬탄하면서 수없는 꽃구름을 비내리며 왕에게 공양하였다.
또 한량없는 나찰왕 ㆍ 야차왕 등 악독한 중생들이 피를 마시고 살을 먹어 중생을 해치던 것들이 자비심을 일으키고 이익된 일을 행하며, 후세의 과보를 분명히 알고 나쁜 업을 짓지 아니하며, 공경하고 합장하여 왕에게 예배하였다.
이때 대광왕이 삼매에서 일어나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크게 인자함이 으뜸이 되어 세간을 따라주는 삼매문을 알 뿐이다.”
대광왕이 설하고 있는 보살의 ‘크게 인자함이 으뜸이 되어 세간을 따라주는 삼매문’의 법문은 보살이 대자비를 근본으로 해서 세간의 여러가지 중생들을 교화하여 구제하는 법을 설한 것이다. 대승의 보살행은 어디까지나 중생을 위한 크나큰 자비심이 근본이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활동 작용하여 여러 가지 지혜로 나타나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다. 왕의 이름이 대광(大光)인 것은 항상 중생들을 크게 이롭게 해주고자 하는 삼매의 빛으로써 여러 중생들을 비추어 그들을 이롭게 하고 자유자재하게 교화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한 것이다. 대비심은 참으로 커다란 힘이 있어서 중생들의 잘못되고 악한 마음을 바로잡아 선업을 짓게 하며, 그것을 가짐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보고 열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대광왕이 ‘크게 인자한 마음이 으뜸이 되어 세간에 따라주는 삼매’에 들어가니 주변세계가 아름답게 변하고 악독한 중생들이 악업을 그치고 자비심을 일으키게 되었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내용을 나타내는 것이다.
권탄준/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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