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등근(藤根)이라는 나라의 보문성(普門城)에 이르러서 그를 발견하고 예배드린 후에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는 법을 물었다. 이에 대해서 보안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모든 중생의 풍병·황달병·해소·열병·귀신들린 병 등의 여러가지 병을 알아서 모두 치료할 수 있다. 시방의 중생들이 병이 있어서 나에게 오면, 모두 다 치료하여 낫게 해준다. 또 향탕으로 몸을 씻기고 향과 꽃과 영락과 좋은 의복으로 잘 꾸며주고 음식과 재물을 보시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게 해준다.
그런 뒤에 그들에게 각각 알맞게 법을 말하는데, 탐욕이 많은 이는 부정관(不淨觀)을, 미워하고 성내는 일이 많은 이는 자비관(慈悲觀)을, 어리석음이 많은 이에게는 갖가지 법의 모양을 잘 분별하도록 가르친다.
그리고 이 세가지가 잘 다스려진 이에게는 훌륭한 지혜의 법문을 설한다. 즉 그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하려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대비심을 일으키게 하려고 무량한 윤회의 고통을 나타내며, 공덕을 늘게 하려고 한량없는 복과 지혜를 모으는 것을 찬탄하며, 큰 서원을 세우게 하려고 모든 중생을 조복시키는 것을 칭찬하며, 보현의 행을 닦게 하려고 보살들이 모든 세계에서 온갖 겁 동안에 여러가지 행을 닦는 것을 말한다.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을 갖추게 하려고 단나바라밀다를 칭찬하며, 부처님의 깨끗한 몸을 얻어 온갖 곳에 이르게 하려고 시라바라밀다를 칭찬하며, 부처님의 청정하고 부사의한 몸을 얻게 하려고 참는 바라밀다를 칭찬하며, 여래의 이길 이 없는 몸을 얻게 하려고 정진바라밀다를 칭찬하며, 청정하고 같을 이 없는 몸을 얻게 하려고 선정바라밀다를 칭찬하며, 여래의 청정한 법의 몸을 드러내려고 반야바라밀다를 칭찬한다.
그들로 하여금 세존의 깨끗한 육신을 나타내게 하려고 방편바라밀다를 칭찬하며,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겁에 머물게 하려고 서원바라밀다를 칭찬하며, 청정한 몸을 나타내어 모든 부처님 세계에 지나가게 하려고 힘(力)바라밀다를 칭찬하며, 청정한 몸을 나타내어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기쁘게 하려고 지혜바라밀다를 칭찬하며, 끝까지 깨끗하고 묘한 몸을 얻게 하려고 모든 착하지 않은 법을 아주 떠날 것을 칭찬하니, 이렇게 보시하여서 각각 돌아가게 한다.
선남자여, 나는 또 여러가지 향을 만드는 법을 알아서 여러가지 향을 만들 수가 있다. 나는 이 향으로 공양하여 여러 부처님을 뵈옵고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소원·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는 소원·모든 여래께 공양하는 소원을 가득히 내게 된다.
선남자여, 이 향을 사를 때에 낱낱 향에서 한량없는 향기가 나와 시방 모든 법계와 모든 부처님 도량에 풍기니 아름다운 여러가지 모습으로 곳곳에 가득히 장엄하게 된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을 두루보고 환희케 하는 법문’만을 알 뿐이다.”
이상에서 보안장자는 설한 법문은 모든 법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지혜로써 모든 부처의 지혜 방편을 개발해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 지혜에 들어가 환희케 하는 법을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선재동자가 보살도를 물었는데, 보안장자는 먼저 중생들의 여러가지 병을 치료해주는 것을 말하고, 의복 ㆍ 음식 ㆍ 재물을 보시하여 모자람이 없게 해주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비로소 보안장자는 번뇌와 같은 중생의 마음의 병을 지혜로써 비추어 보아 각각 알맞은 수행법을 제시하고, 마음을 평정하게 잘 다스리고 있는 이에게는 훌륭한 지혜의 법문을 설해서 여러가지 공덕의 행을 닦는 법을 설한다.
특히 거룩한 부처님의 모습을 갖추어 부처님의 몸(佛身)을 얻기 위해서 열 가지 바라밀이 닦아야 한다는 것이 설해져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내용이다. 열 가지 바라밀이 지혜가 구체적으로 작용하는 내용이라고 본다면 부처님의 모습이나 부처님의 몸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은 지혜로움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여러가지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가지 향을 만드는 법을 잘 알고 그 향을 태워 일심(一心)으로 지극한 원을 일으켜 부처님을 공양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이러한 여러가지 향이 일체세계로 널리 퍼져 가지가지의 아름다운 향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하는 것도 지혜로써 가르침의 향을 잘 설함으로써 그것에 감화를 받아 나쁜 업을 버리고 지혜의 향을 따르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권탄준/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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