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31. 規矩不可行盡 - 규율을 다 지키지 말라

수선님 2018. 2. 25. 12:26
규율을 다 지키지 말라 - 대혜무고(大慧武庫)
 
 
앞에서 말한 법연(法演)선사의 네 가지 가르침 - '법연사계(法演四戒)'의 제3계가 바로 "규율을 다 지키지 말라(規矩不可行盡)"입니다. 왜 그럴까 하는 의문에 대해 선사는 "규울은 하나도 빼지 않고 모조리 지키기를 강요하면 사람들은 반드시 번거롭게 여기게 된다"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규구(規矩)'는 본보기가 규율을 의미합니다. 솔선수범하는 것도 좋지만, 언제나 본보기대로 하라고 성화를 하면 주위 사람들이 견디지 못합니다. 규칙을 지키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싫어하게 마련이지요.
 
회사 같은 조직의 간부가 규칙에 따라 직원들의 알수일투족을 빈틈없이 관리하게 되면 부하들이 얼마 견디지 못합니다. 어딘사 숨구멍을 터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래 직원들이 성정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법원선사의 이 세 번째 가르침을 적당히 일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선에는 '바보스러움(痴)'이나 '어리석음(愚)'의 세계가 있습니다. 진, 선, 미, 성(眞善美星)을 초월한 대범한 세계가 바로 그것입니다. "다 알고 있지만 알지 못한, 다 배웠지만 배우지 못한, 다 행하였지만 행하지 못한" 경지가 그것입니다. 이런 경지가 부하를 따르게 만듭니다.
 
'법연사계'의 마지막 가르침은 "좋은 말도 다하지 말라(好語不可說盡)"입니다.
 
법연선사가 붙인 해설은 "좋은 말이라고 해서 다하게 되면, 들은 사람은 반드시 소홀히 여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호어(好語)' 즉 좋은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훌륭한 말, 다정한 말, 아름다운 말, 진리의 말 들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너무 많이 하면 그 효과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지요.
 
이에 더하여 법연선사의 가르침은 더욱 깊은 데를 지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을 수행하는 이는 '어묵동정(語默動淨)'이라 하여 말과 침묵, 움직이는 것과 고요히 있는 것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봅니다. 둘이면서 둘이 아닌 하나, 곧 일여(一如)인 것입니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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