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행하고 은밀히 사용하는 것이 어리석고 둔한 자의 소행 같다 - 보경삼매(寶鏡三昧)
중국 당나라 때의 고승 양개(良价)선사가 쓴 <보정삼매(寶鏡三昧)>의 마지막 구절이 바로 "몰래 행하고 은밀히 쓰는 것이 마치 바보가 하는 것 같고 둔한 놈이 하는 것 같다(潛行密用 如愚如魯)"인데, 여기에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중요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只能相續 名主中主)"라는 구절이 붙어 끝을 맺고 있습니다.
'잠행밀용'은 원문 그대로 몰래 행동하고 은밀히 사용하는 것을 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 범죄'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은 아닙니다. 날마다 언행에서 자기 본분을 잘 지키면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여우여노'의 우(愚)와 노(魯)는 어리석음과 둔합을 말합니다. "몰래 행하고 은밀히 사용하여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潛行密用 沒蹤跡)"는 말도 비슷하게 쓰이는데, 선 수행자라면 일상생활에서 명심해야 할 일입니다. 음식에 녹아 있어서 보이지 않지만, 음식 맛을 내고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소금이듯이, 언뜻 보기에 어리석은 듯 행동하고 둔한 듯 살아가는 이들이 세상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인생의 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태양은 동쪽에서 솟아오르고, 달은 서쪽으로 집니다. 여기에 우주의 묘미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면 사소한 일이라도 남의 눈에 뜨이지 않게, 누가 했는지 알지 못하게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름을 내거나 어떤 이해관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묵묵히 숨어서 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서 초선을 다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할 수 있어야만 참으로 남을 사랑하고 인생을 사랑하고 자기를 사랑하게 됩니다. 더욱이 그것은 계속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꾸준히 계속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끊임없이 계속해야 비로소 '주중주(主中主)' - 현대의 용어로 말하자면, 주체성 중의 주체성, 참된 의미의 주체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 유명한 서예가는 이 16자[潛行密用 如愚如魯 只能相續 名主中主]의 가르침에 감동하여 일생을 두고 서도에 전념하여 글씨에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그의 인생이 이 가르침에 얼마나 두철했는지는 그가 남긴 말에서 알 수 있습니다.
"남으로부터 바보라고 빈축을 사더라도 신념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참된 용기는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이기는 것이다."
松原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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