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라열성에 어떤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 비구는 병에 걸려서 매우 위중해져 누운 채로 대소변을 보면서 제 힘으로는 잘 일어나지도 못하고, 또 찾아가 돌봐주는 비구도 없었다.
그는 밤낮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며 말하였다.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저만 가엾게 여기지 않으시나이까?"
그 때 세존께서 그 비구가 원망하고 부르짖으며 여래에게 귀의하는 소리를 천이(天耳)로 들으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너희들과 함께 여러 방을 둘러보며 그들이 사는 곳을 살피리라."
비구들이 아뢰었다.
"그렇게 하십시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여러 방을 둘러보셨다.
그 때 앓고 있던 비구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혼자서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때 여래께서 그 비구에게 다가가 말씀하셨다.
"가만있어라, 가만있어라. 비구야, 움직이지 말라. 나에게 좌구(坐具)가 있으니 나는 여기 앉으면 된다."
그 때 비사문천왕(毗沙門天王)은 여래께서 마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고는 야마(野馬) 세계에서 사라져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와서는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또 석제환인(釋提桓因)도 여래께서 마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고는 곧 부처님께로 왔다. 범천왕(梵天王)도 여래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범천에서 사라져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와서는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사천왕도 여래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이 때 부처님께서 병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너의 병은 좀 나았는가, 더하지는 않은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자의 병은 갈수록 더하고 덜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희망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간호인은 어디 있는가? 누가 와서 돌보아 주는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렇게 병이 들었는데도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난날 병들기 전에 너는 병자를 찾아가 문병한 일이 있는가?"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병자들을 찾아가 문병한 일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바른 법 안에서 좋은 이익을 얻지 못하였다. 왜냐 하면 문병하러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구야, 너는 이제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직접 너를 공양하며 조금도 불편이 없게 하리라. 나는 지금 천상과 인간에서 제일 뛰어나 짝할 자가 없고 또 일체 병자를 돌보아 줄 수 있다. 구호할 이 없는 이를 구호해 주고 장님에게는 눈이 되어 주며, 모든 병자를 구호해 준다."
그 때 세존께서 손수 더러운 것들을 치우고 다시 좌구를 까셨다.
이 때 비사문천왕과 석제환인(釋帝桓因)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들이 알아서 이 병든 비구를 보살피겠습니다. 여래께서는 더 이상 힘든 일을 하지 마소서."
부처님께서 모든 하늘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만 두라. 내가 스스로 알아서 하리라. 옛날 일이 기억나는구나. 여래는 아직 부처가 되지 못하고 보살행(菩薩行)을 닦고 있을 때에 비둘기 한 마리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친 적이 있거늘, 하물며 지금은 불도를 이루었는데 어떻게 이 비구를 버리겠느냐? 결코 그럴 수 없느니라. 또 석제환인도 일찍이 이 병든 비구를 돌보지 않았고, 또 세상을 보호하는 주인인 비사문천왕도 이 비구를 돌보지 않았다."
그러자 석제환인도 비사문천왕도 모두 잠자코 대답을 못했다.
그 때 여래께서는 손수 비를 들고 더러운 오물을 치우고 다시 자리를 깔아 주셨다.
또 그의 옷을 빨고 세 가지 법으로 보살피시고는 병든 비구를 부축해 앉히고 깨끗한 물로 목욕을 시켰다. 그러자 위에 있던 하늘들이 향수를 뿌렸다. 이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를 목욕시킨 뒤에 평상 위에 앉히고 손수 밥을 먹여주셨다. 세존께서는 그 비구가 밥을 다 먹은 것을 살피시고는 발우를 치우고 곧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3세(世)의 병을 버려야 한다. 왜냐 하면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태어남[生]에는 태에서 지내야하는 괴로움이 있다.
태어남으로 말미암아 늙음[老]이 있으니, 대개 늙게 되면 몸이 여위고 기운이 고갈된다.
늙음으로 말미암아 병듦이 있으니, 대개 병이 생기면 앉거나 눕거나 신음하게 되고 404가지 질병이 한꺼번에 닥치게 된다. 병듦으로 말미암아 죽음[死]이 있으니, 죽게 되면 몸과 정신이 분리되어 좋거나 나쁜 세계로 가게 되는 것이다. 죄가 큰 사람은 지옥에 들어가 칼 산·칼 나무·불 수레·숯불이 가득한 화로에서 구리쇠 녹인 물을 마시게 될 것이다. 또 혹은 축생(畜生)으로 태어나 사람들에게 부림을 당하고 풀을 먹으면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또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겁 동안, 수십 유순이나 되는 큰 키에 목구멍은 바늘처럼 작은 아귀의 몸이 되어 구리쇠 녹인 물을 그 입에 들이붓게 될 것이다.
그렇게 무수한 겁을 지나 겨우 사람의 몸을 얻더라도 몽둥이로 맞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문을 당할 것이다. 또 무수한 겁을 지나 천상에 태어나게 되더라도 사랑하는 이와 만나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기도 하면서 만족할 줄을 모르다가 성현의 도를 들은 뒤에야 괴로움을 떠나게 될 것이다.
여기 온갖 괴로움을 벗어난 아홉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아홉 종류란 누구누구인가?
이른바 아라한으로 향하는 이·
아라한을 얻은 이·
아나함으로 향하는 이·
아나함을 얻은 이·
사다함으로 향하는 이·
사다함을 얻은 이·
수다원으로 향하는 이·수다원을 얻은 이와
아홉 번째는 종성(種性)을 가진 사람들이다.
비구야, 이것을 일러 '여래가 세상에 나타나는 것은 매우 만나기 어렵고, 사람의 몸을 얻기도 어려우며, 바른 나라에 태어나기도 어렵고, 선지식을 만나는 것 또한 그러하며, 설법을 듣는 것도 만나기 어려운 일이고, 법과 법이 서로 일어나는 것 또한 아주 가끔씩 있는 일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 현재 여래가 이 세상에 출현해 있어 바른 법을 들을 수 있고, 너는 모든 감각기관이 갖추어져 그 바른 법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 힘쓰지 않는다면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 가르침이니라."
그 때 그 비구는 여래의 가르침을 듣고 존귀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곧 그 자리에서 세 가지 밝음[三明]을 얻어 번뇌가 다하고 마음에 이해가 생겼다. 부처님께서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병의 근본을 알았느냐?"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미 병의 근본을 알고 태어남·늙음·병듦·죽음을 벗어났습니다. 이것은 다 여래의 신력(神力)에 힘입은 것입니다. 4등심(等心)으로 한량없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일체 중생을 덮어 보호하심으로 인해 몸과 입과 뜻이 깨끗해졌습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자세히 설법하시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셨다. 그 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빨리 건추(?椎)를 쳐서 라열성에 있는 모든 비구들을 빠짐없이 보회강당(普會講堂)에 모이게 하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아 곧 비구들을 모두 보회강당에 모으고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비구들이 다 모였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때를 아소서."
세존께서 강당으로 나아가 자리에 앉아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국왕이나 도적이 두려워 출가해 도를 배우는 것인가? 비구들아, 견고한 믿음으로 위없는 범행을 닦는 까닭은 태어남·늙음·병듦·죽음과 근심·슬픔·괴로움·번민을 버리고자 함이요, 또 열두 개의 단단한 고리를 벗어나고자 함이다."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출가한 자로서 같은 스승 아래 물과 젖처럼 화합한 자들이다. 그런데도 서로를 보살피지 않는구나. 지금부터는 부디 서로 서로 보살피도록 하라. 만일 병든 비구에게 제자가 없거든 대중들이 차례를 정해 병자를 간호하도록 하라. 왜냐 하면 이 외에 병자를 간호하는 것보다 그 큰 복과 더 훌륭한 일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자를 돌보는 것은 나를 돌보는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누군가 내게 공양하고
과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다면
내게 베푼 그 복과 덕은
병자를 돌본 것과 다름이 없으리.
세존께서 이렇게 분부하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비구들이 서로 서로를 돌보게 하라. 만일 비구가 알고도 행하지 않거든 법과 율로써 다스려라. 이것이 내 가르침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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