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 가란다죽원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그 성에는 마혜제리(摩醯提利)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외도의 경술(經術)에 밝았고 천문과 지리에도 모두 능숙하였으며 세상에서 두루 섭렵할 수 있는 법들을 모두 다 통달하였다.
그 바라문에게는 의애(意愛)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매우 총명하고 세상에서 보기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하였다.
그 때 바라문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 바라문 경전에 이런 말이 있다. 두 사람이 세상에 출현하는 일은 매우 만나기 어렵고 참으로 만날 수 없다. 누가 그 두 사람인가? 이른바 여래·지진·등정각과 전륜성왕이다.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에는 7보가 메아리처럼 저절로 따른다. 내게는 지금 이 여보(女寶)가 있으니, 얼굴이 너무도 묘해 미녀 중에서도 제일이다. 그런데 지금 전륜성왕이 없다.
나는 또 (진실하고 청정한 왕자 실달(悉達)은 출가하여 도를 배웠고 32대인상(大人相)과 80종호가 있는데, 그가 집에 머문다면 분명 전륜성왕이 될 것이요,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불도를 이룰 것이다)라고 들었다. 나는 이제 내 딸을 저 사문에게 주리라.'
그 바라문은 곧 그 딸을 데리고 세존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부디 사문께서는 미녀를 받아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범지야, 나는 애욕에 집착하는 그런 사람은 필요하지 않다."
바라문은 두 번 세 번 아뢰었다.
"사문이여, 이 미녀를 받아주십시오. 이 세계에서는 이 여자에 견줄만한 이가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미 네 뜻은 받았다. 다만 나는 출가한 사람이므로 다시는 그런 애욕을 즐기지 않는다."
그 때 어떤 장로 비구가 여래 뒤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을 부치고 있다가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그 여인을 받으소서. 만일 세존께서 필요치 않으시면 저희들이 쓰게 주십시오."
그 때 세존께서는 장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리석고 미혹하여 여래 앞에서 그런 나쁜 말을 하는구나. 너는 어떻게 얽혀들었기에 이 여자에게 마음을 두는가?
무릇 여자에게는 아홉 가지 나쁜 법이 있다.
아홉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 여자는 냄새나고 더러워 깨끗하질 않다.
둘째, 여자는 입버릇이 나쁘다.
셋째, 여자는 은혜를 갚을 줄 모른다.
넷째, 여자는 질투를 잘한다.
다섯째, 여자는 인색하다.
여섯째, 여자는 놀러 다니기를 좋아한다.
일곱째, 여자는 성을 잘 낸다.
여덟째, 여자는 거짓말을 많이 한다.
아홉째, 여자는 말이 경솔하다.
비구야, 여자에게는 이런 아홉 가지 나쁜 점이 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는 곧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다.
언제나 웃고 울기를 좋아하고
친한척하지만 사실 친하지 않네.
부디 너는 다른 방편을 구해
어지러운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그 때 장로 비구는 세존께 아뢰었다.
"비록 여자에게 그런 아홉 가지 나쁜 법이 있다고 하지만 제가 지금 이 여자를 관찰해보니 전혀 흠이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미련한 사람아. 너는 지금 여래의 신성한 말을 믿지 않는가? 내 이제 설명해주리라. 먼 옛날, 바라내성(婆羅▩城)에 보부(普富)라는 큰 상인이 있었다. 그는 5백 명의 상인을 거느리고 보배를 캐러 바다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바다 가에는 늘 사람들을 잡아먹곤 하는 나찰이 살고 있었다.
이 때 그 바다에 거센 바람이 일더니 그 상인들의 배에 불어 닥쳐서는 나찰이 사는 곳에 떨어뜨렸다. 나찰은 상인들이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곧 나찰은 형상을 숨기고 견줄 이 없이 단정한 여자의 모습이 되어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 이 보배로운 섬은 저 하늘 궁전과 다름이 없으니, 수많은 온갖 보배에 수 천 백 가지 풍족한 음식이 있습니다. 또 미녀들이 많은데 그들은 모두 남편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와 함께 여기서 즐기십시오.'
비구야, 알라. 그 상인들 가운데 어리석고 미혹한 이들은 그 여자들을 보고는 곧 집착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때 우두머리 상인 보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바다는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닌데 어떻게 이 여자들이 여기서 살 수 있을까? 이들은 의심할 것도 없이 나찰임이 분명하다.'
이에 보부는 여자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아가씨들아, 우리는 여색을 탐하지 않는다.'
이 때 매달 8일, 14일, 15일에는 마왕(馬王)이 허공을 돌면서 이렇게 외쳤다.
'누구든 이 험난한 바다를 건너려한다면 내 그를 업어 건네주리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그 우두머리 상인은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멀리서 그 마왕을 바라보고 또 그 소리를 듣고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느니라. 그는 마왕에게 달려가 마왕에게 말하였다.
'저희 5백 상인들은 바람에 밀려 지금 매우 난처한 곳에 떨어졌습니다. 이 바다를 건너고 싶으니 부디 건네주십시오.'
마왕은 말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오라. 내가 저 바다 끝으로 건네주리라.'
이 때 보부(普富) 장자는 여러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마왕이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 모두 그에게 찾아가 험난한 바다를 함께 건너자.'
그러자 여러 상인들은 대답하였다.
'그만 두시오, 주인. 우리는 우선 여기서 살면서 즐기겠소. 저 염부제에 살면서 열심히 애쓴 까닭은 즐거운 것을 구하기 위해서요. 진기한 보물과 아름다운 여자가 이곳에 모두 갖추어져 있소. 우리는 여기서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누리다가 뒷날 차차 재물을 모아 가지고 이 어려움을 함께 건너리다.'
우두머리 상인은 말하였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미련한 사람들아, 이곳에 여자라고는 없다. 이 큰 바다 한가운데 어떻게 사람이 살겠는가?'
상인들은 대답하였다.
'그만 그치시오, 주인. 우리는 이곳을 버리고 갈 수 없소.'
이 때 우두머리 상인 보부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어려움에 처했으니
남자나 여자라고 생각지 말라
저들은 바로 나찰 종자라
차츰차츰 우리를 잡아먹으리.
'만일 그대들이 나와 함께 가지 않겠다면 각자 몸을 잘 보전하라. 만일 내가 몸과 입과 뜻으로 실수한 것이 있다면 모두 송두리째 버리고 마음에 두지 말
라.'
그 때 여러 상인들은 그를 위해 전송하는 게송을 함께 읊었다.
우리들의 안부를 전해주오
저 염부제의 친지들에게
우리는 여기서 즐기느라
제때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이 때 우두머리 상인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대들은 사실 재앙을 만났는데
그걸 모르고 돌아가려 하지 않네.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모두 다 귀신에게 잡아먹히리.
이 게송을 마치고는 곧 그들을 버리고 떠났다. 그는 마왕에게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는 그를 타고 곧 떠나버렸다. 그 때 여러 상인들은 멀리서 그 주인이 마왕을 타고 떠나는 것을 보았고, 그 중에는 부르는 이도 있었지만 칭원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이 때 가장 큰 나찰 주인이 여러 나찰들을 향해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사자 아가리에 떨어졌다면
거기서 벗어나기 매우 어렵다
하물며 우리 섬에 들어왔으니
도망가고 싶어도 진실로 어려우리.
그 때 나찰 주인은 곧 매우 아름다운 여자 모습으로 변하더니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만일 너희들을 잡아먹지 않는다면 결코 나찰이라 할 수 없으리라.'
그 동안에 마왕은 곧 우두머리 상인을 태우고 바닷가에 이르렀다. 그러나 나머지 5백 상인은 모두 곤욕을 치렀느니라.
그 때 바라내성(波羅▩城)에서는 범마달(梵摩達)이라는 왕이 백성을 다스리고 있었다. 이 때 나찰은 '아이고, 내 남편을 잃다니' 하며 곧바로 우두머리 상인을 뒤쫓았다. 그 무렵 우두머리 상인은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이 때 나찰은 변화한 모습으로 사내아이를 안고는 범마달왕을 찾아가 호소하였다.
'세상에 큰 재앙이 닥쳤으니 그것을 모두 없애셔야 합니다.'
왕은 말하였다.
'세상에 완전히 없애야할 어떤 재앙이 닥쳤단 말인가?'
나찰은 아뢰었다.
'남편에게 버림받았습니다. 헌데 저는 남편에게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이 때 범마달왕은 너무도 아름다운 그 여자의 모습을 보고 곧 애착이 생겨 여자에게 말하였다.
'네 남편은 사람으로서의 의리도 없이 너를 버리고 떠났구나.'
범마달왕은 곧 사람을 보내 남편이라는 자를 불러와 말하였다.
'네가 이렇게 좋은 아내를 버렸다는 게 사실인가?'
우두머리 상인은 대답하였다.
'이 자는 나찰이지 여자가 아닙니다.'
나찰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이 사람은 남편으로서의 의리도 없습니다. 지금 저를 버리고도 다시 저를 나찰이라고 욕하는군요.'
왕은 상인에게 물었다.
'네가 정말로 필요 없다면 내가 거두리라.'
상인은 아뢰었다.
'이 자는 나찰입니다. 왕의 뜻대로 하소서.'
그 때 범마달왕은 곧 그 여자를 데려다 깊은 궁중에 두고 수시로 만나며 원망이 없도록 하였다. 그러나 나찰은 사람들이 없을 때 왕을 잡아먹고는 뼈만 남겨두고 이내 떠났느니라.
비구들아, 달리 생각지 말라.
그 때의 우두머리 상인은 바로 지금의 사리불 비구요, 그 때의 나찰은 바로 지금의 이 여자며, 그 때의 범마달왕은 바로 지금의 이 장로 비구요, 그 때의 마왕(馬王)은 바로 지금의 나며, 그 때의 5백 상인은 바로 지금의 이 5백 비구니라.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애욕이란 더러운 생각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 다시 애착하는 마음을 일으키는가?"
그 때 그 비구는 곧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이 참회를 받아주시고 저의 큰 잘못을 용서하소서. 지금부터 다시는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 때 그 비구는 세존의 가르침을 받고는 곧 한적한 곳에서 자신을 이겨내며 스스로 수행하였다. 그리하여 족성자들이 부지런히 범행을 닦는 목적대로 위없는 범행을 닦고자 하였다. 이 때 그 비구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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