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능가경

[스크랩] 입능가경 1. 청불품 : 분별하지 말라.

수선님 2018. 3. 11. 13:00

 

입능가경 1. 청불품 : 분별하지 말라.

  
큰 지혜의 바다 비로자나(毘盧遮那)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바가바(婆伽婆 : 부처님)께서 바닷가 마라야산(摩羅耶山)1) 위에 있는 능가성(楞伽城)에 계시었다. 그 마라야산은 여러 가지 보배로 된 것이니, 보배 사이사이로 얽혀 빛나는 광명은 백천의 태양 빛이 금산(金山)을 비추는 듯 하며, 또 한량없는 꽃동산에 향기로운 나무가 있으니, 다 보배롭고 향기로운 숲이다.

 

산들바람이 불어 가지와 잎이 흔들릴 적마다 수많은 묘한 소리가 일제히 들려오며, 선인(仙人)들이 사는 신령스러운 집과 바위 굴집들이 있는데, 수많은 보배로 되어있어 안팎이 환히 트여 일월의 광채도 빛을 잃을 지경이었다.

 

이곳은 옛적 여러 선인들과 현성(賢聖)들이 진실한 법을 사유하여 도(道)를 얻은 곳이었다. 큰 비구 스님과 큰 보살 대중이 온갖 다른 불국토(佛國土)에서 와서 함께 이곳에 모였다. 이들 보살은 한량없이 자재(自在)하는 삼매(三昧)의 신통력을 구족하여, 날쌔고 신속하게 중생을 교화할 수 있고, 5법(法)2)과 자성(自性)과

  
  
1) 지명 Malaya, 혹은 마라야(魔羅耶), 마라연(摩羅延), 마리산(摩梨山)이라고도 한다. 남천축의 마리가라야국(摩利伽羅耶國)의 남방에 위치하고, 그 산에 백전단목(白旃檀木)이 있어 전단향(旃檀香)이 나온다고 한다.

2) 명(名)·상(相)·분별(分別)·정지(正智)·진여(眞如)의 다섯을 칭함. 명은 현상계에서 세우는 가명(假名)을 가리키고, 상은 유위법(有爲法)으로 각각 인연으로 생하여 각종의 차별적인 모습을 가리키며, 분별은 명·상 2법으로부터 분별심을 일으켜 허망한 염(念)을 생하는 것을 가리키고, 정지는 진여와 계합(契合)하는 지혜, 진여(如如)는 바로 평등여실(平等如實)한 진리를 가리킨다. 앞의 셋은 미법(迷法)이고, 뒤의 둘은 오법(悟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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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무아(無我)1)의 구경(究竟)에 통달하였다.

 

대혜(大慧) 보살마하살이 상수(上首)가 되니, 여러 부처님께서 손으로 그의 정수리에 물을 부어 부처의 지위[佛位]를 주셨다. 그는 자기 마음을 경계로 삼아 그 뜻을 잘 해득하였다. 여러 중생과 여러 마음의 상태[心色]로 여러 마음과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따라 한량없는 제도의 문으로 제도 될 바를 따르고, 보게 될 바를 따라서 널리 나타낸 것이다.

  

그 때 부처님께서 바다 용왕의 궁전에서 7일간 설법을 마치시고 남쪽 해안에 이르시니, 한량없는 나유타(那由他 : Nayuta,億을 말하고, 억은 십만·백만·천만의 세 가지를 의미)의 제석(帝釋)·범천왕(梵天王)·용왕들과 수많은 대중들이 모두 따라서 남쪽 해안으로 향하였다.

  

그 때 부처님께서 멀리 마라야산의 능가성을 바라보시고, 빛나는 얼굴에 기쁨이 넘쳐 금산을 움직이는 듯한 미소를 띄우시면서 말씀하셨다.

  

"과거의 여러 부처님·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께서 저 마라야산 정상의 능가성에서 스스로 증득한 지혜로 체득하신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는 모든 사견(邪見)의 각관(覺觀)을 떠난 것으로, 그것은 외도(外道)와 성문(聲聞)과 벽지불(辟支佛)들이 수행할 경계가 아니었다. 나도 또한 저 마라야산 능가성에서 라바나(羅婆那) 야차왕(夜叉王)을 위하여 이 법을 설하겠노라."

  

그 때 라바나 야차왕이 부처님의 신력(神力)으로 여래의 음성을 듣고, 바가바께서 바다 용왕의 궁전을 떠나 바다를 건너, 한량없는 나유타의 제석과 범천왕과 여러 용왕들에게 둘러싸여 공경 받고 계심을 알았다. 그 때 여래께서는 중생의 아리야식(阿梨耶識)의 바닷물이 물결을 경계로 삼아 맹렬한 바람에 불리어 전식(轉識)인 파도가 인연을 따라 일어나게 됨2)을 관찰하셨다.

  
1) 인무아(人無我)와 법무아(法無我)를 가리키며, 또한 인공(人空)과 법공(法空),혹은 아법이공(我法二空)이라고 칭한다.

2) 7권본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에서는 "장식(藏識)의 대해에 경계의 바람이 불어 전식(轉識)의 파랑이 일었다 藏識大海境界風動轉識浪起 "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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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라바나 야차왕이 스스로 찬탄하여 말하였다.

 

"나는 마땅히 여래를 능가성에 들어오시도록 청하여 긴 밤 동안 인천(人天)에 있던 나와 여러 사람과 인천으로 하여금 큰 이익과 안락(安樂)을 얻게 하리라."

 

그 때 능가 성주(城主)인 라바나 야차왕이 여러 권속과 함께 꽃 궁전을 타고 여래의 처소에 와서는 여러 권속과 같이 궁전에서 내려 부처님을 세 번 돌면서 부처님께 여러 음악으로 기쁘게 공양하였다. 가지고 온 악기들은 모두 크고 푸른 인드라보(因陀羅寶 : 靑玉을 가리킴)로 만든 것이며, 큰 유리(琉璃)와 마노(瑪瑙) 등 여러 가지 보배로 사이사이를 장식하였고, 값진 색 옷감으로 둘러싼 것으로, 범성(梵聲) 등의 한량없는 소리로 여래의 모든 공덕을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마음은 법장(法藏)을 갖추시고,
  아(我)와 견해의 더러움[垢]을 떠나 없네.
  세존께서 말씀하신 모든 행(行)이란
  마음으로 아는 법이니.
  
  깨끗한 법으로 불신(佛身)을 얻으셨고,
  몸으로 증득한 법으로
  화신(化身)에서 화신을 나타내시며,
  때가 되자 능가성에 오셨네.
  
  지금 이 능가성엔
  과거의 한량없는 부처님과
  또한 많은 불자들의
  한량없는 몸을 수용하셨네.
  
  세존께서 만약 설법하신다면
  한량없는 야차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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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히 한량없는 몸을 나타내리니,
  설법의 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그 때 라바나 능가왕이 도탁가(都矺迦)1)과 여러 가지 묘한 음성으로 여래의 모든 공덕을 노래하며 찬탄하고, 또한 다시 묘한 소리로 여래를 노래하고 찬탄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여래(如來)께서 7일 동안을
  바다의 모진 짐승 가운데 머무시고,
  바다 건너 저 언덕에 이르러
  거기서 이내 머무셨다.
  
  라바나 야차왕과
  그의 처자들이며,
  한량없는 권속들과
  지혜 있는 대신들,
  
  숙가바라나(叔迦婆羅那)2)
  이와 같은 하늘의 대중들은
  각각 모두 한량없는 신통을 나타내었고,
  
  묘한 꽃 궁전을 타고
  부처님 처소에 함께 나아가
  꽃 궁전에서 내리고는
  부처님께 예배 공양하였네.
  
  부처님의 힘을 입어
  
  
1) 범어 toṭaka, 가영(歌詠), 찬탄(贊嘆)할 때 나타나는 일종의 운율(韻律).
2) 숙가(叔迦)는 앵무(鸚鵡)로 의역되고, 바라나는 야차(夜叉)의 다른 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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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부처님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를,
  저는 십두(十頭) 나찰(羅刹)1)입니다.
  원하옵나니 저와
  성안의 중생을 어여삐 여기시어
  이곳 능가성과 마라야 보산(寶山)을 받아 주소서.
  
  옛적 한량없는 부처님도
  이곳 능가성의
  여러 가지 보배의 산에서
  몸으로 증득한 법을 설하셨습니다.
  
  여래 또한 그와 같이 하시어
  이곳 보배산에서
  옛날 부처님과 같이
  또한 이 법을 설하소서.
  
  여러 불자들과 함께
  청정한 이 법을 설하소서.
  저와 능가성의 대중은
  모두 듣고자 합니다.
  
  입능가경(入楞伽經)은
  옛날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몸으로 얻은 깊은 지혜의 경계,
  
  
1) 7권본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에서는 "십수(十首) 나파나(羅婆那)"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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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하신 그 이름조차도 떠났네.
  
  저는 기억하니 지난 세상의
  한량없는 여래들께서
  여러 불자들에게 둘러 싸여
  이 경을 설하셨습니다.
  
  여래시여, 오늘도
  또한 마땅히 우리들과
  모든 대중을 위하여
  깊은 이 법을 설하소서.
  
  미래의 여러 세존과
  여러 불자들도
  이곳 보배산 위에서
  깊은 이 법을 말씀하실 것입니다.
  
  지금 이 능가성은
  천궁(天宮)보다 미묘하여
  장벽은 흙과 돌이 아니며,
  모든 보배 그물로 덮었나이다.
  
  이곳의 여러 야차들도
  이미 옛날 부처님으로부터
  닦고 배워 모든 허물이 떠났으며
  마침내 대승법(大乘法)에 머무르고,
  
  내심(內心)으로 잘 생각하여
  여실하게 생각이 상응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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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컨대 부처님께서 어여삐 여기시어
  야차들을 위해 설법하소서.
  
  원컨대 부처님 천인사(天人師)께서는
  마라야산에 드시옵소서.
  야차와 그의 처자들이
  대승법을 얻고자 합니다.
  
  옹이(甕耳)1) 등의 나찰도
  이 성에 머물면서
  일찍이 과거의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였습니다.
  
  지금 또 다시
  현재의 대법왕(大法王)께 공양하기를 원하고,
  마음의 행(行)을 들어,
  대승법을 얻고자 합니다.
  
  원하오니 부처님께서는
  저와 야차의 무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여러 불자들과 함께
  이곳 능가성에 드시옵소서.
  
  저희들이 가진 궁전과
  처자와 권속들,
  보관(寶冠)과 모든 영락(瓔珞)과
  여러 가지 장식물,
  
  
1) 범어 kumbhakaraṇa, 라바나(羅婆那) 야차왕(夜叉王)의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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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가(阿舒迦) 원림(園林)1),
  여러 가지 모든 좋은 것과
  타고 다니는 꽃 궁전까지
  부처님과 대중에게 보시하겠습니다.
  
  저는 여래께
  아끼는 물건이 없사오니,
  원컨대 부처님[大牟尼尊]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겨 받아 주소서.
  
  저와 여러 불자들은
  부처님 설법을 받겠사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 어여삐 여기시어
  저희들을 위하여 받으시고 설법하소서.
  

그 때 부처님[三界尊]께서는 야차의 청함을 들으시고,

바로 야차들을 위하여 과거와 미래의 부처님을 말씀하셨다.

 

"야차여, 과거의 부처님도 이곳 뛰어난 보배산에서 야차를 어여삐 여기시어 몸으로 증득한 법을 설하셨고, 미래의 부처님도 이곳 보배산에서 야차들을 위하여 역시 이 깊은 법을 설하시리라. 야차여, 이곳 보배산에는 참답게 수행하는 사람과 현재 법을 보아 수행하는 사람이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느니라.1)야차여, 지금 그대에게 말하니, 나와 여러 불자들이 그대들을 어여삐 여기기에 그대의 보시와 청함을 받아 설하겠노라.”

 

여래께서는 간략하게 말씀을 마치시고 말없이 고요히 계시니, 라바나 나찰왕은 꽃 궁전을 부처님께 올렸다.

  
  
1) 7권본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에서는 "가애무우원(可愛無憂園)"으로 되어 있다.
1) 7권본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에서는 "이곳은 깊고 깊은 관행을 수행하여 현재 법락을 얻은 이가 머무는 곳이다[此是修行甚深觀行現法樂者之所住處]"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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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와 불자들은 꽃 궁전 받아 타셨고, 라바나 야차왕 또한 꽃 궁전을 탔다.

 

여러 채녀(采女)들이 음악을 연주하였고, 부처님께서는 기쁘게 그 성에 도착하셨다. 그 묘한 성에 들어 와서 라바나와 그의 아내와 야차의 남녀들도 또한 좋은 공양구을 지니어 여러 가지 미묘한 공양을 여래와 불자들에게 올리니, 부처님과 보살들은 모두 그들의 공양을 받으셨다.

 

라바나와 대중들이 설법할 이에게 공양하고,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스스로 증득한 경계를 관찰하고자 대혜(大慧)보살께 공양을 올리며 여러 번 청하여 말하였다.

  
  보살님은 능히 부처님께
  안으로 행하는 경계를 물을 수 있습니다.
  
  저와 야차 무리들과
  또한 여러 불자들,
  모든 들으려는 사람들은
  보살님이 묻기를 원합니다.
  
  보살님은 설법도 뛰어나시며
  수행도 가장 훌륭하시니,
  저는 보살님을 존경하기에
  부처님께 뛰어난 행(行)을 묻기를 청하옵니다.
  
  그 법은 외도(外道)의 치우침을 떠났으며,
  또한 이승(二乘)의 허물도 떠나고
  내법(內法)의 청정함을 말함으로,
  여래의 자리[如來地]를 다한 것입니다.
  
그 때 부처님의 신력(神力)으로 다시 산성을 변화하여 지으시니, 높다란 온갖 모양을 장엄한 것이 수미산에 비교할 수 있으며, 한량없는 꽃동산은 모두 여러 가지 보배의 숲으로 향기가 널리 퍼지는데, 꽃다운 향기는 전에 없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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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하나의 보배산에는 부처님의 몸이 보이고, 또한 라바나와 야차 무리들이 살고 있었다. 시방세계의 불국토(佛國土)와 여러 부처님의 몸과 불자와 야차왕은 그 산에 모두 모여 있었다. 이곳 능가성에 있던 대중도 모두 자신의 모습이 변화된 능가성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았다.

 

여래의 신력으로 지은 그 능가성은 여러 산과 동산 숲, 보배의 장엄함이 또한 같았다. 하나 하나의 산에는 부처님께서 계셔서 대혜보살1)이 묻고 있는데, 부처님께서는 모두 그를 위하여 스스로 증득한 법을 설함에, 백천 가지 묘한 음성으로 이 경의 법을 설하여 마치자, 부처님과 불자들은 모두 숨어 보이지 않았다. 라바나 야차왕도 문득 자기의 몸이 본 궁전에 있는 것만 보이며, 다른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야차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아까 본 것은 어찌 된 것이며, 설법한 이는 누구였고, 이 설법은 누가 들었던가? 내가 본 것은 무슨 법인데, 이런 일이 있는가? 그 모든 불국토와 또한 여러 여래의 몸,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묘한 일은 지금 어느 곳으로 갔는가? 꿈속에 생각한 것이었던가? 환상이 지어낸 것인가? 참다운 성읍(城邑)이었는가?

 

건달바성(乾闥婆城)2)이고, 눈병으로 허망하게 본 것이며, 아지랑이가 일어난 것인가? 꿈에 석녀(石女)가 애를 낳은 것이고, 빨리 도는 불 바퀴[火輪]를 본 것인가? 또는 불 바퀴의 연기를 본 것인가? 내가 본 것은 무엇인가?' 다시 깊이 사유하였다.

 

'모든 법의 체(體)는 이와 같아, 오직 내 마음의 경계일 뿐이며, 마음으로 능히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범부들은 무명(無明)으로 덮이고 가리워 허망한 마음으로 분별하여 능히 깨닫지 못하는구나. 

  
  
1) 고려대장경본에는 "대지(大智)"로 되어 있지만, 송(宋)·원(元)·명(明)본 대장경과 7권본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에는 "대혜(大慧)"로 되어 있음.

2) 범어 gandharva-nagara. "건달바성(揵闥婆城)·건달박성(健達縛城)·헌달박성(巘達縛城)"이라고도 하고, 바성(婆城)·건달성(乾達城)·건성(乾城)이라고 약칭하기도 한다. 실체가 없이 공중에 나타난 누각·산천·임야 등을 말한다. 건달바신(乾闥婆神)이 공중에서 성곽을 화현(化現)시키는 것과 같아서 건달바성이라고 한다. 경전에서 자주 '부실지법(不實之法)'의 비유로 사용된다.

 

 

보는 것[能見]과 보이는 바[所見]를 모두 얻을 수 없고, 말하는 이와 말하는 바가 또한 없구나. 불법의 진실한 체(體)는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없는 것도 아니다.

 

법의 모양[法相]은 항상 이와 같아 오직 자기의 마음으로 분별한다.

 

사물을 보고 진실인 것으로 한다면, 그 사람은 부처를 볼 수 없고, 분별하는 마음에 머물지 않아도 또한 부처를 보지 못할 것이다. 모든 행이 있다고 보지 않으면, 이것이야말로 부처라고 이름할 수 있다. 만약 능히 이렇게 본다면, 그 사람은 여래를 본 것이다.

 

지혜 있는 사람은 이렇게 모든 경계를 관찰하니, 이 몸 변해 묘한 몸을 얻을 것이니, 이것이 곧 부처의 보리(菩提)일 것이다.'

 

그 때 라바나 십두 나찰인 능가왕은 분별하는 마음이 허물임을 보았기에 분별하는 마음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세(過去世) 선근(善根)의 힘으로 여실히 모든 이론을 깨달으며, 여실히 모든 법의 실상(實相)을 깨닫고, 다른 가르침에 따를 것 없이 스스로 잘 생각하여 모든 법을 알았다.

 

능히 일체의 사견(邪見)의 각지(覺知)를 떠났으며, 여실한 행법(行法)을 잘 수행하여 자신(自身)에 있어서 능히 여러 가지 색상(色像)을 능히 나타내고 구경(究竟)의 커다란 방편(方便)의 알음[解]을 얻어, 모든 지위에 오르는 체(體)와 모양을 잘 알았다.

 

또한 마음[心]·뜻[意]·의식(意識)의 자체(自體)를 관찰하기 좋아하여 삼계(三界)에서 상속하는 몸임을 보았으나, 외도들의 항상 있다고 보는 견해[常見]를 떠났고, 지혜로서 여실히 여래장(如來藏)을 알고서 부처 자리[佛地]의 마음의 참다운 지혜에 잘 머물렀다.

 

허공과 자기 몸 속에서 묘한 소리가 나면서 이와 같은 말이 들렸다.

"훌륭하다. 훌륭하구나. 능가왕이여, 모든 수행자는 마땅히 그대의 수행과 같아야 한다."

 

다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훌륭하다. 능가왕이여, 부처님의 여래법 및 비법(非法)도 그대의 보는 바와 같구나. 만약 그대가 보는 것과 다르다면, 이는 단견(斷見)이라 할 것이다.

 

능가왕이여, 그대는 마땅히 마음·뜻·식을 멀리 떠나 모든 법의 실상을 여실히 수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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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이제 마땅히 내법(內法)을 수행하고, 밖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지어다.

 

능가왕이여, 그대는 성문(聲聞)과 연각(緣覺)과 외도들의 수행하는 것을 닦지 말고, 마땅히 모든 외도들의 다른 삼매(三昧)에도 머무르지 말며, 외도들의 여러 가지 희론(戱論)도 좋아하지 말고, 모든 외도들의 베다[圍陀 : veda]의 사견에도 머무르지 말 것이며, 마땅히 왕위에서 방일함과 자재한 힘에도 집착하지 말며, 마땅히 선정(禪定)과 신통(神通)의 자재한 힘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능가왕이여, 이와 같은 일들은 모두 여실한 수행자의 행함으로, 능히 모든 외도의 삿된 논리를 항복시키고, 능히 모든 허망한 사견을 깨뜨릴[破] 것이며, 능히 일체견(一切見), 아견(我見)의 허물을 굴리고[轉], 능히 일체 미세한 식(識)과 행(行)을 떠나 대승의 행을 닦을 것이다.

 

능가왕이여, 그대는 마땅히 안의 몸으로 여래의 자리에 들어가서 여실한 행을 닦아라. 이렇게 수행하는 자는 최상의 청정한 법을 굴려 얻으리라.

 

능가왕이여, 그대는 네가 얻은 도를 버리지 말고, 삼매·삼마발제(三摩跋提 : samāpatti)1)를 잘 닦되, 성문과 연각과 외도의 삼매 경계에 집착하여 최상의 즐거움으로 여기지 말라.

 

또한 어리석은 범부와 외도들의 수행하는 것도 그대는 분별하지 말라.

 

능가왕이여, 외도는 나라는 견해[我見]에 집착하여 아상(我相)이 있기 때문에 허망하게 분별하며, 또한 사대(四大)의 모양이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빛[色]·소리[聲]·냄새[香]·맛[味]·촉감[觸]·법[法]에 집착하여 그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성문과 연각은 무명(無明)이 행(行)으로 반연함을 보고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여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켜 여실한 공[如實空]2)을 떠나서 허망하게 분별하며, 온통 유법(有法)에 집착하여 보는 것[能見]과 보이는 바[所見]의 마음에 떨어진다.

  
  
1) 범어 samāpatti, 음역으로 삼마발저(三摩鉢底)·삼마월(三摩越)이라고도 하고, 등지(等至)·정수(正受)·정정현전(正定現前) 등으로 의역한다. 혼침(惛沈)·도거(掉擧) 등을 멀리 떠나 신심(身心)으로 하여금 평등안락(平等安樂)의 경지에 도달하게 하는 것을 가리킴.
2) '진여(眞如)'를 공(空)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을 말함. 여실불공(如實不空)의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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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가왕이여, 이 뛰어난 도법(道法)은 능히 중생들로 하여금 몸 속 깊이 각관(覺觀)하게 하며,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뛰어난 대승법을 얻어 3유(有 : 欲界·色界·無色界의 三界의 중생 혹은 생존방식)의 몸을 자유롭게 받아 날 수 있게 한다.

 

능가왕이여, 이 대승행에 들어감이란 능히 중생의 여러 가지 눈에 낀 백태와 여러 가지 식(識)의 물결을 없애주고, 외도의 모든 견해와 행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능가왕이여, 이는 대승행에 들어가게 함이요, 외도의 행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

외도의 행이라는 것은 몸 안에 내[我]가 있다고 보는 행이다.

 

식(識)과 색(色)의 두 법을 보고,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생하고 멸함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훌륭하다. 능가왕이여, 이 뜻을 생각하는구나. 그대의 사유는 바로 부처를 보는 것이니라."

 

그 때 라바나 능가왕이 또한 생각하였다.

'내가 마땅히 부처님께 여실한 행과 법을 물어서 모든 외도의 행을 떠나고, 마음속 깊이 수행하여 관찰하는 경계도 마땅히 부처님께서 하시는 바의 마땅한 일을 떠나리니, 그것은 더 뛰어난 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여실한 수행자들이 법을 증득할 때 얻어지는 삼매의 최상의 즐거움이니, 만약 그 즐거움을 얻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실한 수행자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마땅히 크게 자비로우신 여래 세존께 물어 보리라.

 

여래는 능히 번뇌의 섶을 태워 없애셨고, 불자들 또한 태워 없앴다. 여래는 모든 중생의 마음과 번뇌를 잘 아시고, 여래는 두루 일체지의 곳[一切智處]까지 도달하셨으며, 참으로 옳고 그른 모양을 잘 아시었다. 내가 지금 마땅히 묘한 신통력으로 여래를 뵙고, 여래를 뵙고서는 얻지 못한 것은 얻고, 이미 얻은 것은 물러남이 없으며, 분별이 없는 삼매·삼마발제(三摩跋提)를 얻고, 더욱 여래의 행하신 것[如來行處]1)을 만족하게 얻으리라.

  
  
1) 7권본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에는 "여래 지혜의 경지[如來智地]"로 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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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부처님께서는 능가왕이 무생법인(無生法忍)1)을 얻을 때가 온 것을 참으로 밝게 아시고, 십두 나찰왕을 가엾이 여기시어 숨었던 궁전과 몸을 다시 전과 같이 여러 가지 보배 그물로 장엄한 산성 가운데 나타나게 하시었다.

 

그 때 십두 나찰 능가왕은 모든 궁전이 다시 본래와 같음을 보았으며, 하나하나 산중에 곳곳마다 부처님·세존·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이 서른두 가지 모양으로 묘하게 장엄하신 몸으로 산중에 계시는 것을 보았으며, 스스로 자기 몸도 두루 여러 부처님 앞에 있는 것을 보았고, 또한 모든 불국토와 여러 국왕들이 생각하기를,

 

'몸은 덧없는 것인데, 왕위와 처자·권속·오욕(五欲)을 탐하여 속박되었기에 해탈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여, 바로 국토와 궁전과 처첩과 코끼리와 말과 값진 보물을 버려 부처님과 스님에게 보시하여, 산중에 들어가 출가 수도하는 것도 보았으며,

 

또한 어떤 불자는 산 속에서 용맹정진 하다가 자신의 몸을 굶주린 범과 사자, 나찰에게 던져 주어 불도(佛道)를 구하는 것도 보았으며, 또한 어떤 불자는 나무숲에서 경전을 독송하고, 사람들에게 연설하여 불도를 구하는 것도 보았으며,

 

또한 어떤 보살은 괴로워하는 중생을 생각하여 도량에서 보리수 아래 앉아 불도를 사유하는 것도 보았으며, 또한 하나하나의 부처님 앞에 거룩하신 대혜보살이 있어 몸 깊이 수행한 경계를 설하는 것도 보았으며, 또한 야차 권속들이 둘러싸여 명자(名字)와 글귀를 설하는 것도 보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 지혜로써 현재의 여러 대중을 관찰하시니, 그것은 육안으로 보신 것이 아니라, 사자와 같이 날쌔고 신속하게 본 것이었다. "하하..." 하고 크게 웃으시며, 정수리의 육계에서 한량없는 광명을 놓으시며, 어깨와 갈비와 허리와 위장과 가슴의 만(卍)자가 있는 곳과 모든 털구멍에서도 모두 한량없는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은 공중의 무지개와 같고 천 개의 태양 빛과 같으며, 겁(劫)이 다할 때의 큰불이 맹렬하게 타오르는 모양과 같았다.

  
  
1) 범어 anutpattika-dharma-kṣānti. 무생(無生)의 법리(法理)를 인증(認證)한다는 의미로서, 일체의 제법이 불생불멸(不生不滅)임을 확신하여 부동심(不動心)에 안주(安住)함을 말함. 『대지도론(大智度論)』 50권에 의하면, "생멸이 없는 제법의 실상(實相)에서 신수(信受)하고 통달하여 의심이 없어 물러나지 않음으로 무생법인이라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대정장(大正藏)』, 25, 417,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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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과 범천왕과 사천왕들은 허공에서 여래를 관찰하여, 부처님께서 수미산(須彌山)과 비교할 만한 능가산 정상에 앉아 "하하..." 하고 크게 웃으심을 보았다.

 

그 때 보살 대중과 제석과 범천왕과 사천왕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무슨 인연으로 여래·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께서는 모든 법에서 자재(自在)를 얻으셨는데, 전에 없이 이렇게 "하하..." 하고 크게 웃으셨는가? 또한 몸으로부터 한량없는 광명을 내시고서, 묵연히 계시어 깊은 지혜의 경계만을 생각하시지만 뛰어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사자의 보는 것처럼 능가왕을 보시며 여실한 행을 생각하시는가?'

 

그 때 거룩하신 대혜보살마하살은 이전에 능가 라바나왕의 청함을 받았으므로, 곧 능가왕을 생각하고, 여러 큰 보살 대중의 마음과 행의 법을 알며, 또한 미래의 모든 중생들은 모두 명자(名字)1)의 설법을 좋아하고, 마음이 미혹하여 의심을 내고, 말에 따라 모든 성문과 연각과 외도의 행을 취하고 집착하지만, 부처님께서는 모든 심식(心識)의 행을 떠나 능히 저와 같이 크게 웃으신 것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대중들의 의심을 풀어주기 위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여래께서는 무슨 인연과 무슨 일로 '하하...' 하고 크게 웃으셨나이까."

 

부처님께서 거룩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훌륭한 대혜여, 그대는 능히 세간의 망상으로 분별하는 마음은 삿된 견해이며 뒤바뀐 것임을 잘 관찰하였구나.

 

그대는 참으로 3세(世)의 모든 일을 잘 알고 이러한 일들을 묻는구나. 그대가 묻는 것처럼 지혜 있는 사람들도 역시 그와 같이 물으니,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를 위한 까닭이니라.

 

대혜여, 이 능가왕도 옛적 여러 부처님께 이와 같은 두 법을 물었으며, 지금도 또한 나에게 이와 같은 두 법을 묻고자 하나니, 이 두 법은 모든 성문과 연각과 외도는 아무도 이 두 법의 모양을 알지 못하느니라.

 

대혜여, 이 십두 나찰이 또한 미래의 여러 부처님께 이 두 법을 물을 것이다."

  
  
1) 7권본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에는 "언어문자[語言文字]"로 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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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부처님께서는 아시면서 일부러 라바나왕에게 물으셨다.
"능가왕이여, 그대가 나에게 물으려거든 그대의 의심나는 대로 모두 다 물어 보라. 내 모두 잘 답하여 그대의 의심을 없애 주고 기쁨을 얻게 하리라.

 

능가왕이여, 그대가 허망하게 분별하는 마음을 떠나고, 모든 지위에서 대치(對治)하는 방편(方便)을 관찰하고, 여실한 지혜로 능히 몸의 여실한 모습[如實之相]의 삼매와 즐거운 행[樂行]의 삼매에 들어, 부처님께서 곧 그대의 몸을 거두어 주리니,1) 사마타(奢摩他 : Śamatha, 止心, 能滅)의 즐거운 경계에 잘 머물러 성문과 연각의 깨끗하지 못한 삼매를 벗어나, 부동지(不動地)2)와 선혜지(善彗地)3)와 법운지(法雲地)4)의 보살의 경지에 능히 머물며, 여실한 무아(無我)의 법을 잘 알며, 큰 보배 연꽃자리 위에 앉아 한량없는 삼매를 얻고 부처님의 직위를 받으리라.

  
  
1) 고려대장경본은 "得地對治方便觀察 如實智慧能入內身如實之相三昧樂行三昧 佛卽攝取汝身"라고 되어 있고, 7권본 『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에는 "善知諸地修習對治證眞實義入三昧樂爲諸如來攝受"로 되어 있음. 7권본 참조 번역.
2) 10지(地) 가운데 제8지. 이 지위에 오른 보살은 수행을 완성하여 흔들림이 없다. '부동(不動)'이란 명칭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다. 이곳의 보살은 깊이 있는 실천을 하므로 '심행보살(深行菩薩)'이라고도 부른다. 또한 '무공용지(無功用地)'라고도 하는데, '무공'은 어떤 의도나 목적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지혜가 견고하여 돌아가지 않으므로 '부전지(不轉地)', 큰 덕을 갖추므로 '멸덕지(威德地)', 색욕(色慾)이 끊어진 상태이므로 '동진지(童眞地)', 어디에나 뜻대로 태어날 수 있으므로 '자재지(自在地)', 완성된 단계이므로 '성지(成地)', 궁극적으로 알고 있으므로 '구경지(究竟地)', 항상 큰 서원을 내므로 '변화지(變化地)', 깨뜨릴 수 없으므로 '주지지(住持地)', 선근을 이미 닦았으므로 '무공덕력지(無功德力地)'라고도 부른다.
3) 10지 가운데 제9지. 이 지위에 오른 보살은 지혜가 뛰어나 어떤 곳에 있게 되더라도 상황에 맞게 설법한다. 곧 모든 중생들의 마음과 근기, 욕망 등을 잘 살피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불법을 전할 수 있다. 이 지위에 오른 보살은 법에 걸림이 없는 법무애지(法無礙智), 뜻에 걸림이 없는 의무애지(意無礙智), 말에 걸림이 없는 언무애지(言無礙智), 즐거운 설법[樂說]에 걸림이 없는 낙설무애지(樂說無礙智) 등의 '4무애지(無碍智)'를 갖추게 된다.
4) 10지의 마지막 단계로서, 보살이 이 계위(階位)를 성취하면 완전한 불도(佛道)를 이루게 된다. 곧 부처와 같은 지위에 오르게 되는 경지이다. '법운지'라는 명칭은 하늘의 구름이 단비를 뿌리듯 지혜의 구름이 단비를 내리게 하는 경지라는 뜻이다. 이 계위에 드는 보살은 10바라밀 가운데 '지바라밀(智波羅密)'을 원만히 수행하여 무량백천삼매(無量百千三昧)를 얻고, 욕계·색계·무색계·중생계·허공계·열반계 등을 모두 알며, '불가사의해탈(不可思議解脫)', '무장애해탈(無障碍解脫)', '여래장해탈(如來藏解脫)', '법계장해탈(法界藏解脫)', '통달삼세해탈(通達三世解脫)' 등의 지혜를 모두 통달한다. 또한 넓고 깊은 바다가 지닌 열 가지 덕, 즉 '10덕(德)'을 갖추는데, 10덕은 ① 점점 깊어지는 덕, ② 죽은 것은 받아들이지 않음, ③ 어떤 물도 바다에 들어오면 본래의 이름을 잃어버림, ④ 모두 한가지 맛임, ⑤ 보배가 많음, ⑥ 지극히 깊어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없음, ⑦ 넓고 크기가 한량없음, ⑧ 몸이 큰 중생이 많음. ⑨ 들어오고 나가는 물이 때를 어기지 않음, ⑩ 비가 아무리 내려도 넘치는 일이 없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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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가왕이여, 그대는 마땅히 오래지 않아 자신도 또한 이와 같은 연꽃자리 위에 앉아 머물게 됨을 볼 것이며, 한량없는 연꽃과 한량없는 보살이 각각 모두 연꽃자리에 앉아 자기네들끼리 둘러서 서로 볼 것이다.

 

또한 각각 오래지 않아 모두 헤아릴 수 없는 경지에 머물게 되리니, 이른바 한결 같은 행과 방편(方便)의 행을 일으켜 여러 지위에 머물러서 능히 헤아릴 수 없는 경계를 볼 것이며, 여래자리[如來地]의 한량없고 끝없는 여러 가지 법상(法相)을 볼 것이니, 이는 성문과 연각과 사천왕과 제석과 범천왕들이 전혀 보지도 못한 바이다."

 

그 때 능가왕은 부처님·세존께서 자기의 물음을 들어 주신다는 말씀을 듣고, 곧 저 더러움이 없고 한량없이 빛나는 큰 보배연꽃과 뭇 보배로 장엄한 산 위에서 한량없는 천녀(天女)들이 저절로 주위를 둘러 호위하며, 한량없는 여러 가지 이채로운 꽃과 여러 가지 좋은 향·뿌리는 향·바르는 향과 보배 깃발과 덮개, 보배 관(冠)과 영락(瓔珞), 장신구 등을 나타내고, 또한 세상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여러 가지 훌륭한 장엄구를 나타내며, 또한 한량없는 여러 가지 악기를 나타내는데, 여러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乾闥婆)와 아수라(阿修羅)와 가루라(迦樓羅)와 긴나라(緊那羅)와 마후라가(摩睺羅迦)와 인비인(人非人) 등이 갖고 있는 악기보다 좋은 것이었다.

 

또한 삼계(三界)의 욕계(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에 있는 모든 악기를 모두 변화로 만들어 내고, 다시 시방(十方)의 불국토(佛國土)에 있는 여러 가지 뛰어나고 기묘한 악기를 변화로써 모두 다 만들어냈으며, 다시 변화로써 한량없는 큰 보배 그물을 만들어서 부처님과 보살 대중 위에 두루 덮으며, 또 한량없는 갖가지 보배 깃발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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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 왕은 이와 같이 변화로 하는 일들을 다하고는 몸이 허공에 오르니, 높이가 다라수(多羅樹)1)의 일곱 배였다. 허공에 있으면서 갖가지 음악과 여러 가지 꽃과 여러 가지 향과 여러 가지 의복을 비 내리듯 하여 허공에 가득하니 마치 큰비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것으로 부처님과 불자들에게 두루 공양하였다. 공양을 마치고 위로부터 내려와서, 곧 제2의 번개 광명의 큰 연꽃과 같은 보배산 위에 앉았다. 그 때 부처님께서 능가왕이 앉는 것을 보시고, 미소를 띄우시면서 능가왕이 두 가지 법을 묻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이 때 능가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두 가지 법은 제가 이미 과거의 여러 부처님·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께 물었습니다. 그 때 부처님·세존께서는 저를 위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명자(名字)와 글귀에 의지하여 또한 부처님께 묻겠사오니,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하여 베풀어 말씀하여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응화(應化)·화불(化佛)께서 이 두 법을 설하셨지만 본래 여래께서는 설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세존이시여, 본래 여래는 삼매(三昧) 즐거움의 경계를 닦아 얻으신 분이기 때문에 심식(心識) 밖의 모든 경계는 설하시지 아니 하셨습니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일체법에 자재(自在)하시니, 원컨대 세존·응공·정변지께서는 이 두 법을 설하옵소서. 모든 불자들과 저희들도 듣기를 원하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마음을 아시고 곧 능가왕에게 말씀하셨다.

"능가왕이여, 그대는 이 두 법을 묻도록 하라."

 

그 때 야차왕은 여러 가지 금관(金冠)과 영락(瓔珞)과 금으로 된 장엄구를 갖추고 이와 같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법도 오히려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법 아닌 것[非法]에 있어서 말하겠는가'라고 하셨으니,

세존이시여, 어찌 두 법을 다 버리라고 하십니까?

 

세존이시여, 무엇이 법이며, 무엇이 법 아닌 것입니까?

 

세존이시여, 법을 버리는데 어찌 둘이 있어, 분별하는 상(相)에 떨어져서 허망하게 있다 없다 하고,

법이 작다 크다고 분별하십니까?

  
  
1) 인도, 말레이시아 등의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로서 높이가 약 20여 미터가 되고, 하얀 꽃과 석류 비슷한 붉은 열매를 맺어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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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이시여, 아리야식(阿梨耶識)의 명(名)과 식(識)을 아는 모양[相]이 있으니, 그 체상(體相)은 허공에 털 바퀴[毛輪]가 머물러 있는 것과 같으니, 그것은 깨끗한 지혜와 경계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법성(法性)이 이와 같은데, 어찌 버리라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능가왕에게 말씀하셨다.

"능가왕이여, 그대는 병(甁)들이 무상하게 부서지는 법을 보지 못하였는가. 이는 어리석은 범부[毛道凡夫]들이 경계를 분별하는 차별의 모양이다.

 

능가왕이여, 무슨 까닭으로 법과 법이 아닌 것의 차별된 모양을 그와 같은 것으로 취하지 않느냐.

그는 어리석은 범부들의 분별하는 마음에 의지한 것이요, 성인의 증득한 지혜로 보는 바가 아니다.

 

능가왕이여,

 

병 등의 여러 가지 모양은 어리석은 범부의 마음으로 있다고 하는 것이요,

성인은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능가왕이여, 비유컨대 하나의 불이 궁전과 동산 숲과 풀과 나무를 불태우는데, 여러 가지 불빛과 불꽃이 각각 차별이 있음은 여러 가지 풀과 나무의 길고 짧음에 의하여 분별하여 보는 것인데, 이 가운데 어찌하여 이와 같이 법과 법이 아닌 차별의 모양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가?

 

능가왕이여, 불꽃뿐만 아니라, 한결같이 상속(相續)되는 몸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모양의 차별이 있음을 보게 된다.

 

능가왕이여, 하나의 종자도 한결같이 상속하여 움이 트고 줄기와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와 나무숲의 갖가지 다른 모양이 생기는 것처럼, 그와 같이 안팎으로 모든 법이 생한다.

 

무명(無明)과 행(行)과 5음(陰 : 蘊)과 18계(界)와 6입(入) 등의 모든 법과 삼계(三界)에서 태어나는 것도 모두 차별이 있다. 또한 즐거운 형상(形相)을 드러냄과 언어와 가고 옴과 훌륭한 지혜도 모양이 다르다. 한 모양[一相]의 경계인데도 여러 모양을 취하므로 하·중·상의 차별인 수승(殊勝)한 모양과 더럽고, 깨끗하고, 좋고, 좋지 않는 모양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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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가왕이여, 여러 가지 법 가운데 차별상을 볼뿐만 아니라, 진실한 도를 깨닫는 이의 안으로 증득하는 행(行)에도 또한 여러 가지의 다른 모양을 볼 수 있으니, 어찌 하물며 법과 법이 아닌 것에 여러 가지 차별상을 분별함이 없겠는가. 능가왕이여, 법과 법 아닌 여러 가지 차별상이 있다.

 

 

 

능가왕이여, 무엇을 법이라 하는가.

 

이른바 일체 외도(外道)와 성문(聲聞)과 연각(緣覺)과 어리석은 범부들이 분별하는 견해에서 원인인 실물(實物)로부터 근본이 되어 여러 가지 법이 생하는 것이니, 이러한 법들을 마땅히 버리고 여의며, 모양을 취하여 분별을 내거나 자심법(自心法)을 보고 진실로 여기지 말라.

 

능가왕이여, 병(甁)이란 진실한 법이 없는 것이지만, 어리석은 범부들은 허망하게 분별한다.

법은 본래 모양이 없는 것[無相]임을 참으로 알고 관찰한다면, 모든 법을 버린 것이라 말할 것이다.

 

 

 

능가왕이여, 무엇을 법이 아닌 것[非法]이라 하는가?

 

이른바 몸은 모양이 있는 것이 아니니, 오직 자심(自心)으로 망상분별을 없애야 한다.

 

모든 범부는 진실한 법[實法]과 진실하지 않은 법[非實法]을 보지만,

보살은 이를 참답게 보아서 이와 같이 법이 아닌 것을 버린다.

 

 

능가왕이여, 또한 무엇이 법 아닌 것인가.

 

이른바 토끼·말·나귀·낙타의 뿔과 석녀의 아이는 몸도 없고 모양도 없는 것인데,

그럼에도 어리석은 범부는 그를 취하여 없다고 하고, 세간의 의리(義理)로 삼아서 이름을 말하니,

그의 모양은 취할 수 없는 것이 저 병 등의 법과 같아서 가히 버려야 한다.

 

지혜 있는 자는 토끼 뿔 등의 이름을 이와 같이 허망하게 분별하는 것을 취하지 않으니,

그것 또한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과 법이 아닌 것을 다 버려야 한다.

 

 

능가왕이여,

그대가 지금 나에게 '법과 법이 아닌 것을 어찌 버려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나는 이미 모두 말하였다.

 

 

 

능가왕이여, 그대가 말하기를, '제가 과거의 응공·정변지께 이미 이 법을 물었더니, 저 부처님께서는 이미 저를 위하여 말씀하셨다'라고 하니, 능가왕이여,

 

그대가 말한 과거는 곧 분별하는 모양[相]이며, 미래와 현재도 역시 분별인 것이다.

 

능가왕이여, 내가 말한 진여(眞如)의 법체(法體)가 여실(如實)하다고 하는 것도 또한 분별인 것이다.

 

색(色)을 분별하여 실제(實際 : 眞如)로 삼는 것은 진실한 지혜를 증득하고 모양이 없는 지혜[無相智慧]를 좋아하여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지혜의 몸[智身]이고 지혜의 체[智體]라고 분별하지 말라.

 

마음으로도 분별하지 말 것이요, 뜻으로도 나[我]와 남[人]과 수명[命] 등을 취하지 말 것이다.

어찌하여 분별하지 말라고 하는가?

 

 

의식(意識)으로 여러 가지 경계를 취함은 색(色)의 형상과 같으니,

이와 같은 것은 취할 수도 없으며 분별할 수 없는 까닭이다.

 

능가왕이여, 비유컨대 벽 위에 그려진 여러 가지 그림과 같아서 일체 중생도 또한 그와 같다.

능가왕이여, 일체 중생이 풀과 나무와 같아서 업(業)도 없으며 행(行)도 없다.
능가왕이여, 모든 법과 법이 아닌 것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다.
능가왕이여, 일체 세간의 법은 모두 환상[幻]과 같지만 모든 외도와 범부는 이를 알지 못함이다.
능가왕이여, 만약 능히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참답게 보는 것을 정견(正見)이라 하고, 만약 다르게 본다면 사견(邪見)이라고 말하며, 만약 분별한다면 두 가지를 취하는 것이니라.

 

능가왕이여, 비유컨대 거울 속에 모양이 스스로 제 모양을 보는 것 같으며, 또한 물 속에 그림자가 스스로 제 그림자를 보는 것 같고, 달빛과 등불 빛이 방안에 있으면서 그 그림자가 스스로 제 그림자를 보는 것 같으며, 허공에 메아리 소리가 스스로 소리를 내고 그를 제 소리인 것처럼 하는 것과 같아서, 만약 이와 같이 법과 법이 아닌 것을 취한다면, 이는 모두 허망한 망상 분별이다. 그러므로 법과 법이 아닌 것을 알지 못하고, 허망함만을 더욱 더하여 적멸(寂滅)을 얻지 못한다.

 

적멸은 일심(一心)인 것이요, 일심은 곧 여래장(如來藏)이니,

이는 자기 몸 안으로 지혜의 경계에 드는 것이며, 무생법인(無生法忍)삼매를 얻는 것이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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